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있는 은행잎과 열매, 그리고 물들어 가는 나뭇잎을 보면서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는 해마다 작은 차이는 있지만,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 오네요. 계절 변화와 함께 이런 자연의 질서를  잘 나타내 주는 것 중 하나가 원소들의 '주기율표'라 생각합니다. 이번 페이퍼는 '화학'으로 시작해 봅니다...

 

1. 자연의 규칙성 : 주기율표

 

 

[그림] 주기율표( 출처 : http://bobos7777.tistory.com/21)

 

 우리는 자연을 이루는 모든 원소들을 정리한 '주기율표' 속에서 질서와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기율표 상의 일부 원소들은 발견 이전 부터 이미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자연질서 내의 규칙성을 확인하게 됩니다. 

     

전자를 채워지는 순서가 주기율표의 모양을 결정한다. 처음 2개의 세로줄은 ’s’오비탈을 채우는 전자를 나타낸다. 다음 10개의 세로줄은 다섯 개의 ‘d’오비탈을 채우는 전자들이다. 마지막 6개의 세로줄은 세 개의 ‘p’오비탈을 채우는 전자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이지만 똑같이 중요한 14개의 희토류 금속은 일곱 개의 ‘f’ 오비탈을 채우는 전자들이다.(p12)’

 

원소가 118번에서 멈추는 큰 이유는 없다. 단지 원자번호 118번이 원소주기율표의 규칙적인 배열을 만족하는 마지막 원소일 뿐이다. 후에 더 높은 원자번호를 가진 원소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전체적으로 새로운 줄을 추가시킬만한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론적 계산으로는 원자번호 120(운비닐륨)122(운비비윰) 사이에 안전성의 섬(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가 마법수가 되어 긴 반감기를 가지는 원소)”이 존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p233)시어도어 그레이(Theodore Gray) 세상의 모든 원소 118 The Elements  

 

원소들을 합리적인 족()들로 배치시킨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19세기 고전물리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다. 그러나 20세기 초 원소들의 성질이 실제로는 이들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의 내부 구조가 가진 규칙성을 반영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원자론이 발전하면서 모든 화학적 성진들은 원자 구조 안에 들어 있는 양성자와 전자의 수에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명확해 졌다. 따라서 원소들을 잘 정돈된 분자 배열로 그룹화할 수 있게 됐다.(p26)

 

2. 자연의 질서 : 대칭성

 

 대칭성 질서의 원리 Symmetry : The ordering principle」에서는 자연의 질석 속에 일정한 '규칙성'과 함께 '대칭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칭성을 통해 물리 세계의 법칙을 설명합니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원리가 대칭성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칭성이 무수한 방식으로 자연의 구조에 관여한다는 것과 대칭성의 개념이 물리 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도구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또한 대칭성이 미적 차원을 가지며 가장 이해하기 힘든 개념인 미()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p60)데이비드 웨이드 대칭성 질서의 원리 Symmetry : The ordering principle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는 모든 자연이 '대칭성'을 가진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일치의 역설'을 통해 대칭성 안에서 비대칭이 '깨진 대칭'으로 표현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고대 그리스 신화(神話) 속에서 대칭이 깨져 비대칭의 상태에 놓였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최근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가운데 하나는 "깨진" 대칭성의 개념이 심오한 우주론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일들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 어느 곳을 보더라도 대칭성에서 벗어난 정도뿐만 아니라 비대칭의 종류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p44)'

 

오래전 우리들의 본성은 바로 지금의 이것과 같은 것이 아니라 다른 유의 것이었네. 우선 인간들의 성()이 셋이었네. 지금처럼 둘만, 즉 남성과 여성만 있는 게 아니라 이 둘을 함께 가진 셋째 성이 더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의 이름만 남아 있고 그것 자체는 사라져 버렸지. 그때는 남녀추니가 이름만이 아니라 형태상으로도 남성과 여성 둘 다를 함께 가진 하나의 성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의 이름이 비난하는 말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빼고는 남아 있지 않네.(189 : d ~ e)

 

3. 대칭의 파괴

 

그런데 그것들은 활력이 엄청났고 자신들에 대해 대단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신들을 공격하게 되었네... 그래서 제우스가 간신히 생각을 짜내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네. “어떻게 하면 인간들이 계속 살아 있으면서도 힘이 약해져서 방종을 멈추게 될 수 있을지 그 방도를 나는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그들 각각을 둘로 자르겠다. 그러면 한편으로는 그들이 약해지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수가 더 많아지게 되어 우리에게 더 쓸모 있게 될 것이다.(190 : b ~ d)’

 

 플라톤(Platon, BC 428? ~ BC 347?)은 그의 작품  향연 Symposion」 속에서 팔다리가 각각 네 개씩이며, 남성과 여성을 모두 가진 자웅동체(雌雄同體)의 인간을 말하고 있습니다. 팔다리가 네 개씩이기 때문에 강력했던 그들은 신(神)에게 도전하게 되었고, 위협을 느낀 신은 그들을 둘로 쪼개 버리게 됩니다. 둘로 쪼개져 대칭이 파괴된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제 그들의 본성이 둘로 잘렸기 때문에 반쪽 각각은 자신의 나머지 반쪽을 그리워하면서 줄곧 만나려 들었네... 바로 그래서 그토록 오래 전부터 내내 서로에 대한 사랑이 인간들에게 나면서부터 들어 있게 되고, 그것은 옛 본성을 함께 모아 주며, 둘에서 하나를 만들어 내어 인간 본성을 치유하려 노력하네. 그러기에 우리 각자는 한 인간의 부절(符節)이네.(191 : a ~ d)플라톤(Platon) 향연 Symposion

 

 남녀(男女)가 갈라지는 비대칭의 상황에서, 우리는 본성적으로 우리의 잃어버린 반쪽을 그리워하게 된다고 플라톤은 말합니다. 인간 역시 자연의 부분이기에 '대칭'이라는 자연 질서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 생각되고, 이러한 감정은 특히 가을에 많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을을 타는 이유가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4. 가을 그리고 외로움

 

  

 

 결혼 전 유난히 가을을 많이 탔었던 기억이 납니다. 연애를 하더라도 거의 가을에 깨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바람이 차지는 가을은 특히 더 쌀쌀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몇 번의 만남과 그만큼의 헤어짐 속에서 힘들어 했던 기억이 가을 풍경 속에서 재생됩니다.

 

 세상이 모든 이별 노래 주인공이 제 자신이라고 느꼈던 그 시절, 가을 밤하늘에 뜬 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어딘가에 있는 그렇지만 아직 모르는)나와 앞으로 함께 할 사람도 어디선가 같은 별을 보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때는 알지 못했던 그 사람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외로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풍이 물들어 가고 날이 추워지면서, 외로움 또한 점차 짙어지는 요즘입니다.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이라는 자연의 질서 처럼 지금 외로움 역시 주기율 표의 원소처럼 내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아직 찾지 못한 반쪽을 그리워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기에 아직 만나지 못한 그 사람 역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외로움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도 가을을 타기는 합니다만, 예전만큼은 아닌 것을 보면 불안감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끼는 것 또한 젊은 시절의 특권은 아닌가도 생각해 봅니다. 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했던 가요. 큰 불안감 속에서 크게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믿는 것 또한 외로움을 이기는 한 방편이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이제 곧 11월 늦가을입니다. 이웃분들 모두 마지막 10월의 주말 잘 보내세요.^^:

 

 PS. 예전에 밤늦게 쓴 연애편지를 낮에 읽어보고 상당히 민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밤에 취해 쓴 이번 페이퍼도 내일 오전에 읽으면 대략 난감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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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7-10-29 03: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연과학이 참 감성적으로 다가옵니다. 좋은 글에 첫 좋아요를 누르는 영광을 차지했네요.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잘 보내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10-29 03:49   좋아요 2 | URL
^^: 캐모마일님께서도 늦게까지 안 주무셨군요. 마음 깊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캐모마일님 행복한 일요일 하루 보내세요!

2017-10-29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9 09: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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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9 09: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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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9 09: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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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10-29 1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글이네요..

HEDWIG
The Origin of Love 듣고 싶네요

나는 기억해 두 개로 갈라진 후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봤어 널..

겨울호랑이 2017-10-29 20:02   좋아요 2 | URL
^^: 가을 타는 이야기지요. ㅋ 시간이 흘러가니 감정의 기복도 많이 사라졌음을 느끼게 됩니다..^^:

2017-11-15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5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왕왕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회사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그렇겠지만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중요한 부분에서 발생했을 때, 그 타격은 상당히 크게 느껴지게 됩니다. 오늘 회사에서 그런 타격을 받아 다소 씁쓸했습니다.^^: 가끔 이런 큰 타격을 입었을 때 저는 

'칸나에 전투'를 떠올리곤 합니다...


 칸나이 전투는 제2차 포에니 전쟁 중인 BC 216에 이탈리아 중부 아프리아 지방의 칸나이 평원에서 로마군과 카르타고군 사이에 벌어진 전투이다. 이 전투에서 한니발이 지휘하는 카르타고군은 완벽한 포위 작전으로 로마군을 전멸시켜 현대에도 포위섬멸전의 교본으로 남아 각국 사관학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출처 : 위키백과]


[사진] 칸나이 전투 당시 패주하는 로마기병과 로마보병 (출처 : 위키백과)


 칸나이 전투에서 로마가 당한 패배는 꽤 뼈아픈 것이었습니다. 몸젠(Christian Matthias Theodor Mommsen, 1817 ~ 1903)은 그의 저서 <몸젠의 로마사>에서 당시로마가 입었던 피해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군대가 적에게 이토록 적은 손실만 입힌 채, 전쟁에서 이처럼 완벽하게 전멸한 사례는 칸나이의 로마군이 유일할 것이다. 한니발은 6,000명이 채 못 되는 병력을 잃었지만, 그 가운데 2/3은 로마 군단의 첫 공격이 집중되었던 켈트족이었다. 반면 전선에 배치된 로마군 7만 6,000명에서, 집정관 루키우스 파울루스와 대리 집정관 그나이우스 세르빌리우스, 장교들의 2/3, 원로원 의원 80명을 포함한 시신 7만구가 전장을 덮었다. 집정관 마르쿠스 바로만 재빨리 판단해 베누시아로 말을 모아 목숨을 부지했다. 방어군 일부와 전선에 있던 병사 일부를 포함하여 겨우 몇 천 명이 카누시움으로 탈출했다. 실로 이 해에 로마의 종말이 결정되기라도 한 것처럼, 갈리아로 파견된 군단마저 칸나이 전투가 끝나기 직전에 켈트족의 매복 공격을 당하여, 다음해 집정관으로 지명된 사령관 루키우스 포스투미우스와 함께 궤멸되었다.(p187)... 그것이 꽃다운 병사들과 장교들, 전투력을 갖춘 전체 이탈리아 병사의 1/7이 쓰러진 칸나이 전투의 결과였다.(p194)' <몸젠의 로마사> 3권 : 이탈리아 통일에서 카르타고 복속까지


 그리고, 이러한 뼈아픈 패배를 겪은 로마인들을 뭉치게 만든 이는 퀸투스 파비우스 막시무스(Quintus Fabius Maximus, BC 275 ~ BC 203)이었습니다. 플루타르코스(Ploutarchos, BC 50? ~ BC 120 ?)는 그의 영웅전에서 파비우스가 킨나이 전투 이후 국난을 극복하는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전투(칸나이 전투)가 있기 전까지는 그를 비난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파비우스 막시무스)에게 있으며, 로마를 구할 수 있는 것은 파비우스의 지략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위험이 닥쳐왔을 때에는 지나친 조심성과 겁내는 표정이었으나, 한결같이 좌절과 슬픔에 빠져 있는 지금은 태평한 모습과 온화한 음성으로 사석에서나 공적인 위령제에서 대중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한편, 원로원을 소집할 것을 권고하고, 국정을 책임진 사람에게는 새로운 용기를 심어줌으로써 오직 그만이 나라의 기둥이며 국가의 운명을 짊어질 이라는 믿음을 주었다.(p190)'<플루타크 영웅전> 1권 파비우스 막시무스


 금의 저와 차이가 있다면, 문제를 당면한 제가 파비우스 역할까지 해야한다는 점이겠군요. 파비우스의 모습을 보면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것을 바로 보는 용기를 얻곤 합니다. 언젠가, 같은 상황에서 마음 한편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오르더군요.


 "호랑아, 넌 파비우스 같은 위인이 아니야. 너가 할 수 있을까?


 당시에 애써 생각하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답이 바로 튀어나왔습니다.


 "응, 난 파비우스 같은 위인이 아니야. 하지만, 내가 겪고 있는 문제 역시 칸나이 전투의 패배만큼 아프진 않아."


 이번 회사에서의 일도 다소 실망스럽긴 합니다만,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받은 충격이 어지간히 크지 않고는 당시 로마인들의 충격보다 크긴 어려울 것입니다.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라 생각됩니다. 


 로마는 칸나이 전투를 계기로 당시 로마군의 약점인 기병 양성등 군제도(軍制度)를 정비하게 됩니다. 그리고, 후에 자마전투(BC 202)에서 한니발에게 복수하고, 이후 세계제국으로 도약하게 된 것은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지금의 실망스러운 결과가 더 나은 삶으로 이끈다는 다소 진부한(?) 위로를 스스로에게 해봅니다. 날이 많이 추워졌네요. 이웃분들 모두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저는 금요일에 다소 피곤했으니, 누구보다도 편하게 쉬어야겠습니다. ㅋ



PS. 파비우스 막시무스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으로 읽으셔야 찾을 수 있는 인물입니다. 제가 가진 책은 1985년에 배재서관에서 나온 <플루타크 영웅전>인데 읽기에 썩 좋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께서 1990년에 큰 호랑이가 되라고 선물해 주신 책이라 지금도 이 책으로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대체 언제 크려는지...) 예전 페이퍼에 올렸던 사진이지만, 다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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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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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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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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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2: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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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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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8 08: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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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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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0-28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어려움이 있으셨던 모양인데, 잘 이겨낼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매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계시네요. 주말 편히 쉬고 재충전하여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17-10-28 12:15   좋아요 1 | URL
sprenown님 감사합니다. 가을 날이 좋네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별이랑 2017-10-28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좋은 일은 또 다른 역사를 상기하며, 글을 읽고 삭여가는 겨울호랑이 님.
등뒤에 든든한 가족분들이 계셔서 다 잘 될거예요.
그나저나, 역시나 멋진 아버님 이시네요. 건강하시길....

겨울호랑이 2017-10-28 18:21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별이랑님. ^^: 삶이 생각대로만 되어간다면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가 또 알겠습니까. 더 좋은 일이 생길지..ㅋ 별이랑님 말씀처럼 좋은 일을 기대해 봅니다. 아버지 건강까지 염려해 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별이랑님과 가족분들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017-10-31 1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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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1 18: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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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1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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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15: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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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카너먼 : 심리학, 경제를 말하다>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행동 경제학(行動經濟學, behavioral economics)과 인지심리학(認知心理學, cognitive psychology)에 대한 입문서(入門書)다. 인지심리학의 대가인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 1916 ~ 2001),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1934 ~ ) 의 생애와 이론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 생각된다. 


 '이들의 연구는 보통 "휴리스틱과 편향 heuristics and biases" 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서는 확률 이론이나 통계 이론이 규범적 이론이 되고 실제로 사람들이 판단하는 인지 과정은 "휴리스틱 heuristics"이라고 불린다... 사이먼과 카너먼은 완벽한 합리성을 가정한 경제학적인 관점과 달리 인간의 합리성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때로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주장했다.(p25)'


 사이먼과 카너먼은 '휴리스틱'이라는 측면에서 인간의 행동에 접근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관심사에서는 작은 차이를 보인다. <사이먼&카너먼 : 심리학, 경제를 말하다>의 내용을 통해 사이먼과 카너먼의 이론을 살펴보자.


1. 사이먼 : 제한된 합리성과 최소만족


 사이먼에 따르면 인간이 여러 제약으로 인해 완전한 정보를 갖지 못하는 '정보의 제약' 상황에 놓이게 되고, 그에 따라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된 합리성'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인간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대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러 대안 중 자신에게 최선이 아닌 (적당한) 만족을 주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사이먼의 의사결정론은 대략 두 단어로 요약된다. "제한된 합리성 bounded rationality"과 "최소만족 satisficing"이 그것이다... "제한된 합리성"은 경제학의 객관적 합리성에 대해 보다 현실적이며 인간의 실제 모습에 가까운 사이먼의 합리성 개념을 요약한 표현이다.(p55)... 인간은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기 보다는 "만족스러운" 대안을 선택한다.(p57)'


 '합리성의 제한 요인으로 지식의 불완전성, 예측의 어려움, 행동 가능성의 현실적 범위를 들 수 있다.(p48)... 행동 가능성과 관련된 심리적 특성들로 학습 가능성, 기억, 습관, 주의, 행동 지속성 등이 있다.(p50). '


 '사이먼은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일련의 결정을 "대안 alternatives"과 "결과 consequences"로 개념화했다(p43)... 결정이나 선택은 이렇듯 각 행동의 순간에서 여러 가능한 대안들 중 하나를 실행하기 위해 선별하는 과정이다.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일어나는 일련의 결정을 그는 전략 strategy이라고 불렀다... 사이먼은 개인이 실제로 모든 대안과 모든 결과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불가능성이 바로 경제학적 합리성과 자신의 관점 차이라고 강조한다.(p44)'


이후 사이먼은 그의 이론을 인지 심리학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쪽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그리고, 그가 주장한 '제한된 합리성'과 '휴리스틱(가용한 정보를 기반으로 각 분기 단계에서 어느 한 분기를 선택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탐색 알고리즘의 대안 함수 [출처 : 위키백과])'에 대한 이론은 카너먼과 트버스키(Amos Tversky, 1937 ~ 1996)이 이어받아 '불확실한 상황'에 적용시켜 나간다.


 '사이먼은 1950년대 중반 이후, 인간의 문제 해결과 이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지 cognitive 현상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형식화해 이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p75)'


 '사이먼의 문제해결 연구에서 나오는 휴리스틱 개념을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인간의 판단 과정에 적용한다. 우리가 내리는 판단은 다양한데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관심을 가진 것은 불확실성, 즉 결과가 확률적인 상황에 대한 판단이다.(p76)'


2. 카너먼 :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효용과 선호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이먼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판단을 할 때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편향을 보다 구체화 시킨다. 대표성, 가용성, 기준점과 조정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편향으로 '제한된 합리성'에 의한 판단이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주장한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많은 연구를 통해 확률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도 직관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에는 대개 휴리스틱한 방식으로 판단을 내리게 되고, 그 결과 편향된 판단을 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p105)'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제안한 휴리스틱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대표성 representativeness, 가용성 availability, 기준점과 조정 anchoring and adjustment이다.(p77)... 사람이나 대상이 범주의 속성을 얼마나 전형적으로 드러내는가 하는 정도에 따라 확률을 판단한다는 것이 바로 "대표성 휴리스틱"이다.(p78)..."가용성 휴리스틱"이란 어떤 사건의 실제 빈도나 확률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그 사건의 구체적인 예를 기억하고 그것이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가 하는 정도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이다(p83)...사람들은 어떤 값을 추정할 때 기준점을 사용하고 이를 적절히 조정한 후 추정하게 되는데, 이를 "기준점과 조정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통 조정은 충분히 일어나지 않고 기준점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편향된 값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p86)'


 행동경제학과 고전경제학의 큰 차이는 아마도 효용함수(效用函數 Utility function)와 선호(preference)에서 극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고전 경제학에서 효용함수는 효용과 발생 확률을 통해 표현이 되는 반면, 행동경제학의 효용함수인 유망이론에서는 주관적인 가치와 가중치의 개념이 도입되는 차이가 있다. 고전경제학에서는 항상 최선의 선택이 이루어지기에 '과거효용=현재효용=미래효용'의 관계가 성립되지만, 카너먼에 따르면 행동경제학에서는 '그때 그때 달라요.'가 되버리게 되는 것이다.


 '카너먼은 판단과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이 경제학자들을 비판하면서도 경제학의 효용 개념을 그대로 사용해왔다고 지적하면서, 기존의 효용 개념 외에 다른 의미의 효용이 있다고 말했다. 카너먼은 경제학의 효용 개념을 "결정효용 decision utility"이라고 칭하고, 이에 덧붙여 "경험효용 experienced utility"과 "예측효용 predicted utility"을 소개했다... 경험효용은 실제로 어떤 대상을 소비하면서 갖게 되는 주관적인 느낌을 말하는 것이고, 예측효용은 선택의 결과가 미래에 경험되는 경우 미래의 경험효용에 대한 개인의 믿음을 나타내는 것이다(p103)'


 '효용 이론에서는 각 결과의 효용(u)과 확률(p)을 곱한 것의 합으로 전체 사건의 효용을 구한다. 반면, 유망이론에서는 각 결과의 가치(v)와 결정 가중치 decision weights를 곱한 것의 합으로 전체 사건의 유망한 정도를 구한다... 유망 이론의 경우 함수 자체가 사람의 심리적 특징을 반영하므로, 효용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의 실제 선택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p112)'


 그리고, 행동경제학에서는 선호에 대해서도 불확실한 상황을 전제하기 때문에, 선호(좋아하는) 역시 불안정하게 된다. 이처럼 불안정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행동경제학에서 예측 가능성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바로 이지 점에서 행동경제학이 기존 경제학자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전에는 설명하지 못한 '인간 심리'라는 변수를 경제학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일정부분 넘어섰기에 경영(마케팅)과 경제부문에서 최근 각광과 우려를 동시에 받는 경제학의 새로운 분야가 바로 행동경제학이 되겠다.


  '선택에 대해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선택의 기반이 되는 선호 preference에 대한 경제학과 심리학의 관점 차이다.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모든 것에 대해 분명한 선호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선호는 안정적이고 일관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선택에 대한 심리학의 연구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즉 선호라는 것이 경제학에서 가정하듯이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p120)'


 <사이먼&카너먼 : 심리학, 경제를 말하다>에서 말하고 있는 두 명의 인지심리학자의 이론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사이먼은 사람의 정보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고 인간을 에워싸고 있는 환경도 선택을 위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경제학적 의미의 합리성은 불가능하며,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카너먼은 인간의 선택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는지에 대한 이론을 제시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확률적인 판단을 내리는가 하는 인지적 방식,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편향들을 소개한다. 이 두 학자의 공통점은 사람들이 인지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근거해 선택과 판단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다는 것이다.(p13)'

 

최근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1945 ~ ) 美시카고 大교수가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저서인 <넛지>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에 대한 관심과 함께 행동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저서를 읽기 전에  <사이먼&카너먼 : 심리학, 경제를 말하다>를 가볍게 읽는다면 보다 즐겁게 두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3. 깊이 읽기 : 책에서 소개한 깊이 읽기에 해당되는 국내 책들은 다음과 같다.
















PS. 개인적으로 학문으로서의 행동경제학에 대해서 비판적이지만, 이 내용은 입문서를 다루는 이번 기회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다음 기회로 넘기며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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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17-10-26 18: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식인 마을시리즈는 입문서로좋은것같습니다 저도 이건 보려고 쟁여만 놓고있었죠 리뷰를보니 보고싶어지네요

겨울호랑이 2017-10-26 18:35   좋아요 1 | URL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입문서 시리지지요. 닷슈님 좋은 독서 시간 되세요.

2017-10-26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7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10-26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판단과 의사결정의 심리> 예전 읽고 충격받았던 기억 있습니다. ㅎㅎ
그치만, <넛지>는 좀 글쎄요. ^^
First mover 가 항상 덕을 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ㅋ

겨울호랑이 2017-10-27 00:39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께서는「판단과 의사 결정 의 심리」를 읽으셨군요^^: 저도 다음에 읽어봐야겠습니다.. 저도 「넛지」는 너무 MB스러운 내용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ㅋ

cyrus 2017-10-27 14: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동경제학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더 기대가 됩니다. 제가 행동경제학을 비판한 글을 본 적이 없거든요. ^^

겨울호랑이 2017-10-27 14:40   좋아요 0 | URL
^^: 이런... 어설프게 글썼다간 제가 되려 비판의 대상이 될까 걱정되네요.. ㅋ

북다이제스터 2017-10-27 20:16   좋아요 1 | URL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에서 cyrus님이 궁금해 하시는 글이 있어 공유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 “넛지는 주로 증상 퇴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대의 산물이다. 불평등을 아주 약간 더 견딜 만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시야를 넓혀 보면 무엇 하나 해결하지 못한다.”^^

후애(厚愛) 2017-10-27 1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운데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고 감기조심하세요.^^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시구요.^^

겨울호랑이 2017-10-27 17:52   좋아요 1 | URL
후애님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주석의 한국의 미美 특강> 속에서 우리는 한국의 미美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그림 감상법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교양 미술책이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한국의 미美"란 무엇일까? 이번 리뷰에서는 책의 순서와는 조금 다르게, 그러나 같은 내용으로 살펴보자.


1. 한국의 미美 : 옛 그림에 담긴 선인들의 마음


 '과학자들도, 사물을 보는 것은 눈이지만 그 눈은 오직 우리의 마음 길이 가는 곳에만 신경을 집중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눈이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본다고 말할 수 있지요. 그래서 옛 그림을 진짜로 잘 보려면 옛 사람의 마음으로 봐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p82)'


 저자 오주석(吳柱錫 1956 ~ 2005)교수는 우리 그림을 잘 감상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이해할 것을 강조하면서, 그림 속에 담겨진 우리 전통 사상인 '음양오행 陰陽五行' 사상을 설명하는데 책의 상당 부분을 할당한다.


 '음양오행 陰陽五行 입니다. 음양오행은 하나의 관념 혹은 철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우주와  인생을 바라보는 일종의 사유의 틀입니다. 그것도 자연 현상 그 자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생각의 방식이지요. 전통 문화는 이 음양오행을 빼놓고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p84)'



[그림] 한글의 음양오행 체계(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음양오행'등이 우리 미술의 사상思想을 이룬다면, 그 사상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었을까. 저자는 우리만의 독특한 방식을 진실眞實대로 표현한 '표현력表現力'이 외국과 차별화된 우리만의 독창적인 미의 특징이라고 해석한다.


 '"중국 그림은 꽤 사실적이기는 하지만 병명을 진단하기에는 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세요. 바로 이 차이입니다. 그러니까 겉보기에는 둘 다 사실적인 듯 하지만, 그야말로 병색까지 있는 그대로 묘사된 그림은 바로 조선의 초상화라는 것입니다.(p184)'


[그림] <채제공 蔡濟恭 초상> 이명기(李命基, ? ~ ?)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ssn2710&logNo=220547165977&categoryNo=0&parentCategoryNo=1786&viewDate=¤tPage=1&postListTopCurrentPage=1&from=postView)

 

 이러한 사실적인 표현력은 초사화 뿐 아니라 동물을 표현한 그림에서도 드러난다. 이처럼 사실적인  한국 미술의 전통은 미화美化에 치중한 일본식 화풍과 뚜렷하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그림] <송하맹호도 松下猛虎圖> : 김홍도(金弘道, 1745 ~ 1806) (출처 : 통일뉴스)


 '15cm도 안되는 호랑이 머리 부분을 이렇게 실바늘 같은 선을 수천번이나 반복해서 그렸습니다. 이건 숫제 집에서 집에서 쓰는 반짇고리 속의 제일 가는 바늘보다도 더 가는 획입니다. 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화가는 지금 우리 세상에 없습니다. 이런 묘사력은 뭐랄까. 그림 그리기 이전에 정신 수양의 문제 같은 것이 전제 되어야 가능합니다.(p118)'


[그림] <호랑이> : 김은호(金殷鎬, 1892 ~ 1979) (출처 : http://bulgogibros.tistory.com/233)


 '언뜻 보기에는 잘 그린 듯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귀엽게 생겼죠? 이건 호랑이가 아니라 고양이입니다. 또 귀는 지나치게 커서 멍청해 보이고 꼬랑지는 가늘어서 아주 쩨쩨합니다. 그리고 앞다리가 이게 뭡니까? 송아지의 목을 일격에 꺽어 버린다는 호랑이 앞다리 살이 너무나 투실투실해서 아예 다이어트를 해야 될 지경입니다. 몸의 줄무늬를 그린 것도 해부학적 정확성은 없이 고만고만하게 반복해서 대충 시늉만 했죠. 흰색으로 성글게 친 터럭 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뜻 겉보기에는 잘 그린 듯하지만 아까 보았던 단원의 호랑이 그림과 꼼꼼히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200년 전 정조 시대의 문화 수준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분위기만 그럴듯하게 살려 내는 일본식의 화풍 畵風이 끼친 악영향입니다.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다듬어 냈을 뿐입니다.(p130)'


2. 그림에 담긴 의미 


 우리 전통 미술을 잘 감상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표현력이 표현된 그림 뿐 아니라, 그 이면의 의미도 알아야 한다. 그림 속의 사물事物을 올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사물를 가르키는 의미(언어)와 문화적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저자는 <황묘롱접도>를 통해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림] <황묘롱접도 黃猫弄蝶圖> : 김홍도 (출처 :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BbX5&articleno=18099415&categoryId=360049®dt=20151029180448)


 '그림 감상, 하나도 어려울 게 없습니다. 나비는 가볍게 활짝 날게 그리고, 새는 포로롱 하고 날아갈듯 그리면 바로 그게 좋은 그림입니다. 그런데 나비는 나비 접蝶 자가 80 노인 질耊 자 하고 '띠에' 하는 발음이 같아요. 그래서 80 노인이 됩니다. 그러니까 새끼 고양이가 나비를 바라보는 것은 "70 노인이 80 노인이 되도록..." 그런 뜻이겠죠.... 패랭이는 카네이션의 우리 토종 꽃입니다. 패랭이는 홑꽃으로 시골에서 흔히 보는 것인데, 분가루를 뿌린 것처럼 고운 모양새가 꼭 시골 아가씨 같다고 해서 옛날부터 "청춘"이란 꽃말을 가졌습니다. 이 돌멩이는 수십 만 년 된 것이죠? 당연히 장수, 오래 사는 것의 상징이기 때문에 이끼 낀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이것은 제비꽃입니다. 꽃대가 꼭 물음표(?)처럼 휘었습니다. 패랭이꽃은 초여름에 피고 제비꽃은 이른 봄에 핍니다. 제비꽃의 꽃말은 "뜻대로 된다"는 것입니다.(p140)'


 '전체적으로 읽어 보실까요? "이 그림을 받으시는, 오늘 생신을 맞으신 주인께서는 70 노인이 80 노인이 되시도록 오래오래 장수하시는데, 그것도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청춘인 양 곱게 늙으시기를, 그리고 그밖에도 가사家事 내외 모든 일이 다 뜻대로 되시길 바랍니다!"(p141)'


3. 옛 그림 감상의 두 원칙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미술 작품 속에서 '한국의 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를 위해 올바른 우리 그림의 감상법을 제안하고 있다. 그림의 크기에 따라 다른 거리에서, 우상右上에서 좌하左下 방향으로, 가급적 천천히 볼 것을 저자는 옛 그림 감상의 원칙이라고 말한다.


 '옛 그림을 보여드리기 전에 우선 옛 그림 감상의 원칙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선인들의 그림을 잘 감상하려면 첫째,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둘째,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p17)'


  '큰 그림은 좀 떨어져서 보고, 작은 그림은 바짝 다가서서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나름으로 생각하건대, 동양화든 서양화든 할 것 없이, 회화 작품 크기의 대각선을 그었을 때, 대략 그 대각선만큼 떨어져서 보는 게 적당할 듯 싶습니다. 혹 성품이 유난히 느긋한 분이라면 대충 대각선의 1.5배 정도까지 떨어져서 볼 수도 있겠죠.(p19)'


  '예술품이란 누가 뭐라 하든 내가 좋아서 보는 것이고, 또 내 맘에 꼭 드는 작품 한 점이 있으면 그 것 하나 잘 감상한 것으로 충분히 보람이 있습니다.(p21)... 그림도 내 마음에 드는 것, 왠지는 모르지만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작품, 그렇게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작품 몇 점을 골라서 잘 보고 찬찬히 나만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p22)'


  '제가 오늘 말씀드리는 주제는 우리나라의 옛 그림입니다... 우리 옛날 그림은 족자건 병풍이건 세로가 깁니다! (p25)... 옛 그림은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이렇게 쓰다듬듯이 바라보지 않으면 그림 위에 X자만 그어지고 아주 혼란스러워 집니다.(p27)'


 '우리 옛 그림은 반드시 오른쪽 위에서 왼쪾 아래로 훑어가듯 보셔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가 고궁을 바라보든지 사찰을 보든지 간에 옛 분들이 만드신 여러 문화재는 반드시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훑어보는 것이 원래 옛 분들의 시선 흐름과 맞아떨어지는 옳은 방식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풍수를 말할 때도 좌청룡 左靑龍 우백호 右白虎 라고 하지 않습니까?(p67)'


 '세 번째 원칙은 그림을 찬찬히 봐야한다는 얘기입니다.(p31)... 예술 작품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마음을 기울여 찬찬히 대하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그 속내를 내보입니다.(p33)'


<오주석의 한국의 미美 특강>에서는 이처럼 오늘날 우리가 잊고 있는 우리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고,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안하고 있다. 미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무심코 지나가는 작은 부분까지도 상세히 설명하면서, 우리의 아름다움은 결코 '중후장대 重厚長大'한 것이 아니라 '경박단소 輕薄短小'에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 미술의 특징은 단지 회화에만 그치지 않음을 우리는 다른 미술의 분야로 생각을 확장시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경복궁 (출처 : https://www.emaze.com/@AORFCQWWI/%EA%B2%BD%EB%B3%B5%EA%B6%81)


[사진] 베르사이유 궁전 (출처 : http://ktts.or.kr/bbs/board.php?bo_table=teentrek_news&wr_id=310)


 아름다움의 기준을 크고 웅장함에서만 찾는다면, 결코 경복궁의 아름다움은 베르사이유 궁전의 아름다움을 압도한다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경복궁의 아름다움은 거기에 있지 않는다는 것을 <오주석의 한국의 미美 특강>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경복궁 이 건물이 아니라 이 주변을 둘러싼 인왕산, 궁궐 근처의 민가와의 조화를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이 책에 건축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이와 같이, 우리의 미美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좋은 미술감상 입문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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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10-23 17: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탐나는 책은 죄다 읽어버리는 호랑이님.~~
오주석 좋아요^^;
작년에 간송 전형필 전시회때 송하맹호도랑 마상청앵도를 보고 감탄한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ㆍ

겨울호랑이 2017-10-23 17:17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책에서도 간송 미술관 이야기가 나오는데 북프리쿠키님께서는 다녀오셨군요^^: 저도 조만간 가족과 함께 미술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네요.

bookholic 2017-10-23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주석의 한국의미 특강>을 처음 읽고나서 받은 신선한 감동이 아직도 느껴집니다.

겨울호랑이 2017-10-23 18:11   좋아요 1 | URL
네, bookholic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기존의 미술 감상책과는 다른 감동을 주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미술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입문단계에서 알아야할 부분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기에 우리가 감명깊게 읽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닷슈 2017-10-23 18: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명작이죠 저자가 일찍가신게 매우 안타깝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10-23 19:01   좋아요 1 | URL
네, 49세에 세상을 떠나셨지요... 지금 계셨더라면 더 좋은 저작을 많이 내셨을텐데요...

만화애니비평 2017-10-23 1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호랑이 그림이 나온 이유는 겨울호랑이기 때문이죠? ㅎㅎ

겨울호랑이 2017-10-23 19:02   좋아요 1 | URL
^^: 의도하지 않았는데, 만화애니비평님 말씀을 듣고 보니 무의식중에 호랑이 그림이 선택되었네요 ㅋ

cyrus 2017-10-23 1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정판 출간 소식을 확인하고 구판을 알라딘 매장에 팔려고 했는데 결정을 보류했어요. 구판과 개정판의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해서 한 번 확인해보고 싶었거든요. ^^;;

겨울호랑이 2017-10-23 19:33   좋아요 0 | URL
^^: 그렇군요. 저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확인해봐야 겠습니다^^:

hnine 2017-10-23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김은호의 호랑이를 고양이라고 말한 것은 호랑이를 호랑이답지 않게 그렸다는 뜻이지 진짜 고양이를 그렸다는 말은 아닌거죠? 김은호도 꽤 유명한 화가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17-10-23 20:27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 다만, 책 전반에 김은호 화백을 비롯한 일본풍의 그림을 저자는 매섭게 비판합니다. 제 리뷰에는 옮기지 않았지만, 초상화에 있어서도 일본풍 초상화에 대한 비판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책 전반에 있어 우리 미술에 짙게 드리워진 일본풍에 대한 저자의 반감이 느껴지네요...

AgalmA 2017-10-24 08: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프리쿠키님 경험처럼 성북동 간송미술관 전시 있을 때 종종 갔어요. 일 년에 두 차례 잠깐 개방해서 챙겨서 갔는데 <황묘롱접도>도 실제 봤죠 ❤❤ 환상! 동대문에 상설관 생기고 나서는 잘 안 가게 되더라는^^;;; 희귀해야 발동이 걸리는 이 병ㅎ;;

겨울호랑이 2017-10-24 08:48   좋아요 2 | URL
^^: 북프리쿠키님도, AglamA님도 그림 감상을 제대로 하시는 군요! 많이 부럽습니다. 진정한 그림의 멋과 정취를 알아야 하는데, 저는 많이 부족하네요.. 지금 워낙 바닥 수준이라 앞으로 나아지리라 희망을 가져봅니다.ㅋ^^

2017-10-24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24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10-24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음양오행으로 많은 것을 설명하면 듣는 사람도 이해하기 좋았을 것 같은데, 요즘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론이라 그 설명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님,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10-24 21:12   좋아요 2 | URL
이해하기 어려운만큼 전통과 많이 간절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게 됩니다^^: 요즘 한결 서니데이님 글에서 편안함이 느껴지네요^^: 서니데이님 편한 밤 되세요
 

‘지금까지의 친환경주택 개념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제로에너지주택이 기본 방향이었다면, e+ 그린홈은 집이 작은 발전소가 될 수 있다는 가정으로부터 시작한다.(p128)... 한전은 전기를 파는 기업에서 사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난다.(p130)‘

「친환경 상상력으로 집짓기」는 친환경 주택과 여기에 적용되는 에너지 절감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다른 친환경 주택 들이 ‘에너지 보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잉여 에너지 창출‘을 말하고 있다. 태양열 발전을 통해 ‘소비 전력‘ 이상의 ‘생산 전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개념은 제러미 리프킨이 그의 저서 「3차 산업 혁명」과 「한계 비용 제로 사회」에서 강조한 공유 경제와 개별화된 생산자, 지속가능한 발전을 연상시킨다.

‘건강한 집을 만드는 것은 혼자만의 삶이 아닌 친환경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에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커뮤니티를 통해 지속가능한 주거환경을 만들어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환경, 에너지, 생태가 하나의 순환 사이클 내에서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이윤이 아니라 윤리가 우선시되어야 하며, 미래를 대비한 스마트 테크놀로지가 접목되어야 하고,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 개인이 아니라 커뮤니티 개념이 중시되어야 한다.(p74)‘

「친환경 상상력으로 집짓기」를 통해 여러 생각을 갖게 된다. 2선 서울시장인 박원순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가정마다 ‘태양열 발전‘이 가능하도록 보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계획대로 그리고 낙관적으로 실현된다면, 한전은 ‘가정‘발전소에서 전기를 구매하여 ‘기업‘소비자에게 전기를 매매하게 될 것이다. 대규모의 발전 설비 대신에 소규모 발전 설비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면, 탈원전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이의 연장 선상에서 다른 산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예를 들어 이동통신 산업에서 각 가정이 기지국이 될 수 있다면?)이 일어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기존의 생산자와 수요자의 힘의 관계는 역전될 것이다...

예전에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를 읽으면서 인터넷과 소규모 커뮤니티 경제로 변화되는 미래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다. 그가 말하는 사회가 지나치게 추상적, 관념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친환경건축을 통해 구현된 현실 속에서 공유경제의 희망과 지속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을 통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IoT‘으로 대표되는 ‘인간없는‘ 제4차 산업혁명이 아닌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중심의 제3차 산업혁명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바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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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3 17: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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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3 17: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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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3 2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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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4 04: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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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4 1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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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4 13: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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