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길냥이가 연의로부터 ‘귀요미‘라는 이름을 하사받고 함께 지낸지 10일정도 지났습니다. 그동안 여러 이웃분들로부터 격려와 응원을 받았기에 그동안 찍은 몇몇 사진을 올려봅니다.

귀요미가 오고 나서 처음에는 제가 ‘집사‘가 된 줄 알았는데 지금은 집사가 아니라 ‘횃대‘가 되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마치 낸시랭의 고양이처럼 제 어깨에 올라와 있기를 좋아하는 녀석 덕분에 고양이 꼬리에도 많이 맞아봤네요.

처음에는 고양이 발톱때문에 무서워하던 연의도 귀요미와 공놀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 아빠로서 흐뭇해집니다. 둘이 노느라 생긴 여유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생각하다 고른 책을 마지막으로 고양이 안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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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11-12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넘 귀엽네요. ^^ 우리집 강아지와 비슷^^
최근 집 근처 새로 생긴 “야옹아 멍멍해봐”란 펫샵 이름이 떠오릅니다. ㅋㅋ
그리고 무척 부지런하세요, 벌써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겨울호랑이 2018-11-13 10:26   좋아요 1 | URL
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아직 강아지스러운 면이 제법 많습니다. 움직이는 공을 보면 정신없이 쫓아가고 있지요. 조만간 공을 물어오는 훈련을 시킬까 고민중입니다.ㅋㅋ 날이 스산해지니 트리가 조금은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 일찍 꾸며놓았는데, 너무 이른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 감사합니다.

2018-11-12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3 0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목나무 2018-11-13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요미에게 인간 횃대가 든든한가 봅니다. ㅋㅋ
크리스마스 트리 벌써 장식하시는가 보군요.
식구가 늘어서 이번 겨울은 특히 더 행복하실 것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8-11-13 10:26   좋아요 0 | URL
^^:) 네 예상하지 못한 식구가 늘어 정신없긴 합니다. 다른 한 편으로 연의와 귀요미만의 시간이 늘어날 생각을 하면 지금의 혼란기는 짧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그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몸을 타고 올라올 때는 조금 아프긴 하네요.ㅜㅜ

오후즈음 2018-11-13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때 손톱으로 할퀴면 많이 아파요 ㅜㅜ 손톱 짤라주셔야 상처 안생기세요 ㅜㅜ 저도 저때 엄청 할큄 당해서 상처가 많이 났거든요. 추워지는데 따뜻한 집이 생겨서 귀요미는 행복한 녀석이네요

겨울호랑이 2018-11-13 10:3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아직 새끼 고양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어릴 때부터 손을 봐줘야 하는 군요... 여러모로 이웃분들께 많이 배우게 됩니다. 오후즈음님 감사합니다!^^:)

지그재그 2018-11-13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색여아군요ㅠ한창 깨발랄 뿌시래기ㅠ느무 이뻐요~

겨울호랑이 2018-11-13 12:27   좋아요 0 | URL
와! 지그재그님 대단하세요. 생긴 것만으로도 암수를 구별하시네요. 동물병원에서 70일 정도된 암컷이라고 하시더군요. 요즘 먹성이 좋아서 부쩍 크고 있다는 것을 변을 치우며 깊이 느끼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지그재그 2018-11-13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색이는 거의 암컷. 수컷삼색이는 유전적으로 거의 희박해서 일본에서 부르는게 값이래요ㅎㅎ하지만 대부분 삼색은 행운의 고양이니...겨울호랑이님 이제 봄날이 올겁니당~^^

겨울호랑이 2018-11-13 13:40   좋아요 0 | URL
^^:) 아 그렇군요! 지그재그님 덕분에 배워 갑니다. 삼색이가 행운의 고양이였군요. ^^:) 지금은 저는 다른 것보다 너무 졸졸 따라다녀 문에 낄까 걱정이라 좀 컸으면 합니다만, 행운을 가져다 준다니 잘 모셔야겠군요.ㅋ ㅋ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 2018-11-13 15: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생명을 구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하고 신비롭고 그리고 무거운 것인가..

겨울호랑이 2018-11-13 18:30   좋아요 1 | URL
^^:) 뭐 그냥 같이 살아가는거지요. 이 녀석이 엄청 잘 먹어서 처음보다 많이 무거워지기는 했습니다
ㅜㅜ 감사합니다!

2018-11-13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3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5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5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11-16 2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댁 트리 사진을 보니,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날씨가 차가워져서 그런지 트리가 반짝거리면 따뜻한 느낌이 들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11-16 21:56   좋아요 2 | URL
벌써 11월도 중반을 넘어섰네요. 트리를 보니 연말이 다가옴을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서니데이님 건강에 유의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이번 주말 전라도 강진 康津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이즈음이면 할머니 기일이 돌아오기에, 아버지를 모시고 산소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다른 어른들도 찾아뵙는 것이 연례 행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라오는 길에 강진의 명승을 돌아보는 것 또한 행사의 일정이 되었고, 올해에는 백운동 별서 정원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제가 둘러본 백운동 별서정원의 사진을 중심으로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의 설명과 함께 별서 정원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합니다.



 

 백운동 白雲洞 별서 別墅는 월출산 옥판봉 남쪽 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행정구역 상으로는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안운마을에 자리잡은 전통 정원이다. 담양의 소쇄원 瀟灑園과 명옥헌 鳴玉軒, 강진의 다산초당 및 해암의 일지암 一枝庵 등과 더불어 호 전통 원림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은 입산조인 이담로 李聃老(1627 ~ ?)가 중년에 조성하여 만년에 둘째 손자 이언길 李彦吉(1684 ~ 1767)을 데리고 들어와 살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12대에에 걸쳐 이어져온 유서 깊은 생활공간이다.(p12)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中 


 백운동 별서는 강진 무위사 無爲寺를 지나 월출산 月出山을 타고 주변의 차밭을 지난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다소 떨어진 곳으로 나무숲 아래를 지난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차도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나무와 바위 등으로 자연스럽게 구분되어 있어 이곳을 지나가면서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앨리스 Alice가 이상한 나라를 갈 때 느낌이 이러한 느낌이었을까요. 이에 대해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별서는 살림집인 본제 本第에서 떨어져 인접한 경승에 은거를 목적으로 조성한 제2의 주거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간단한 취사와 기거가 가능한 소박한 형태의 별장이란 의미로 쓰인다. 입지적 특성에서 보면 우선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 자리잡고 본제, 즉 살림집에과는 도보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하며, 마을과는 대체로 차폐물이나 물리적 방법을 통해 격리되어 있다.(p27)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中 



 일반적으로 별서 정원은 입지 특성상 마을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격리된 공간에 자리잡는다. 격리는 대숲이나 동백림 등의 차폐림 혹은 하천에 의해 이루어진다... 백운동 별서는 차폐림 구실을 하는 동백나무와 비자나무 등 상록수림과 집옆을 흐르는 계류에 의해 아래쪽 안운마을과는 이중으로 차단되어 있다.(p31)... 양옆의 대숲과 계류 주변의 차폐림은 담장 밖의 시선이 숲을 벗어나지 못하게 막아 별서 내부 공간은 그대로 분지의 형국을 띠면서 숲속에 폭 안긴 모양새다.(p35)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中


 이러한 나무 울타리를 지나고 나면 별서 정원이 눈에 띱니다. 크지 않은 몇 채의 건물은 아담하면서도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 줍니다.





 별서 정원의 공간은 내원 內園과 외원 外園으로 나눈다. 때로 좀더 광범위한 영향권역을 따로 설정할 수도 있다. 별서 정원의 중심 공각인 내원은 울타리에 의해 물리적으로 구분된 내부 공간을 일컫는다. 외원은 내원에서 볼 때 시야에 들어오는 담장 둘레의 가시권역이다.(p30)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中


 정원의 여러 곳이 정겹지만 그 중에서도 백운동 별서정원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별서를 흐르는 곡수 曲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바깥으로부터 흐르는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면서 안에서 구비쳐 밖으로 나가는 구조로 형성된 정원은 절로 탄성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우리 정원의 아름다움임을 <한국 정원 답사 수첩>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화계를 내려서면 대문으로 이어지는 아래 마당, 즉 전정 前庭이 나온다. 이곳의 대표적인 풍경점은 집 옆을 흐르는 계류를 끌어들여 구곡 九曲으로 돌려 조성한 제5경 유상곡수다... 민간 정원에 이렇듯 유상곡수의 자취가 온전하게 보전된 곳은 백운동이 유일하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백운동 별서의 존재는 특별하다. 유상곡수는 계류에서 물을 끌어다 바깥 담장 밑으로 난 수구 水溝를 따라 흐르다가 대문 옆의 작은 입수구를 통해 90도를 꺾여 내원의 마당으로 흘러든다.(p37)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中

 

 자연을 끌어들이고, 자연으로 나가고, 자연과 어울려 합일되는 인간과 자연의 상생성은 소쇄원 瀟灑園이나 독락당 獨樂堂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원리는 단지 소쇄원이나 독락당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별서정원에서 공통적으로 나는 것이다.(p320)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계류 溪流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못과는 달리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관미를 연출하고 있다.(p393)... 영벽지 影碧池 주변은 자연 암벽들로 이루어져 있어 원생적인 자연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데, 시에서 읊은 것처럼 물이 흘러들어오는 북쪽 암반의 층단에 수로를 파고 물길을 모아 인공폭포를 조성했다... 아마도 이 공간에서 신선의 세계를 연출하고자 했던 모양이다.(p512)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별서 밖으로 나가는 물을 따라 대문 밖으로 나가보니, 대문 밖에는 말라버린 계곡이 눈에 띱니다. 계곡물은 말랐는데, 건물쪽으로 흐르는 물은 끊임없이 흐르는 것을 보니 조금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서울에 흐르는 청계천처럼 인위적으로 지하수를 끌어다쓰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단순한 추측일 뿐입니다. 다만, 밖의 계곡에서도 많은 물이 흘러 물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면 정원 안과 밖이 일치된 물아일체 物我一體의 경지를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크지 않은 몇 동의 건물 속에서 자연에 조그만 공간을 빌린 듯 만들어진 별서정원 속에서 자신을 크게 만들기 보다, 큰 자연 속에 어울어져 자연의 일부로 큰 자신을 만들어간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별서정원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됩니다. 늦은 시간 별서 정원을 방문하여 오랜 시간을 머무를 수 없었기에 다른 곳을 미처 볼 수 없었지만, 우리 정원의 아름다운 향기를 잠시나마 맡을 수 있었기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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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2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2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18-11-19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엇보다 백운동 10대 동주 이효천 옹에게 백운동 자료를 구하던 정민 교수가 필사본<강심(江心)>한 권을 건네 받았다가 그동안 문헌학에서 다산 정약용 저술로 알려진 <동다기> 진짜 저자가 이덕리였음을 밝혔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백운동에서 전달 받은 책 한 권으로 역사를 바꾼 대형사건이었잖아요.

늦가을 사진에서 고즈넉한 분위기가 흘러서 프로가 찍은 사진보다 정겹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11-19 19:15   좋아요 0 | URL
파란여우님께서는 그 부분이 인상 깊으셨군요. <동다기>의 저자 문제에서처럼 우리가 지금까지 상식으로 생각해왔던 것들이 후대의 다른 증거를 통해 바뀌는 사건들을 보면서, 역사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후대에 남겨진 파편으로 끊임없이 다시 맞추는 과정임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부족한 사진이지만, 별서 정원이 워낙 아름다워 파란 여우님 마음에 든 것이라 여겨지네요. 감사합니다.^^:)
 
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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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본가에서 저녁을 보내던 중 예전에 읽었던 이외수의 <하악하악>을 펴들었습니다. <하악하악> 속에서 작가가 툭툭 던지듯이 독자에게 건넨 말들은 때론 퉁명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론 웃음짓게도 만들고, 어느 구절에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게 만들더군요.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을 웃겼다 울렸다하게 만드는 이러한 힘이 작가의 역량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여러편의 글이지만, 그 중에서 특히 마음에 와닿은 몇몇 구절과 제 생각을 옮기며 리뷰를 대신해 봅니다.

 

 거리에서 행색이 남루한 사내 하나가 당신을 붙잡고 이틀을 굶었으니 밥 한 끼만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애원했다. 당신을 그를 불쌍히 여겨 수중에 있던 삼만 원을 모두 털어주었다. 그런데 사내가 그 돈으로 회칼을 구입해서 강도살인을 저질렀다. 당신이 사내에게 베푼 것은 선행일까 악행일까.(p14)

 

 낯선 이가 나에게 다가와 교통비가 떨어졌다며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있다. 때론 상습범으로 의심되기도 해 외면할까 생각이 드릭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지갑을 열게 된다. 인정(人情)의 마지노선이랄까. 이런 상황에서도 외면한다면 사람사는 곳같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악하악>에서 제시한 상황처럼 내가 준 돈으로 강도살인이 발생했다면...... 그렇게 된 현실이 가슴 아프겠지만, 결과로 인해 내 의도가 왜곡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 여겨진다. 만약, 그런 기사를 접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지갑을 열지 않을까.  

 

 그리움은 과거라는 시간의 나무에서 흩날리는 낙엽이고 기다림은 미래라는 시간의 나무에서 흔들리는 꽃잎이다. 멀어질수록 선명한 아픔으로 새겨지는 젊은 날의 문신들.(p34)

 

 '그리움 - 과거라는 시간의 나무', '기다림 - 미래라는 시간의 나무'라면 '현재라는 시간의 나무'에는 무엇이 달려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하악하악>의 다른 본문 속에서 찾아본다. '현재라는 시간의 나무'에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태양을 받는 나뭇잎이 활짝 열려 있지 않을까. 현재를 살아가는 생명의 나무에는 과거의 추억이나 미래의 동경보다는 광합성(光合成) 활동에 필요한 잎이 필요할 것이다. 아님 말구.

 

 척박한 땅에 나무를 많이 심는 사람일수록 나무그늘 아래서 쉴 틈이 없다. 정작 나무그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은 그가 뙤약볕 아래서 열심히 나무를 심을 때 쓸모없는 짓을 한다고 그를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다.(p41) 

 

 예술이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카알라일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그렇다, 태양으로는 결코 담배불을 붙일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태양의 결점은 아니다.(p51)

 

 어디 예술만 그럴까. 자신의 삶을 가치없게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태양으로 담배불을 붙이려는 이들은 아닐까. 자신을 아는 것은 예술을 아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과연 얼마나 우리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일까?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을 만나면 그래, 산에는 소나무만 살지는 않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는다.(p181)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색은 '보라색'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해도, 창 밖의 산에 온통 보라색 꽃만피어있다면 아마 그 자리를 떠나고 싶을 것이다. 백화제방(百花齊放)이라 했던가. 우리 사회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박사모 꽃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느 중학교 한문시험에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한자말의 뜻을 적으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한 학생이 '백 번 묻는 놈은 개만도 못 하다'라고 답을 적었다. 한문 선생님은 그 학생의 창의력을 가상스럽게 생각하여 반만 맞은 걸로 평가해주었다. 실화다.(p134)

 

 1990년 걸프전(The Gulf War)이 한창일 때 일이었다. 당시 고등학교 국사 시험 중 통일신라시대 군사 편제에 대해 묻는 주관식 문제가 출제되었다. 정답은 9서당 10정. 그런데, 어느 재치있는 친구가 당당하게 '다국적군'이라고 답을 적었다. 채점을 담당했던 아르바이트생은 그 학생의 재치를 가상스럽게 생각하여 정답으로 처리해주었다. 실화다. 거의 30년 전의 일이니 웃으며 넘어갔지, 내신 점수가 중요해진 요즘 일어났다면..... 생각하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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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11-10 0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생일 책 택배가 늦어서 툴툴 댔었잖아요. 헌데 그즈음 cj 대한 통운에서 사고가 났더군요. 그걸 이제야 알아서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정권도 바뀌었고 조금 안심하며 내 관심사에 집중해도 되겠지 싶어서 뉴스를 뜸하게 봤더니.... 세상은 매일 이리 문제 투성인데 나는 매일 책타령만 하고 있....

오늘 알쓸신잡에서 실향민과 귀소 본능 얘기가 나왔죠. 유시민은 경주가 고향이라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만약 갈 수 없다 생각하면 무척 가고 싶어질 거라고 했죠. 겨울호랑이 님의 저 보라색 꽃 사연 같은 격이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이런 삶의 유격들 속에서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겨울호랑이 2018-11-10 05:24   좋아요 2 | URL
현실을 생각한다면 항상 우리가 촛불을 들던 때처럼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보면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이 우리를 불행하게도 만들지만, 다른 한 편으로 삶을 이끄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드네요. 결국 우리 모두의 마음은 꼭 하지말라는 것만 하는 ‘청개구리‘심보일까요 ^^:)

2018-11-10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0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0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1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7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17 0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불과 어제. 알라딘 이웃분이신 붉은 돼지님께서 뜻하지 않게 길냥이를 키우게 된 사연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귀여운 고양이지만, 갑작스럽게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글을 남기고 24시간이 지났 후... 붉은 돼지님과 같은 처지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줄은 저도 미처 몰랐습니다...

사연인 즉 아내의 동료 유치원 선생님께서 출근하시던 중 길가에 엎드려 있는 고양이를 보셨답니다. 처음에는 죽은 줄 알았는데, 백미러로 보니 이 녀석이 차를 따라오더랍니다. 마침 근처에 계신 분께 여쭤보니 떠돌이 고양인데 근처 강아지 사료(개밥)을 같이 먹으며 지낸다는 걸 알아내시고 처량해 보여 유치원으로 가져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 고양이가 연의 눈에 딱 걸린 것이지요...

사실, 며칠 전부터 연의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단 말을 해왔었기에, 이 고양이는 바로 ‘귀요미‘라는 이름을 받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하루 전 올라온 붉은 돼지님의 글을 참고해서 바로 집장만을 했네요.

고양이는 개와 함께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의 하나다. 민간에서는 고양이를 악물과 영물의 양면으로 인식하였다. 사람이 학대를 하면 앙갚음이나 해코지를 한다고 해서 경원시 해왔다.(p57)「한국문화상징사전」중

해코지를 안 당하려면 잘해줘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연의는 고양이에 목줄을 채우고 산책을 할 계획이라며 설레어 합니다만... ‘고양이 산책‘이라. 인류의 가축 사육사에 획을 그을 업적을 연의가 남길지는 매우 의심스럽지만, 딸의 꿈을 응원하며 이번 페이퍼를 마칩니다.

ps. 이번 주말의 시작은 고양이 예방접종으로 시작할 것 같습니다. 이웃분들 모두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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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1-03 0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겨울호랑이님댁도 고양이 생기셨군요.
저는 강아지처럼 줄을 매고 산책하는 고양이 사진도 본 것 같은데요.
목줄보다는 하네스 같이 생겼는데, 강아지처럼 산책할 때는 줄을 매고 가나봐요.
겨울호랑이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11-03 00:21   좋아요 3 | URL
아 그렇군요. 이미 산책하는 고양이가 있었네요. 그럼 공을 던져 물고 오는 훈련을 시켜야겠습니다. ㅋ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가을 주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붉은돼지 2018-11-03 0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여기 또 따님때문에 졸집사되신 분이 계시는군요 ㅎㅎㅎ
저희집 냥이 보다 쪼끔 큰듯도 하네요
어쨋든 날도 점점 추워지는데 길냥이가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아서 다행입니다 ㅎ

겨울호랑이 2018-11-03 00:39   좋아요 1 | URL
^^:) 네 딸 이기는 아빠는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딸들과 함께 잘 성장하는 야옹이들이 되었으면 하네요^^:)

AgalmA 2018-11-03 0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양이가 같은 고양이과 겨울호랑이님 댁에 입양 갔으니 잘 살겠네요ㅎㅎ 연의도 고양이도 좋겠다옹ฅ^._.^ฅ  오늘 어쩐지 겨울호랑이님께 이 이모티콘 쓰고 싶더라니ㅎㅎ 고양이를 두고, 즐기는 산책과 해코지를 생각하는 부녀 모습에 풉)))

겨울호랑이 2018-11-03 00:41   좋아요 2 | URL
아하! 그렇군요. 참 귀여운 이모티콘이네요. ^^:) 즐거운 추억은 연의 몫이고, 고양이 똥오줌과 털은 아마 제 몫이... ㅜㅜ

만화애니비평 2018-11-03 08: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야옹, 호랑이를 고양이의 집사로 임명하겠다옹

겨울호랑이 2018-11-03 08:25   좋아요 3 | URL
ㅋㅋ 만화애니비평님 말씀이 정답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몸을 타고 올라와 머리 위에서 노네요 ㅋㅋ

북프리쿠키 2018-11-03 09: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고..고양이가 넘흐 귀엽슴다..ㅎ
예전에 와이프가 혼수로 장만한 강아지를 키웠더랬는데..
보낼때(?)가 겁이나서 이제 못 키우겠어요..ㅠ
고양이는 강아지와 또 다르다는데..연의 친구가 되어 주겠네요..ㅎㅎ

카알벨루치 2018-11-03 09:21   좋아요 2 | URL
저도 총각때 마르티즈 키웠는데 두번 다시 키우진 못할 듯 합니다...도서관에서 빌린 하루키 책을 난도질해버렸다는 ㅎㅎ

겨울호랑이 2018-11-03 09:57   좋아요 3 | URL
그렇군요... 저도 어린 시절 강아지를 키웠는데, 가슴 아프게 이별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별 하는 순간도 분명 있고 가슴아프겠지만, 이별과 죽음 역시 삶의 한 과정임을 연의가 배웠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북프리쿠키님 감사합니다.! ^^:) 사실, 저도 카알벨루치님, 붉은 돼지님 말씀처럼 바닥에 깔린 책들이 걱정이 되긴 합니다... 이것도 운명이라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네요.ㅋ

카알벨루치 2018-11-03 10:26   좋아요 2 | URL
고양인 다를수도 있으니 ㅋㅋㅋㅋㅋㅋ

겨울호랑이 2018-11-03 21:10   좋아요 2 | URL
아직까진 책을 먹이보다는 도움닫기용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높은 곳을 좋아해서인지 책상위를 걸어다니며 자판도 누르기에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ㅜㅜ 그 점에선 강아지와 차이가 있는 것 같네요^^:)

2018-11-03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3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8-11-03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깽이네요^^ 다행이에요, 겨울호랑이님을 만나고 연의를 만나서요.


겨울호랑이 2018-11-03 10: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포스트잇님^^:) 좋긴 한데, 제가 키워본 경험이 없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뭐, 그러면서 서로 맞춰가겠지만요.ㅋ

목나무 2018-11-03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이런 일이....ㅎㅎ 연의 마음에 쏙 든 저 고양이로 겨울호랑이님 댁도 한동안은 고양이로 대동단결 할 것 같습니다. ^^
따님과 산책하는 귀요미의 모습 상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겨울호랑이 2018-11-03 16:46   좋아요 0 | URL
네 그런데, 막상 고양이가 오니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네요. 당분간은 저와 아내가 집사가 되어 친해질 때까지 돌봐줘야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설해목님

잠자냥 2018-11-03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정말 재미나네요. 며칠 새 집사가 되신 분들이 ㅎㅎ 귀요미가 어쩐지 행복한 집에 잘 들어간 것 같네요. 사랑 많이 받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_^

겨울호랑이 2018-11-03 16: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날이 추워지면서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지고, 떠돌이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인연이니 친하게 지내야겠지요. 잠자냥님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8-11-03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양이의 도도한 면이 좋습니다. ˝내 마음을 너희 인간들은 모를 거야, 알려고도 하지마!˝라며 쏘아보는 것 같거든요.

따님을 응원합니다. 고양이와 행복한 시간이 많기를...

겨울호랑이 2018-11-03 16:49   좋아요 0 | URL
^^: 페크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귀요미)는 생후 60일 정도된 녀석이어서인지 사람 품을 떠나질 않네요. 상당히 강아지스러운 면이 많은 고양입니다.ㅋㅋ 혹시 ‘고양지‘가 아닐런지 싶네요. ㅋ

cyrus 2018-11-04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닉네임이 사람의 운명과 관련되어 있나봐요. 호랑이가 고양이과 동물이잖아요. 겨울‘호랑이‘, 붉은‘돼지‘. 동물이 좋아할만한 이름이네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8-11-04 19:52   좋아요 1 | URL
cyrus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작명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018-11-07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7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8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8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9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9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럽의 정원은 하나부터 아홉까지 인공으로 조성되었다. 중국과 일본의 정원 역시 그 점에서 크게 예외가 아니다. 규모뿐 아니라 그 숫자도 결코 적지 않다. 이들에 비추어 우리 전통정원은 인위의 흔적이 뚜렷하지 않으며 그 수도 그리 많지 않다.(p10)... 유럽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정원과 함께 잘 알려지지 않은 정원들이 무수히 많다. 특히 영국 같은 경우에 세계적인 명원으로 꼽힐 대규모의 풍경식 정원이 전국에 널려 있다. 독일은 크고 작은 도시들마다 최소한 하나씩 정원이 있다.(p12)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한국 정원 답사 수첩>에서 말하고 있는 외국의 정원과 뚜렷이 구별되는 우리나라 정원(庭園)의 특징은 '자연과의 조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회화에서 말하는 '여백의 미'처럼 전통의 아름다움과 특징을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페이퍼에서는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헤르만.F. 폰 퓌클러무스카우(Hermann Furst von Puckler-Muskau, 1785 ~ 1871)의 <풍경식 정원 Andeutungen uber Landschaftsgartnere>속에 그려진 서양 정원(Park, Garten)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함께 살펴보면서 이를 찾아보고자 한다.


1. 계절에 따른 정원의 아름다움 : 조화 VS 설계


 <한국 정원 답사수첩> 속에서는 계절에 따라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정원의 예로 창덕궁 부용정(昌德宮 芙蓉亭)을 말하고 있다. 전통 정원 아름다움의 근원으로 인간이 만든 건축물(정자)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말한다. 반면, <풍경식 정원>의 저자는 자연과의 조화보다는 철저한 조경 설계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게 된다.


 [사진] 부용정 (출처 : http://www.koya-culture.com/news/article.html?no=100961)


 원도방지 圓島方地의 정형성과 부용정 芙蓉亭의 아름다운 자태를 중심으로 형성된 부용지원은 한국정원의 백미라 할 수 있다.(p54)... 부용정은 어느 철에 가도 좋다. 봄철에 가면 주변 언덕 이곳저곳에 연분홍빛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터트린다. 여름철의 부용정 지원은 싱싱한 아름다움이 있어서 좋다. 부용정 지원의 단풍은 그 맛이 특별하다... 이 곳의 단풍은 사람의 숨결과 잘 조화되는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겨울, 눈 오는 날, 하얗게 물든 온 천지에는 적막만이 가득하다.(p57)... 부용지는 네모난 형태의 못으로 못 속에는 원형의 섬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났다는 천원지방의 음양오행사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원도방지인 것이다.(p58)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자연을 끌어들이고, 자연으로 나가고, 자연과 어울려 합일되는 인간과 자연의 상생성은 소쇄원 瀟灑園이나 독락당 獨樂堂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원리는 단지 소쇄원이나 독락당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별서정원에서 공통적으로 나는 것이다.(p320)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잘 계획된 풍경식 정원에는 별다른 색상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적절히 구성된 형상만으로 사계절 항시 경관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자연의 조화도기대할 수 없는 겨울이라 하더라도 나무와 잔디 그리고 수면이 어우러진 한아름의 경관을 이룰 뿐 아니라 이들이 함께 일구어낸 물가의 산책로며 호안선이 만들어 놓은 수변경관 역시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해 준다.(p38) <풍경식 정원> 中


2. 정원에 담긴 주제 의식 : 철학적 의미 VS 시각적 의미


 <한국 정원 답사 수첩> 속에서는 정원에 담긴 의미가 강조된다. 사찰 정원에 담긴 불교 사상, 민간 정원에 담긴 선비 정신등이 표현된 전통 정원은 거의 같은 구도를 가지고 있다. 배산임수(背山臨水), 좌청룡 우백호(左靑龍 右白虎)등의 풍수(風水)사상이 그것이다. 반면, <풍경식 정원>에서는 정원이 가지는 독창성과 차별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면에서 철학적 의미를 강조한 우리 전통 정원과 차이를 보인다.


 송광사의 계담 溪潭은 우리나라 전통사찰에 조성된 몇 안 되는 계담 가운데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수면에 비치는 건물의 그림자가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우화각 넘어가는 다리의 홍예가 물에 비쳐 원상을 이루게 되면 그야말로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의 진리를 단박에 깨우치도록 만들어 준다. 이 계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계원 溪園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한 심미적 장소가 아니라 불교적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특별한 신앙공간이다.(p190)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사진] 임대정 원림( 출처 : http://hcs.cha.go.kr/korea/heritage/search)


 임대정 臨對亭 정원은 사평천의 동쪽 언덕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언덕 위에 지어놓은 임대정이 정원의 중심이 된다. 임대정을 특별히 서북향으로 앉혀 놓은 것은 사평천의 물길이 좌청룡쪽에서부터 우백호 쪽으로 흘러드는 서출동류 西出東流의 형식을 취할 수 있었던 뜻인가 싶다.(p210)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이라 하더라도 어디서나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다보면 결국 천편일률적인 인상을 줄 뿐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광경을 제공하고 다른 어떤 것도 능가할만한 다양한 매력요소를 제공하며 웅장한 면과의 조화를 별 무리 없이 확보하려면 풍경식 정원의 규모는 충분히 큰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자연이 주는 세세한 아름다움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무래도 넓게 확장시켜 놓은 광활한 것이 작은 것 보다 나을 수 있다.(p32) <풍경식 정원> 中


3. 정원 안의 건축물 : 정자(개방성) VS 저택(폐쇄성)


 우리 나라 정원에서 빠지지 않는 건축물은 '정자(亭子)'다. 정원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해서 전체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정자는 개방적인 건물이다. 반면, 풍경식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은 '저택(邸宅)'이다. 정원의 주인이 거주하는 이 공간은 생활공간이기 때문에 외부에 대해 폐쇄적이라는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건축은 자연과 잘 어울리고 자연에 녹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배경에 비해 특별히 건물이 노출되어 음과 양의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자는 다르다. 정자는 사방으로 시계가 열려 있어야 하기 때문에 돌출된 장소에 자리를 잡게 된다. 초간정 草澗亭 역시 바위 위에 올라앉아 있어 쉽게 눈에 띈다. 조금 도드라지게 보이기는 하지만 자연에 순응해 자기 자신을 낮추고 있을 뿐이다.(p415)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사진] 초간정(출처 : http://www.k-heritage.tv/brd/board/275/L/menu/254?brdType=R&bbIdx=5432)


 건축물은 언제나 경관과 함께 하면서 서로 밀접하게 엮여간다는 사실은 정말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정원의 건축이라 해서 자연과 잘 어우러지거나, 보다 쾌적한 환경이나 전원적인 아름다움이 요구되는 등 별도로 정해진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p42)... 아름다운 조화를 논의하는 것은 그 모습으로부터 건축의 용도를 짐작할 수 있는 목적성과 합치되도록 형태를 갖추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p43)...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은 물론 저택이다.(p45) <풍경식 정원> 中 


4. 정원의 나무들 : 개체와 전체


 우리 나라에는 이미 많은 나무들이 자생(自生)하고 있기에 몇 그루의 나무만으로도 훌륭하게 경관을 꾸밀 수 있는 반면, 기본적으로 잔디를 배경으로 한 풍경식 정원에서는 나무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때문에, 전체와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옮겨심거나 심한 경우 베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 책의 내용으로 볼 때 전통 정원에서 나무는 같이 가는 동반자라면, 풍경식 정원에서는 하나의 도구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집 주위로 소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등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집안에 나무를 많이 심지 않아도 식생경관을 얻는 데 부족함이 없다. 특히 대문 밖 문간마당에 자라고 있는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는 입구성을 부여해주는 훌륭한 상징물이 되고 있다. 은행나무와 회화나무는 오래전부터 학자수로 완상할만한 가치가 있다.(p522)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지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나무 개체로는 아름다운 경우라 하더라도 전체 녹지의 조화와 목적에 대립되는 경우라면 희생시켜야 할 수도 있다... 다른 나무들을 대담하게 제거함으로써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음과 동시에 큰 아름다움을 취할 수도 있으며, 손실을 감수함으로써 얻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사실로 스스로 위로할 수밖에 없다.(p66) <풍경식 정원> 中


5. 정원의 물 : 계류 VS 호수


 전통 정원에서 물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존재다. 인공폭포를 조성하는 경우에도 그들이 꿈꾸던 이상향(理想鄕)의 모습을 그 안에 담으려 했던 반면, 서양의 풍경식 정원에서 물은 그렇지 않다. 자연스러운 늪보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낫다는 <풍경식 정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나라 전통의 연지(蓮池)는 아름다운 못이 아닐 것이다.


 [사진] 강진 백련당(출처 : http://hankukmail.com/newshome/print_paper.php?number=21604)


 계류 溪流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못과는 달리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관미를 연출하고 있다.(p393)... 영벽지 影碧池 주변은 자연 암벽들로 이루어져 있어 원생적인 자연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데, 시에서 읊은 것처럼 물이 흘러들어오는 북쪽 암반의 층단에 수로를 파고 물길을 모아 인공폭포를 조성했다... 아마도 이 공간에서 신선의 세계를 연출하고자 했던 모양이다.(p512)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풍부한 식생만큼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강이나 호수의 신선하고 맑은 물과 함께 하게 되면 경관의 아름다움은 무한히 상승되고 눈과 귀는 더욱 즐거워질 수 있다.... 나는 어설픈 모방이라면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물 없이도 아름다운 자연은 있어 주지만 악취 나는 늪은 온 지역을 오염시킨다.(p105)... 하지만 어떤 무엇을 취하려는 간에 인공의 수경관(水景觀)에 자연스로운 모습을 갖추어 주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p106) <풍경식 정원> 中


 <한국 정원 답사 수첩>과 <풍경식 정원>에서 말하고 있는 정원의 구성 요소는 이처럼 거의 유사하다. 건축물과 주변의 나무들, 그리고 주변을 흐르는 물 등. 그렇지만, 이러한 같은 요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같은 쪽을 향해 있지만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는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자연이 만들어낸 형상을 모델 삼아 중간적인 방안을 모색해 볼 수는 있겠다. 예를 들어 거센 물살이나 계곡의 물에 의해 충적된 돌무더기 형태로라면 적어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저절로 바위와 비슷한 형태를 갖추거나 최소한 그림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쉽게 자연을 모방할 수 있다.(p115) <풍경식 정원> 中


 정원에 자연을 담고자 했던 전통 정원과 마찬가지로 <풍경식 정원>에서도 자연의 모방을 말하고 있지만, 자연을 모방(模倣)하는 태도는 양자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장파(張法, 1954~ )교수는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에서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중국 미학의 '마음으로 조화 본받기'에서 '본받는' 방식은 서구인의 모방과는 다르다. 그것은 '조화'의 성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 문화의 조화는 주로 산수 자연에서 구현되어 있다.(p374)... 서구에서 산수의 본질은 우주와 마찬가지로 형식(형상과 색채)과 거기에 내포된 의미에 의해 규정된다. 풍경을 마주하고 그림을 그려야만, 비율/색채/의미 내포를 가장 정확히 반영해 낼 수 있고 우주의 본질을 가장 전형적으로 반영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우주는 실체적이지도 형식적이지도 않다. 중국 화가는 언제나 "실컷 돌아다니면서 한껏 보고 나서, 그것이 가슴속에 역력하게 새겨지는" 경지를 추구했다.(p375)... 큰 것으로 작은 것을 살피는 방식이란 화가가 많은 경험을 하고 충분히 유람하며 충실히 수양을 쌓아 아름다운 산과 강이 "가슴속에 역력해지면", 그것을 우주적 차원에서 그려내는 것이다.(p376)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中


 물론,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에서 동양미학은 대부분 중국을 말하고 있기에, 한국의 정원에 중국 미학 사상을 찾는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주저하게 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한국의 정원에도 이러한 중국 미학의 태도를 대입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한국 정원 답사 수첩>에 소개된 고산 윤선도(尹善道, 1587 ~ 1671)가 병자호란 이듬해 보길도에 조성한 원림,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1491 ~ 1553)이 파직 후 고향에 돌아와 지은 독락당(獨樂堂) 등 많은 정원이 인생의 풍파를 겪은 후 만들어진 것임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세월의 풍파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이들이 추구한 아름다움이 주변과 어우러지는 조화(調和 harmony)로 흘러갔던 것은 낙수(落水)만큼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었을까. 


 <한국 정원 답사 수첩> 과 <풍경식 정원>에 소개된 동서양 정원의 다른 모습 안에 담겨진 아름다움(美)의 다른 의미를 되새기며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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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8-10-30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는 것만으로 좋습니당

겨울호랑이 2018-10-30 21:58   좋아요 0 | URL
^^:) 만화애니비평님 감사합니다. 가을이 깊어지는 요즘 별서정원을 찾아보는 것도 멋진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18-10-30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남도로 정자 기행을 다니던 시절
생각이 나네요...

선비들이 참으로 좋은 곳에 정자를 지었
구나 싶더군요.

명옥헌에서 바라보는 배롱나무는 정말
황홀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10-30 22:35   좋아요 0 | URL
^^:) 그렇군요. 저도 레삭매냐님처럼 멋진 경험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네요. 다음에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야겠습니다.

2018-10-31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31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ngo(만권의 추억) 2018-11-02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11-02 15:57   좋아요 0 | URL
^^:) 감사합니다. Mango님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