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고립주의를 택하면서 글로벌 리더의 자리를 스스로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과는 정치적으로는 북핵 문제와 남지나해 문제 등으로, 경제적으로는 보복 관세 부과등을 통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진] 트럼프의 무역쇄국(출처 : 매일경제)


 이러한 현실 속에서 1년 전 미국의 석학 조지프 나이(Joseph Samuel Nye, Jr., 1937 ~ ) 하버드 대학 교수가 미국이 '킨들버거 함정'과 '투키티데스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고했던 기고문을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이번 페이퍼와 다음 페이퍼에서는 킨들버거 함정과 투키티데스 함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당 서적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기사출처 : http://www.hankookilbo.com/v/2538a200b1e94befaa0d19e9bccec112/

 

 <경제 강대국 흥망사 : 1500 - 1990 World Economic Primacy : 1500 to 1990> 를 통해 찰스 P. 킨들버거(Charles P. Kindleberger, 1910 ~ 2003)는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선두의 등장과 쇠퇴에는 일종의 cycle이 존재하며, 이러한 주기를 움직이는 요인은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시간과 공간에 따라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최적의 제도 역시 사안에 따라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 속에서 말하는 킨들버거 함정은  마셜 플랜을 설계한 찰스 킨들버거가 제시한 이론으로, 새롭게 등장한 패권 국가가 기존 패권국이 생산하던 공공재(public goods)를 제공하는 데 실패할 때 전 세계적 재앙이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선두의 정의는 무엇인가부터 살펴보자.


 1. 경제적 선두와 공공재

 

킨들버거에 따르면 경제적 선두란 지배의 개념이 아닌 '리더십에 따른 공공재'를 의미한다.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공공재에는 국방, 사법, 대규모 SOC건설 등이 포함되지만, 이러한 구분은 국내에 한정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국제적 차원의 리더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 선두(economic primacy)는 국민소득(총소득과 1인당 소득), 성장률, 기술혁신의 수와 그것이 장차 개화될 가능성, 생산성 증가율, 투자 수준(국내투자와 해외투자), 원료 및 식량과 연료의 통제, 각종 수출시장 점유율, 금 보유고와 외환 보유고, 자극 화폐가 다른 나라에서 교환수단, 계산단위, 가치의 축적 수단으로 쓰이는가의 여부 같은 것 중 어느 하나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것들과 함께 또 다른 경제적 기준들이 혼합되는 가운데 - 그리고 그때의 가중치는 시간과 장소마다 다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 경제적 우위가 결정되는 것이다... 경제적 선두는  최상의 경우 지배나 헤게모니보다는 세계경제의 리더십에 따른 공공재(公共財, public goods)가 된다.(p28)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애덤 스미스는 세 가지 형태의 공공재를 언급한 바 있다. 국방, 사법, 그리고 민간부문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큰 규모의 건설이 그것이다. 이 각각의 카테고리는 더 다양한 정부의 업무로 확장할 수 있다.(p54)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몇 해 전에 나는 1930년대의 세계공황에 대한 책에서 경제적 리더십을 가진 국가는 상품, 자본, 외환의 국제시장을 유지하고 거시경제 정책을 조정하며 위기시에는 최후의 신용공여자(信用供與者) 역할을 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된다고 쓴 바 있다.(p15)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세계경제의 리더십에 따른 공공재로서 '경제적 선두'의 역할 중 하나를 킨들버거의 다른 책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 Manias, Panics and Crashes : A History of Financial Crises>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궁극적 대여자


 국가 차원에서 궁극적 대여자는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초래될 경제적 파탄을 방지할 책임을 가진다면, 국제적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는 국제 단위 환율 변동 등을 막기 위해 보다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일국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가 맡아야 하는 기본적 책임은, 국내 유송성의 부족이 채물지불 능력의 문제로 확대됨으로써 투매와 경계 매도(precautionary selling)가 없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파산을 야기하게 될 개연성을 줄이는 일이다... 국제적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가 맡아야 하는 기본적인 책임은 필요한 환율 변동의 범위를 개선하고 경제적 펀더멘털 측면에서 불필요한 환율 변동을 막기 위해 유동성을 제공하는 일이다.(p395)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 中


 국제적차원의 궁극적 대여자는 여러 나라들이 장기균형 환율에서 이탈한 시장 환율의 괴리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적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를 창출하는 일에서 한 가지 문제는 그 활동을 통제하게 될 법률적 틀과 운영규칙을 수립하는 것이다.(p398)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 中


 금융면에서 경제적 선두의 대표적 역할은 기축통화(基軸通貨, 영어: world currency)이 공급이라 할 수 있다. 최근까지 세계의 소비국으로 물건을 소비하고, 대금을 달러로 지급하면서 달러를 공급하던 미국의 역할은 트럼프의 정책이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면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세계가 직면한 문제는 미국 이후의 글로벌 경제 리더의 역할을 받을 나라가 아직 없다는데 있다.


3. 세계경제 주도권 행사


 1973년 이전에는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행사하던 한 국가가 쇠퇴하면 대개 그 자리를 기꺼이 넘겨 받으려고 하거나 더 나아가서 그러기를 열망하는 다른 국가가 흥기(興起)했다. 프랑스, 독일, 일본의 경우가 말해 주듯이, 아직 그 자리가 비지 않았을 때에 이미 계승 후보자들이 존재하기도 했다.(p354)... 경제력을 갖추었다는 것과 세계평화, 안정, 성장과 같은 공공재를 구축하기 위해서 그 경제력을 사용하는 것 사이에는 모호성이 존재한다.(p355)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킨들버거도 이후 어떠한 국가가 세계 경제 리더쉽을 이어받을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현재까지 분명한 것은 중국이 미국 다음의 경제 대국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중국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독자적인 무역대국으로서 중국을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경제력을 갖추었지만, 세계 공공재를 구축하기 위해 그 경제력을 사용하는데 모호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현대 중국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기꺼이 지도자 자리를 인수하려는 자가 없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나이, 나우, 피터슨, 로즈크런스와 기타 여러 사람이 주장하듯이 미국 경제가 새로운 회복력을 보이고, 미국의 경제와 정치 리더십이 1950년대와 1960년대처럼 다시 압도하게 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p356)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만약 미국이 복귀하여 세계경제의 중심 혹은 리더의 역할을 계속하는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내 판단으로는 가까운 미래에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p357)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누군가는 최근 막 내린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속의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이 대국굴기(大國崛起)를 선언한 것이 아닌가 주장할 수도 있겠다. 시진핑의 1인 집권을 장기화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환경 문제 해결 등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그 예로 들기도 하겠지만, 이 역시 '중화사상 中華思想'이라는 고립주의의 또다른 표현이라는 편이 보다 더 정확다고 여겨진다. 



 [사진] 시진핑 주석의 19차 당대회 보고 주요 내용(출처 : 경향신문)


 사실, 중국이 경제적 선두가 되기 어려운 문제는 중국의 경제가 미국 의존적이라는 사실에 있다. 중국 수출품의 다수가 미국에서 팔리고, 중국의 첨단 기술 다수가 미국이 지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현실 속에서 '미국 없는 중국 경제 패권'은 아직 상상하기 힘들다.


 [사진] 중국 경제의 미국 의존도(출처 : 뉴스타파)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세계경제가 직면한 킨들버거 함정은 '너무도 빠르게 경제적 선두의 위치에서 내려온 미국과 아직 경제적 선두로 올라가기에는 경제력이 약한 중국'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지프 나이 교수가 지적한 투키티데스 함정은 무엇인지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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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9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9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9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9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8-04-10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시는 글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8-04-10 09:5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후애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도이 2020-06-01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글감사합니다~
 

는 어제 비제의 걸작을 스무 번째 -당신은 이것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 들었습니다. 정신을 유연하게 다시 가다듬고 그것을 견디어냈으며 다시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나 자신의 끈기 없음을 이겨낸 일이 나를 놀라게 합니다. 이런 작품을 어떻게 더 완전하게 만든단 말입니까! 사람들 자신이 이 작품과 더불어 '걸작' 이 되는데요. - 그리고 카르멘을 들을 때는 언제나 나 자신이 다른 때보다 더 철학자인 것 같고, 더 나은 철학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렇게 나는 느긋해졌고 행복해졌으며, 인도적 Indisch이 되었고, 엉덩이가 무거워졌습니다. 다섯 시간을 앉아 있는다는 것 : 성인다움의 첫단계이지요! - 비제의 오케스트라 음색이야말로 내가 여전히 참아낼 수 있는 유일한 음색이라고 말해도 되겠습니까?... 내가 생각하기에 비제의 음악은 완전한 것 같습니다.이 음악은 가볍고 탄력 있으며 정중하게 다가옵니다. 이것은 사랑할 만합니다... 비제의 음악은 악하고, 세련되었으며, 숙명적입니다. 이 음악은 풍부합니다. 이 음악은 간결합니다...(p17) <바그너의 경우> 中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 ~ 1900)가 완벽한 음악이라고 격찬한 비제의 음악 중 가장 유명한 곡(曲)은 <카르멘>이고,  그 중에서도  <하바네라 Habanera>가 일반에게 가장 친숙한 곡인것 같습니다.

 


 이국주의와 사실주의가 결합된 비제(Georges Bizet, 1838 ~ 1875)의 <카르멘 Carmen>은 1875년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스페인적인 색채는 무엇보다 주인공 카르멘이라는 인물에서 나타났다. 담배 공장에서 일하는 집시 여인 카르멘은 순간의 쾌락만을 위해 산다. 그녀의 외설적인 의상과 행동, 도발적인 성적 매력과 언어, 비제의 음악, 이 모든 것들이 규범적인 사회의 아웃사이더인 그녀를 특징지으며 그녀를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인 인물로 만들어 낸다. 비제는 세 개의 스페인 선율을 차용했는데, 카르멘의 유명한 <하바네라 Habanera> '사랑은 다루기 힘든 새'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스페인적으로 들리는 음악의 대부분은 집시나 스페인 음악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은 현대적인 프랑스 양식과 혼합하여 비제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이다. 그녀가 순진한 상병 돈 호세를 유혹하며 부르는 세기딜랴는 빠른 3박자의 스페인 노래의 한 유형이다. 기타를 모방하는 반주 패턴, 멜리스마와 우아한 음조의 성악 선율, 프리지아 선법의 화성 등의 특징들은 관습적으로 스페인 음악과 결부된 것들이다.(p149)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 中


 한동안 미세먼지가 심하더니, 오늘은 덥지도 않고 흐리면서도 공기가 맑은 하루였습니다. 덕분에 밖에 놀기도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하바네라>가 봄에 어울리는 노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많이 생각납니다. 벌써 일요일 밤도 깊어 가고 있습니다. 이웃분들 모두 상쾌한 한 주의 시작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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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9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9 0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04-09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제의 하바네라, 언제 들어도 진리네요.

카수의 인상이 목소리만큼이나 인상적
이었습니다.

마치 인상으로 노래를 부르는 듯...

겨울호랑이 2018-04-09 11:46   좋아요 0 | URL
니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레삭메냐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침묵의 세계 - 개정3판
막스 피카르트 지음, 최승자 옮김 / 까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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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의 세계>는 혼란스러운 책이다. 책에서 침묵에 관한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적어도 '말'과 '침묵'과의 관계를 다룬 부분에 한해서는 그렇다.


 막스 피카르트(Max Picard)는 <침묵의 세계 Die Welt des Schweigens>에서 침묵의 세계를 긍정하고 있다. 저자에 의해 그려진 침묵의 세계는 지구에 많은 생명(生命)을 탄생시킨 '바다'와 같은 어머니(母)의 이미지와 같이 그려진다. 이러한 이미지의 침묵 속에서 우리는 <도덕경 道德經>에서 무(無)에서 유(有)가, 그리고 다시 이들로 인해 만물(萬物)이 생겨난다는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침묵은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고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침묵은 능동적인 것이고 독자적인 완전한 세계이다. 침묵은 그야말로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위대하다. 침묵은 존재한다. 고로 침묵은 위대하다. 그 단순한 현존 속에 침묵의 위대함이 있다. 침묵에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p17)


 말과 침묵은 서로 합하여 하나의 일체를 이룬다. 말은 자신이 솟아나온 침묵과의 연관 속에 계속해서 머물러야만 한다. 말이 다시 침묵으로 향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에서 볼 때 당연하다... 말이 침묵에서 태어난 뒤에도 말에는 침묵이 깃들어 있다. 말의 세계는 침묵의 세계 위에 세워져 있다.(p36)


[사진] 바다와 생명(출처 : 한겨레 신문)


反也者 道動也 반야자 도동야 

弱也者 道用也 약야자 도용야  

天下之物生於有生於亡 천하지물생어유생어망 


되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요,

유약한 것이 도의 쓰임이니,

세상의 만물은 유(有)에서 생겨나고, 유는 무(無)에서 생겨난다. 


<도덕경 道德經> 40장 章 임채우 譯


 저자에 따르면 '침묵'은 독자적으로도 존재가능하지만, '말'은 '침묵'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침묵' 역시 '말'이 없었다면, 지금과는 그 의미가 달랐을 것이기에 이들은 서로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마치, 혼란의 카오스(chaos) 상태가 말이 없는 침묵의 상태라면, 말(logos)이 생겨난 후 이제 질서 정연한 코스모스(cosmos)상태로 바뀐 것으로 인식하는 저자의 세계관 속에서 우리는 기독교(基督敎)적인 세계관을 발견하게 된다.


 일찍이 침묵이 모든 것을 장악했고, 지구는 침묵의 소유였다. 지구는 마치 침묵 위에 얹혀 있는 것 같았다. 말하자면 지구는 침묵의 가장자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말이 생기자 악마적인 침묵은 붕괴되었다.(p51) 


  In the beginning was the Word, and the Word was with God, and the Word was God.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 1: 1) <신약성경>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2005

 

 침묵은 말이 없이도 존재할 수 있지만, 말은 침묵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말에게 침묵이라는 배경이 없다면, 말은 아무런 깊이도 가지지 못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침묵이 언어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자기 자신만을 위한 침묵, 즉 말 없는 침묵의 세계란 다만 창조 이전의 것일 뿐이다.(p28)


  말은 질서인 로고스로부터 유래된 까닭에 인간적 바깥에 있는 많은 것들을 인간 세계 속으로 들여놓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말은 인간을 위한 방어물이다. 많은 악마적인 것들이 인간에게 침투하여 인간을 파괴시키려고 기다리지만, 인간은 그러한 악마적인 것에 접하지 않도록 보호되고 있다. 실로 인간이 그 악마적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그 악마적인 것이 말 속으로는 뚫고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p179)


 저자는 현대 문명의 문제점을 '침묵'-'말(言語)'의 균형 파괴에서 찾고 있다. 끊임없이 생성되는 말과 점차 소멸되는 침묵 사이의 관계 파괴는 이제 자신의 파괴에까지 이른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그렇다면, 균형회복을 위한 길은 무엇일까? 


  침묵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세계로서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산산조각이 난 한 세계의 잔해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잔해는 그것이 잔해인 까닭에 사람들을 무섭게 만든다. 침묵은 이제 자명한 것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때때로 어떤 사람에게는 아직도 침묵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박물관에나 있는 것 혹은 유령 같은 인상을 준다.(p212)


 이에 대한 답은 저자의 기독교 사상을 근원인 <신약성경>속에서 우리는 침묵과 관련한 여러 구절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기적을 행한 후 청중들에게 함구령(啣口令)을 내리는 예수의 모습이 그려진 <마르코 복음>에서 우리는 침묵과 결합된 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The girl, a child of twelve, arose immediately and walked around. (At that) they were utterly astounded. He gave strict orders that no one should know this and said that she should be given something to eat.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이 일을 알리지 말라고 그들에게 거듭 분부하시고 나서, 소녀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이르셨다. (마르 5 : 42 ~ 43) <신약성경>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2005


 거대한 침묵과 결합되어 있는 말 속에는 거대한 자비가 들어 있다. 단지 다른 한 말에서 나온 것일 뿐인 말을 딱딱하고 공격적이다. 그러한 말은 또한 고독하다. 현대의 우울은 대부분 인간의 말을 침묵과 분리시킴으로써 말을 고독하게 만들었다는데 기인한다. 이러한 침묵의 제거는 인간의 내부에서 하나의 죄책감으로 존재하고, 그 죄책감이 우울로 나타난다.(p37)


 저자는 '말'과 '침묵'과의 관계가 분리되지 않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음을 통해서 우리의 우울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저자는 끊임없는 개발을 통해 자신을 계발(啓發)하고, 자연을 개발(開發)하는 현대 문명에 대해 경고하며 독자로 하여금 이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이제, 그 혼란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저자는 책 내용 전반에서 '침묵'에 대해 긍정하지만, 그가 긍정하는 '침묵'은 '말이 생겨난 이후의 침묵'이라는 느낌을 준다. 저자는 <침묵의 세계> 속에서 변증법(辯證法 dialectics) 구조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침묵'이라는 '정(正)'에 대해 '반(反)'으로서 생겨난 '말'. 그리고, 이에 대한 합(合)으로 만들어진 '말과 결합된 침묵' 으로 구성된 구조 속에서 저자가 긍정하는 내용은 합에 해당하는' 말과 결합된 침묵'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최조의 침묵 역시 그 자체로 긍정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지 않을까. 이러한 중간 결론을 내린 후 다시, <침묵의 세계> 처음으로 돌아가면  다소 혼란을 느끼게 된다.


 침묵은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고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침묵은 능동적인 것이고 독자적인 완전한 세계이다.(p17)


 책 서두에서는 침묵을 독자적인 완전한 세계로 그리지만, 책을 읽다보면 침묵 자체가 완전한 세계라는 저자의 전제가 파괴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니면, 후반부의 침묵과 전반부의 침무기 같은 침묵이 아니거나 아마도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로고스(logos) 기독론(基督論)에 근거한 결합된 저자의 세계관은 분명 음(陰) 그 자체로 긍정한 <도덕경>의 세계관과 다른 부분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말 이전의 세계를 절대악(絶對惡)로 규정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선악(善惡)구도 속에서 책을 바라보기도 어렵다. 이런 면에서 <침묵의 세계>는 이들과는 구별되는 지점에 서 있다고 생각되고,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침묵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면에서 분명 의미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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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18-04-02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1993년판과 2010년판 두 권을 갖고 있는데 번역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해요. 특히 까치 출판사 책 볼때면 교정교열에 조금 짜증이 납니다

겨울호랑이 2018-04-02 13:5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파란여우님의 말씀을 들으니 제가 느낀 혼란이 번역의 문제일수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파란여우 2018-04-02 14: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승자는 저의 최애 시인이지만 번역가로서는 별로에요. 겨울호랑이님이 느끼신 혼란이 번역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번역이 독해에서 중요한건 부정할수 없지요.

겨울호랑이 2018-04-02 15:28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최승자 시인의 시를 읽어보진 못 했어요. 파란여우님의 최애 시인이라 하시니 만날 기회를 마련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cyrus 2018-04-02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파란여우님의 말씀을 보면서 전 이 책이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역자가 유명 시인이라서 그런 걸까요? 리뷰만 봐도 책의 주요 내용이 난해하게 느껴집니다. ^^;;

겨울호랑이 2018-04-02 16:33   좋아요 0 | URL
책에는 침묵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제가 큰 줄기만 가져와서 cyrus님께서 어렵게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본문에는 침묵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있어 직접 않으신다면 제 리뷰와는 다른 관점에서 보실 수 있다고도 생각됩니다^^:)

2018-04-02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2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4-03 07: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말입니다. 침묵과 언어가 하나의 두 가지 모습이란 생각을 합니다. 말을 하지 않을 때 침묵이 들어차고 공백이 있어야 언어로 정리하고 말이 나올 공간이 나오니까 말입니다. 이 성질은 음악이랑도 비슷하죠. 언어나 음악이나 인간이 만든 거니 비슷한 게 당연한 것이겠습니다만.
저도 간밤에 언어에 대해 내내 고심했는데, 도움되는 글 많이 써주셨네요^^

겨울호랑이 2018-04-03 07:05   좋아요 2 | URL
^^:) 침묵과 언어를 하나로 생각하진 못했는데, AgalmA님 말씀을 듣고 보니 새로운 면이 보이는군요. 저 역시 새로운 것을 AgalmA님으로부터 배워갑니다^^:)

나와같다면 2018-04-03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한한 사랑. 안타까움. 슬픔. 분노. 고통. 정의.. 를 담고있는 신의 침묵 Silence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신은 왜 침묵하고 계시는지..
아니면 무엇이 우리의 귀를 막고 있는지..
침묵속의 음성은 무엇을 말하는지..

겨울호랑이 2018-04-03 14:53   좋아요 2 | URL
잘은 모르겠지만, 신의 뜻은 세상의 이치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영원을 사는 것이 아닌 짧은 시간을 사는 우리는 거대한 흐름을 보기에 부족함이 많은 존재는 아닐런지요...

2018-04-03 21: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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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4 18: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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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4 1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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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5 1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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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5 1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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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5 1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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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5 14: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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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6 1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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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6 11: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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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한 점
도화 꽃이 피는지를 아는가.

보오얀히 아지랑이 아리히는
이제는 안팎이 없는 나의 가슴 안

그 어느 촌스런 등성이 가지에
시방 한 점 도화가 꽃 버나니.

이제는 나가 아니란다.
나 안에 있는 너!

그 너가
시방 벌어 나나니.

아아 이렇게
보오얀히 아리히는 천지가 -나가-

나 아닌
너가! -「개화」유치환 <깃발, 나부끼는 그리움> 중 -

어제는 오랫만에 날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개나리도, 목련도 핀 교정에서 봄을 느껴봅니다. 오늘 비가온다는데 이 비에 목련이 지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사진에 담아 올려 봅니다. 이웃분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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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까페 2018-04-01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련이 활짝 폈네요.
이곳은 아직은 봉우리랍니다.
좋은 날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8-04-01 08: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소은까페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서니데이 2018-04-01 0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나리와 목련이 활짝 피었네요.
제가 사는 곳에는 지난 금요일부터 조금씩 하얗게 변하기 시작한 정도예요.
날씨가 따뜻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조금 더 빨리 필 것 같은데도요.
겨울호랑이님,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4-01 09:02   좋아요 2 | URL
정말 날이 갑자기 더워졌지요? 미세먼지만 없으면 참 좋은 봄날일텐데요... 오늘 비에 먼지가 씻겨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서니데이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Dora 2018-04-01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답네요 부활 축하드려요

겨울호랑이 2018-04-01 09:19   좋아요 0 | URL
Dora님도 행복한 부활절 아침 되세요^^!:)

bookholic 2018-04-01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우절 거짓꽃은 아니겠죠?^^
행복한 봄날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8-04-01 10:34   좋아요 0 | URL
^^:) 만우절 장난하기에는 블록버스터급이라 ㅋㅋ bookholic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레삭매냐 2018-04-01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동물원에 가보니 개나리는 물론이고
목련이 올라 왔더라구요.

이제 곧 벚꽃피는 계절이지요.

바람에 휘날리는 벚꽃을 기대해 봅니다.

겨울호랑이 2018-04-01 10:40   좋아요 0 | URL
어제 진해 군항제 전야행사가 있었다네요. 봄꽃이 봄소식을 가져다 주는 시절임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레삭매냐님 행복한 4월의 봄날 되세요!^^:)

별이랑 2018-04-01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련이 어쩜 저리 예쁜지...
겨울호랑이님 덕분에 울동네서 보려면 아직 한참 먼 꽃구경 하네요 .
좋은 하루 되세요 ^^

겨울호랑이 2018-04-01 14:26   좋아요 0 | URL
^^:) 별이랑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hnine 2018-04-01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께서 쓰신 시인줄 알았어요^^
시만큼 아름다운 사진이네요.

겨울호랑이 2018-04-01 15:22   좋아요 0 | URL
에고, 설마 제가요..ㅋ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작가명도 적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nine님 행복한 봄날 되세요

자목련 2018-04-01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명하고 환한 봄이 가득하네요. 곧 사라질 봄, 즐겁고 기쁜 시간으로 채우세요^^

겨울호랑이 2018-04-01 18:1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자목련님도 행복한 봄날 되세요.!^^:)

북프리쿠키 2018-04-01 1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어가면서 봄의 느낌이 달라졌어요ㅎ 더 소중해졌다고나 할까요^^

겨울호랑이 2018-04-01 19:15   좋아요 2 | URL
시간이 흘러가면서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적게 남아 있음을 많이 느끼는 요즘이라 저 역시 북프리쿠키님과 같은 느낌이 드네요..^^:) 북프리쿠키님 얼마 남지 않은 2018년 4월 1일 일요일 잘 마무리 하세요!ㅋ

마립간 2018-04-02 15: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부터 우리 동네에 동백, 목련, 개나리, 벚꽃과 사과 꽃, 살구 꽃이 한꺼번에 꽃이 펴, ... (매화가 동백보다 새치기, 진달래는 동네에 없고, 철쭉만 순서를 지키는 듯,)

겨울에서 1주일 간 봄으로 퉁치고 바로 여름으로 넘어가는 ... ; 아침 운동할 때, 보기는 좋습니다만.^^

겨울호랑이 2018-04-02 15:30   좋아요 1 | URL
^^:) 정말 2주전에 눈 내렸는데 봄이 정말 짧아졌어요. 중간층이 없어지고 양 극단화되는 현상이 사회계층만의 문제가 아닌듯 하네요...

2018-04-03 10: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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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3 1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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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제가 어렸을 적에 어른이 되고 싶은 2가지 이유와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잠시 해보려 합니다.

 Long long time ago, 어른이 되면 예방주사를 더 이상 맞지 않아도 되고, 흔들리는 이가 빠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물론, 어른이 되면 예방주사 대신 내시경을 해야한다는 사실과 결국 나이들면 틀니와 임플란트 중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면 결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하고 싶었던 일은 커다란 수영장을 ‘환타‘, ‘사이다‘로 채워 입만 벌리면 탄산음료를 먹을 수 있도록 꾸미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뚱맞은 이야기는 이번 리뷰의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달콤한 목욕」은 사이다로 목욕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가뭄이 들어 물이 끊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물 대신 사이다로 샤워를 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에는 맛있는 탄산 음료 생각에 ‘환타 수영장‘까지 생각했음에도, 어른이 된 지금은 탄산음료의 끈적거림을 상상하면 ‘사이다 샤워‘는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이처럼 현실을 너무 많이 알게 되어, 안 좋은 면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성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달콤한 목욕」에서는 아이들 관점에서 끈적거리는 탄산의 느낌을 씻겨냅니다.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내리는 비로 사이다도 씻겨 보내고, 가뭄도 멈추게 되는 행복한 결말 속에서 이제는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간절했던 (지금은 잊고 지내는)소원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예전 ‘환타 수영장‘을 꿈꾸었던 것과 같은 느낌을 두 번 다시 갖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런 잃어버린 시간의 느낌은 「피터 팬」에서 어른이 된 웬디에게 어린 피터 팬이 다시 나타났을 때와 같은 느낌이겠지요. 어른이 된 웬디는 피터 팬과 함께 다시 원더랜드로 가지 못했던 것처럼, 저 역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듯 합니다. 웬디가 다시 돌아온 피터 팬을 통해 함께 했던 시간을 추억했던 것처럼, 「달콤한 목욕」을 통해 1980년의 어느 유년 시절을 잠시나마 뒤돌아 봤습니다...

 ps. 「은하철도 999」에서 여주인공 메텔이 한 명대사가 떠오르네요. ‘안녕, 은하철도 999, 안녕 소년 시절...‘

[사진] 은하철도 999 (출처 : http://elros.tistory.com/290#.Wr2vYC5uZ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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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09: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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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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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8-03-30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환타, 사이다, 콜라는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음료였지요.
1년에 한두 번 소풍 때나 겨우 먹어볼 수 있었던 그 기가 막히고 짜릿한 맛을 멀리 하고,
이제는 소주나 막걸리를 더 즐겨 찾는 게 결국 변해 버린 ‘입맛‘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어른이라는 형편이 왠지 조금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3-30 12:03   좋아요 1 | URL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저는 술을 잘 못합니다만, 생각해보니 이제는 커피를 더 즐겨 마시게 되었네요. 어렸을 때 그렇게 좋아하던 ‘짜장면‘도 이제는 좀 느끼하게 느껴지는 것도 oren님께서 말씀하신 변해버릿 ‘입맛‘때문인 듯합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결국 ‘변화 불변의 절대‘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파르메니데스보다는 헤라클레이토스가 세상을 조금 더 인간적으로 바라봤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AgalmA 2018-03-30 2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치과 가는 거 아직도 너무 고역ㅡㅜ)...
와이고, 연의 그새 또 엄청 자란 듯. 몰라보겠어!(언제는 직접 봤나;;;)

겨울호랑이 2018-03-31 12:06   좋아요 2 | URL
제게도 치과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무서운 일이지요. 치과 공포증은 언제나 극복되려나... 아이들은 무척 빨리 자라는 것 같네요^^:)

2018-04-03 1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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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3 1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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