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웃분으로부터 선물을 받았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책을 선물해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읽던 중 시간 時間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이번 페이퍼에서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 봅니다.

 

'그리스어에는 "시간"을 뜻하는 단어가 두 종류가 있습니다. "크로노스 Chronos"와  "카이로스 Kairos"가 바로 그 것이지요. "크로노스"는 자신의 자녀를 다 먹어 치웠던 원시 시대의 신神을 가르킵니다. 따라서 "크로노스"는 우리를 집어삼키는 시간, 곧 우리가 쫓기듯 보내는 시간, 이런저런 일을 더 빨리 처리하도록 재촉받는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촉하다"라는 뜻을 지닌 독일어 단어 "헷첸 hetzen"은 "미워하다"라는 뜻을 지닌 독일어 단어 "하센 hassen"에서 왔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기한 내에 처리하도록 자신을 재촉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행위로, "크로노스"는 곧 자기 증오의 시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유쾌한 시간을 가리키는 "카이로스"가 있습니다.(p76)... 다른 한 편으로, "카이로스"는 "꼭 알맞은 순간"을 뜻합니다.  카이로스는 앞머리에 머리카락이 풍성하기에 제때라면 쉽게 붙잡을 수 있지만 뒤통수에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기에 지나간 뒤에는 잡을 수가 없지요. 이 비유를 통해 그리스인들은 기회를 제 때 잡아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 했습니다.(p78)


 여기에 다른 책에 나타난 시간에 대한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여기에 옮겨 봅니다.

 

'흐로노스 chronos"는 우리가 잘 아는 베테랑 할아버지, 시간의 아버지 Father Time, 즉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반면, "카이로스 Kairos"는 완전히 반대의 예측 불가능한 주관적인 시간이다. 객관적인 시간이라는 것은 바로 아이작 뉴턴이 얘기하는 시간의 특징 aquabiliter fluit - 즉, 강의 물이 항상 일정하게 흐르듯 영원히 고정된 시간이 바로 흐로노스이다.(p35)... 그에 반해서 주관적인 시간 "카이로스"는 흔히 "기회 opportunity"라고 번역되기도 하는데, 이는 일정하게 아주 "적절한 때 right timing"을 의미한다. 흐로노스가 신적인 우주의 영원한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인간세상의 찰나, 즉 짤막한 현재의 시간이다.(p37)



[사진] 크로노스 (출처 : https://www.1st-art-gallery.com/Franz-Ignaz-Gunther/Franz-Ignaz-Gunther-oil-paintings.html)


[사진] 카이로스(출처 : 중앙시사매거진)


 <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의 저자 안셀름 그륀(Anselm Grun, 1945 ~ )신부는 크로노스를 '증오의 시간'으로, 카이로스를 '유쾌한 시간'으로 해석한 반면, <한국인이 캐낸 그리스 문명>의 저자 김승중(金承中) 교수는 크로노스를 '객관적인 시간'으로, 카이로스를 '주관적인 시간'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같은 듯 조금은 다른 시간에 대한 관점이지만, 두 저자 모두 카이로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시간을 "카이로스"로 경험할지 "크로노스"로 경험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제정신을 차리고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제정신을 차리고 전적으로 현존할 때, 우리는 "카이로스" 곧 유쾌한 시간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자신을 끊임없이 압박할 때는 "크로노스" 곧 자신을 집어삼키는 불편한 시간을 경험하지요.(p78)... 지금 이 순간에 전적으로 현존함은 시간을 "카이로스"로 경험하기 위한 전제 조건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른 전제 조건으로 "건강한 생활  리듬"과 "유익한 의식儀式"을 들 수 있습니다.(p79)'


 



'인간의 삶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운에 따라 생겨난다. 기회가 생길 때 그 기회를 제대로 잡아야하고, 그에 따라 승부가 판결난다는 것이다. 운이 없으면 기회가 안 생기고, 기회가 생겨도 잡지 않으면 무의미하지 않은가? 튀케 tyche(운명, 행운 good luck)가 인간의 힘으로는 조정할 수 없는 우연적 현상이라면, 카이로스는 반대로 인간의 능력과 노력을 상징한다. 즉 오직 카이로스만이 우리에게 궁극적인 결정권을 부여한다.(p43)'


 카이로스를 '기회', '꼭 알맞은 순간' 또는 '유쾌한 시간'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우리 삶이 기회 幾回 의 계속이고, 이에 대한 선택이 유쾌한 경험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정작 우리들 자신은 미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매 순간의 경험이 유쾌한 경험이 아닌 힘든 경험으로 다가오기는 합니다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2017년도 불과 열흘 정도  남겨두고 있는 2017년 12월 19일입니다. 일년 전에 아무 일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2017년 12월 20일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치뤄야 했을 것입니다. 2017년 12월 20일을 '아무 일도 없던 일'로 만든 것은 우리가 '카이로스'를 잡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일년 전의 선택이 바로 지금의 시간을 바꿨다고 볼 때  카이로스는 우리 삶의 크로노스에 끊임없이 의미를 부어주면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2017년이라는 크로노스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이 우리에게 아쉬움을 주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지금 해야할 일을 하면서, 현존 現存을 통해 카이로스를 붙잡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2017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요즘 <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을 통해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기에 맞춰 좋은 책을 선물해 주신 이웃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합니다. 


PS. 그리고, 지금 제 카이로스는 늦은 밥을 먹을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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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9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9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20 1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선거일’이었다면 몇 달 동안 선거 전쟁 때문에 엄청 시끌벅적했을 거예요. 조기 선거가 치러지길 잘했어요. 이번 연말은 차분하게 지낼 수 있게 됐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12-20 14:40   좋아요 1 | URL
네 ^^: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정권교체도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페크pek0501 2017-12-20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력 2017년 12월 20일에 빨간 색으로 되어 있는 걸 보고 가짜 정보를 주는 달력이 되었도다, 그랬어요. ㅋ

겨울호랑이 2017-12-20 14:41   좋아요 0 | URL
^^: 이런 가짜 정보라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와같다면 2017-12-21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이예요

진정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이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아이를 위해 가습기를 틀었던 어머니, 작은 상자 속 아기를 떠나 보낸 부모들, 아찔한 곳에 올라가 작업하던 아버지를 배웅한 가족들.

그리고.. 그 배에 올랐던 사람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남겨진 모두가 너무나 절실하게 바랐고, 또한 너무나 참담하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기에..

이 말은 그래서 누구나 함부로 입 밖으로 내놓을 수 없는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나와같다면 2017-12-21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오늘의 사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관장하는 신이 있다면 참으로 억울한 모든 이들에게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한 번쯤은 주시기를..

겨울호랑이 2017-12-21 17:02   좋아요 1 | URL
어제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못봤는데, 나와같다면님 말씀을 듣고 동영상을 보니 제 글의 내용과 통하는 면이 있네요... 탄핵 결정 전 인쇄된 이전 달력을 통해 많은 이들이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래서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풀어질 수 있다라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종묘는 역대 국왕과 왕비의 신주를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다. 사직은 토지의 신인 ˝사˝와 곡식의 신인 ˝직˝에게 국가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는 곳이다. 따라서 종묘와 사직은 모두 국가에서 주관하는 제사를 시행하던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p14)‘

‘종묘 제사는 국왕이 자신의 선조인 역대 국왕과 왕비에 대한 ˝효˝를 실천하는 통로였다. 따라서 종묘는 제사를 통해 효 윤리가 실현되었던 유교적 문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직은 유교 문화의 경제적 기반이었던 농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p15)... 사직은 전통시대 국가에서 농업이 갖는 중요성과 경제적 민생 안정을 위한 국왕의 책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p16)‘

「종묘와 사직」은 조선을 대표하는 역사적 공간인 ‘종묘‘와 ‘사직‘의 의미, 제사 절차, 역사적 사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종묘와 사직이 조선 왕조에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 공간의 의미는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와 연계시킬 수 있을 듯하다. 왕을 중심으로 ‘수신‘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경연이 이루어지는 장소였다면, ‘제가‘의 공간은 ‘종묘‘, ‘치국‘의 공간은 ‘사직‘으로 대표될 수 있을 것이다.이는 조선이 ‘효‘와 ‘농업‘을 중시한 유교국가임을 고려한다면 가능한 주장이라 생각된다.

또한, 조선은 중국 황제를 모시는 왕의 나라였기에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낼 수 없었다는 점 역시 고려한다면 결국 종묘와 사직은 조선의 국가이념이 구체적으로 구현된 ‘정치적 공간‘이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처럼 우리가 조선의 역사적 공간으로서 종묘와 사직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한다면, 구체적으로 「종묘와 사직」을 통해서 조선을 떠받친 두 기둥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지고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종묘와 사직에 대해 여러 그림과 표를 통해 잘 정리하고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기에, 평소 종묘와 사직에 관심있는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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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 장준하의 항일대장정
장준하 지음 / 돌베개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창세기 28장 10 ~ 15절에 나오는 야곱의 "돌베개" 이야기는 내가 결혼 일주일 만에 남기고 떠난 내 아내에게 일군 日軍 탈출의 경우 그 암호로 약속하였던 말이다. 마침내 나는 그 암호를 사용하였다. "앞이 보이지 않는 대륙에 발을 옮기며 내가 벨 "돌베개"를 찾는다고 하였다... 그 후 나는 "돌베개"를 베고 중원 6천 리를 걸으며 잠을 잤고 지새웠고 꿈을 꾸기도 하였다. 나의 중원 땅 2년은 바로 나의 "돌베개"였다. 아니, 그것이 나의 축복 받는 "돌베개"여야 한다고 생각했다.(p7)' 


 <돌베개>는 독립운동가, 정치인, 종교인, 언론인, 사회운동가였던 장준하(張俊河, 1918~ 1975) 선생의 삶 중에서 1944 ~1945년간의 일을 다룬 기록이다. 이 시기를 통해 일본군의 징용을 피해 광복군에 합류한 후 시안(西安)에서 OSS 훈련을 받으며 국내 진공 작전을 기다리다 광복(光復)을 맞이할 때까지 삶의 여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야곱은 브에르 세바를 떠나 하란으로 가다가, 어떤 곳에 이르러 해가 지자 거기에서 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는 그곳의 돌 하나를 가져다 머리에 베고 그곳에 누워 자다가, 꿈을 꾸었다.(창세 28 : 10 ~ 12)'


 <창세기>에서 야곱은 그의 형 에사우의 축복을 가로채고 어머니 라헬의 고향 하란으로 자신의 외삼촌을 찾아 떠나게 된다. 하란으로 가는 도중 베텔이라는 곳에서 지친 야곱은 잠시 잠을 청하고 꿈을 꾼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이었던 저자는 그러한 야곱의 모습 속에서 자신을 느끼지 않았을까.


 '내가 이 광야에서 벨 베개는 돌베개임을, 벌써 일군을 탈출하기 전 마지막 편지로 아내에게 말하였고 또 각오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제부터 내가 베어야 할 나의 돌베개는 어느 지점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가. 나의 고행은 어디서부터 정작 시작되어 어디까지 가야할 것인가.(p91)'



[지도] <돌베개>에서 저자의 주요 경로


 항일 대장정(抗日 大長征)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쉬저우(徐州)에서 충칭(重慶)으로, 다시 시안(西安)으로 2년 동안 이어지는 그의 여정 속에서 '못난 조상이 또다시 되지 말아야 한다', '돌베개'라는 말이 주문(呪文)처럼 이어지고 있다. 지쳐 쓰러질 듯한 상황속에서 저자를 버티게 한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우리는 글 속에서 느낄 수 있다.


  '나의 희생으로 우리의 다음 대는 또다시 이런 고생에 시달리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나는 나의 대를 남기는 것보다 훨씬 보람된 나의 일생을 가졌다고 자부할 수 있으리라.(p226)'


  '내가 자원한 것은 국내 공작이었다. 국내 공작의 목표는 결국 나의 죽음이다. 내가 나의 죽음을 지불하면 내 능력껏 그 대가가 조국을 위해서 결제될 것이다. 나의 각오는 한 장의 정수표다... 한반도에 대한 연합군의 공략은 일본의 본토 사수의 결의를 꺾자는 데 있는 것이다. 이 공략을 돕기 위해 경무기로 무장된 우리가 잠수함이나 낙하산으로 투입되어 우선은 첩보활동, 다음 단계로 정보 송신, 그리고 최종으로 유격대 조직 및 군사시설 파괴공작을 수행하도록 미리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p289)'


 그렇지만, <돌베개> 속에 저자의 애국심(愛國心)만 표현된 것은 아니다. 저자는 힘든 중에도 자신의 주변을 살피며 당시 주변 정세를 예리하게 판단해간다. 또한 힘든 장정의 상황에서도 <삼국지연의 三國志演義>의 주인공 제갈량(諸葛亮, 181 ~ 234)의 사당을 찾아가기도 하고, 애국가(愛國歌)를 부르면서 통곡하는 저자의 모습이 표현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속에서 저자의 사람됨과 당대의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후방도 아닌 전방지대에 사단장이라는 지휘관은 수십 명의 처첩을 거느리고 다니고, 박격포를 메고 가야 할 그 어깨엔 그 대신 지휘관의 처첩들의 가마가 올라앉는가 하면, 정규군의 모습이 아닌 이 미련한 중국국. 일군에게 밀리면서 또 홍군과 맞붙어 싸우며 떠다니는 유랑의 군대. 그런가 하면 일군은 점과 선만을 차지하고 타협도 해가면서 대륙을 들쑤셔놓는 그 약삭빠른 허세의 군대다. 이들의 사이에서 어부지리를 얻는 공산군만이 진실로 공간과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p176)'


 '장제스군에게 막대한 양의 미제 신식무기가 공급되었어도 이 신무기를 사용할 줄 모르는 정도의 한심한 병정들이었다. 그들의 무식은 신무기 활용을 해득하지 못했고, 분해, 결합과 같은 손질에서 병기 파괴 손실이 더 컸으며, 이들의 정신 상태에서는 중공군으로 넘겨주고 돈을 받는 일이 항다반사였다.(p211)'


  힘든 여정을 거쳐 충칭의 임정에 도착하지만, 분열된 임시정부의 모습 속에서 그는 깊은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저자의 좌절감 역시 <돌베개> 속에서 가감없이 표현되고 있다.


  '6천 리의 대륙횡단 끝에 찾아온 충칭도 채 석 달이 못되어 다시 떠나버리게 되었다. 충칭에 더 머무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자신에 대한 자학과 모욕같이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순수했던 기대와 불같던 정열과 끓던 정의감은 안개처럼 차차 꺼져버리고 오히려 실망과 허탈감으로 우리가 괴로워해야 했던, 그 짧지 않은 석달을 묻어두고 새로운 결심을 했다.... 슬픔이란 아주 간단한 철학이요, 순진한 감정이었다. 심해의 풍랑 속에서 찾아온 등대불이 꺼져버린 그 순간의 실망이라고나 할까. 일군을 탈출해 찾아와 몸 바칠 곳을 찾아 헤매다가 시안에서 시작되는 한미 합동작전을 위한 훈련을 받기 위해 떠나는 우리 일행 30여 명은... 감정 없는 슬픔을 가숨에 담고 새로운 투쟁을 찾아가는 혁명의 철학을 새겨야 했다.(p276)'


  광복을 위해 투쟁했지만, 청년 장준하가 준비했던 광복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투쟁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돌베개>는 존경받는 정치인, 사회운동가로서 장준하 선생의 사상(思想)적 기반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돌베개>를 이웃분에게 선물받았기에 더욱 그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돌베개>를 선물해 주신 이웃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의 꿈'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청년 '장준하의 꿈'을 함께 짐작해보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그가 보니 땅에 층계가 세워져 있고 그 꼭대기는 하늘에 닿았는데, 하느님의 천사들이 그 층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나는 네가 누워있는 이 땅을 너와 네 후손에게 주겠다. 네 후손은 땅의 먼지처럼 많아지고, 너는 서쪽과 동쪽 또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보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주고,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겠다.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창세 28 : 12 ~ 16)'


PS. 원래 이번 리뷰는 두 명의 군인을 비교해서 작성하려고 했습니다. '일본군->광복군'으로 자신의 이력을 만든 장준하 선생과 '만주군->일본군'으로 변신해 간 다른 인물인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를 비교해 보려 했습니다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먼저 리뷰를 올립니다. 나중에 여건이 되면 '두 군인(軍人)의 길'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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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1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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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1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1 0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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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1 0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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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일곱 살
허은미 글, 오정택 그림 / 양철북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세상에는 하늘의 별만큼 들의 꽃만큼
수많은 일곱 살이 있어요. 하지만 진정한 일곱 살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진정한 일곱 살>에는 위의 말에 이어 진정한 일곱 살이 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이 이어집니다. 매 페이지마다 ‘진정한 일곱 살은 *** 할 줄 알아야 해요.‘라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마침 내년에 7살이 되는 딸 연의는 책을 읽을 때마다 마치 ‘7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마냥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응, 나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재밌기도 하지만, 은근히 스트레스 받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연의도, 저도 안심을 하게 되네요.

그렇습니다. 진정한 일곱 살이 아니면 진정한 여덟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여덟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아홉 살이 되면 되겠지요.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난 후 아이는 다소 부담감을 떨쳐낸 표정이었고, 저 역시 마찬가지 감정을 느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은 아니어도 나중에는 내가 [진정한 고3]을 연의에게 강요하지는 않을까?‘

아직 겪지 않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은 별로 그런 모습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계속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떡하냐고 말이지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께 제 생각은 너무 태평스럽게 비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몇 년 뒤처진만큼 남들보다 몇 년 더 살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게 걱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알게모르게 ‘진정한 존재‘임을 강요받고 사는 것 같습니다. ‘진정한 아들‘, ‘진정한 아빠‘, ‘진정한 남편‘이라는 기준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진정성을 감추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됩니다.

<진정한 일곱 살>은 이런 의미에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 달라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부모를 위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금 눈 앞에 있는 아이가 그 자체로 진정한 존재임을 우리가 깨닫는다면 그때가 이 책의 독서가 끝나는 순간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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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0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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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7 0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7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holic 2017-12-17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 둘째도 곧 일곱살인데 이 책을 참고해야겠네요..^^

겨울호랑이 2017-12-17 11:32   좋아요 1 | URL
^^: 네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많이 실려있어, 아이들도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나와같다면 2017-12-18 2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괜찮아!
진정한 일곱 살이 아니면
진정한 여덟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여덟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아홉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아홉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열 살이 되면 되니까....

아.. 이 구절을 읽는데 마음을 쿵 건드리네요.. 이게 뭐라고.. 이렇게 다독이며 위로해주는지..

제가 위로받는 밤입니다.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12-19 06:4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구절을 읽는데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지금 이 순간 ‘괜찮아‘라는 말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석유는 경제발전의 동력이 되는 에너지원이다. 석유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데, 공급 측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포함한 나라들이 있고, 수요 측에는 미국을 필두로 일본과 유럽연합, 중국이 있다. 특히 OPEC와 미국이 석유 시장의 판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OPEC는 안정적인 석유 수입을 위해서 배럴당 22 ~ 28 달러에서 가격을 맞추려 하고 있고, 미국은 좀 더 확실한 공급원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이것이 석유를 둘러싼 현재의 정치 지형이다.(p87)'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사진] 중동에 집중된 석유(출처 :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석유 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 A century of war, Anglo-American oil politics>은 미국 제국주의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軸)으로서의 '석유'를 바라보고 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과거 영국의 파운드 스털링화의 가치는 '금(Gold)'에 의해 유지되는 반면, 미국 달러의 가치는 '석유(Petroleum)'에 의해 유지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힘은 군사력과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의 힘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현대 문명의 거의 모든 생산품에 들어가는 원재료인 석유에 대한 통제까지 이루어지면서 미국의 세계 지배는 더욱 공고히 된다는 것으로 이들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결합이 된다.


 1. 미국 지배권의 두 축 : 군사력과 달러


 '자유, 평화, 민주주의라는 미사여구를 벗겨내고 나면 미국의 세기는 다른 나라들에 군림하는 미국의 분명한 지배권(헤게모니)에 기초하고 있다. 그 지배권은 2개의 축에 의지했다. 한 축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로 어떠한 강대국 연합 세력도 도전할 수 없는 우위를 지키고 있는 미국 군사력의 독보적인 역할이었다.... 미국 힘의 다른 한 축은 세계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독보적인 역할이었다. 미국은 이러한 독특한 역할을 확립하기 위해 1944년 브래턴우즈 체제를 수립했다. 달러는 그것을 보증하는 데 단 한 덩어리의 금이 없게 된 후에도 오랫동안 준비통화의 역할을 했다.(p15)... 군사 지배와 통화 지배가 결합된 힘 덕분에 미국은 종이 증서인 달러를 끝없이 찍어내어 그것을 공학적으로 잘 디자인 된 자동차, 기계류, 섬유와 생각할 수 있는 온갖 제품과 교환하기 위해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에게 뿌리는 부러워할 만한 사치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인들은 온 세계가 종속되어 있는 달러 채무라는 체제를 만들어내며 더욱 많은 달러화 부채로 수입품들을 사들였다. 이러한 특별한 지배 덕분에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 되었고, 끝없는 무역 불균형을 유지했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달러화를 팽창시켰으며, 역사상 전례가 없는 사적/공적 부채를 증대시켰다. (p16)'


2. 달러와 석유의 결합


 '1971년 브래턴우즈 금본위제가 종식된 이후 달러화는 더 이상 금으로 뒷받침되지 않았다. 대신 달러화는 아브람스 탱크, F-16 전투기와 미국 핵무기 따위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었다. 전후 미 산업경제 기반의 약화에도 불구하고 미 달러화를 지탱한 두 번째 요인은 1973 ~ 1975년 사이에 약 400퍼센트에 이르는 유가 폭등이었다.... OPEC 오일 판매를 다른 어떤 통화도 배제한 채 오로지 달러화로만 결제하도록 보장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비밀 군사정치협정은 미국의 세기의 수명을 1990년대 초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연장시키는 기반이 되었다.(p373)'


[사진] 다변화된 석유시장(출처 :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또한, 책에서는 군사력, 기축통화, 원자재 시장의 지배력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이전 세계의 공장으로서 기능하던 미국이 전략적인 목적으로 일본과 남한의 경제적 부흥을 지원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강의 기적'은 미국의 의도 속에서 이루어진 결과물이된다. 


 '1971년 이후 미국은 한때 성공적이었던 자국의 산업경제를 차근차근 공동화해버렸다. 미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힘에 대한 아시아쪽 대항세력으로서 일차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이었던 일본의, 그 뒤엔 남한의 부상을 허용했다. 그것은 무슨 우호 정신의 발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전적인 "세력균형" 지정학의 미국판일 뿐이었다.(p372)'


 그렇지만, 1970년대와 80년대 미국의 지원을 받았던 일본 경제와 한국 경제는 이후 미국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방해로 지적된 이후 제거 목표가 된다. 이후 1997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호랑이 경제권 국가들은 석유달러 통화질서 속에서 외환위기를 겪게 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며, 이들의 자리를 2001년 이후 WTO에 가입한 중국이 대신하게 된다.


 '전후 시기에 일본식 모델은 일본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전후 시기에 일본식 모델은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기타 동아시아 경제권에서 육성되었다. 1980년대에 이렇게 급속히 성장한 경제권은 호랑이 국가들이라 불렸다.(p311)... 1990년대에 미 정부가 요구하던 달러화 자유시장 체제를 세계로 퍼뜨리는 데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소련의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보다도 자급자족적인 아시아의 호랑이 경제권이었다.(p312)... 일단 자본 통제가 완화되고 해외 투자가 자유롭게 들어오고 나가도록 허용되자 한국과 다른 호랑이 경제권들은 해외 달러의 갑작스러운 유입에 휩쓸리게 되었다.... "펀드들은 태국, 인도네시아,한국을 쉽사리 강탈한 후, 떨고 있는 그 국가들은 국제통화기금에 넘겨주었는데, 이는 그들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황폐해진 국가에서 채무 불이행 차관에 집착할 서방 은행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p313)'


 <석유 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 속에서는 20세기 이후 영국의 '파운드화-석유의 패권'으로부터 미국의 '달러-석유' 패권이 어떻게 유지되어왔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들의 패권에 도전한 결과 러시아는 1905년 러일전쟁의 패전을 겪었으며,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을, 프랑스의 드골은 정권을 잃게 되었음을 우리는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석유(石油)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석유가 결코 축복받은 재화가 아님을 알게 된다. 만일, 우리 나라 주변에 많은 석유가 매장되어 있었다면 남북으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 쿠웨이트처럼 매장량이 많은 지역별로 독립 국가로 쪼개졌을 것이고, 우리나라의 수많은 종교가 공존(共存)하지 못하고 분열되지 않았을까. 우리 나라에서 수탈할 자원이 없었기에 경제적으로 원조받을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가난을 극복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지난 100여년의 시간동안 영국-미국의 패권의 기본은 한결 같았다.


 '100년 전 파머스턴경이 대영제국을 두고, "우리에게는 어떠한 친구도 없다. 오로지 이해관계만 있을 따름이다"라고 썼듯이 말이다.(p372)'


 이처럼 미국은 대외 관계에 있어서 철저하게 이해관계를 따지는데 반해,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 나라 일각에서 미국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실이 연상된다.


 '켓살코아틀(Quetzalcoatl)은 아스테카 사회에서 삶을 부여해주는 최고의 신이었고, 이와는 반대로 우이칠로포슈틀리(Huitzilopochtli)는 전쟁의 창시자이자 죽음의 신이었다. 켓살코아틀은 다른 영웅들처럼 추방당했고, 방랑자였지만, 그는 사라지면서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던 영웅이었다.(p131)... 때는 왔다. 세 아카틀, 즉 제1의 사탕수수 해(Uno Cana)가 가까워올 무렵, 아스테카의 세계는 갖가지 징조로 가득 찼다... 테스코코의 왕은 금발에 턱수염을 기른 신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언이 이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확고하게 믿었다.... 해안에서 전령이 도착해서 금은을 두른 복장을 하고 네 다리를 가진 짐승 위에 올라탄 남자들을 태운 떠다니는 집이 동쪽에서 가까이 오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을 때 목테수마의 고뇌는 편해졌다. 이들은 백인들로서 얼굴에는 턱수염을 길렀고, 그들 중 몇몇은 금발이었으며 벽안의 눈을 가졌다. 목테수마는 한숨을 돌렸다. 이제 고뇌의 시간은 사라졌다. 신들은 다시 귀환했고 예언은 실현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에르난 코르테스(Hernan Cortes Monroy Pizarro Altamirano, 1484 ~ 1547)는 자신을 신으로 생각해본 적이 결코 없었다.(p134)'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


 (일부이긴 하지만)우리에게도 아스텍 인들처럼 막연히 백인에 대한 환상이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아즈테크를 멸망시킨 코르테스처럼, 아마 미국인들 자신도 자기들이 산타클로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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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1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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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1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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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1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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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14: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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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4 1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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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4 18: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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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5 15: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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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15 16: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로필 사진 속의 연의는 좋아하는 책을 들고 있는 건가요.
겨울호랑이님, 기분 좋은 금요일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12-15 18:12   좋아요 2 | URL
^^: 아 저 사진은 인증샷입니다. 옷은 고모에게, 책은 할머니에게 받아서 인증샸을 찍었지요.ㅋㅋ 서니데이님 밤에 눈이 온다하니 늦은 시간 외출하신다면 눈조심하시며,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