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2018년 한만호가 위증죄로 복역을 마치고 출소하면서 최종적으로 마무리된 이른바 한명숙 사건, 이 길고긴 대하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사건을 희극으로 본다면 검찰일 것이다. 양심과 도덕이라는 가면을 쓴 정치지도자(한명숙)의 이중성을 폭로하고 숨겨진 부패를 단죄했으며, 그 정의 실현의 과정을 방해한 자(한만호)까지 처단했으니 주인공으로 자격이 충분하다. 반면 비극일 경우 주인공은 한명숙이다. 전임 정권을 향한 정치 보복에 칼잡이로 나선 검찰의 먹잇감이 된 정치 거물,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선거에서 낙선하고 검찰의 진술 조작과 위증교사로 법정에서도 결국 패배해 정치 생명마저 끊겼다. 하지만 내가 취재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 거대한 연극은 희극도 비극도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부조리극에 가깝다.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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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서평단 참여는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 뉴스타파에서 나온 신간은 최근 우리 현실과 깊은 관련 주제 때문인지 마음이 간다. 이제는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인 ‘한명숙 사건‘이지만, 진실의 유효기간, ‘무오류‘의 검찰은 없다는 두 기자의 기록이 인상깊게 다가온다...

이 책의 부제는 ‘죄수들이 쓴 공소장‘이다. 주어를 ‘죄수‘라는 상징적인 존재로 한정했지만 넓게 보면 ‘힘없고 평범한 시민‘이라고 하는게 의미에 더 부합한다. 공소의 대상은 검찰이다. 특정한 사건을 담당했던 개별 검사를 지칭할 수도 있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권력으로서의 검찰 시스템을 포함한다. 소(訴)에 대한 심판은 재판정이 아니라 시민 법정에서 진행될 것이다.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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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나라가 일어나고 망했던 것과 한나라와는 아주 다릅니다. 옛날 주나라는 작위를 5등으로 나누었고, 제후들이 스스로 정치를 하게 되어 줄기와 뿌리가 벌써 신약해졌는데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되었으니, 그러므로 마지막에는 합종과 연횡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형세와 운수가 그리했습니다. 한나라는 진(秦)나라의 제도를 이어받아서 바꾸어 군현(郡縣)제도를 세웠으며, 군주는 오직 자기만의 위엄을 갖고 있고, 신하는 백 년 정도 가는 권한을 갖는 일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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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8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08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법원들, 특히 연방헌법재판소는 국가사회주의 불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라드브루흐 공식 Radbruchsche Formel"을 적용했는데, 이에 따르면 부당한 실정법도 원칙적으로 구속력을 유지하지만, "실정법과 정의 사이의 모순의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해당 법이 ‘부당한 법으로서 정의에서 벗어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 는 내용이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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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5-06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마나 한 얘기일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인류가 정의를 정의 내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21-05-07 00:09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사실 인간이 만들어 낸 수많은 개념들이 현실과 차이나는 경우가 반드시 정의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지정학 카페 - 세상에서 가장 작은 지식 충전소
질다 르프랭스 지음, 최린 옮김 / 가디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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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세계적인 관점에서 이슈가 되는 지정학 문제의 핵심을 요약한 책. 빈곤, 환경, 종교 등 여러 문제를 폭넓게 다루면서도 문제의 핵심을 잘 짚어냈다. 어렵지 않게 우리의 과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으나, 반면 개별 사안을 나열하는 전개로 구성되어 많은 문제의 출발이 하나에서 비롯된 것임을 놓칠 위험 또한 함께한다.

본문에서는 세계에서 사용되는 ‘언어‘ 중 다수가 아프리카에서 사용되었다는 사실, ‘빈곤‘한 개인과 ‘재정 파탄‘ 상태에 놓인 국가들이 다수 아프리카에 위치했다는 사실 등이 별개의 문제로 제시된다. 그리고, 문제마다 현황과 영향력 등의 내용이 다루어지는데, 이를 따라 읽다보면, 무의식 중에 ‘원래 아프리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잘못된 인식에 자칫 빠지기 쉽다. 반면, 여러 면에서 서구 세계의 지수는 매우 좋게 나오는 현실 속에서 자연 해결책은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해야한다‘는 당위의 문제로 흐르기 쉽다. 그렇지만, 그것이 문제의 본질일까.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에 있어,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통치기에 아프리카인들의 다른 언어, 민족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은 분할 점령이 문제의 발단이 아닐까. 이로부터 생겨난 부족간의 갈등이 국가간 갈등으로 이어져 지금도 내전 상태에 빠졌있다는 것이 사안의 본질이 아닐까. 문제의 원인을 이와 같이 본다면 해결방안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즉, 지역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의 책임자들이 인도적 차원이 아닌, 배상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지만, ‘지리학+정치학‘의 지정학적 접근은 이러한 결론을 애써 피한다. 물론, 여러 여건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문제 해결이 당장 이뤄질 것 같지는 않지만, 종합적 접근을 통한 문제 인식은 공유해야하지 않을까.

이러한 면에서 <지정학 카페>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깊이 있게 들어가지는 못하더라도 연관 이슈들을 책 하단에 ‘화살표‘와 함께 연결할 수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정학의 관점 문제 등도 있지만, 이 책에서 제기할 물음은 아닌듯하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얇은 분량의 책에 알차게 문제를 담았다는 점에서 이 책이 가진 좋은 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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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5-06 14: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도 모든 ‘지정학’류의 학문과 책을 겨울호랑이 님과 동일한 관점에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겨울호랑이 님의 식견에 새삼스럽게 놀랐습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1-05-06 14:42   좋아요 2 | URL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을 들으니, 제가 석학들의 편에 줄을 잘 섰다는 안도감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1-05-06 15:38   좋아요 2 | URL
제가 방금 제 페이퍼에 요약하여 올렸습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1-05-07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구인들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정말 후안무치한 일인데, 저런 글들을 볼때는 정말 화가 치밀어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수많은 사회문제들이 그 근원을 따져가면 대부분이 서구인들이 뿌려놓고 간 것인데 말이죠.

겨울호랑이 2021-05-07 05:32   좋아요 0 | URL
지정학이란 학문의 성격이 결국은 현재 세계 정치를 주도하는 세력의 관점에서 바라본 전략적인 지리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자신들의 과오를 성찰할 여지는 없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