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 & 포퍼 :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지식인마을 25
장대익 지음 / 김영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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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하는 것이 증거가 될 순 없습니다. 이처럼 빈약한 습성이나 그럴듯한 추측보다는 좀 더 확실하고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그를 고발할 수 있습니다. - 오셀로 中 -


To vouch this is no proof, without more wider and more overt test Than these thin habits and poor likehoods Of modern seeming do prefer against him' - Othello - 


[그림]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출처 : www.pinterest.co.kr/pin/427208714625932919)


<쿤 & 포퍼 :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포퍼(Sir Karl Raimund Popper, 1902 ~ 1994)와 쿤(Thomas Samuel Kuhn, 1922 ~ 1996)의 사상에 대한 입문서이면서 '과학이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쿤과 포퍼가 생각하는 과학이 무엇인가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1. 포퍼 : 과학적 진술이란 무엇인가?


 포퍼는 그의 저서인 <추측과 논박 : 과학적 지식의 성장 Conjectures and Refutations : The Growth of Scientific Knowledge, Routledge>(1963)을 통해 과학적 진술이란 '반증 가능'한 진술임을 밝힌다. 과학자들은 반증 가능한 명제를 바탕으로 증명과 반증을 통해 기존 이론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하면서 과학의 발전을 이루게 된다. 

 

 '포퍼는 연역만으로 작동하는 과학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귀납의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던 과학 철학자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줬다... 포퍼는 반증이 가능한 진술과 불가능한 진술을 구분하여 반증이 가능한 진술만 "과학적 진술 scientific statement"라고 규정한다.'(p75) 


 '포퍼의 기준으로 봤을 때 어떤 진술이 과학적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그것이 반증 가능한가 불가능한가이다... 어떤 사람이 "과학자냐, 사이비 과학자냐"라는 문제는 그의 태도나 행위와 관련된다. 포퍼에 따르면 과학자는 반증 가능한 진술들을 던져놓고 그것을 혹독하게 반증하려는 사람들이다. 훌륭한 과학자는 반증 가능성이 더 높고 더 대담한 이론을 제시하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사람들이며, 사이비 과학자는 비판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고 계속 변명을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p77)


2. 쿤 : 도그마와 패러다임


 이에 반해, 쿤은 과학의 발전이란 객관적인 증명과 반증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심리상태, 사회 구조에 의해 영향을 받게된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encific Revolutions>(1970)속의 내용을 통해 과학의 발전과 패러다임의 내용을 살펴보자. 


 '1962년 <과학혁명의 구조>가 세상에 나왔다. 이 책에서 쿤은 당시에 널리 받아들여진 과학에 대한 이미지와 양립할 수 없는 아주 새로운 과학관을 제시한다. 쿤은 한마디로 실제 과학은 절대로 포퍼나 논리 실증주의자들의 규범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신 과학에는 "도그마 dogma"와 같은 것이 필요하고 대부분의 정상적인 과학은 그것에 기댄 활동이며, 드물게 일어나는 과학혁명은 논리적 절차보다는 과학자들의 심리상태에 더 크게 의존해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혁명을 통한 과학의 변동이 꼭 진보적인 변화라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p107)


 특히, 쿤의 용어 '패러다임'은 과학철학 용어를 넘어 지금은 사회 전반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쿤에 따르면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는 사회를 지배하는 지배원리로 해석될 수 있을 듯하다. 


 '쿤은 "패러다임 paradigm" 이라는 용어를 크게 두 가지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넓은 의미는 어느 주어진 과학자 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되는 신념, 가치, 기술 등을 망라한 총체적 집합이고, 좁은 의미는 그 집합의 한 구성 요소로서 구체적이고 인상적인 문제 해결의 사례에 해당하는 "범례"가 그것이다.'(p114)


'요약하면 범례는 어떠한 기호적 일반화가 성공적으로 적용되는 매우 인상적인 사례들의 모음이다. 과학도가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범례를 학습해 나간다는 뜻이다... 따라서 범례를 학습하는 과정은 서로 다른 현상이 어떻게 동일한 원리의 지배를 받는가를 습득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다시 세계에 대한 유사성 관계 즉, 이 세계의 존재자들이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배우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패러다임은 점점 더 성숙해진다. 이것이 바로 쿤의 패러다임 이론이다.'(p120)


 < 쿤 & 포퍼 :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칼 포퍼와 토마스 쿤의 사상을 통해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과학은 과연 포퍼가 주장한 것처럼 객관적인 탐구 과정의 결과일까, 아니면 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대 사회의 지배원리가 상호 작용하면서 성숙해지는 일련의 과정일까. 이러한 과제를 던지는 책을 읽으면서 포퍼와 쿤의 사상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포퍼의 사상에서는 우주가 한 순간에 만들어졌다는 빅뱅 이론 (Big Bang Theory)과 같은 느낌을, 쿤의 사상은 우주가 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한다는 정상우주론(正常宇宙論, Steady State theory)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이들 과학철학자들의 사상을 깊이있게 공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이런 느낌을 잡고 그들의 저서를 향후 살펴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책의 구성과 내용을 보자. 개인적으로 <쿤 & 포퍼 :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지식인 마을 시리즈 중에서도 짜임새 있는 구조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여러 책들을 소개한 우수한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책에서는 쿤과 포퍼 외에도 다른 과학철학자인 라카토시(Lakatos Imre, 1922 ~ 1974)와 파이어아벤트(Paul Karl Feyerabend, 1924 ~ 1994)의 사상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현대 과학철학사를 조망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독자들의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추천도서 목록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다른 책보다  '깊이 읽기' 에 해당하는 추천 도서 목록을 2~3배 많이 제공하고 있어 독자에 대한 배려가 잘 되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러한 짜임새 있는 구성과 알찬 내용은 아마도 저자인 장대익 교수가 지식인 마을의 전체 기획자인 것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생각해볼 때< 쿤 & 포퍼 :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좋은 입문서 시리즈인 지식인 마을 책 중에서도 눈에 띄는 대표작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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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7-06-30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셀로와 데스데모나가 등장하는 저 그림은 제 눈에도 익숙하네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건, 제가 갖고 있는 책 (앤터니 홀든 지음,『윌리엄 셰익스피어』, 부제는 <그림과 자료로 복원한 셰익스피어의 삶과 예술>)엔 저 그림과 ‘아주 비슷한 그림‘이 두 페이지에 걸쳐 커다랗게 실려 있는데, 화가 이름이 겨울호랑이 님께서 밝혀주신 출처에 나오는 화가(Carl Ludwig Friedrich Becker)와 서로 다르네요. 제가 지닌 책에서는 세바스티아노 노벨리(Sebastiano Novelli, 1853~1916, 이탈리아)로 표기되어 있거든요. 그림이 서로 ‘살짝‘ 다른 걸 보면. 누가 누구의 그림을 베낀 듯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셀로의 아내 이름이 살짝 뒤바뀐 듯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6-30 18:59   좋아요 0 | URL
^^: oren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잘 못 적은 오류를 수정했습니다. 제 글을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oren님께서 말씀하신 그림에 대한 부분은 잘 몰랐네요. 요즘 oren님께서는 셰익스피어와 관련해서
희비극 작품 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한 그림까지도 깊이 있게 공부하시고 계신 듯합니다. 덕분에 저도 같은 듯 다른, 동일한 주제를 가진 다른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네요.한 걸음 더 나아가 문학작품을 읽을 때 관련 주제인 음악과 미술 작품도 읽는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니벨룽겐의 반지>를 읽으면서 바그너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는 것처럼요. oren님으로부터 좋은 독서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oren님, 행복한 저녁 되세요.^^:

oren 2017-06-30 18:56   좋아요 1 | URL
좀 더 찾아 보니 아무래도 Carl Ludwig Friedrich Becker(1820∼1900, 독일)의 그림이 먼저인 듯싶네요.
그런데 매우 권위있는 책으로 인정받는 앤터니 홀든의 책에서는 왜 하필 세바스티아노 노벨리(Sebastiano Novelli, 1853~1916, 이탈리아)의 그림을 실었는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제가 얼핏 봐서는 이탈리아 화가의 그림이 훨씬 더 나아 보이긴 한데, 만약에 그게 독일 화가의 그림을 보고 베낀 작품이라면 ‘독창성‘이 결여된 ‘모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을 텐데 말이지요...

겨울호랑이 2017-06-30 19:07   좋아요 1 | URL
^^: 아무래도 oren님께서 말씀하신 앤터니 홀든의 책을 저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제가 미술 관련된 배경 지식이 많이 부족하여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기는 쉽지 않겠지만요...^^:

oren 2017-06-30 21:33   좋아요 1 | URL
앤터니 홀든의 책은 강추합니다. 도판도 아주 훌륭하고 내용도 충실하니까요. 다만 한가지 아숴운 점이라면 책값도 비싸고 이미 절판되었다는 점이지요.. 저는 정말 우연히 이 책을 구입했답니다. 몇 년 만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이 커다란 책이 제 눈에 번쩍 띄었으니까 말이지요. 이 책에 담긴 그림들만 보더라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풍성하고 퀄리티 높은 도판 하나만큼은 이 책이 단연 최고더군요...

서니데이 2017-06-30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날씨가 참 덥습니다. 비가 올 것처럼 흐린데, 그래서 더 더운것 같아요.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금요일 저녁시간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06-30 20:37   좋아요 1 | URL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네요. 가뭄이 해소되길 기대해 봅니다.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금요일 되세요^^:

oren 2017-07-01 1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댓글‘ 형식을 빌어 글을 하나 써봤습니다. ‘먼댓글 주소‘를 제대로 넣었는데도 ‘링크‘가 생기지 않네요.. ㅠㅠ

겨울호랑이 2017-07-01 20:13   좋아요 0 | URL
^^: oren님 감사합니다. oren님 글을 통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편한 밤 되세요.

2017-07-02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2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7-03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객관적 탐구라는 게 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쿤쪽에 더 기웁니다.
DNA 발견 이후 생물학의 판도가 달라졌듯이 거울뉴런으로 뇌과학도 판도가 달라질 거라 말하죠. 즉 당대 지배적 과학 기반이 발전의 척도죠.

겨울호랑이 2017-07-03 18:13   좋아요 1 | URL
^^: 그리고 하라리의 관점이기도 한 것 같네요. 과학, 종교, 제국주의가 별개가 아니라 상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요^^:
 

동(動)과 정(靜)은 상반된 개념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움직임'과 '정지'는 개념적으로는 반대지만, 정지가 '속도가  0인 상태'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둘의 관계는 반대라기보다 상태(狀態)의 변화(變化)로 해석되는 편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운동(movement)와 정지(stop) 또는 유량(流量 flow)과 저량(貯量 stock)의 문제를 여러 분야를 통해 바라보고자 한다.


1. 역학적 에너지 :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


역학적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고전역학에서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합으로 역학적 에너지가 결정된다는 법칙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보존력만이 일정하게 작용하는한 , 역학적 에너지란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의 합으로 구성되므로 이 값이 항상 일정하게 정해진다. 예를 들어 처음 운동한 높이가 1 m일때 위치에너지가 10 J이였다면 이 때의 운동에너지는 0이다. 이 물체가 낙하할 때에는 위치 에너지는 점점 감소하는데 정확하게 감소한 만큼 운동 에너지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물체가 낙하할 때에는 항상 위치 에너지는 감소하고 운동 에너지는 증가한다. 그리하여 물체가 낙하할 때 어떠한 지점에서든 그 물체의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의 합, 즉 역학적 에너지는 항상 같다. (출처 : 위키백과) 

  


이러한 관계식에 대해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 ~1716)는 그의 저서 <동역학의 시범>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물체 A와 C가 무게를 가지고 있고 (그림2), 이 물체들이 A는 1배의 속도를, C는 2배의 속도를 가지는 순간에 그들이 수직 진자의 극단인 PA1와 EC1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되듯이, 이들이 자신의 힘을 위치의 상승으로 변환시킨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속도 1을 가진 물체 A가 수평선 HR 위로 최고의 높이인 A2H로 1피트 올라가면, 속도 2를 가진 물체 C도 또한 최고의 높이인 C2R로 4피트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은 갈릴레이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제시된 바로부터 확실하다...일반적으로 이와 같이 하여, 동일한 물체의 힘은 그들의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고, 따라서 물체의 힘은 일반적으로 물체를 한 번 곱하고 속도를 두 번 곱한 것에 비례한다는 사실이 추론될 수 있다.'<동역학 시범>(16),p201 > 


 위의 내용에 따르면 결국 V(속도)와 h(높이)는 서로 교환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별도 증명 생략) 위의 내용은 사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내용이기에 특별히 새롭지는 않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보자.  에너지를 통해 생명체가 유지된다면, 사회를 유지하는 활동 중 하나인 경제학 Economics에서도 우리는 에너지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에너지 전환 문제를 이번에는 경제학 經濟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보다 상세한 내용은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 ~ 2006) 의 저서 <화폐경제학 Money mischief> 를 통해 확인해본다. 


 2. 화폐 수량 방정식


 '어빙 피셔 Irving Fisher(Irving Fisher, 1867~1947) 에 따르면 방정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MV=PT, M은 명목 화폐 수량이다. 이는 현재 미국의 경우 연준(FRB)에 의해 결정된다. V는 유통속도로 일정 기간 중에 1달러가 평균적으로 구매에 사용된 횟수를 나타낸다... V는 일반 국민에게 현금잔고가 얼마나 유용한가 그리고 그 보유 비용이 얼마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이 방정식에서 M과 V의 곱은 총지출 혹은 총소득을 나타낸다. 우변에서 P는 구매되는 재화와 용역의 평균가격 또는 평균가격지수이다. T는 거래를 나타내는 것으로 구매되는 재화와 용역의 총량 지수로 풀이된다. 오늘날에는 T는 실질소득을 나타내는 Y로 대체되었다. 위의 형태 그대로 방정식은 하나의 항등식이며 자명한 진리이다. 여기서 모든 구매를 두 가지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하나를 지출된 화폐금액으로, 다른 하나는 재화와 용역의 구매량에 지불가격을 곱한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좌변에 화폐 금액을 기입하고, 우변에 수량과 가격의 곱을 기입하고, 모든 거래에 대해 합을 구한다는 것은 복식부기의 표준적 사례이다.'(p60)


 방정식의 좌항은 화폐량과 유통속도를 표현한다면, 우항은 국가소득을 설명한다. 국가 소득을 화폐와 재화, 용역의 관계를 통해 설명하는 화폐 수량 방정식의 구조를  살펴보자. 좌항을 동(動)이라고 한다면, 우항은 정(靜)을 상태를 설명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화폐 수량 방정식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의 다른 형태의 표현이라 생각할 수있겠다. (실제, 화폐 수량 방정식의 아이디어는 19세기 후반 미국 천문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사이먼 뉴콤 Simon Newcomb에 의해 고안되었다.) <화폐경제학>에서 언급된 화폐 수량 방정식의 일반적인 원리는 '대차평균의 원리'다. 대차평균의 원리로 생성되는 회계학의 두 양식인 재무상태표(BS, Balance Sheet)와 손익계산서(IS, Income Statement)'는 다음과 같은 관계를 가진다.


3.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관계



[그림]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관계 (출처: http://quida.tistory.com/95)


 판매하여 생기는 매출액에서 소요된 비용을 차감해서 생기는 순이익(순손실)은 자본으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자본을 결정된다. 또한, 재무상태표에서 자산(資産)은 그 자산의 권리 관계에 따라 부채(負債)와 자본(資本)으로 나누어진다. 자산은 자본의 규모에 따라 결정되기에, 자산(資産)은 소득(所得)활동의 결과로 결정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자산의 상태를 정(靜)적인 것으로 본다면, 소득 활동은 동(動)적인 활동으로 해석한다면, 회계학에서도 동(動)과 정(靜)은 서로 전환되면서 상생(相生)하는 관계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만일 이와 같은 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우리는 토마 피게티(Thomas Piketty)의 <21세기 자본>에서 이와 같은 전환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생기는 문제를 확인하게 된다. 그 문제는 자산소득자과 임금소득자의 소득증가와 연결된다.

 

4. 부와 소득 분배 문제

 '불안정을 초래하는 주된 힘은, 민간자본의 수익률 r이 장기간에 걸쳐 소득과 생산의 성장률 g를 크게 웃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r>g라는 부등식은 과거에 축적된 부가 생산과 임금보다 더 빨리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등식은 근본적인 논리적 모순을 드러낸다. 기업가는 필연적으로 자본소득자가 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의 노동력밖에 가진 것 없는 이들에 대해 갈수록 더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자본은 한번 형성되면 생산 증가보다 더 빠르게 스스로를 재생산한다. 과거가 미래를 먹어치우는 것이다.'(p690)


피게티는 <21세기 자본>에서 부동산 등 자산(자본) 수익률이 일반 노동소득 이익률보다 빠르게 증가하기에 부(富)의 불평등한 분배가 심화된다고 해석한다. 정(靜)과 동(動)의 균형이 파괴되었을 때 우리 사회의 폐단은 쌓이게 된다. 그리고 이는 적폐(積弊)가 된다. '고인물이 썪는다'는 말처럼 끊임없는 순환이 필요한 것은 개체(個體), 사회(社會), 자연(自然) 모두라 생각된다. 결국, 동(動)과 정(靜)의 문제는 결국 순환(循環)의 문제라고 여겨진다. 여기에서 잠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eitos, BC535 ~ BC 475)의 말을 통해 순환의 문제를 확인해 보자. 


'53. 체체스 (DK22B126) '차가운 것들은 뜨거워지고, 뜨거운 것은 차가워진다. 젖은 것은 마르고, 마른 것은 젖게 된다. '(<일리아스 강의>에 대한 외곽주석)


'54. 플루타르코스(DK22B88) '동일한 것...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 깨어 있는 것과 잠든 것, 젊은 것과 늙은 것. 왜냐하면 이것들이 변화하면(metapesonta) 저것들이고, 저것들이 다시 변화하면 이것들이기 때문에.' (<아폴로니오스에게 보내는 위로의 말> 106e)'


(이상 헤라클레이토스  단편)


끊임없는 움직임과 정지(또는 휴식)의 변화 속에서 우리가 살아간다(生)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우리 삶에서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휴식(休息)'이 필요한 것 아닐까. 휴식의 문제는 버트런트 러셀(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 3rd Earl Russell, 1872 ~ 1970)의 말을 통해 확인해보자. 


5. 그리고 여가(Leisure)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에서도 선한 본성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질이며 이는 힘들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현대의 생산방식은 우리 모두가 편안한고 안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쪽 사람들에겐 과로를, 다른 편 사람들에겐 굶주림을 주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기계가 없던 예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어리석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리석음을 영원히 이어나갈 이유는 전혀 없다.'(p33)


 우리에게는 움직임만큼의 휴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마치, '휴식=악(惡)'으로 규정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행복 역시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자, 이제 페이퍼를 마무리할 때가 다가온 듯하다. 동(動)과 정(靜)으로 시작한 이번 페이퍼는 물리학(역학적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경제학(화폐수량방정식)을 지나 회계학(대차평균의 원리)를 거쳐, 사회학(사회문제 : 경제적 불평등)을 찍고 여가의 필요성까지 살펴봤다. 그럼 결론은? "이웃분들 지난 한 주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 행복한 주말되세요!"가 되겠다... 여러곳을 돌고 돌아 주간의 문안 인사를 끝으로 이번 페이퍼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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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4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4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거서 2017-06-24 1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리학, 경제학, 회계학, 사회학을 통하여 여가의 필요성을 통섭하는 글이라서 인상적입니다. 겨울호랑이 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06-24 19:40   좋아요 2 | URL
오거서님 감사합니다^^: 휴식이 필요할 때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오거서님도 즐겁게 하루 마무리 하세요^^:

나와같다면 2017-06-24 2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의 이 페이퍼가 얼마나 깊은 의식의 흐름에서 나온지 조금은 알것 같아요..

어제 ‘알쓸신잡‘에서 유시민님이 헨리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언급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어요..

겨울호랑이님의 이 글도 감동적으로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6-24 21:40   좋아요 3 | URL
^^: 제가 항상 나와같다면님과 이웃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 글에 대해 수즌 높은 해석을 해주시니 의도치 않게 깊이있는 글이 되버렸네요 ㅋㅋ 나와같다면님 감사드립니다. 예전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음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서니데이 2017-06-24 2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비가 오면 더위도 살짝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06-24 21:41   좋아요 2 | URL
^^: 제가 사는 곳은 비가 조금 내렸어요. 월요일까지 ‘비님‘께서 오신다니 참 즐겁습니다.

AgalmA 2017-06-26 0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혼자 휴식의 시간을 가지신다 그래서 이후 겨울호랑이님이 이런 글 쓰실 줄 알았다니까요ㅎ
우리 모두 또 한 주 기운차게 살아야 하겠네요. 어후;;

겨울호랑이 2017-06-26 10:08   좋아요 1 | URL
^^: ㅋㅋ 이젠 제 글방향도 파악하셨군요.. AgalmA님 다시 한 주가 시작되네요.. 움직여야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즐거운 한 주의 시작 되세요^^:

카이젠의 후예 2017-06-26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호랑이님! 여전히 다독 하고 지내시는군요~^^ 고맙습니다!^^ 근 1년간 해외에 체류해서리 못 들렀네요. 이제 또 새기분 새독으로 열씨미 다독 하렵니당.지도 편달 부탁 드리구여~^^

겨울호랑이 2017-06-26 21:43   좋아요 1 | URL
^^: 아 그러셨군요. 그래서 한동안 못뵈었군요. 다시 카이젠의후예님을 뵙게 되어 저 역시 반갑습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편한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

카이젠의 후예 2017-06-26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넵~ 다시 열독모드로 회귀했으니 많은
조언 부탁 드릴께요. 오랜만에 비가 오니 너무 좋아요 ㅎ

겨울호랑이 2017-06-26 21:47   좋아요 1 | URL
네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정말 반갑네요^^:

yamoo 2017-06-28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이달의 당선작은 이 정도는 되야 한다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6-28 22:07   좋아요 0 | URL
^^: yamoo님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항상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한 밤 되세요^^:
 

1. 협주곡 Concerto


'지금의 독주악기가 오케스트라와 경합하는, 일반적으로 3부로 구성되는 악곡을 "콘체르토 Concerto", 즉 협주곡이라고 부르죠. 이 단어 자체가 그런 뜻이에요. "경합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콘체르타레 Concertare"에서 나왔죠. 콘체르토는 주인공이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죠. 눈부신 진행의 기회는 주인공에게로 한정되어 있어요. 보통 1악장 끝에서 오케스트라가 최고조에서 음악을 딱 멈추고 독주자가 그 곡의 테마를 기교를 뽐내며 연주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죠. 이걸 카덴차라고 하죠.'(p173)


2. 협주곡의 형식과 소나타의 탄생


'협주곡이 교향악 형식을 예비했다고 하는데, 일단 작품 전체의 개요라는 면에서 그래요. 토렐리가 채택한 "알레그로-아다지오-알레그로"라는 도식은 비발디와 바흐도 따랐죠. (p174)... 바흐가 비발비의 협주곡 형식들을 차용하고 정리했다는 사실은 알죠? 하지만 타그린씨도 잘 아는 <하프시코드와 현을 위한 협주곡 1번 D단조 BWV 1052>에서 바흐는 첫 부분에 알레그로의 두번째 테마를 추가했어요. 이게 결정적인 혁신의 시초가 되어 두 개의 기본 테마를 대비시키는 소나타 형식이 탄생합니다.'(p175)



 '바흐의 협주곡 D단조의 알레그로 도식은 단순해요. 첫 번째 테마가 바로 나오죠. 이 테마가 때로는 으뜸조로, 때로는 딸림조로 매우 여러 번 반복됩니다. 두 번째 테마는 A단조로 나오는데요. 피오노만의 카덴차가 있고, 첫 번째 테마가 다시 나오고, 두 번째 테마가 이번엔 D단조로 나와요.'(p175)


3. 민요에 대하여


'조개가 진주를 품듯이 서민들은 자기들의 노래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죠. 멜로디적인 요소는 학문적 음악에서 빌려왔든가 작업의 리듬, 노동의 추임새, 일하는 이들의 의성어나 의태어에서 빌려왔을 겁니다... 노래하는 민중은 자기네들의 관념은 만들지 못할지라도 자기네 스타일은 만들어 냅니다. 쳐내고, 또 쳐내고, 변형하고,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가장 은밀한 심중을 드러내 보이죠. 노동과 나날, 고뇌와 기쁨, 삶의 모든 상황들이 이 신비롭고도 분명한 유기적 조직을 이루는데 일조합니다. 그 완벽함에 우리의 앎은 도저히 필적할 수 없으니 마냥 겸손할 밖에요.'(p164)




4. 조금 더 깊이 읽기 : 협주곡에 대하여...


 가. 협주곡


 '전형적인 협주곡 1악장에는 바로크 협주곡의 리토르넬로 형식에 등장하는 요소가 여전히 유지되었다. 즉 관혁악 리토르넬로가 독주자의 성격을 가진 에피소드와 교대로 등장하며, 이것은 소나타 형식의 대조적인 조성과 특징적인 주제적 재료와 결합된다. 코흐가 묘사한 형식에 의하면 세 개의 독주 섹션은 어떤 면에서 소나타 형식의 주요한 세 악절과 동등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섹션은 4개의 관현악 리토르넬로에 둘러싸여 있는데, 첫 번째 섹션에서 전체 주요 악상이나 대부분의 악상이 제시되고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짧다. 본질적으로 협주곡의 1악장은 리토르넬로 형식의 틀에 기초한 소나타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바흐 협주곡은 한 가지 중요한 측면, 즉 끝에서 두 번째 리토르넬로를 간단히 관현악으로 규정하여 대치한다는 점에서 코흐의 설명과 차별화된다'(p561)


나. 카덴차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Johann Christian Bach, 1735 ~ 1782)가 활동하는 시기에는 마지막 관현악 리토르넬로가 등장하기 직전 대개는 독주자가 즉흥적으로 카덴차를 연주하는 것이 하나의 전통으로 굳어져 있었다. 카덴차는 원래 다 카포 아리아의 도입 부분이 되돌아오기 전 가수가 끼어들어 빠른 패시지와 트릴로 노래하던 연주에서 발전했다. 관습에 의하면 협주곡 카덴차는 전형적으로 무게감 있는 제2전위 화음으로 도입되며, 독주자는 딸림화음 위에서 오랫동안 트릴을 연주하여 오케스트라에 재등장한다는 신호를 보낸다.'(p563)


PS. '민요' 부분에 소개된 프랑스 민요는 별로 와닿지 않아서, 우리나라 민요를 넣었습니다. 삶의 애환을 담은 민요는 민족 정서와 분리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다음의 민요처럼 널리 알려져 가락만으로도 마음에 와닿는 민요도 있겠지요... 한창 가뭄이 심한 요즘이지만, 내일 비소식이 예정되어 있어 기대가 됩니다. 예전에는 습하지 않은 여름을 기대했었는데 한동안 비가 오지 않으니, 예전 장마철이 그리워 집니다. 이웃분들 모두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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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6-24 1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말은 겨울호랑이님 음악공부하는 날 같아요^-^

겨울호랑이 2017-06-24 12:37   좋아요 2 | URL
^^: 네 주말 아침은 편안하게 시작하려고 해요.. 몰랐던 것도 채우면서요 ^^: 기회가 되면 악기도 ?ㅋㅋ

2017-06-24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4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6-25 15: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민요.. 조개가 진주를 품듯이 서민들이 자기들의 노래를..

요즈음 노찾사의 ‘사계‘ ‘그날이 오면‘ 이 계속 듣고 싶었어요

민중의 노동, 연대, 저항 그리고 삶이 나타나는 이 곡들은 후대에도 살아남아 민요로 전해지겠죠..?

겨울호랑이 2017-06-25 15:26   좋아요 2 | URL
^^: 나와같다면님께서 말씀하신 곡들은 지금도 리메이크되면서 우리 곁에서 꾸준히 함께 하고 있는듯 합니다. 지금도 많이 공감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로는 그저 추억의 노래로만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네요. 후대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이 되길 바라봅니다.^^:
 
경제성장과 환경보존 둘 다 가능할 수는 없는가 지속가능성 시리즈 4
베른트 마이어 지음, 김홍옥 옮김 / 길(도서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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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성장과 환경보존, 둘 다 가능할 수는 없는가>는 독일 경제학자인 베른트 마이어(Bernd Meyer)가 2007년 저술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 오염에 대한 대책인 '환경보존'과 늘어가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경제성장'이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이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저자가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살펴보자.


 '지속가능성은 인류 중심 개념이다. 인간과 그들의 욕구가 핵심인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에는 생태적, 경제적, 사회적 차원이 있다. 지속가능성의 생태적, 경제적 차원은 다음 세대에게 일정한 자연 자본과 경제 자본 따위의 자본을 넘겨주는 것과 관련이 있다... 경제 자본에는 무엇보다 건물과 기계류, 그리고 지식과 경험 같은 인적 자본이 포함된다.'(p36)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면서도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위해서는 자본을 다음 세대에 일정 자본을 넘겨줄 수 있어야한다. 이를 위한 공급 측면에서의 선결 과제는 '자원 생산성의 향상'이다. 그리고, 자원 생산성의 향상을 위해서 우리는 '충분성'과 '효율성'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행동 변화는 다름 아닌 자원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자원 생산성이란 단위 자원당 생산되는 상품의 총량을 말한다. 자원 생산성을 높여야, 경제성장이 곧 자원 소비라는 등식을 깨뜨릴 수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이른바 "충분성"전략은 소비자 행동의 변화를 추구한다... "효율성" 전략은 기술혁신을 지지한다.'(p39)


  * 자원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 : 충분성 전략과 효율성 전략


 '충분성 전략이 강조하는 것은 총 소비량이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 유형이다. 우리가 원하는 상품은 어떤 것인가? 충분성은 절제를 통한 보존을 뜻한다. 이 전략은 소비를 포기하란 말이 전혀 아니며, 오로지 자원 사용에만 해당된다.(p120)


 '프리드리히 슈미트 블레크는 어떻게 하면 자원 사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수많은 예를 상세히 제시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국가의 여러 겅제 과정에서 사용되는 기술이다(p126)...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르민 그룬발트 Armin Grunwald의 지도 아래 독일 연구센터의 헤르만폰헬름홀츠 협회는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무엇보다 좀 더 지속가능한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특히 네 가지 핵심 기술이 유망하다고 밝혔다. 네 가지 핵심 기술이란 나노 기술, 생명공학, 재생에너지 기술, 그리고 정보와 의사소통 기술이다. 이들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은 모든 경제 부문의 근본적 생산 조건을 설계하는데 더없이 중요하다.'(p134) 


 공급면에서의 생산성 향상과 함께 수요측면에서는 '소비의 절감'이 요구된다. 소비의 절감은 자연적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 제도(세금, 배출권, 보조금 )를 통한 직접적인 규제가 요청된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오로지 인간의 자원 소비를 세계적으로 절반가량 줄여야만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경제성장은 제3세계의 경제와 사회 조건을 개선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결국 우리는 경제성장과 자원 소비를 철저히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p71)


 '생태학자들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부심하는 기업과 제지받지 않는 소비자의 소비가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생태학자들은 이제 환경에 가격표를 붙이는 식으로 환경을 "경제화"하고 싶어 한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p75)


  * 경제 제도 : 세금 제도, 배출권 거래제, 정부 보조금 제도

 

 '이른바 "생태세 eco-tax"는 경제학자 피구 Pigou가 내놓은 안이다. 피해를 입히는 이들에게 과세하면 그같은 행동을 줄일 수 있고, 피해를 입은 이들은 가외의 수입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p76)... 한편 경제학자 로널드 해리 코스 Ronald Hatty Coase는 50년 전 그와 정반대 해법을 내놓았다. 바로 정부가 환경 사용에 한계를 지워, 그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게 만드는 정책이다.'(p77)


 또한, 위의 제도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필요한 보완 조치가 있는데 이는 정보 및 의사소통 정책, 그리고 공조적 해법 제시 등으로 달성할 수 있다. 


  '정부가 시장 참가자들이 더욱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거나,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더욱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p84)... 서로 공조하도록 기업들을 격려하는 것은 특히나 기술 향상과 관련해 중요하다. 기후 문제는 자원을 절감하는 새로운 생산 방법, 혹은 자원 소비를 줄여주는 새로운 소비재 개발 같은 기술 향상을 통해 가장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다.'(p85)


  자본주의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대한 위와 같은 조절을 통해 우리는 재화의 생산량과 소비량을 일치시키고, 생산비용과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부문에 있어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특히 노동시장의 문제가 그러하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관심 역시 추가적으로 요청된다. 


 *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


 '서비스 부문이 체계적인 혁신 전략을 추진하노라면 특히 연구 개발이나 기업 밀착형 컨설팅 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늘어날 것이다. 소비구조가 서비스 부문에 유리하게 바뀌면서 상위 집단 고용인의 수가 증가할 것이다. 양질의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현재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혁신 전략과 더불어 노동력 공급량 전체를 늘릴 필요도 있다. 자발적으로 노동 생산성을 높이려는 의지도 놓아야 하지만, 그와 함께 주당 노동시간 차원에서나, 평생 노동시간 차원에서 현재의 여성 노동력 예비군에도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p188)


  <경제성장과 환경보존, 둘 다 가능할 수는 없는가>에서는 그 외에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발전문제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여러 주장을 종합하면 결국 다음과 같은 최종 결론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어떻게 하면 실제로 우리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나는 경제 제도가 분명 중요하지만, 현재 시장에 결함이 많기 때문에 좀 더 합리적인 규제 정책, 정보와 의사소통 제도 등으로 보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은 현행 경제 제도 덕택에 혁신 전략을 따르기에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교육 운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양질의 노동자를 충분하게 확보할 수 없다. 한편 수많은 개인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노동 환경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를테면, 역소득세처럼 효율적으로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p238)


 <경제성장과 환경보존, 둘 다 가능할 수는 없는가>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문제에 대해 세계적인 관점으로 접근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토마 피게티(Thomas Piketty)가 그의 저서인 <21세기 자본>에서 소득불균형 해소를 위한 국제적인 공조를 강조했다면, 베른트 마이어 역시 환경오염 해소와 국제경제성장을 위한 세계적인 협력을 주장한다. 환경문제와 관련한 국제협력의 중요성은 최근 (2017년 6월)  발생한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문제를 바라보면서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그림] 파리 기후 협약 탈퇴를 발표하는 트럼프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_oVFJsLfDj8)


 이러한 저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고려하지 않은 문제로 인한 오류가 존재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다. 책이 쓰여진 시점인 2007년 당시에는 인구 고령화의 문제가 아직 절실하게 다가오지 못했고,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subPrime mortgage) 영향으로 글로벌 외환 위기가 발생하기 전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능력은 충분했다. 이러한 가정에서 출발한 이 책은 방정식을 통해 논의를 진행시킨다.  


 'E(배출량)=(E/R) * (R/Y) * (Y/B) * B / R : 자원 사용, Y : 국내총생산, B : 인구 크기

 E/R : 자원 사용 단위당 배출량, R/Y : 국내총생산 단위당 자원 사용, Y/B : 일인당 국내총생산


 세계적으로 인구(B)와 일인당 소득(Y/B)이 늘고 있음에도 E를 줄이려면, 자원 사용 단위당 배출량(E/R)과 국내총생산 단위당 자원 사용(R/Y)을 파격적으로 줄여야 한다. 어쨌거나 배출량을 줄이는 한편 경제성장과 인구 증가를 동시에 이루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p114)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인구(B)는 감소했고, 경제 위기로 소비능력의 저하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모습이다. 또한,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발전보다 당장의 위기 해결을 위한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책에서는 환경의 주요한 문제로 제기하는 지구온난화 문제 역시 이산화탄소(CO2)문제로 한정짓는 한계를 보여준다. 2010년 당시 친환경차량으로 주목받던 디젤(경유)차량의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문제에만 집중하여 가솔린 차량보다 '친환경' 이라고 인증을 받았지만, 늘어난 경유차량 덕분에 우리는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PM)문제를 새롭게 짊어지게 되었다. 환경오염의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바라본 것 또한 이 책의 한계라 생각된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서 <경제성장과 환경보존, 둘 다 가능한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이 책은 '경제성장'과 '환경보존'이라는 두 이상적인 목표가 서로 배타(排他)적이지 않다는 희망적인 내용을 제시했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가정으로 인해 그 내용이 별로 유용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닌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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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2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2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다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마음에 드는 일만큼이나 많이 생긴다. 특히 내 마음에 상처를 줄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느낀다. 화 anger다. 그럴때 되도록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하는 편인데, 오늘따라 '화'를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화에 대하여>와 관련 책들을 를 펼쳐들고 화에 대해 정리해 보고 싶다. 오늘 페이퍼는 <화에 대하여>를 중심으로 다른 현인 賢人들의 '화'에 대한 단상 短想 들이다.


 <화에 대하여 on anger>는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 BC 4 ~ AD 65)가 저술한 '화'에 대한 책이다. 세네카는 이 책에서 먼저 화에 대해서 정의를 내린다. 세네카에게 있어 화는 '이성 理性'의 적이다. 그리고, 플루타르코스(Ploutarchos, AD 50? ~ 120?) 에 따르면 화는 '고통'과 '쾌락'과 '오만'의 씨앗이다.


 '화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는 우리 스토아 철학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화는 "고통을 고통으로 갚아주고자 하는 강한 욕망"이라고 그는 말한다... 화는 이성의 적이지만, 오직 이성이 존재하는 곳에서만 생겨난다.'(p35) 

'제논은 씨앗이 혼의 모든 능력에서 추출한 혼합물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분노는 모든 감정에서 추출한 씨앗의 혼합물인 것 같네. 분노는 고통과 쾌락과 오만에서 추출되었기 때문일세.'(p93) <분노의 억제에 관하여> 플루타르코스 中 


 다른 한편으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322)는 '온유'를 '성마름'과  '성깔 없음'의 중용이라고 파악하고, 어느 정도의 분노는 우리 삶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적당한 화는 우리 삶에서 필요한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세네카에 의해 논파된다.

 

  '온유함은 분노 憤怒 와 관련된 중용 中庸 이다... 분노가 지나침은 성마름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 원인은 많고 다양하지만 여기서 느끼는 감정은 분노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화낼 일로, 당연히 화내야 할 사람들에게, 적당한 방법으로, 적당한 만큼, 적당할 때에, 적당한 기간 동안 분노하는 사람은 칭찬받는다. 그런 사람은 온유한 사람일 것이다.'(p161)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中

 

아리스토텔레스는 분노를 적당하게 표현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세네카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화를 내는 것이 유리하지 않음을 주장하면서 신중하게 살피고 자제심을 발휘할 것을 요청한다. 세네카에게 진중함은 선 善인 반면, 화는 악 惡이다.


'우리는 전투와 전쟁에서조차 화가 유리한 수단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화는  조급함을 부르고, 적을 위험에 빠뜨리고자 하는 욕망은 경솔함을 불러들여 오히려 우리 자신을 위험에 빠뜨린다. 가장 믿을 만한 지혜는 상황을 오랫동안 신중하게 살피고, 끝까지 자제심을 발휘하고, 정해진 목표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다.'(p54)


 <화에 대하여>에서 세네카는 화를 내는 대상에 따라 화의 종류를 구분하고 있다. 먼저,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놓은 이들(부하 직원, 어린 자녀 등)의 잘못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세네카의 조언은  '꾸짖되, 화내지 말라' 는 말로 요약된다.


  '잘못을 저지른 자는 훈계를 통해서든 강제력을 동원해서든 부드럽게 때로는 엄격하게 그 행동을 교정해주어야 한다. 남들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그 자신을 위해서도 우리는 그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꾸짖되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치유의 대상인 환자에게 화를 내는 의사가 어디 있는가?'(p60)


 '우리는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대상에게 화를 내지만, 심지어 그런 능력이 없는 대상에게도 화를 낸다.(p127)... 아이들에게 혹은 분별력에서 아이보다 나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다. 공정한 심판관의 눈으로 보면, 그런 사람들이 저지르는 잘못은 무지함에서 나오는 것이며, 따라서 무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p128)


 어린아이들에 대한 체벌 문제에 대해 몽테뉴(Michel Eyquem de Montaigne, 1533 ~ 1592) 역시 세네카와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어째서 부친들과 교사들이 분노해 어린아이들을 때리고 벌 주는 것이 허용된단 말인가? 그것은 이미 징계가 아니다. 그것은 보복이다. 징계는 어린아이에게는 약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의사가 그의 환자에게 흥분해서 화를 낸다면, 그대로 참고 볼 일인가? 우리 자신도 올바르게 처신하려면, 분노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동안 결코 하인들에게 손을 대서는 안 될 일이다.'(p785) <몽테뉴 수상록> 몽테뉴 中


  또한 자연 재해 등 어쩔 수 없는 재난에 대해 우리는 애써 의미를 부여하거나 화를 낼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이런 불가항력적인 것에 대해 우리는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다의 야만성에 대해, 가혹한 홍수에 대해, 좀처럼 물러가지 않는 동장군에 대해 신들을 탓하며 화를 내는 것은 미치거나 진리를 알지 못하는 자들의 행동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에게 해를 입히기도 하고 혜택을 주기도 하는 이런 자연 현상들은 특별히 우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자신의 법칙대로 움직일 뿐이며, 그것을 통해서 신의 의지가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그런 엄청난 일들을 불러일으킬 만큼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이 모든 현상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이런 일들은 우리의 행복에 이바지한다.'(p129)


  이처럼 우리는 여하한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 나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지금 당장 화가 났을 때 우리는 화에 대한 반응을 최대한 늦추거나,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을 통해 보다 신중하게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면서, 화의 폐해를 직접 깨닫는 것은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줄 것이다. 


  '화에 대한 최고의 대책은 그것을 늦추는 것이다. 처음부터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사숙고하기 위해 화의 유예를 요구하라. 화가 처음에 맹렬한 기세로 습격할 때는 타격이 크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뒤로 물러선다. 한꺼번에 화의 뿌리를 뽑으려고 애쓰지 마라.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뽑아서 버리면 언젠가는 화를 전부 없앨 수 있을 것이다.'(p134)


 '섹스티우스가 말했듯이, 어떤 사람들은 화가 날 때 화난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다. 그들은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다... 화보다 빨리 우리를 광기로 이끄는 길은 없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화의 발작을 수습하지 못하고 한 번 놓아버린 정신을 다시는 되찾지 못하기도 한다. 광란이 아이아스를 자살로 내몰았고 화가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p153)


 [그림] 오딧세우스(왼편)과 절망하는 아이아스(오른편) (출처 : 중앙시사매거진)


 그리고, 매일 자신의 성찰 省察하면서 자신의 감각을 강하게 단련시킬 것을 권고한다. 분노의 원인에 대해서 플루타르코스 역시 세네카와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 플루타르코스와 몽테뉴는 자신의 조절을 통해 화를 억제할 것을 제안한다. 

마치 은나라를 세운 탕왕 湯王이 세숫대야에 '구일신일일신우일신(苟日新日日新又日新)' 아홉 글자를 새겨 세수할 때마다 스스로를 반성하고 새롭게 변화하려는 다짐을 늘 일깨웠던 것처럼 매일 새롭게 변화하려는 노력은 보다 우리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수행하고 있는 일들 중에 심각하거나 중요한 일은 하나도 없다. 이는 화가 광기의 한 형태이며, 네가 하찮은 일에 대단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네가탐하는 것이 하찮은 것이기에, 남에게서 빼앗지 못하면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네가 추구하는 것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내분과 증오가 일어난다.(p233)... 네 감각 또한 강해져야 한다. 마음이 감각을 타락시키는 일을 그만두기만 하면 감각이란 원래 참을성이 있고 무던하다. 그러므로 너는 매일 마음을 점검하고 다스려야 한다.'(p235)


 '마치 살이 심하게 가격당하면 부어오르듯, 허약한 혼일수록 남에게 고통주기를 좋아한다네. 그래서 그들은 혼이 허약한 만큼 더 심한 분노를 느끼게 되는 것이지... 이렇듯 분노는 무엇보다도 허약함 탓에 혼의 괴로움과 고통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네.'(p75) <분노의 억제에 관하여> 플루타르코스 中


 '분노를 조절하려면 잔혹하게 자기를 억제해야만 한다. 나로서는 격정치고, 그것을 덮어가며 버티어 나가는 데 이렇게 힘든 것을 알지 못한다.(p789)... 분노라는 무기가 우리를 잡고 있는 것이지, 우리가 이 무기를 잡고 있는 것은 아니다.'(p792)  <몽테뉴 수상록> 몽테뉴 中


 '그러니까 친구여, 분노의 폭정에서 벗어나는 최상의 방법은, 분노가 우리더러 고함을 지르고 노려보고 가슴을 치라고 명령을 하더라도, 말을 듣지 않거나 복종하지 않는 것이라네. 오히려 우리는 평정을 유지하고 마치 정염이 질병인 양 격렬한 동작과 고함 소리로 정염을 악화시켜서는 안 되네.'(p68) <분노의 억제에 관하여> 플루타르코스 中


 <화에 대하여>, <분노의 억제에 관하여>, <수상록>에서 저자들은 화에 대해서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천 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현인들의 화에 대한 관점이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반대로, 화에 대한 이들의 말이 진리라는 반증이라 생각된다. 


  요즘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 화를 가슴에 쌓아두면 병이 된다고 하면서 이를 밖으로 표출시키라는 말이 참으라는 말보다 많이 들린다. 홧병이 생길수 있기에, 이 역시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화를 밖으로 버리고 나면 내 마음은 평화로울 수 있을까? 내 마음이 화가 생기기 쉬운 상태라면 결국 나는 자주 화를 내서 평안을 얻을 수 밖에 없으리라. 그리고, 화를 내는 주기는 조금씩 더 짧아지고, 나중에는 내 자신이 화 그자체가 될 것이다.  그전에 자신을 스스로 단련해가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옛 현인들은 말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분노 대신 선인 善人들은 무엇을 선택하는가에 대한 세네카의 조언을 마지막으로 '화'에 대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반론 : "선한 사람은 자기 아버지나 아들이 칼에 찔리는 것을 보고도 울거나 실신하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선한 사람은 흔들리거나 주저함 없이 자신의 의무를 수행할 것이며 선한 사람으로서 합당히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만일 나의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는 순간이라면, 나는 그를 지킬 것이다.'(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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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구석시골총각 2017-06-16 2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같은 저자의 화 다스리기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당시 원했던 부분보다는 학문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책은 어떨지 또 궁금해집니다^^:

겨울호랑이 2017-06-16 22:26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저는 촌구석시골총각님과 반대로 「화 다스리기」를 읽지 못했네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네요^^: 촌구석시골총각님 감사합니다.

oren 2017-06-17 0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분노‘만큼 흥미로운 격정도 드문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 님께서도 소개해 주셨듯이,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플루타르코스, 몽테뉴 등 숱한 철학자들이 이 주제로 수많은 이야기들을 쏟아 놓았고, 나중에 애덤 스미스도 <도덕감정론>을 통해 ‘분노의 감정 연구‘에 한몫 단단히 거들었던 듯합니다.

철학과는 별도로 이름난 문학작품에서 자주 다뤘던 주제 또한 ‘분노‘였던 건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듯싶은데, 따져 보니 희랍 고전들 가운데서도 ‘분노‘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정말 많네요. 소포클레스의 <아이아스>, <엘렉트라>,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 <휩폴리토스>, <엘렉트라>, <오레스테스> 등이 모두 분노와 복수를 다루고 있고,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코리올라누스>도 마찬가지고요.(<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등장하는 50명의 인물 가운데 ‘분노‘로 가장 명성을 떨친 인물이 아마도 코리올라누스가 아닐까 싶은데, 셰익스피어도 ‘그의 분노‘에 깊은 감명(?)을 받은 끝에 기어이 자신의 ‘마지막 사극 작품‘으로 연극무대에 올렸더군요.) 2,800년 전에 쓰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도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핵심 주제였으니 달리 무슨 긴 말이 더 필요할까 싶기도 합니다. 저도 한때 ‘분노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글을 끄적거리다 (머리에 떠오르는 작품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만 둔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겨울호랑이 님의 글 덕분에 그 흥미로운 주제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어 새삼 반갑네요. 제게 낯익은 책들도 반갑고요^^

겨울호랑이 2017-06-17 07:23   좋아요 2 | URL
^^: 분노를 다룬 작품이 정말 많군요. 특히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평소에도 관심있었는데 oren님께서 말씀하시니 더욱 관심이 갑니다... 분노라는 소재는 특히 고대 그리스에서 주목받던 소재였던 것 같습니다. 아직 oren님께서 언급하신 작품 다수를 읽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야겠습니다. 항상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oren님 행복한 주말 되세요^^:

서니데이 2017-06-17 0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를 참는 것도 좋지 않지만 화를 내는 것도 좋지 않다는, 전에 읽었던 내용이 생각났어요. 어느 쪽도 쉽진 않지만 화를 많이 내면서 사는 것도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밤이 되어도 덥네요.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좋은밤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06-17 07:25   좋아요 2 | URL
어느 정도는 여유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길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이겠지만요.ㅜㅜ 서니데이님 더운 날 오늘도 건강하게 보내세요^^:

2017-06-17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7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17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를 분출하여 해소할 수 있는 취미가 있어야 합니다. 개인이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없으면 세상 사는 재미가 느껴지지 않아요.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고, 여러가지 불만이 생길 겁니다. 그래서 안 좋은 방향으로 화를 표출하는 일이 생겨요.

겨울호랑이 2017-06-17 08:41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그래서 ‘놀이하는 인간‘ 이 되어야할 것 같네요. cyrus님께서 요즘 작성하고 계신 ‘셜록 홈즈‘ 페이퍼도 진중한 놀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