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이 정부를 다스려야 한다>는 씨알 함석헌(咸錫憲, 1901 ~ 1989) 저작집 중 비폭력운동과 관련한 글들을 모은 글이다. 한국사를 관통하는 일련의 사건 중에서 특히 1960년대 당시 군사정부와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한 반대,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글을 담고 있는 책의 내용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중 몇 가지 사안에 대한 내용을 이번 페이퍼에서 살펴보자.


1. 1965년 한일 합의에 관하여


'이번에는 무슨 일을 해서라도 주권을 우리 손에 꼭 찾아 쥐어야 한다. 다른 모든 것을 하기 전에 이것부터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물론 그다음에 올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 문제를 해결한 다음의 일이지, 이것을 이루지 못하면 다른 모든 활동 노력이 소용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한일회담 같은 것도 민중이 엄중히 삼시할 필요가 있다. 제일 그것을 급히 서둘러서 할 필요가 없다. 정말 나라의 만년대계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라의 운명이 결정될 이 중대한 문제가 있는 이때에 국민 전체의 의사는 들으려 하지도 않고 몇 사람이 서둘러서 하려고 할 리가 없다. 그 서두르는 데가 의심스럽다.(p22)' <사상계> 1963년 8월호 : 한일회담 함부로 하지 말라


 저자가 제기한 '의심스러운 곳'은 시간이 흘러 2004년 말 1965년의 한일 협정 내용이 공개되면서 드러난다. 그들은 왜 그토록 서둘러서 협정을 체결했는가? 그 내용을 우리는 <대한민국사 03>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1965년으로부터 50년이 흐른 시점에서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2015년 위안부 합의를 하게 되었다. 물론, 이에 대한 대가는 탄핵으로 치루게 되지만 정통성없는 이들이 하는 일의 수준이라는 것을 우리는 여러차례에 걸쳐 확인하게 되었다.


[사진]2015년 위안부 합의(출처 : 불교방송)


 '박정희 찬양론의 핵심은 경제 성장이다. 만약 우리가 경제만 잘 되면 다른 것은 볼 것 없다는 경제지상주의에 기대어 박정희의 군사반란과 헌정질서 파괴, 인권 유린과 정보정치를 용인한다면, 우리는 일본제국주의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p21)... 2004년 말에 공개된 한일 협정 관련 문서는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참으로 속이 쓰리다 못해 아리다... 유상, 무상에 차관까지 합한 8억 달러. 박정희는 겨우 그 금액을 받아내면서 왜 그렇게 청구권 문제를 서둘러 포기했을까?(p22)... 정통성 있는 정부를 총칼로 뒤엎고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일단 급전이 필요했다. 조건은 상관없었다. 정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급전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민족의 역사도, 피해 당사자인 개인의 권리도 고려사항이 아니었다.(p23)' <대한민국사 3 > : 똑바로 살아라- 변절의 역사, 변질의 역사 


2. 광주민주화항쟁에 관하여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 중 하나인 광주민주화항쟁은 어떠한가. 사건이 발생한지 37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실이 은폐되어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그 의미를 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오늘 우리 민족 전체를 이 폭력주의의 악의 흐름 속으로 몰아넣는 주된 동기가 광주사건(광주민주화항쟁)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잘 알아야한다. 어제 오늘 일어나는 신민당의 분열, 거기에 대한 여당의 하는 꼴, 어디서 누구의 생각으로 되는지 보통 정상적인 인간으로서는 미리 짐작할 수도 벗고 어째서 그런 괴상한 일들이 백주에 일어나게 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p317)... 학생 데모가 20년도 더 계속되는 것은 무엇인가? 광주사건 잘못한 것을 솔직히 자백하기를 재촉하는 말씀이 아니겠는가. 고칠 수 있는 것을 고치지 않고 그것을 변명하고 부인만 하면, 그것은 하늘을 업신여김이요, 또 사람을 업신여김이다. 사람을 업신여기면 사람도 그를 업신여기는 법이다. 그러므로 자백하기를 꺼리면 꺼릴수록 양심은 더욱더 약해진다. 숨긴 죄악은 숨긴 시체같이 그 냄새가 갈수록 지독하다. 그러면 전체가 그때문에 썩게 된다. 광주사건은 이제 당시에 저지른 사람들만 아니라 민족의 죄가 됐다. 그렇게 되는 까닭은 이 우주가 그저 물질적인 존재만이 아니고 도덕적, 정신적인 생명체이기 때문이다.(p318)' <기독교 사상> 1987년 5월호 : 정치/사회적 풍토와 폭력


[사진]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투입된 군 헬기(출처 : 서울신문)


3. 언론장악과 관하여

 

'내가 아는 것은 잘못은 좋은 정부에서나 나쁜 정부에서나 다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출판의 자유가 몇몇 사람의 수중에 집중된다면, 행정관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기 쉽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저질러진 오류를 기꺼이 그리고 신속하게 시정하는 것이, 그리고 최고의 권위로써, 다른 사람들의 화려한 유혹보다는 솔직한 충고를 존중하는 것이, 여러분의 고귀한 활동에 합당한 미덕입니다.(p119)' 존 밀턴(John Milton, 1608 ~ 1674) <아레오파기티카 Areopagitica, 1644> 


 저자는 민중이 깨어나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가 선행되어야한다고 말하지만, 언론의 자유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언론의 자유' 이전에 공정한 '언론'을 요청하는 우리의 모습 속에서 퇴보한 언론계의 현실을 깨닫게 된다.


 '정치는 본래 싸움이다. 다스리고 다스림 받음의 관계다. 다스림이란 말부터 틀린 말이다. 정치라면 민중이 제일이지 남의 다스림을 받을 리가 없다. 이론으로 그렇지만 현실의 정부는 언제나 정직한 대표자가 아니고 사사 야심을 가진 자들이다. 그러므로 민중은 늘 제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p146)... 당초의 잘못은 민중이 깨지 못한 데 있다. 민중 스스로가 제 노릇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됐지. 죽음으로 자유 지키는 민중에 도둑이 어디 들 수 있나. 또 바른 길 말할까. 이것도 다 알면서 못 본 척하는 길이다. 무슨 길? 언론의 자유다. 민중이 깨는 데 언론의 자유 없이 어떻게 되겠나... 한 사람이 걱정해서 천하를 건진다는 생각은 이제는 인생을 망치는 생각이다. 너는 겸손히 민중에게 물어라. 그러기 위해 언론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전체만이 자기 일을 알고 자기 길을 택한다. 신문 잡지를 마비시켜놓고 민정이 무슨 민정이냐.(p147)' <사상계> 1963년 4월호 : 민중이 정부를 다스려야 한다 


 '언론의 자유'에 대해 눈을 뜬 것은 안타깝게도 친일(親日)세력과 결탁한 군부정권이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부터 지금의 우리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 시대의 비극은 언론의 중요성에 대해 부정(不正)한 자들이 먼저 눈을 뜬 것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부일장학회 등 사건은 1962년 당시에 첫손에 꼽히던 재력가인 김지태를 사소한 혐의로 구속시켜놓고 부일장학회 명목으로 그가 소유한 토지 10만 평과 <부산일보>, 한국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의 주식 100퍼센트를 "헌납"받고 풀어준 사건이다.(p138)... 이 사건의 본질은 박정희가 김지태에게서 빼앗아 5.16장학회로 넘긴 재산의 성격을 보면 잘 나타난다. 김지태는 그 당시에 수십억 대의 막대한 재산을 소유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김지태가 구속됐다가 풀려나는 과정에서 왜 하필이면 언론 3사의 주식을 "헌납"하였는가? 바로 박정희가 언론사를 원했기 때문이다.(p140)' < 대한민국사 4 > : 기억하지 않는 자와 고백하는 자



[사진] 공영방송 파업(출처 : 중앙일보)


4. 사드 배치에 관하여 


  그외에도 <민중이 정부를 다스려야 한다>에 나오는 많은 구절은 주어와 날짜만 바꿔 오늘날 신문에 사설로 올려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21세기 현실 역시 정확하게 통찰하고 있다. 이는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 시대가 지금도 1960년대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까.


  '미국 사령관의 허락 없으면 한 방 쏘지도 못하는 그까짓 무기 믿지 말고 네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정신을 믿으려무나. 일본 군벌과 손잡으려는 그런 따위 어리석은 생각 말고 바로 알아만 주면 목숨도 내놓고 오는 우리 민중을 믿으려무나! 돈 생각부터 하지 말고 정신 생각부터 제발 해보려무나! 일본 백성으로 살기보다는 한국 사람으로 죽을 생각을 해보자꾸나! 외교(外交)는 그만두고 내교(內交)부터 해보려무나!... 민중의 신이 나게 해라, 나라가 그 안에 있다. 민중의 신이 나게 하기 위해 대적 앞에서 수그렸던 네 머리를 번쩍 들어라! 알아들어라, 한일회담 이대로 하지마!(p93)'<사상계> 1967년 9월호 : 한일회담을 집어치우라


[사진] 사드 배치(출처 : 주권방송)


5. 한 시대를 마감하며 


 '이명박-박근혜'정권 10년을 마감하는 우리에게, 군사정권 10년을 마감한 저자의 글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물론 역사 속에서 군인정치는 마무리되지 않고 더 악랄한 유신(維新)시대에 접어드는 것을 우리는 확인하지만.


'이제 우리는 지나온 10년을 돌이켜봐야 하는 자리에 왔다. 사람은 돌이켜볼 줄 아는 물건이다. 길은 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라 이때까지 온 길을 기억하고 이제 갈 길을 미리 생각할 줄 알아야 길이 된다. 앞뒤가 없으면 지금 가는 것은 하나의 헤매임일 뿐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삶도 과거와 미래가 있어야만 삶의 될 수 있다. 그 과거와 미래는 어떻게 생기느냐 하면 기억과 상상에 의해서 된다.(p236)... 10년이 지나고 이제 끄트머리가 차차 내다뵈는 오늘 나는 그 올 것이 왔다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래 오늘날도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느냐. 그래 정말 잘 됐다고 생각하느냐. 제발 사람이 되고 싶고, 나라를 사랑하고, 잘못을 저지른 그들도 사람으로 건져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거든 이제라도 그것은 잘못한 말이었다고 바로잡기를 바란다.(p241)' <씨알의 소리> 제5호(1971년 10월) : 군인정치 10년을 돌아본다.


 비록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의(民意)가 승리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변화가 되기 위해서는 건너야할 많은 산들이 많이 남아있다.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 중요하지 않은 선거는 없겠지만, 선거의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선거에 우리의 민족적인 콧마루가 꺾어지지 않느냔 말입니다. 한 번 잃으면 다시는 못 찾는 자유의 코를 한두 마디 달콤한 말이나 조그마한 위협 때문에 떼이도록 그냥 두어서는 아니 됩니다. 분명히 알고 다시금 다시금 다짐을 하면서 마지막 한 발걸음을 내켜야 합니다. 이것은 자유냐 종이냐, 사람이냐 짐승이냐의 갈라지는 길목입니다. 짐승으로 살기보다는 사람으로 차라리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것입니다. 운명의 한 표, 이것은 결코 윤과 박의 싸움이 아닙니다. 여당 야당의 다툼만이 아닙니다. 정신과 물질의 싸움입니다. 정의냐 힘이냐 하는 싸움입니다. 우리는 누구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싸우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 속에 들어오는 악과 싸우는 것입니다.(p131)' <동아일보> 1963년 10월 14일자 : 한 발걸음 바로 앞에서


 <민중이 정부를 다스려야 한다>를 읽으면서 마치 예언서(豫言書)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길게는 50년 전, 짧게는 30년 전에 쓰여진 글 속에 우리의 현실과 우리가 바라봐야할 지점이 적시되어 있었다. 뛰어난 사상가인 저자의 통찰력이 글의 생명력을 주는 원천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1960년대 이후 큰 틀에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다소 답답해짐을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로 바로 지금이 20세기 한국의 묵은 과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인 요즘 <민중이 정부를 다스려야 한다>는 우리보다 앞선 시대를 살아간 원로(元老)의 좋은 조언집(助言集)이라 생각된다.


'입법권은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절대적, 자의적(恣意的)으로 다룰 수 있는 권력이 아니며 또 그러한 권력이 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입법권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한데 결합시킨 권력을 입법자인 개인이나 집회에 양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은 그 사람들이 사회에 들어가기 전 자연상태에서 가지고 있다가 공동체에 양도한 것 이상의 권력이 될 수 없다.(p129)' 존 로크(John Locke, 1632 ~ 1704) <통치론 Two Treatises of Government : The Second Treatise of Government,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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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9-18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홍구 교수님 팬입니다.^^
친구들이 ‘종북‘이라고 놀리던데
에라이~ㅋ
(아마 한홍구 교수님은 블랙리스트
대마왕쯤^^)

웃긴건 <이슬람><이슬람학교>를 집필한 이희수 교수님도 팬인데요.
‘IS‘ 가입하게?라고 또 주절대던데..

그냥 웃고, 또 웃었습니다.
그냥 웃지요^^;

겨울호랑이 2017-09-18 16:04   좋아요 2 | URL
^^: 북프리쿠키님 친구분들 말씀대로라면 <자본>을 읽으면 원조종북, 리처드 도킨스의 팬이면 ‘무신론자‘가 되겠어요. 그 기준에서 저는 철저한 유물론자+친북이 될 것 같네요.ㅋ

AgalmA 2017-09-18 1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보의 문제뿐 아니라 ‘빠‘니 ‘까‘니 편가르지 않으면서 귀기울이는 지성적인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같은 얘길까요ㅎ; 자기 의견을 낼 때도 안하무인적인 모습을 너무 자주 봅니다. 자기 소신을 따르라는 거 밖에 더 되나요. 그런 식의 민중이면 유익한 중론이 모이기 어렵죠.
정치적인 문제에서 사람은 프레임 짜고 소속되길 어찌나 좋아하는지ㅎ;

겨울호랑이 2017-09-18 20:05   좋아요 1 | URL
^^: 단일한 ‘민중‘은 따로 있지 않는 것 같아요. 극우와 극좌 사이에 정규분포(?)처럼 뿌려져있는 서로 다른 의견들의 대립과 수렴 속에서 역사적으로 민중(책에서는 씨알의 소리)를 사후적으로 발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2017-09-18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8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09-19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범자들...이거 보니 부아가 제대로 치밀더군요~ 이번에 공중파 방송들 지난 이명박근혜 때 앉은 사장들 모조리 쳐내지 않으면 안 될 듯합니다. 대한축구협회도 그렇고...위안부 합의 문제도 그렇고...걍 열받는 상황만 주구장창 쏟아지는 듯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9-19 21:25   좋아요 0 | URL
「공점자들」보셨군요^^: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 또한 하게 됩니다..
 
산수의 기초 대우고전총서 8
고트롭 프레게 지음, 최원배 외 옮김 / 아카넷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산수의 기초 Grundlagen der Arithmekik>는 고트롭 프레게(Gottlob Frege, 1848 ~ 1925)가 저술한 수학철학서다. 책 내용은 책 제목처럼 기초적인 내용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지만, 수리철학의 기본내용에 대한 깊이있는 고찰과 프레게 이전의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기 때문에 수리철학에 대해 사전이해가 없다면 내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리뷰에서는 프레게가 결론 부분에서 정리한 요약 내용을 중심으로 <산수의 기초>의 전체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1. [1~ 64]의 내용 요약 : 재인식 대상으로서의 수

 

  프레게에 따르면 수()는 독립적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의해 파악되는 개념이다. ‘1+2=3’ 이라는 수식(數式)‘I am a boy’와 마찬가지로 언어적인 관계성을 가지며, 우리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수를 재인식하게 된다.

 

우리는 수()가 사물들의 무더기도 아니며, 무더기의 성질도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해서 수가 심리 과정의 주관적 결과도 아니라는 것, 그리고 수 진술은 개념들에 관해 객관적인 것을 서술한다는 것을 확립한 다음, 먼저 개별 수 0,1 등과 수 계열에서 앞에 나옴을 정리하려고 하였다... 산수에서 다루어지는 수는 비자립적인 수식어가 아니라 명사적인 것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수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고, 단지 공간적인 것도 아니며, 우리가 상상력을 통해 어떤 영상을 그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수는 재인식될 수 있는 대상으로 보인다.(p231)

 

  수에 있어서 재인식(再認識)의 문제는 등식을 통해 제기된다. ‘1+2=3’이라는 수식에서 등식 왼편과 등식 오른편을 대응시키는 것이 수식에 대한 재인식 판단 내용이 된다.

 

대상마다 뜻을 지녀야 할 한 가지 종류의 문장이 있는데, 그 문장은 재인식 문장이며, 수의 경우에는 등식이라 불린다... 수 낱말이나 라는 낱말을 사용하지 않고, 수에 관한 등식의 뜻을 고정하는 것, 그 뜻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개념 F 아래 속하는 대상들과 개념 G 아래 속하는 대상들을 양쪽으로 일의적으로 대응시킬 수 있다는 것이 수에 관한 재인식 판단의 내용임을 알게 되었다.(p232)

 

2. [65 ~ 69]의 내용 요약 : 수식에서의 개념의 외연


  수식의 왼편과 오른편을 대응시키는 과정을 재인식이라고 할 때, 왼편과 오른편은 약속된 형식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정한 형식 조건을 만족시켰을 때 우리는 수식의 참(True)과 거짓(False)을 판별할 수 있다.

 

우리는 언제 재인식 판단의 내용을 파악했다고 할 자격이 있는가? 그런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모든 판단에서 그 판단의 진리를 손상하지 않고 탐구 중에 가정된 등식의 왼편의 것을 오른편 것으로 바꾸어 넣을 수 있어야만 한다... 재인식 문장은 언제나 뜻을 지녀야 한다. 등식의 한쪽만이 형식을 가질 경우, 우리는 정의에 따라서 그 등식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수 없다.

 

개념 F에 귀속되는 기수는 개념 F와 동수인 개념이라는 개념의 외연이다. 여기서 우리는 개념 F와 개념 G를 양쪽으로 일의적으로 대응시킬 수 있다면, 그 두 개념을 동수(同數)라고 한다.(p233)

 

3. [70 ~ 86]의 요약 : 논의의 확장

 

  수식의 대응 관계를 논리적 관계로 바꾸면서 우리는 참, 거짓을 판별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임의의 수 n 다음에 n+1이 나온다는 사실을 통해서 수학이 논리학의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수학적 논의를 확장시킬 수 있게 된다.

 

양쪽의 일의적 대응을 순수 논리적 관계로 환원하였다. 그러고 나서 다음 문장의 증명을 암시하였다. : 개념 F가 개념 G와 동수일 경우, 개념 F에 귀속되는 기수는 개념 G에 귀속되는 기수와 같다. 그 다음 우리는 0, “n은 자연적 수 계열에서 m 바로 다음에 나온다.” 는 표현, 그리고 수 1을 정의하고서, 1이 자연적 수 계열에서 0 바로 다음에 나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자연적 수 계열에서 모든 수 다음에는 어떤 수가 나온다.

 

이를 위해 우리는 “n으로 끝나는 자연적 수 계열에 속하는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서, 그 개념에 귀속되는 기수가 자연적 수 계열에서 n 바로 다음에 나온다는 것을 보이려 했다... 이를 통해 보통 수학의 고유한 추리 방법으로 간주되는 n으로부터 (n+1)로의 추리 방법이 논리학의 보편적인 추리 방법에 근거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p234)

 

이제 수 계열의 무한성 증명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문장은 어느 유한한 수도 자연적 수 계열에서 자기 자신 다음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유한 수 및 무한 수 개념에 도달하였다.(p235)

 

4. [87 ~ 105]의 내용 요약 형식주의 비판

 

  이상의 논의(수학의 구조는 언어적 구조를 가진다는 사실과 재인식을 통한 참, 거짓의 인식, 그리고 수의 개념 확대 등)로부터 우리는 인식론(認識論)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안셀무스(Anselmus Cantuariensis, Anselm of Canterbury, 1033 ~ 1109)의 신 존재 증명의 기본 가정(그것보다 더 큰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어떤 것)과 같이 임의의 가정으로부터 도출된 증명은 논리적인 증명이 아님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켄터베리의 안셀무스(출처 : 위키백과)

 

이제 앞의 논의로부터, 산수의 진리들이 분석적이고 선천적인 본성을 지녔을 확률이 높다는 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칸트의 견해에 대한 개선을 이루었다.(p235)

 

끝으로 우리는 우리의 결과를 형식주의자들의 음수, 분수, 무리수, 그리고 복소수 이론을 비판하는데 사용하였고, 이런 비판을 통해 그들의 이론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되었다... 형식주의 이론이 상상하는 바에 의하면, 우리는 가정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가정이 충족되었다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들은 마치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말만으로도 창조될 수 있는 신()처럼 행세한다.(p236)

 

<산수의 기초>를 읽고난 후 수학(數學)과 언어학(言語學)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I am a boy’라는 언어적 구조와 ‘1+1=2’라는 수리적 구조가 같다는 사실을 통해서 우리는 서양 문명에서 수학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조금 더 나가서 여기서 Iboy의 관계(충분조건, 필요조건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생각하게된다. 또한, 내가 여자일 경우에 거짓이 되는 이 문장의 참, 거짓 문제 역시 보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수식과는 차이가 있기에 추가적인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한편 위의 문장(I am a boy)에서 boyI의 여러 속성을 설명하는 술어 개념이라면 추가적으로 I am rich, I am wise 등과 같이 I를 설명하는 수많은 추가 서술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추가적인 서술이 가능한 문장과 ‘I am Who I am’(이 문장은 자체로 추가적인 서술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과는 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처럼 <산수의 기초>에서 논의된 내용을 통해서 여러 생각들이 들지만, 이들에 대한 고민해결은 다음 과제로 넘겨야할 것 같다.

 

<산수의 기초>에서 다루는 내용은 이처럼 이미 우리가 약속하고 사용하고 있는 개념들에 대한 설명이다. 때문에, 독자는 ‘왜 이러한 사항을 다루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가 유클리드 기하학(Euclidean geometry)<원론>에서 저자가 5가지의 정의와 공리를 통해 거대한 기하학의 이론을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은 정의가 거대한 논리철학의 구조를 이루는 뼈대가 됨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논리철학에 관심있는 분들은 끝까지 정독(精)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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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9-17 1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트겐슈타인이 <논리-철학 논고>에서 왜 프레게와 러셀 이론을 공격했는지 이 글을 보니 더 감이 잘 오네요.
‘관계‘와 ‘재인식‘ 체계를 개념으로 도입해 놓고는 ˝산수의 진리들이 분석적이고 선천적인 본성을 지녔을 확률이 높다˝라는 말을 하다니... 비트겐슈타인은 관계 자체를 부정하죠. 그림이론과 게임이론은 바로 허점 공략~
겨울호랑이님이 잠깐 지적하셨듯이 언어로 들어가면 복합문장일 때도 프레게 이론은 유격이 발생합니다.
<논리-철학 논고> 다시 제대로 읽으려고 소쉬르 <일반 언어학 강의> 준비해놨는데 프레게, 러셀까지 섭렵한 겨울호랑이님은 훨씬 수월할 거 같아 부럽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9-17 20:55   좋아요 2 | URL
^^: 프레게, 러셀 형님 철학의 윤곽을 어설프게 파악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제 수준이고, 결정적으로 아직 비트겐슈타인까지 이르러면 칸트, 헤겔, 니체등 어마어마한 산들이 남아 있네요.그 사이에 있는 마르크스나 프로이트를 타다보면 그전에 낙오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ㅋ 제가 오히려 AgalmA님 덕분에 비트겐슈타인 전에 소쉬르를 공부해야한다는 사실을 배웠네요. (항상 많이 배우지만요^^:) 덕분에 다음 읽어야할 책 대기표가 발행되네요.ㅋㅋ

AgalmA 2017-09-17 19:00   좋아요 2 | URL
어설픈 건 제가 더 하죠; 제가 이게 늘 문제지만 진득하니 차근차근 공부하지 않고 서로 연결이 된다 싶으면 갑자기 두더지 땅굴 파듯이 한단 말이죠ㅜㅜ; 겨울호랑이님의 꼼꼼하고 체계적인 공부가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요;_;) 내 멱살을 아무리 흔들어도 잘 안 돼요;
우리 서로 참 달라서 재밌어하며 이웃친구인가봐요. 허허허허))))

겨울호랑이 2017-09-17 18:59   좋아요 2 | URL
^^: 네. AglamA님 덕분에 더 넓게 세상을 보게 되고,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되네요. 그래서 사는게 재밌습니다.^^:ㅋ

오거서 2017-09-20 08:10   좋아요 2 | URL
두 분께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9-22 16:20   좋아요 1 | URL
^^: 제 경우에는 아직 계획일 뿐이라 갈 길이 아직 머네요... 감사합니다.

AgalmA 2017-09-22 07:11   좋아요 2 | URL
五車書님~ 저야 겨울호랑이님 학당에 얹혀 더부살이 시늉 정도죠ㅎ;

2017-09-17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7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의 한글 공부 교재로 구입한 책이지만, 교재보다 부록인 한글보드북을 보고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한글 교재는 이미 여러 권 있어 내용을 비교해보지만, 내용은 제 눈에는 비슷하게 보입니다. 아마도 내용 평가는 연의 본인에게 맡기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보드북으로 연의와 즐겁게 한글공부를 한 이야기를 몇 자 적어봅니다.

부록으로 제공된 보드북은 수성펜을 이용해서 썼다지웠다를 반복할 수 있게끔 되어있습니다. 연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책상 앞에만 앉으면 ‘온몸비틀기‘를 하는 것을 보면 꼭 공부를 싫어하는 녀석의 아빠를 보는 것 같습니다. 책상 앞 연의를 보며 유전자의 힘이 참 무섭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연의와 쓰기 수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요즘 연의가 ‘다 져도 아빠한테만 이기면 괜찮아‘하는 아빠경쟁심리가 있어서요. 아빠와 레이스는 무조건 하려하는 녀석의 심리를 거꾸로 이용했지요. ㅋㅋ 아빠와 같이 글을 쓰고 엄마를 심판으로해서 이긴 사람에게 상품 ‘킨더조이‘를 주는 레이스를 3일째 했습니다. 덕분에 3일 연속으로 연의는 킨더조이를 포식했네요. 글쓰기를 즐거워하니 좋긴한데, 초콜렛을 많이 먹게 되어 걱정이 됩니다. 상품은 바꿔야겠습니다.

저도 3일 동안 한글쓰기를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흰 A4지에 쓴 글씨가 제 글씨입니다. 글씨가 엉망이지요?^^: 왼손으로 썼습니다. 어려서부터 왼손으로도 글씨를 쓰고 싶었는데, 이제야 연습하게 되네요. 연의글씨가 느는만큼 제 글씨도 예뻐져야할텐데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ㅋㅋ

보드북을 통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른 하나의 기회를 발견하게 됩니다. 가족과 함께한다면 공부도 놀이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수준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러다 나중에 연의따라 피아노도 다시 시작할 수 있지않을까. 은근 기대도 해봅니다^^:

푸른 가을날입니다. 이웃분들 모두 즐거운 토요일 되세요^^:

ps. 공부를 싫어하는 유전자는 ‘우성유전자‘입니다. 이는 저의 집안 임상실험으로 입증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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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6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6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거서 2017-09-16 0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부를 싫어하는 유전자를 무력화시키는 킨더조이가 한글을 깨치는 데 특효약인 셈이네요. 상품을 바꾸면 효과가 사라질까 괜히 걱정되네요. ㅎㅎ

겨울호랑이 2017-09-16 09:14   좋아요 2 | URL
^^ 네 연의 입장에서는 ‘킨더조이‘가 정답이겠지요. 오거서님 말씀처럼 상품을 바꾸면 부작용도 우려되는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른 초콜렛으로 갈아타는 ‘이초제초‘(초콜렛으로 초콜렛을 제압하는)플랜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카카오 100%로 가면 좀 낫지 않을까요 ? ㅋㅋ

sslmo 2017-09-16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의 어린이가 저보다 글씨를 잘 쓴다고 하려고 보니,
겨울호랑이 님 글씨네요~^^
왼손 글씨가 저 정도면 완전 훌륭하신걸요~^^

‘이초제초‘에서 한참 웃었습니다.
카카오 100% 진짜 맛없거든요.
근데 맛은 둘째 치고 그만큼 카페인 함량이 높은걸텐데, 괜찮을까요?^^

겨울호랑이 2017-09-16 09:42   좋아요 0 | URL
^^: 앗 그렇군요.. 카페인은 생각 못했군요..ㅜㅜ 흠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군요. 장난감으로 바꿔야하나요? ‘이초제장‘을 고민해봐야겠습니다 ㅋ 글씨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짝퉁 좌수체‘의 길을 용기있게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7-09-16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6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16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4학년이었을 때까지 연필을 한 시간 이상 잡고 글을 썼습니다. 그 이후 연필로 글을 써본 적이 없군요. 지금 연필을 글을 쓰면 종이를 지렁이 밭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9-16 18:58   좋아요 0 | URL
^^: 막상 왼손으로 쓰려니 그렇지않아도 개발새발이 되네요. 그래도 모처럼 필사(?)의 맛이 있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9-16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목을 연의와 함께 한 선그라스로 읽고는 연의의 멋진 선그라스 착용 샷을 기대했습니다만.. -_-

겨울호랑이 2017-09-16 18:59   좋아요 0 | URL
^^: 본의아니게 제가 낚시를 했군요. 다음에 나들이를 했을 때 선글라스샷을 올리겠습니다 ㅋ

서니데이 2017-09-18 1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왼손으로도 조금만 연습하시면 글씨 잘 쓰실 것 같아요.
글씨를 처음 배울 때 꿀처럼 달콤한 것으로 시작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연의의 한글공부가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좋은 오후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09-18 20:06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연의는 저와 시간이 즐거운 것이 아니라 킨더조이가 달콤한 듯합니다. 이대로가면 우량아가 될 것 같아 어제 상품을 변경하는 것으로 ‘연의- 호랑이‘합의를 극적으로 타결했습니다.ㅋㅋ 서니데이님 여유있는 가을 오후 되세요.
 

우리는 항상 어떤 성과를 쌓아야만 우리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 사실은 특히 성과를 더 낼 수 없을 때 분명해진다.

우리는 누구에게 혹은 무엇에게 이익이 될 때만 가치가 있는 존재가 아니다... 혹 몸이 아파도 병을 받아들이면 의미가 있다. 그러면 우리에게서 가치가 생겨난다. 우리는 병으로 제한된 삶을 통해서 다른 가치, 사랑의 무한한 가치를 증명한다...

몸(또는 마음)이 아픈 사람은 그 약함으로 누구보다 훌륭한 인생의 안내자가 될 수 있다.(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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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9-11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연약함과 상함을 내가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아픔을 같이 느낄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말을 좋아해요..

겨울호랑이 2017-09-12 06:45   좋아요 2 | URL
모든 것을 초월한 이보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이가 더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네요..‘상처받은 치유자‘ 멋진 표현입니다^^:

오거서 2017-09-12 0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의 짧은 페이퍼에서도 감동을 얻습니다. 그리고 인간적입니다. 농담입니다만, 제 입장에는 읽기 너무 편안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9-12 08:56   좋아요 2 | URL
^^: 오거서님 감사합니다. 글 자체가 좋아서 그대로 옮겼습니다. 상쾌한 가을입니다. 오거서님 하루 즐겁게 시작하세요^^:

페크pek0501 2017-09-13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미녀는 자신이 미녀임을 알아서 추하고 추녀는 자신이 추녀임을 알아서 아름답다는 것. ㅋ

겨울호랑이 2017-09-13 21:12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pek0501님 말씀처럼 정말 모든 일은 양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한 우리 삶은 드러난 의미보다는 ‘숨겨진 뜻‘을 찾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2017-09-15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6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이래 기독교 역사에서 끊임없이 등장한 저 위대한 지도자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지도자들에게는 종교적 구원의 감정이라는 현상이, 모든 것은 오직 한 객관적 힘의 전유적(專有的)인 작용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지 절대 그 자신의 가치로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확고한 의식과 결부되어 있었다. 죄의식에 의해 초래되는 무시무시한 정신적 긴장감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희열에 찬 확신과 그것이 주는 강렬한 감정이 돌연히 그들의 마음에 밀려와, 이 엄청난 은총의 선물은 그 자신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협력한 덕택이라든가 자신의 신앙과 의지의 공로나 특성과 결부될 수 있다는 표상의 모든 가능성을 근절해버린 듯하다'(p178)... 신이 인간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위해 있는 것이며,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오직 신의 위엄의 찬미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p181)'


리 알려진 바와 같이, 막스 베버(Maximilian Carl Emil Weber, 1864 ~ 1920)은 프로테스탄티즘의 금욕(禁欲)주의 정신을 자본주의 정신의 기원으로 인식했다. 거칠게 표현해서 프로테스탄티즘의 결과로 자본의 축적이 가능했다면, 당대의 사람들이 금욕으로 인해 억압된 욕구 배출구는 무엇이었을까? 기독교에서 사순기간 직전의 사육제(謝肉祭, carnival)이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공식적인 경로였다면, 음악에서는 교회 칸타타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1. 교회 칸타타


'모든 예술에는 서로 대립되면서 밀물과 썰물처럼 오고가는 두 개의 주요한 경향이 있습니다. 첫번째 경향은 대칭에 대한 욕구입니다. 재료를 깎아내고 수정하고, 윤곽을 단순화하고, 명백한 질서를 부여하고 싶어하는 경향 말이에요... 이 경향이 과열된 탓에 또다른 경향이 나옵니다. 생기 없고 단조로운 규칙성에 권태를 느끼고 기하학을 박차고 나온 거죠. 이제 예술은 자연물의 유려함, 식물의 풍부함과 무성함을 모방하려 합니다. 바로크(baroque)인 기발함을 좃게 된 거에요.(p288)'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 ~ 1750)가 재능을 꽃피운 프로테스탄트 사회는 이미지를 배척했죠. 이탈리아의 신앙이 자기만족을 얻곤 했던 극적이고 시각적인 화려함이나 이교도 신앙에서 차용한 요소들을 모두 거부했어요. 독일 종교개혁이 그 모든 이미지의 세계를 억압하고 금지했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어떤 배출구가 절박하게 필요해졌습니다... 어떤 형상을 만들고 싶은 흥취가 사방으로 갇혀버린 판국에 음악만이 유일한 피난처이자 분출구가 되었던 겁니다. 음악과 시, 연극, 회화의 결탁은 낭만주의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그 싹은 이미 바흐의 훌륭한 칸타타들에 이미 마련되어 있었습니다.(p290)'



 '나는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라는 이유에서 바흐의 칸타타 제150번을 골라보았습니다. "주여, 제가 당신께 간구하나이다."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는데요. 이 독주들과 합주들을 들어봐요. 특히 경이로운 피날레의 샤콘에서 바흐는 북스테후데의 기악 작곡법을 성악에서 응용하죠. 이탈리아 아리아의 구조들과 슬슬 비슷해지기 시작하는 선율들도 주의깊게 들어봅시다(p292).'


2. 대칭성(Symmetry)과 이(理)


'애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 ~ 1849)가 그랬죠. "탁월한 아름다움에는 항상 묘하게 조화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조화에서 벗어나는 기묘함, 그게 바로 바로크의 기원입니다.(p287)'


 <음악의 기쁨>에서 언급된 조화의 아름다움 중 하나인 대칭성은 다음과 같이 '합동성'과 '주기성' 그리고 이들의 배열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음악에서 대칭성의 표현은 주제음과 이들의 '반복'된 형태로 대칭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형태로 구현된다.


 '대칭성을 보인 수많은 다양한 대상들이 가진 공통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먼저 합동성과 주기성의 개념부터 이해해야한다. 대부분의 대칭적 대상은 어떤 형태로든 이런 성질이 있으며 이런 성질이 빠지면 대칭성이 축소되거나 사라진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대칭성은 직선을 따라 규칙적으로 형태를 반복해 배치하거나, 어레이(array) 형태로 무늬를 연장하는 것이다. 이론상 이러한 종류의 단순한 배열은 분명 무한히 계속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요소와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될 때만 대칭성을 가지게 된다.(p8)'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자연(自然) 상태에서 이러한 대칭성이 완벽하게 구현되기는 어렵다. 이상(理想)적인 대칭성은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보다 복잡한 모습의 다양한 모습으로 아름다움은 발생한다. 음악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변주곡(變奏曲, Variation)은 '대칭적 아름다움의 현실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용암이 이상적으로 완벽하게 균일한 물질이었다면 그물망이 아니라 정육각형 패턴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하학적 이상 상태는 여기서도 그렇고 자연의 어느 곳에서도 실현되기 아주 힘들다... 사실 이러한 복잡한 모습이야말로 '이(理)'의 징표다. 완벽하게 질서 정연한 배열은 순수 대칭의 영역에 속한다.(p40)



3. 깊이 읽기 : 칸타타(Cantata)


'17세기 초엽에서 18세기 중엽까지의 바로크 시대에 가장 성행했던 성악곡의 형식. 이탈리어어의 cantare(노래하다)에서 파샌된 말이다. 보통 독창(아리아와 레치타티보)-중창-합창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독창만의 칸타타도 있고 또 처음의 기악의 서곡이 붙어 있는 것도 적지않다... 처음에는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 아리아와 레치타티보가 교체되는 독창 칸타타를 길러낸 독일은 18세기에 들어 그리스도교의 교회음악으로서 독일 특유의 칸타타를 발전시켰다. 그것들은 17세기 이래의 교회합창곡과 오페라풍의 아리아, 레치타티보를 융합한 것으로 가사로는 자유로운 종교시에 성서의 구절이나 찬송가(코럴 coral)을 곁들인 것들이 많다... 독일 교회 칸타타의 절정을 이룬 것은 약 200곡에 이르는 바흐의 작품들이다. 형식과 내용의 다양성에 있어서 그것들은 바흐음악의 정수라고 부를 만하다. 바흐 칸타타의 가장 전형적인 형식은 처음에 기악의 서주를 지닌 규모가 큰 대위법적인 합창곡을 두고 거기에 몇 개의 아리아- 레치타티보-중창이 이어지며 단순한 코럴합창단이 전곡(全曲)을 맺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칸타타의 전성기는 바흐와 더불어 막을 내렸다 해도 무방하다.'


 '불협화음'으로 대표되는 바로크 음악의 특성은 변주와는 다른 뜻을 가진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세 스콜라(Schola)철학과 로마네스크(Romanesque)-고딕(Gothic)양식으로 대표되는 신(神)의 절대질서에 대한 소심한 반항이 바로크 음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대칭성의 파괴라고는 하지만 불협화음 수준을 넘지 않는 '수학적 절대성'이 적용된 음악이었음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오늘 아침 안개가 심하네요. 안개가 심한 것을 보면 오늘은 날이 더울 것 같습니다. 이웃분들 모두 건강한 토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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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9 1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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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2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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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2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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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2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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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23: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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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9-09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칭성이 없는 것 같은데 카오스 이론은 프랙탈의 반복성을 발견한 걸 보면 또 놀랍죠.
변주와 불협 속에도 대칭의 미는 있지요. 인간의 습성상. 자연의 본질적인 방향성 같기도 하고.
과학적으로 기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제 모자람이 한탄스럽움요ㅜㅜ
이런 걸 발견하고 조립해내는 어떤 인간은 정말 대단하다니까요~

겨울호랑이 2017-09-10 08:40   좋아요 1 | URL
^^: 각자 자신만의 장점과 특기가 있지 않을까요. 이런 걸 발견하고 조립하는 사람은 ‘1일 1그림‘을 그릴 능력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ㅋㅋ 그나저나 한탄스러움은 제 몫인듯 하네요..ㅜㅜ

yamoo 2017-09-16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9-16 19:01   좋아요 0 | URL
^^: 감사합니다. yamoo님 몸은 괜찮으신지요? 이사도 잘 하시고 정리되시는 날 yamoo님의 멋진 글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