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혈자리 이야기 - 인문학으로 본 내 몸을 소통시키는 단추
최성진 지음 / 좋은땅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호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의사 선생님처럼 의학공부를 엄청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수치를 매일 바라보면서 애만 태우는 것도 아니며, 퇴원해 숙소로 돌아가면 침돌이의 원기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전통의술인 침과 소쿠리 뜸을 열심히 정성스럽게 해주는 일밖에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는 계기만 되었다.(p62)

얼마전 이웃분으로부터 새해 선물로 <나의 이야기, 혈자리 이야기>를 선물받았다. 생활 수기와 침술 관련한 생활 지식이 담긴 책은 쉽게 읽히면서도 잔잔하게 다가온다. 아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마음.

책에는 어린 나이에 암으로 투병해야 하는 아들과 이를 지켜봐야 하는 아빠의 마음이 담겨있다. 얼마전 암으로 가까운 가족을 떠나보내야 했기에, 책에 담긴 아픈 이를 지켜봐야하는 마음이 낯설지 않다. 아픈 가족이 겪는 무력감. 환자가 겪는 고통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어쩌지 못하는 안타까움의 크기 역시 적지 않음을 담담하게 적힌 문장을 통해 느낀다.

침돌이가 입원한 병원은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대학병원이다. 그곳에 입원을 했으니 모든 것은 서양의학 기준으로 만들어진 치료법에 따라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p65)

<나의 이야기, 혈자리 이야기>가 잔잔하게 다가오는 다른 이유는 저자의 열린 마음이 아닐까. 책에는 제목 그대로 침술을 전공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저자는 동양의학이 최고다라는 방식의 접근을 하지 않는다. 상황에 맞게 아들의 간암을 수술로 치료하는 방법을 선택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아들을 간호하는 아빠의 모습은 만용이 아닌 용기가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침술이나 지압은 혈자리 자극이다. 침술은 혈자리에 침을 놓는 것이고, 지압은 혈자리를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이다.(p116)

본문에는 혈자리와 관련된 내용도 있지만, 많은 분량은 아니다. 아마도 침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풀어 놓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저자의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혈자리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혈자리를 통해 생활 건강을 지키자는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될 듯 하다.

이런 면에서 <나의 이야기, 혈자리 이야기>는 지식을 주는 책이 아니라, 부모의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모처럼 딱딱한 지식이 아닌 부드러워지는 경험을 선물해 주신 이웃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1-10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0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중해 :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 2-1 - 집단적 운명과 전체적 움직임 - 상 지중해 :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 2
페르낭 브로델 지음, 남종국.윤은주 옮김 / 까치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구 증가 없이 그 모든 영광의 역사가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인구혁명은 ˝가격혁명˝보다 더 중요했으며, 어떻게 이 사건이 아메리카의 은이 대량으로 유입되기 전에 일어날 수 있었는가를 설명해 준다. 인구 증가야말로 인간이 능력 있는 일꾼이었다가 점차 큰 부담으로 바뀌는 16세기의 승리와 재앙을 만들었다.(p72)

13세기의 경제적 도약은 16세기와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진정을 유발시켰고, 정치적 대격변을 예비했다. 그후의 경제적인 후퇴는 도처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다음 세기 내내 계속될 이러한 파괴는 장지적은 경제적 침체 국면에 의한 것이었다. ˝중세의 가을˝은 독일의 신성 로마 제국을 포함하여 비잔틴 제국으로부터 그라나다 왕국에 이르기까지 연약한 나무들을 베어버렸다. 이 모든 것이 완만하고 자연스러운 하나의 과정이다. 대체로 15세기 중반경 경기 회복의 징후가 분명해지자, 파괴와 혁신과 재생 과정이 다시 시작되었다.(p411)

16세기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인구 증가는 부양능력의 증대를 요구했다. 16세기 지중해 세계는 이러한 부양능력의 증대 요구에 대해 삼림파괴로 응답하게 되었고, 이는 에너지 수단의 변화를 가져온다. 결국, 이러한 상황는 나무에서 석탄으로의 에너지 변환은 진보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엔트로피」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60일 동안에 일주가 가능한 지중해 세계는 오랫동안 아주 간헐적으로만 다른 세계와 접촉했으며, 특히 극동지역과는 거의 아무런 연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왔다.(p35)

상품 순환의 지체는 이 세계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상품, 화폐, 환어음이 사방으로 움직이고, 서로 스치고 마주치고, 서로를 기다려야 했다. 모든 상거래 중심지는 상품, 화폐, 환어음이 만들어 내는 다각적이고 변화무쌍한 콩종튀르를 끊임없이 경험했다. 그러나 느리게 순환하는 상품, 화폐, 환어음은 오랫동안 길 위에 머물러 있었다.(p42)

공증인 문서에 바탕을 둔 계보학적 연구를 통해서 결혼, 친척관계, 우정, 결탁이 암스테르담으로부터 리스본, 베네치아, 포르투갈령 인도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밝혀냈다... 바로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 지중해가 북유럽과 달리 곧 출현하게 될 주식회사와 같은 대규모 회사가 필요하지 않았던 이유가 될 것이다.(p124)

그렇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16세기 지중해 세계는 폐쇄적인 자급경제 체제였다. 새로운 체제를 수용할 여건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중해 세계의 쇠퇴는 예견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한 에스파냐 제국은 두 갈래 선택지에 놓인다. 동지중해의 새로운 제국 투르크와 일전을 벌여 지중해 패권을 장악할 것인가, 아니면 제국의 보화가 모이는 저지대국가(네덜란드)의 부를 제국의 손아래 둘 것인가.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이제 더이상 지중해는 유럽세계의 중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1571년 레판토 해전과 1588년 칼레 해전(아르마다 해전)은 이러한 상황에서 에스파냐 제국의 선택을 보여주는 발자취가 된다...

16세기 베네치아는 15세기보다 더 부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을 중요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지중해의 중심이 아니었다. 지중해의 주요 활동 영역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면서, 오랫동안 부의 핵심 분배자 역할을 했던 동쪽 해안 대신 서쪽 해안이 확실히 유리해졌기 때문이다.(p60)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1-09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9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0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0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르는 척 길벗어린이 문학
우메다 슌사코 글, 우메다 요시코 그림, 송영숙 옮김 / 길벗어린이 / 199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초등학교의 이지메(집단따돌림) 이야기. 한 학급에서 약한 아이 ‘돈짱‘이 당하는 괴롭힘과 이를 지켜보는 ‘나‘. ‘나‘는 돈짱이 겪는 어려움을 알지만, 자신 또한 괴롭힘을 당할 수 있기에 이를 외면한다. 자신이 괴롭힘을 당할 때까지.

「모르는 척」은 학교폭력이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려준다. 집단따돌림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교사와 아이들의 문제를 귀기울이지 않는 부모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학교폭력이 사회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고난 후 아이에게 무엇을 알려줘야 할까를 잠시 생각해 본다. 친구를 괴롭혀서는 안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이 책의 결론이자 학교폭력의 답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 ‘나‘도 엄밀하게는 돈짱을 따돌림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나‘가 괴롭힘을 목격했을 때 약자의 편에 서지 않았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친구가 괴롭힘을 당할 때 그것을 그냥 바라봐서는 안돤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선뜻 그런 이야기가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내 자신이 사회에서 약자를 방관하는 다 자란 ‘나‘이기 때문 아닐까.

돌이켜보면 나는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내 주변의 약자를 외면하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런 우리가 만든 구조에서 학교 폭력과 같은 사회 폭력이 태어났기에, 내가 아이에게 약자 편에 서라는 말을 선뜻 못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약자의 괴롭힘에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그 결과로 우리의 아이들 역시 폭력의 희생양이 될 수 있으며, 결국은 우리 자신이 희생될 차례가 되었을 때는 늦는다는 ‘순망치한‘의 고사를 떠올리며 책을 덮는다.

「모르는 척」에는 학교 폭력에 대한 해결책은 던져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열린 결말을 통해 한 명의 시민으로, 아이를 둔 아빠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담담하게 제시한 좋은 책이라 생각하며 리뷰를 마무리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1-09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9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0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1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햇빛은 얼마일까?
김바다 지음, 윤진현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3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20년 01월 05일에 저장

안녕, 남극!- 남극 세종과학기지 과학자들이 찍고 시인이 쓴 남극 사진 동시집, 2판
김바다 지음, 민희영 그림, 박수현 외 사진 / 미세기 / 2018년 12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3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20년 01월 05일에 저장

시간 먹는 시먹깨비
김바다 지음, 정민아 그림 / 대교북스주니어 / 2018년 2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20년 01월 05일에 저장
품절

지구를 지키는 가족
김바다 지음, 양은아 그림 / 한림출판사 / 2009년 10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0년 01월 05일에 저장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봇 동생


 택배로 배달되겠지

 포장지를 벗기자마자

 바로 일어서서 걸을 거야


 물 떠 줘 말하면

 알았어, 하고 물을 떠다 주겠지...


 넌

 이제부터 착한 내 동생 <로봇 동생> 中

 

 방학을 맞아 딸아이 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내일부터 김바다 시인과 함께하는 자리를 위해, 작가의 책 중<우리 집에 논밭이 있어요!> <내가 키운 채소는 맛있어!> <로봇 동생>을 함께 읽었습니다. 아이는 다소 글밥이 많은 두 권의 책보다는 동시 <로봇 동생>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는 <로봇 동생>을 가져갈 예정입니다. 


 동시집 <로봇 동생>안에는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스마트폰,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등 지금 아이들이 관심있어하는 소재로 쓴 동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로봇 동생> 이라는 제목의 시(詩)는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과의 공존을 노래하고 있어 여기에 잠시 생각이 머물게 됩니다. 과연 끝없이 발전할 것 같은 인공지능과 우리는 공존이 가능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 것인가? 이번 페이퍼에서는 이에 대해 적어 봅니다.


 일단 세상에 등장한 강력한 AI는 죽죽 나아가며 힘을 늘릴 것이다. 그것이 기계적 능력의 근본 속성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강력한 AI는 곧 수많은 강력한 AI들을 낳을 테고, 그들을 스스로의 설계를 터득하고 개량함으로써 자신보다 뛰어나고 지능적인 AI로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진화 주기는 무한히 반복될 것이고, 각 주기마다 더욱 지능적인 AI가 탄생함은 물론, 주기에 걸리는 시간도 짧아질 것이다. 그것이 기술 진화의 속성이다.(p359)... 일단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기계가 등장하면(2029년경) 다음은 비생물학적 지능이 급속히 발전해가는 능력 강화의 시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특이점이 가능해지려면 인간 지능의 수십억 배이상 발전 해야 하는데, 그런 놀라운 팽창은 2040년 중반에야 달성될 것이다.(p360) <특이점이 온다> 中


 <특이점이 온다 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1948 ~ )은 AI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어 머지 않은 미래에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 지능이 등장할 것임을 이미 2005년에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구단을 바둑으로 이기는 순간을 목격하면서 이 예언이 실현되는 것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이 우리를 앞선다는 것은 우울한 전망이 아닌 예정된 현실이 된 듯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공존해야 할 것인가를 묻게 됩니다.


 질문 :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마음(heart)"이 있을까, 아니면 그저 "무감각한 반복고리들(loops)과 무감각한 사소한 연산들"(마빈 민스키의 표현)로 구성될까?


 추측 : 인공지능에 대한 두 종류의 극단적인 시각이 있네. 한편에서는 사람의 마음(mind)은 근본적이고도 불가사의한 이유 때문에 프로그래밍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 다른 한편에서는 적절한 "발견술적 수단들"을 복합하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지능을 가지게 될 거라고 주장하지.... 우리가 튜링 테스트에 합격하는 프로그램을 창조하면, 비록 그 프로그램에 마음이 없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마음"을 보게 될 거야.


 질문 :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언젠가는 "슈퍼지능"이 될까?


 추측 : 모르겠어. 우리가 "슈퍼지능"을 이해하거나 그것과 소통할 수 있을지 또는 그 개념이 과연 유의미한지도 명확하지 않아...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생물체라면 우리와 접점이 전혀 없을 거야... 비트겐슈타인이 한번은 "사자(獅子)가 말을 할 수 있더라도, 우리는 사자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재미있는 논평을 했지.(p938) <괴델, 에셔, 바흐> 中


 <괴델, 에셔, 바흐 Go"del, Escher, Bach: An Eternal Golden Braid>에서는 이에 대해 인공 지능은 어느 정도의 마음을 가진 존재이지만, 우리와 교감할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같은 종(種), 한국어라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도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현실 속에서 더글러스 호프스태터(Douglas R. Hofstadter, 1945 ~ )의 이야기는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한 큰 위안이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미래 디스토피아(dystopia)에 대한 불안. 동시 <게임 영화를 보고>는 이러한 엄마아빠 세대의 불안이 담긴 시 입니다.


 게임 영화를 보고


 가상현실 속에서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어서

 나는 신나기만 한데


 어쩌니?

 너희가 살아갈 세상은

 너무 힘들 것 같아!

 엄마는 한 아름 걱정이 생겼어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을

 왔다 갔다 하며 

 살면 될 것 같은데


 게임 그만하라고

 공부하라고 재촉하지도 않고

 엄마는 휴우휴우

 한숨만 쉬고 있어(p76) <로봇 동생> 中


 그렇지만, 작품 안의 아이는 미래에 대해 엄마만큼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미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세대에게 IT 기기는 친숙한 이웃이기 때문일까요. 그들에게 인공지능, 로봇은 타자(他者) 아닌 자아(自我)의 일부일지도 모릅니다. <기동전사 건담>에 나오는 신인류(新人類, New Type)의 원형이 우리 다음 세대는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스 모라벡(Hans Moravec, 1948 ~ )은 <마음의 아이들 Mind Children: The Future of Robot and Human Intelligence >에서 보다 적극적인 주장을 펼칩니다. 인간의 마음을 로봇에 이식시켜 영원한 삶을 살겠다는 생각이 그러한 예입니다.


[그림] 뉴타입 : 샤아와 아무로 (출처 : https://aminoapps.com/c/anime/page/blog/char-amuro-an-eternal-rivalry/D7tP_umee5MWD6dx8PRMZPq055Zrrn)


 

 극단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직접 시뮬레이션 안의 어떤 몸에 '다운로드'하고, 우리의 임무가 완수되었을 때 '업로드'하여 나의 현실 세계로 되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 과정을 역전시켜 그 사람을 시뮬레이션 밖으로 데려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외부의 로봇 몸에 연결하거나 그 안에 업로드 하는 모든 경우에 우리는 과거를 다시 창조하고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p214) <마음의 아이들> 中


 마음 비빕밥 


 내가 네 마음을 모르고 

 네가 내 마음을 모르니까

 내 머리에서 내 마음을 꺼내고

 네 모리에서 네 마음을 꺼내...


 내 마음과 네 마음을

 비벼서 나눠 먹었으니

 서로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거야(p44) <로봇 동생> 中


 사람과 로봇이 맺을 수 있는 세 번째 관계는 서로 돕고 사는 공생이다. 대표적인 시나리오는 <마음의 아이들>에 제시된 마음 이전 mind trasfer이다. 사람의 마음을 로봇으로 옮기는 과정을 '마음 업로딩 mind uploading'이라 한다. 사람의 마음이 로봇으로 이식되면 사람이 말 그대로 기계로 바뀌게 된다. 로봇 안에서 사람의 마음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마음이 사멸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모라벡은 마음의 아이들이 인류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p15) <마음의 아이들, 해제> 中


 인간과 미래 기술(인공지능, 로봇, 나노 기술, 5G 등)이 공존하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예상하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때문에,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은 아마도 우리의 생각보다 미래를 잘 그려나갈 것입니다.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 우리를 좀 더 믿어주기를 바랬듯이, 우리의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우리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근심에 사로 잡힐 것이 아니라, 미래의 세대가 잘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E.F.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 1911 ~ 1977)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Small is beautiful>과 <내가 믿는 세상 This is I believe and other essays>는 불교 경제학을 기반으로 이에 대한 답을 줍니다.


 모든 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의 대상인 폭표를 변경하는 데 있음을 지적해준다. 그리고 이는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가 물질적인 것들에 그들의 적당하고 올바른 위치, 곧 주된 위치가 아닌 부차적인 위치를 부여하는 생활양식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자원 고갈의 속도를 늦추거나 사람과 환경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이룰 기회는, 충분함을 선으로 취급하고 충분함을 넘으면 악으로 취급하는 생활 양식에 대해 올바른 개념을 정립하지 못하는 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진정으로 도전해야 할 대상이 있으며, 기술적 재간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도전을 모면할 수는 없다.(p331) <내가 믿는 세상> 中


 동시 <로봇 동생>을 읽으며 IT와 함께 자란 세대에 대한 기대와 희망, 그리고 우리 세대의 과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주기보다는 그들에게 더 많은 것을 남겨주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페이퍼를 줄입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1-06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6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6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6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