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 사냥, 도살, 도축 이후 문자 발명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
헤르만 파르칭거 지음, 나유신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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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 세계 인류가 각기 다른 시기에 매우 다양한 조건 속에서 최초의 시작부터 문자 발명까지 이루었던 발달 과정들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법칙성과 기본 메커니즘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법칙성은 곧잘 생활 환경에 의해 규정된다. 이때 경제적, 기술적, 정치적, 사회적 진보의 중심 추동력이 되었던 것은 자연이 만든 한계를 넘어가려는 인간의 지칠 줄 모르는 욕구였다._헤르만 파르칭거,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p1005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는 선사(先史)시대의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전세계를 대상으로 서술한 책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독자들은 익숙하게 알던 4대 문명(文明)이전에 존재했던 수 많은 문화(文化)를 접한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많은 문화와 이들의 명멸(明滅) 을 밑거름으로 비로소 오늘날 우리의 문명이 자리잡을 수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두 가지 편견을 깨뜨리게 된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널리 받아들이지는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말한 토인비의 역사관에 대한 생각이다. 인류 역사의 오랜 기간을 차지하는 선사 시대 인류의 문화와 생활권은 자연환경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자연의 지배하에 있었다. 결국, 자연을 대상화할 수 있었던 시기가 극히 최근이었음을 생각한다면, 이른바 역사(歷史)라고 하는 것은 자연에 적응하다 보니 얻어진 결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이른바 문명의 오지(奧地)라는 지역에도 찬란한 문화가 과거에 꽃피웠다는 사실이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도 (비록 더디지만)시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오늘날 ‘역사의 발달‘과 오랜‘ 문명국‘이라고 부르는 것이 결국은 기후환경의 변화에 따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비록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안에는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대신 고고학 유물과 기후, 지리적 변화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반복되어 나오지만, 세계지도를 머리에 상상하며 마치 오월에 서로 다른 꽃들이 시기를 달리하며 피고 지듯, 각지의 문명이 세워졌다 사라지는 것을 그릴 수 있다면, 나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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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1-08 0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항아리에서 좋은 책들이 나오네요.

전 홋타 요시에의 <시간>을 읽어 보
려고 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1-08 09:40   좋아요 0 | URL
예전에 레삭매냐님께서 읽고 리뷰를 남겨주신 <일본 제국 패망사>도 글항아리에서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대체로 글항아리에서 나오는 책들이 역사/인문 분야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훗타 요시에의 <시간>은 또 다른 분야의 책이네요. 동시에, 역사에 기반한 좋은 작품인 듯 합니다. 레삭매냐님 좋은 독서 되세요!^^:)

scott 2021-01-09 13:58   좋아요 1 | URL
홋타요시에 ‘시간‘ 출간된거 전혀 몰랐던 1人
좋은 정보 얻어감 ^.^

페크pek0501 2021-01-08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에는 우연도 많이 작용하더군요. 저는 그런 것에 흥미를 느꼈어요.
그리고 의도한 바와 정반대로 결과가 나타날 때 역시 흥미로워요.

겨울호랑이 2021-01-08 22:00   좋아요 1 | URL
한 치 앞을 모르는 인간들의 삶이 합쳐지고, 갈라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역사이기에 불확정성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페크님께서 말씀하시는 흥미가 불확정성이라 여겨집니다.역사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에게는 답답하지만, 여기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는 것이 바로 흥미겠지요... 역사의 양면성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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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제국, 이데올로기 - 19세기 영국
영국사학회 엮음 / 혜안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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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적 지배의 효과는 피지배자들에게 균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제국주의는 원주민 사회에서 이득을 얻는 소수 집단을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이 반드시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제국주의 세력에 협력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이들의 상당수는 제국의 힘을 빌어서라도 조국의 근대화를 추구하고자 한 근대화론자들이었다._ 박지향, <관료제를 통해 본 영제국 통치의 매커니즘>, <자본, 제국, 이데올로기>, p199

19세기 영국사를 다룬 <자본, 제국, 이데올로기>은 영국사학회 소속 교수들의 논문들을 모은 소논문집이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변화를 여러 측면에서 조명했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으로 생각된다. 이에 대한 리뷰는 아마 페이퍼 형태로 정리될 듯 하다. 다만, 책에서 위의 구절에 눈이 머무르는 것만은 피할 수 없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영국 제국주의 시대의 역사에서 발견하는 느낌은 그다지 상쾌하지만은 않다. 참고로 박지향 교수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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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07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자체만으로 볼때는 틀린말은 아니죠. 하지만 저 근대화론자들 대다수는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개인의 영달 이상 아무것도 하지ㅜ않았다는 것이 문제고, 그 영달이 같은 민족과 주변인들에 대한 처절한 착취에 기반했다는 게 진정한 문제인데 왜 저 근대화론자들은 애초에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는 말만 반복하는걸까요? 가끔은 저들이 다 가족인가싶습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21-01-07 20:40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조국의 근대화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명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자신들은 조국의 근대화라는 명분을 주장하지만, 이를 위해 식민지 지배 하에서 다수가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결국 그들만을 위한 근대화가 아니었는지 되묻게 됩니다...

기억의집 2021-01-07 2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역사쪽으론 그다지 지식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아프리카 식민지를 두고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싶네요. 자원 착취와 노동력 착취가 주였는데.. 아프리카 근대화에 현지인들이 무슨 일을 했을까요? 인도도 아프리카도 동남아도 다 콩고물 먹기 바뻤을 것 같은데..

겨울호랑이 2021-01-07 20:43   좋아요 0 | URL
식민지의 주민들은 본국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이며 같은 인간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20세기 초기 만국박람회에서 흑인들이 전시되었다는 기록을 본다면, 야생동물 수준으로 밖에 여기지 않았을까요...
 
산업혁명 1760-1830
T. S. 애슈턴 지음, 김택현 옮김 / 삼천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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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경제학자인 T.S.애슈턴(1889 ~ 1986)의 입장은 다소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비교적 부피가 얇은 이 책에서 1차 산업혁명 시기에 이루어진 기술혁신과 경제적 변화들을 실증적으로 검토한 애슈턴은, 1차 산업혁명은 비관론자들의 주장처럼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들고 가는한 자들을 더 가난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영국 사회와 영국인을 기아와 질병의 공포에서 구해내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산업혁명이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이며 '지적'인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애슈턴이 1차 산업혁명 연구에 공헌한 바는, 이전의 연구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않았던 영국의 비국교도 집단과 스코틀랜드인들의 역할을 중요하게 취급하고 적극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이다._T. S. 애슈턴, <산업혁명>, p7, 옮긴이 서문 中

역사에서 '산업혁명기'이라 부르는 시기에 대해 T.S 애슈턴은 <산업혁명 1760 ~ 1830>에서 산업혁명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경제성장 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는 낙관론의 입장을, 그 발전의 단속적인 측면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는 비관론을 취하는 입장에 서 있다. 이 같은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그는 중도적 입장에 선 학자라 할 수 있을 것이지만, 책 안 곳곳에 자리잡은 동양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저자의 실증에 기초한 분석은 취하되, 동양을 주변부로 인식하는 저자의 관점은 분명 감안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인도와 중국의 평원에는 질병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남녀들이 낮에는 함께 일하고 밤에는 따로 잠자는 가축들보다 외견상 거의 나을 게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같은 아시아의 생활수준과 기계화되지 않은 그런 공포는 산업혁명을 거치지 않고 인구수만 늘리고 있는 사람들의 운명인 것이다.._T. S. 애슈턴, <산업혁명>, p214

애슈턴은 중국인과 인도인들에 대해 나태하다고 독설을 퍼붓지만, 산업혁명을 통해 생산된 면화의 소비자,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자로 역할하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가 산업혁명이라 부를 사건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드러나기나 했을런지... 경제사 고전인 <산업혁명 1760 ~ 1830>은 우리에게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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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7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7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1-07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 읽은 강준만 선생의 책에 나오는
사회진화론에 입각한 주장이 아닐까 싶습
니다.

산업혁명의 후과로 혜택을 본 사람들도
있지만, 진짜 산업혁명의 역군이었던 노동자
들이 역설적으로 노동에서 소외되고, 산업
혁명의 과실을 자본가들이 독식해 버린
상황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년 말에 잠깐 맛을 본 에릭 홉스봄의 혁명
의 시대에서 느꼈던 것처럼, 저자의 관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역사에 대한 해석도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1-07 14:42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산업혁명‘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긍정적 영향을 강조하기에 사회에 가져온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 정도로 인식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합리화 하는 이론이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이겠지요... 생각해보면, 다윈의 진화론이 가지는 의의는 생물학에서보다 사회학에서 더 크게 느껴집니다. 다윈 자신이 이를 원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제 생각에 애슈턴은 산업혁명을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인식하는 편에 가깝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이에 대해서는 <자본, 제국, 이데올로기>에 자세히 소개되었는데, 기회가 되면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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