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의 얼음은 극지방의 낮은 기온을 유지해 지구의 기후를 조절한다. 얼음의 밝은 표면은 햇빛의 80%를 반사해 다시 우주 공간으로 내보내는 보호벽 역할을 한다. 하지만 북극해의 얼음은 10년에 13%씩 줄어들고 있다.

이 보호벽이 사라지면 증발량이 늘어나고, 그러면 늘어난 수증기가 대기로 유입되어 비, 습기, 눈이 된다. 이 때문에 더 극단적인 날씨가 발생한다.

잘사는 나라들은 국경을 넘어 탄소를 수입하기 때문에 연소 같은 더러운 일을 다른 나라에 떠넘긴다고 볼 수 있다. 이 흐름을 추적하면 각국 정부로 하여금 탄소 배출량을 합당한 수준으로 책임지고 제한하게 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플라스틱은 종류가 워낙 많아서 분류하기가 매우 어렵다. 완벽하게 분류하더라도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못한다. 결국 몇 세대 뒤에나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그냥 내다 버려야 한다.

지역의 소각 시설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공급 원료"라고 부르며 어떻게든 확보하려고 혈안이다. 다른 연료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런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에 ‘지속 가능한 에너지’ 또는 ‘녹색 에너지’라는 잘못된 이름이 붙기도 한다. 사실 지역 소각 시설은 온실가스를 석탄 화력발전소보다 많이 배출한다.

재생에너지 가운데 발전량이 가장 많은 수력발전은 전체 전력의 약 16%를 공급한다. 이는 풍력발전의 3배, 태양광발전의 6배에 달하는 양이다. 수력발전은 댐에 저장된 물이나 강물을 사용해 전기를 만들어낸다.

수력발전은 다른 재생에너지에 비해 쉽고 신뢰할 만하며 저렴한 에너지원이다. 가장 오래된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인류는 중국 한나라 시기부터 물을 끌어다 노동에 도움을 받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는 한국의 시화호 조력발전소다. 시간당 254MW를 생산하는 이 조력발전소는 4만 호 이상의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전기의 약 10%를 생산하는 핵분열에너지는 저탄소 전력 공급원 중 발전 용량이 수력발전 다음으로 크다. 핵발전소는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약 450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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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는 길로트를 무한히 존경하고 흠모했지만, 아내가 되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거절의 근본 원인은 그녀 스스로 결혼을 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고 느꼈다는 데 있었다. 루의 정열적인 조숙한 지성은 미성년의 육체 속에 깃들어 있었다. 어쩌면 더 근원적인 것은 그녀의 본능적인 독립심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는 것은, 그가 아무리 사랑할 만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자유와 독립을 제약하는 족쇄가 된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느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채찍을 든 이 장면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개입될 때 두 사람의 관계가 즉각 권력관계로 바뀐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해도 좋다. 사랑의 권력관계상 니체는 분명히 약자였고 루는 강자였다.

《즐거운 학문》은 육체적 고통 속에서 정신의 아찔한 고양을 경험하면서 쓴 책이었고, 그 책으로 6년의 자유정신 탐험이 일단은 완수된 셈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루 살로메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니체는 이 편지에서 분명히 "더는 외롭게 지내고 싶지 않다"고 절규하듯 고백한다.

단순히 글 자체의 분위기나 스타일의 독특함을 넘어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독일어 산문의 최고 경지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차라투스트라》의 서술 형식과 언어 수준은 이전의 니체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 이 작품은 철학적 의도 아래 구상된 것이지만 완전히 문학 작품으로 쓰여 있다."

"일체의 글 가운데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글을 쓰려면 피로 써라. 그러면 너는 피가 곧 넋임을 알게 될 것이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1부 ‘읽기와 쓰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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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3-29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합니다.

겨울호랑이 2023-03-29 22:45   좋아요 1 | URL
아, 최근 <하이데거 극장>을 낸 고명섭 작가께서 쓴 책인데, 니체의 인생과 작품을 알기 쉽고 재밌게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4 - 협회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4
볼프강 하르트비히 지음, 오토 브루너 외 엮음, 최성철 옮김,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 / 푸른역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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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트비히에 따르면, 독일에서 'Verein'이라는 단어는 중세 때 '렌제의 선제후협정 Kurverein von Rense'(1338)에서처럼 서로의 '약속'이나 '연대' 또는 '결합'을 뜻하는 단어였다 심지어 당시에는 독립 명사로 쓰이지도 않았다. 이후 종교개혁과 근대 초에는 종파를 함께 하는 제후들 또는 종파를 초월한 제후들끼리의 연합이라는 의미로 확대되어 쓰이다가, 18세기에 와서야 하나의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즉 이 과정을 거치면서 'Verein'은 1790년대에 들어서부터 "자연법적 국가이론과 사회이론의 전문용어"로 거듭났다. 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4 : 협회> 옮긴이의 글, P99

라인하르트 코젤렉(Reinhart Koselleck, 1923 ~ 2006)의 개념사 사전 24번째 주제는 협회(Verein)다. 전근대 시기 '느슨한 정치 연합'의 의미로 사용되던 '협회'의 의미는 근대 시민 사회에 들어서면서 변화된다.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 전체의 일부로서 부분이 아닌, 구성원들의 계약을 통해 형성된 공동체라는 인식의 전환은 보편성에 대한 특수성의 위상변화이기도 하다.

열정의 공동체, 신념의 공동체는 단지 정적으로 규범화된 공동체의 삶 안에서 그들 관심사 중 하나의 견고하게 경계지어진 부분만을 느끼는, 개인의 형식화된 단체가 갖는 의미 내용보다 우위에 선다. "영원한 협회"라는 구호에서는 바로 이 시적-정열적인 언어가 지속성에 대한 희망을 강조하고 있다. 혼자 지내는 것과 단체 결성 사이의 이러한 양극화, 세계 연관과 나의 연관 사이의 상호작용은 하나의 구조 원리로서 신인문주의적으로 개혁을 추구하는 대학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4 : 협회>, P40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4 : 협회>에 의하면 근대사회에서 '협회'라는 개념은 인류사회의 진보에 따른 확장된 우애/형제애로 해석된다. 근대사회가 갖는 자유, 평등의 강조로 인한 경쟁과 이에 따른 불평등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완충장치가 바로 '협회'다. 실제 역사에서 이러한 개념어에 담긴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갔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가 오늘날에도 의미를 갖는다면 자신의 이상과 다른 현실과의 모순을 극복한 가능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 곁에 있다는 의미. 이러한 의미를 담은 '협회'라는 단어 안에서 꺾여진 희망과 함께 아직 뿌리 깊이 살아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시민사회는 이제 경제적인 이익사회이자 경쟁사회로, 교육사회로, 그리고 자신을 결정하는 규범체계로 묘사되었다. 즉 연합은 처음에는 "새로운 형식"의 "모든 물질적 재화의 획득과 판매"를 가능하게 하고, 그 다음에는 "모든 지식 분야에서의 진리의 공동 연구"를 가능하게 하며, 마지막으로는 선교단체들, 금주협회들, 범죄자 재활 협회 등이 갖고 있는 "연합의 정신"이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삶"과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시민적 영리단체와 경쟁단체에 상응하는 동호회 형식으로서 연합은 자연에 종속되어 있던 인간들을 해방시켜 주고, 거의 무제한적인 자아실현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4 : 협회>, P59

"후원협회, 구제협회, 노동협회" 등의 유형을 갖는 사회적 협회 제도들은 그에 따라 고도로 발달한 산업화 속에서 국가시민적 사회의 계급구조를 녹여버리고, 소유의 자유와 정치적 평등의 자유를 기반에 두고 건설된 국가와 사회직서의 진화적 발전을 보증해준다. 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4 : 협회>,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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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공화국으로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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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트의 평화론은 국제법이나 국제정치의 문제로 환원되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공화국은 칸트의 역사철학 근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p223)... 각국에서 일어나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은 국가들을 '위로부터' 봉(封)함으로써만 단절을 면합니다. '아래로부터'와 '위로부터'의 운동의 연계에 의해 새로운 교환양식에 기초한 글로벌 커뮤니티(어소시에이션)가 서서히 실현됩니다. 물론 그 실현은 용이하지 않지만 결코 절망적이지 않습니다. _ 가라타니 고진, <세계공화국으로> , p225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1941 ~ )은 <세계공화국으로>를 통해 현재 인류가 직면한 과제 전쟁, 환경파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한 유일한 길이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가 <영원한 평화>에서 제시한 '자연의 계획이 뜻한 인류의 완전한 연합'으로 가는 길임을 말한다. 그리고 쉽지 않은 그 길을 가기위한 여러 난제들과 해결방안이 본문의 중심을 이룬다. 그렇다면, 세계공화국으로 가는 길을 막는 장애는 무엇인가.


 국민국가는 세계자본주의 안에서 그것에 대응하며 또 그것이 초래한 모순들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자본제경제는 그대로 내버려두면 반드시 경제적 격차와 대립을 가져옵니다. 그러나 네이션은 공동체와 평등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자본제가 초래하는 격차를 해결하도록 요구합니다. 그리고 국가는 그것을 다양한 규제나 세(稅)의 재분배에 의해 실현합니다. 자본제경제도 네이션도 국가도 각각 다른 원리지만, 여기서 그것들은 서로 보충이라도 하듯 접합되어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자본=네이션=국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_ 가라타니 고진, <세계공화국으로> , p16


 고진은 마치 그리스 신화의 머리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Cerberus)처럼 '자본=네이션=국가'의 구조로 이같은 어려움을 설명한다. 자본(資本)이 추구하는 독점을 통한 이윤, 국가가 갖고 있는 중앙집권적 권력은 근대민족주의가 제시하는 네이션(nation)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교집합을 갖는다. 자본의 이윤극대화라는 지대 추구는 국가의 안정적인 시스템 유지를 위한 권력과 충돌할 법도 하지만, 이들은 결코 충돌하지 않는다. 이같은 서로 다른 체제의 공존(共存)이 가능한 것은 바로 상상속의 공동체 '네이션'을 통해서다. 네이션이 마치 보편종교와도 같이 이들에게 사상적 기반을 제시하면서 이들은 삼위일체(三位一體)가 되어 시만과 국민에게 하나의 억압체로 작동한다. 고진은 이 구조가 존속하는 한 현재 인류가 직면한 과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나는 최초에 소위 네이션=스테이트란 자본=네이션=국가라고 서술했습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시민사회=시장경제(감성)와 국가(오성)가 네이션(상상력)에 의해 엮여있다는 것입니다. 이것들은 말하자면 보로메오의 매듭을 이룹니다. 즉 어느 하나를 없애면 무너지는 매듭입니다. _ 가라타니 고진, <세계공화국으로> , p180


 그렇다면, 이들 보로메오의 매듭을 알렉산드로스(Alexandros Magnus, BCE 356 ~ 323)가 끊어버린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처럼 만드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 부분에서 고진은 프롤레타리아의 양면성(兩面性)에 주목한다. 노동자이자 소비자인 프롤레타리아. 생산과정에서 노동자는 잉여인력으로 화폐와의 교환과정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만, 소비(유통)과정에서 노동자는 화폐를 가진 소비자로서 매출을 좌우하는 주역이 된다. 심지어 그는 주식시장에서는 회사의 주인이 되기도 한다. 노동자 1명의 힘은 미약하지만, 그가 가입한 연기금펀드는 자본위에 군림한다. 이런 관점에서 고진은 생산관점이 아닌 소비관점에서의 변화를 말한다. 그리고, 그 같은 변화로 국가를 움직일 수 있다면 이상적인 세계공화국으로의 길은 열릴 것이다.


 생산과정에서 노동자는 자본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동자는 유통과정에서 소비자로서 나타납니다. 그때 그들은 자본에 대해 우월한 입장에 서게 됩니다(p161)... 소비자란 프롤레타리아가 유통의 장에서 나타났을 때의 모습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 운동이야말로 프롤레타리아 운동이고, 또 그와 같은 것으로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_ 가라타니 고진, <세계공화국으로> , p162


 <세계공화국>에서 고진은 프롤레타리아의 이중성에 주목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 이상의 의미를 담는 것으로 생각된다. 큰 틀에서 보자면 고진은 근대가 의미하는 이전 시대와의 단절의 극복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근대 이전의 언어와 근대 이후의 언어가 달라지고, 시니피앙(Signifiant)과 시니피에(Signifie)가 분화하며, 민중과 그들의 대표가 나뉘면서 고대 민주주의와 현대 공화정의 뜻하는 바가 달라지면서 본래의 의미가 퇴색하고, 새로운 것이 이들을 대체하는 과정이 근대화의 큰 흐름이었다면,  이를 극복하고 본연의 의미를 찾는 것이 바로 세계 공화국으로 가는 큰 방법론이 아닐까를 생각해 본다. 이에 대해서는 저자의 다른 책들 <트랜스크리틱>, <역사와 반복>, <네이션과 미학> , <세계사의 구조>를 통해 더 깊게 들어가면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마르크스가 생각하기에 대표하는 자(언설)와 대표되는 자(경제적 계급들) 사이에 필연적인 연관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바로 거기에 근대국가를 특징짓는 보통선거에 의한 대표제(의회)의 특질이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계급들이 자신들의 원래 대표에 등을 돌리고 보나파르트에게서 그들의 대표를 발견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_ 가라타니 고진, <세계공화국으로> , p135

우리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프랑스혁명에서 주창된 자유/평등/우애는 세 가지 교환양식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즉 자유는 시장경제에서의 상품교환, 평등은 국가에 의한 재분배, 우애는 호수입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자본=네이션=국가로 귀결되는 것이었습니다. - P189

자본과 국가 중에 어느 쪽이 근원적인가라는 물음은 우문(愚問)입니다. 그것들은 서로 다른 기초적 교환양식에서 유래하고 있으며, 또 상호의존적이기도 하기 때문에, 한쪽이 다른 쪽을 전면적으로 폐기하는 일은 없습니다. 국가 없이 자본주의는 없으며, 자본주의 없이 국가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국가와 자본의 ‘결혼‘이 생겨난 것은 절대주의 국가(주권국가)에서입니다. 제국주의 문제는 그곳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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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국가는 세계자본주의 안에서 그것에 대응하며 또 그것이초래한 모순들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자본제경제는 그대로 내버려두면 반드시 경제적 격차와 대립을 가져옵니다. 그러나 네이션은 공동체와 평등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자본제가 초래하는 격차를 해결하도록 요구합니다. 그리고 국가는 그것을 다양한 규제나 세(稅)의 재분배에 의해 실현합니다. 자본제경제도 네이션도 국가도 각각 다른 원리지만, 여기서 그것들은 서로 보충이라도 하듯 접합되어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자본=네이션=국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 P16

그런데 ‘생산‘은 일반적으로 폐기물을 무시하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창조성만이 평가됩니다. 헤겔과 같은 철학자가 파악해온 생산이란 그와 같은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와 같은 헤겔의 사고를 관념론이라고 공격한 마르크스주의자는 실은 생산을 유물론적으로 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즉 생산이 폐기물을 수반한다는 것을 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생산을 충분히 긍정적으로만 파악해 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쁜 것은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 또는 계급지배라고 말입니다. - P40

 화폐와 신용에 의해 짜여진 자본제경제시스템은 경제적 하부구조이기는커녕 신용에 의해 존재하는 종교적 세계와 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것을 국가나 네이션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은 언뜻 보면 이데올로기적 또는 관념론적으로 보이지만, 자본제와 마찬가지로 기초적인 교환양식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이데올로기나 표상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근대의 자본제경제, 국가, 네이션은 기초적인 교환양식의 변형과 접합에 의해 역사적으로 형성되어온 것입니다. - P43

또 절대왕정은 세(稅)의 재분배에 의해 일종의 ‘복지국가‘를 가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국가의 실체인 상비군과 관료기구는 시민혁명(부르주아혁명)에 의해 인민주권이 성립된 후에도 존속합니다. 즉 약탈재분배라는 교환양식은 근대국가의 핵심으로 살아남은 것입니다. 그럼 호수적 교환(A)은 어떨까요? 자본주의적 사회구성체에서농업공동체는 상품경제의 침투에 의해 해체되었지만 다른 형태로 회복되었다고 해도 좋습니다. 그것이 네이션입니다. 네이션은 호수적 관계를 기본(base)으로 한 ‘상상의 공동체입니다.  - P49

이상을 정리해보면 세계사는 다음과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중앙집권적 제국이 먼저 서아시아와 동아시아에서 성립하고, 그바깥(주변)에서는 중핵 문명이나 제도를 받아들여가면서도 중심부의 집권적 원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곳에 고전고대적인 도시국가와 제국, 그리고 그 주변에 봉건적이라고 불리는것이 발달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머지않아 중앙집권적인 국가가 형성되었습니다. 그것이 상비군과 관료기구를 갖춘 절대주의국가입니다. - P75

그렇다면 화폐가 출현하기 위해서는 상품 5만이 등가형태에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마르크스는 이런 ‘단순한 가치형태‘에서시작하여 확대된 가치형태, 다시 ‘일반적 가치형태‘ 그리고 화폐형태로 발전하는 것을 논리적으로 보여주었지만, 화폐는 말하자면 상품 가 다른 모든 상품에 대해 배타적으로 등가형태에 놓이게 되었을 때에, 즉 한 상품만이 다른 모든 상품과 교환가능하게되었을 때 출현하는 것입니다.  - P85

니체의 생각은 보편종교의 출현이 주술=호수적 교환을 폐기하고 화폐에 의한 교환이 지배적이 된 시점에서 생긴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마르크스가 가치형태론으로 제시한 것은 그 과정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즉 단순한 가치형태에서 시작하여 일반적 등가형태 또는 화폐형태가 형성되는 과정입니다. - P105

이처럼 보편종교는 상인자본주의. 공동체 · 국가에 대항하여, 호수적(상호적)인 공동체 즉 어소시에이션을 지향하는 것으로서나타났던 것입니다. 같은 것을 불교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습니다. 불교는 상인과 여성 사이에서 퍼졌습니다. 후에 여성을 죄 많은존재라고 여기는 게 불교라고 생각되게 되었습니다만, 그것은 불교 이전부터 있던 수행자들의 통념에 지나지 않습니다.  - P108

되풀이해서 말하자면, 절대주의 국가에서는 그때까지 상호 대립하고 있었던 다양한 세력이 억압되고 전제적 주권자의 신민으로서 동일화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국가권력의 폭력성이 분명해집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절대주의 국가질서는 새로운 경찰기구에 의해 유지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경찰폭력이라는 관념이 성립합니다. 그러나 시민혁명 이후 국가질서는 더 이상 노골적인 폭력에 의해 유지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국민에 의한 자발적 동의와 복종에 의해 유지됩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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