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까치글방 133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란 무엇인가? What is hitory?>는 E.H. 카(Edward Hallett Carr 1892 ~ 1982)가 1960년에 저술한 책이다. <역사란 무엇인가?>는 우리에게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역사에 대한 정의 定義로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내용은 일반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과연 <역사란 무엇인가?>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 이외에 중요한 내용은 없는 것일까? 이번 리뷰에서는 <역사란 무엇인가?>의 본문 내용을  통해 이 점을 살펴보려 한다.


1. 역사가와 그의 사실


 E.H.카에게 있어서 '사실'의 정확성만으로는 '역사 歷史'가 되기에 부족하다. 정확성은 '역사'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사실'이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역사가의 선택'이 필요하다. 역사가들은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을 종합적으로 '사유 思惟'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역사'로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사실은 역사로서 생명을 얻게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종류의 문제들이 제기될 때 "정확성은 의무이지 미덕은 아니다"라는 하우스먼(Housman, Alfred Edward, 1859 ~ 1939, 영국의 시인이자 고전학자)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어떤 역사가를 정확하다는 이유로 칭찬하는 것은 어떤 건축가를 잘 말린 목재나 적절하게 혼합된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집을 짓는다는 이유로 칭찬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그의 작업의 필요조건이지만 그의 본질적인 기능은 아니다.'(p21)


 '역사가는 필연적으로 선택을 하게 된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딱딱한 속알맹이가 객관적으로 그리고 역사가의 해석과는 독립하여 존재한다는 믿음은 어리석은 오류이지만, 그러나 뿌리 뽑기는 매우 어려운 오류이다.(p23)... 배러 클러프 (G. Barraclough, 1908 ~ 1984, 영국의 역사가) 교수 자신도 중세사 연구자로서 소양을 쌓은 사람이지만, 그는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비록 사실에 기초하고는 있다고 해도, 엄격히 말하면 결코 사실 그것이 아니라 널리 승인된 일련의 판단들이다."라고 말하고 있다.(p26)... 그는 소수의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여 그것들을 역사의 사실로 전환시켜야 하고 이와 동시에 수많은 하찮은 사실을 비역사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추려내야 하는 이중의 임무를 가지고 있다.'(p27)


 '"모든 역사는 사유의 역사"이며, "역사란 사유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는 역사가가 그 사유를 자신의 정신 속에 재현하는 것"이다. 역사가의 정신 속에서의 과거의 재구성은 경험적인 증거에 의존한다... 그 재구성의 과정이 사실들의 선택과 해석을 지배한다. : 사실들이 역사적 사실들로 바뀌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p38)


 역사는 과거 사실에 대한 역사가의 해석을 통해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에,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에 상호관계로 의해 형성되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로 일차적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우리가 추가적으로 고려해야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역사가가 현재에 속하는 개인이라는 점이다. (아래 문단은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문단이지만, 전체 약 200페이지 중 약 25%에 해당하는 부분에 등장한다.)


 '역사가는 사실의 잠정적인 선택과 그 선택을 이끌어준 잠정적인 해석에서 출발한다. 그가 연구하는 동안 사실의 해석 그리고 사실의 선택 및 정돈 그 두 가지는 이러저러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미묘한 그리고 아마도 얼마간 의식되지 못하는 변화들을 겪는다. 그리고 이 상호작용에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상호관계도 역시 포함되는데, 왜냐하면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며 사실은 과거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a continous process of interaction between the historian and his facts, an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라는 것이다.'(p50)


2. 사회와 개인


 역사가는 한 사회에 속하는 개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추가적으로 '역사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현상(사회적 힘)에 대한 추가적인 고려를 해야한다. 역사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가지 사회적 요소 중 우리는 다음에서  '과학 科學'과 '도덕 道德'에 주목할 수 있다.


 '역사가는 알다시피 한 사람의 개인이다. 다른 개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역시 사회적 현상으로서,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산물인 동시에 그 사회의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대변자이다.'(p57)


 '첫번째 강연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 여러분은 역사를 연구하기에 앞서 역사가를 연구하라. 이제 나는 이렇게 덧붙이려고 한다 : 여러분은 역사가를 연구하기에 앞서 그의 역사적, 사회적 환경을 연구하라. 역사가는 개인이면서 또한 역사와 사회의 산물이다.'(p71))


 '역사는 이 말의 두 가지 의미에서 -역사가가 수행하는 연구와 그가 연구하는 과거의 사실이라는 두 가지 뜻에서 - 하나의 사회적인 과정이며, 개인은 그 과정에 사회적인 존재로서 참여한다... 과거는 현재에 비추어질 때에만 이해될 수 있다 ; 또한 현재도 과거에 비추어질 때에만 완전히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이 과거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현재의 사회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증대시키는 것, 이것이 역사의 이중적인 기능이다.'(p87)


3. 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


 과학은 정적 靜的인 것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 동적 動的인 것을 다루는 학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역사학 또한 변화를 다루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 가설을 세우고, 사실을 분석하여 자신의 가설을 검증한다는 측면에서 역사와 과학은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다윈의 혁명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다윈이 이미 라이엘(1787 ~ 1875 영국의 지질학자)에 의해 지질학에서 시작된 것을 완성시키는 가운데 역사를 과학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과학은 더이상 정적이고 초시간적인 어떤 것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발전의 과정을 다루는 것이 되었다.'(p90)


 '(과학적 방법)의 결과는 동일한 장소로 되돌아 가는 것이 아니라, 원리와 사실 사이의, 이론과 실천 사이의 상호작용 과정을 거쳐 새로운 발견으로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유는 관찰에 기초하는 일정한 전제를 받아들이게 마련인데, 그 전제는 과학적 사유를 가능케 하지만 그 사유에 비추어 수정되지 않으면 안된다.'(p94)


  '오늘날 과학자나 역사가 모두 보다 겸손한 희망, 즉 자신의 해석을 매개로 하여 사실을 분리하고 그 사실로써 자신의 해석을 검증하는 가운데 하나의 단편적인 가설로부터 또 하나의 단편적인 가설로 점진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 그러므로 나에게는 그들이 일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는다.'(p97)


 반면, 역사는 특수한 것을 다루고, 교훈을 주지 않으며, 예견할 수 없고, 주관적이며, 도덕적인 사항을 포함한다는 면에서는 과학과는 다른 점이 있다. 역사가는 역사 연구에 있어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되 이러한 차이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강조되는 '도덕'이라는 덕목은 역사적 의미가 있을 때에만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역사는 역사가 자신이 탐구 대상으로 객관화 될 수 없다는 점(역사의 주관성)에서 과학과 다르다. 그렇지만, 역사는 다른 과학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환경 상호관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는 과학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수학과 자연과학 사이에 또는 수학과 자연과학 영역 내의 상이한 학문분야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는 논의들을 고찰하고 싶다. 그 반론들은 이렇게 요약된다. (1) 역사는 오로지 특수한 것만을 다루며, 과학인 일반적인 것을 다룬다 ; (2) 역사는 교훈을 가르치지 않는다 ; (3) 역사는 예견할 수 없다 ; (4) 역사는 인간이 인간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므로 필연적이고 주관적이다 ; (5)역사는 과학과는 달리 종교와 도덕의 문제를 포함한다.'(p98)


 '역사가와 도덕가의 입장은 똑같은 것이 아니다. 헨리 8세는 나쁜 남편이면서도 훌륭한 왕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가는 그의 남편으로서의 자격이 역사적 사건에 영향을 미친 한에서만 남편으로서의 헨리 8세에게 관심을 가진다.'(p116)


 '역사가 과학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해 내가 말하고자 한 것을 요약해 보자. 이미 과학이란 용어에는 수많은 다양한 방법과 기술을 이용하는 다양한 지식 분야들이 포관되어 있으므로, 역사를 과학에 포함시키려고 하는 사람들보다는 역사를 배제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p129)... 내가 제안하려는 하나의 해결책은 우리 역사학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 역사학을 더욱 과학적으로 만드는 것,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요구사항을 더 엄격하게 제시하는 것이다.(p130) ... 과학자, 사회과학자, 역사가는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가 동일한 연구를 하고 있다 : 그것은 인간과 환경에 관한, 다시 말하여 환경에 대한 인간의 그리고 인간에 대한 환경의 영향에 관한 연구이다.'(p131)


4. 역사에서의 연관관계


 역사가가 역사의 원인을 단순하게 밝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역사가라면 역사적 결과에 대한 원인의 중요성(重要性), 관계성(關係性)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역사는 전통의 계승에서 시작되고, 전통은 과거와 미래의 연결을 의미한다. 이제 역사의 의미는 '과거-현재'에서 '과거-미래'로 확장된다.


  '원인의 문제에 대한 역사가의 연구방법의 첫번째 특징은 대체로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여러 가지 원인들을 제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왜 1917년에 러시아에서는 혁명이 발생했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오로지 하나의 원인만을 제시한 수험생은 운이 좋아야 C학점을 받을 것이다.(p136)... 이 질문에 대하여 한 다스나 되는 러시아 혁명의 원인들을 차례로 열거하고 나서 그것으로 그만두는데에 만족하는 수험생은 B학점을 받을 수는 있겠으나 A 학점을 받기란 어려울 것이다... 진정한 역사가라면 자신이 수집한 원인들의 목록을 앞에다 놓고서는 그것을 정리해야 한다든가, 일정한 위계질서를 수립해야한다든가, 궁극적인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는 직업적인 강박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p137)


 '역사는 전통의 계승에서 시작된다 ; 그리고 전통은 과거의 관습과 교훈을 미래로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기록은 미래의 세대를 위해서 보존되기 시작한다.'(p165)


5. 진보로서의 역사


  역사는 기본적으로 '진보 進步'한다. 생물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사회적 진보는 '획득형질'에 의해 시작된다. 역사가 진보한다는 면을 생각한다면 이제 역사의 정의는 다르게 내려질  수 있다. 역사란 '과거의 사건들과 미래의 목적들 사이의 대화'이며, 이러한 대화를 통해 역사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나는 진보(progress)와 진화(evolution)에 관한 혼란스런 생각부터 제거하고 싶다... 다윈의 혁명은 진화와 진보를 동일시함으로써 모든 혼란을 제거하는 것처럼 보였다 ; 자연도 역사와 마찬가지로 결국 진보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진화의 원천인 생물학적인 유전(biological inheritance)을 역사에서의 진보의 원천인 사회적인 획득(social acquisition)과 혼동함으로써 훨씬 더 심각한 오해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p171)


 '5,000년 전의 조상보다 현대인의 두뇌가 더 크지도 않으며 타고난 사고능력이 더 큰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인은 그동안의 여러 세대의 경험을 습득하여 그것을 자신의 경험에 합체시킴으로써 사고의 유효성을 몇 배나 증가시켜왔다. 생물학자들이 거부하고 있는 획득형질(獲得形質, acquired characteristics)의 전승이야말로 사회적 진보의 바로 그 기초인 것이다.'(p172)


 '그러므로, 내가 지난번 강연에서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이야기했을 때, 나는 오히려 역사란 과거의 사건들과 서서히 등장하고 있는 미래의 목적들 사이의 대화라고 말했어야 했을 것이다. 역사가의 과거에 대한 해석, 중요한 것과 적절한 것에 대한 선택은 새로운 목표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는 미래의 목적들 사이의 대화라고 말했어야 했을 것이다. 역사가의 과거에 대한 해석, 중용한 것과 적절한 것에 대한 선택은 새로운 목표들이 서서히 출현함에 따라서 발전하게 된다.'(p186)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나는 진보를 "역사서술의 기초가 되어야할 과학적인 가설"이라고 본 액턴의 설명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우리가 어딘가로부터 왔다는 믿음은 우리가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믿음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미래의 진보능력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사회는 과거의 진보에 대한 관심도 이내 포기할 것이다.'(p198)


 6. 지평선의 확대


  역사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의미있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들은 대담한 인간들의 자발적 도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시간의 경과를 자연적 과정 -계절의 순환이라든가 사람의 일생과 같은-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의식적으로 연루되고 의식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정한 사건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할 때, 역사는 시작된다.'(p200)


 '학문에서든 역사에서든 사회에서든, 인간사에서의 진보는 기존질서의 점진적인 개선을 추구하는 일에 스스로를 제한시키지 않고 현존질서에 대하여 그리고 그것이 의지하고 있는 공공연한 또는 은폐된 전제들에 대하여 이성의 이름으로 근본적인 도전을 감행했던 인간들의 그 대담한 자발성을 통해서 주로 이루어진 것이다.'(p229)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E.H.카는 역사는 '과거의 사실'에 대한 '현재의 역사가'의 해석에 의해 의미가 부여된다고 말한다. 또한, 역사가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역사는 당대의 사회와 관계를 맺게 된다는 점에서 다른 과학과 차이점을 가진다.  역사학자는 '역사'와 '과학'과의 몇 가지 차이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연구 자세를 통해 '새로운 미래의 목적'에 맞는 '과거 사실의 해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역사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미래의 목적을 향해 '진보'한다는 E.H카 자신의 역사관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를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로 정의한 것은 E.H.카 역사관의 출발이라 할 수 있다. 본문 전체 내용을 고려했을 때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역사가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역사 해석, 미래에 대한 낙관과 여기에 근거한 끊임없는 해석이라 생각된다. '역사의 진보'를 가정한 E.H.카의 역사관에 대해서는 여러 비판과 반론이 있겠지만, 이번 리뷰의 범위를 넘어선다 생각되기에, 이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자 한다. 다만, 이번 리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역사가 단순한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명제를 넘어서, '어떤' 내용의 대화가 '무엇을 위해' 이루어졌으며, '언제' 이루어지는 것인가를 우리 스스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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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06-11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어요.

겨울호랑이 2017-06-11 14:45   좋아요 1 | URL
^^: mussun09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일요일 보내세요^^:

초딩 2017-06-11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ㅜㅜ 첫 부분만 읽고 물어봅니다
‘정확성‘ 과 ‘역사‘에서
정확성은 역사의 요소 중 하나라는 뜻인지요?
그렇다면
정확성은 역사의 충분 조건이지만 팔요조건은 아니다
라고 하는게 맞는거 같은데요...
북풀을 하는 사람은 (모두 책을 읽는 다면) 책을 읽는 사람들의 충분 조건이고
책일 읽는 사람은 북플을 하는 사람의 팔요 조건이니...

초딩 2017-06-11 15:27   좋아요 1 | URL
제가 필요와 충분을 잘 못 알고 있을 수도 ㅜㅜ

겨울호랑이 2017-06-11 15:55   좋아요 0 | URL
^^: E.H .카는 ‘역사‘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 ‘정확성‘은 기본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정확성‘은 ‘역사‘의 부분이 되겠지요. 예를 들면, ‘역사‘의 여러 요소를 정확성, 타당성, 신뢰성 등등으로 본다면요. 그래서,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정확성‘은 ‘필요‘한 조건이 되는 반면, ‘정확성‘만으로는 ‘역사‘를 ‘충분‘하게 설명하기에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제 리뷰에서는 그 부분을 말씀드렸습니다.. 다음으로, 초딩님께서 말씀하신 조건에서는 ‘북플을 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는 사람들‘보다 조건을 하나 더 가지게 있겠네요. ‘책 읽다‘와 ‘북플을 하다‘. 그렇다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북플을 하는 사람들‘이 되기에 필요하지만, 충족하는 조건이 1가지(북플을 하다) 부족한 것같습나다. 바꿔말씀드리면 충분하지는 않겠지요. 그렇게 본다면, 초딩님께서 말씀하신 명제에서는 내용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7-06-11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자 발자 쓰시는 분의 원통한 죽음을 두고, 호랑님의 문중만이 아니라 저희집안(아버지 말고)도 계속 원한을 가지고 있더군요. 500년 전 일이라도 그 후예들까지 마음에 두는 점에서 역사는 진짜 과거에 지나간 것들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거나 혹은 새로이 해석되는 것이겠죠. 정개청의 죽음 역시 그렇고요

겨울호랑이 2017-06-11 15:53   좋아요 0 | URL
^^: 만화애니비평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500년 전의 사건이 오늘에도 회자되는 것은 기축옥사가 집안에 미친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기축옥사가 ‘원인‘과 집안에 타격이 되었다는 ‘결과‘가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겠지요. 다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원인의 영향력은 점차 낮아지겠지만, 감정의 상처는 쉽게 나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만화애니비평님 문중과 제가 속한 집한 후손들에게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나와같다면 2017-06-11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4년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날, 5.18 광주민주화 운동. 87년 6월 항쟁.. 이런 역사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에 힘들어 했던 시간이 생각납니다

작년 늦가을 부터 혹한의 시간까지
광화문 찬 바닥에 앉아서 ‘과연 역사는 진보하는가?‘ 라는 의문을 감출 수가 없었어요

그때 제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거는
˝ 역사는 진보한다. 이것이 나의 신념이다.˝ 라는 노무현대통령의 말씀이였어요

겨울호랑이 2017-06-11 18:10   좋아요 2 | URL
^^: <역사는 무엇인가>를 읽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역사가 진보하는가?‘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명박-박근혜의 10년이 대다수에겐 퇴보였다면, 10년이라는 시간이 방향성을 이야기하기에 충분한 시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그 시간이 다수에겐 퇴보였다면, 일부 친일파에겐 발전이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참 어렵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6-11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인생의 책... 넘 좋지 않으세요? ㅎㅎ

겨울호랑이 2017-06-11 18:46   좋아요 0 | URL
아, 북다이제스터님의 인생의 책이군요.^^: 충분히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책입니다.

yamoo 2017-06-11 2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카의 이 책을 다른 판본으로 각기 5번 읽었더랬습니다. 한 가지 안 건 만족할만한 번역본이 없다는 거에요..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총은 든 사람인가...그 사진이 수록되지 않은 번역본도 있었지요..ㅎ 그나마 까치본이 읽을만했던 거 같습니다.

이 책의 몇 가지 화두 중 하나가 역사는 진보하는가...라는 것과, 역사는 과학인가...라는 건데...저 역시 역사의 진보관에는 매우 회의적이라 이 책에다 메모를 해뒀던 기억이 있습니다. 역사가 과학이라는 거에는 가차없이 부정적인 생각을 적어넣었었죠. 엔날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ㅎ



겨울호랑이 님의 리뷰로 보는 <역사란 무엇인가>는 신선하네요. 언제나 책 한권 읽은 듯한 느낌이 드는 리뷰입니다. 잘 봤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6-11 22:53   좋아요 0 | URL
^^: 감사합니다 yamoo님. yamoo님께서는 다양한 판본으로 여러 번 읽으셨군요. 보다 깊이있는 독서를 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많이 읽지 못해서 큰 틀에서 대강의 내용을 이해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다 알지 못했습니다. <역사는 무엇인가>에 소개된 다른 사학자인 토인비. 랑케, 부르크하르트 등의 역사서를 읽은 후 다시 재독하면 또 다른 의미를 주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yamoo님 편한 밤 되세요^^-

비로그인 2017-06-17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인상깊네요.

겨울호랑이 2017-06-17 13:47   좋아요 1 | URL
단잠님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연의와 연의 엄마가 인형뽑기에서 ‘건담‘레고 블럭을 뽑아왔습니다. 뽑는 것은 엄마 몫이고, 만드는 것은 아빠 몫이네요.

덕분에 오랫만에 프라모델(?) 조립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본드를 사용해서 접착을 하고, 에나멜 페인트로 칠하기도 했었는데 지금 다시 하라면 못할듯 싶네요.

블럭 크기도 작고, 익숙치 않아서 많이 어려웠네요. 마음을 비우고(^^)낑낑 대면서 2시간만에 겨우 조립을 완료 했습니다.

조립 후 모델을 보니 ‘건담 Mark2‘로 추정되는 로봇이 만들어졌습니다. 건담 Mark2는 1986년에 Academy 과학에서 1/100 비율로 2,500원의 가격에 출시되었던 종류이기도 합니다. 당시 남자 아이들은 한 번씩 만들었던 추억의 모델이기도 하지요.

딸 덕분에 30년 전의 추억을 되살려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과학자를 꿈꾸던 아이는 아저씨가 되버렸지만 오랜 친구인 ‘건담‘을 만나니 다시 어린 시절로 강제 소환되 버렸네요.^^:

이웃분들 모두 각자만의 추억이 있으시겠지요. 벌써 금요일입니다. 추억과 함께 행복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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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9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록을 가지고 놀았을 때 제일 불편했던 점이 있었어요. 아무리 손에 힘을 줘도 작은 블록을 한 번에 떼어내지 못할 때가 있어요. 어린 마음에 너무 화가 나서 블록을 집어던기도 했어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6-09 18:57   좋아요 0 | URL
^^: 저도 건담 만들 때 집어던지고 도망가고 싶었어요 ㅋ 블럭 앞에서는 아이도 어른도 똑 같아지는 것 같네요

. 2017-06-09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억의 건담과 블럭..ㅎㅎㅎㅎ 건담 애니도 정말 의미 있게 봤고.. 블럭도 정말 의미있게 가지고 놀았습니다.. 모두 감동 그 자체였죠....

겨울호랑이 2017-06-09 19:41   좋아요 2 | URL
^^: 김영성님은 어린 시절 생각 깊은 어린이였던 것 같네요. 전 별 생각없이 그저 재밌게 봤었습니다 ㅋ

. 2017-06-09 19:43   좋아요 2 | URL
아고,,그렇지 않습니다..ㅎㅎ 저도 아주 어렸을 때는 그냥 별 생각없이 봤을겁니다..ㅎㅎ 건담 시리즈가 워낙 많고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으니까요..ㅎㅎ 블럭에 관해서는 같이 가져놀던 아이들과의 추억이 짙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ㅎㅎ

2017-06-09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9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6-10 0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비우고 2시간 ㅋ
왜 이렇게 웃기면서도 짠하죠..?ㅋ

근데, 그런 사소한 기쁨과 경험들이 연의의 마음깊은 곳에 남아 추억이 될거예요

저도 학교가기전 아빠 출근길 따라가서 종이인형 사가지고 온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데요..

겨울호랑이 2017-06-10 08:30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이런 작은 기억들이 모여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들겠지요... 파랑새는 먼 곳에 있지 않음을 나와같다면님 말씀을 통해 생각하게 되네요^^:
 
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사피엔스 Sapiens>는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저술한 인문과학 교양서다. <사피엔스>에서 하라리는 인류의 역사를 '3대 혁명'의 틀을 통해 분석한다. 첫 번째 혁명인 '인지 認知 혁명', 두 번째 혁명인 '농업 農業  혁명', 세 번째 혁명인 '과학 科學 혁명' 속에서 7만 년 전 인류의 한 개 종(種)에 불과한 사피엔스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바꿔왔는지 서술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진화의 법칙에 따르는 사피엔스에서 '설계자'로 변화되는 인류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러한 <사피엔스>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수렵채집인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1의 물결 다음에는 농부들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2의 물결이 왔고, 이 사실은 오늘날 산업활동이 일으키고 있는 멸종의 제3의 물결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p117)


 1. 첫 번째 혁명 : 인지혁명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들, 심지어 인류의 다른 종(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과도 다른 점은 유전자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의 경험을 후세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전자에 의한 변화는 수십만 년, 수백만 년의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인지 혁명을 통한 사피엔스의 인지 능력 향상은 빠른 적응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 1941 ~  )가 '밈 meme'이라고 이름지은 사피엔스만의 독특한 문화 전승 방법은 빠른 시간 내에 자연을 정복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른 사회적 동물들의 행태는 주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대조적으로, 사피엔스는 인지혁명 이래 행태를 신속하게 바꾸고 새로운 행태를 유전자나 환경의 변화가 없이도 미래 세대에 전달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원시인류의 행동 패턴이 수십만 년간 고정되어 있던 데 비해 사피엔스는 불과 10년 내지 20년 만에도 사회구조, 인간관계의 속성, 경제활동을 비롯한 수많은 행태들을 바꿀 수 있었다... 이것이 사피엔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요인이다.'(p62)

  

2. 두 번째 혁명 : 농업혁명  


  농업혁명을 통해 사피엔스는 수렵채집생활에서 벗어나 농경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농업혁명은 사피엔스의 삶을 행복하게 이끌 수 없었다. 수렵채집생활보다 더 열악한 농경생활 속에서 사피엔스는 결코 승자가 아니었다.


 '농업혁명은 안락한 새 시대를 열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채집인들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다. 수렵채집인들은 그보다 더 활기차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고 기아와 질병의 위험이 적었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헙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그것은 누구의 책임이었을까? 범인은 한 줌의 식물 종, 밀과 쌀과 감자였다. 이들 식물이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 게 아니었다.'(p124)


농업혁명의 수혜자가 사피엔스가 아니라 그들이 키우던 작물이었다는 말은 성경의 다음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It was not you who chose me, but I who chose you and appointed you to go and bear fruit that will remain, ...'(요한 15 :16)


 사피엔스는 과연 무엇을 위해 이러한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되었고, 그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을 통해 얻게 된 '신화 神話'라는 상상력은 과학 혁명을 통해 더 광대하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인류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진화적 성공과 개체의 고통 간의 이런 괴리는 우리가 농업혁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 종이 집단적으로 힘을 키우고 외견상 성공을 구가한 것이 개개인의 큰 고통과 나란히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될 것이다.'(P147)


3. 세 번째 혁명 : 과학혁명


  농업혁명이 사피엔스가 선택한 것이든, 선택받은 것이든 이 시기를 통해 사피엔스는 중요한 개념을 배웠다. 그것은  '미래 未來'와  '상상 想像의 질서'였다. 확장된 시간 속에서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해 대비하게 된 사피엔스는 상상을 통해 '역사 歷史를 움직이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힘은 지리적으로 유럽에서,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농경시대에는 공간이 축소되는 동안 시간은 확장되었다... 수렵채집인들은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데다 먹을거리나 소유물을 저장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농업혁명 덕에 미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농업경제의 생산 사이클은 계절을 기반으로 했다.'(P151)


 '생물학적 협력본능이 부족함에도 수렵채집기에 서로 모르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협력할 수 있었던 것은 공통의 신화 덕분이었다... 신화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농업혁명 덕분에 밀집된 도시와 강력한 제국이 형성될 가능성이 열리자, 사람들은 위대한 신(神)들, 조상의 땅, 주식회사 등등의 이야기를 지어냈다. 인간의 본능이 늘 그렇듯 달팽이처럼 서서히 진화하고 있는 동안, 인간의 상상력은 지구상에서 유례없이 거대한 협력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갔다.'(P155)


4. 과학이 종교, 제국주의, 자본주의를 만났을 때


 과학혁명은 과학과 종교(이데올로기), 제국주의, 자본주의가 결합된 형태에서 보다 극적으로 역사를 움직이는 힘으로 나타났다. 종교, 제국주의, 자본주의는 과학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한마디로,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연구비를 정당화한다. 그 대신 이데올로기는 과학적 의제에 영향을 미치고, 과학의 발견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특히 두 가지 힘이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하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다.'(p389)


 가. 종교 宗敎


 <사피엔스>에서 종교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믿음', '신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이데올로기도 현대적 의미에서 '종교'를 의미한다. 과학혁명 시대에 종교는 과학연구 동기 動機 를 부여한다. 


 '지난 3백 년은 흔히 인류의 역사에서 종교가 점차 중요성을 잃어가며 세속화가 진행된 시기로 묘사된다. 유신론적 종교에 대해서라면 대체로 옳은 말이다. 하지만 자연법칙 종교를 고려한다면 사정이 전혀 다르다. 수많은 자연법칙 종교가 근대에 새로이 등장했다. 자유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 국가사회주의가 그런 예다. 만일 종교를 초자연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한 인간의 규범과 가치 시스템이고 정의한다면, 공산주의는 이슬람교에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종교다.'(p324)



[그림] 세계의 종교 (출처 : 위키피디아)


 나. 제국주의 帝國主義


 근대 유럽은 유럽만의 '탐험과 정복'의 야망 때문에 이전 어떤 시대, 어느 지역과도 다르게 독특한 제국주의가 발전하게 되었다. 20세기를 지나 많은 식민지들이 독립한 지금도 이러한 유럽의 제국주의는 '문화 제국주의' 형태로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중국인과 페르시아인에게 부족했던 것은 증기기관 같은 기술적 발명이 아니었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서구에서 여러 세기에 걸쳐 형성되고 성숙한 가치, 신화, 사법기구, 사회정치적 구조였다. 이런 것들은 빠르게 복사하거나 내면화할 수 없었다... 근대 초기에 유럽은 어떤 잠재력을 개발했기에 근대 후반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는 서로 보완적인 두 가지 답이 존재하는데, 바로 현대 과학과 자본주의다.'(p399)


 '정화 제독은 대양을 탐험하고 각국으로 하여금 중국에게 조공을 바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방문한 나라를 정복하거나 식민지로 삼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유럽인들이 이례적인 점은 탐험과 정복의 야망이 어느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이 탐욕스러웠다는 데 있었다.'(p411)


 '유럽의 방패 아래 새로운 세계 질서와 세계 문화가 등장했다. 요즘 사람들은 당사자들이 통상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한 수준으로 유럽식 복장을 하고, 유럽식 사고방식과 취향을 지니고 있다.'(p396) 


[그림] 제국주의 (출처 : 조인스 스파이더)



 다. 자본주의 資本主義


  '종교'를 통해서 과학을 발달시키고, 자신의 야망을 '제국주의'를 통해 실현시키려고 해도,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거대 자본의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이를 가능케 만들었다. '자본주의'를 통해 비로소 과학혁명의 '순환 循環'을 완성하게 된다. '종교'를 통한 연구 활동은 '자본'의 집중을 통해 탐험을 지속할 수 있었고, 이렇게 완성된 '제국'은 다시 '과학'으로의 재투자를 가능케 하였다.


 '근대 이전 세계에서 대출을 받기는 힘들었고, 만일 빌리더라도 소액으로 단기간에 높은 이자를 무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때 과학혁명과 진보라는 개념이 도래했다. 진보는 우리가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고 연구에 자원을 투자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 아이디어는 곧 경제용어로 번역되었다... 신뢰는 미래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고 더 많은 신용을 향한 길을 열었다.'(p439)


[그림] 자본주의(출처 : 오마이뉴스)


5.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 그리고 신인류의 출현


 저자인 하라리는 현재 사피엔스는 과학혁명에서도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진단한다. 여태까지 사피엔스는 '진화의 법칙'에 따르고 있다면, 이제는  스스로 '지적 설계자'가 되어가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생명공학의 힘을 빌려 신(神)이 되어가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는 중이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자연 선택의 법칙을 깨기 시작하면서, 그것을 지적 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있다... 40억 년에 걸쳐 이어져온 자연선택이라는 구체제는 오늘날 완전히 다른 종류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 세계의 실험실에서 과학자들은 살아 있는 개체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원래 해당 종에게 없던 특성을 부여하는 정도까지 자연선택의 법칙을 위반하는 중이다.'(p563)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일 것이다.'(p586)


 <사피엔스>는 과학혁명과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결합이 어떠한 역사를 만들어왔는지와 현재 우리의 위치에 대해서 알려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우리의 미래를 어렴풋하게 제시한다. (구체적인 제시가 없는 것은 차기작인 <호모 데우스>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사피엔스>는 교양 입문서로서 가지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계 역시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하라리의 역사관 歷史觀에서 나타난다. 하라리의 역사관은 <사피엔스> 내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 먼저, 하라리는 역사가 통일 統一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역사의 방향을 인식하는 일은 사실상 시점의 문제다. 역사를 조감도처럼 보면, 역사가 통일의 방향으로 향하는지 다양성의 방향으로 향하는지 판정하기 어렵다... 수천년이라는 단위를 스캔하는 시점을 취하는 게 낫다. 이 시각에서 보면 역사가 통일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P240)


 과연 그럴까? 개인적으로 인류의 역사를 그렇게 단순하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역사적으로는 중국 中國의 '분열과 통일'이 반복되는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가 표방하는 '세계화 globalization'와 이에 대항하는 '반 세계화'( 반 反 FTA, 브렉시트 Brexit 등) 운동 등을 살펴보더라도 우리는 역사가 결코 일방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한 편으로 <사피엔스> 내에는 하라리의 역사관에 대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타난다. 

 

 '역사는 결정론으로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다. 역사는 카오스적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힘이 작용하고 있으며, 이들 간의 상호작용은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에는 막대한 차이가 생긴다. 역사는 이른바 "2단계 level two" 카오스계다. 카오스계에는 두 종류가 있다. 1단계 카오스는 자신에 대한 예언에 반응을 하지 않는 카오스다. 가령 날씨는 1단계 카오스계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요인을 고려하는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점점 더 정확하게 예보할 수 있다. 2단계 카오스는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카오스다. 그러므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p341)


 <사피엔스>의 다른 페이지에서는 역사의 방향성에 대해 알 수 없다는 하라리의 또 다른 역사관. 이 주장은 '역사의 방향성'을 제기한 저자의 다른 주장과 서로 모순 矛盾된다. 이처럼 통일이 되지 않은 저자의 주장은 <사피엔스>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게 한다. 여기에 이스라엘인 저자의 유대교에 대한 우호적인 관점은 <사피엔스>에 대한 공감을 어렵게 만든다.


 '유대교는 우주의 최고 권력은 사심과 편견을 지니는데, 그분의 주된 관심은 조그만 유대국가와 이스라엘이라는 이름 모를 땅에 있다고 주장했다. 유대교는 다른 나라에게는 이 믿음을 권하지 않았고, 그 존속기간 대부분 동안 선교를 하지도 않았다.'(p309)


 '이신론자들의 (선과 악의) 대립은 결국 기독교와 무슬림 사상의 초석이 되었다. 천국과 지옥에 대한 믿음 역시 그 기원은 이신론에 있었다. 구약에는 이런 믿음의 흔적조차 없다. 사람들의 영혼이 육체가 죽은 다음에도 계속 산다는 주장 또한 전혀 나오지 않는다.'(p317)


  종교적으로 유대교가 기독교와 이슬람교 성립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자본주의에서 유대자본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최근의 과학혁명에서 유대인의 역할은 결코 무시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하는 듯한 하라리의 입장은 공감하기 어렵고, 저자의 주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사를 조망하는 좋은 관점을 일반인에게 제시한다는 면에서 <사피엔스>는 한 번은 읽어볼만한 유익한 인문/과학교양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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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7 16: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유발 하라리의 역사관을 ‘진보로 향하는 진화’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독자가 이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저자의 생각을 여러 가지 관점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어요. ‘진보로 향하는 진화’라는 단어 자체가 다윈이 말한 진화의 의미로 볼 수 없어요. 진화와 ‘발전’은 다른 겁니다. 진화는 진보와 발전 향상을 위해 이루어지는 단계가 아닙니다. 역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어떠한 변수를 만나 급격히 쇠퇴하는 경우가 있어요. 유발 하리리가 주장한 긍정적인 미래상을 회의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7 16:26   좋아요 1 | URL
네^^: cyrus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공감합니다. 역사에서 자연의 법칙과 같은 일반화된 법칙을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cyrus님 말씀처럼 ‘진화‘는 방향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하라리의 관점은 성급하다는 생각과 함께 역사법칙의 지나친 단순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이러한 위험을 경계해야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hnine 2017-06-07 1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막상 읽었지만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지 (요점 정리 위주로 리뷰를 써야할지, 소감 위주로 써야할지) 몰라 리뷰를 못올리고 있는 중인데 겨울호랑이님 일목요연하게 정리 잘 해서 올려주셨네요. 저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저 같은 문외한으로는 그저 감탄, 경탄 하며 읽었지만 분명 저자의 주관도 작용했으리라는 것 또한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 2017-06-07 16:23   좋아요 0 | URL
^^: 부족하나마 내용을 정리했는데 hnine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쁩니다. hnine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자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7-06-07 1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읽으며 서평을 적을 때 너무 난잡하게 적을수밖에 없었습니다. 책내용이 겉으로 목차를 보면 상당히 순차적이나, 책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너무나 요동부절이었습니다.
다른 분이 잘 말한 것처럼 진보와 진화는 다르고, 게다가 모든 과학과 종교 정치적 사상조차 하나의 만들어진 산물이라면
하라리 자신도 그 산물의 하나인데, 그의 책에서 본인이 그런 공간속에 점이란 상실을 너무 망각한 게 아닌가 하는
심정입니다. 다이아몬드의 총균쇠가 서구 백일우월주의가 깔려있고, 기독교문화가 서양문화 토대라면
그 서양문화의 시초, 기독교의 발생지인 예수살렘의 학자가 가닌 전지적 관점은 한계라고 봤습니다.

마빈해리스의 책과 같이 서양의 합리주의로 파괴당한 원시 및 제3세계의 민족과 국가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어도
해리스처럼 애정은 없었습니다. 이 책은 인류학 서적이나 인류의 애정이 없는 책인듯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7 16:31   좋아요 0 | URL
^^: 아직 마빈 해리스의 문화 인류학 3부작은 깊이 있게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만화애니비평님의 말씀과 다른 이웃분인 북다이제스터님의 추천을 생각하면, 필독서라 생각됩니다. 만화애니비평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사피엔스>에 영향을 준 <총, 균, 쇠>의 관점과 유대인 특유의 선민사상이 알게모르게 책에 배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부분을 다음에 마빈 해리스의 저작을 읽을 때 염두에 두면 의미있는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6-07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분들의 말씀처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열린 책이라 생각됩니다. 그 점이 누군가에게 장점이 혹은 단점일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6-07 16:49   좋아요 1 | URL
^^: 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그래서 더 화제가 되었던 것 같아요.

북다이제스터 2017-06-07 17:04   좋아요 1 | URL
참, <호모 데우스> 읽어보시면 선민사상과 인권 등이 사피엔스 멸망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전 이해했습니다. 그 만큼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게 저자는 책을 쓰는 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7 17:09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북다이제스터님의 해석도 유념해서 <호모 데우스>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6-07 23:31   좋아요 2 | URL
저자의 역사관에 대해서도 저와 해석이 다르세요. 저자의 역사관이 모순된 듯 보일 수 있지만 역사의 통일성은 상대적 개념으로 보입니다. 세계화를 반대하는 반세계화 주장도 있지만 고대 등 과거에 비해 현재가 세계화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반면 역사가 카오스적이란 말은 우연과 필연에서 우연에 힘을둔 역사관련 흔한 일반적 서술이라고 전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이런 쟁점을 떠나 이책이 정말 대단한 점은 저를 포함하여 이 책을 읽을 때면 뭔가 틀린 점을 찾고 싶고 흠을 잡고 싶고 뭔가 부정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는 것 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자 책들은 참 흥미롭습니다. ^^ <호모 데우스>는 제게 더 했습니다. ^^ 하지만 결국 승복하게 만드는 정말 이상한 책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17-06-08 07:52   좋아요 0 | URL
^^: 그렇군요.. 북다이제스터님께서는 역사 진행 방향 중 ‘통일성‘에 더 중점을 두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통일성- 분열‘ 에 대해 어느 방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통일성이, 때로는 분열이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현재는 그렇지만, 공부가 깊어지면, 북다이제스터님 의견과 같은 의견을 가질 수 있을것 같습니다. <사피엔스>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2017-06-07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7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6-08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다리던 겨울호랑이님의 사피엔스 리뷰를 읽네요..

읽는 중이라..
이동진 빨간책방 ‘사피엔스‘ 편 오프닝글을 대신 올립니다

희도록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먼 길을 가야 할 때,
그 빗속에 발을 내딛는 사람의 마음.
수억 광년을 달려 지구에 도착한 오늘 저녁의 별빛.
그 빛이 지나온 우주와 그 긴 시간은 얼마나 막막할까요.
그 막막함은 외로움이었을까요.

흰 종이 앞에 마주한 작가의 마음도 그럴 겁니다.
그렇다면 막막한 것은 흴까요, 검을까요.
혹은 우주처럼 심연처럼, 암청색에 가까울까요.

쌀을 쏟아놓고 주저앉아 우는 아이.
많음이 기가 막혀서, 그 많은 걸 담을 길을 몰라서 웁니다.
그때의 막막함이란 두려움에 가깝겠죠.

어쩌면 우리가 이 세상에 처음 던져졌을 때 그 최초의 울음은 살아갈 세계가 막막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아이처럼 울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문득 있습니다.

살아갈 날들의 막막함, 아득한 수평선의 막막함,
먼 눈빛의 막막함.

그때의 막막함은 너무 막연하고 쓸쓸한 쪽이라서 잘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막막’이란 글자는 ‘사막’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사막을 건너는 사람에게 위안이 되는 건
역시 또 수억 광년을 막막히 건너온 별빛이네요.

겨울호랑이 2017-06-07 19:04   좋아요 2 | URL
^^: 나와같다면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두려움이겠지요. 불안감에 스스로 흔들릴 때가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또는 처음 난 길을 갈 때겠지요. 한 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해봅니다. 새벽눈이 쌓인 길 발자국이 없는 하얀 눈길 속에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가는 것은 막막함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한 설레임을 느끼게 됩니다.

AgalmA 2017-06-07 19: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겨울호랑이님! 정리 잘 하셨네요^^
헌데 저는 유발 하라리의 통일적 역사관과 카오스적 역사관이 섞일 수밖에 없는 걸 이해합니다. 제가 이 책 읽을 때 제임스 글릭 <카오스>를 읽고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제임스 글릭도 수많은 역사가들처럼 고민하는 대목이 있는데요. ˝많은 관련된 힘 가운데 어떤 것이 중요하고, 어떤 것이 무시되어도 별문제 없는가를 결정하는 일˝에 대해서요.
역사적으로 열역학 제2법칙은 사회의 와해, 경제의 쇠퇴, 도덕의 붕괴, 퇴폐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 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하나의 관점일 뿐입니다. 엔트로피는 열이나 온도와 관련한 열역학적 목적에 부합하나 무질서의 측도로 쓰기에는 매우 막연하다고 제임스 글릭은 밝히고 있지요.
카오스 이론에서 중요한 ‘초기조건의 민감성‘을 종잡을 수 없는 파괴성으로 인식하면 답은 무용지물이죠. 그러나 제임스 글릭은 ‘초기 조건의 민감성‘이 창조성에 기여한다고 말하죠. 조지프 포드 ˝진화란 피드백을 가진 카오스다˝란 말처럼 이 우주가 무작위적이고 소산적일 수 있지만 방향성을 가진 무작위성입니다. 카오스 이론은 그 복잡성 속에서 패턴과 질서를 본 거죠.
즉 유발 하라리의 통일성은 카오스 이론을 바탕으로 한 상태로서의 통일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기존의 환원주의적 통일과는 좀 다르죠.
사람들은 과학을 진리를 말해주는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싶어하지만 과학도 우리 상상 질서의 체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이론의 엇갈림이 있는 것이고요.

겨울호랑이 2017-06-07 19:28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AgalmA님의 말씀 중에서 ‘방향성을 가진 무작위성‘이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설명한 역사와 관련한 관점을 잘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AgalmA님 덕분에 이해했습니다. 다만, 저는 방향성의 방향이 ‘통일‘로 간다는 하라리의 의견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통일‘과 ‘분열‘을 일종의 ‘작용‘과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면 어느 한 쪽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적 성격이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인비가 말한 ‘도전과 응전‘의 역사가 ‘통일‘의 역사보다 인류사를 더 잘 설명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사피엔스>내의 하라리 역사관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ㅋ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7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리의 달인이자, 꼼곰함의 달인이신 분이십니다. 워낙 성실하시니 댓글도 다들 성실한 댓글을 다시네요.. 책 안 읽어도 겨호 님 요약본만 읽으면 읽은 척할 수 있어 좋습니다. 어디 가서 읽은 척해야 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8 07:54   좋아요 0 | URL
^^: 곰곰발님 감사합니다. 제가 <사피엔스>를 요약했습니다만, 제대로 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곰곰발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께서 직접 읽어보시면 더 많은 것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바쁜 이웃분들께 조그만 도움이 되어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7-06-07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게 범 대신 곰인가요? ㅎㅎ

messenger 2017-06-08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로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
http://cafe.naver.com/loveliberty

. 2017-06-08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의 글을 읽고 책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네요.

겨울호랑이 2017-06-08 19:14   좋아요 1 | URL
^^: 김영성님께서 직접 읽으시면 제 리뷰에서 놓친 부분을 많이 찾으시리라 생각합니다

2017-06-08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8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06-08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발하라리의 저 두꺼운 책을 이리 쌈박하게 요약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럭 벽돌책은 안 읽는 주의라서욤..ㅎ
이거 보고 <사피엔스>는 읽었다고 자위해야 겠습니다~ㅎ

겨울호랑이 2017-06-08 22:24   좋아요 1 | URL
^^: 막상 읽어보시면 yamoo님께서도 재밌게 읽으실 책이라 생각되네요^^: 감사합니다

jackie 2017-06-12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막연히 정리해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꼼꼼하면서도
마지막 신인류 부분에서도 비평을 잃지 않으시는 냉철한 정리 감사히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6-12 17:56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초란공 2018-09-08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부러운 마음으로 호랑이님의 글을 읽곤합니다. <사피엔스>도 스스로 뭔지 모르게 공감하기 힘든 부분들은 있다 정도로만 정리된 상태였어요. <반기업 인문학>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유발 하라리의 저작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은반면 <반기업 인문학>에서 비판한 부분은 제가 공감을 많이 하게 되었구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겨울호랑이 2018-09-08 12:46   좋아요 0 | URL
Nykino님 감사합니다. 유발 하라리의 통찰이 뛰어난 부분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전체 생각에 동의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그런 부분도 많겠지만요.^^:) 다만,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더 잘 연주하기 위해 거리를 둘 것. 이것이 굴드의 미학이다... 피아노 자신과도 거리를 둘 것. 그는 녹음이 있기 전 며칠 동안 자신의 피아노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피아노는 손가락이 아니라 머리로 연주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연주하는 것의 정신적 형상과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순간의 손가락의 속박 사이에 일종의 투쟁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손가락의 속박에서 우리가 해방된다. 형상이 "그 개념의 순수성으로부터 한눈을 팔아 피아노에 부딪치는 일이 없었던" 것이다.'(p99)


피아노(Piano)


'작곡가는 책상에 않아 작곡하는 사람과 건반앞에서 작곡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 림스키코르사코프 (Nikolai Rimsky-Korsakov, 1844 ~ 1908) -


'피아노는 명연주를 위한 악기일 뿐만 아니라 탐사 기구, 음악적 실체와의 접촉수단이다.' - 차이코프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 ~ 1893) - 


'피아노는 누가 치든 어느 정도 "만들어진" 소리가 납니다. 피아니스트는 이 기계적인 연주를 뛰어넘어 음표들이 노래하게 해야 해요.... 피아노는 두 가지의 필요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악기에요. 우선은 탐색의 악기라는 쓰임새가 있죠. 우리는 그 유용성 때문에 피아노를 씁니다. 그러면서도 피아노는 독주악기, 비르투오소의 악기죠. 그 아름다움 때문에 쓰는 악기도 하단 말이에요. 작곡가는 피아노 건반을 휘저으면서 다성음악의 구성요서들을 발견합니다. 건축가가 종이에 설계도를 그리듯 작곡가는 피아노로 교향악을 구상할 수 있어요.'(p112)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 ~ 1791)


'피아노는 모차르트에게 쓰임 받는 악기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쳤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모차르트의 초기 작품들, 그러니까 그의 어린 시절 작품들은 모두 하프시코드를 염두에 두고 쓰였죠. 하지만 만 15세부터는 피아노와 친숙해져서 일상적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p114) ... 모차르트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면서 얼마나 깊은 행복을 느꼈을까요! 타그린씨, <환상곡 C단조> 도입부를 기억합니까? (타그린) 제가 여덟 살 때에는 그 곡이 피아노의 위대함과 고결함 그 자체였죠.'(p115)


리스트(Franz Liszt, 1811 ~ 1886)와 쇼팽(Frédéric François Chopin, 1810 ~ 1849)


'피아노 제작자들이 이 악기를 최신식으로 개량한 바로 그 시점에 리스트와 쇼팽이 출현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리스트와 쇼팽이 각자 페달을 새롭게 발견했다면... 쇼팽의 음표 하나하나가 피아노를 노래하게 만드는 이유를 이해하는데 그 점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녹턴 C# 단조>는 선생님이 방금 말씀하신 페달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에서 탄생한 변화를 아주 잘 보여주죠.'(p116)



초여름날이 느껴지는  6월 첫 주말이네요. 비가 없어 다소 건조한 날이지만, 청명한 일요일 오전입니다. 피아노 연주곡과 함께 이웃분들 모두 행복한 일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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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4 12: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굴드는 비범해요. 피아노 연주를 오랫동안 해도, 몇 달 동안 피아노와 떨어져 있으면 연주 감각이 잃어버려요. 제가 어렸을 때 3년 동안 피아노 학원을 다녔어요. 집에 전자 키보드가 있어서 학원 갔다가 집에 돌아보면 피아노 교본의 곡을 연습했어요. IMF가 왔을 때, 피아노 학원 다니는 것을 그만뒀어요. 학원을 그만뒀어도 생각날 때마다 전자 키보드를 쳤어요. 중학생 되고 나니까 피아노 연주의 재미를 잃어버렸어요. 그때부터 연주 감각도 잃기 시작했어요.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싶은데, 피아노에 대한 관심을 책에 몰빵했으니 다시 배우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

겨울호랑이 2017-06-04 12:51   좋아요 3 | URL
cyrus님께서도 피아노를 배우셨군요. ^^: 저도 어린 시절 <체르니 40번>까지 쳤던 기억이 나네요.. 피아노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연습해도 선생님께 많이 혼나기만 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요.. 당시 피아노와 태권도를 함께 배웠었는데, 태권도가 더 멋있어 보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피아노를 잘 치는 것이 태권도를 잘
하는 것보다 제 삶에 더 유용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cyrus님의 ‘손이 굳는다‘는 말을 누구보다 잘 실감하는 1인입니다.^^

2017-06-04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4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6-06 0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작곡가들은 악기를 만지며 얼마나 황홀경에 빠져들었을지 제가 늘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죠. 다시 안 태어나고 싶지만 혹여라도 태어나면 음악가가 되고 싶을 정도로ㅎ;

겨울호랑이 2017-06-06 10:39   좋아요 1 | URL
AgalmA님은 음악을 하셔도 잘 하셨을듯. 사실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왠지 악기 하나씩을 취미로 하실 것 같다는 편견이 제겐 있네요... ㅋ

. 2017-06-08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저도 예전에 어떻게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쳤는지.. 신기할 뿐입니다.. 지금은 악보 봐도 뭐라고 써져있는지 모를겁니다.. 체르니..ㅎㅎ 오랜만에 들어봅니다..ㅎㅎ

겨울호랑이 2017-06-08 19:32   좋아요 1 | URL
^^: 저는 요즘 캐스터네츠로 바꿨습니다.ㅋ

. 2017-06-08 19:35   좋아요 0 | URL
캐스터네츠..ㅎㅎ 그 또한 추억의 악기네요..ㅎㅎ 템버린, 트라이앵글, 캐스터네츠가 삼총사였나요..ㅎㅎ
 

 

<신과 함께>는 주호민 작가가 그린 웹툰을 출판한 책이다. 주로 제주 지역 민간 설화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해석하여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기존의 리뷰 작성 방식은  만화책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적절치 않은 방식이라 생각되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본다. <신과 함께>에서 다루고 있는 설화 중 주요한 몇몇 인물에 대해 <살아 있는 한국 신화>에 수록된 원전(原典)의 내용과 저자인 신동흔 박사의 설화 해설을 옮겨 볼 계획이다. 결론 부분에 다소의 스포가 있지만, <신과 함께>의 많은 내용이 작자 창작이라는 점과  설화들 다수가 '해피엔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독서에 큰 방해는 안되리라 생각된다.


 1. 천지왕과 수명장자, 대별왕과 소별왕, 태초에 싸움이 있었다

 

[그림] 대별왕과 소별왕(왼쪽부터)


'수명장자가 도끼로 머리를 깨라고 하는 뜻밖의 상황에서 천지왕은 수명장자 머리에 씌웠던 두건을 벗겨서 돌아선다. 천지왕은 왜 그냥 돌아선 것일까?... 인간 세상의 일에 대해 신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제한하는 사고가 거기 담겨있음을 본다. 인간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신이 달려와서 그를 쳐 죽인다든가 하는 것은 한국 신화의 사고 방식이 아니다.'(p44)


  '소별왕이 수명장자를 징치하고 세상의 질서를 잡은 것은 원시적 삶에서 문명적 삶으로 나아온 역사적 과정의 신화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대별왕(또는 미륵)의 존재다. 본질을 꿰뚫는 지혜와 생명을 살려내는 능력을 함께 지녔으면서도 이 세상을 책임질 수 없었던 진짜 능력자 말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저승이라 부르는 또 다른 세상에서 사람들의 빛이 되었다.(p47)... 소별왕에게 이승을 넘기고 저승으로 떠나간 대별왕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구원과 희망의 존재가 된다. 그 구원은 저세상에서의 일이지만 이 세상에서의 구원을 향해서도 열려 있다.'(p48)


[그림] 저승 삼차사 : 해원맥, 강림도령, 이덕춘(왼쪽부터)


 2. 저승 삼차사 : 백년해골을 모신 사만이와 저승 삼차사


 '명신손님처럼 멀리 낯선 땅에 깃들어 있으면서 긴 여행을 통해 이 땅을 찾아오는 신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어둠의 신 저승사자다. 그들은 저 멀리 저승 황천에 살면서 인간 세상으로 훌쩍 건너와서는 수명이 다한 사람들을, 또는 신의 노여움을 산 사람들을 왈칵 붙잡아서 아득한 어둠의 땅으로 데려간다.'(p134)


 '잠깐 저승사자 이야기를 해보자면, 염라대왕 명을 받고 사람의 영혼을 거두러 오는 이 어둠의 사자는 셋이 함께 다니는 것이 보통이다. "삼차사"라는 말이 보편화되었을 정도다. 삼차사를 명차지 차사와 복차지 차사, 녹명차지 차사라고 말하고 있는데, 다른 자료에서는 천황차사와 지황차사, 인황차사라고도 하고, 저승차사 이승차사 부왕차사라고도 하며, 일직사자와 월직사자, 이원사자(또는 강림차사)라고도 한다. 세 사자에게는 각기 해원맥과 이덕춘, 강림도령이라는 이름이 붙이기도 한다.' (p150)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초상에 임하여 저승사자를 위한 상을 차리는 풍속이 이어져 왔다. 혹시라도 저승사자들이 마음을 돌려 목숨을 살려주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죽은 이를 편안하게 데려가주기를 기원하는 행위였다. 떠나는 이에 대한 마음을 그렇게라도 표현함으로써 아쉬움과 서글픔을 달래고자 했던 바, 그러한 마음의 표시를 미신이라고 폄하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신이, 죽은 자와와 산 자가, 그리고 산 자와 산 자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었다.'(p154)


 3. 용사 강림 : 염라왕을 잡으러 저승으로 간 용사 강림


 '이름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강림도령은 사람의 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저승차사다. 본래 이승의 차사였는데 능력을 인정받아 저승의 차사가 되었다.'(p443)


 '이 신화를 관통하는 기본 요소가 무엇인가 하면 바로 삶과 죽음의 문제다. 죽을 운명을 탐지하고 그것을 회피하려다가 결국은 운명에 맞닥뜨리는 버물왕 삼형제의 역정이 그러하며 억울한 죽음이 원수의 자식으로의 환생과 재죽음으로 이어지는 서사도 그러하다. 과양생이 각시가 김치원에게 요구한 것도 생사 문제의 해명이었으며, 강림이 염마왕을 찾아 저승길을 넘나드는 것 역시 생사의 경계를 오간 자취에 해당한다.'(p478)


[그림] 할락궁이, 황우양씨, 막막부인(왼쪽부터)


 4. 할락궁이 : 신비의 꽃세상서 천꽃밭 찾아간 할락궁이


 '신비한 꽃의 세상을 우리는 한 편의 본풀이 신화를 통해 제대로 만나볼 수 있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신비의 꽃들이 가득한 꽃밭이 있으니, 그 이름은 "서천꽃밭"이다. 그 꽃밭을 주재하는 신의 이름은 할락궁이(또는 한락궁이).'(p184)


 '이 이야기의 신화적 재탄생의 핵심에 무엇이 있는가 하면 바로 서천꽃밭의 상상력에 있다. 사람을 웃기고 울리며 죽이고 살리는 신비의 꽃들이 가득 차 있는 꽃밭. 그 꽃밭이 있는 곳이 어디인가 하면 저 너머 또다른 세상이었다.(p201)... 서천꽃밭이 꽃이 표상하는 생사와 고락은 이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 및 행로와 맥이 통한다. 이 신화 속의 사라도령과 원강아미, 할락궁이는 생과 사가 엇갈리는 경계 속에서 누구보다 큰 비애를 경험하는 존재들이다.'(p203)  


 '사라도령과 원강아미는 삶과 죽음을 경계로 갈라져야 하는 운명에 직면한다. 온몸으로 그 운명에 맞서보지만 마침내 남는 것은 회한과 절망이었다... 할락궁이는 그야말로 사무치는 원한과 분노의 화신이었다.(p203)... 할락궁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사의 경계에 놓인 채로 누구보다 크고 뜨겁게 희비의 쌍곡선을 경험한 그였다. 그러니 그는 세상 누구보다 밝은 거울이 된다.'(p205)


 5. 황우양씨와 막막부인 : 시험에 대처하는 황우양씨와 막막부인


 '<성주풀이>는 가신(家神)의 내력을 풀어낸 신화이다. 부부가 함께 가정에 깃들어서 아내는 집터의 신이 되고 남편은 집의 신이 되어 집안을 수호해주게 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p416)... 이 신화의 서사적 맥락은 한 가정의 평화가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기본 줄기로 삼고 있다.(p417)... 이 부부의 동선에서 무엇보다 마음을 끄는 것은 바로 "믿음"이다. 겉으로 내놓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깊은 믿음으로 이어져 있다.'(p419)


 '황우양씨와 집의 신인 성주신이 되고 막막부인이 집터의 신인 지신이 되는 것도 의미심장한 면이 있다. 겉으로 눈에 보이는 화려함은 당연히 "집"의 몫이다. 하지만 집보다 더 중요한 것이 터다. 터가 좋아야 집이 잘되는 법이다. 집은 허물어져도 터는 영원히 남는다.'(p422)


[그림] 여산부인, 녹두생이, 노일저대(왼쪽부터)


 6. 조왕신 여산부인과 측간신 노일저대 


 '전체적으로 인물간의 대립 관계가 매우 극적으로 부각되어 있는 것이 이 신화의 특징이 된다.(p577)... 노일저대가 "배설"의 장소인 뒷간의 신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정확히 들어맞아서 오히려 놀랍다. 배설에 대한 본능적 욕구란 인간의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요소이다. 배설하기 때문에 인간이다. 그리고 그 배설을 통해 생명이 자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인간의 어둡고 추한 부분이지만, 또한 그를 위한 자리가 필요하다. 노일저대에게 측도부인이라는 신직이 부여되는 것은 이러한 삶의 이치가 신화적으로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p580)


 7. 불운의 신 지장


 '이름만 보면 "지장보살"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 신은 "지장이 많다" 할 때의 지장에 가까운 존재다. 살 煞이 끼었다거나 사 邪가 둘렸다 할 때의 부정한 그 무엇이 지장이다.(p588) ... 빛 속의 신과 그늘 속의 신을 갈라본다면 지장은 당연히 후자에 속한다. 그늘 가운데도 가장 어둡고 차가운 쪽에 자리 잡은 신이 될 것이다. 그러한 존재를 관심의 대상으로 여기고 신령한 의례의 대상으로 삼아서 한 편의 덩그런 신화를 전승해온 것이 지난 시절의 민중들이었다.'(p593)

 

 

<신과 함께>에 나오는 신 神 의 모습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차라리 낯설기까지 하다. 미남  美男, 미녀 美女의 모습으로 인간 위에 군림하는 그리스 신과는 달리 우리 신의 모습은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며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다.


 '멋지고 아름다우며 강령한 힘을 가진 신, 인간과 전혀 다른 차원의 전능한 신을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신들이 우월한 능력으로 인간의 삶을 지켜준다면 참 고맙고 편안한 일 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간 신화는 왜 이렇게 굳이 남선비와 노일저대 같은 누추하고 험한 존재들을 신으로 삼는 것일까. 이는 그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성이 다른 데 있지 않고 그 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p581)


  <살아 있는 한국 신화>의 저자 신동흔 교수는 신성 神性을 우리 자신 안에서 발견하고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신이 있다는 것은 그리스의 주요 신들이 태양신, 바다의 신, 달의 여신 등 멀리 떨어진 존재인 반면, 우리 민화에는  집을 지켜주는 가택신, 부엌을 관장하는 조왕신, 대문을 지켜주는 문왕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 그리스 신화에서 신은 누구나 될 수 있지 않다. 신들은 하늘과 맞닿은 올림푸스 산에서  '불멸 不滅'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그들만의 삶을 누린다. 인간으로서 그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신들의 피가 섞여 '반인반신 半人半神'의 영웅으로 살아가는 정도가 최선일 뿐 대부분, '필멸 必滅'의 존재인 인간은 수동적인 존재일 뿐이다. 신에 대한 두려움은 신들이 살고 있는 올림푸스 산의 모습 속에 잘 드러난다.

 

[사진] 올림푸스 산 (출처 : 나무위키)


 그리스 신들이 사는 거처가 멀리 떨어져 경외 敬畏의 대상인 올림푸스산이라면, 우리네 신들(산신령)이 사는 산은 우리 주면에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우리 앞 산, 뒷산이다. 엄마가 떡을 팔고 집에 오다가 호랑이를 만나기도 하는 곳. 우리 근처에 우리의 신들은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들은 결코 먼 존재가 아니었다. 민간설화가 많이 남아있는 제주의 오름을 보면 우리 '신들의 공간'을 느끼게 된다.

[사진] 제주 오름 (출처 : http://jejulover.tistory.com/24)


 신화(myth) 神話라고 하면 그리스 아프로디테가 바리데기 공주보다 더 익숙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신화를 읽다보면 그리스 신화에 없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아마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이 느꼈던 그런 감정이 아닐까. 우리는 그러한 감정을 우리 신화를 통해 느낀다. 바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잠시나마 시간을 내서 <신과 함께>와 <살아 있는 한국 신화>를 통해 따뜻함을 느끼고 우리 삶을 충전하는 것 또한 삶을 살아가는 작은 지혜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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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7-06-02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잡이라는 티비 프로그램 보는데 주호민 나와서 반가웠어요.
저는 저승편 3권만 본 것 같은데, 영화로도 만들어진다죠?^^

겨울호랑이 2017-06-02 17:54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 올 여름에 영화 개봉한다고 하던데, 캐스팅도 하정우, 이정재, 차태현, 주지훈 등이 나온다고 하니 기대되네요.^^:

2017-06-02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2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마천 2017-06-03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연의 위력이 강한 곳에서 신들이 함께 머물려 인간을 돌봅니다. 일본도 비슷해요. 신과 함께 대단한 웹툰이라고 들었는데 제주에 뿌리를 두었군요. 오늘도 새로운 지식 나눔. 호랑이님 화이팅 ^^

겨울호랑이 2017-06-03 13:4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사마천님 말씀 들으니 그리스에 올림푸스산이 있다면, 일본에는 후지산이 있음을 생각하게 되네요^^: 그래서 일본을 ‘신의 나라‘라 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내용의 만화라 사마천님께서 편하게 읽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 2017-06-03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寒 氷 저승편에서 봤던 한빙지옥이 떠오르네요..
타인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 자를 심판하는 지옥..
마음이 얼어붙은 적도, 타인의 마음을 얼어붙게 한 적도 있기 때문에..

겨울호랑이 2017-06-03 14:53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저승편에서 7가지 지옥이 떠오르네요.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AgalmA 2017-06-03 2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이 이 글 쓰셔서 더 어울림요ㅎ ˝비나이다 비나이다 겨울호랑이님께 비나이다˝~ ˝에비~ 겨울호랑이님이 잡아 가신다!˝~ ˝만나면 반갑다고 곶감곶감~˝
(내 귀에 굿청장치)

겨울호랑이 2017-06-03 20:44   좋아요 2 | URL
ㅋㅋ 이런.. 졸지에 산신령 졸개 호랑이가 되버렸네요 ㅋㅋ

. 2017-06-08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일 기억이 남는 신화는 단군신화입니다.. 예전에 만화로도 재미있게 봤습니드.. 호랑이는 사람이 못 되고 곰은 사람이 되고.. 생각해보면 곰이 오히려 어리석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동물이 사람이 되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요?

겨울호랑이 2017-06-08 19:54   좋아요 1 | URL
^^: 저도 인간인지라 잘 모르겠네요. 인간이 새의 날개, 호랑이 이빨 등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자신이 없는 것을 동경하는 것은 아닐까요? 큰 머리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