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간다 -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
에드워드 버네이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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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적 군중을 구성하는 개인들이 누구든지 간에, 그리고 그들의 생활방식이라든가 직업, 성격, 혹은 지능이 비슷하든 비슷하지 않든간에 상관없이 그들은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고립되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일종의 집단적 정신 상태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적 군중은 일시적 존재로서, 마치 어떤 생명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결합에 의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생명체를 형성하는 것처럼 잠시동안 결합한 이질적 요소들로 이루어진다. -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 1841 ~ 1931) <군중심리 Psychologie des Foules>中 - 


 귀스타브 르 봉은 그의 저서 <군중심리>를 통해 개인 심리와는 다른 군중이라는 집단(集團) 심리에 주목하고 있으며, 에드워드 버네이스(Edward Louis Bernays, 1891 ~ 1995)는 한 걸음 더 나가서 <프로파간다 Propaganda>를 통해 대중심리 조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대중의 마음을 지배하는 메커니즘에 이어, 특정 생각이나 제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고자 할 경우 그러한 메커니즘을 어떻게 조작해야 대중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아울러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 새로운 선전의 합당한 위상을 모색하는 한편, 서서히 진화해 나가는 선전윤리 및 실천 규범도 제시하고자 한다.(p74)


 1.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사회의 복잡성과 직접민주주의의 한계로 인해 선전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는 20세기 대량생산의 시대를 맞이한 반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직접 민주주의는 불가능해졌다. 그 결과 간접민주주의 방식의 정치 체제가 도입되었고, 이러한 체제 하에서 대중들은 공공의 문제에 대해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론상으로 모든 시민은 공공의 사안과 개별 행동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닥칠 때마다 그와 관련된 난해한 경제, 정치, 윤리 정보를 시민 개개인이 직접 연구해야 한다면 그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선택 범위를 현실에 부합하는 비율로 좁히기 위해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정부가 각종 정보를 추려내 중요한 사안만 부각시키도록 하는 데 기꺼이 동의했다. 우리의 지도자와 그들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사용하는 매체를 통해 우리는 공공의 문제와 관계있는 사안들의 증거와 범주를 받아들인다.(p63)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권력자들은 '선전'을 통해 대중들의 심리를 조작하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생긴다.


 대중의 관행과 의견을 의식과 지성을 발휘해 조작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사회의 이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을 조작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국가의 권력을 진정으로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정부(invisible government)'를 이룬다.(p61)


 지도자는 때로는 전사, 때로는 독재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직에 출마하려면 유권자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우리의 정치 현실 속에서 타고난 지도자가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선전을 활용하는 길밖에 없다.(p173)


2. 선전이란 무엇인가?


 개인들은 집단화와 제휴의 과정을 통해 대중의 생각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선전은  이러한 집단화 과정에서 의도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노력이며, 개인과 집단 모두를 고려한 종합적인 노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집단화와 제휴라는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호 교류 구조야말로 지금까지 민주주의가 집단 사고를 조직하고 대중의 생각을 단순화해온 방식이다.(p73)... 현대의 선전은 기업이나 사상 또는 집단과 대중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건을 새로 만들거나 일정한 방향으로 끼워 맞추려는 일관된 노력이다.(p83)


 새로운 선전은 단순히 개개인이나 대중의 마음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더불어 서로 밀접하게 맞물린 채 그 구조를 이루는 각계각층과 각 계층의 충성도까지 고려한다. 새로운 선전은 개개인을 사회라는 유기체를 구성하는 세포로서뿐만 아니라 사회라는 단위를 구성하는 세포로도 바라본다.(p88)


3. 선전은 누구에 의해 누구를 대상으로 실행되는가? 


 선전은 소수의 지식인에 의해 시행된다. 소수의 깨어있는 이들에 의한 일종의 계몽(啓夢)활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사회 전체가 유지될 수 있다. 그 이유는 군중은 감정적이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선전이 필요해진다.


 트로터와 르봉은 집단 심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사고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사고 대신 충동, 습관, 감정이 자리한다. 결정을 내릴 때 집단 심리는 대개 믿음이 가는 지도자의 선례에 따르려는 충동을 보인다. 이는 가장 확고하게 구축된 대중심리학의 원리 가운데 하나다.(p118)


 하지만 선전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책무는 소수의 지식인들이 지고 있다. 미국의 진보와 발전을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이들 소수 집단의 활발한 선전 활동에 달려 있다. 소수 지식인 집단의 의욕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대중은 비로소 새로운 사상에 눈을 뜨고 거기에 맞게 행동할 수 있다.(p92)


 보이지 않는 정부는 소수의 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대중의 의식과 습관을 지배하는 사회 기구를 조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때문이다.(p102)


4. 유능한 선전가가 되기 위해서


 유능한 선전가 또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물 또는 행위의 이면(裏面)을 해석하고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을 부각시키는 방법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전략적으로 확산시켰을 때 그는 성공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대개 스스로 감추고 있는 동기에 영향을 받아 행동한다는 이러한 일반 원리는 개인 심리뿐만 아니라 대중 심리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유능한 선전가가 되려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당사자들이 제시하는 동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러한 행동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동기를 파악해야 한다.(p123)


  귀가 따갑도록 듣게 되는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무엇보다도 정치인이 대중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원인이 있다. 정치인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면 스스로를 어떻게 부각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p173)... 개념을 확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현대 사회의 '집단 형성(group formation)' 활용하는 것이다.(p128)


 <프로파간다>는 위와 같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감정적인 군중을 대상으로 소수의 지식인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세기 초기에 쓰여진 <프로파간다>의 기원은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 ~ 1527)의 <군주론 Il Principe>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후대의 영향은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1945 ~ )의 <넛지 Nudge>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군주론>에서 군주국에서 군주가 해야할 덕목을 이야기 한다면, <프로파간다>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수의 지배자가 어떻게 대중을 다룰 것인가를 말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프로파간다>는 민주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 <군주론>이라는 생각을 계속 떠올리게 된다. 


 그(선전가, PR 담당자)는 의뢰인과의 거래에서 솔직해야 한다. 대중을 바보로 만들거나 속이는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만약 그런 평판을 얻게 되면 그의 직업 생명은 끝나고 만다. 선전 자료를 외부에 내보낼 때는 출처를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p111)


[사진] 명탐정 코난의 명대사 '진실은 언제나 하나' (출처 : 유튜브)


 저자 비록 위와 같은말을 통해 정보의 왜곡을 경계하지만, 현실은 만화와 다른 것 같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저마다 자신이 진실을 말한다는 수많은 미디어 속에서 일반 대중들은 왜곡된 진실을 접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저자의 바람은 단순한 희망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프로파간다>는 이처럼 군중 심리를 기반으로 한 여론 조종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칼을 도둑이 들면 흉기가 되지만, 어머니가 들면 주방기구가 된다'는 옛말처럼 여론 조종 역시 서로 다른 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프로파간다>가 보여주는 부정적인 측면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에 의한 여론 조작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는 면에서 심리학의 고전이라는 평에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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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7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7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3-07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가의 프로파간다로 사람이 얼마나 제 정신이 아닐 수 있는지, 전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서 절감했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18-03-07 16:35   좋아요 1 | URL
아직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어보지 않았는데,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3-07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헝가리 철학자 죄르지 루카치는 ‘긍정적‘ 측면의 프로파간다도 반대합니다.
˝선전과 선동은 인간을 ‘도취‘시켜 비인간화한다. 이것은 비윤리적이다. 도취는 하나의 기만이며 사기다. 감정이입을 핵심으로 삼는 것은 일상적 삶의 차원을 격하시킨다. 니체의 ‘디오니스적 도취‘는 감정이입 반응의 극단적 형태고 개인 인격을 균열시키고 불구적으로 만드는 무가치성이며, 세계와 인간 관계를 공허하게 만든다. 선전과 선동은 인간을 기만하는 위장된 오만일 따름이다.˝

겨울호랑이 2018-03-07 17:3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는 루카치를 비학과 존재론으로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루카치의 철학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공부하고 싶너지네요^^:) 감사합니다!
 
선의 황금시대 - 인간 정신의 위대한 경지를 보여준 禪의 역사와 그 정신
존 C. H. 우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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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믿는 종교(宗敎)의 가르침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구도자(求道者)들이 자신의 삶을 바쳐 진리나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이리라. 그렇지만, 이보다 한층 더 어려운 것은 자신이 믿지 않는 종교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는 교리(敎理) 또는 가르침을 이해하려는 노력 외에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信仰) 문제가 더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기독교 신앙(가톨릭)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불교(佛敎) 특히, 선불교(禪佛敎)가 위와 같은 이유로 많이 어렵게 느껴진다. 불교와 기독교의 다른 세계관(世界觀)과 개인적인 배경지식이 부족함이 불교 이해 어려움의 원인으로 다가온다. 그런 면에서 중화민국 주재 바티칸공사를 역임하기도 한 존 C.H우(John C.H.Wu)가 저술한 <선 禪의 황금시대>는 나와 같이 선(禪)에 대해 어렵고 난해하다는 인식을 가진 이들을 선의 세계로 편안하게 안내해주는 친절한 책이라 여겨진다.


  육조 六祖 혜능 慧能(638 ~ 713)부터 법안 法眼 문익 文益(885 ~ 958)까지 선(禪)의 불꽃을 이은 이들과 이들에 얽힌 짧은 예화를 저자 자신과 불교 학자인 스즈키 다이세츠(鈴木大拙, 1870-1966) 그리고 기독교 영성가인 토머스 머튼(Thomas Merton, 1915 ~ 1968)의 해설과 함께 소개된다. 무엇보다 <선의 황금시대>의 큰 장점은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도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선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 여겨지는데, 이는 토머스 머튼이 책을 소개하며 쓴 <기독교인이 바라보는 선> 속에 잘 드러난다.


 이 간단하고 보잘 것 없는 글이 기독교의 경험과 선의 경험을 '비교하려고' 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분명히 언젠가는 둘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리라는 종교적 희망을 피력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글을 읽고 기독교인이나 서구인들이 열린 마음으로 이 책을 펼칠 수 있다면, 잠시라도 판단을 내리려는 생각을 멈추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선이란 난해하고 괴상한 것이라 지금 우리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p393) 


 나 역시 기독교의 경험을 통해 선의 경험을 미루어 짐작해 보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구절 속에서 성경의 구절을 느끼게 되었는데, 여기에 몇몇 구절을 옮겨본다.


1. 대승의 그릇과 악마의 유혹


 대승의 그릇


 황벽 黃檗 희운 希運( ? ~ 850)은 어린 나이에 중이 되었다. 한번은 천태산 天台山을 여행하다가 기이한 중과 마주쳤다. 그 중은 마치 황벽의 오랜 친구라도 되는 양 말을 트고 농담을 건넸다. 하루는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다가 불어난 개천을 만나게 되었다. 그 중은 황벽에게 함께 건너가자고 했다. 황벽은 건너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노형! 건너가고 싶다면 혼자서 가 보시오." 중은 딱딱한 땅 위를 걷는 것처럼 물 위를 걸어가다가 고개를 돌리고 황벽에게 말했다. "따라오라니까, 따라와!" 황벽이 말했다. "빌어먹을, 이 혼자서 다 해먹는 놈아! 미리 알았더라면 그 놈의 정강이를 분질러 버렸을 텐데." 그 중은 이런 반응에 감동을 받은 듯 이렇게 말했다. "자네야말로 진정한 대승의 그릇이네! 나는 자네 상대가 아니야."(p134)


 악마의 유혹


 악마는 예수님을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그분께 말하였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하신 말씀이 성경에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루카 4 : 9 ~ 13)


2. 손님의 대접


 손님의 대접


 시중을 드는 중이 스승(조주)에게 물었다. "세자가 왔을 때는 방석에서 내려오시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장군에 불과한데도 당장에 내려와 그를 맞이했습니다. 이런 예법이 어디 있습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너는 이것을 이해할 수 없겠지. 제일 가는 손님이 오면 나는 자리에 앉은 채로 맞이한다. 둘째 가는 손님이 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제일 하찮은 손님이 오면 문 앞까지 나가서 맞이할 게야."(p156)


첫째가 꼴찌가 되다


 보라,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는 이들이 있고,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루카 13: 30)


 저자는 서문에서 머튼 신부의 소개글을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하고 있으며, 머튼 신부는 소개글에서 다음과 같이 기독교와 불교의 공통점 외에 방법론적인 차이가 있음도 밝히고 있다.


 기독교와 불교 모두 동등하게 충분히 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 말로 이루어진 교의와 언어적 편견에서 벗어나 형이상학적인 차원에서 직접적이고 순수한 경험을 추구하는 것을 선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p376)... 주관적인 신비(혹은 형이상학적) 체험과 객관적 교리는 어떤 관계인가? 그리고 기독교와 선에서는 이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기독교에서는 객관적인 교리가 시대적으로 보거나 높은 위치로 보거나 늘 우선했다. 선에서는 체험이 항상 우월했는데, 이는 시대적으로도 그렇고 중요성에서도 그렇다. 기독교는 초자연적인 계시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에, 어떤 계시에 대한 관념이든 모두 폐기하고 성스러운 전통에 대해서는 대단히 독립적인 견해를 취하는 선은, 존재에 대한 자연적인 존재론적 입장을 관철하는 길을 찾기 때문이다.(p377)


 기독교 교리가 top-down 방식이라면, 불교는 bottom-up 방식으로 수행을 한다고 느껴지는데,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작은 예화 속에서 내가 알고 있는 가르침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여러 종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리를 표현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봄꽃 (출처 : 한국관광공사)


  봄이다. 얼어던 땅이 풀리면서 싹이 올라오고 있고, 머지않아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서로 다른 색깔의 많은 꽃들이 있지만, 봄이 아름다운 것은 어느 하나의 꽃때문이 아니라,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생명력 때문이리라. <선 禪의 황금시대>를 통해 선불교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알지 못했던 다른 아름다운 깨달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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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8-03-13 0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이 읽으시는 책들을 보면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언젠가 읽어봐야지 하고 미뤄둔 책들을 쭉쭉, 쉽게 읽어내신다니까요. 그 사람이 선택하는 책을 보면 성격과 인격이 묻어난다는 생각도 들어요.

겨울호랑이 2018-03-13 07: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samadhi님^^:) 제가 모르는게 많아 밀린 숙제하듯 책을 읽고 있는 요즘입니다. 들려주신 격려 말씀에 큰 힘 얻게 됩니다.^^:)
 

책세상 문고판 책은 휴대하기 편하면서도 고전에 대한 해제가 잘 정리된 책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본격적인 독서 전에 많이 활용하는 편이었고 내용 정리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르봉의 <군중심리학>의 해제는 예외가 될 듯하다.

장치사회학 책이니만큼 현재 상황과 저술 시점과의 비교, 대조가 필수적이기는 하겠지만, 해제에 담긴 저자의 현실 인식을 보면 공감하기 힘들다.

「100년도 훨씬 지난 프랑스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형성된 르봉의 이론은 한국 사회의 현실과 얼핏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정권 때 FTA 개정을 통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때문에 일어난 ‘광우병 소고기 반대 집회‘로 서울의 중심이 4개월이나 무정부 상태에 빠지고, 올해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로 6개월 가까이 모든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을 보면, 르봉의 이론만큼 한국 사회를 사회심리학의 관점에서 성찰하기에 알맞은 이론도 보기 드물다.(p269)」

「우리는 세월호 침몰 사고 같은 국가적 주목을 받는 상징적 사건을 계기로, 군중심리 기제를 이용해 다양한 정치적 목적을 이루고자 본질을 호도하거나 조작하는 움직임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국 위정자에게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 Il Principe>에서 강조한 것처럼 현실 정치에 능란하면서도. 프랑스 제5공화국 당시의 드골 대통령처럼 군중심리를 오히려 지혜롭게 이용하여 혼란을 잠재우고 정치, 사회, 문화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르봉이 심혈을 기울여 <군중심리학>을 저술한 목적이다.(p270)」

현대 사회 군중 심리를 <군주론>이 쓰여진 16세기 민중 심리와 큰 차이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독재 리더십으로 끌고 나가야하는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역자의 현실인식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책을 추천하기 어렵다. 물론, 역자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책의 내용은 별개가 되어야겠지만, 책의 내용에 정치적 입장이 표기된다면, 독자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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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18-03-04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은 어느 책(제목이 기억나지 않습니다)에서 드골을 대단한 영웅으로 묘사한 역자였던 것은 기억납니다. 이분이 지금 서강대에 재직중인 것으로 아는데 지금도 학생들에게 어떤 강의를 할지 궁금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3-04 16:25   좋아요 1 | URL
네... 파란여우님 말씀처럼 해제 전반에 걸쳐 드골 찬양 일색이네요... 지금도 책의 내용과 같은 강의를 한다면 촛불을 체험한 학생들이 과연 얼마만큼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3-04 2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제 아닌 원본은 다른 느낌이실 수 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8-03-04 22:06   좋아요 1 | URL
^^: 네 저도 그래서 문예출판사 이재형 역의 「군중심리」로 원본을 제대로 읽어 보려 합니다^^:)

2018-03-07 0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7 0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7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7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7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7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8-03-13 0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행히 저는 이재형 역 책 가지고 있네요. 겨울호랑이님 덕에 이 역자의 책은 거를 수 있겠네요^^

겨울호랑이 2018-03-13 07:19   좋아요 0 | URL
^^:) 네 저도 말씀하신 역자의 판본으로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 정보는 이웃들끼리 공유해야겠지요^^:)
 

'어떤 생산요소의 한계투입이라는 개념은 투입증가에 따른 수익체감경향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임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특정 수단의 과도한 투입은 실제로 모든 사업부문에서 수익체감을 낳을 것이 확실하다... 만일 어떤 사람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용도를 위한 재료 선택에 과도한 배려와 자금을 투입한다면, 그러한 지출은 급격한 수익체감을 낳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이다.(p108)... 수익체감의 법칙은 농장주들이 일반적으로 각종 작물에 대한 상대적 수요를 고려해서 토지 및 기타 자원에 가장 적합한 작물들을 경작하고, 자원을 각종 경작하는 데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p109)'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 1842 ~ 1924)은 그의 대표작 <경제학 원리 Principles of Economics>에서 위와 같이 한계수익 체감, 한계비용 체증의 법칙을 설명하고 있다. 한계생산성 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marginal productivity)으로도 설명되는 위의 내용은 고전경제학(古典經濟學)의 중요한 기초 가정이기도 하다. 다른 생산요소가 고정되었을 때 한 단위 생산요소의 투입비용이 증가한다는 한계비용 체증의 법칙이 더이상 성립하지 않는 사회. 그러한 사회를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 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를 통해 설명한다. 


 리프킨이 주장하고 있는 한계비용 제로(0) 사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제학에서는 크게 생산비용을 고정비용(FC : Fixed Cost)과 변동비용(VC : Variable Cost)으로 구분한다. 고정비용은 생산량이 변화하여도 단기간 변동이 없는 비용이며, 여기에는 기업의 임차료, 지불이자, 자본재의 감가상각비 등이 있다. 이에 반해 가변비용은 생산량의 변화에 따라 변동하는 비용을 의미하며 크게 노동자의 임금(賃金)이 여기에 속한다. 


 '종반적에 이르면 치열한 경쟁으로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그에 따라 생산성이 최고점에 달해 판매를 위해 생산하는 각각의 추가 단위가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생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뜻하는 한계비용(marginal cost)이 기본적으로 제로 수준이 되어 상품의 가격을 거의 공짜로 만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자본주의의 생명소라 할 수 있는 있는 "이윤(profit)"이 고갈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p12)'


 기술이 발전하고 투입되는 자본재가 최대인 상태. 그 상태를 저자는 한계비용 제로인 상태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 지점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과거의 경제 법칙이 더이상 적용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과거 산업시대에 적용되었던 '규모의 경제(規模의 經濟, economies of scale)'가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투입되는 규모가 커질수록 장기평균비용(LAC)이 줄어들게 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규모의 경제'의 원리는 대규모 자본의 집중을 설명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어 왔다. 그렇지만, 더 이상 한계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자본의 집중은 더 이상 설 땅을 잃게 된다. 마치 6,600만년전 백악기 말엽에 이루어진 대멸종의 시대에 공룡이 자취를 감추고 포유류가 점차 그 자리를 대신한 것과 같이, 대자본은 한계비용제로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프로슈머와 사회적 기업이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저자가 바라보고 있는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의 시작점이 된다. 


  '한계비용 제로 혁명은 재생에너지와 3D 프린팅 제조, 온라인 고등교육 등을 포함하는 여타의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에 달하는 "프로슈머(prosumer)", 즉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이 직접 자신이 쓸 녹색 전기를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생산하고 있다... 한계비용 제로 혁명을 주도하는 참여자 다수는 앞으로 무료에 가까운 재화와 서비스가 훨씬 더 우세해지겠지만 한편으로는 성장을 유지하고 심지어 자본주의 시스템을 번성케 하기 위해 여타의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충분한 마진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도 열릴 것이라고 주장한다.(p13)'


 '우리는 프로슈머가 빠르게 늘어나고 또래 생산이 사물인터넷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하면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과 마케팅, 배달 비용을 줄일 때 공유사회의 사회적 경제가 얼마나 더 극적으로 진화하는 속도를 올리는지 확인했다. 그로 인해 기존의 2차 산업혁명 기업들의 이윤 폭은 더 줄어들고 있으며, 그들 중 다수가 곧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p480)'

<한계비용 제로 사회>는 작가의 전작 <노동의 종말>과 <소유의 종말>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1996년 쓰여진 <노동의 종말> 속에서 리프킨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여 쉬지 않고 일하는 자본의 위협을 지적하고 있다. 이어서 2001년에는 <소유의 종말>을 통해 소유 대신 체험을 강조하는 인간 가치관의 변화를 지적하면서, '접속'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사실, <소유의 종말>의 원제는 <The age of Acess>다.) 그리고, <한계비용 제로 사회>는 이러한 종말의 시대가 가져온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이 책들이 나온 시기는 벌써 20여년이전이기에 지금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크게 새롭지는 않지만, 현실을 잘 설명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동의 종말>에서 말하는 산업 사회에서 자본에 의한 노동의 대체는 사회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고, <소유의 종말>에서 말하는 접속에 의해서 생존 패러다임이 변화하게 되었다. 여기에 기반한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는 과거보다 풍요로운 인류에 대한 희망이 제시된다는 점에서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포스트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유토피아'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과연 과학 기술 발전이 이처럼 우리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리프킨이 한계비용 제로 사회라고 말한 기술이 발달한 어느 지점을,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특이점이 온다 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특이점으로 표현을 하고 있다. 


 '특이점을 개념적으로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이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특이점"은 놀랄만한 결과를 가져오는 특이한 사건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수학에서는 유한한 한계를 한없이 초월하는 큰 값을 의미하는데, 가령 상수를 0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수로 나눈 결과처럼 무한히 커지는 값을 지칭한다. y=1/x라는 간단한 함수를 생각해 보자. x값이 0에 가까워질수록 함수값(y)은 점점 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p43)'


[그림] 수학에서의 특이점 (출처 : http://hkpark.netholdings.co.kr/web/manual/default/manual_view.asp?menu_id=107589&id=2853)


 <특이점이 온다>에서 특이점은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계비용 제로 사회와는 직접 비교는 어렵다. 다만, 2016년 인공지능(AI)알파고가 인간 이세돌을 이겼을 때, 많은 이들이 '특이점'을 연상했다는 점과 알파고가 수많은 커퓨터가 연결된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으로 구현된 기술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리프킨이 말한 수많은 사람들의 '접속'에 의해 유지되는 한계비용 제로 사회와 아예 연관없다고 볼 수 없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특이점이 온다>와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특이점 이후의 시대가 유토피아(Utopia)가 될 것인가, 아니면 디스토피아(Dystopia)인가 될 것인가 하는 부분은 별도의 페이퍼에서 살펴보도록 하며, 다소 길었던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PS. <특이점이 온다>는 기술변화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는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Homo Deus>와도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 이 두 책을 비교해서 보는 것 역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특이점이 온다>에서 미래에 일어날 세 가지 혁명으로 유전학, 나노기술, 로봇 공학(AI)을 들고 있는데,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를 통해 유전학과 인공지능으로 신(神)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을 그리고 있으니 이 역시 의미있는 비교가 될 듯 하다. 그리고, 그 비교는 말을 꺼낸 사람이 해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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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3-04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걸 경제 수치적인 걸로 환산하는 풍조가 정말 우려됩니다. 좋아요 갯수, 팔로워 수 등등등 까지 해서 말이죠. 오늘 내가 먹은 거, 내가 산 책, 내가 찍은 사진, 내가 그린 그림 인증 등 온 사방이 수치화-_-;(네, 인간 실험체 A씨, 제 얘깁니다) 이런 수치 환산적인 환경 속에 프로슈머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사물인터넷으로 이 모든 것에 모두가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기계와 우리의 합체는 당연한 수순인 듯...

겨울호랑이 2018-03-04 08:52   좋아요 1 | URL
모든 것을 수로 환원하고 평가하는 상황이 비인간적이라 여겨지기에, AglamA님 말씀처럼 모두의 참여로 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나가는 가능성이 높아가는 것은 이에 대한 일종의 ‘반‘이라 여겨집니다. 과학기술이 보다 적절하고 긍정적으로 활용된다면 우리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리프킨은 말하는 것 같아요^^:)

2018-03-05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5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 1678 ~ 1741) 


 '18세기 이탈리에서는 바이올린이 대세 악기였습니다. 이 시대의 거장은 비발디 입니다. 비발디의 위대함이나 중요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요. 바흐가 비발디를 모방하고 그 음악 언어를 자기 것으로 소화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비발디의 작품과 바흐의 작품이 잘 구분되지 않기도 했답니다... 비발디는 그 넘치는 충만감이 특히 감탄스러운데요. 그 자연스러움이 천재성을 끌고 들어옵니다. 비발디는 그 선진들보다 한층 풍부하고 인간적이면서 코렐리보다 유연하고 심오하죠. (p544)'


 '비발디는 특히 콘체르토 그로소(Concerto Grosso) 작품들로 유명하죠, 아마? 그의 콘체르토 그로소에서는 콘체르티노의 소리가 좀더 독립성을 띠죠.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의 합주를 준비하듯 바이올린이 부드럽고 화려하게 전주를 담당하니까요.(p545)'



 '많은 협주곡에서 비발드는 플루트, 오보에, 바순, 호른과 같은 악기도 사용했지만 현악기가 언제나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들 악기 중 어떤 것이라도 독주 악기나 앙상블에서 사용될 수 있었다.... 비발디의 협주곡 중 약 350개는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이다. 이 중에서 3분의 2 이상이 바이올린용으로 작곡됐지만, 바순, 첼로, 오베에, 플루트, 비올라 다모레, 리코더나 만돌린을 위한 곡도 다수 있다.(p458)'


 '비발디는 알비노니가 도입한 3악장 구조를 따랐다. 즉 도입부의 빠른 악장, 같은 조이거나 가까운 관계조(관계 단조, 딸림조, 버금딸림조)로 진행하는 느린 악장 그리고 으뜸조에 기초한 마지막 악장이다... 이러한 유형을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비발디는 다음 300년에 걸쳐 사용될 협주곡의 표준형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였다.(p459)


 비발디가 음악사(音樂史)에서 차지하는 자리도 크지만, 우리에게 유명한 것은 그의 협주곡 <사계 Four Seasons>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비발디가 틀에 박힌 어떤 공식에 의존하고 있긴 했어도 그의 협주곡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바로 다양성과 표현 가능한 범위이다. 그의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음악적 아이디어, 명료한 형식적 구조. 너무나 분명한 화성, 다양한 짜임새, 힘있는 리듬으로 유명하다... 제목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독자적인 협주곡도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사계>로 알려져 있는 Op.8의 처음 네 개의 협주곡이다 각각은 비발디 자신이 직접 쓴 걸로 보이는 계절을 묘사한 소네트가 첨가되어 있고, 협주곡은 시에 표현된 이미지를 매우 능숙하게 묘사하여 리토르넬로 형식에서 가능한 모든 다양성을 획득하고 있다.(p463)'



 많은 비바람이 내리면서 얼었던 땅이 풀리고, 상쾌한 봄내음이 우리의 기분을 들뜨게 하는 요즘입니다. 마침 어제는 새학기가 시작하는 날이면서 정월대보름이었네요. 입학식을 하는 연의와 조카를 보면서, 또 큰 보름달을 보면서 생명을 느끼게 됩니다. 이웃분들 모두 따뜻한 봄을 느끼는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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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8-03-03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또다시 제 생의 어느 한 세월의 봄을 맞이 하게 되네요. 토요일 일하러 가는 길에 겨울호랑이 님의 좋은 글 읽고 힘차게 가보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3-03 10:4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munsu09님^^:) 오늘 아침에 유난히 새소리도 잘 들려오는 것을 보면, 기분좋게 봄을 맞이하는 것은 우리들만은 아닌 듯합니다. munsun09님께서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별이랑 2018-03-03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 진짜 학부모 되셨네요 .
더욱 바빠지실텐데 화이팅 하세요 ^^
올려주신 비발디의 힘찬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감사히 들으며 주말 인사 드립니다. 즐거운 3월 첫 주말 되세요 ^^

겨울호랑이 2018-03-03 20:4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별이랑님 그런데 이번에도 유치원 입학이라....^^:) 오늘 날이 너무 좋지요? 이번 주말 미세먼지도 없다하니 별이랑님께서도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북프리쿠키 2018-03-03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입학하는 딸을 보며 심경이 복잡했을 것 같아요. ~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18-03-03 20:5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님. 그런데 유치원 입학과 졸업은 매해 하기에 벌써 입학은 3번째네요.ㅋ 올해 마지막으로 유치원 졸업을 할 예정입니다. ^^:)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bookholic 2018-03-03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의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3-03 20:5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bookholic님, 사실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이고, 올해는 유치원 3번째 입학이라..ㅋ 행복한 주말 되세요!

책한엄마 2018-03-03 1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장녀랑 연의가 친구군요!
입학 축하해요.^^*

겨울호랑이 2018-03-03 20:5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꿀꿀이님, 꿀꿀이님 장녀가 1년 언니가 될 거 같아요. 연의는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예정입니다. 제가 설명이 좀 부족했네요. 포근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