난세일기 -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을 되돌아본다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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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라는 인간의 최대 특징은 하나의 개체로서의 사인 私人일 뿐, 지도자로서의 공인 公人됨이 거의 부재하다는 것이다. 사적인 개인일 뿐 공적인 리더임을 망각하거나 지향하지 않거나, 아예 존재의 과제상황에서 제외시킨 매우 특유한 인간이라는 것이다(p12)... 대강 이런 비젼이 그의 개체로서의 사인적 私人的 의식 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고, 또 신념화되어 잇는 것이다. 이러한 신념은 대화를 거부하고 토론이나 타협의 장을 벗어나 있다. _ 김용옥, <난세일기> , p13

도올 김용옥(金容沃, 1948 ~ )의 <난세일기 亂世日記>는 정치, 외교, 군사, 사회 등 취임 후 불과 1년 만에 모든 국정을 총체적 위기로 몰아넣은 윤석열 정부의 시대를 바라보는 철학자의 일기다. 일기 속의 날짜는 4월 24일부터 5월 24일까지의 한 달이지만, 한 달 동안 일어난 여러 사건 - 윤석열의 미 의회 연설, 기시다 방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문제 등 - 속에 담긴 함의는 결코 작지 않다. 저자는 이 기간 동안 화제가 되었던 여러 사건들의 의미를 자신의 철학(哲學)을 통해 바라보면서, 사건의 의미와 사상의 여정을 함께 드러낸다.

나는 나의 책이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실상 나의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그것이 쉽게 쓰여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논술방식이 파격적이기 때문이라는 것, 또 그 주제의 선정이 항상 새롭기 때문에 평균적 저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다양성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언어 그 자체는 충분히 풀어헤쳐져 있지 않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그 농축된 언어에 피곤을 느낀다는 것, 그러한 사실이 충분히 반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_ 김용옥, <난세일기> , p21

제목처럼 어려운 시대(亂世)를 살아간다는 공통된 기반 위에서 저자는 자신의 사상을 쉽게 정리한다. <노자>부터 최근 <동학>과 <주역>에 이르는 수많은 저작들의 내용이 한 달 동안의 사건과 함께 펼쳐져 지식의 넓이와 함께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을 다루는 장은 깊이도 함께 보여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난세일기>는 어려운 시대의 의미를 저자 자신의 철학으로 비추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일반적으로 무능과 무지로 평가하는 윤석열 정부의 폭정이 방식에 있어서는 거칠지만, 그 의도는 분명한 지향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행동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것처럼 불안하게 보이지만, 그 의도는 마치 혈(穴)자리를 끊듯 우리의 가치를 손상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자신의 사상의 여정을 정리하며 밝힌다. 윤석열을 철학적으로 조망한다... 조금은 이질적인 조합처럼 느껴지지만, 어지러운 세상의 의미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정리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를 책을 통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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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7-18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시절의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구호가 난무하던 시절이 기억납
니다.

지금이 난세가 아니라면 언제가
난세일 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겨울호랑이 2023-07-18 21:57   좋아요 1 | URL
비정상의 정상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황이 더 안 좋아지니, 갈수록 어지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가 심각한 요즘 자연과 사회 모두 절박함이 일상이 된 듯 합니다...
 

로마나 아테네에서 실제로 구현된 정치체제는 처음 그들이 지향했던 목표가 현실화된 것이라기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 상황을 반영한 타협의 결과물이다. 반면 중국에서 공자는 군주에게 정치적·법적·도덕적 지침 일체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자신만의 사상을 발전시켰다

주나라에서도 신적 존재가 군주 권력의 근거로 작동했다. 그리스나 로마에서처럼 중국에도 삶의 각 부분을 책임지는 신들이 무수히 존재했지만, 정치적·군사적 권위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존재는 단 하나, 바로 천天이었다. 중국 사상에 따르면 ‘천’은 그 자체로 의지를 가진 신으로, 인간의 행위에 기뻐하거나 분노하고 천명을 내리거나 회수할 수 있으며 희생물을 바쳐서 달래야 하는 존재였다.

주나라의 군사적·행정적 변화는 보다 광범위한 경제 변화를 수반했다(그리고 그것을 유발했음이 틀림없다). 농업 생산성이 증가하고 상공업이 크게 발달했으며, 농업 분야는 국가가 소유한 땅에서 공동 생산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토지의 개인 소유와 상품의 매매가 이루어지는 자유시장으로 이행했다. 화폐의 도입도 변화를 촉진했다.

로마 사회에서 중시했던 미덕과 공자가 꼽은 훌륭한 군주의 자질이 겹치는 부분도 많지만(예를 들어 ‘인’은 후마니타스humanitas, ‘덕’은 디그니타스dignitas, ‘의’는 아욱토리타스auctoritas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로마 공화국의 지도자들에게는 끊임없는 금욕적 수양이 강조되지 않았다.

후대의 기록들은 노자와 공자가 서로 상반된 견해를 주장하며 치열하게 경쟁한 것으로 묘사한다. 사회 운영에 대한 두 사상의 견해차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유교는 사람이 도, 즉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던 반면 도교는 사람이 도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에 탄생한 정치혁명과 정치철학이 고대 사회가 직면했던 문제에 대응하고 한발 앞서 나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테네, 로마, 그리고 중국 노나라는 몇 차례의 대내적 사회 변혁과 대외적 전쟁을 경험하면서 몇몇 인물의 주도하에 국가 구성원들의 요구를 조율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공동체를 방어할 수 있는 정치적 대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세 나라에서 각각 새로운 정치 이데올로기가 출현했다.

폴리비오스는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이 혼합된 로마의 균형 잡힌 정체와는 달리, 카르타고의 민회 투표권은 민중에게 과도한 권력을 주어 결국 카르타고가 로마에 패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았다.

이들은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각자가 속한 공동체 관계를 재정립했으며, 그 과정에서 고대 세계를 더욱 가까이, 주로 폭력을 사용하여 연결했다. 그들이 각자의 세력권을 확장하고 동맹을 구축하면서 전쟁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단일 통치자의 지배하에 거대하고 통합된 공동체가 탄생했다. 이런 움직임의 결과 특히 동쪽에서 외견상 무질서하게 시작된 대이주로 인해 세계는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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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구조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0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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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선진자본주의 국가에는 자뵨=네이션=스테이트라는 삼위일체 시스템이 존재한다. 먼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방치되면 반드시 경제적 격차와 계급대립으로 귀결된다. 그에 대해 네이션은 공동성과 평등성을 지향하는 관점에서 자본제경제가 초래하는 모순들의 해결을 요구한다. 그리고 국가는 과세와 재분배나 규칙들을 통해 그 과제를 해결한다. 자본도 네이션도 국가도 서로 다른 것이고, 각기 다른 원리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서로를 보완하는 형태로 접합되어 있다. 그것들은 어느 하나를 결여해도 성립하지 않는 보로메오의 매듭이다. _ 가라타니 고진, <세계사의 구조> , p31


 가라타니 고진 (柄谷行人, 1941 ~)의 <세계사의 구조 世界史の構造>는 '자본(capital)', '네이션(nation)', '국가(state)'의 긴밀한 연계로 얽혀진 현대 자본주의 사회 체제의 기원과 문제점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대안에 대한 논지가 담겨있다. 고진이 본문에서 '보로메오의 매듭'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복잡하게 얽힌 시스템의 본질을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세계사의 구조>에서 고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 1831), 마르크스(Karl Marx, 1818 ~ 1883)의 주장에 주목한다. 고진은 헤겔의 <법철학>에 나타난 사회 구조를 파악하려는 관점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드러난 역사를 정신적인 것이 아닌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을 통해 시스템의 본질에 접근해간다. 


 우리는 1990년 이후의 상황 하에서 칸트, 헤겔, 마르크스라는 고전철학이 반복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것을 재검토하는 것은 액추얼한 문제이다. 이 경우 우리는 칸트는 헤겔에 의해 극복되고, 헤겔은 마르크스에 의해 극복되었다는 통념을 배척해야 한다. 우리는 오히려 칸트를 각지의 자본과 국가에의 대항운동이나 코뮌이 나누어지고 대립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좋은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시 읽어야 한다. _ 가라타니 고진, <세계사의 구조> , p427


 그렇지만, 고진은 <세계사의 구조>에서 철학자들의 논지를 그대로 빌려오지 않는다. 헤겔의 논지는 시스템의 구조를 파악하는데는 유용하지만, 이들의 관계성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비판되며, '생산양식'에 주목한 마르크스의 관점은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기에 부족함이 있어 고진에 의해 '교환양식'으로 바꾸어 해석된다. 이처럼 <세계사의 구조>에서 고진은 헤겔과 마르크스의 논지를 '가로지르기(trans- )'를 통해 현재 문제를 해석하는데, 최종적으로 이러한 논의의 종점은 '초월적인' 칸트의 '세계 공화국'에 이른다.


 헤겔이 <법철학 강의>에서 파악하려고 한 것은 자본=네이션=국가라는 매듭이다.  이 보로메오의 매듭은 일면적인 접근(approach)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 헤겔이 변증법적 기술을 취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헤겔에게 있어서는 이런 매듭이 근본적으로 네이션이라는 형태를 취한 상상력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망각되고 있다. 즉 네이션이 상상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망각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매듭이 지양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전혀 보이지 않게 된다. _ 가라타니 고진, <세계사의 구조> , p323


 칸트는 홉스와 마찬가지 전제에서 생각하고 있다. 홉스는 주권국가(리바이어던)에 의해 평화가 실현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평화는 국가 내부만의 것으로 국가 간에는 없었다. 한편 칸트는 국가 간의 평화상태를 창설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실현된 상태가 세계공화국이다... '세계공화국'이란 국가들이 지양된 사회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정치적 차원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국가와 국가 간에 경제적인 '불평등'이 있는 한, 평화는 존재할 수 없다. 영원평화는 일국만이 아닌 다수의 나라에서 '교환적 적의'가 실현됨으로써만 실현된다. _ 가라타니 고진, <세계사의 구조> , p335


  <세계사의 구조>에서 우리는 다양한 보로메오의 매듭을 만나게 된다. '자본-네이션-스테이트'의 현재 자본주의 구조와 이들을 나타내는 '감성-상상력-오성(지성)' 그리고 이들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마르크스-헤겔-칸트'의 주장까지. 그렇지만, 이들 보르메오의 매듭은 서로 정합(整合)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교환양식 A에서 교환양식 B로 옮겨갈 때, 유목상태에서 정주상태로의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필요에 의해 국가가 태어나듯, 이들은 다르지만 동시에 공통된 부분을 갖고 있다. 다르지만 같은, 조금씩 어긋난 구조 속에 생겨난 틈 사이에서 생겨난 균열을 예리하게 파고들어 잘라냈을 때, 고르디우스 매듭을 풀어낸 알렉산드로스(Alexander III Magnus, BCE 356 ~ BCE 323) 처럼 문제를 풀어내고 '세계공화국'이라는 새로운 교환양식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다.


 전작 <트랜스크리틱>이 칸트, 마르크스, 헤겔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책이라면, <세계사의 구조>는 이러한 관점의 연장선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보다 많은 역사와 정치철학의 논의가 이루어지는 이 책은 <트랜스크리틱>을 통해 얻은 '비평'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보다 깊게 하는 계기를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네이션-국가는 네이션과 국가라는 이질적인 것의 결합이다. 하지만 그것이 성립하기 전에 실은 자본=국가, 즉 자본과 국가의 결합이 선행하고 있다. 이것이 절대왕권이다. 네이션이 나타나는 것은 그 후, 즉 절대왕권이 시민혁명에 의해 무너진 이후이다. 간단히 말해, 네이션이란 사회구성체 중에서 자뵨=국가의 지배 하에서 해체되어 가던 공동체 내지 교환양식A를 상상적으로 회복하는 형태로 등장한다. 네이션은 자본=국가에 의해 형성된 것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자본=국가가 가져오는 사태에 항의하고 대항하는 것으로서, 그리고 자본=국가의 결락을 보충해서 매우는 것으로서 출현했다. _ 가라타니 고진, <세계사의 구조> , p304

마르크스가 강조한 것처럼 상품교환은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서 발생했다. 그곳에서 성립한 것은 일반적인 등가물(화폐)에 의한 교환이다. 국가는 이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는 국가와 법이 없으면, 상품교환이 성립하지 않는다. 즉 계약이 이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는 화폐가 가진 힘을 불러오지는 못한다. 화폐는 국가에 의해 주조되지만, 그것이 통용되는 것은 국가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다. 상품(소유자)들의 세계 속에서 형성된 힘에 의한 것이다. 국가나 제국(광역국가)이 하는 일은 화폐의 금속량을 보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화폐의 힘은 제국의 범위를 넘어서기에 이른다. - P47

미니세계시스템은 교환양식A에 의해, 세계=제국은 교환양식 B에 의해, 세계=경제(근대세계시스템)은 교환양식C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 이것을 안다면 그것들을 넘어서는 세계시스템X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교환양식A의 고차원적인 회복에 의해 형성된다. 구체적으로 말해, 그것은 군사적인 힘이나 화폐의 힘이 아니라 증여의 힘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칸트가 ‘세계공화국‘이라고 부른 것은 그와 같은 세계시스템의 이념이다. - P66

화폐경제는 개인을 공동체의 구속에서 해방시키고, 제국=코스모폴리스의 인민으로 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급진적 평등주의‘는 공동체에 존재했던 평등주의, 바꿔 말해 호수적 경제와 윤리를 파괴해버린다. 즉 그것은 빈부의 격차를 가져온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보편종교가 등장하는 전제이다. 요컨대 보편종교는 제국형성 과정에서 교환양식 B의 지배하에 교환양식 A를 교환양식C를 통해 해체해갈 때, 이에 대항하는 교환양식D로서 출현한 것이다. - P207

네이션이란 상품교환의 경제에 의해 해체되어가는 공동체의 ‘상상적‘ 회복에 다름 아니다. 네이션은 말하자면 자본=국가에 결여된 ‘감정‘을 거기에 불어넣는 것이다. 헤겔은 <법철학 강의>에서 홉스적인 국가를 ‘오성적 국가‘라고 불렀다. 그것은 거기에 ‘감정‘이, 따라서 ‘네이션‘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헤겔이 생각하기에 자본=네이션=스테이트야말로 진정한 ‘이성적 국가‘인 것이다. - P312

우리는 호수적 원리의 고차원적인 회복을 소비=생산협동조합에서 보아왔다. 이제는 그것을 국가 간의 관계에서 보아야 한다. 국가연방을 새로운 세계 시스템으로 형성하는 원리는 증여의 호수성이다. 증여는 군사력이나 경제력보다 강한 ‘힘‘으로서 작동한다. 보편적인 ‘법의 지배‘는 폭력이 아니라 증여의 힘에 의해 뒷받침된다. ‘세계공화국‘은 이렇게 해서 형성된다 -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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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3-07-25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나게 훌륭한 책인 듯 합니다 ^^
전 이 책 읽고 거진 보름 동안 충격에 잠 못 이룬 것 같습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23-07-25 23:10   좋아요 1 | URL
아, 북다이제스터님께 <세계사의 구조>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느껴집니다.저도 철학-역사를 넘나들면서 의미를 해석하고 자신의 관점과 향후 전망을 제시하는 가라타니 고진의 글이 정연하게 다가왔습니다. 다만, 세부적으로 조금 더 공부해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다른 전집으로 보완해보려 합니다 ^^:)
 

당시 위기의 원인이 외부와 내부 모두에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부분적으로는 내부적으로 일어난 문제들, 특히 간언의 실천을 포함한 올바른 정치적 규범과 고대의 이상으로부터 멀어진 것을 탓했다.

국가 세입의 상당한 증가가 꼭 중앙정부의 재정 상황을 개선하지는 않았다. 상업세와 이금은 1860년대 이후 본질적으로 지방 재정이 되었고, 이는 정치적 탈중앙화와 함께 이루어진 지속적인 재정적 탈중앙화 과정의 일부였다.

청 부흥의 가장 큰 제약은 국방 공업, 철도 건설 같은 다른 현대화 계획을 위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는 능력의 부재였다. 민간 영역은 투자하기를 주저했고, 정부는 세입이 제한되어 있었다. 중국의 정부 세입 부족은 청 정부가 폭넓은 공업화의 달성과 경제 현대화를 진전하는 데 실패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중국 경제의 측면에서 1895년 이후는 아이러니하게도 경제활동의 폭발과 극적 성장 국면의 시기였다. 일본에 그리고 최혜국 조항으로 다른 모든 외국인에게도 공장을 설립할 권리를 인정했던 1895년 조약의 조항들이 뚜렷한 영향을 미쳐 공업과 광업 사업에 대한 해외투자의 빠른 팽창으로 이어졌고, 마찬가지로 중요한 결과로 그들과 경쟁하는 중국 민간 기업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패배한 전쟁들은 두 가지 즉각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첫째, 중국에 위험이 닥쳤기 때문에 개혁을 위한 요구와 제안이 더 긴급하고 급진적이 되었다. 중국에 민족주의가 나타나서 강력한 정치적 요소가 된 것이 이 시기였다. 둘째, 전장에서 일어난 일련의 심각한 좌절로 통치 엘리트들은 자강운동이 실패했으며 중국은 그 운동을 재설정하고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청의 경제·사회·재정 정책의 핵심 문제는 정치적 중심이 권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을 주저하는 것이었다. 인구 증가, 1인당 세입의 정체와 감소, 세계적 경쟁이라는 상황에서 중국은 제도적 고갈로 무력해졌다. 제도 변화와 혁신의 부재는 새로운 행정적 계획을 실행하거나 전국적 비상 상황을 다루고자 자원을 동원하는 정치 중심의 능력을 제약했다.

근본적으로, 중국은 국가가 너무 오랫동안 너무 작고, 너무 저비용으로, 너무 약한 채 있었기 때문에 잘못 통치되었다. 중국의 재정적·행정적 쇠퇴는 도광 불황 때 시작되어 19세기 내내 악화되었다. 18세기 중반의 전성기와 비교해 볼 때, 청은 훨씬 더 지불 능력이 없었으며, 부패하고, 비효율적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혁이 제국을 지배하던 정치적·경제적 지도 집단들의 지위, 소득, 미래의 전망 등을 위협할 때마다 결합력을 제공했던 같은 회복력이 제도적 개혁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단기적으로 회복력은 위기 동안 청 제국의 영토를 온전히 보존시켰다. 그러나 필요한 변화를 지연시킨 것은 격동의 20세기의 급진화와 갈등에 더해진 장기적 비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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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요인은 OTT의 영향력 확대와 티켓 값 상승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OTT를 통한 시청각 경험이 극장을 대체했고 영상을 소비하는 패턴 자체가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 P12

"글로벌 플랫폼 때문에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면서 문화의 다양성이나 새로운 인재의 등장이 경색되고 위축된 시기이기도 하다. ‘빛과 그림자‘ 같다. 토종 OTT도 사정이 어렵고 잘되는OTT도 제한적이라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기회가 역설적으로 줄고 있는 셈이다." - P13

티켓 가격의 가파른 상승도 이런 요인을 부추겼다. 팬데믹을 거치며 요금이 약 40% 인상돼 1만원 언저리에서 영화를 보던 관객들로서는 허들이 높아진 셈이다. 성상민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이 영화를 하나의 장르로서 인식했다기보다 여가 시간을 값싸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했던 측면이 있는데, 가격이 오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라고 말한다. - P13

영화발전기금도 고갈된 상태에서 작은 영화나 중간급 규모의 영화가 개봉될 수 있도록 공적기금의 수혈이 필요하다. 어디를지원함으로써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인지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점이다. - P15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가리키는 ‘카르텔‘이 뭔지 여전히 뿌옇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와 야당, 시민단체, 노조를 넘어 사교육 시장까지 카르텔로지목되면서 카르텔의 범위가 계속 넓어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카르텔인플레이션‘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공방이 뒤따른다.  - P20

대통령실 안팎에선 이번 인사를 무게추가 용산(대통령실)에 쏠린 ‘다목적 가능성비 인사‘라고 평가한다. 2024년 총선을고려하면 대통령실로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윤석열 정부의 색깔을 입혀 선명한 성호과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 비서를관들을 정부 부처에 내려보내 국정 장악력을 극대화한 뒤 속도감 있게 국정과제를 달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P23

돌봄 영역에서의 수요-공급 불일치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이 진단이 곧바로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6월16일 한국여성노동자회 등이 주최한 ‘이주 가사노동자의 현실과 노동권 보장방안 국회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공적 돌봄제도정비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육아휴직이나 긴급휴가,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게 더 나은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 P31

조정훈 의원 법안이 ILO 협약은 우회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의 암초까지 피해 가기는 어렵다.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처우를 장담할 수 없다. 이들만의 최저임금이나 노동시간을 정한다고 해도 지켜질지 알 수 없고, 인권침해 소지가분하다. ‘국가가 관리에 신경 쓰면 될 일이라고 넘어가기 어렵다. 가사노동자는 개인 거주지에서 일하기에 일반 사업장처럼 관리되지 않는다. - P32

지리산은 1967년 국내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육상에서가장 넓은 국립공원으로, 둘레가 320여km나 된다. 경남 하동.함양·산청, 전남 구례, 전북 남원 등 3개 도,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지리산에 속한 각 지자체가 이 산을 두고 어떤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지 정리했다. 이번에 찾은 구례와 남원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 역시 저마다 케이블카 따위 사업계획을 들고 나왔다. - P38

의사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선망받는 직종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에 몰리고, 그 문턱을 통과하면 고소득과 안정적인 지위가 보장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점점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몰리는 의사들이 있다. 의료 본연의 역할이라 할 ‘생명을 살리는 과‘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전통적으로 필수의료로 분류돼온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에 더해 환자의 목숨이 걸린 수술을 하는 흉부외과·신경외과 등 ‘바이탈과‘가 여기에 해당한다. - P40

실손보험이 도입된 이후 통증주사, 도수치료 같은 비급여 시장은 더욱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가운데, 병원에서 수술방에 들어가는 마취과 의사들은 줄고, 통증의학과 의원들은 건물마다 들어서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이처럼 비급여 진료로 무한정 수익을창출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의료 행위에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필수의료는 수가를계속해서 높여주더라도 기피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 P42

북한의 위성 기술은 낙후한 것으로알려졌다. 북한이 궤도 진입에 성공한 광명성 3-2호, 광명성 4호는 모두 위성의기능을 하지 못한 죽은 위성이다. 두 위성은 궤도 진입엔 성공했지만 이후 흔들거리며 불안정한 운행을 해왔다. 지금까지아무런 신호를 보내지 않아서 지상과 송수신 능력이 없어 보인다. - P53

교육학에서 다양성은 전세계 학자들이 인정하는 가치다. 그러나 어퍼머티브 액션이 ‘목적이 아닌 수단만보면 헌법·법률상 차별‘이라는 앞선 판결들을 살피면 의문이 꼬리를 문다. 예컨대 다양성을 추구해 얻는 교육적 실익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계층과 인종 중 어느 쪽을 중시하는 게 다양성 추구에 가까운가? 어떤 인종이 소수집단인지 다수단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 P58

그 변화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 새시대를 대표한다는 여성 그룹은 입을 모아 나를 이야기하고 나에게 집중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무럭무럭 자라난 ‘나‘는무엇보다 ‘나‘를 중요하게 여기는 지금의세대와 공명했다. 셀프 브랜딩에 능하고 ‘부캐‘ 하나쯤은 기본이라는 요즘애들‘과 맥을 함께 한 셈이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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