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원생활(田園生活)에 대한 책 두 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가 그 책들입니다. 둘 다 전원생활, 시골생활에 대한 이야기지만 주제에 대한 저자들의 입장은 사뭇 다릅니다.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는 서울 생활을 정리한 후 경북 성주로 이주한 엄윤진 작가의 경험담을 다루고 있는데 반해,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는 시골 생활에 다소 부정적인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를 통해 시골에 대한 두 작가의 다른 입장을 비교/대조해 봤습니다.


1. 결단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의 엄윤진 작가는 다소 즉흥적으로 성주 이주를 결심합니다. 엄윤진 작가는 다소 즉흥적인 결정으로 제2의 인생을 열지만(물론, 작가는 성공적으로 안착을 합니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의 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시골 생활에 대해 신중한 고려를 조언합니다.


가. 길을 잃고 집은 만나다 : '그 무렵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내가 도시에서 무엇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어쩌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우울하게 보내게 될지도 모를 내 상황에 조금 겁을 먹고 있었던 것 같다...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유는 단지 그것뿐이었다. 혼자면 어때, 그런 맘도 들었다.... 정말 이상했다. 난 이미 이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p21)


나. 지쳐 있을 때 결단하지 마라 : '모든 것을 접고 시골에 틀어박히기로 마음먹는 것은 정말로 괜찮을까요. 당신은 벌써 여러 번 우려내 맛과 향이 다한 차 같은 존재인가요. 오랜 세월을 축적해온 그 귀한 지식과 경험과 기술과 인관관계를 몽땅 하수구에 버리고 마는 식의 삶은 순수함과는 분명 다릅니다... 시골로 거처를 옮겨 지치고 지친 심신을 충분히 쉬게 하고픈 마음은 압니다만 그런 피로야 반년쯤 쉬면 바로 사라집니다. 다시금 일하고픈 의욕이 솟구칩니다. 그때 당신이 아직 도시에 있다면 재기할 기회는 시골에 비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가장 지쳐 있을 시기에 중대한 결단을 내리는 일은 피해야만 합니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p48)


2. 선택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에서는 아름다운 경치에 마음이 끌려 집을 구매한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그렇지만,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에서는 아름다운 경치에 끌려 내린 결정의 위험을 경고합니다.


  가. 길을 잃고 집은 만나다 : '왠지 모르게 산길이 마음을 끌었다. 편안한 느낌, 그 이상이었다. 산길이 많이 굽어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내려오는데 오른쪽 창으로 한옥의 지붕이 눈에 띄었다.... 그 틈 사이로 살며시 집이 보였다. 고즈넉하니 멋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주인장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빈집이었다. 마당의 잔디는 손을 본 듯하나 그 주위는 온통 나무였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그때 내가 잡목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몇 년째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옷자란 풀이었다. 뒷마당은 언감생심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집이 네 채나 되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 (p20)

 

나.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 '자연에서의 현실이란 것을 잘 몰랐던 젊은 시절, 몰래 눈여겨둔 별장지가 있었습니다. 높은 지대에서 바라본 전망은 아름다운 아즈미노에서도 각별했습니다. 그곳에 집을 짓고 살면 구름 위에서 생활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집필 의욕이 솟구쳐 생각대로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집필 의욕이 솟구쳐 생각대로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기대에 사로잡혔습니다... 만약 당신이 땅값이 싸다는 점에 눈이 멀어 곧바로 사기로 결정하고 말았다면 이는 중대한 실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도시 땅값과 비교하면 분명하면 분명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쌉니다.  하지만 현지 시세를 감안하면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바가지를 씌운 것입니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p33)


3. 불편한 생활


 시골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생각하는 시골 생활에 대한 공통적인 어려움은 불편함일 것입니다.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 에서는 시설에 대한 불편함이 나타나 있고,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에서는 불편함의 의미를 찾아갈 것을 권고합니다.


 가. 푸세식은 힘들어 : '진짜로 급한 게 뭐냐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첫째, "화장실이랑 세면장!"하고 소리쳤다. 정말이지 난 밤에 "푸세식" 화장실에 가는 것이 무서웠고 샤워도 쪼그리고 앉아 씻는 게 아니라 서서 하고 싶었다. 두 번째, 겨울에도 따뜻한 방! 작고 아늑한 방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에가 고치를 틀듯 말이다. 세 번째, 환한 주방 만들기. 그리고 노후한 전기와 보일러 시설 손보기.'<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 (p33)


 나. 불편함이 치유다 : '시골에서는 내 일은 내 힘으로 한다는 강한 마음가짐과 체력이 필요합니다. 이주하고 나서 도시의 편리함과 비교하며 불평을 해 본들 소용이 없습니다. 어떤 것이든 스스로 해내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굳이 불편한 곳에서 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불편함이, 너무 편리한 도시 생활로 흐늘흐늘해진 당신 심신을 달련시켜 줍니다. 불편함이, 당신 뇌를 계속 지배해 온 싸구려 이미지를 말끔히 제거하고 가혹한 현실과 대치하는 묘미를 알게 해 줍니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p185)


4. 이웃과의 관계


 시골에서 이주했을 때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이웃과의 문제일 것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는 이웃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하는 반면,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에서는 되도록 관계를 가지지 않는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가. 세상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  '연(蓮) 밭을 만들면서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면서 사는 비결은 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나는 마을 어른들과 큰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여쭈었다. 방법을 말씀하실 때마다 수용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을 말씀드렸다. 다행히 그런 자세 때문에 어르신이 웃으면서 그러셨다.'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p53)


나.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 :  '시골 생활을 시작할 때 그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는 정도를 미리 정해 두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아주 중요한 문제에는 단호한 양자택일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긴밀히 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둘 중 하나만 있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어울리지 않고 미움을 사는 편이 어울리고 나서 미움을 사는 편보다 원망이 훨씬 더 적다는 점입니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p129)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모두 시골 생활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시골 생활을 보는 관점은 반대입니다. 아마 현실은 그 중간 어딘가 있을 것입니다. 시골생활이란 두 얼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골에서 자기만의 주택을 가졌을 때 위의 작은 연못과 같은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아래 사진과 같은 분위기 있는 공간을 가질수도 있고(다소 잡초가 많네요) 이를 통해 여유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아마 이러한 여유는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는 가질 수 없는 부분이고 많은 이들이 이러한 여유를 가지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모든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는 것은 자연법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의무가 권리보다 큰 것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황과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위의 연못을 5분만 바라보면 곧 질리게 됩니다만, 관리하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금새 자라는 잡초를 보면서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에 감탄함과 동시에 빨리 제거해야하는 의무감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시골 생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낭만적이지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시골 생활과 아이를 키운다는 것의 공통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나가는 어린 아이를 보면 누구나 웃음을 지으며 예뻐하지만,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처럼 시골 생활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은 이들이 이런 것을 알면서도 시골 생활을 그리는 것은 아마도 우리 조상들의 삶의 공간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많은 비가 오고 난 후 하늘과 공기가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고 있습니다. 이웃분들 모두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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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6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6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8-26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움을 말하긴 했지만 두 분 다 낭만적인 글이네요. 리얼한 경험담 들어보면 분투기죠. 비 오고 자고 나면 훌쩍 자라는 잡초 정리에 쉴 틈이 없고 텃밭 관리, 집 주위 정리도 고역이라 연못 메워 버렸다는 분도 다반수. 겨울철 난방비가 50~100만원 이상, 주말이면 이 사람 저 사람 놀러 온다고 하는 터에 그 수발에 정리에 또 지치고,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편의점이라도 갈라 치면 차타고 5분 이상 나가야 되는 온갖 귀찮음... 무턱대고 갈 게 아니라 얼마 간 살아보고 결심할 일이죠. 농사나 손재주 있는 분들 아니면 노년엔 더 피해야 할 게 시골 생활이라는 게 인터넷중론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8-26 22:24   좋아요 1 | URL
네 그렇지요^^: 도시에서는 당연하게 갖춰진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어느 정도의 마음 가짐이 우선 필요할 것 같아요^^:

yureka01 2017-08-27 08: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도시가 게으른 이유가 피곤 때문입니다. 직장이란 조직은 사람의 심신을 파먹죠. 시골의 부지런함은 심신이 보충하거든요. 바람.물.공기.심지어 하늘에 구름 마저도 경이롭다 라면 시골이 맞을 것이고, 그래서 모든 불편을 행복으로 바꾸죠. 도시는 반대로 돈을 행복으로 바꾸려 들거든요. 이 차이점입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시골가서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주거에 대한 제품들이 워낙 잘 나오니 시골에서도 도시의 아파트 처럼 깔끔하게 얼마든지 만들수 있죠. 건축을 좀 알면 시골 생활도 훨씬 주거환경도 자유롭거든요....시골은 뭐든지 가급적 자체해결의 재미를 못느끼면 시골 가면 망합니다. 환경을 유지 보수 설계할 기술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거든요..그러니 시골 갈려면 도시인들보다 더 많이 배워야 합니다. 이게 안되니 시골가서 전원의 낭만을 찾다가는....못버티죠..

겨울호랑이 2017-08-28 14:43   좋아요 0 | URL
^^: 유레카님의 ‘시골은 불편을 행복으로 바꾸고, 도시는 돈을 행복으로 바꾼다‘라는 표현 정말 공감되는 멋진 표현입니다! 말씀하신대로 불편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단순한 도피처로 생각하는 것이 귀향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라 생각되네요. 유레카님 행복한 일요일 보내시고, 마음에 드시는 멋진 사진을 찍으시길 바랍니다.^^:

. 2017-08-28 14:40   좋아요 2 | URL

장문의 댓글을 스마트폰으로 작성했으나 댓글이 지워져서 폰에서 북플을 아예 지워버렸습니다..ㅎㅎ

유레카님의 도시가 게으른 이유에 대해서 매우 공감되더군요.. 감정 에너지소모... 이게 상당히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더군요... 육체노동보다 더 한 피로함이 몰려오더군요... 그래서 감정 노동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사람이 사람을 이롭게 하기보다 해롭게 하기 때문에 비교적 사람이 없는 시골로... 산으로.. 가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시골에서의 삶도 도시와 같으면 무의미하겠지요... 위에 포스팅에서도 나오죠.. 관계를 맺어서 서운해지는 것보다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낫다고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밀착되면 밀착될수록... 본질은 흐려지거든요... 보통 고마움은 멀리.. 안 보일 때 생각나는 법이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거리를 멀리해야겠지요... 도시는 매일 사람이 붙어 다니니... 심신을 파먹을 수밖에요.. 시골 가니 사람 한 번 만나려고 하면 한참을 가야 한 사람 만날 정도죠... 사람이 귀하니... 속은 몰라도 겉으로라도 다 친절함을 베풀더군요..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 편할 수 있다면... 그러한 삶도 나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난중일기 난중일기
이순신 지음, 이은상 옮김 / 지식공작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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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도 대한민국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난중일기 亂中日記> 뒷편 책 표지글이다. 그렇지만, <난중일기>를 이렇게 표현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난중일기> 속에는 물론 충무공(忠武公)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렇지만, <난중일기>에는 이러한 원론적인 이야기보다 평범한 우리 삶의 모습이 훨씬 더 많이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놓치고 있다. 날씨, 업무 내용, 제사일 등의 공적인 내용, 가족 이야기, 건강 이야기, 사람에 대한 평가는 물론 점 치는 이야기와 꿈 해몽 이야기까지 소소한 삶의 기록이 <난중일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단순히 <난중일기>를 '애국일기'로 한정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다. 더 나아가, <난중일기>에 대한 이러한 편견 - 애국일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보다 많이 안 읽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간단하게나마 <난중일기>에 표현된 기록을 통해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난중일기> 속에는 매일의 날씨, 업무처리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업무일지(業務日誌) 같다는 느낌을 독자들에게 준다. 


' 갑오 정월 초이레. 맑음. 동헌방에 앉아 배 첨지, 남의길과 종일 이야기를 했다. 늦게 공무를 보았으며 남원(南原) 도병방을 사형했다.'(p200)


'을미 칠월 열나흘. 늦게 갰다. 군사들에게 말미를 주었다. 녹도 송여종을 시켜 죽은 군졸들에게 제사 지내도록 쌀 두 섬을 주었다. 이상록, 태구련(귀련), 공태원들이 들어왔다. 어머님의 쾌평하시다니 이런 다행한 일이 없다.'(p434)


 그런가 하면, <난중일기> 속에는 저자의 좋지 못한 건강 또한 나타나 있다. 일기 곳곳에는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장군의 모습이 담겨있는데 이런 기록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온 장군의 강철과 같은 무인(武人) 이미지는 현실과 다소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정유  구월 스무나흘. 맑음. 몸이 좋지 못해서 신음하였다. 김홍원(金弘遠)이 보러 왔다.

정유 구월 스무닷새. 맑음. 이날 밤 몸이 몹시 좋지 못하고 허한이 온몸에 배었다.

정유 구월 스무엿새. 맑음. 몸이 좋지 않아 종일 나가지 않았다.'(p681)


[사진] 충무공 이순신 동상(출처 : http://blue-paper.tistory.com/185)


 또한, <난중일기>에는 저자의 인간적인 모습이 기록되어 있다.  회식(會食)이야기, 활쏘는 이야기, 점(占)을 치는 모습, 간밤에 꾼 꿈을 해몽하는 부분 또한 여러 부문에 나타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장군의 인간적인 면을 확인하게 된다. 


'병신 사월 초여드레. 종일 비, 비. 늦게 들어가 부찰사와 마주 앉아 술을 마셨다. 몹시 취하여 관등(觀燈)하고 헤어졌다.'(p452)


'갑오 구월 초하루. 맑음. 앉았다 누웠다 잠을 못루고 촛불을 켠 채 뒤척이며 지새었다. 이른 아침 세수하고 고요히 앉아 아내의 병세에 대해 점을 쳤더니, "중이 환속하는 것 같다(如僧還俗)"는 괘를 얻고 다시 쳤더니, "의심이 기쁨을 얻은 것과 같다(如疑得喜)"는 괘를 얻었다. 아주 좋다.'(p328)


 그중에서도 <난중일기> 속에 인간적인 면이 가장 잘 표현되는 부분은 원균에 대한 기록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난중일기> 곳곳에는 경상우수사 원균에 대한 불신(不信)과 비난을 확인할 수 있는데 보통 근엄하고 인자하게 그려지는 충무공의 모습과 달리 뒷담화(?)에 가까운 일기 내용을 보면서 우리는 '인간 이순신'을 느끼게 된다.


 '계사 팔월 스무엿새. 비가 오다 개다 하였다... 원 수사가 술을 마시겠다고 하므로 약간 주었더니, 잔뜩 취해서 흉학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었다. 해괴하다....

계사 팔월 스무여드레. 맑음. 원 수사(원 균)가 와서 음흉하고 간휼한 말을 많이 하였다. 심히 해괴하다.

계사 팔월 그믐. 원 수사가 또 와서 영등으로 가자고 독촉한다. 참으로 음흉하다. 그가 거느린 스물다섯 척의 배는 모두 내보내고, 다만 칠팔척을 가지고 이런 말을 하니, 그 마음 쓰고 행사함이 모두 이따위다.'(p188)


 임진왜란(壬辰倭亂) 7년의 기간을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이미지로 막연하게 느낄수 밖에 없다. 막연한게 다가오는 과거 기록은 우리에게 추상적으로 인식된다. 그렇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이의 기록은 비록 어렵고 힘든 시기였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의 삶"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임진왜란 7년의 기간동안 하루하루가 끔찍했을 것이라 우리는 짐작한다. 그렇지만, <난중일기>는 어려운 중에도 회식이 있었고, 바쁜 중에도 활쏘기를 하는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우리는 외적의 침입에 일치단결하여 대응한 조선 수군을 막연하게 상상하지만, 그 안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있었고, 개인적인 감정 대립이 있음을 또한 확인할 수 있다. <난중일기>속에는 우리의 일상(日常)과 다름없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러한 일상의 기록이 모여 <난중일기>라는 시대의 기록이 되었을 것이다.


 <난중일기>를 통해 '충무공 이순신'이 '군신(軍神)'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위장병에 고생하며 결근을 하기도 하고, 동료와 갈등을 겪으며 마음 고생을 하는,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꿈 해몽과 점에 의지하기도 하는' 평범한 인간임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충무공의 위대함은 인간적인 약점(弱點)에 의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한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난중일기>를 읽으며 희노애락(喜怒愛樂)의 감정과 의식주(衣食住)가 펼쳐지는 삶의 공간인 일상(日常)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어느 '개인의 하루'가 7년 동안 모이고, 어느 개인들이 모여 사회(社會)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물을 우리는 지금 '임진왜란'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하루가 결코 작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책표지 뒷면의 글을 바꾸어 <난중일기>를 읽은 느낌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일상(日常)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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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8-23 2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중일기 문체를 보니 왜 김훈이 칼의노래 문체와 닮았는지알것 같군요.. ^^

겨울호랑이 2017-08-23 20:20   좋아요 0 | URL
^^: 그렇군요.. 저는 작가도 역사적 사실을 모사할 때는 배우처럼 몰입해서 닮아간다는 것을 곰곰발님 말씀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2017-08-23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3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4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4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8-25 0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퇴근하며 해철형 생각했는데ㅜㅜ

겨울호랑이 2017-08-25 07:05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저도 참 아쉽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7-10-10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추석 때 시간죽이기 겸사하여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를 다시 봤는데, 감동이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다시 생각해도 위대한 것은 본인의 불굴의 의지도 있지만,
왜 그를 많은 백성과 병사들이 따르냐는 말이죠.

다른 장군(원균)이나 고관대작들은 기생을 끼고 좋은 안주에 술만 마시기 바쁘지만
정작 통제사인 본인은 병사들이 먹는 식단을 비교하여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최근 광해군을 다시 생각하며, 한명기교수의 <광해군>이란 책이 다시 떠오르나, 드라마에서 광해군은 이순신을 옹호하는데
이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역사가 문듯 아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적어도 광해군이 조정에서 혹은 무군사로 내려갈 때 사관이나 기록만큼은 분명 기록에 의지했습니깐요..



겨울호랑이 2017-10-10 17:13   좋아요 0 | URL
^^: 만화애니비평님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요즘 「남한산성」도 개봉하는 등 16세기 조선에 대한 내용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 같네요.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에 대한 재조명과 해석이 꾸준히 이루어진다면 만화애니비평님께서 말씀하신 역사에서의 아쉬운 점도 점차 줄여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히드라 이야기
페르낭 브로델 지음, 김홍식 옮김 / 갈라파고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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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는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 1902 ~ 1985)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Civilisation materielle, economie et capitalisme>에 대한 입문서(入門書)다. 본문은 강의형식으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내용을 파악하기는 역자가 작성한 해제(解題)가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는 해제를 중심으로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 담긴 전체적인 그림을 살펴보자.


1. 시간(Time) : 중층적 시간대에서의 변증법 구조


가. 장기지속(longue duree)의 역사


 브로델은 역사를 '표층의 역사'와 '심층의 역사'로 구분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심층의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브로델에 따르면 장기 지속하는 심층의 역사가 인간의 조건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빙하의 90%가 수면 밑에 있으며 빙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듯이,  '무의식'이 '의식'을 결정한다는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 ~ 1939)의 이론이 브로델의 역사관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사진] 의식과 무의식(출처 : https://brunch.co.kr/@onestepculture/171)


 '브로델은 단기적 시간대에 주목하는 역사를 "표층의 역사"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 세계의 배후에는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장기 지속하는 "심층의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고 봅니다... 장기 지속하는 역사가 만들어내는 심층의 세계는 브로델에게서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나는, 인간의 조건을 결정하는 구조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p151) ... 둘째, 장기 지속하는 심층의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다른 의미는, 브로델이 본격적으로 연구했던 주제는 아니지만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무의식과 관련됩니다.(p153)... 셋째, 장기 지속이라는 개념은 역사를 기술하는 내용이나 결과라기보다는 역사를 기술하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p158)


나. 시간 지속의 변증법 dialectique de la duree

 

  브로델은 세계를 움직이는 힘을 '표층의 역사'와 '심층의 역사' 의 대립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표층의 역사'를 움직이는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과 '심층의 역사'를 움직이는 '천천히 흐르는 시간'과의 대립이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이러한 힘과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역사학 뿐 아니라 사회과학 방법론 전반에 걸쳐진 개념임을 브로델은 강조한다.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다중적이고 모순적 contradictoire인 여러 가지 시간, 그처럼 사회적으로 진행되는 시간의 지속은 과거의 실체일 뿐 아니라 씨실과 날실처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삶을 짜는 피륙입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과 천천히 흐르는 시간, 이 둘 사이에는 활발하고 밀접한 대립 opposition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우리 역사가들이 보기에 이러한 대립이야말로 사회적 실제의 핵심에 존재하며 다른 어느 요소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p145)


다. 다중적(혹은 중층적) 시간대 temporalite multiple(p143)


 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과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 같은 시간대에 공존(共存)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기 때문에 우리는 '중층적 시간대'에서 살고 있다고 브로델은 설명한다.


 '역사상 일어났던 모든 혁명은 짧은 시간의 힘이 긴 시간의 힘과 격전을 치르며 승리한 사례들입니다.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수면 아래에 오랫동안 잠재해 있다가 짧은 기간안에 빠른 속도로 응집해서 폭발했음을 뜻합니다. 실패한 혁명은 반대로 빠른 속도로 응집하는 짧은 시간의 힘이 긴 시간의 힘에 굴복한 셈입니다... 브로델은 시간을 알기 위해 제삼의 참조점을 잡는 인식의 방향을 뒤집어서 사회적 실재를 알기 위해 시간을 참조점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참조점이 바로 중층적 시간대라는 "시간의 지도"인 셈입니다.'(p150) 


2. 공간(Space) : 경제계(經濟界)


가. 삼층집 모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서 다루고 있는 모델은 물질생활을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 그리고 시장 경제 위에 자본주의가 위치하면서 계층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형태로 구성된다. 자급자족 경제를 '물질 생활'이라고 한다면, 교환이 발생한 이후 '경제 생활(시장경제)' 형태가 발생하게 된다.


 '브로델은 14~15세기에서 18세기 사이 약 400 ~500년 동안의 유럽에 적용했던 여러 가지 모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삼층집 모델입니다. 맨 밑에는 물질생활이 있고, 그 위에 시장경제가 있고, 꼭대기에 자본주의가 위치한다는 경제 모델입니다. (물질생활 - 시장경제 - 자본주의)(p162)... 인간이 가족이나 마을 단위에서 자급자족하며 사느냐, 아니면 교환하며 사느냐는 기준에서 보면, "물질생활(물질문명 civilisation materielle)"은 거의 다 자급자족에 가까운 사용가치의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로델은 자급자족에서 탈피해, "교환가치의 문지방을 넘어서며서부터 경제가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이때부터 물질생활의 거대한 등판을 딛고 "경제생활 vie economique"이 시작됩니다.'(p169)


 여기서,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일종의 특수한 형태로 단순한 경제 구조로 정의되기 어려운 문화적 실체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 


 '자본주의는 경제 영역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특수한 형태입니다. 그 실체는 인접한 영역과 그 영역들에 침투한 모습을 비추어 보지 않고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을 것이고, 그때에야 자본주의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날 것입니다.(p182)... 자본주의는 물질생활과 시장경제를 자신의 존재 기반으로 깔고 앉아 독점으로 높은 이익을 추구하는 무언가의 활동이다. 그러기 위해 기존의 사회 질서와 위계, 국가, 문화 등 온갖 영역에 침투하여 무언가의 사회적 구조물을 만들어 그와 결합해 존재하는 실체다.'(p183)


나. 경제계 economiemonde


 또한, 브로델은 일정 공간 내에서 중심부-중간부-주변부의 구조를 가지면서 하나의 독립된 경제권을 다음과 같이 '경제계'로 정의하고 있다.


 '경제계의 특징으로는 첫째, 경제계는 일정한 지리적 공간을 차지하며 그 공간의 한계를 이루는 울타리는 매우 천천히 변한다. 둘째, 경제계에는 하나의 핵, 즉 중심이 존재하며 이 핵이 경제계 전체의 분업을 조직하는 힘을 행사한다. 셋째, 경제계는 이 핵을 중심으로 생활수준의 높낮이가 갈리는 계층적 경제원(중심부, 중간부, 주변부)으로 분화된다는 것입니다.'(p163)

 

다. 삼층집과 경제계의 조합


 '주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서 15 ~18세기의 자본주의를 분석할 때 도입한 삼층집 모델과 함께 생각해보면, 삼층집 모델을 지리적 공간에 횡적으로 펼치고 그 공간에 '중심부-중간부-주변부'라는 계층적인 지배/종속관계를 더한 것이 경제계 모델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중심부에도 자본주의-시장경제-물질생활의 삼층집이 있고, 중간부와 주변부에도 각각 삼층집이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브로델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중심부의 최상층에 위치한 자본주의가 경제계 전체를 조직하는 힘을 발휘하는 곳이 됩니다.'(p189)


 위의 삼층집과 경제계 모델을 브로델의 설명에 따라 조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림] 삼층집과 경제계의 조합(by 겨울호랑이)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에서는 이처럼 브로델의 역사를 움직이는 힘과 경제 모델이 잘 정리되어 있다. 아마도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서는 시간적으로 '표층의 역사'와 '심층의 역사'가 부딪혀서 만들어낸 힘(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공간적으로는 '경제계'에'중심부-중간부-주변부'의 관계 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여 경제계가 확대 또는 축소되어 왔는지가 그려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론해본다. 구체적인 내용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통해 확인해 보면 될 듯하다. 이처럼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원서 3권(번역본 6권)에 해당하는 경제사상(經濟思想)의 큰 틀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는 유익한 브로델 사상 입문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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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살롱 2017-08-22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내용을 읽기 좋게 써 주셔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8-22 20:04   좋아요 0 | URL
^^: 퐁당살롱님 재밌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인 2017-08-22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잖아도 최근에 읽은 책 중에 브로델을 언급하는 책이 있었죠. 브로델에 대한 짧은 소개였지만 맘에 들어서 구하려고 하는데, 겨울호랑이님의 리뷰 덕분에 자료를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8-22 21:08   좋아요 0 | URL
^^: 그렇군요 태인님께 작은 도움이 되어 저도 기쁘네요. 즐거운 독서 되세요^^:

황금모자 2017-08-22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브로델 이후로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 시리즈를 읽어보시면, 브로델의 ‘중심-중간(아주변)-주변‘ 이론이 어떻게 변형돼서 쓰이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나중에 이 책도 도전해보세요. 이 이론은 나중에 가라타니 고진이 [세계사의 구조]에서도 이용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8-22 21:55   좋아요 0 | URL
^^: 황금모자님 감사합니다. 월러스틴과 「근대세계체제」가 이렇게 연결되는군요. 황금모자님 덕분에 보다 알찬 독서를 할 수 있을것 같네요. 좋은 책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8-23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3 0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화에서 비극으로 -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삼부작 위대한 순간 4
김기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신화에서 비극으로 :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삼부작>은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아이스퀼로스 Aischylus의 비극 3부작 <오레스테이아 Oresteia> 작품인 <아가멤논 Agamemnon>, <제주(際酒)를 바치는 여인들 Choephoroi>, <자비로운 여신들 Eumenides>에 대한 해설서다. 책의 제목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신화인 <오디세이아 Odysseia>에 묘사된 '펠롭스 가문의 신화'가 '비극 悲劇'에서는 어떻게 그려지는지 차이점을 밝히고 주제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신화에서 비극으로>는 작품만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두 내용을 중심으로 이번 리뷰에서 살펴보자.


1. 비극의 주인공  : 클뤼타이메스트라 Klytaimnestra


[그림] 남편 아가멤논을 살해하기 직전의 클뤼타이메스트라 (출처 : https://erprofessor.wordpress.com/2016/12/)


 3부작의 첫 작품 <아가멤논>의 주인공은 아가멤논의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이다. 저자는 <오디세이아>에서는 아가멤논 살해의 주인공이 아이기스토스임에 반해 비극에서 아가멤논의 살해는 클뤼타이메스트라에 의해 주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비극과 신화의 가장 큰 차이로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클뤼타이메스트라는 극(劇)의 중심에 서게 된다.


 '로고스의 구사 능력은 호메로스 서사시에서 볼 수 있듯 아킬레우스나 오뒷세우스와 같은 영웅이 지닌 덕목이다. 이러한 능력을 클뤼타이메스트라가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의 캐릭터에 남성 영웅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음을 의미한다.'(p64)


 '아가멤논은 절제하는 자에서 휘브리스 hybris를 저지르는 자로, 승리한 정복자에서 아내의 손에 죽는 패배자로, 희생제물을 바친 자에서 희생제물로 뒤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는 자가 바로 클뤼타이메스트라이다. 무지한 승리자 아가멤논을 조종하여 과거 죄를 소환하고 그 죄를 벌하는 걸 정당화하는 과정을 우리 눈앞에 연극적으로 펼쳐 보이기 때문이다.'(p79)


'아가멤논의 살해 장면은 무엇보다도 남성이 어떻게 여성에게 정복되는지 잘 보여준다. 이때 클뤼타이메스트라의 성격이 매우 돋보인다. 그녀는 두 가지 무기를 가진 존재라 하겠다. 로고스를 잘 구사하여 남을 속이고 의사소통 체계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마치 남성 영웅처럼 도끼를 사용해 단호하고 무자비하게 남편을 살해해 복수한다.'(p90)


2. 다신(多神)에서 유일신(唯一神)


 <아가멤논>에서 남편을 살해한 부인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에서 아들 오레스테스에 의해 복수를 당한다. 아버지의 원수인 어머니에게 복수하는 문제는 오레스테스에게 고통스러운 선택의 문제로 다가온다. 이러한 선택의 문제가 후대에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 ~1616)의 <햄릿 Hamlet>에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는 널리 잘 알려져 있다.


 '오레스테스의 복수는 아폴론의 명령을 따른 것이지만 모친을 살해한 복수라서 복수의 여신들의 추격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오레스테스의 복수에는 아폴론과 복수의 여신들 간의 갈등이 숨어 있는 것이다.'(p132)


[그림] 어머니 클뤼타이메스트라를 살해하는 오레스테스(출처 : https://es.pinterest.com/pin/373728469061639590/)


 '뤼타이메스트라 살해는 한편으로 아버지를 위한 복수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모친 살해라는 반인륜적인 범되이다. 오레스테스가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를 죽여 복수하면 복수의 여신들에게 고통받게 될 것이다.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924행), 반면 아버지를 위해 복수하지 않고 어머니를 살려주면 아버지가 보내는 복수의 여신들에게 고통받게 될 것이다.(925행) 정말로 오레스테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황에 처해 있는 셈이다. "어찌해야 하지?"(899행)하며 오레스테스가 외친 말은 "오레스테이아 삼부작"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라 하겠다.'(p121)


  새로운 질서를 상징하는 '아폴론'과 전통적인 질서를 상징하는 '복수의 여신' 들 사이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하는 고민이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의 다른 하나의 주제라고 책에서 말하고 있지만 여기서 다른 생각도 덧붙여 해본다. 


 비록 오레스테이아 3부작의 마지막인 <자비로운 여신들> 속에서는 화해로 마무리되지만, 인류의 장기적인 선택은 '신의 죽음'이 아니었을까. '다신 多神'의 서로 다른 명령 속에서 갈등하기 보다는 인간이 선택한 '신 神'을 앞세워서 신의 수를 차츰 줄여나가는 것이 인간의 역사가 아니었는지. (우리는 신의 이름으로 행한 여러 종교 전쟁을 역사와 현실 속에서 확인하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 ~ 1900)에 와서는 남은 유일신마저 '신은 죽었다'라는 말로 없애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명령을 내린 신(神)을 모두 없앴다면, 신의 존재를 대신하는 것이 다음 수순인가하는 생각도 짧게 해본다. (호모 데우스Homo Deus ?) 이 부분은 보다 깊은 공부가 필요할 것같아 이정도로 마무리를 짓고 다음 과제로 넘기자.


3. <오레스테이아> 3 부작의 플롯과 주제 그리고 결과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서, 작가가 <신화에서 비극으로>에서 말하고 있는 <오레스테이아> 3부작은 '자식으로 복수하는 분노'라는 플롯 속에서 '고통을 통한 배움'이라는 주제로 요약될 수 있다. 지금도 주말 드라마에서 반복되는 구조와 주제를 생각해보면 그리스 비극 안에 담겨진 보편성은 시대와 공간을 넘어선 감정임을 느끼게 된다.


 '"자식으로 복수하는 teknopoinos 분노"라는 말은 "오레스테이아 삼부작" 전체를 관통하는 플롯, 다시 말해 세대를 거쳐서 이루어지는 복수의 역사를 잘 암시한다.(p55)... '"고통을 통한 배움"은 그리스어로 pather mathos인데, 인간이 행위하고 나서 그 결과로 고통을 겪으며 배움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다...이 "고통을 통한 배움"은  "오레스테이아 삼부작"'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데, 이는 오레스테이아의 줄거리를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다.'(p61)


4. 그리스 비극의 정치 드라마 특성


 그렇지만, 그리스 비극에는 이러한 보편적인 감정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 비극이 가진 정치적인 면 때문인데, 저자는 그리스 비극의 정치적인 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극의 결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 도시국가가 비극 공연을 조직하고 재정적 지원을 관리한다... 둘째, 대(大)디오뉘시아 축제의 개막식 생사에서 도시국가의 이데올로기가 강조되었다... 셋째, 축제에서 공연된 비극 작품은 도시국가 체제의 수호와 그 질서를 메세지를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p23)


 '"오레스테이아 삼부작"의 실제 결과는 무엇일까? 외교와 정치와 종교의 위대한 기원을 밝히는 것이다. 첫째, 외교적으로는 아르고스와 아테나이의 동맹 관계를 확인했다. 둘째, 혈족간의 살인을 재판하는 아레오파고스가 창설되었다. 셋째, 자비로운 여신들, 즉 존엄한 여신들의 제의가 만들어졌다.'(p159)


 아테나이를 관장하는 여신 아테나(Athena)가 아르고스(Agros)의 새로운 지배자인 오레스테스 재판 시 한 표(標)를 줘서 그에게 무죄를 주었다는 것을 통해 '아르고스-아테나이'의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부분은 당대 그리스의 정치적 배경을 통해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도]뮈케나이(Mycenaean) 문명의 중심지 아르고스(출처 : http://m.blog.daum.net/kjs4311/8519546)


 비극이 씌여진 당시 아테나이는 스파르타와 그리스 패권을 두고 대립관계에 놓여 있었고, 전통적으로 스파르타와 대립관계에 있었던 아르고스와의 동맹은 아테나이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스퀼로스는 비극을 통해 아테나이와 아르고스가 전통적인 동맹국임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오레스테이아> 3부작은 다분히 '프로파간다 propaganda'적인 면이 포함됨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 더 들어가 기원전 1600년부터 1100년까지 에게 해 문명의 중심지였던 '아르고스'는 고대 중국에 있어 '주 周'나라와 같은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고대 춘추시대(春秋時代)에 패자(覇者)를 자처하던 이들이 주나라 왕실을 등에 엎고 전하를 호령했던 것처럼, 페르시아 전쟁 후 새로운 제국(帝國)을 지향하던 아테나이 역시 뮈케나이 문명의 중심지 아르고스를 뒤에 엎고 패도(覇道)를 구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닌지 추측해본다. 


 이처럼 그리스 비극에는 인류의 보편적인 면과 당대의 현실이 같이 녹아져 있음을 <신화에서 비극으로>를 통해 알게 된다. 또한, 고대 그리스 신화와 비극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한 의식하게 된다. 이처럼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작품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한 걸음 떨어져 살펴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신화에서 비극>으로는 아이스퀼로스 비극 <오레스테이아 3부작>에 대한 좋은 해설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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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7-08-22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펠롭스 가문의 저주‘로 시작되는 ‘아가멤논의 비극‘이 오랫동안 ‘신화‘나 ‘고대 그리스 비극‘ 속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언젠가부터 점점 더 ‘실존했던 역사‘로 바뀐 듯합니다. ‘아가멤논‘에 관한 ‘유적과 유물‘을 보면 이건 도저히 ‘신화 속 이야기‘로만 볼 수 없겠다 싶더군요. http://blog.aladin.co.kr/oren/6839528

겨울호랑이 2017-08-22 15:4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oren님 말씀처럼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현실이었다면, 우리가 상상하듯 옛날이 그리 좋은 시절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oren님 좋은 글 알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AgalmA 2017-08-25 0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죄는 아가멤논에게 있었죠. 신탁이 분명 부조리함에도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고 카산드라를 전리품으로 데리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오니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얼마나 빡치겠음요.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부정한 관계를 내세워 아가멤논을 살해하는 교활한 여자처럼 묘사하는 글도 종종 보는데(그림들도 대개 그걸 강조하죠. 본문에 제시된 그림도 그렇고요. 정부가 그녀 뒤에 있고 아가멤논은 무고하게 묘사되고 있죠.) 딸 이피게네이아의 죽음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였죠. 결국 아버지가 살해되자 또다른 딸 엘렉트라가 어머니를 미워하고 오레스테스가 어머니를 죽이는 원죄의 소용돌이....이 스토리는 문학에서도 현실 속 사건에서도 여전히 다양한 변주로 볼 수 있죠. 신화는 인간의 감정과 행동심리학을 정말 잘 보여준다니까요. 모두가 고통 속... 아아)) 사주한 신들을 빼도 여전하니 사람 삶이라는 것은 얼마나 질긴 고리 속이란 말입니까.

겨울호랑이 2017-08-25 07:11   좋아요 1 | URL
네.. AgalmA님 말씀처럼 인간의 hybris 때문에 발생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곳곳에 나오지요... 오이디푸스 신화도
그런 악순환 중 하나라 생각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신화에서는 인간의 hybris에 대해 심판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요... 그런데 신화에 나오는 ‘신의 hybris‘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네요... 이것을 사회적이면서 구조적인 면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른 한 편으로 ‘신의 hybris‘에 대한 이러한 관용이 중세 이후 ‘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많은 범죄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닌가도 생각하게 됩니다..^^:

sb 2018-11-09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간이 행위하고 나서 그 결과로 고통을 겪으며 배움에 이르게 된다‘ 라는 것이 오레스테이아 삼부작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했는데 삼부작을 읽어보면 아가멤논, 오레스테스 둘다 선택으로 인해 고통을 얻지만 그 고통으로 인해 얻는 배움에 대해선 나오지 않는 것 같은데 여기서 말하는 배움이란 무엇인가요?

겨울호랑이 2018-11-09 14:01   좋아요 0 | URL
오레스테이아 삼부작의 마지막 편인 <자비로운 여신들>편에서 오레스테스는 아테나를 부르면서 고통을 통해 자신이 정화의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자비로운 여신들> (276 ~285)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이 정화되기 마련이니까요‘라는 그의 말 속에서 인위적인 복수 대신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임을 알게된 것이 오레스테스의 배움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sb님 감사합니다.
 

1. 교향시와 표제교향곡


 '음악이 어떤 관념이나 말을 전제하지 않고도 듣는 이의 감성을 일깨운다는 사실입니다. 음악은 경쾌함과 불안을, 희망과 후회를 일깨우죠.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요. 음악은 이렇듯 어떤 언어의 모습을 띱니다. 하지만 이 언어는 어디까지나 정동 Affectivite의 언어죠. 이 말이 어렵다면 감정의 언어라고 합시다. 그런데 감정이라 우리 자신의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부분은 말로 표현되는 게 아니죠. 따라서 음악은 말할 수 없는 것을 전달하는 메신저입니다.'(p243)


 '하지만 이 메신저가 지닌 표현력의 한계를 봅시다. 일단 음악은 사물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거나 표상하는 능력이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음악은 관념을 표현할 수 있는 특정한 기호, 우리가 단어 Mot라고 부르는 그 기호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p244)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 ~ 1869)의 첫 시도가 독창성을 띄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군요. 교향곡 <환상>은 베토벤이 죽은 지 3년째 되는 해이자 빅토르 위고의 <에르나니>가 나온 해인 1830년에 나왔죠... 그의 교향곡 <환상>은 일종의 자전적 소설과도 같습니다. 그는 여기서 두 장르를 하나로 녹여내고자 했어요. 화가로서의 면모는 풍경 묘사에 넘쳐나고 시인으로서의 면모는 서사에 반영되어 있죠.'(p247)


2. 실내악


' "Muscicien de la Chambre"라고 하면 "왕실음악가"를 뜻하죠. 실내악은 원래 교회음악과 대비되는 의미에서의 궁정음악이었습니다. 지금의 실내악은 오케스트라 음악, 무대 음악에 대비되는 의미죠. 소수의 독주자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기악 및 성악 작품들 말이에요. 소나타, 3중주, 4중주, 가곡, 독일 리트... 이런 류(類)의 음악은 악기 편성이 협소하기 때문에 그러한 편성에 적합한 공간에서 연주되어야 합니다.'(p254)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 ~ 1791)는  창작인이자 비르투오소였죠. 그는 실내악을 자기가 몸소 참여할 유희로 생각했어요. 모차르트는 목관악기에 점점 더 흥미를 보여주죠. 특히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클라리넷의 가능성을 십분 발휘하고 유감없이 끌어냅니다. 피아노와 관악기들로 구성된 모차르트의 멋진 5중주를 추천합니다.'(p259)



3. 깊이 읽기


가. 교향시 敎響詩 symphonic poem


관현악에 의하여 시적(詩的) 또는 회화적인 내용을 표현하려고 하는 표제음악(標題音樂). 교향시라는 말은 19세기 중엽에 헝가리의 작곡가 F. 리스트가 처음으로 쓰기 시작하여 확립된 말로, 좁은 뜻으로는 1악장 형식의 곡을 이르며, 다악장형식의 곡과 구별되기도 한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그 내용으로 미루어 교향시로 보아도 무방하겠으나, 실제로 그렇게 부르는 일은 없다. 이처럼 다악장 형식의 곡은 표제교향곡이라 하여 교향시와  구별되는 경우가 많다. 내면적으로는 그때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복잡미묘한 표현으로 시적, 회화적, 심리적, 서사적, 지방적, 영웅적 내용들이 음악화 되어 있다. 이것은 낭만주의 운동의 커다란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주관적, 개인적인 감정의 자유가 가져온 결과이고, 관현악법의 눈부신 발전 및 화성어법(和聲語法) 상의 많은 개발도 알고 보면 모두가 이에 연유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 실내악 室內樂 chamber music


적은 인원으로 연주되는 기악합주곡. 실내악에서는 각 파트가 단독주자(單獨奏者)에 의해서 연주되며, 합주체(合奏體)와는 다른 섬세한 표현, 진지한 내용, 친밀한 성격 등의 여려 특징은 이와 같은 실내악 편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원칙적으로 각 파트 사이에는 이른바 독주와 반주라는 주종관계가 없이 대등한 입장으로서의 협주적인 합주가 중요시되며, 따라서 단독주자들의 독주적인 개인기는 피하게 된다. 인원수는 2~10명이며, 그 인원수에 따라서 2중주, 3중주, 4중주, 5중주와 같은 이름이 붙는다. 편성도 다양하지만 그 주체는 현악기이며, 여기에 피아노 및 관현악을 곁들인 것(피아노3중주, 클라리넷 5중주 등), 목관5중주(木管五重奏)와 같이 관악기로만 편성된 것도 있다. 실내악의 양식이 성립된 것은 바로크기이며 고전파시대에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특히 하이든에 의해서 현악4중주 형식이 확립되었고, 모차르트에 이르러서는 보다 풍부한 내용이 담기게 되었다. (출처 : 두산세계대백과사전 2003)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리네요. 이제는 여름 장마보다는 가을 장마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듯 합니다. 비가 많이 와서 실내 활동이 많은 하루가 될 듯 합니다. 실내악과 함께 차분한 하루 보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따뜻한 커피(또는 차) 한 잔 곁들이면 더 좋을 것 같구요. ^^: 이웃분들 모두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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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7-08-20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리스 얀손스는 그동안 연주회장에서 세 번쯤 만났는데 유튜브 영상으로 봐도 여전히 반갑네요.^^
http://blog.aladin.co.kr/oren/5972828

겨울호랑이 님 덕분에 좋은 영상과 음악 잘 보고 들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8-20 13:33   좋아요 0 | URL
^^: oren님 즐거운 감상이 되셨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이웃분들 덕분에 음악을 찾아 듣게 되어 좋습니다^^:

서니데이 2017-08-20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볼 때마다 조금 더 크고 있을, 연의 사진이 새로워졌네요.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오는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님, 좋은 일요일 저녁시간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08-20 17:37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하루 마무리 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