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 식민지지배와 기억의 투쟁, 제2판 34곳 삭제판
박유하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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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위안부에 대한 ‘강제성‘을 묻는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식민지주의와 국가와 가부장제의 강제성을 무엇보다 먼저 물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구조의 실천과 유지에 가담한 이들의 강제성도 함께 추궁되어야 한다.(p26)... 하지만 위안부들의 불행을 만든 주체가 일본군뿐 아니라 그녀들을 보낸 사람이나 학대한 사림들이기도 한 이상, 그런 그들의 죄나 범죄를 묻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p27)... 위안부의 불행을 만든 것은 민족 요인보다도 먼저, 가난과 남성우월주의적 가부장제와 국가주의였다.(p33)... 그렇게 된 배경에는 한국의 식민지화와 식민지로 이식된 공창 제도가 있었고, 중간매개자들은 그런 과정에서 생겨난 존재였다.(p34)

「제국의 위안부」에서 저자는 위안부 문제를 일본 제국주의 문제만이 아닌 가부장제와 경제문제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위안부에 대한 인식이 전체를 바라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렇지만, 위안부 사건을 ‘국가에 의한 폭력‘ 아닌 새로운 틀 - 가부장제, 가난 - 로 바라봤다는 저자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게 힘든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조선인 위안부‘들은 분명 피해자였지만, 그러면서도 ‘일본 제국‘안에서 ‘두 번째 일본인‘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식민지인의 모순이었다.(p90)

전쟁터에서 강간의 대상이 된 ‘적의 여자‘와 위안부는 군과의 관계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였다. 가족과 떨어져 전방에 나가 있는 군인들을 ‘부인‘처럼 신체적•정신적으로 위무하고 사기를 북돋는 역할, 그것이 위안부의 원래 역할이었다.(p57)

저자는 「제국의 위안부」를 통해 조선의 위안부는 제국의 2등 민족으로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의 동반자였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위안부의 모습은 실제가 아니며, 위안부들과 일본군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좋았음을 일본군 생존자의 말을 통해 뒷받침한다.

증언한 ‘위안부‘들의 대부분이 십대에 강간당하거나 위안부 생활을 시작해야 했으니 일본군이 ‘어린 소녀까지도‘ 상대했다는 것은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소녀 위안부‘가 위안부의 평균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보는 일은 중요하다.(p51)

눈앞에 주어진 ‘거짓 애국‘과 ‘위안‘에 몰두하는 것은 그녀들에겐 하나의 선택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일본군과의 연애나 결혼이 가능했던 것은 그런 딜레마를 안을 것을 포기한 이들의 선택이었다고 보아야 한다.(p62)

저자는 ‘무자비한 일본군‘의 모습은 왜곡되었으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오히려 이들을 일본인에게 팔아 넘긴 ‘조선인‘과 ‘식민 조선 사회‘에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본의 책임을 줄이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가.
책 전반부에 미담(?)으로 가득한 일본군과 위안부 이야기는 둘째로 하더라도, 저자는 위안부 문제에서 남성(가부장제) 책임을 지적하면서도 거의 일본군의 증언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피해자 이야기는 이미 정형화되었다고 판단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해자 입장만 강조된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또한, 가부장제의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치기에 저자의 주장을 명확하게 판단하기 힘들다.

˝면장을 맡게 된 게 불운˝이라기보다는 한국이 병합된 것이 불운이었다. 2000만 명이 넘는 조선인들이 일본의 지배하에 놓이면서, ‘면장‘이건 ‘읍장‘이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구조적으로 국가정책에 대한 ‘협력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p41)

위안부 강제 동원과 관련하여 국가에 의한 강압이 있었다는 저자의 말은 위안부 문제에 있어 부동의 ‘제1원인‘이 일제에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일제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에 대해 다른 원인을 들고 나오는 태도는 세대, 젠더 이슈로 본질을 가리려는 현대 정치권과 언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현대사 문제는 사건의 당사자들이 살아있는 오늘날의 문제이며,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분야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제국의 위안부」는 신중하지 못했다 여겨진다. 피해자들이 한 목소리로 당대의 사건을 증언하는데, 객관적이고 과학적, 실증적 접근이라는 방식으로 이를 부인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

‘모든 백조가 하얗다‘는 명제를 깨뜨리는 것은 한 마리의 검은 백조면 충분하다. 여기에 대부분의 백조가 하얗기 때문에 위의 명제가 완전히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말은 과 같은 ‘일제의 책임 물타기‘는 논리적이지 않다.

또한, 저자의 말처럼 ‘자발적인 위안부‘가 평균적인 모습이라면,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은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에도 맞지 않는다. ‘자발적인 집단‘과 ‘피해자 집단‘의 기대수명이 다를 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 생존자가 발생할 확률은 거의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위안부 생존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이 소수라는 반증이 아닐까. 소수의 피해자 집단에서 주로 위안부 생존자의 증언이 나온다는 측면에서도 저자의 주장은 과학적이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제국의 위안부」는 저자의 doxa가 강한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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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25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mGiKim 2019-09-22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아줌마 최근에 보니 이영훈 옹호하는 글 쓰고, 정규재 TV에도 나오며, 수많은 수꼴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전 이 인간이 이영훈이나 류석춘보다 더 악질적이라 봅니다. 딱 이렇게 비유하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이성을 이용하여 중립인 척 하면서, 대뇌는 엄청나게 우측으로 가 있는 철면피. 과도한 민족주의는 당연히 잘못됏지만, 박유하는 탈역사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정체를 모르는 자칭 진보주의자들 은근 많네요.ㅠㅡㅠ

겨울호랑이 2019-09-22 20:49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사실 뉴라이트 식민사관을 가진 이들이 이영훈 교수뿐이겠습니까.. 연세대 류석춘 교수 역시 며칠전 망언을 한 것을 보면 이 시대의 지식인 모두가 양심을 갖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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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학 - 주권론에 관한 네 개의 장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2
칼 슈미트 지음, 김항 옮김 / 그린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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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사적으로 생각해 볼 때 19세기 국가론의 전개는 두 가지 특징적 요소를 보여준다. 즉 한편에서는 모든 유신론적이고 초월적인 표상이 제거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정통성 개념이 형성되는 것이다... 1848년 이래 공법학은 실정적인 것이 되어, 통상 이 말 뒤에 숨어 스스로의 자기 붕괴를 은폐해 버리든지, 아니면 모든 권력을 인민의 제헌권력에 귀속시킨다. 즉 군주제적인 정통성 관념을 대신하여 민주주의적인 정통성 관념이 등장하는 것이다.(p72)

모든 법학 개념 중에서 주권은 가장 강력한 현실적 관심하에 놓인 개념이다.(p30)... 저항할 수 없고 자연법칙적 안전성에 의해 기능하는 지고의 힘, 즉 최대 권력은 정치적 현실에서는 존재 하지 않는다. 권력이란 법의 존립에 아무런 증거가 되지 못하는데, 이는 루소(Jean - Jacques Rousseau)가 자신의 시대와 의견일치를 보면서 정식화한 범속한 이유 때문이다. 강제력이란 물리적 권력이며, 강도가 쏜 총 또한 권력이라는 명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사실상의 촤고권력과 법적인 최고 권력을 결합시키는 것이 주권 개념의 핵심 문제이다.(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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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 흑서 -상권 - 16~21세기 말살에서 참회로
마르크 페로 책임 편집, 고선일 옮김 / 소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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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단일화를 추구했던 일본 식민주의는 식민지 주민이 처한 실존적 현실을 부정했고, 이는 일본 식민주의에 대한 격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식민지 주민을 문화적으로 일본화하려는 동화정책은 근대화와 산업화를 위한 실제적인 노력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제적인 동화정책은 차별과 과도한 착취라는 엄연한 현실을 은닉하고, 인권 침해와 사회적 관계의 노골적 폭력성 등 식민 질서라는 특수한 상황이 빚어낸 어두운 현실을 결코 빗겨 갈 수 없었다.(p665)

일본 군부가 1930년대 기획하고 1942년부터 본격화한 납치 사건, 곧 조선과 중국 및 동남아시아의 젊은 여성을 강제로 징발하여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지역의 곳곳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 진지에 공급한 사건은 식민통치의 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근대화, 산업화, 탄압정책,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구사함으로써 일본 식민체제는 겉으로나마 그럴 듯하게 보이려 애썼다.(p665)

조선에서 일본 식민주의는 식민지 엘리트 계층을 양성하기 위한 조건을 마련하여, 독립 이후 이들은 국가 재건과 경제 발전의 주체가 되었다. ‘일본식 학교‘에서 교육받은 이들은 반공 이념을 기치로 내세운 독재 정권 아래서 1950~1970년대 남한을 재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분단된 국가에서 북한의 공산 정권에 이념적으로 맞서기 위해, 이들은 단순하고 거의 무조건적인 반일 감정이라는 범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하여 민족 정체성을 재확립했다.(p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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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행동 2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사상선집
루트비히 폰 미제스 지음, 민경국.박종운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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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자신의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기업가와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시장 경제라는 게임에 참여해야하는 소비자. 이들의 게임은 시작부터 불공정한 것이 아닐까. 또한, 현재 시장상황을 알려주는 지표로서 시장이자율을 바라보지 않고, 기업가들의 투자 정보로 바라보는 미제스의 관점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노력 자체도 ‘악‘에 해당한다. 결국,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토대가 된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학에서는 소비자는 계몽의 대상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다면, 소비자가 아닌 노동(공급)자를 오스트리아 학파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과제에 대한 미제스의 답은 「인간행동 3」으로 넘긴다...


시장경제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체제 아래서노동 분업이 이루어지는 사회체제다... 각자는 자기 자신에게는 수단인 동시에 목적이다. 그리고 각자는 자기 자신에게는 궁극적인 목적이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그들의 수단이다.(p517)

기업가는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절박하게 바라는 바를 충족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생산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막는 대리인이다.(p666)

소비자는 전지하지 않다. 그는 찾고 있는 물건을 어디서 가장 싸게 구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에게 시장의 실상에 관한 정보를 전해 주는 것이 사업 홍보의 과제다.(p637)

만약 기업가들과 자본가들이 당연히 임금소득자들에게 가야 할 것을 불공정하게 착복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너무 가난하게 된 나머지 생산물을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과소소비의 신화는 근거 없는 자기모순적 헛소리다.(p602)

핵심적인 사실은, 잘못된 생산요소 가격이 유지되는 것을 관용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이윤 추구 기업가들의 경쟁이라는 점이다.(p669)... 가격 결정의 궁극적 원천은 소비자의 가치 판단이다.(p658)

본래의 이자는 끊임없이 요동하고 변화하는 가치평가의 부산물이다. 기업가들의 활동은 전체 시장 경제에서 단일한 본래의 이자율 설정으로 나아간다.(p1040)... 대부 시장의 관습에 우리가 오도되어서는 안 된다.(p1041)

화폐 이론의 본질은, 화폐 관계의 현금 유발형 변화가 다양한 가격들, 임금률 그리고 이자율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고 같은 정도로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p1075)

신용팽창의 최종적 산물은 전반적 빈곤화다.(p1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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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9 17: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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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9 18: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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