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이든(Joseph Haydn, 1732 ~ 1809)


 '하이든하면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나오죠. 하이든 이전의 밀라노 악파나 만하임악파의 교향곡들은 악장이 세 개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하이든이 여기에 미뉴에트악장을 도입함으로써 토대를 완성한거죠. 무엇보다 하이든은 처음으로 악기들을 전체를 이루는 부분들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대립하고, 힘을 합치되 제 목소리를 잃지 않는 개체들로 간주한 작곡가였습니다. 변증법 혹은 음악적인 담화나 대화의 예술은 하이든에게서 그 근원적인 요소를 얻었지요.'(p204)


2. 교향곡의 1악장 : 알레그로(Allegro)


'소나타들에서 이미 그 구성의 얼개를 볼 수 있었죠. 제1주제가 나오고 그다음에는 제2주제가 딸림조로 나오죠. 자유전개가 진행되다가 다시 제1주제와 제2주제가 으뜸조로 나오는 거죠? 맞습니다. A-B-전개-A-B. 예를 들어 D장조 교향곡이라면 첫 번째 동기가 D장조로 나온 후에 두 번째 동기가 딸림조인 A장조로 제시되겠네요. 전개는 가능한 조라면 뭐든지 괜찮아요. 전개부는 그야말로 모험이죠... 처음과 마찬가지로 동기 A가 D장조로 나오고, 동기 B는 이제 A장조가 아니라 D장조로 나오겠죠. 으뜸조의 승리, 으뜸조의 긍정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하니까. 이렇게 교향곡의 알레그로는 무슨 시합처럼 제시되죠.'(p205)



'예를 들어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 ~ 1791) 교향곡 D장조의 도입부를 들어봅시다... 여기서 도입부는 아주 멋지게 전개되다가 딸림화음에서 딱 멈추죠. 다시 말해 A장조의 완전화음에서요. 이때 당김음 리듬으로 D장조 알레그로의 제1주제가 격정적으로 휘몰아치죠. 바로 이부분이 <마술피리> 서곡의 주요 동기와 형제처럼 닮아 있어요. 모차르트는 계속 이 제1주제를 강조하죠. 이행부가 제2주제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 같아요... 다시 제1주제로 돌아왔어요. 푸가적인 진행이 A장조 카덴차로 이어지고, 드디어 제2주제가 A장조로 소박하게, 그래서 선율의 감미로움이 두드러지게 등장하네요. 다시 한번 푸가적인 진행이 이루어지다가 제1주제, 이어서 제2주제가 으뜸조인 D장조로 제시되고 코다(Coda, 도입부의 동기)로 가지요. 모차르트 교향곡의 두 주제는 하이든의 교향곡에서 그랬듯이 대립적이라기보다는 보완적이에요. 같은 혈통에서 태어나 함께 가는 분위기죠. 어디까지나 서로 합쳐지기 위해 따로 존재하는 겁니다.'(p207)


2.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 ~ 1827)


 '베토벤 덕분에 교향곡은 전개부의 확장 외에는 형식의 변화가 없지만 그 정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제 조화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지 않은 두 요소를 엄격한 형식 속에서 합쳐야만 하는 거죠. 교향곡의 알레그로 악장은 각기 어떤 적대관계를, 불꽃 튀는 갈등을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분위기는 비장하리만치 고조됐고요.'(p209)



'베토벤은 테레제 폰 브룬스비크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과 행복에 부풀어 일필휘지로 <교향곡 제4번>을 썼습니다. 이 교향곡은 그의 절제된 힘을 보여주는 멋진 작품입니다. 롤랑은 "사자가 사랑에 빠지니 사나운 발톱을 감춘다."고 썼지요... 모차르트의 교향곡 D장조의 알레그로가 그렇듯 베토벤의 교향곡 <제4번 B flat 장조>도 장중하고 느린 도입부가 먼저 나옵니다. 합주는 알레그로와 제1주제를 이끌죠. 제2주제는 딸림조인 F장조의 무구한 쾌활함은 제1 주제의 맹렬한 기쁨과 대조를 이루죠. 나머지는 관행대로 흘러가고요. 전개부입니다. 다시 B flat 장조의 승리를 위하여 제1 주제와 제2주제가 나오죠.'(p209)


[사진] 차전놀이 (출처 : http://tip.daum.net/question/72910671)


 교향곡의 제1악장 알레그로의 제 1주제와 제2주제의 대립과 보완 그리고 화합에 대해 읽다보니, 예전 88 서울 올림픽 당시 개막식 행사 중 하나였던 '차전놀이'가 떠오릅니다. 예전 다녔던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닌적이 없어서...) 운동회 때 6학년 형님(?)들이 하던 차전놀이를 부러움의 눈으로 봤던 기억이 나네요. 어렸을 적에는 승부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시간이 흐른 뒤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니 놀이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멋있게 보입니다. 차전놀이에서 변증법적 구조를 발견한다면 너무 나간 것일까요?^^: 


 날이 많이 덥습니다. 덥고 습한 요즘 이웃분들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이웃분들의 시원한 여름을 위해 마지막으로 모짜르트의 <마술피리> 중  유명한 <밤의 여왕 아리아>를 올립니다. 예전에 과일주스 CF OST로 유명했었던 노래이기도 하지요. 뜻을 모르고는 좋은 노래라 생각했었는데, 뜻을 알고 보면 다소 무서운 내용의 노래(살인을 사주하는...)입니다. 모두들 시원한 하루 되세요^^: 



Der hoe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내 가슴은 지옥의 복수심으로 끓어오르네

Tod, und Verzweiflung, Tod und Verzweiflung flammert um mich her 
죽음! 그리고 절망! 죽음과 절망이 내 주위에 불타오르네!

Fuehlt nicht durch dich, Sarastroh Todesschmerzen, Sarastro Todesschmerzen, 
너로 하여금 자라스트로가 죽음의 고통을 맛보지 않는다면~ 자라스트로가 죽음의 고통을 맛보지 않는다면

so bist du meine Tochter nimmer mehr. 그러면 넌 더이상 내 딸이 아니야.

So bist du mein~~ meine Tochter nimmer mehr~ 그러면 넌 더이상 내 딸이 아니야.

A~~~~ a~~~~ a~~~~  아~~

meine Tochter nimmer mehr~ 내 딸이 더이상~

A~~~~~ a~~~~~~~ a~~~ 아~~

du bist meine Tochter nimmer mehr 넌 더이상 내 딸이 아니야.

Verstossen sei auf ewig, verlassen sei auf ewig, zertruemmert sei auf ewig! 
영원토록 버림받고, 영원토록 빈궁하고, 영원토록 파괴될 것이다.!

alle Bande der Natur~ 자연의 모든 끈이(질서라고 보면 될 듯...-_-;)

Verstossen! Verlassen! Und zertruemmert! 버려지고! 빈궁해지고! 파괴될 것이야!

alle Bande der Natur... 자연의 모든 끈이

alle~ a~~~~~~~~~~ lle~ 모든 ~

alle Bander der Natur! 모든 자연의 끈

Wenn nicht, durch dich, Sarastroh wird erblassen! 만약 네가 자라스트로를 죽이지 않는다면!

Hoert! Hoert! Hoert~~~~~~~~! Rachegoette! 들으소서! 들어보소서! 들어봐욧! 복수의 여신이여!

Hoert!~~~~~~~~~ der Muttersschwur!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가사 출처 : http://tip.daum.net/question/288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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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7-23 1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서로 대화하고, 대립하고, 힘을 합치되 제 목소리를 잃지 않는.. 변증법..
하이든에게서 그 근원적인 요소를..

신혼 초 와인 한병에 라면 끓여놓고 밤새도록 정반합을 외치며 변증법적으로 싸우던 기억이 나네요 ㅋ

저 변증법 좋아해요..

겨울호랑이 2017-07-23 13:29   좋아요 2 | URL
^^: 변증법은 단순히 철학적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나와같다면님께서도 변증법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변증법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분명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7-07-23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3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7-26 0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유치원 중퇴-,.-) 가기 싫어서 개기다가 어머니가 그럼 가지마! 버럭~으로 끝장남요ㅋ 막상 안 가니 심심하긴 하더라고요ㅋㅋ 유치원 중퇴해도 국민학교는 갈 수 있어 다행인 시절였죠...후호후~

겨울호랑이 2017-07-26 00:46   좋아요 1 | URL
^^: 저는 유치원에는 다녀본 적도 없는 미술학원 출신인지라..ㅋㅋ 역시 유치원은 좋은데를 나와야할 것 같네요.ㅋㅋ
 
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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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의 붕괴 Collapse>는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1937 ~ )교수의 문명의 붕괴 원인에 대한 저술이다. 전작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에서 문명의 기원(起原)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문명의 붕괴>에서는 과거 문명(文明)의 붕괴 원인을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과거 문명의 붕괴 원인을 거울삼아 우리가 당면한 위기(특히, 환경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도출하고자 하는 목적이 담겨있다.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도출한 문명 붕괴의 5가지 요인은 무엇이며,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지 이번 리뷰를 통해 살펴보자.


 1. 문명 붕괴의 5가지 요인


'한 사회가 전적으로 환경 파괴로 인해 붕괴하는 것만은 아니다. 다른 요인들도 있다. 이 책을 처음 기획했을 때는 나는 그런 복합적 요인들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환경에 따른 붕괴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반드시 고려해야할 다섯 가지 요인을 찾아냈다. 그중 네 가지, 즉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적대적인 이웃, 그리고 우호적인 무역국은 한 사회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섯 번째 요인, 즉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언제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p25)


 <문명의 붕괴>에서는 사회 변화를 초래하는 다섯 가지 요인인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적대적인 이웃, 우호적인 무역국,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한다. 대부분 문명의 붕괴에는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중에서도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문명의 붕괴를 설명하는데 핵심적 요소다. 아놀드 토인비 Arnold Joseph Toynbee(1889~1975) 의  <역사의 연구 A study of history>에서 '도전과 응전의 역사'로 인류 역사를 설명하듯 저자인 다이아몬드 역시 제대로 응전하지 못한 문명의 도태(淘汰)를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한다. 


 '사회는 발전해나가는 전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문제에 부딪힌다, 또 문제 하나하나의 출현이 구성원들에게는 어떤 시련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도전이 된다.' - <역사의 연구 역사의 연구 A study of history> 아놀드 토인비 Arnold Joseph Toynbee(1889~1975) - 


 문명의 붕괴는 보통 다섯 가지 요인의 복합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그 중에서도 붕괴에 미친 주요 원인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가) 환경 파괴 : 이스터섬


[그림] 이스터섬 (출처 : http://blog.daum.net/byhkmgkht/4600)


 '모아이(Moai)'로 유명한 칠레의 이스터 섬의 문명은 인간의 환경 파괴로 인해 섬 전체의 생태계가 파괴되었고, 그 결과 섬 전체가 멸망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저자의 기준에 따른면 이스터 섬의 경우 환경 파괴, 우호적인 무역국의 부재로 인한 고립, 그리고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이 문명 붕괴의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이스터 섬은 삼림 파괴의 결과를 보여주는 태평양 지역에서, 아니 세계 전체에서 가장 극단적인 예이다. 삼림 전체가 사라졌고, 모든 수종이 멸종되었다. 그 결과는 곧바로 섬사람들에게 미쳤다. 천연자원이 턱없이 부족했고, 살코기를 제공하던 야생 동물까지 크게 줄어들었으며, 식량 생산까지 곤두박질쳤다. 천연자원의 감소로 나무와 새에서 얻던 것, 예컨대 목재와 밧줄, 천을 만들던 나무껍질, 깃털까지 사라지거나 크게 줄었다. 큰 나무와 밧줄이 사라지면서 석상을 운반해서 세울 수도 없었다. 바다로 나갈 카누조차 만들 수 없었다.'(p153)


 '이스터섬의 붕괴를 부추긴 요인으로는 두 가지가 남는다. 하나는 인간으로 인한 환경 훼손, 특히 삼림 파괴와 조류의 멸종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 사회, 종교적 요인이다. 이스터 섬은 외딴 섬이어서 이주를 안전판으로 삼을 수 없었고, 앞에서 거론한 이유 때문에 석상의 조각에 전념했으며, 더 큰 석상을 세우려는 씨족들 간의 경쟁으로 더 많은 나무와 밧줄과 식량을 필요로 했다.'(p169)


나) 기후 변화 : 노르웨이령 그린란드


[그림] 그린란드 ( 출처 : https://pixabay.com)


 현재 덴마크의 영토인 그린란드는 원래 바이킹(viking)에 의해 개척이 시작되었다. 노르웨이인들에 의해 개발이 시작된 그린란드는 '소빙기(小氷期)'의 추위에 의해 붕괴되었다. 노르웨이령 그린란드의 경우 붕괴원인은 기후 변화, 우호적인 무역국의 부재,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이 붕괴 원인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린란드에 정착한 노르웨이 사람드에게 닥친 운명도 논란이 분분하기는 했지만 주로 한 가지 요인으로 설명되어왔다. 가장 그럴듯한 이론은 바로 기후 변화였다. 고고학자 토머스 맥거번(Thomas McGovern)의 표현을 빌리면 "너무 추워졌고, 그래서 모두가 죽었다."'(p301)


 '1300년경 북대서양의 기후가 점점 추워지고 해마다 변덕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소빙기"가 시작되면서 1800년 대까지 지속되었다. 1420년경 소빙기가 절정에 이르면서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를 잇는 바다에 여름에도 유빙(流氷)이 늘어났다. 이때문에 그린란드의 노르웨이인들은 완전히 고립되고 말았다.'(p310)


다) 적대적인 이웃 : 마야 문명


[그림] 마야 문명 (출처 : http://www.koreadaily.com/)


 다른 문명에 비해 마야 문명의 붕괴원인은 보다 복합적이다.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적대적인 이웃,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등 네 가지 원인이 마야 문명의 붕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결국 10세기 정도에 마야 문명은 멸망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때 당시 마야 문명이 위기를 극복했다하더라도, 16세기 에스파냐의 침략으로 멸망한 잉카, 아즈텍 제국과 마찬가지의 운명을 맞이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마야 문명의 붕괴는 적대적인 이웃에 의한 멸망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사회적 붕괴 요인으로 제시한 다섯 가지 요인 중에서 마야 사회는 네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다. 그들은 삼림 파괴와 그에 따른 침식으로 환경을 훼손시켰다. 기후 변화, 즉 가뭄도 마야의 붕괴에 한 몫을 했다. 마야 사회 내에서의 내홍도 큰 역할을 했다. 끝으로 정치/문화적 요인, 특히 왕과 귀족이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쓰지 않고 경쟁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기념품 건립에만 몰두한 것도 마야를 붕괴로 몰고 간 중대한 원인 중 하나였다. 다섯 가지 요인 중 남는 것은 외부 사회와의 우호적인 교역이다. 그러나 이 요인은 마야 사회의 부침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 듯하다.'(p228)


 '이스터 섬, 망가레바, 아나사지 사회가 그랬듯이 마야에서도 환경 문제와 인구 문제가 전쟁과 내분으로 발전했다. 또한 이스터 섬과 차코캐니언에서 그랬듯이 마야에서도 인구가 정점에 이른 직후부터 정치/사회적 붕괴가 시작되었다. 이스터 섬은 농지를 해안의 저지대에서 고원지대로 환대시켰고, 밈브레스는 범람원에서 언덕으로 농지를 확대시켰다. 이와 마찬가지로 코판의 주민들도 범람원에서 환경적으로 취약한 산허리로 농지를 확대시켰다. 그러나 인구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오히려 산허리에서의 농사가 파국을 맞는 비극이 닥쳤다.'(p251)


라) 우호적인 무역국 : 핏케언 섬, 헨더슨 섬


[그림] 핏케언 제도 ( 출처 : http://kr.wsj.com/posts/2014/07/11/)


 팟케언 제도의 섬들인 핏케언 섬, 헨더슨 섬의 경우 인간 정착 후 발생한 대대적인 삼림 파괴와 토양 침식들의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우호적인 무역국과의 교역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외부와의 교역이 끊어지게 된 결과 이들 문명은 멸망할 수 밖에 없었다. 고립된 섬들인 폴리네시아 지역의 섬들에서 나타나는 '외부와의 고립' 문제는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환경 파괴가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고립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헨더슨 섬과 외부 세계의 접촉이 중단된 이유는 무엇일까? 망가레바 섬과 핏케언 섬에서 일어난 환경 변화의 결과였다. 폴리네시아 전역에서,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홀로 성장해왔던 섬들에 인간이 정착하면서 생태계에 충격을 주었고, 많은 동식물이 멸종당하는 위기를 맞았다.(p187) ... 피케언 섬에 닥친 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훨씬 덜 알려지기는 했지만 와이슬러가 이 섬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한 고고학적 발굴에 따르면 대대적인 삼림 파괴와 토양 침식이 있었더 것으로 여겨진다... 환경 훼손이 정치, 사회적 혼란 및 카누용 목재의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동남폴리네시아의 교역까지 끊어졌다. 팟케언 섬과 헨더슨 섬에서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진 이유는 그들의 생명줄이던 망가레바 섬과의 교역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p189)


 '망가레바 섬, 핏케언 섬, 헨더슨 섬의 주민들은 그들의 환경을 크게 훼손했고, 삶에 필요한 자원들을 파괴했다. 망가레바 섬에서는 끔찍한 사건들이 상습적으로 일어났고, 삶의 수준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주민의 수가 많아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망가레바 섬이 쇠락하면서 그들에게 수출할 여력을 상실하자, 핏케언 섬들과 헨더슨 섬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영웅적인 투쟁을 벌였디만 마지막 한 사람까지 섬에서 죽음을 맞아야 했다.'(p191)


마)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 노르웨이령 그린란드


 저자가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문제는 모든 문명의 공통된 붕괴 원인이며 '자연의 도전(挑戰)'에 대한 '문명의 응전(應戰)'이 실패했을 때 문명은 붕괴하게 된다.


 '기후가 변하고, 해마의 상아에 대한 유럽의 수요가 변했을 때, 더구나 이누이트족이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을 때,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그들의 몫이었다. 그들이 환경에 미친 영향도 변화의 한 요인이었다.(p348)... 그린란드에 정착한 노르웨이 사람들은 적어도 세 가지 방향에서 환경을 훼손했다. 1) 초목의 파괴, 2) 토양 침식의 유발, 3) 떼의 남용이었다.'(p349)


2. 우리의 과제


 저자는 <문명의 붕괴>에서 문명의 주요 붕괴 원인으로 다섯 가지 요인을 제시하지만, 무엇보다도 '환경 파괴'와 여기에 대한 '문명의 대응'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현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는 '온난화 현상'일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온난화 현상' 은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불연속적으로 발생한 문제였기에 비교적 최근에 심각성을 인식한 인류 전체의 과제로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 사회가 문제를 인지하는데 실패하는 가장 흔한 상황은 위기 상황이 느린 형태로 진행되는데다 기복의 변화 폭이 넓어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 때이다. 현재 여가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경우가 온난화 현상이다... 변동 폭이 크고 불규칙했으므로 결과적으로 매년 평균적으로 약 0.01도씩 상승해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p581) 


 <문명의 붕괴>에서는 이러한 문제점과 함께 성공적인 사회의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하의상달(bottom-up)', '상의하달(top-down)' 방식의 의사 결정 체계를 적절하게 적용하여 현재 위기를 우리가 직시(直視)한다면 우리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성공한 사회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면에서 대조적인 두 가지 형태의 접근법이 가능함을 알려주고 있다. 두 접근법에 각각 하의상달(bottom-up), 상의하달(top-down) 방식의 접근법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자.(p388) ... 작은 섬, 혹은 소규모의 땅을 점유하고 있는 작은 사회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의상달 방식의 접근법을 채택할 수 있다. 땅이 넓지 않아 모든 거주민이 지역 전체를 잘 알고, 섬 개발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정체성과 공동의 이해관계를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기 때문이다.(p389)... 이와 반대되는 접근법이 상의하달 방식으로 폴리네시아 통가처럼 중앙집권적인 정치 조직을 가진 대규모 사회에 적합하다. 통가 섬은 그 규모가 너무 커서 일개 농부가 군도(群島)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섬 하나도 잘 알기가 힘들다.'(p390)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한테 닥친 문제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문제들을 결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득하는 데 남은 삶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p717) 

 

 온난화 현상에 대한 원인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온난화 현상이 인류에 의한 환경 파괴가 원인인지, 아니면 기온 변화가 일종의 순환 주기(循環 週期)인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난화 현상이 우리가 당면한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문명의 붕괴>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에 대한 답을 직접하지는 않는다. 다만, 과거 사례를 제시하면서 우리 스스로가 답을 찾도록 제시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전망한 <문명의 붕괴>는 보다 설득력있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면에서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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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2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2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2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2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07-22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아이 사진이네요.^^;
오늘 정말 더워요.
겨울호랑이님 좋은밤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07-22 21:02   좋아요 2 | URL
^^: 네 여름 중 제일 덥다는 중복다운 날이네요.. 서니데이님도 편한 밤 되세요.^^:

AgalmA 2017-07-26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와중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 역사를 되풀이하려고 기를 쓰는 모양새일까요? 되풀이할 시간이 남아 있다면 다행이고요...ㅎㅎ;;

겨울호랑이 2017-07-26 00:58   좋아요 1 | URL
네.. 예전 Apprentice와 WWE에서 보인 그의 쇼맨십을 생각한다면 역사에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는 그의 마음이 잘 느껴지네요..물론 그의 행동이 국제 에너지 대기업의 이익과도 맞닿아 있겠지만요..
 
명작순례 -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2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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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작순례>에는 유홍준 (兪弘濬, 1949  ~ ) 교수가 우리 나라의 글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주로, 명작 名作이라 불리는 그림을 중심으로 작품이 지니는 의미, 시대적 상황, 작가에 얽힌 이야기등을 설명한 책은 전통화 傳統畵에 대한 우리의 부담감을 많이 덜어준다. 시대적으로 구성된 <명작순례> 속의 작품들을 따라 가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을 중심으로 이번 리뷰를 작성해 본다.


1. 그림과 글로 이루어진 우리 그림

 

[그림] <산수인물화첩> (출처 :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학림정 鶴林正 이경윤 李慶胤(1545 ~ 1611)의 <산수인물화첩 山水人物畵帖> 속 제시들을 보면 간이당 최립은 과연 선조 시대의 가장 뛰어난 문장가로 꼽힐 만했다는 감동을 준다. 그리고 이 화첩은 우리에게 옛 그림을 보는 눈은 그림의 됨됨이와 화가의 필치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내용까지 면밀히 읽어내야 그림의 참 가치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를 독화법 讀畵法, 즉 '그림 보기'가 아니라 '그림 읽기'라고 한다.'(p37)


 저자는 우리 전통의 그림 속에서 글의 의미를 읽어내길 권한다. 전통화가 단순히 그림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의미를 아는 것은 '그림 읽기'와 '글 읽기'로 나누어져야할 것 같다. 먼저, 그림 읽기부터 보자.


2. 그림 : 관념에서 현실로

 

[그림] <짚신 삼기> (출처 : https://www.culturecontent.com)


 '공재 恭齋 윤두서 尹斗緖(1668 ~1715)는 해남으로 낙향한 후 그림 속에서도 현실을 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짚신 삼기>이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졸고 있는 선비를 짚신 삼는 농부로 대치시킨 것이다. 선비의 자리에 농부를 그렸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였다. 그러나 배경 처리는 여전히 관념적인 것을 보면 그는 여기서 현실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현실을 집어넣은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리얼리즘 realism의 획득이란 이처럼 어렵고 점진적인 것이었다... 이처럼 그림 속에 현실을 담아가던 공재는 결국 현실 자체를 그림으로 그리기에 이르렀다. 바로 <목각 깎기>, <나물 캐기>, <석공공석도 石工攻石圖> 등이다... 이처럼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낸 이 그림은 조선 후기 속화 俗畵의 개막을 알리는 서막이었다.'(p52)


 <명작 순례>에서는 많은 그림이 소개된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짚신 삼기>가 특히 인상에 남는다. 아직 미술작품의 기법이나 구도 등을 이해할 수준이 되지 않다보니, 그림의 여러 부분 중 작품의 '주제'에 먼저 관심이 가게 된다. 조선 초기 남종화 南宗畵 풍의 관념적 세계가 주로 그려졌다면, 조선 중기 이후 보다 현실적인 모습의 작품이 등장했다는 것을 책 속의 여러 작품과 설명을 통해 이해하게 된다. 단원 檀園 김홍도 金弘道(1745 ~ 1806), 혜원 蕙園 신윤복 申潤福(1758 ~ 1814(?)) 등으로 대표되는 풍속화 風俗畵가 조선 후기에 활짝 꽃피웠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림의 주제와 시대상의 관계는 뗼 수 없이 밀접한 관계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시대가 흘러가면서 시대의 관심이 '이상 理想'에서' 현실 現實'로 내려오고, 그림의 대상이 '신선 神仙'에서 '민중 民衆'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명작순례>에서 소개되는데, 이를 통해 시대의 중심이 일반대중으로 내려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조금 더 나아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조선말의 동학농민혁명 東學農民革命의 뿌리나 20세기 대중들의 시대의 전조 前兆 를 화풍 속에서 느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비약인것 같다.)


3. 글 : 문자 文字의 조형미 造形美


[그림] <천자문> (출처 : http://m.blog.daum.net/jeongdaepower/7717767)


 '세간에 전하는 석봉 石峯 한호 韓濩(1543 ~ 1605)의 많은 서예 작품들은 한결같이 필획이 굳세고 형태가 아름다우며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어 글씨를 잘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감동한다.... 그 중에서도 서예사적으로 가장 큰 의의를 가지는 것은 <천자문 千字文>이다.'(p223)


 그림의 글은 크게 문자 자체의 아름다움과 그 안의 의미로 구분될 수 있을 것 같다. 서예 書藝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초서(草書)의 아름다움을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명작순례>에 담긴 글 중 한석봉의 글을 보면 그 반듯함과 균형잡힌 모습 속에서 조형미를 느끼게 된다. 마치 반듯하게 자란 듯한 모범생의 이미지, 또는 모델 같은 모습 속에서 글자 외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4. 글 : 문자를 넘어서


[그림] <절유시> (출처 : 싱싱뉴스)


 '홍랑 紅娘( ? ~ ?)의 절유시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씨가 참으로 단아하고 기품이 있다. 본래 한글 서예 작품은 드문 편이고 특히 임진왜란 이전 한글 글씨는 아주 귀해서 목판 인쇄본으로나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홍랑의 글씨는 그 어느 것과도 다르다. 필획 굵기에 변화가 없어 정중한 예서체 맛이 담겨 있다. 그래서 소박하면서도 애틋한 분위기가 살아난다.'(p219)


 홍랑의 <절유시>를 볼 때 글자 자체만 본다면 누가 이것을 이별을 아쉬워하는 글이라 말할 수 있을까. 반듯하게 써내려간 글 속에 글쓴이의 평안한 마음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이 글의 내용은 이별의 아픔을 담고있다. 눈물이 쏟아지는 아쉬운 마음을 접어두고 의연하게 자신의 마음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을 보면서 '홍랑은 연인 최경창을 과연 사랑했을까?'하는 물음이 떠오르게 된다. 그에 대한 답 또한 우리는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최경창 崔慶昌(1539 ~ 1583)의 사망 소식에 홍랑은 파주에 있는 묘소 앞에 움막을 짓고 3년 동안 시묘살이를 했다. 다른 남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몸을 씻거나 꾸미지도 않았고 자신의 얼굴에 칼자국을 내어 추악하게 만들었다. 숯을 삼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고도 한다... 그는 최경창의 묘 앞에서 살다 생을 마쳤다고 한다.'(p218)


 잠시 생각해보니 나는 살아오면서 'n번'의 헤어짐과 'n+1'번의 만남을 통해 결혼에 다다른 것 같다. 그중 몇 번의 헤어짐은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이 눈물을 쏟아가며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개월 후에는 그 사람을 잊고 다른 사랑을 이내 시작했던 내 자신의 모습. 세상 끝날 것 같은 감정에 사로잡혀 이별을 했지만, 내가 사랑이라 불렸던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반면,  순간의 이별 앞에 초연하고, 죽음이 갈라 놓을 때도 의연하게 자신의 사랑을 증명했던 홍랑. 그녀의 <절연시>와 그녀의 삶을 읽으면서, 글씨에 담긴 사랑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


5. 그림 밖으로


[그림] <기로세련계도> (출처 : 오마이뉴스)


 '돌이켜보건대 단원 檀園 김홍도 金弘道(1745 ~ 1806)가 뛰어난 화가라고 해서 <기로세련계도 耆老世聯契圖>라는 불후의 명작이 탄생한 것은 아니었다. 개성 사람들의 주문이 없었다면 단원의 이 그림은 탄생하지 못했다. 이런 대작을 주문할 정도의 경제적, 문화적 풍요로움과 미술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로써 볼 때 미술문화를 창출하는 것은 공급자가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 임을 알수 있다. 공급자인 화가는 그러한 문화적 수요가 있어났을 때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하는 것으로 자기 몫을 다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는 소비자가 만든다.'(p111)


 공재 윤두서의 그림 <짚신 삼기>에서처럼 그림에 '시대정신 時代精神'이 담겨있다면, 작품을 둘러싼 주변환경에 대한 이해 역시 작품 이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14 ~ 15세기 유럽의 르네상스 Renaissance 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 ~ 1519),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 ~ 1564) 등 소수의 천재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여러 시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음을 생각해본다면 시대에 대한 이해가  감상을 위한 필요 요소임은 당연하다 생각된다.


 <명작순례>에는 조선시대의 그림들이 위와 같은 내용으로 설명된다. 어려운 설명 대신 평이한 내용으로 우리가 작품을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문화는 소비자가 만든다'면, 이 책은 초보자들이 문화를 만드는 좋은 길잡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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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7-12 17: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씨를 잘 쓰는 것이 요즘은 더 어렵게 느껴져서 그런지, 사진 속 글씨들이 부러워요.
겨울호랑이님 시원하고 좋은 오후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07-12 20:32   좋아요 2 | URL
서예를 잘 하시는 분들은 전서, 예서, 해서, 행서,초서 등 다양한 서체를 가지고 계시지요.. 한 필체를 쓰기도 쉽지 않은데, 다양한 서체를 자유롭게 쓰시는 분들을 보면 많이 부럽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필체를 가지고 계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니데이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oren 2017-07-12 18: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6년 전에 해남에 갔을 때 ‘고산 윤선도 유물 전시관‘에서 ‘윤두서 자화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이 저토록 소박한 그림을 그렸을 줄은 미처 몰랐네요. 한석봉 천자문을 보니 어릴 때 동네 어르신한테서 무릎 꿇고 천자문 배우면서 매일 붓글씨로 숙제 하던 생각도 납니다. 수업교재는 문종이에 붓으로 직접 쓴 천자문이었더랬죠. 문종이로 된 책 한가운데는 싸리 회초리도 꼭 끼워넣고 다녔고요. 수업시간엔 포인터로, 가르쳐주신 한자의 뜻을 모르면 체벌도구로 쓰였었죠.

겨울호랑이 2017-07-12 20:37   좋아요 1 | URL
^^: oren님께서는 동네 훈장님께 한문을 배우셨군요. 저는 예전에 서예학원에서 배웠었습니다. 얼핏보면 암기하는 방법이 구식같이 느껴지지만, 그때 배웠던 것이 지금도 기억나는 것을 보면 암기, 암송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도 예전에 해남에 방문했을 때 ‘녹우당‘에 갔었던 기억이 나네요. 한옥 고택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2017-07-12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2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7-12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 써보지 않아도 알지요. 이런 글쓰기에 얼마나 엄청난 노동과 시간이 들어가는지...
내용뿐 아니라 글구성과 한자, 그림 그리고 탈고까지...
항상 좋은 정성어린 글을 잘 읽고 있으며,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7-12 21:58   좋아요 0 | URL
^^: 북다이제스터님과 함께 나눌 수 있어 저 역시 즐겁습니다. 항상 좋은 말씀과 격려에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편한 밤 되세요.

sslmo 2017-07-13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의 어린이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네요.
아, 이뽀라~^^

겨울호랑이 2017-07-13 15:46   좋아요 0 | URL
^^: 감사합니다. 아이라 그런지 성장이 빠르네요. 양철나무꾼님 하루 마무리 즐겁게 하세요.

AgalmA 2017-07-18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사가 한석봉 글은 기교만 있다고 열심히 깠던 거 생각나네요ㅎ; 널리 알려진 한석봉의 문예와는 달리 정치무능력, 비리 등은 좀 충격이긴 했습니다;;
서예 쓸 때 늘 흰옷에 먹물 묻어서 속상했던 생각이 납니다ㅜㅋㅜ 새로 산 체육복에 묻어서 학교 졸업할 때까지 먹물 묻은 거 입어야 했던 거도 생각나고ㅎㅎ;
선생님 강압 때문에 서예를 배우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좋은 경험이었어요. 벼루와 묵 아직까지 갖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요즘은 용기에 담긴 먹물, 붓펜 쉽게 살 수 있지만 벼루에 먹 가는 시간부터 해서 서예는 전체가 명상과 예술이 녹아있는 시간이라 참 특별하죠.

겨울호랑이 2017-07-18 12:16   좋아요 1 | URL
^^: AgalmA님께서도 서예를 배우셨군요.. 저도 예전에 서예를 배웠었는데, 먹을 가는 시간을 제일 좋아했었더랍니다. 「보물섬」이란 두툼한 만화책을 보면서 먹을 가는 시간을 제일 좋아했던 것을 보면, 저는 재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네요 ㅋ

AgalmA 2017-07-18 12:21   좋아요 1 | URL
예전엔 진한 펜붓 느낌나는 만화도 많았는데 말이죠. 요즘은 이말년 그림이 그 대를 잇는다고 해야 할까요^^

겨울호랑이 2017-07-18 12:48   좋아요 1 | URL
^^: 예전에 길창덕 선생님, 신문수 선생님, 윤승운 선생님께서 그린 만화를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 만화의 정교함과는 다른 해학과 즐거움이 묻어나오던 만화였습니다.

서니데이 2017-07-18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대야 될 것 같은 더운 날이예요.
시원하고 기분좋은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07-19 06:42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상쾌한 하루 되세요^^:
 

허(虛)라는 개념은 '비움', '상상'의 뜻으로 사용된다. 동서양 문화에서는 '허'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번 페이퍼에서 살펴보자.


1. 도덕경(道德經)의 허(虛)


<노자와 21세기>에서 강조되는 개념 중 하나는 '허(虛)'다. 이와 관련된 '허'의 개념은<도덕경> 4장에 나타난다. 여기서 '허'는 비움이며, 가능성의 형태로 구현된다. 저자인 김용옥 교수는 이러한 면에서 노자(老子, BC 604 ~ BC 537)가 '채우기'보다는 '비움'을 강조했다고 해석한다.


'道沖, 而用之或不盈' <道德經> 第 四 章


도는 텅 비어있다. 그러나 아무리 퍼내어 써도 고갈되지 않는다.'(p181)


'노자는 컵을 채우려는 인간의 행위를 유위(有爲)라고 부른다. 유위란 곧 존재에 있어서 허(虛)의 상실이다. 그러니까 그 반대방향의 행위, 즉 빔을 極大化하는 방향의 인간의 행위를 바로 무위(無爲)라고 부르는 것이다.(p189)... (虛 Emptiness)라는 것은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존재가 존재로서 존재할 수 있는 기본적 기능이다. 그것은 모든 존재의 가능성이며, 실현되기 이전의 잠능(潛能)이며, 잠재태이다. 그것은 존재의 모든 가능태(Potentiality)인 것이다.'(p192)


[그림] 유위(有爲)와 무위(無爲)


2. 수학(數學)에서의 허(虛) : 허수(虛數)


<노자와 21세기>에서 저자는 '허(虛'의 개념을 시간, 공간의 개념으로 한정짓지 않고, 시공간(時空間)을 넘어선 '가능성'의 개념으로 이를 해석하고 있다. 반면, 서양철학의 영향에 놓여있는 수학에서도 '허(虛)'의 개념은 '허수(Imaginary Numbers)' 라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허수(Imaginary Numbers)도 수(數)인가? 이는 쓸데없는 질문들이다. 과학에서 기술적 용어(technical terms)는 마치 영아에게 붙여지는 세례명처럼 임의롭게 부과된 명칭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명칭 자체를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정확한 단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의미를 만들어 임의의 단어에 따로 그것을 부과하면 된다."... 허수 개념의 기원은 여러 측면에서 양수, 음수 개념의 경우와 흡사하다. 특히 세 가지의 심대한 수학 개념인 변수, 대수적 형식/일반화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양자는 정확하게 일치한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 ~ 1947)의 <화이트헤드의 수학이란 무엇인가>(p85)


 실재 존재하지 않는 수인 허수(虛數)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허수의 '역할'에 대해서는 실수의 기하학적 증명을 통해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수학명제에서 어떤 사항을 증명하고자 할 때, 임의의 점, 선 등을 확장시켜 이미 약속한 정의, 공리 등을 사용하여 증명하는 과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유클리드(Euclid, BC 365 ? ~ BC 275?)의 <기하학 원론> 속의 명제를 통해 해당 내용을 살펴보자.


[그림] 직선, 각, 삼각형 [법칙9]


'법칙9] 어떤 직선각을 주었을 때, 그것을 이등분 하시오. 

보임] 주어진 직선각을 BAC로 나타내자. 이것을 같은 크기로 둘로 쪼개야 한다. AB에서 아무 점이라도 좋으니까 점 D를 잡아라. AD와 같은 길이가 되도록 AE를 AC에서 잡아라. 그 다음, 직선 DE를 긋고, DE를 가지고 정삼각형 DEF를 만들어라. 이제 직선 AF를 그어라. 그러면 직선 AF가 각 BAC를 같은 크기로 둘로 쪼갬을 보이겠다. AD는 AE와 길이가 같고, 변 AF는 공통이니, 두 변 DA, AF는 두 변 EA, AF와 각각 길이가 같다. 그리고 밑변 DF는 밑변 EF와 길이가 같다. 그러므로 각 DAF는 각 EAF와 크기가 같다. 그러므로 직선 AF는 각 BAC를 이등분한다.' <기하학 원론 (가)>(p16)


3. 물리학(物理學)에서의 허(虛) : 허시간(虛時間)


 '허수'의 이러한 속성의 활용은 물리학(Physics)에서도 활용된다. 물리학에서는 시간(time)을 실시간과 허시간으로 구분하여 M-이론(M- theory)를 설명하고 있다.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1942 ~ )의 <호두껍질 속의 우주 The Universe in a Nutshell>에서 허수의 구체적 활용을 살펴보자.


'양자이론이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기술하기 위해서는 허시간(虛時間, imaginary time)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허시간은 훌륭하게 정의된 수학적 개념이다. 이것은 허수(虛數)라고 불리는 것으로 측정되는 시간이다... 허수가 실세계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수학적 게임에 불과한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증주의 철학의 관점에 의하면, 어느 쪽이 실재(實在)인지 결정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수학적 모형이 우리가 그 속에 살고 있는 우주를 기술(記述)하는지 발견하는 것이다. 허수를 포함하는 수학적 모형이 우리가 이미 관찰한 효과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측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밖의 여러 가지 이유로 믿고 있던 효과들까지도 예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가상일까? 그러한 구분은 단지 우리들의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p59)



[그림] 실시간(實時間)과 허시간(虛時間)


4. 동양의 허(虛)와 서양의 Imagination


 이상에서 살펴보면, 동양의 허(虛)는 가능성이며 도(道)의 근원인 반면, 서양의 허(虛, imagination)은 실재를 증명하기 위한 한 방편(方便)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면에서 '허'의 개념은 동양과 서양에서 다소 다르게 사용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서양의 '허(虛)'를 '실재의 증명을 위한 여유(餘裕)'라고 본다면 다른 한 편으로는 통(通)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도덕경>의 해석은 학자에 따라 다르기에, 이러한 해석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비움' 또는 '상상' 이 가진 가능성의 이미지는 인류 공통된 원형(原形)이 아닐까. 비록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世界觀)은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동양 사상에서는 유난히도 "무(無)', '허(虛)', '공(空)'이라는 단어가 중요하게 취급된다. 동양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보다 눈에 보이지는 않는 세계를 더 인정해왔다. 동양 회화의 가장 중요한 조형 요소로 여백(餘白)'을 들 수 있다. 여백의 정의는 "그림에서 묘사된 대상 이외의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여백의 정의는 비단 회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어서 문학, 음악, 서예에서도 폭넓게 찾아볼 수 있다.'(p25)


'예로부터 서양인들은 이 우주 공간이 텅 빈 허공이라고 믿어왔다. 텅 빈 공간에 별들이 떠 있는 모습이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우주의 모습이다. 이렇게 텅 빈 공간에 놓여져 있는 사물은 주변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사물이 독립된 하나의 개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양인들은 우주가 텅 빈 허공이 아니라 "기(氣)"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다.'(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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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7-07-10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존재의 모든 가능태‘..이건 하이데거식 표현이라 봅니다. 개인적으로 서양철학의 개념을 갖고 노자 도덕경을 읽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1인이에요. 노자는 존재를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인간, 그러니까 현존재요. 노자는 인간을 유무상생으로 파악했다고 봅니다. ‘가능태‘라는 표현으로 노자를 읽을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어떤 의도로 썼는지도 알겠지만, 좀 위험한 표현인 거 같습니다. 최직선 교수의 노자 도덕경 해석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도올의 해석보다 개인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서양은 존재를 말했지, 허에 중점을 둔 경우는 거의 없는 거 같습니다.아예 취급을 안 한 거 같아요. 물론 서양철학자 중 중국철학을 공부한 일부는 허에 대해 논한 학자들이 있겠지만 제가 본 책들에는 ‘허‘에 대해 비중을 두고 고찰한 학자가 없는 거 같아, 호랑이 님이 쓰신 허와 미미지네이션의 관계가 무척 신선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7-10 21:17   좋아요 1 | URL
^^: 그렇군요. 노자 「도덕경」관련한 저술이 여러 편인데 제가 아직 다른 분의 저서는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yamoo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에 유념해서 최진석 교수의 책을 조만간 찾아 읽어야겠습니다. 하이데거는 그 후에 읽어야겠군요^^: yamoo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7-10 2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허를 가능성의 잠재태로 보는 군요. 맘에 들지 않습니다. ㅠ. 자연스런 비어있음을 그냥 그대로 비어있음으로 놔두고 바라보면 안될까요? ㅠㅠ

겨울호랑이 2017-07-10 21:26   좋아요 1 | URL
^^: 북다이제스터님의 해석 역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되면 다른 저자의 「도덕경」해석도 비교해 보겠습니다.^^:

cyrus 2017-07-10 2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양인들은 ‘텅 빈 공간‘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지구 내부도 텅 비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거든요. ^^

겨울호랑이 2017-07-10 22:29   좋아요 1 | URL
^^: 지구 공동설인가요? 저도 들은 적 있는 것 같습니다. 서양인들은 ‘텅 빈 공간‘과 ‘임자없는 땅‘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조만간 점령하려구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0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존중한 것은 동양이었고
눈에 보이는 세계를 존중한 것은 서양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말씀하신 것과 같이.. )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날부터 이미 1살 나이를 먹는 반면에
서양은 세상 밖으로 나오는 날 그 후 1년이 지나면 1살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겨호 님 글 읽을 때마다 참 정성들여 쓴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성하면 겨울호랑이 님과 사이러스 님이죠..

겨울호랑이 2017-07-10 22:33   좋아요 0 | URL
^^: 네 곰곰발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이러한 사고의 차이를 아는 것이 비판적 수용의 전제 조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곰곰발님처럼 일필휘지, 전광석화같은 순발력이 부족하다보니 글을 좀 미련하게 쓰게 됩니다 ㅋㅋ

2017-07-10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0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7-07-10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로 비슷한 개념 같아도 동양과 서양은 ‘언어 자체‘가 달라서 서로 비교하기가 매우 어려운 개념들이 많다는 생각도 듭니다. 베르그송이 말한 ‘incommensurable(통약불가능한)‘ 측면이 있는 셈이지요. 쇼펜하우어도 이런 점을 재미있게 지적한 적이 있었고요. ‘우주의 비밀‘에 대해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쇼펜하우어는 ‘물질‘을 아무리 쪼개더라도 그 속에 ‘또다른 우주‘가 나타날 거라고 ‘이미 오래 전에‘ 훤히 내다볼 정도였지요. 『호두껍질 속의 우주』에서 인용해 주신 한 대목(‘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가상일까‘)을 보니 쇼펜하우어가 유난히 강조했던 ‘마야의 베일‘도 떠오릅니다. 겨울호랑이 님의 글 덕분에 제가 방금까지 찾아 읽었던 몇 대목들을 (댓글창을 도배하는 듯해서 죄송하지만, 염치불구하고) 덧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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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마호메트 교도도 기독교도도 신성의 이론적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중국어 낱말도 찾지 못했다. ······ 물질로부터 독립적이고 물질을 마음대로 지배하는 것으로서 신, 영혼, 정신이라는 단어들은 중국어에는 전혀 없다. ······ 이런 사유 과정은 언어 자체와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어서 창세기의 첫 구절을 광범위하게 고쳐 쓰지 않는다면 실제로 중국어가 되도록 중국어로 번역할 수 없다.˝ 바로 그래서 스톤턴 경은 1848년에 『성경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데서 신이라는 단어를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에 관한 연구』라는 책을 출판했다.

- 쇼펜하우어,『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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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라고 생각하고 던져 버리는 새끼줄과도 같은 것

시간에 있어 각 순간은 오직 선행하는 순간, 즉 그 순간의 앞 순간을 없앤 후에만 존재하며, 그 순간 자체도 마찬가지로 곧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과거도 미래도 그 내용의 연속은 별도로 해도 마치 꿈과 같이 헛된 것이고, 현재는 이 둘 사이에 있는 넓이도 존속성도 없는 경계에 불과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충족 이유율의 다른 모든 형태에서도 이와 같은 공허함을 다시 인식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과 마찬가지로 공간도, 또 공간과 마찬가지로 시간과 공간 속에 동시에 존재하는 모든 것, 즉 원인과 동기에서 생기는 모든 것은 상대적인 현존을 가지고 있을 뿐이며, 이와 같은 성질은 그것과 동일한 형태로만 존재하는 다른 것에 의해, 또 그러한 다른 것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한 견해의 근본은 옛날부터 있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이러한 견해를 이야기하며 사물의 영원한 유동을 탄식했고, 플라톤은 그 대상을 언제나 생성될 뿐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경시했다. 스피노자는 그러한 것을 존재하고 영속하는 유일한 실체의 단순한 우연성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칸트는 이렇게 인식된 것을 물자체에 대한 단순한 환상으로 간주했고, 마지막으로 오랜 옛날 인도인의 지혜는 다음과 같이 말해 주고 있다.

그것은 ‘마야(베단타 학파의 술어로 환(幻) 또는 화상(化像)의 뜻, 현상 세계는 진제의 입장에서 보면 마야다)‘다. 인간의 눈을 덮고 이것을 통해 세계를 보게 하는 거짓된 베일이다. 이 세계는 있다고 할 수도 없고 또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꿈과 같은 것으로, 방랑자가 멀리서 보물로 생각하는 모래 위에 반짝이는 햇빛과 같으며, 또 그가 뱀이라고 생각하고 던져 버리는 새끼줄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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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 ‘왜‘ 하고 물을 수 없는 관계

과학 일반의 ‘내용‘을 말한다면, 그것은 본래 언제나 충족 이유율에 따라, 또 이 원리에 의해 비로소 타당하고 의미를 갖는 이유 탐구를 길잡이로 한, 세계의 현상들 사이의 상호 관계다. 이를 표시하는 것이 ‘설명‘이다. 따라서 설명은 두 개의 표상을 이 표상들이 속해 있는 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충족 이유율 형태의 상호 관계에서 나타내는 것 이상으로 보여 줄 수는 없다. 설명이 여기까지 진행되면 그 이상은 ‘왜‘라고 질문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거기에 표시된 관계는 오직 그것뿐이며, 그 밖에는 표상할 수 없는 것, 즉 그 관계는 모든 인식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왜 2 2=4인가 하고 질문하지 않으며, 왜 삼각형의 각이 같으면 변도 같은가 하고 묻지 않고, 또 왜 전제가 옳으면 결론도 옳은가 하고 묻지도 않는다. 그 이상 ‘왜‘ 하고 물을 수 없는 관계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 설명은 모두 어떤 숨겨진 성질을 상정하여 거기에 머무른다. 그런데 근원적인 자연의 힘은 모두 이런 종류의 숨겨진 성질이다. 어떠한 자연과학적인 설명도 결국은 이러한 자연의 힘, 즉 어떤 컴컴한 곳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자연과학적 설명은 한 인간의 내적 본질과 마찬가지로 돌의 내적 본질에까지도 설명을 가하지 말고 방치해 두어야 한다. 돌이 나타내는 중력, 응집력, 화학적 성질 등을 해명할 수도 없고 또 인간의 인식이나 행동을 해명할 수도 없다. 예를 들면, 중력은 하나의 숨겨진 성질이다. 왜냐하면 중력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며, 인식의 형식에서 하나의 필연적인 것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겨울호랑이 2017-07-10 22:59   좋아요 1 | URL
^^: 언어적 차이 또는 문화 차이는 서로 다른 문명이 교류할 때 변화될 수 밖에 없는듯합니다. 기독교의 ‘하느님‘이 그 예라 생각되네요. oren님께서 일전에 쇼펜하우어와 충족이유율에 대해 알려주셨는데, 이렇게 연결되기도 하는군요! 후에 쇼펜하우어를 깊이있게 읽을 때 좋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7-10 23:01   좋아요 2 | URL
쇼펜하우어의 충족이유율에 반대합니다.
세상은 목적론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

oren 2017-07-10 23: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다이제스터 님께서 무슨 뜻으로 말씀하시는지 저로선 언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군요. 쇼펜하우어가 쓴『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해서』에서는 도리어 ‘철학이 신학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다른 철학자들이 ‘신의 존재증명‘에 잘못 사용했던 ‘충족이유율‘을 바로잡고 있기도 하고요. ‘알라딘 책소개 글 일부‘만 덧붙이겠습니다.
* * *
‘충족이유율’은 인식이나 사고, 사물 등에는 언제나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법칙을 뜻하는 것으로, 모든 판단이나 현상에 대해 “왜”라고 물을 권리를 우리에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된다. 그런데 쇼펜하우어는 철학사에서 ‘인식이유’와 ‘원인’이 혼동되어 왔으며, 특히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에게 이 혼동은 의도적인 면이 있다고 비판한다. 즉 데카르트는 ‘원인’을 제시해야 할 곳에 ‘인식이유’를 밀어 넣음으로써 신의 현존에 대한 존재론적 증명의 길을 닦았고, 스피노자는 이 혼동을 범신론의 기초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 둘의 명확한 구분이 이루어진 것은 칸트가 “모든 명제는 그것의 이유를 가져야 한다”는 인식의 논리적 원칙과 “모든 사물은 그것의 이유를 가져야 한다”는 선험적 원칙을 구별하면서였다. 쇼펜하우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충족이유율을 생성, 인식, 존재, 행위 네 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북다이제스터 2017-07-18 20:15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답글을 넘 늦게 보고 답변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쇼펜하우어의 충족이유율이 인류사에 큰 공헌을 한 점을 인정합니다. 충족이유율이 최선 아니지만, 그것 없었다면 과학 발전이 극히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렇지만 그것에 경도되면 모든 것이 지향점과 취지, 목적을 가질 때만 원인을 알 수 있다는 의미로 제게 해석되어 그의 충족이유율에 반대합니다. 한마디로 끼워맞추기식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야상곡(夜想曲) 2017-07-10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자병법이라는 책을 강추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7-11 06:30   좋아요 0 | URL
야상곡님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1. 오페라 : 종합 예술


'페라(opera, 이탈리아어로 "작품"이라는 뜻)는 음악을 계속하거나 혹은 거의 계속 사용하여 연주하는 연극으로 무대 장치, 의상, 연기를 사용한다. 오페라의 대본을 리브레토(libretto, 이탈리아어로 "작은 책"이라는 뜻)라고 부르는데, 보통 운율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연극 대본이다. 오페라의 정수는 시, 연극, 음악이 하나가 되며 공연을 통하여 모두가 생명력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p336) 


' 음악과 연극은 고대부터 서로 관련을 맺어왔다. 에우리피데스와 소포클레스의 연극에 나오는 코러스와 음조가 있는 말들은 노래로 불렸다. 중세의 의전극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불렸으며, 중세 후기의 종교적인 신비극이나 기적을 다룬 연극에서도 음악이 사용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연극에는 종종 노래가 들어가 있거나 아니면 무대 옆에서 음악이 연주되었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이 그 예이다.'(p336)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상)> 中


2. 그리스 비극과 오페라


'그리스 비극의 기원이란 문제를 우리는 미로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전승은 극히 단호하게 비극은 비극 합창단으로부터 발생했으며, 비극은 근원적으로 합창이고 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p108)... 언어, 색채, 움직임, 말의 역동성은 합창단이라는 디오니소스적 서정시와 무대 위의 아폴론적 꿈의 세계 각각에서 완전히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제 디오니소스는 힘을 통해서가 아니라 서사적 주인공으로서 호메로스의 언어를 사용하여 말을 하는 것이다.'(p129)






3. 발레 음악과 교향악

 

'제가 별로 아는 바는 없지만 클래식 발레 음악은 결코 다른 장르에 뒤지지 않는 음악 같아요. 그래서 최고의 음악가들이 그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작품을 발레에 할애했죠.... 서곡과 고정 형식의 춤(알마드, 미뉴에트 등)은 그 구조를 교향악과 실내악에도 부여하게 되죠. 이 음악들은 춤에서 태어났고 더러 그렇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 ~ 1827)향곡 <제7번>이 그 예로군요... 그래서 바그너가 "무도의 극치"라고 말하기도 했죠.'(p184)



4. 발레 음악과 차이코프스키


'프랑스 발레 전통은 사실 러시아로 옮겨가면서 아무것도 잃지 않았습니다. 마리우스 페피타가 러시아에서 경쟁자들을 자극했기 때문에 들리브는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 ~1893)라는 엄청난 라이벌이자 추종자를 얻게 된 거고요... 차이콥스키는 발레음악을 만들기 위해 태어난 작곡가의 완성형을 우리에게 보여줬으니까요. 그는 일반적인 리듬과는 전혀 다른, 안무적인 리듬 감각이 아주 각별한 음악가죠... 무엇보다 차이콥스키에겐 조형적인 상상력이 있어요. 차이콥스키가 쓴 교향악들도 늘 춤을 부르는 것처럼, 혹은 춤에 화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니까요. 여기에 뿌리깊은 환상 취향, 악기의 음색에 대한 탁월한 이해까지 갖추었죠.'(p188)



6. 오페라 스타와 디바


 '변덕스러운 상업 환경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빠르게 성장한 것은 오페라 디바(스타)라는 현상이다. 흥행사들은 효과적인 연주자를 구하느라 많은 시간과 돈을 허비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던 작품이 공연되든 가수에 따라 오페라 시즌 전체가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p354)


'가수의 권력, 그리고 가수에 대한 예찬은 17세기 오페라가 발전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베네치아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후 오페라라는 매력적인 세계와 그 세계의 스타는 유럽 전체를 사로잡았고 궁극적으로는 아메리카 대륙마저 매혹시켰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디바의 강력한 개성을 가진 이들, 그리고 오페라 밖에 있는 그들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인 록스타나 영화 아이콘과 같은 이들은 연예 사업의 배후를 움직이는 막강한 힘이 되고 있다.'(p355)

 


본격적인 장마가 계속되는 요즘이네요. 불쾌지수도 매우 높은 요즘이지만, 기분만큼은 상쾌한 일요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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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9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9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07-10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악에 문외한 인지라...오페라와 교향악에 대한 개론서라도 봐야 겠습니다~ㅎ

겨울호랑이 2017-07-10 21:23   좋아요 0 | URL
저도 잘 몰라서 과제 하듯이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