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 ~ 2018)은 그의 저서 <시간의 역사>를 통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현대 물리학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The illustrated a brief history of Time>(1988)과 <호두껍질 속의 우주 The Universe in a nutshell>(2001)을 통해 저자가 생전에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바를 살펴보고자 한다.


 저자는 이 두 권의 책 속에서 보편적인 물리법칙(통합이론)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씌여진 <호두껍질 속의 우주> 속에는 분자, 원자, 전자들의 세계에 적용되는 양자역학(quantum theory)과 거시세계에 적용되는 상대성이론을 통합하는 이론으로 끈이론과 M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초대칭 끈이론(super symmetric string theory)라고 불리는 이론이 중력과 양자이론을 통합시킨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명칭과 마찬가지로 끈은 1차원적으로 확장된 물체이다. 끈은 오직 길이만을 가진다. 끈이론에서 끈은 배경시공(background space-time) 속에서 움직인다. 이 끈 위에 나타나는 파문(ripple)이 입자로 해석된다.(p52)... p-브레인은 p-차원에서 확장된 대상이다. 그 특수한 경우가 p=1인 끈과 p=2인 막이다. 그러나 p 값이 그보다 높은 10차원이나 11차원의 시공(M이론)일 수도 있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4차원을 뺀 나머지 6차원이나 7차원이 워낙 작은 크기로 말려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다.(p54).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는 설명은 여분의 차원들을 포함하는 모형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그 모형들 사이에서 이중성(duality)이라고 불리는 예상치 못한 관계들의 망(Web)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성은 그 모형들 모두가 본질적으로 등가(等價)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그 모형들은 그 밑에 내재하는 동일한 이론의 서로 다른 측면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재하는 이론에는 M-이론(M-theory)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p57)


 물리학에서 다루고 있는 4가지 힘(전자력, 중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중 중력을 제외한 다른 힘들은 4차원 속에서 움직이는 반면, 중력은 다른 힘들과는 달리 4차원을 넘어서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중력(重力)의 구분되는 특징 때문에, 물리학 통합 이론에서 중력이론에 대한 부분은 현재까지도 미해결과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시간의 역사>를 통해 중력으로 논의의 범위를 좁혀가게 된다.


 큰 여분의 차원들이라는 개념은 궁극적인 모형이나 이론을 찾는 우리의 탐구에서 무척 놀랍고 새로운 진전이다. 이 개념은 우리가 브레인 세계(Brane world), 즉 4차원의 표면이나 보다 고차원의 시공 속에 있는 브레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함축한다.(p180)... 물질, 그리고 전기력과 같은 중력이 아닌 힘들은 이 브레인에 속박될 것이다. 따라서 중력을 포함하지 않는 모든 것은 4차원 속에 있는 것처럼 움직일 것이다.(p181)... 다른 한편, 휘어진 시공의 형태 속에서 중력은 그보다 높은 차원의 시공 전체로 퍼져나간다. 이것은 중력이 우리가 경험하는 여타의 힘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뜻한다.(p181)


 이러한 브레인 세계 모형들은 현재 연구가 한창 진행중인 뜨거운 주제다. 이 모형들은 지극히 사변적이지만, 관찰에 의해서 검증될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것들은 왜 중력이 그렇게 약한지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 이론에서는 중력이 매우 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분의 차원들 속으로 중력이 전파된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브레인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중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뜻한다.(p199)


 이로부터 <시간의 역사>는 중력을 중심으로 논의를 펴나간다. 중력 문제에 있어 중요한 논점사항은 우주의 출발점인 빅뱅(Big Bang)문제와도 연결이 된다. 빅뱅 이후 시간과 공간의 팽창(inflation) 문제는 중력법칙과 관련이 있기 때문인데, 저자는 <시간의 역사>를 통해서 시간-공간 중에서 '시간'에 초점을 두고 중력의 문제를 풀어 나간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화살' 개념을 도입한다. 

 

이 책에서 나는 중력(gravity)을 지배하는 법칙들에 특별히 초점을 맞추었다. 그 이유는 네 가지 힘(중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전자기력)들 중에서 가장 약하면서도 우주의 대규모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중력이기 때문이다. 중력법칙은, 극히 최근까지도 옳은 것으로 생각되었던, 우주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는 견해와 양립할 수 없었다.(p231) ... 중력이 항상 인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우주가 팽창하거나 수축하거나 둘 중 하나임을 암시하기 때문이다.(p232)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합시킬 때, 이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나는 것 같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space-time)이 함께, 특이점이나 경계가 없는 유한한 4차원 - 지구 표면과 흡사하지만 좀더 고차원인 - 공간을 형성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이다.... 대규모에서의 균질성 그리고 은하, 별, 심지어 인간과 같이 소규모에서 나타나는 비균질성으로부터의 출발이 그런 특성들이다. 이 개념으로 우리가 관찰하는 시간의 화살(arrow of time)도 설명할 수 있다.(p232)


 시간의 화살의 개념을 통해 저자는 '열역학적 시간 = 심리적 시간 = 우주론적 시간'을 주장하며, 먼저 열역학적 시간과 심리적 시간이 같다는 것을 엔트로피(Entropy)법칙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시간에 따라서 무질서도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고 시간에 방향을 부여하는 이른바 '시간의 화살'이라는 것의 한 예이다. 시간의 화살에는 최소한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번째로 무질서도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시간의 방향을 가리키는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thermodynamic arrow of time)이 있다. 두번째는 심리적 시간의 화살(psychological arrow of time)인데, 이것은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방향,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기억하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cosmological arrow of time)이 있다. 이것은 우주가 수축하는 것이 아니라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이다.... 나는 심리적 시간의 화살이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에 의해서 결정되며, 이 두 개의 화살이 반드시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고 주장할 것이다.(p185)

 

[그림] 세 가지 종류의 시간의 화살(출처 : <시간의 역사>)


1. 심리적 시간 = 열역학적 시간 : 엔트로피(Entropy)

 

 저자에 따르면 심리적 시간은 열역학적 시간에 의해 인간의 뇌(腦)에서 결정되는 시간이다. 열역학 제2법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결정되는 법칙이기 때문에, 심리적 시간 역시 열역학적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받게 된다. 


 컴퓨터의 냉각 팬에서 뿜어내는 열은 컴퓨터가 메모리에 하나의 항목을 기록할 때 우주의 무질서의 총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컴퓨터가 과거를 기억하는 시간의 방향은 무질서가 증가하는 방향과 동일하다. 따라서 시간의 방향에 대한 우리의 주관적인 느낌, 즉 심리적 시간의 화살은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에 의해서 우리의 뇌속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순서대로 사물을 기억해야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질서가 증가하는 까닭은 우리가 무질서 증가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측정하기 때문이다.(p189)


 심리학적 시간을 외부 사건의 주관적인 인식으로 정의한 저자의 주장은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 1859 ~ 1938)의 <시간의식>의 다음 구절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고 여겨진다.


 지각의 객체는 주관적 시간 속에서 나타나고, 기억의 객체는 기억된 주관적 시간 속에서, 상상의 객체는 상상된 주관적 시간 속에서, 기대된 객체는 기대된 주관적 시간 속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이 주목되어야 한다. 지각, 기억, 기대, 상상, 판단, 감정, 의지 - 요컨대 반성의 객체인 이 모든 것은 동일한 주관적 시간 속에서 나타나며, 더구나 지각의 객체들이 나타나게 되는 동일한 주관적 시간 속에서 나타난다. (p213) 


2. 열역학적 시간 = 우주론적 시간 : 약한 인류 원리


 저자는 우주론적 시간을 팽창(inflation)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질서도가 증가한다는 열역학적 시간과 우주는 팽창한다는 우주론적 시간의 방향이 같아지는 이유는 '약한 인류 원리'에 의해 설명된다. 즉, 인류와 같은 지적 생물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생명 활동이 이루어지고, 이는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방향과 일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방향성은 시간-공간이 팽창하는 국면에서만 존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열역학적 시간과 우주론적 시간의 방향성은 같아진다. 결국, 우리의 존재 자체가 이에 대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열역학적 화살과 우주론적 화살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을 관찰하게 되는가? 또는 다른 말로 하면, 왜 무질서는 우주가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증가하는가? 우리는 약한 인류원리를 기반으로 이 의문에 답할 수 있다. 즉 수축 국면에서의 조건들은 '왜 무질서가 우주의 팽창과 같은 시간의 방향으로 증가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지적 생명체의 생존에 부적절하리라는 것이다... (우주의 초기 단계에서는) 이미 우주가 거의 완전한 무질서 상태에 있기 때문에, 무질서는 더 늘어날 수 없다. 그러나 지적 생명체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강한 열역학적 화살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적 생명체는 우주의 수축 국면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이로써 우리가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과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으로 관찰하는 이유는 설명된다.(p194)


 저자인 스티븐 호킹은 이와 같이 <시간의 역사>와 <호두껍질 속의 우주>를 통해 비교적 현대까지의 물리학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들은 11개 차원과 존재하는 4개의 힘을 통합하려는 물리학자들의 노력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으며, 특히 4개의 힘 중에서 '중력' 그리고 시공간 중에서 '시간'에 대한 많은 내용을 접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시간의 역사> 속에서 3개의 시간의 방향성을 통해서는 열역학2법칙과 우주 팽창, 그리고 진화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우주가 무경계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팽창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넌지시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블랙홀(Black hole), 시간여행 등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를 통해 독자들을 끝까지 이끌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록, 그 시도는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못한 것 같지만, 폭넓은 논의를 대중들에게 알기쉽게 설명하고자한 저자의 노력은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가를 설명한다.

 

얼마전 호킹 박사의 별세(別世) 소식을 접하면서, 그동안 미뤄두었던 <시간의 역사>, <호두껍질 속의 우주> 페이퍼를 작성해 본다. 그의 책 중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 1931 ~ )와 함께 토론한 내용을 담은 <시간과 공간에 관하여 The Nature of Space and Time>은 로저 펜로즈의 <실체에 이르는 길 The Road to reality>을 마저 읽은 후 정리할 계획이다. 다만, <실체에 이르는 길>을 읽으면서 호킹 박사가 생전에 일반 대중에 대한 배려를 잘 해주었는가를 끊임없이 느끼게 된다. <실체에 이르는 길> 속에서 여름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처럼 많은 수식을 보고 나면, 수학에 약한 일반 대중을 배려한 호킹 박사의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마음을 깊이 느끼게 된다.


 <시간의 역사>를 읽으면서 허(虛)시간과 유클리드 시공을 이론의 배경으로 설명한 다음의 구절이 가장 인상깊었기에, 이를 마지막으로 이번 페이퍼를 마무리하며 이제는 우리 곁에 없는 호킹 박사를 다시 생각해 본다.


 우리는 아직까지 양자역학과 중력이론을 결합시키는 완벽하고 모순이 없는 이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통일이론이 갖추고 있어야 하는 일부 특성들을 상당히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러한 특성들 중 하나는 양자이론을 역사총합에 의하여 정식화하자는 파인먼의 제안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허시간(imaginary time)이라고 부르는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입자 역사의 파동들을 합해야 한다.(p172)... 궁극적인 이론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두번째 특징은 중력장이 휘어진 시공으로 표현되다는 아인슈타인의 개념이다. 파인먼의 역사총합이론을 아인슈타인의 중력관에 적용시키면, 입자의 역사에 해당하는 것은 우주 전체의 역사를 나타내는 완전히 휘어진 시공(時空)이 된다. 역사들을 실제로 총합하는 데에서 부딪치는 기술적인 어려움을 피하려면, 이 휘어진 시공은 유클리드 시공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시간은 허시간이고 방향 면에서 공간과 구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한다.(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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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9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9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3-19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ㅎ 그 흔한 중력이 문제고 가장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8-03-19 21:02   좋아요 0 | URL
^^:) 네 그래서 영화 <그래비티 gravity>도 우리에게 재밌고 대단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ㅋ

雨香 2018-03-19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 감사합니다.
진작에 읽었어야 했는데, 몇 번 손에 들었다 놓기만 했습니다. 이제서야 그에 대한 책을 찾아보려 하고 있습니다.

˝폭넓은 논의를 대중들에게 알기쉽게 설명하고자한 저자의 노력은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가를 설명한다.˝

겨울호랑이 2018-03-19 22:40   좋아요 1 | URL
우향님 감시합니다. 저 역시 내용 정리를 계속 미루다 호킹 박사님을 보내고 나서야 뒤늦게 정리하게 되었네요...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John Ernst Hobbsbawm, 1917 ~ 2012)이 혁명의 시대(The age of Revolution)로 규정한 1789 ~ 1848 에 해당하는 시기는 정치적으로는 시민혁명이, 경제적으로는 산업혁명이 발생한 시기였다. 이전과는 다른 급진적인 변화가 발생한 이 시기에 여성(女性)에 대한 문제 역시 제기되었다. 그리고, 이 시대에 여성 문제를 다룬 대표적인 지식인들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9 ~ 1797)과  존 스튜어트 밀(Jojn Stuart Mill, 1806 ~ 1873)다. 


기록된 역사의 대부분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종속된 존재로 나왔다. 그러나 18세기에는 이런 서열의 정당성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시 탁월한 반대 목소리를 낸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영국의 급진주의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였다.... 남녀는 뇌와 정신이 근본적으로 비슷하므로 같은 교육을 받을 경우 똑같이 훌륭한 성품과 합리적 사고 방식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주장한다. <철학의 책> (p175)


 아내 해리엇 테일러(Harriet Taylor)에게서 큰 영향을 받은 그(밀)는 영국 국회의원 중 처음으로 정부개혁의 일환으로 여성참정권 인정을 주장했다. <철학의 책> (p193)

 

 <여성의 종속 The subjection of Women>은 존 스튜어트 밀(Jojn Stuart Mill, 1806 ~ 1873)에 의해서, <여성의 권리 옹호 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9 ~ 1797)에 의해 쓰여진 여성 문제에 관한 책들이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여성의 종속>과 <여성의 권리 옹호>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19세기 지식인들의 여성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이들이 제기한 해결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한쪽은 지배하는 위치에 있고 다른 한쪽은 지배받는 상황이라면 완전한 상호 신뢰는 불가능하다.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많은 부분이 가려지는 것이다. <여성의 종속>(p53)


1. 19세기 여성 불평등 문제의 원인은 잘못된 교육에 있다.


 <여성의 권리 옹호> 에서 저자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 역시 남성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존재임에도 적절한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성에게 종속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의 종속>의 저자인 밀 역시 여성들이 그들에게 강요되는 도덕률에 의해 잘못된 인생을 살게 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적절한 교육, 혹은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잘 갈무리된 정신은 한 여성이 존엄성을 가지고 독신 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성의 권리 옹호>(p57)


  이성이 여성에게 분별력 있는 빛을 보내줄 때 만일 여성들이 진정 합리적인 존재로 행동할 수 있다면, 그들을 노예처럼 대하지 말라. 혹은 여성들이 남성과 교유할 때, 그들을 남성의 이성에 종속된 짐승들처럼 대하지 말라. 그들의 정신을 함양하고, 그들에게 건전하고 숭고한 원칙의 틀을 부여하고, 그들로 하여금 신에게만 종속되어 있다고 느낌으로써 의식적인 존엄에 도달하게 하라... 이것은 유토피아적인 꿈이라고 불릴지도 모른다. <여성의 권리 옹호>(p64)


  

여성은 하나같이 아주 어려서부터, 여성의 이상적인 성격은 남성의 그것과 아주 다르다고 듣고 배운다. 자유의지나 자율적인 삶이 아니라 복종하고 남의 명령에 따르는 것을 이상으로 삼게 된다. 그들을 둘러싼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이 여성의 의무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여성에게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널리 유포되고 있다. 그 결과, 여성은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버리고, 오직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 <여성의 종속>(p37)


2. 잘못된 교육에 의해 여성들은 남성들의 억압을 견뎌왔다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는 남성들의 보호를 얻기 위한 덕목을 미덕(美德)이라는 이름으로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무지했음을 지적하였고, <여성의 종속>에서는 이렇게 교육받은 여성들이 사회적 요인에 의해 남성들의 억압에 대항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저자들은 '사회화(社會化)'라는 교육에 의해 여성의 종속성이 심화(深化)되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여성들이 하루살이 무리가 아닐진대 왜 순수라는 특수한 이름 하에 무지에 사로잡혀 있어야 하는가?... 여성들은 적절하게도 교활함이라고 이름 붙여진, 인간의 약점에 대한 약간의 지식, 기질적 부드러움, 표면적인 복종을 익히고, 어리석은 종류의 예절을 용의주도하게 지킬 줄만 알면 그로써 남성의 보호를 얻게 될 것이며, 그들이 아름답다면 나머지 모든 것들은 적어도 그들 생애의 20년 동안은 불필요하다고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고, 그들 어머니들의 선례를 통해 배웠다. <여성의 권리 옹호>(p32)


  사회적, 자연적인 원인들이 합쳐져서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남성들의 폭압에 대항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여성은 한 가지 점에서 종속 상태에 있는 다른 계급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그들의 지배자가 단순히 복종하고 떠받드는 것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여성이 복종하는 것 그 자체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여성의 마음까지도 지배하고 싶어 한다.... 여성의 지배자는 단순한 복종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교육의 힘을 통째로 빌려 그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여성의 종속>(p37)


3. 그렇다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사회에 의해 잘못된 교육의 폐해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 <여성의 권리 옹호>인 저자는 남여 공학을 통해 공통된 교육을 실시를 주장한 반면, <여성의 종속>의 저자는 남성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받고 있는 특혜가 무엇인지 고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밀은 여성참정권의 실현을 주장하지만,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의 실현은 1918년에 이르러서야 30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부여되었다.)  


 여성의 지성을 확대함으로써 여성의 정신을 강화하라. 그러면 맹목적인 복종은 종식될 것이다.(p42)... 나는 남녀 모두가 이성에 기초한 미덕을 갖추고 남녀 모두가 의무를 다함으로써 서로 간의 애정이 견고해지기 전에는, 결코 미덕이 지배하는 사회가 도래하지 못할 것이라고 감히 예언하고자 한다. 남녀 공학을 실시한다면, 정신을 오염시키는 성별 구분들 없이 신중함을 야기하는 우아한 품위들이 일찌감치 길러질지도 모른다. <여성의 권리 옹호>(p154)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것은 자기 본성에 따라 행동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여성이 그 본성에 어긋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도 여성 편에 서서 그들에게 특별 대우를 해줄 것을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저 오늘날 남성들이 어떤 특혜를 누리고 있는지 되돌아보기만 하면 된다. 만일 여성이 천성적으로 어떤 일에 대해 남성에 비해 특별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 법이나 사회적인 교육을 통해 일부러 여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는 없다. <여성의 종속>(p57)


4. 남녀평등이 실현된다면...


 교육을 통해 여성들의 이성(理性)이 새롭게 눈을 뜨고 보다 합리적인 관점을 가지게 된다면, <여성의 권리 옹호> 저자는 여성들이 더 이상 남성들에게 종속되지 않을 것임을 주장하고 있고, <여성의 종속> 저자는 남녀평등의 실현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좋은 것임을 강조한다.

 

 여성들이 보다 합리적으로 교육받고 사물에 대해서 좀 더 폭넓은 관점을 가질 수 있다면, 그들은 일생 단 한 번의 사랑에 만족할 것이며, 결혼 후에는 그 열정을 우정, 즉 근심으로부터의 가장 좋은 피난처인 친밀함 속으로 조용히 침잠시킬 것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p113)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인류의 어떤 부류가 결코 진리로부터 추론할 수 없는 원칙들에 따라 반드시 교육받도록 창조되었다면 미덕은 일종의 관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언급하는데 만족하고자 한다... 남성들은 육체적 힘에서 우월하다. 그러나 아름다움에 대한 잘못된 관념들이 없다면, 여성들도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며, 정신을 강화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육체적인 불편과 수고로움을 충분히 견디게 될 것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p86)


 남녀평등이 실현되면, 오늘날 여성의 이상적인 성격이라고 인위적으로 각인되고 있는 그 과장된 자기 부정이 누그러질 것이고, 훌륭한 여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최선의 남성보다 더 자기희생적인 면모를 보여주지도 않을 것이다. 반면에, 남성들은 현재보다 훨씬 덜 이기적이고 보다 희생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들의 의지가 또 다른 합리적 존재를 위한 법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라고 숭배하는 교육을 더 이상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종속>(p87)


 여성에게 사회 활동의 기회를 봉쇄함으로써 반이나 되는 인류 지성이 창조해낼 막대한 이익도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여성에게 보다 완벽한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면, 인간 사회의 여러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크게 유익한 여성의 위대한 지적 능력을 부분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성의 능력도 그에 비례해서 향상될 것이다.(p162)... 이렇게 여성의 교육 수준을 남성과 똑같은 수준으로 올리고 평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여성의 활동 범위가 대폭 늘어날 것이다. <여성의 종속>(p163)


 19세기 이성(理性, reason)이 강조된 혁명의 시대를 살아간 두 지식인들은 여성의 문제를 계몽(啓蒙, Enlightenment)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잘못된 교육에 의해 여성의 이성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교육의 제공을 통해 합리적인 교육이 제공된다면 여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이들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처방한다.


 시간이 흘러 여성들에게 공공교육의 기회가 점차 확대되었고, 여성들의 정치참여 기회도 과거보다 늘게 되었지만 아직 사회 곳곳에 있는 유리천장(Glass Ceiling)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19세기에 제기된 <여성의 권리 옹호>와 <여성의 종속>에서 주장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19세기를 배경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저자들의 관점을 현대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한계점이 있는 것도 내용에 대한 비판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도는 변화되었으나, 현재까지도 크게 변화되지 않은 사회 전반의 인식을 생각한다면, 약 200년 전의 책 속에 담겨진 저자들의 생각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남성들이 그렇게도 열렬히 고집해온 성별 구분이 자의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주제에 대해 함께 논한 몇몇 이성적인 남성들이 논거가 충분하다고 인정한 하나의 관찰 결과를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남성 집단에서는 순결이 거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인 정숙함에 대한 필연적인 경시는 남녀 모두를 타락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남성의 압제로부터 여성들의 더 많은 어리석은 짓들이 파생된다는 것, 그리고 현재 여성들의 성경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교태는 억압에 의해서 양산된다는 것을 굳게 믿으며, 또한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여성의 권리 옹호>(p193)


PS. 깊이 읽기


문고판인 <여성의 권리 옹호>를 읽은 후에는 완역판인 <여권의 옹호>를 읽는다면 보다 깊은 독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보다 넓게 읽기를 원한다면 본문에서 비판하고 있는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 ~ 1778)의 <에밀 Émile, ou De l'éducation>을 미리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밀의 <여성의 종속>의 기반은 그의 자유주의 사상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론 On Liberty>과 연결해서 읽는다면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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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6 1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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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6 1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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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3-17 0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릭 홉스봄이 규정한 ‘혁명의 시대’ 안에서 페미니즘을 살펴본다면 자유주의 페미니즘만 언급해선 안 됩니다. 1848년 혁명 이후에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이 시작된 시기를 1848년 이전으로 볼 수 있어요. 겨울호랑이님도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언급했지만, 울스턴크래프트와 밀의 고전적 자유주의 페미니즘 시각으로 요즘 여성 문제를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사회적 신분 또는 사회 계급에서 비롯된 여성 차별 문제를 보지 못했어요. 오늘날 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져만 가고,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성 운동과 페미니즘도 변화해야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3-16 19:01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다른 여러 문제와 마찬가지로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데 여러 관점이 있을 것이고, 그 중 하나가 cyrus님께서 말씀하신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되겠군요. 말씀하신대로 한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편향된 결론에 이르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cyrus님께서 말씀하신 여성 문제와 관련한 다른 견해가 담긴 책을 읽는 것도 의미있겠군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8-03-18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읽는 책과 같은 주제의 책 읽으셨는데, 결론은 정반대 입니다.
제 책에는 밀이 여성 문제에 최대 악 이란 뉘앙스를 계속 제시하고 있어, 엄청 당황하고 있는 중 입니다. ^^

앗, 위에서 싸이러스 님이 비슷한 말씀 이미 하셨네요.

겨울호랑이 2018-03-18 19:19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북다이제스터님께서 지금 읽고 계신 책이 cyrus님께서 말씀하신 비자유주의 페미니즘 책이 아닌가 싶네요. 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궁금하던 차에 북다이제스터님의 리뷰를 기다리게 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3-18 19:38   좋아요 1 | URL
근데 논리가 넘 어려운건지 아니면 제가 자유주의에 넘 빠져 경도되어 있는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정리가 잘 안 됩니다. 하지만 한 번 힘써 리뷰 정리 해 보고픈 욕심은 좀 납니다. ㅎ
어려운 주제인 건 맞는 거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8-03-18 22:33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이 어렵다고 말씀하신 것을 보니 많이 어려운 책을 보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북다이제스터님의 좋은 리뷰에 숟가락만 올릴 것 같네요... 북다이제스터님 화이팅 입니다!^^:)
 

안트베르펜에서 이 모든 요소들이 화려한 꽃을 피웠다. 그것이 오늘 우리의 모습을 잉태했다. 예술, 보험, 투자, 천재성, 권력의 거창한 허세, 세상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 등등... 그러나 이들이 비롯된 그 빛을 우리는 함부로 ˝암흑기(dark age)˝라고 불렀다. 이들이 비롯된 핵심 요소를 우리는 ˝세상 끝 변두리(The edge of the world)˝라고 불렀다... 이제 마땅히 그들의 몫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p256)

「북유럽 세계사」1, 2권은 북유럽 역사에게 생소한 우리에게 바이킹, 한자동맹, 도시 등의 단편 주제를 통해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대 생활의 많은 제도가 북유럽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 부분이 이 책의 한계라 여겨진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독일 북부에서 개발된 은광으로 인해 도시가 발달했으며, 도시를 기반으로 한자동맹을 비롯한 상인세력이 성장하고, 주식회사 제도가 만들어졌음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북유럽 외부의 영향은 극히 제한적인 반면, 북유럽이 주변에 끼친 영향은 과장된 부분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북유럽에서 은광이 개발된 것은 가진 것이 없던 이들이 외부와 교역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사실, 이들이 자본을 축적한 것은 우수한 문화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대구나 청어 등의 수산물 수출을 통해서였다는 사실, 무엇보다 이들이 대항해시대를 통해 정착된 주식회사 제도가 사실은 동방무역이 이슬람에 의해 막히게 되어 선택한 고육지책의 결과였음을 이 책에서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유럽이외 지역이 유럽에 미친 영향은 의도적으로 무시된다. 남유럽을 제외한 몽골인들은 주정뱅이 야만인으로 그려지고 있으며(제2권), 이슬람과 아프리카는 언급되지도 않고 있다. 일방적으로 세계가 북유럽에 의해 혜택받았다는 내용으로 전개된 이 책은 비유럽인들이 내용적으로 공감하고 읽기 어렵다. 마치 지난 해 개봉했던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를 보는 느낌이랄까.

다만, 읽는 이가 이러한 세계사를 보는 관점의 한계를 인식하고, 북유럽의 역사가 세계와 어떤 면에서 관계를 맺어왔는가를 가벼운 마음으로 확인하는 목적의 교양역사서로는 시간이 될 때 읽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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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17: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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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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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랑 2018-03-11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만적인 주정뱅이 혼자서 세계를 쥐락펴락 할수는 없었을텐데...
본인이 뛰어나거나, 참모진이 뛰어나고, 수많은 병사들이 우수했기에 가능한 역사일텐데 편협한 작가네요. 아니면, 진짜 세계사 공부를 다시 해야 될 저자네요.
성공하지 못한 십자군 원정에 약올라 유럽이외 세계사는 그냥 무시하는 걸까요?

겨울호랑이 님 말씀대로 ‘비유럽인‘ 1인으로써 다른 작가의 글을 읽는게 낫겠어요.

겨울호랑이 2018-03-11 19:01   좋아요 3 | URL
책에서 몽골인들의 장점으로 뛰어난 참모제도, 기마 능력, 신무기 등을 간략하게 언급합니다만, 전체적으로 ‘술에 절어 비틀거리는 야만인‘수준입니다. 영화 「300」에서 페르시아왕 크세르크세스를 그린 정도의 왜곡을 하고 있어서, 서구인들의 역사인식 수준을 알게 됩니다...

2018-03-11 2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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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06: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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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12: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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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1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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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1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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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14: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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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1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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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2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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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18-04-04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네요. 서평보니 읽어보고 싶네요.

겨울호랑이 2018-04-04 10:48   좋아요 0 | URL
^^:) 북유럽인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어떤 관점에서 보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NamGiKim님께서 쉽게 읽으실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로봇공학 3원칙

1. 로봇은 인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
2. 로봇은 위의 1원칙에 위배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 로봇은 위의 1과 2원칙에 위배하지 않는 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아이로봇」은 아이작 아지모프의 로봇 3원칙에 기반한 2035년의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배경으로 한다.

아지모프의 대부분이 작품이 이러한 3가지 원칙에 기반한 SF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인공지능(AI)이 이전 어느 시기보다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왔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각 가정마다 가사도우미가 도입될 정도로 로봇이 보급되는 미래. 그 미래에 로봇은 대용량 중앙통제 컴퓨터 VIKI에 의해 통제된다. 작품에서는 VIKI의 로봇1원칙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문제가 된다.

인간들끼리 모였을 때 갈등하고 싸우고 심지어는 죽이게 된다. 그리고 이는 인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적극적인 행위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로봇)에 의한 인간 통제다. 비록 인간들은 다소 불편함은 느끼겠지만, 생명을 보호할 수 있으니 논리적으로 로봇에 의한 지배가 합리적인 방편이다.

영화는 이러한 갈등 구도를 해결하는 방식이 전통적인 헐리우드 액션 스타일로 그려지고, 2004년도 CG로 처리되다보니 지금 보면 부족함이 느껴지는 한계가 느껴진다. 그렇지만, 과거보다 시간이 흐른만큼 더 강렬하게 메세지가 전해진다.

자율주행차 운행과 인공지능에 대한 이슈가 화제가 된 것도 이미 몇 년이 흘렀다. 가까운 미래 자율주행자동차가 보편화된다면 여러 가지 문제(제도 운영, 사고 시 책임문제 등)등을 생각해 봤을 때 중앙통제 운영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경우 여러 상황이 발생하는 도로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통제가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학습하는 AI에 의해서 발생한다면. 또는 하루에도 수백조위 돈이 오가는 금융시장에서 투자 AI가 학습을 통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다면. 로봇과 함께하는 미래가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을 듯하다.

이런 디스토피아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그 대답은 자살한 박사가 주인공 형사에게 전한 홀로그램 속 대사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로 느껴졌다.

‘그것이 올바른 질문이야.‘

홀로그램 속에서 박사는 답을 말해주지 않지만, 질문 속에 핵심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혼란스러운 미래. 이 미래를 카오스(chaos)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코스모스(cosmos)로 만들 것인지는 올바른 우리의 질문에 달려 있을 것이다.

발전하는 과학 기술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아이로봇」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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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08: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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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09: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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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19: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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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2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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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문학의 기적적인 것은 완전히 기이한 것과 모험적인 것으로 해체되고 그 개별적 내용들로 인해 종종 완전히 부조리로 빠져든다. 하지만 동화문학이 현실적으로 작가가 의도한 내용을 갖고 있는 한, 그 기적적 요소도 우리가 앞에서 부정확함에 대해 다루었을 때 돌려주어야 했던 그런 상징적 진실성은 갖는다. 이런 상징성은, 즉 어린이의 부드러운 환상을 통한 이념의 반영은 진정한 동화와 자연스럽고 윤리적인 삶의 커다란 힘들을 본능적으로 조화시킨다.(p316) <추의 미학 醜의 美學> 카를 로젠크란츠(Johann Karl Friedrich Rosenkranz, 1805 ~ 1879)


 <추의 미학>에서 저자 카를 로젠크란츠는 동화의 환상적인(fantastic) 요소를 부조리하다고 비판을 한다. 또한, 동화는 상징성을 가지고 어린이들에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세계의 동화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편의 동화와 민담>은 원래 아이에게 들려줄 생각으로 구입했지만, 이 책을 읽고난 후 생각을 접게 되었다. 그것은  동화 속에서 아름다움이 내 기대와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유럽 전래 동화와 민담으로 구성된 이야기 속에서 행복한 결말은 대부분 악인들의 비참한 최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말하는 이야기 구조 속에서 악인들은 그야말로 처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사람들은 마녀를 말의 꼬리에 매달아 들판으로 끌고 다녔다. 마녀는 이곳에서는 팔이 부러지고 저곳에서는 다리가 부러졌다. 저곳엔 도랑이, 이곳엔 바위가 도사리고 있었다. 마녀는 덤불과 나무에 부딪혀 머리는 박살이 났다. 새들은 날아와 마녀의 살점을 쪼아 먹었고, 바람은 일어 마녀의 뼈를 흩날렸다. 결국 마녀에 대한 어떤 기억이나 흔적은 한 자락도 남지 않았다.(p365) - 하얀 오리 中-


 거인과 마법사는 절망감에 빠져 손을 비비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고약했던 그들의 지배 기간이 끝났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잭은 단칼에 그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 순간 마법사는 하늘로 올라가 회오리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드디어 마법이 풀렸고, 그토록 오랫동안 새나 야수의 모습으로 변해 있던 모든 기사들과 처녀들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으며, 성은 연기구름 속에 사라졌다.(p269) - 거인을 죽인 잭 中 -


 셋은 모두 만족했다. 왜냐하면 사냥꾼은 늑대의 가죽을 벗겨 그것을 갖고 집으로 갈 수 있었고, 할머니는 빨강모자가 가지고 온 케이크와 포도주를 드시고 다시 기운을 차렸으며, 빨강모자는 다음과 같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말아야 해. 앞으로 다시는 길에서 벗어나 혼자서 숲으로 들어 가지 않을 거야.'(p337) - 빨강 모자 中 -


 <세계의 동화> 속의 많은 이야기에는 마녀, 거인, 난쟁이, 마법사들이 악인(惡人)으로 나온다. 대부분이야기들의 결말은 주인공들은 행복해지는 반면, 악인들은 사악한 존재이기 때문에 비참한 결말을 맞게 된다.(성냥팔이 소녀 제외) 이른바 해피 엔딩(Happy Ending)의 구조 속에서 마녀, 거인, 난쟁이, 마법사들은 진실하지 않고, 사악(邪惡)하며, 추(醜)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진선미(眞善美)의 삼위일체가 최고 덕목이라면, 이들은 정확히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이야기가 전해오는 것처럼 사악한 존재였을까? 작품 속에서 이들이 사악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개연성(蓋然性)있는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들은 '마법사', '마녀', '거인'으로 불리는 순간 사악한 존재로 낙인찍히고, 공식처럼 이들은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악마적인 존재들은 주문을 외고 마법의 약을 만들고, 그 밖에도 태곳적부터 존재해 왔던 여러 가지 마법을 부리는 능력이 있다.... 흑마술은 남자(마법사)와 여자(마녀) 모두가 부린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음에도, 뿌리 깊은 여성 혐오증은 처음부터 사악한 존재들을 여성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마녀들은 주문을 외는 것은 물론이고, 본격적인 주연에 탐닉하며 육욕의 상징으로서 염소의 형상을 한 악마와 성관계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었다. 결국 빗자루에 올라탄 마녀의 이미지는 확실히 남근 숭배와 관련이 있다. 전설은 아무런 근거 없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른바 마녀들이라고 불리던 여자들은 약초와 미약들을 꿰고 있다고 주장했던 나이 많은 <현명한 노파들>이었다... 임상적인 사례들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마녀들은 대중적 하위문화의 한 형태를 대표했다.(p203) <추의 역사 Storia della Bruttezza>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1932 ~ 2016) 

[그림] <마녀들의 집회 Witchers' Sabbath> 프랜시스 고야(출처 : 위키피디아)


  마법사, 마녀로 대표되는 이들은 이유없이 그렇게 불리우는 순간부터 없애야 할 대상이되고, 주인공들의 잔혹한 행동 역시 아름다움(美)과 영웅적 행동으로 승화된다. <헨델과 그레텔>에서 이들 남매가 마녀를 죽이는 행위가 단지 마녀가 사악하다는 이유로 합리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는 전래동화 속 악인이 억울할 수 있겠다는 측면을 제시해준 의미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결국 <세계의 동화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편의 동화와 민담> 속의 아름다움은 보편적으로 우리에게 받아들여지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반추(反醜)에서 나오는 '상대적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누군가는 추한 존재로 되어야만 하는 동화를 지속적으로 들려주면서 사회화(社會化)시키는 과정 속에서 인류 역사가 지속되어 왔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대립과 갈등하는 이유가 옛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닐런지. 그런 면에서 아이들에게 <세계의 동화>를 들려주는 것은 주저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은 가치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세계의 동화>에 담겨있는 동화와 민담 속에는 역사 속의 여러 모습이 담겨있다. 다른 민족, 마법사, 마녀, 거인, 난쟁이 등으로 표현되는 추(醜)와 악(惡)을 통해서 우리는 현재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내려져 있는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세계의 동화>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자성(自省)의 계기로 삼을 때 이 책은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세계의 동화>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읽혀주기보다 어른이 되었을 때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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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8 15: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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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8 15: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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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3-08 16: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근대 이전의 아동은 ‘작고 미숙한 어른’으로 취급받았어요. ‘작고 미숙한 어른들’이 즐겨 읽었던 전래동화는 ‘어른을 위한 동화’나 다름없죠. 이때 동화는 어린이 동화에서 볼 수 있는 권선징악 결말이 없었을 거예요. ‘아동’의 개념이 확립되면서 동화의 형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면 흥미로울 것입니다. 고야의 퍼스트 네임은 ‘프란시스코’입니다. ^^

겨울호랑이 2018-03-08 16:49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동화‘와 ‘아동‘의 변천사도 함께 고려해서 보면 cyrus님 말씀처럼 재밌을 것 같네요. 좋은 관점 제시 감사합니다.^^:)

AgalmA 2018-03-11 0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성 경우 차를 여성 이미지로 취급하잖아요. 뭘 타기만 하면 반대의 성을 끌어오는 거 보면 인간 사고방식의 패턴 같기도 해요^^; 성행위와 유사성으로 보는 거니까.

프로이트 경우도 신경증이나 꿈 이미지를 성의 유사성으로 많이 해석했잖습니까.

겨울호랑이 2018-03-11 09:12   좋아요 2 | URL
AgalmA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분은 사람은 해석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한다는 일종의 ‘은유‘에 해당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동화 역시 당대 세계관의 은유적 표현의 결과라 여겨지네요. 그렇다면, 동화에 대한 수동적 해석이 아닌 현대 관점에서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2018-03-12 1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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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2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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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1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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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1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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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16: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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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20: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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