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통 (한정보급판) - 오천 년 중국사에서 가장 탁월한 역사서 사통
유지기 지음, 오항녕 옮김 / 역사비평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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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통 史通>은 당나라 역사학자 유지기(劉知機, 661 ~ 721)가 저술한 '역사 歷史'에 관한 책이다. 내편 內編 10권 36편, 외편 外編 10권 13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통>은 내편에서는 사관 史官으로서 역사를 어떻게 기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외편에서는  과거 사료 특히, 사마천(司馬遷, BC 145? ~ BC86?)의 <사기 史記>, 좌구명(左丘明, BC 556 ~ BC451)의 <춘추좌전 春秋左傳>, 반고(班固, 32 ~ 92)의 <한서 漢書> 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다.


  역자 오항녕 교수의 말에 따르면 <사통>은 '동양의 역사란 무엇인가?'로서 의미를 가진다. 이번 리뷰를 통해 중국 역사서의 서술과 역사관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유지기가 생각하는 동양의 역사는 무엇일까? 역사는  '불후의 사적을 남기기 위한 인간의 기록'이다. 그리고, 역사 기록자인 사관은 이를 충실하게 기록할 의무가 있다.

 

 '위로 제왕으로부터 아래로 보통 사람들까지, 또 가깝게는 조정의 관리로부터 멀게는 산림에 묻혀 숨어 있는 사람까지, 누구나 조바심을 내면서 공적이나 명성을 열심히 추구한다. 이는 왜인가? 불후의 사적 事績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불후의 사적이라고 부르는가? 바로 역사서에 이름이 남는 일이다.'(p597)


 유지기는 <사통>의 내편 14편에서 22편에 이르기까지 사관들의 역사서술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데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4. 칭위 稱謂 : 호칭 사용의 정확성


 '칭위'는 사람 인물을 기재할 때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기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유지기는 사관이 주관적인 판단으로 기재한 일관성 없는 호칭을 비판한다.

 

 '옛날부터 쭉 살펴보면 명칭을 정하는 방법은 한결같지 않았으며, 인정과 도리에 따라 만들어졌기에 본래 정해진 기준이 없었다.(p260)... 자신의 마음 속에서 애증이 생긴 나머지 제멋대로 명칭을 부여하고 다시 그것을 삭제하는 것도 합당한 원칙 없이 자신의 붓끝에서 나왔으니, 이 같은 역사서는 내용도 결코 기준이 될 수 없고 각각의 편명도 해괴할 뿐이다.(p262)... 사론 한 마디, 한 구절은 주의를 기울여 올바르게 작성해야 한다(p264)... 어떤 이름을 버리고 채택하는 방식에 변함없는 규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근대의 역사서에 대체로 이러한 잘못이 많이 보인다.(p265)'


15. 채찬 採撰 : 사료 수집의 적절성


 '채찬'에서 저자는 동일한 사실에 대한 다른 여러 견해가 생길 수 있음을 전제한다. 그러면서 사관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판적 판단을 통해 역사서에 이를 기재할 것을 요구한다.


 '대체로 동일한 사실을 기록해도 다른 견해가 생기는 이유는 아마 말하는 사람마다 이거다 저거다 차이가 있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쓰는 사람들 역시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정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p280)... 그러므로 역사를 저술하는 사람은, 길거리에서 듣고 말하는 사실이 사리에 어긋날 수 있으며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p281)... 아아! 떠나간 사람들은 아득한 구천에 있어 두 번 다시 살아날 수 없는데, 한 번 역사가가 잘못함으로써 그들에게 가해진 비방이나 칭송은 멀리 천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그러므로 학자라면 이상한 내용이나 의심스런 사실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다루어야 할 것이다.'(p282)


16. 재문 載文 : 문장 인용의 주의점

 

 '재문'에서는 문장 인용 시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 저자는 간략하게 사실만을 기술하여 후세에서 객관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판단할 수 있도록 기술할 것을 사관들에게 요구한다.


 '위진魏晉 이후에는 모든 문장이 잘못된 쪽으로 부화뇌동하게 되었다. 그 문제점을 잘 헤아려 논해보면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거짓 설정(허설 虛設)이고, 둘째 얼굴이 두껍다(후안 厚顔)는 것이고, 셋째 남의 손을 빌리는 것(가수 假手)이고, 넷째 자기모순(자려 自戾)이고, 다섯째 분별없이 한 가지 기준으로 개괄하는 것(일개 一槪)이다.'(p290)


 '지금 역사를 저술하면서 문장을 수록할 때 내실 없이 화려하기만 한 것들은 버리고, 반면 바르고 실질적인 것들은 잘 모은다면 아무리 문장이나 꾸미는 작은 재주밖에 없는 사람이라도 바른 길이 무엇인지 알고 옮겨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p301)


17. 보주 補注 : 주석의 득실과 우열


 '보주'에서는 역사가들이 주석을 붙였을 때 보다 신중하게 살펴 기재할 것을 요구한다. 역사가들이 신중하지 않게 작성한 주석은 후세에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에 신중을 기해 작성되어야 한다. 


 '대체로 역사를 편찬하고 거기에 주석을 덧붙이는 경우, 다른 사람의 기록을 통해 사실을 설명하기도 하고 스스로 의견을 내기도 하는데, 기록은 한이 없고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믿고 따를 만한 하나의 학설이나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모범을 만들기 어렵다. 무릇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상세히 살피지 않을 수 있겠는가?'(p311)


18. 인습 因習 : 인습의 오류와 병폐


 '인습'에서는 사관들이 과거 역사서의 잘못된 점을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않고 고쳐나갈 것을 강조한다. 


 '아아! 예로부터 두루 살펴보면 이 같은 종류의 실수가 매우 많았으니, 지워야 하는데 지우지 않은 것이 어찌 단지 갈홍의 이름뿐이겠는가. 어찌 이런 일로 해서 홀로 비웃음 섞인 꾸짖음을 자초하는가. 역사를 편찬하는 사람이 사건을 상세히 판별하고, 그것을 정밀하게 서술하여 한 구석을 보면 나머지 세 구석을 판단할 수 있고, 지나간 것을 보고 앞으로 올 것을 알 수 있다면 아마 큰 실수는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p325)


19. 읍리 邑里 : 출신지 기록의 오류


 역사가 흐르면서 지명(地名)은 계속 변화되어 왔다. 사관들이 이것을 일관성있게 기술하지 않으면 후세에 많은 혼돈이 생길 수 있으니, '읍리'에서는 이것을 바로 잡을 것을 요구한다.


 '이와 같은 잘못은 모두 누적된 버릇이 계속 전해지면서 차츰 습속을 이뤘던 데서 생겼으니, 미혹되었으면서도 고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함께 도모하기는 어렵지만, 만들어진 뒤에는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다."라고 한 것이다. 천 년 동안 따르면서 그대로 고사로 삼았는데, 하루아침에 바로잡으려고 하면 반드시 반대에 부딪칠 것이다.'(p335)


20. 언어 言語 : 언어 표현의 사실성


 사관이 역사를 기록할 때는 당시의 상황을 마치 눈 앞에서 보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기술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기록을 남겨야 잘된 역사 서술이라 할 수 있다.


  '대개 정치를 잘하는 자는 사람을 차별하여 다스리지 않기 때문에 풍속이 정밀하든 거칠든 누구나 그 교화를 입을 수 있다. 역사 서술을 잘하는 자는 일을 가려서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말이 아름답든 추하든 모두 후세에 전해질 수 있다. 사실에 전혀 오류가 없고 언어도 분명 진실에 가깝다면 훌륭한 옛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니, 어찌 먹다 남은 술지게미를 얻는 데 그치겠는가.'(p352)


21. 부사 浮詞 : 어쭙지 않은 말과 과장


 '부사'에서는 화려한 수식어 등은 들어내고 간략하게 표현할 것은 요청한다. 사족 蛇足이 될만한 말은 빼고, 핵심적인 내용만 서술할 것을 요청한다.


 '말에 일정한 기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 또한 이것인지 저것인지 결정이 되지 않은 것이다. 누군가가 일단 한마디 하면, 역사서에는 그에  대한 두세 가지 다른 평가가 생기는 법이다. 번잡한 내용을 기록하는 것은 좋아하면서도 올바른 도리를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글을 쓰면 쓸수록 보는 사람이 혼란스러워진다.'(p362)


 '대개 오리 다리가 짧다고 다른 것을 이어 붙이면 괴로워지는 법이고, 역사서의 문장이 간략하다고 다른 말을 덧붙이면 오히려 누가 된다. 그러니 선대 역사가의 기록에 무언가를 더하고 빼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p367)


22. 서사 敍事 : 서사의 방법과 유의점


 '서사'에서는 사관이 역사 서술 시 유념해야할 점을 말한다. 역사서는 결국 개별 문장들의 집합이므로, 문장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을 잘 쓴다는 것은 핵심적인 내용을 최대한 간략하게 담는다는 것이며, 사관들은 이를 염두에 두고 사실을 기술해야 한다.


  '무릇 훌륭한 국사 國史란 서사가 정교해야 하는데, 서사가 정교하다는 것은 간략하면서도 핵심을 담아대는 것을 중시하는 것이니, 간략하다는 한마디가 담고 있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p379)


 '대개 사실을 서술하는 방법은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재능과 행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다. 둘째는 사건의 시말만 기록하는 것이다. 셋째는 사람들의 말을 통해 전모를 알 수 있게 하는 경우가 있다. 넷째는 저자의 평론을 빌려 저절로 드러나게 하는 경우이다.'(p381)


 '서사 敍事라는 것도, 산만한 문장이나 불필요한 이야기를 헛되게 덧붙이고 여기저기서 끌어오지만, 반드시 핵심이 되는 내용을 취하고자 하면 결국 한마디 한 구절에 지나지 않는다.' (p387) ... 말을 기호로 표현하면 글자가 되고, 글자를 짜놓은 것이 구절이 되며, 구절이 쌓이면 한 장 章이 되고, 장이 쌓이면 편 篇이 되는데, 편목이 나누어지면 한 역사가의 견해로써 세상에 통용된다.'


 '역사에서 가장 힘써야 할 데가 분명 문장과 관련된 훈련임을 잘 알 수 있다. 오경부터 삼사에 이르기까지 그 서술은 문장만 가지고도 전달하고자 하는 사실을 모두 전달하고 그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지만, 근래의 저작은 이와 다르다. 그 서술에는 헛되이 수식을 더하고, 가볍게 채색을 일삼는다.'(p403)


 서양의 역사학자 E.H. 카((Edward Hallett Carr, 1892 ~ 1982)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a continuous process of interaction between the historian and his facts, an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 라고 정의했다. 과거의 사실을 현재 시점에서 끊임없이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 '서양의 역사'라면, '동양의 역사'는 무엇일까?


  유지기는 <사통>에서 일관성있으면서도 간략한 핵심 서술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주관성을 배제하고 객관성을 강조한 유지기의 사관 史觀은 서양의 근대 역사학자 레오폴트 폰 랑케(Leopold von Ranke, 1795 ~ 1886)의 실증사관(實證史觀 Empirical History)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사관들은 무엇때문에 '불후의 사적'을 도모하여 애쓴 사람들의 기록을 간략하고 핵심적으로 남겼을까? 그 답은 비록 역사서는 아니지만 <용비어천가 龍飛御天歌>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 용비어천가 125장 (그림 출처 : http://simjeon.kr/file/yb/yb-3.htm)


 동양에서 역사란 후세에 재평가되고, 교훈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인 듯하다. 서양에서 역사란 '현재 시점에서 규정된 과거의 기록'이라면, 동양에서 역사란 '미래 시점에 해석될 수 있는 과거의 기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유지기에게 역사는 '미래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는 아닐런지. <사통>을 보다 깊이 있게 읽기 위해서는 중국 고대 역사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사통> 자체로도 동양의 역사학자들이 추구한 역사서 집필의 방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에 비록 <사통>은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충분히 일독(一讀)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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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1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1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성실한 리뷰의 양대산맥은 겨울호랑이 님과 사이러스 님이시군요. 리뷰 진국 인정합니다아 !

겨울호랑이 2017-06-01 16:15   좋아요 2 | URL
곰곰발님의 창의적인 페이퍼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이웃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2017-06-01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6-01 18: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마디로 역사를 객관적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것 같은데요, 애당초 그것이 가능할까요? 그런 역사서가 과거나 현재까지 단 한번이라도 존재할까요?^^
정말 궁금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6-01 19:30   좋아요 3 | URL
^^: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아마도 그런 역사책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작은 단어 선택에도 역사가의 주관이 들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고 생각이 되네요..

cyrus 2017-06-01 19: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국정교과서가 폐지되지 않았으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채찬의 중요성을 배우지 못했었을 겁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1 19:33   좋아요 1 | URL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혼의 정상화‘같은 말은 감히 못했을텐데요... 지금이라도 국정교과서가 폐지되어 다행입니다.

AgalmA 2017-06-01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가도 역사가지만 행정가도 중요하죠. 오늘도 100년된 근대문화유산을 어떤 협의도 없이 허문 인천구청장 규탄 소식이 들리고^^;;

북다이제스터 2017-06-01 21:03   좋아요 2 | URL
jtbc 보고 계시네요. ㅋ 저도 그걸 보는 중 입이다. 아, 국정 역사교과서 얘기 나오네요. ㅎㅎ 사효나라 ㅋ

AgalmA 2017-06-01 21:06   좋아요 2 | URL
시간에 늘 쫓기니 멀티로ㅎ;
JTBC도 문제가 자주 보여 걸러 들으며 봅니다ㅎ;

북다이제스터 2017-06-01 21:10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 님 글에 객이 자꾸 글 남겨 정말 죄송히지만, 뉴스룸도 손석희도 객관적이지 않죠. ^^

겨울호랑이 2017-06-02 02:08   좋아요 1 | URL
^^: AgalmA님 말씀처럼 역사를 기록하는 이도 중요하지만, 역사를 만드는 이도 중요하지요. 우리 각자가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주체(主體)니, 우리 모두가 소중한 존재라 생각되네요. 밤에 늦게 끝나 뒤늦게 확인하니 AgalmA님과 북다이제스터님께서 jtbc뉴스룸을 요약해 주시고, 평가까지 해주셨네요. 덕분에 뉴스시간 아끼게 되었습니다.ㅋ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 2017-06-01 2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학교 다닐 때는 E.H. 카의 <역사란 무엇이가?> 가 필독서 였는데..
유지기의 <사통> 은 부끄럽게도 낯서네요..
1500년 전에 쓴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부제만으로도 그 무게감이 전해지네요

겨울호랑이 2017-06-02 02:13   좋아요 2 | URL
^^: 유지기 <사통>이 번역된 것이 2012년이니 비록 1,500년 전에 저술되었지만, 최근에 발굴된 책처럼 우리가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됩니다. 생각해보면 헤로도토스의 <역사>보다 사마천의 <사기>가.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보다 유지기의 <사통>이 보다 심도있게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을 볼 때, 동양의 지혜에 대해서도 우리가 관심을 좀 더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마천 2017-06-02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랫만에 들어본 이름이네요. 사통
이 책 까지 호랑이님 덕에 보게 됩니다
감사 ^^

겨울호랑이 2017-06-02 12:40   좋아요 1 | URL
^^: 사마천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형이상학 논고 대우고전총서 27
라이프니츠 지음, 윤선구 옮김 / 아카넷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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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이상학 논고 Discours de Metaphysique>는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 ~ 1716)의 저술 중 <인식, 진리 그리고 관념에 관한 성찰>, <형이상학 논고>, <제일철학의 개선 및 실체의 개념에 대하여>, <자연, 실체들의 교통 및 영혼과 육체 사이의 결합에 관한 새로운 체계>, <동역학의 시범>, <자연과 은총의 이성적 원리>, <모나드론>의 7개 저술이 담겨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라이프니츠의 '실체'의 개념을 살펴보도록 하자.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 ~ 1650)가 '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는 철학 1명제로부터 출발한다면, 라이프니츠의 철학은 '신(神)의 실존'으로부터 개별 모나드의 실존으로 내려가게 된다.


1. 완전한 실체 : 신(神)


 먼저 정리해야할 개념이 '실재성'이다. 라이프니츠는 스콜라 철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스콜라 철학에서는 '실재성(realitas)'과 '완전성(perfectio)'는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라이프니츠 철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라이프니츠는 실재성은 '모순율'과 '가능성'을 충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재성은 조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정도(精度)를 가지게 된다. 현실적 존재는 신으로서 최고의 정도를 가지는 반면, 무(無)의 정도는 '0'이 된다. '무'와 '신' 사이의 정도를 가지는 것을 우리는 '관념(觀念)'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더이상 분할할 수 없는 관념이 바로 'monad'가 된다. 


 '라이프니츠에 의하면 실재성은 모순이 없는 적극적인 의미 내용이다. 모순되는 것은 생각할 수 없으므로 실재성의 첫 번째 조건은 내용이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라이프니츠는 여기에 중요한 실재성의 기준을 제시한다. 그것은 최고의 정도가 모순되지 않고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p339) -해제 中-


 라이프니츠에 따르면 모든 관념들은 그 자체로 실재성을 가지고 있으며, 실재성(완전성)의 크기에 따라 존재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무한한 존재인 신(神)의 실재성은 이처럼  '가능성'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지만, 유한한 존재들은 이러한 가능성만으로 실재할 수 없다. 존재가 본질에 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직 신(God)만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완전한 '실체 substance'가 된다.


 '완전성이 무엇인가를 식별하는 데에 적용할 수 있는 아주 확실한 특징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예를 들어 수나 도형의 본질과 같이, 최고의 정도가 불가능한 형상들 formes 또는 본성들 natures은 완전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수들 중에서 가장 큰 수(또는 모든 수의 갯수)는 모든 도형들 중에서 가장 큰 도형이라는 말과 마찬가지로 모순을 포함하지만, 가장 큰 지식과 능력은 어떠한 불가능한 것도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의 무한한 지혜를 소유하고 있는 신은 형이상학적인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의미에서도 가장 완전하게 행위하며...'(p30) <형이상학 논고>中


 '나는 신이 행한 것은 최고로 완전한 것이 아니고 신은 훨씬 더 잘 행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감히 주장하는 많은 근대인들의 견해에도 동의할 수 없다.'(p34) <형이상학 논고>中


 '신이 가능하다면, 그는 필연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기 위하여 단지 가능성 또는 본질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실제로 신적인 본성의 탁월한 특권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Ens a se(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부르는 것이다.'(p96) <형이상학 논고>中


2. 라이프니츠의 실체 : 모나드(Monad)


 라이프니츠의 실체는 '모나드(Monad 單子)'다. 이들 모나드는 단순한 실체이며, 분할 불가능한 연장과 형태가 없는 '관념'이다. 그리고, 이들 관념은 '창(窓)이 없기' 때문에 오직 개별적으로 '신과 관계'를 맺으며 존재한다.


 '신은 그가 우주에 대하여 갖는 상이한 관점에 따라 다양한 실체들을 산출한다. 그리고 한 실체에 발생하는 것이 그들이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함이 없이 다른 모든 실체에 발생하는 것과 일치한다는 것은 신의 중재를 통하여 모든 실체의 고유한 본질이 된다.'(p68) <형이상학 논고>中


 '우리가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모나드는 복합된 것 안에 있는 단순한 실체에 다름 아니다... 복합된 것이 존재하므로 단순한 실체들이 존재하지 않으면 안된다... 부분이 없는 곳에서는 연장도, 형태도 또한 분할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나드들은 자연의 진정한 원자이고, 간단히 말하면 사물의 요소이다.'(p251) <모나드론> 中 

 

 '모나드들은 단지 한번에 생성되거나 소멸될 수 있다고, 즉 그들은 단지 창조를 통해서만 생성되고 파괴를 통해서만 소멸된다고 말할 수 있다... 하나의 모나드가 어떤 다른 피조물에 의해 그의 내부에 영향을 받거나 변화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나드들은 어떤 것이 그 안으로 들어가거나 그 안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창문을 가지고 있지 않다.'(p253) <모나드론> 中

 

 이들 모나드는 주어(主語)형태로 존재하며, 이들에 대해 서술될 수 있다. 이는 '주어는 술어에 의해 설명된다'는 내용으로 정리되며, 러셀(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 1872 ~ 1970)의 기술론(descriptive theory)을 연상시킨다. 다만, 러셀이 기술론을 통해서 주어가 존재(existence)할 수 없음을 밝힌데 반해, 라이프니츠는 모나드의 속성으로서의 '기술(서술)'을 의미하는 한계를 가진다.


 '관념이나 사물의 정의로부터 도출되는 것은 그 사물에 대하여 진술될 수 있다. 존재는 신, 즉 우리가 그보다 더 큰 것을 생각할 수 없는 가장 완전한 존재의 관념으로부터 도출된다. 따라서 신에 대해서 존재가 진술될 수 있다. 그러나 이로부터 실제로는 단지 다음과 같은 내용만이 도출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신이 가능하다면, 이로부터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도출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 정의가 실질적 정의라는 것을 또는 그것이 모순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그것을 추론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p17) <인식, 진리 그리고 관념에 관한 성찰> 中


 '모든 참인 진술은 사물의 본성 안에 그 근거를 갖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한 명제가 동일명제가 아닐 때, 즉 술어가 명시적으로 주어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 때, 그것은 잠재적으로 그 안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주어의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술어가 그 주어에게 귀속됨을 또한 판단할 수 있도록, 주어 개념은 항상 술어 개념을 포함하여야 한다.'(p48) <형이상학 논고>中


3. 신(God)과 모나드(Monad)의 관계


 그리고, 신은 조화 가능한 모든 모나드들의 지각을 예견하고, 모나드의 지각에 상응되도록 모나드들을 배열하게 되며(예정조화설豫定調和說), 항상 최선의 것을 추구하도록 우리 의지를 규정( the best possible world)한다. 그렇지만, 인간은 자유의지(自由意志)에 따라 선택하기 때문에 신의 뜻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신이 유한한 실체들을 전체에 순응하도록 미리 조정하여 창조하였기 때문에, 유한한 실체가 다른 실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다른 실체의 표현 정도가 감소할 때 자신의 표현정도가 증가하는 것 외에 다름이 아니다.'(p72) <형이상학 논고>中


'신은 그의 의지를 어떤 특별한 관점에서 표현하거나 모방함으로써 의지가 항상 그에게 좋아 보이는 것을 추구하도록 섭리하였다. 이러한 결정을 통하여 신은 우리의 의지를 강제함이 없이, 우리 의지에 최선으로 보이는 것을 선택하도록 우리의 의지를 규정한다.'(p111) <형이상학 논고>中


  라이프니츠의 존재론은 '신(神)의 존재'로부터 개별 모나드(單子)의 속성을 밝히는 것으로 진행된다. 그의 철학은 스콜라(Schola) 철학을 바탕으로 했으며, 초기 교부인 아우구스티누스(Sanctus Aurelius Augustinus, 354 ~ 430)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구체적으로, 라이프니츠는 실재성의 소극적 성질과 관련하여 '차가움은 뜨거움의 소극적 성질'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악(惡)을 선(善)의 결핍'으로 판단한 아우구스티누스의 '결핍론'과 통한다. 또한, 인간의 '자유의지' 사용과 관련해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자유의지론>, 신들을 닮은 모나드의 왕국을 '신국(神國)'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동저자의 <신국론>의 내용과 연결된다. 이러한 이유로, 라이프니츠 철학 이전에 기독교 철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라이프니츠 철학은 존재론적인 면에서는 현대의 러셀의 '기술론'과 맞닿아 있을 만큼 시대에 앞선 철학이기도 하지만, 실체론에 있어서는 중세(中世) 기독교 철학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 역시 존재한다. 중세의 한계와 현대의 가능성을 그 사이에서 보여준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통해 사상(思想)의 발전(發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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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7-05-30 1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웅, 어려워요~--;
저는 님의 리뷰로 갈음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__)

겨울호랑이 2017-05-30 16:53   좋아요 1 | URL
제가 정리를 잘 못해서 어렵게 느끼신 듯 합니다... 쉽게 쓰려고 하는데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네요.. 다음에는 잘 정리해 보겠습니다. 양철나무꾼님 감사합니다^^:

sslmo 2017-05-30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헛~, 아닙니다~!
님은 충분히 잘 정리해주셨고,
덕분에 제가 어려워라 하는 분야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습니다.
님의 것이 그렇다는게 아니라, 제가 어려워 하는 분야라는 말이었습니다.
덕분에 정리되었는걸요, 제가 완전 감사드려야 하죠~^^

연의 어린이는 더운데 잘 지내나요?^^

겨울호랑이 2017-05-30 17:04   좋아요 0 | URL
네^^: 사실 저도어려워서 여러 차례 본문 수정을 했습니다. 그래서제가 잘 이해 못해 어렵게 느끼신 듯하여 추후 수정, 보완리뷰를 생각하고 있습니다...연의는 하루가 다르게 쑥 커나갑니다. 이젠 제법 어린이 티가 나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양철나무꾼님 건강에 유의하시고 하루 마무리 즐겁게 하세요.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5-30 2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철학 논쟁이 일정 부분 증명이 힘든 내용에 있기에 논외로 한다면, 철학 논쟁의 백미는 논리 형식에 있는 거 같습니다. 라이프니치의 형식 논리에 big jump가 ‘따라서‘ 앞뒤에 있었는지 살펴본 재미가 있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5-30 23:13   좋아요 2 | URL
라이프니츠 저술의 원문이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만연체‘로 서술된 면이 있었습니다. 제가 편집한 부분이 북다이제스터님께 논리상의 비약으로 비춰진 것은 아닌지 다소 염려가 되네요...

북다이제스터 2017-05-30 23:24   좋아요 2 | URL
‘신은 그의 의지를 어떤 특별한 관점에서 표현하거나 모방함으로써 (따라서) 의지가 항상 그에게 좋아 보이는 것을 추구하도록 섭리하였다‘에서 자연스러운 자연을 창조한 신이 ‘특별함‘과 부자연스러움으로 뜻을 표출하고 섭리한다는 것이 ‘따라서‘ 앞뒤에 잘 연결되지 않습니다. 논리 형식 오류로 보입니다, 내용과 뜻과 상관없이요. ^^

겨울호랑이 2017-05-30 23:43   좋아요 2 | URL
제 리뷰에 누락된 부분에 대해 북다이제스터님께서 짚어주셨네요^^: 라이프니츠는 완전한 신이 자신의 의지(선의지)를 개체들에게 ‘조명‘처럼 비추며 인도하지만, 결코 개체들의 ‘자유의지‘를 침해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의 뜻은 ‘신국‘에서, 자유의지를 가진 개체들의 세계는 ‘자연의 세계‘에서 각각 분리되어 있으나 이들의. 두 세계의 관계 역시 신의 예정조화로 질서를 유지한다고 라이프니츠는 주장합니다만... 저 역시 깊이 와닿지는 않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 제 리뷰의 부족한 부분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5-30 23:44   좋아요 1 | URL
더 어려운 얘기입니다. ㅠㅠ
개체들은 자유의지가 원래 없는 존재라고 신경생리학자들이 밝혔다고 하는데...ㅠㅠ

겨울호랑이 2017-05-31 00:01   좋아요 2 | URL
네.. 우리가 ‘원자모형‘에 익숙해서 모나드를 ‘원자‘라는 개념으로 쉽게 생각하게 되는데, 모나드를 쉽게 ‘명사‘로 생각하시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되실 듯 합니다.. 예를 들면, ‘산소‘, ‘카이사르‘ 같은 관념이 모나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물질적인 ‘수소‘는 연장(extensión)을 가지고 있으므로 모나드가 아닌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만... 많이 어렵습니다..ㅜㅜ

AgalmA 2017-06-03 21:21   좋아요 2 | URL
북다이제스터님 신경계 자유의지에 대해 강한 믿음이 있으신 거 같은데
˝우리가 자유의지를 실행하는 것은 최초의 의향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발생한 후에 그것을 거부하거나, 그것에 동참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에 대한 반응에 의해서이다.(benjamin libet) p56˝ <가상계>
이런 생각은 어떠신지. 여울님 서재글에서 봤지요. http://blog.aladin.co.kr/yeoul/9347129
간혹 저는 자유의지를 신경계 우연적 충돌로 환원하는 주장에서 모든 것을 신의 주사위로 말하는 것과 동일한 느낌을 받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4 00:04   좋아요 1 | URL
^^: 여울님과 AgalmA님의 글을 지금 읽었네요. ‘자유의지‘라는 문제에 대해서 라이프니츠와 스콜라 철학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신‘ 은 창조의 주체로서 능동적 존재, ‘인간‘은 창조된 피조물로서 수동적 존재라는 인식이 놓여있고, 그위에서 자유의지 문제가 언급이 됩니다. 그렇게 볼때, 라이프니츠가 말한 ‘자유의지‘ 문제는 놓여진 상황에 대한 일종의 ‘대응‘ 성격이 강하다고 여겨지네요. 주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선택지 역시 제한적이었으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자유의지는 일종의 ‘선택의 자유‘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자유의지‘를 가진 능동적인 존재로서 인간을 바라보는 현대 과학 철학과는 같은 단어, 다른 의미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제 짧은 의견입니다. 북다이제스터님과 AgalmA님 그리고 여울님 덕분에 보다 깊이 생각해 수 있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일깨워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AgalmA 2017-06-03 22:15   좋아요 2 | URL
여울님도 말씀하셨지만(남의 서재에서 이거참ㅎ;..)
신경계와 자유의지는 매우 미묘한 관계입니다.
이 책 주장에 따르면, 신경계는 ‘초기 발생의 작용이자 표현이자 경향성‘이라고 할 수 있죠. 그것들은 육체에게 ‘사유의 개정‘을 요구합니다. 즉 그것들을 실행하지 않을 시 가상성으로 그냥 끝날 수 있다는 말이죠. 다시 초기 전제로 돌아가 만약 행동으로 현실계가 되었을 때 그것은 신경계의 강렬함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연속적인 사고와 반응(동참, 거부)이 뒤따르게 됩니다. 이 모든 걸 신경계로 다 설명하지 못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신경계로 인한 반복적 행동이 다수 있더라도 예외성(이것까지 신경계 작용으로 설명하려 들고 있지만)을 신경계의 돌연변이 증상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는 거죠.
저는 지금 어떤 인간적 우위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양쪽의 가능성과 의심스러움을 더 생각해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6-04 0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이 말씀하신 모나드와 연장을 전 추상성과 구체성으로 이해했는데요. 추상성이 구체성을 포괄한다고 하지만 그 추상성이 개별 구체성을 포괄한다는 것에 언제나 한계가 있단 뜻으로 보입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7-06-04 00:37   좋아요 1 | URL
아갈마 님 말씀을 제가 잘 이해하지 못 했다는 전제 하에, 자유의지는 동참과 거부 행위의 사후 합리화 과정이라고 이해됩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7-06-04 00:36   좋아요 1 | URL
그리고 자유의지는 선택의 자유를 포함하여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하는 모든 착각 행위를 포괄하는 것 같습니다.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 은 - 순간의 꽃-


시(詩)는 압축적인 표현으로 시인과 독자가 만나는 문학이라 개인적으로 어렵게 다가오는 문학입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가 시인이 의도한 바와 같은지, 내가 시인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머리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시가 가슴까지 내려가기전 머리에 맴돌다 빠져가는 느낌이 드네요. 지금껏 많은 시를 읽지 못했지만, 시인이 그리고자 하는 세계(世界)에 제가 다가가지 못하는 벽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봤습니다. 여러가지 장벽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두 장벽을 시와 함께 정리해 봅니다.


1. 언어(言語) 장벽

 

시인(詩人)이 사용하는 시어(詩語)는 의미가 함축적이고, 여러 의미를 담기도 하며, 그 자체로 리듬을 만들기도 합니다. 어떤 시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기도 하지만, 특히 외국 시인인 경우 보다 높은 언어 장벽을 만나게 됩니다.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 ~1616)의 sonnet 14의 영어원문입니다.


Not from the stars do I my judgement pluck,

And yet methinks I have astronomy,

But not to tell of good or evil luck,

Of plagues, of dearths, or season's quality;

Nor can I fortune to brief minutes tell,

Pointing to each his thunder, rain, and wind,

Or say with princes if it shall go well

By oft predict that I in heaven find.

But from thine eyes my knowledge I derive,

And, constant stars, in them I read such art

As truth and beauty shall together thrive

If from thyself to store thou wouldst convert :

or else of thee this I prognosticate,

Thy end is thruth's and beauty's doom and date. (p409)


 영문 시는 제게 외국어(外國語)라는 언어의 한계 때문인지 어렴풋하게 내용이 다가옵니다. 마음 깊이 아름다움을 느끼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래 번역시가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나는 별들에게서 판단을 얻으려 하지 않노라.

그러나 내겐 점성술이 있다고 생각한다.

운의 길흉을 말하려 함도 아니요.

질병 기근 계절에 대하여 말하려 함도 아니라.

또 개개인의 생에 오는 풍우 뇌성을 

그 시각까지 예시할 수도 없고,

또는 하늘에서 자주 나타나는 전조를 보고

경사스러울 것을 왕후에게 고하려 하지도 않노라.

그러나 나는 그대의 눈으로부터 지식을 얻고,

불멸의 별 그 눈 속에서 이런 것을 읽었노라.

'그대 회심하여 자신의 공급자가 된다면,

진(眞)과 미(美)는 같이 번영하리라'고.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예언하리라.

'그대의 죽음은 진과 미의 종말이라'고.(p23)


 외국 작가의 작품인 경우 원전(原典)을 통해 보다 깊이있게 다가가고 싶지만, 지금 현재 언어적 장벽을 포함한 문화적 장벽은 제가시를 즐기게끔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2. 지식(知識) 장벽

 

 대부분의 시가 가슴을 적신다면, 어떤 시는 머리로 읽어야 하는 시도 있습니다. 이 상(李 箱, 1910 ~ 1937)의 <운동>과 같은 시가 그렇습니다.


運動(운동)


一層(일층)우에있는二層(이층)우에있는三層(삼층)우에있는屋上庭園(옥상정원)에올라서南(남)쪽을보아도아무것도없고北(북)쪽을보아도아무것도없고해서屋上庭園(옥상정원)밑에있는三層(삼층)밑에있는二層(이층)밑에있는一層(일층)으로내려간즉東(동)쪽으로솟아오른太陽(태양)이西(서)쪽에떨어지고東(동)쪽으로솟아올라西(서)쪽에떨어지고東(동)쪽으로솟아올라西(서)쪽에떨어지고東(동)쪽으로솟아올라하늘한복판에와있기때문에時計(시계)를꺼내본즉서기는했으나時間(시간)은맞는것이지만時計(시계)는나보담도젊지 않으냐하는것보담은나는時計(시계)보다는늙지아니하였다고아무리해도믿어지는것은필시그럴것임에틀림없는고로나는時計(시계)를내동댕이쳐버리고말았다


 시 전체가 한 문장으로 연결된 이 시는 해설없이는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전집에서 설명한 시의 해설 부분을 살펴봅니다.


 '해설 : 이 작품에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와 관련된다. 시적화자는 1층에서 3층 옥상을 오르내리면서 동서남북의 방향을 헤아리고 태양의 고도와 움직임의 방향을 가늠해본다. 그리고 태양이 하늘의 한복판에 와  있는 순간에 자신의 위치를 헤아려보게 된다. 공간 속에서 고도(상하), 위도(남북), 경도(동서)라는 세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자신의 위치를 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p245)


  해설을 통해서 <운동>이라는 시가 물리학 법칙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먼저 시의 배경지식인 상대성(Relativity) 이론입니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의 <상대성 이론> 중 시와 연관된 '시계실험'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측이지만, 천재(天才) 이 상이 아래의 실험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관측자는 시계와 측정자를 가지고 원판 위에서 실험할 수 있다. 이 정의들은 관측에 근거한다. 이 실험에서 관측자는 무엇을 경험하게 될까? 실험을 시작하기 위해 원판 중앙과 모서리에 동일한 시계를 하나씩 놓았다. 이 시계들은 원판에 대해서 모두 정지해 있다.... 기준 좌표계에서 보면 모서리에 있는 시계는 원판 중앙에 있는 시계보다 느리게 간다... 원판에서 또는 일반적인 모든 중력장에서 시계가 놓인 위치에 따라 시계는 빠르게 가기도 하고 느리게 가기도 한다. 이렇기 때문에 기준 좌표계에 관해서 정지해 있는 시계를 가지고 시간의 정의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p85)


  이러한 상대적 시간 속에서 시인은 공간적 운동을 노래합니다. 작품에 대한 수리철학적 해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시(詩)는 화자의 수직운동과 태양과 시계의 회전운동을 노래한다. 태양이 양(positive)의 방향으로 운동하고 있는 동안에 시계는 그 대립인 음(negative)의 방향으로 운동한다(p215) ... 이 시의 회전운동은 태양이 동(東)에서 서(西)로 양(+)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안에 시계는 반대로 음(-)의 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리고 태양이 한 바퀴 회전하는 동안에 시계는 바쁘게 2바퀴를 회전해야만 한다. 정오의 시각만이 태양과 시계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일치하는 유일한 곳이다. 또한 그곳은 화자의 시선과도 일치한다. 그러므로 3방향의 운동이 동시에 일치하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에 시간이 멈춰버린 것이다.'(p218)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의 교점, 태양과 시계와 화자의 교점이 시간적으로는 '정오'에서 공간적으로는 '옥상'에서 형성됩니다. '시계를꺼내본즉서기는했으나'라는 구절을 통해 시인의 시계는 정지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정지된 시계'를 통해 시간의 정의를 얻을 수 없습니다. 결국 화자는 쓸모없는 시계를 '내동댕이쳐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 <운동 運動>의 내용인듯 합니다.(이 내용과 '자아분열'이 연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를 마음으로 느끼기 전에 겪는 이러한 언어적(또는 문화적) 장벽, 지식 장벽외에도 다른 여러 장벽이 있기에 아직 시는 제게 어려운 분야입니다. 이런 장벽에 걸려 시가 머리에서 차마 가슴까지 내려가기 전 증발해 버리고 말지만, 작가와 좀 더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는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 상의 시를 읽고 나니 문장도 괜히 길어집니다..) 앞뒤없이 시를 멀리하는 자신을 합리화시켰네요... 보다 쉬운 시(詩)도 많으니 다른 작품으로 접근하는 편이 더 나을 듯 합니다.ㅋ 


이웃 여러분, 시(poem)와 함께 즐거운 일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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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8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8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8 17: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상의 시 한 편 읽기 위해서 이 시를 연구한 학술 논문 한 편을 먼저 읽어야합니다.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5-28 17:41   좋아요 1 | URL
그래야할 것 같네요. 많이 어렵다는 느낌이 듭니다^^

AgalmA 2017-05-28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상 시와 상대성이론을 비교한 논점이 멋집니다^^b 수학과 과학을 늘 대입해보는 겨울호랑이님 특징이죠ㅎㅎ

겨울호랑이 2017-05-28 21:46   좋아요 2 | URL
^^: 에고. 이 상 전집에 ‘상대성 이론‘이 나와있어서요... 생각해보면 꼭 고등학교 때 국/영/수를 못한 애들이 사회 나와서 국/영/수를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꼭 군대 안 다녀온 애들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경우와 마치 비슷한 것 같군요..ㅋ

AgalmA 2017-05-28 22:11   좋아요 2 | URL
영/수는 아직도 제 恨이죠ㅎ;;
음...제가 군대를 안 다녀와서 양성 병역 의무제 찬성하는 지도요ㅡ,.ㅡ 지금 가라고 한대도 가긴 갈 거라는.
다만 국가 착취 구조로 운영되는 지금 시스템이 병역 문제를 남녀 성대결로 만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5-28 22:15   좋아요 2 | URL
^^: 여성의 군 복무가 필요하다면 여성에게도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헌법의 정신에 부합하겠지요. 다만 현재 지상군 중심의 한국군 체제에서 여성징병제는 수용할만한 여건도, 필요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평화 정착이후 단계적으로 지원제로 가야겠지요.^^:

AgalmA 2017-05-28 22:21   좋아요 2 | URL
인구 축소와 기술 발전화로 어차피 군대는 인적 자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수순이죠. 이미 지금 전쟁 양상도 지상군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니까요. 거의 날마다 군대내 위계적 성폭력 문제가 자주 터지니 여성 병역을 기피하게 만든다는 게 문제죠.

겨울호랑이 2017-05-28 22:26   좋아요 2 | URL
네 AgalmA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육군 위주로 운용되는 현 상황과 일본제국군의 구태를 벗은 군 제도 개혁. 그런 후 인적쇄신이 한국군의 선결과제라 생각되네요.. 군 기득권 세력 교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겨울호랑이 2017-05-28 22:43   좋아요 1 | URL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여성에게도 병역 의무를 부과해야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경우, 여성은 군복무 대신 사회적 약자돌봄과 같은 대체 의무 부과가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마립간 2017-05-29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의 병역 의무에 대한 대체 복무는 실현 장벽이 별로 없기에 논의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여성이 병역 의무를 하지 않는 것이 선천적 이유가 더 큰지, 아니면 후천적 이유(사회적 환경)가 더 큰지 고민되지만 저는 잠정적으로 전자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5-29 11:17   좋아요 0 | URL
저도 여성의 병역 문제가 이슈가 될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향후 인공지능의 발전 등으로 ‘전투‘보다 ‘전략‘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에는 이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신체 능력이 전쟁 수행 능력과 직결되는 과거와 전쟁 양상이 달라진다면, 이에 따른 제도 변화도 이야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2017-05-29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30 0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9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30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오케스트라(Orchestra)


 '오케스트라에는 20여종의 악기가 동원되죠. 그러니 오케스트라를 위해서 작곡가가 그리거나 지휘자가 읽는 악보는 필연적으로 20여개의 보표들을 포개놓을 수 밖에요.'(p88)



 [그림] 오케스트라용 악보 (출처 : http://blog.daum.net/peturuslee/6008528)


 '악기 그룹들이 병치된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4번>에서 3악장 스케르초를 들어볼까요? 여기서는 오케스트라의 세 개 악기 그룹들이 교대로 부각됩니다. 우선 현악기 5종의 피치카토가 나오고요, 이어서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의 목관악기 그룹이 부상하죠. 그 뒤를 호른, 트럼펫, 트롬본의 금관악기 그릅이 이어받고 여기에 목관악기 그룹이 가세합니다. 그리고 다시 현악기 5종의 피치카토죠. 마지막으로 이 그룹들이 모두 합쳐졌다가 분리되면서 끝납니다.' (p90)



 '로장탈씨, 오케스트라를 마주할 때면 어떤 기분인가요?... 아주 인간적인 감정이랄까요.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상대와의 만남이 그렇듯 조금은 두려운 감정이 듭니다. 왜냐하면 오케스트라는 정말로 한 사람과도 같고 오케스트라마다 그 사람됨이 각기 다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오케스트라마다 다른 방법을 써서 다가가고, 감동시키고, 청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p94)... 상황이 악화되면 예술가들의 예민함이 다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지 않죠. 어떤 악기를 다루느냐에 따라서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다 다르니까요... 그러니까 첼로 연주자가 틀렸다고 해서 그 대목을 트럼펫까지 같이 한번 더 하라고 하면 안 됩니다.'(p97)


2. 하프시코드(Harpsichord)


 '하프시코드는 피아노의 조상이 아니라는 거예요... 이 두 악기의 기원은 하프의 기원만큼이나 까마득한 옛날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자, 스피넷과 하프시코드는 키타라처럼 현을 퉁겨서 소리를 내는 발현악기 撥絃樂器에요. 반면에 클라비코드와 오늘날의 피아노는 헝가리의 심발론처럼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타현악기 打絃樂器입니다.'(p100)


 '현을 뜯어서 나는 소리는 짧고 날카로워요. 이론적으로는 소리의 세기에 변화도 없죠. 하지만 현을 때려서 나는 소리는 울림이 꽉 차 있는 느낌이죠.'(p100)



'아주 물리적으로만 말하자면 "표현 Expression" 이라는 단어는 소리를 부풀리거나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하죠. 이렇게 보자면 하프시코드는 표현력이 있는 악기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음악에는 더 넓은 의미의 "표현"이 있죠. 음악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미묘한 차이들을 아우르는 표현 말입니다. 템포의 미묘한 변화, 강약의 변화, 악상 달기, 건반의 터치에서 비롯되는 음색과 음량의 변화도 있죠.'(p108) 


하프시코드가 다른 건반악기인 피아노와 오르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Bach의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 565>를 통해 확인해 봅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에 좋아하는 연주곡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버전이 가장 마음이 드네요. 악기의 우위보다는 연주되는 장소와 곡(曲)에 따라 개인의 선호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있다고 하니, 이웃분들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고 즐거운 5월 마지막 일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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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8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8 0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H. 탈러 &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넛지 Nudge :  1.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2. 주의를 환기시키다. 3.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by 탈러 & 선스타인)


 <넛지 Nudge>라는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여름 휴가 때 들고간 책으로 기사에서 소개된 후였다. 출판 당시 화제가 되었던 이 책에서 전달하는 메세지는 간결하고 분명하다.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보다 바람직한 결론을 끌어내라.' 는 결론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내게 많은 여운을 남겼던 기억이 난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지에 들고갔었던 책이 2~3권이 넘었던 것 같은데, 유독 이 책만이 기억에 남았을까.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책은  부드러운 개입 그 이상(以上)의 것을 의미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관련기사]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9091379511


1. 자유주의적 개입


  넛지에 대한 저자들의 설명은 '자유주의적 개입'으로 요약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하고 편향된 존재이기 때문에 부드러운 개입(자유주의적 개입)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 "자유주의적"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바를 행할 수 있으며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바람직하지 않은 대안은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나타낸다... "개입주의"라는 말은,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더 건강하고 더 나은 삶을 살게 만들기 위해 선택 설계자가 그들의 행동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을 나타낸다.'(p20)


 '넛지는 선택설계자가 취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넛지 형태의 간섭은 쉽게 피할 수 있는 동시에 그렇게 하는 데 비용도 적게 들어야 한다.'(p21)


  '많은 연구결과가 인간의 예측이 불완전하고 편향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수많은 이유로 인해 현상을 유지하거나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 지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선택되는 옵션. 기본값)을 따르려는 강한 성향을 갖는다.'(p24)


 여기서 '바람직한 방향의 결정자가 누구인가?'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넛지>에서 방향의 결정자는 '선택설계자'로 정의된다. 선택설계자는 넛지를 행하는 주체(主體)이며, 넛지의 방향성과 강도를 결정하는 존재다. 때문에, 선택설계자의 역할은 <넛지> 내에서 매우 중요하다. 책의 본문에서 선택설계자를 살펴보자.


2. 선택설계자


 '캐롤린 같은 사람을 우리는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라고 부른다. 선택설계자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배경이 되는 "정황이나 맥락"을 만드는 사람이다.'(p16)


  '캐롤린과 애덤은 급식 메뉴에 변화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음식의 진열이나 배열만 바꾸는 것으로 과연 학생들의 음식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해보자는 아이디어다... 슈퍼마켓 진열대를 설계해본 경험이 있는 애덤은 이 실험의 결과가 매우 놀라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단지 구내식당의 음식을 재배열하는 것만으로도 특정 음식의 소비량을 무려 25%씩이나 올리거나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p14)


 적은 비용으로도 선택설계자의 의도가 반영될 수 있다면, 이는 '효과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정치인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넛지>의 예시에서 '구내식당의 음식' 대신 '선거의 후보자'를, '특정 음식의  소비량' 대신 '선택'을 대입해도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우리는 넛지의 정치적인 활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3.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넛지> 책말미에서 저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와 캐스 R.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은 특정 정책이나 방침을 디폴트 옵션으로 설정하여 선택 설계자가 의도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타성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힘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특정한 정책이나 방침이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되면, 민간의 기업이나 공공 부문의 관리자들은 그것을 디폴트 옵션으로 설정함으로써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p25)


 <넛지>에서는 선택설계자가 어느 분야에서 의도를 가지고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 연금시스템, 의료보험 프로그램, 결혼제도 등 사회 전반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하는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넛지>에서 말한 '부드러운 개입'이 우리 사회에서는 '노골적인 개입'으로 적용된 것은 아니었을까. '댓글부대' 또는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디폴트 옵션'을 통해 결정을 제한했던 지난 이명박-박근혜 9년간 어떻게 우리가 유도되었는가를 <넛지> 안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넛지>는 우리 사회에 '은근하게 통제된' 방법론을 제시한 부정정인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이 악의를 가지고 책을 저술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들은 책에서 넛지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충분히 경고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넛지>의 부정적인 영향은 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포스(Force)의 어두운 측면'에 빠져 '다스 베이더(Darth Vader)'가 되버린 이들의 문제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사람이 문제라는 것은 여러 곳에 해당되는 말인듯하다.

 

 '넛지를 가하는 사람들의 무능력과 이기적인 거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넛지를 가하는 사람들이 무능력하다면, 그들은 사람들의 선택을 좋은 방향이 아닌 해로운 방향으로 이끌수도 있다. 그리고 이기적인 거래를 할 위험이 높다면, 넛지를 가하려는 시도를 경계하는 것이 옳다.'(p364)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 역시 "정황 또는 맥락(context)"의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한 영향력은 더 나은 쪽으로도 혹은 더 나쁜쪽으로도 행사될 수 있는 것이었다.'(p14)


 지난 2010년 <넛지>를 읽고 거의 7년 만에 다시 <넛지>를 펼쳐들었다. 오랫만에 <넛지>를 읽으면서 선의(善意)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좋은 내용이 선민사상(選民思想)과 무능력(無能力)을 만났을 때,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낳게 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넛지에 4번째 의미를 추가하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넛지 4. 권력 유지를 위한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개입 (by MB & 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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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7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7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7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론을 조종하려는 503번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노골적인 개입’이 박사모입니다. 요즘은 잠잠하던데, 아직 몰라요. 절치부심하고 있을 겁니다. 벌써부터 문통령 탄핵하자는 소리까지 나왔으니까요.

겨울호랑이 2017-05-27 19:46   좋아요 2 | URL
세상이 바뀌는 것보다 사람이 바뀌는 것이 어렵군요...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AgalmA 2017-05-28 21: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드러운 개입에는 젬병이라 you도 가능하다면 me도 가능~ 다같이 자유방임하자! 스타일인지도ㅎ;
자유주의적 개입과 선택설계자 같은 이론은 광고 전략으로 자주 쓰죠. 그래서 알게 모르게 우리는 지름신 강령을 받고ㅎ;

겨울호랑이 2017-05-28 21:42   좋아요 2 | URL
^^: AgalmA님은 아담 스미스의 뒤를 잇는 고전학파시군요! 말씀하신 대로 마케팅 전략으로 ‘넛지‘가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인간 심리를 활용한 전략에 넘어가지 않기가 어렵네요...가까운 예로 알라딘 사은품도 아주 좋은 넛지인듯 합니다..ㅋ

나와같다면 2017-05-28 21: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넛지는 악의적으로 활용되어선 안되고, 선한 방향으로 잘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급하신 것처럼 특히 권력 유지를 위해 노골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니까요..

겨울호랑이 2017-05-28 21:44   좋아요 2 | URL
나와 같다면님 말씀처럼 ‘공공의 이익‘을 빙자한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넛지‘가 악용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할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공공선임을 알아야할텐데요...

2017-05-29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30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10-10 0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Richard H.Thaler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경제학에서 인간의 심리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다시 생각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10-10 04:36   좋아요 1 | URL
^^: 나와같다면님 말씀처럼 수리, 계량경제학보다 심리학이 접목되면서 경제학이 보다 인간적인 학문이 된 것 같습니다. 저도 같이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