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자유
밀턴 프리드먼 지음, 심준보 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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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주의 철학의 핵심은 개인의 존엄성을 믿는 것이다. 나아가 자기와 마찬가지로 행동할 다른 사람의 자유에 간섭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스스로 판단한 바에 따라 각자의 능력과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를 믿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사람들의 동등성에 대한 믿음을,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불균등성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 각자는 자유에 대해 평등할 권리를 가진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302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 1912 ~ 2006)의  <자본주의와 자유 Capitalism and Freedom>는 최소 정부를 지향하는 시카고 학파의 사상, 이른바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 Neo-Liberalism)의 핵심이 잘 드러난 책이다. 프리드먼이 강조하는 '자유(自由, freedom)'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free from)인가? 그것은 정부의 제약으로부터 제약이며, 본문에서는 하이에크(Friedrich Augustvon Hayek, 1899 ~ 1992)의 '노예 serfdom'로도 설명된다.


 자유주의자는 근본적으로 집중된 권력을 두려워한다. 그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개개인에게 따로따로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들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권력이 분산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유주의자는 시장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정부에 부여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82


 프리드먼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정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개인의 존엄성에 기반하여 시장 구성원이 각자 자신의 이익에 충실했을 때 시장은 분업과 전문화를 통해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효과적으로 최대의 생산물을 산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 프리드먼이 강조하는 바다. 시장의 원리에 의해 완벽하게 조정될 수 있는 세상. 여기에 정부가 자리할 곳은 없다. 


 외부효과라는 이름으로 다뤄온 것들과 같은 고려사항들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부 개입을 합리하는 데 이용돼왔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러한 합리화는 외부효과라는 개념을 정당하게 적용한 것이라기보다는 불리한 내용은 뒤로 빼놓고 유리한 내용만을 내세워 사람들을 오도하는 것이다. 외부효과는 일장일단이 있다. 그것은 정부의 활동영역을 확장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고,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외부효과가 어느 정도로 큰 규모라야 이를 극복하는데 드는 특정한 비용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한지도 알기 어렵거니와, 그 비용을 적절한 방식으로 분산하기란 훨씬 더 어렵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71


 기업독점에 관하여 가장 중요한 사실은 경제 전체적 관점에서 볼 때 그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p198) ... 정부운영 혹은 정부 감독 부문은 지난 반세기 동안 급격히 성장해왔다. 반면 민간 부문에서는 독점의 범위가 증가하는 경향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감소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199


 프리드먼은 실물경제에서 시장의 실패 - 기술독점과 외부효과 등 -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도 불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화폐시장에서 정부지출의 효과 - 승수효과(乘數效果, fiscal multiplier)도 불확실하기에 정부개입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해석하며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 ~ 1946)와 대립각을 세우고,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저자는 이러한 '최소정부'에 기반해서 사회 전반의 문제를 논평한다.


 정부 지출의 증가는 화폐소득을 증가시킬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증가는 전부 정부 지출에 의해 흡수되어버린다. 민간 지출은 불변이다. 그 과정에서 가격은 상승하거나 적어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덜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민간 지출의 실질액을 오히려 줄어들게 한다. 마찬가지로 정부 지출의 감소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논리들이 성립한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144

 기본적으로 프리드먼의 논의는 다음과 같이 균형(equilibrium)에서 출발한다. 수요와 공급이 완전하게 일치한 완전한 시장.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해서 가격과 수량이 결정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이상의 세계. 그곳은 유토피아(utopia)다.


 미국이 대체로 국제수지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하고...(p114)


 그렇지만, 과연 현실의 경제문제가 그렇게 결정되는 것일까. 프리드먼이 말한 시장의 원리가 모든 곳에 적용될 수 있을까. 이윤이 나지 않는, 그렇지만 반드시 필요한 공공재가 거래되는 시장(시외버스, 마을버스)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참가자가 있을까? 또는, 반도체 가격이 폭등했다고 해서 바로 반도체 생산에 뛰어들 기술장벽 없는 시장이 오늘날에는 얼마나 될 것인가? 또한, 정부의 독점과 노동조합이라는 카르텔에는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기업의 독점과 카르텔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프리드먼의 논리는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사적 담합이나 카르텔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담합 등은 일반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얻을 수 없다면 불안정하고, 오래 지속될 수도 없다. 카르텔의 결성으로 인하여 가격이 인상되면 제3자는 그 산업에 신규 진입함으로써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높은 가격은 참여자들이 그 가격으로 팔고자 하는 수준 이하로 판매량을 제한함으로써만 기능하게 되므로 각 참여자들 개별적으로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하여 가격을 낮추고자 하는 유인을 가지게 된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12


 만약에 노종조합이 특정 직업이나 산업의 임금을 인상하면, 그 직업과 산업에서의 고용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가격이 높으면 수요가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경우 더 많은 사람이 다른 직업을 찾게 되고, 이는 다시 그 직업의 임금 수준을 낮추게 된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노동력의 사용을 왜곡함으로써 일반 대중들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전체에 대해서도 피해를 주었다. 노동조합은 또한 가장 불리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고용기회를 줄임으로써 노동자 계급의 수입을 더욱 불평등하게 만들어왔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02


 개인적으로 신자유주의 이론을 담고 있는 <자본주의와 자유>의 논지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자격증과 같은 진입장벽을 부정하는 프리드먼의 논지 안에서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저자는 케인즈의 승수이론을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이론이라 비판한다. 그의 비판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정부의 투자 지출이 늘어나더라도,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결국 민간투자만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같은 논지로 그의 자유주의를 비판하게 된다. 완벽한 자유주의가 사회 구석구석까지 마치 인간의 모세혈관처럼 미칠 수 있다면, 그의 이론처럼 될 수 있겠지만 실제적으로 시장은 그런 곳이 아니다. 이윤이 생기지 않는 곳에서는 한계인간들만이 시장에 참여할 곳이고, 승자들의 논리가 적용되는 게임의 법칙을 적용한다면 그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결국 사회의 손끝과 발끝부터 모세혈관은 죽어가고 대동맥만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살아 남는다면, 몸통만 남은 절반의 사회가 되지 않을까. 프리드먼의 자유주의 한계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경제문제의 출발은 균형점이 아니라, 개선해야 할 불균형점에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의과대학의 입학허가를, 그리고 나중에는 의사면허를 통제하는 것은 그 직업에 대한 진입을 이중으로 제한한다. 더욱 노골적인 통제는 많은 수의 지원자들을 단순하게 탈락시켜버리는 것이다. 이보다는 덜 노골적이지만 아마도 훨씬 더 중요한 또 다른 통제는, 입학허가와 면허발급의 기준을 강화시켜 젊은이들로 하여금 의과대학에 입학하려는 노력을 아예 포기하도록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38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발전이 이루어짐에 따라 급격히 불평등이 감소하고 있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64

자유는 개인이 자유를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를 내포하는 개념이 아니며, 매사를 포괄하는 윤리도 아니다. 실로 자유주의자의 주된 목적은 윤리적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리고 ‘진실로‘ 중요한 문제는 자유사회에서 개인이 직면하는 문제들, 이를테면 자유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다. 그러므로 자유주의자는 두 가지의 가치를 강조한다. 하나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관련된 가치로서, 자유주의자는 바로 이 맥락에서 자유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개인이 스스로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과 관련된 가치로서, 이는 개인윤리와 철학의 영역이다. - P41

우리는 우리 이외의 세상사람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유를 신봉하며 그것을 실천하려 합니다. 누구도 당신들에게 자유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당신들의 문제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에게 동등한 조건으로 당신들에게 전폭적인 협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시장은 당신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여기서 당신들이 팔 수 있고, 팔고 싶은 것들을 파십니오. 그 수익을 이용하여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사십시오. - P130

차별을 정의하고 해석하는 데는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다. 누군가를 차별하는 사람은 그 차별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말하자면 그는 스스로 차별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아 이를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이란 말에 자신이 공감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기호‘ 이상의 의미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 P182

정부가 만들어낸 일종의 독점으로서 이제까지 논의했던 것들과는 원리상 전혀 다른 것이 있는데, 발명자들에게 부여하는 특허권과 저작자들에게 부여하는 저작권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재산권을 구성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여태껏 논의한 독점들과는 다르다... 특허권과 저작권의 경우, 한눈에 보아도 재산권으로 인정해주어야 할 강력한 근거가 분명히 있다. - P206

기업에 자선 목적의 기부를 허용하고, 소득세 공제를 허용하는 현재의 정책방향은 소유와 통제를 실제로 분리시키고 우리 사회의 기본 성격과 본질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주의적인 사회에서 한 걸음 더 멀어져서 법인형 국가 corporate state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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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4-25 07: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윤탱이 읽고 감명 받었다는 저자네요. ㅎㅎ 저는 요즘 돌아가는 판세 보면 경제학자들의 조언이 과연 맞나 싶습니다. 제조업체들 다 외국으로 보내던 미국이 다시 자기 나라에 유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부의 경제 가치관이 중요하긴 하구나 싶습니다. 저의 경제를 발가 벗겨 먹으려는 미국이 요즘처럼 싫은 적 없었던 것 같아요. 아니 윤탱은 그렇게 밀턴 프리드먼 좋아하면 프리드먼처럼 의대정원 자유화 하면 되겠네요. 프리드먼도 이런 건 좋네요!!

겨울호랑이 2023-04-25 08:20   좋아요 3 | URL
네, 대통령 후보 시절 자신의 경제철학(?)이 밀턴 프리드먼에 기반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시장자유화를 강조하면서 미분양아파트를 정부가 사들이거나, 외환시장의 환율방어를 위한 개입은 왜 하는 것이며, 이와 반대로 쌀 수매에는 왜 시장자유를 외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원할 때는 상대를 공산세력으로 규정하고 반공을 외치며,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는 자유를 강조하며 두 손 놓고, 강자에게 한없이 굴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노예의 길‘로 잘도 끌고 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만약 이와 같은 중국과 국제사회 간의 인식 괴리가 지속된다면, 양자 간의 상호 이해와 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이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중국의 ‘오만함’과 ‘공격성’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사회의 비판과 항의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는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지역의 소수민족 탄압,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 대만에 대한 무력 시위 확대, 남중국해 일부 섬의 군사기지화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놓고 볼 때, 중국인들은 ‘소극적 측면’이 초래하는 부정적 결과에 불만을 느끼기보다는, ‘적극적 측면’이 초래하는 긍정적 결과에 더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에게 공산당 영도 체제는 비민주적이고 낙후된 ‘권위주의’라기보다는, 중국의 상황과 조건에 맞게 운영되는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로 보일 수 있다. 공산당 선전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커다란 사회경제적 위기나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여 공산당 지도부가 현재의 통제 기제로는 국가와 사회와 인민을 제대로 통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또한 그런 위기를 맞아 중국인 대다수가 현재의 통제 기제를 불신하고 거부하는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공산당 통제 기제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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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는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쌀 소득보전직불제(변동직불제), 쌀생산조정제 (논에 작물 재배지원) 같은 제도를 운용해왔다. 변동직불제를 통해쌀값이 일정 금액에 못 미치면 정부가 이를 보전해줬고, 생산조정제를 통해 논에 타 작물 재배를 유도함으로써 쌀 과잉생산을 방지하려 했다. 쌀에 관한 한 한국정부는 사실상 ‘강제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온 역사가 있다. 이번 양곡법 정국의 도화선은 ‘의무화‘였다.  - P13

양곡법 사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징후적이다. 우선 국내 정치사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농민을 홀대하는 정부·여당은 없었다. 과거 정부 역시 농업 예산비중을 계속 줄이고 청와대 농업 담당 비서관을 오랫동안 공석으로 두는 등 농정에 무관심했지만, 적어도 문제가 불거지면 농민의 눈치를 봤다. - P14

또 하나는 쌀을 ‘시장재‘로 바라보기시작했다는 점이다. "시장의 쌀 소비량과상관없이 남는 쌀에 막대한 혈세를 들인다"라는 표현은 지금껏 없던 말이다. 국내에서 쌀은 시장재가 아니라 ‘정치‘였다. 시장질서와 상관없이 보호해야 할 ‘가치‘였다. 이제 그 가치가 ‘정치권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 P14

‘쌀 과잉과 쌀값 폭락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쌀은 농민의 안정적인 소득원이자 국가의 식량안보를 떠받치는보루다. 국내 곡물 자급률이 20% 수준에불과하지만 그나마 쌀 자급률이 90%를넘기 때문에 (2020년 기준 92.8%),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가루 가격이 폭등했을 때도 ‘우리는 쌀이 있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참을 만했던 거다. 기후위기와 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위기가 확산되면 곡물자급률이 20%에지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가장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고, 많은 국민은 ‘식량 난민‘으로 전락할 것이다. 쌀을 지키는 비용을 낭비라는 관점으로만 바라보면 정말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 - P18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림어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다. 성장주의자 시각에서 보면 고작 2%에 불과한 농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모두 쓸데없는 낭비일 것이다. 그러나 농촌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고유의 먹을거리·자연경관·지역문화가사라진다는 뜻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완전히 박정희식 성장주의로 돌아섰다. 그런 대통령의 눈에 농촌이 보이겠나. 지금 시대에 오랜 성장주의 담론의 고리를끊어내야 하는 게 정치인, 그것도 대통령의 일인데 요원해 보인다. - P19

사실 이번 사태는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잘 지키기만 했어도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당시 쌀 변동직불제 (목표가격에 미달하면 차액을 보존해주는 제도)를 폐지하면서 쌀값이 하락할 거라는 농민들의 우려를 달래기 위해수급 상황을 감안해 쌀을 매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게 현재의 양곡관리법이다. 그런데 농림부장관이 초과매입 약속을 제때 지키지 않아서 쌀값이 45년 만에평균 20% 가량 폭락했다. 농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했고, 놀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매입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 지금 사태의발단이다. 양곡관리법의 규정만 잘 지켰으면 사생결단을 할 필요가 없었다. - P19

"윤석열정부가 친미의 깃발로만 나라를 끌고 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는 게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그러한 기본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세상이 ‘친미‘와 ‘반미‘로만 나뉘지 않는다. 도감청사건을 지금처럼 대응하는 것은, 이번 사안을 너무 값싸게 받아들이는 태도다."
심지어 한국은 미국의 유일한 동맹국이 아니다.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이 미국인 것과는 비견된다. 미국은 전 세계 수많은 나라와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 P22

IAEA라는 기구의 설립 목적 자체가 핵의평화로운 ‘사용‘을 장려하고 원자력산업발전을 촉진하는 일이다. 핵무기에 대해서는 강하게 규제하고 감시하지만, 원자력발전과 사고 처리에 대해서는 위험과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거나 최소화될 수있도록 각 국가에 일종의 ‘컨설팅‘과 ‘지원‘을 제공해주는 역할이 더 크다. - P26

IAEA 검증의 한계는 명확하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배출되는 오염수와 관련된 모든 위험과 안전성을 판단하지 않는다. 검증 범위가 명확히 한정되어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출 계획과 그 이행 과정이 IAEA 국제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판단의 근거는 대부분 일본 측이 제공하는 자료들이다.  - P26

현대차로서는 굳이 생산직을 뽑지 않아도 사내 하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에게 일을 시킬 수 있었다. 이들은 정규직과 달리 사실상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고 임금도 낮았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법상 일을 시키면서도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파견‘이다.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은 파견이 불법이다.  - P34

북한은 ‘정면돌파, 자력갱생‘을 군사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2021년부터 시작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도 전술핵무기와 ICBM 성능향상,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전략핵무기개발, 극초음속 미사일과 군사위성 등 군사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다. - P44

‘윤리적 AI‘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문제는 AI의한계가 아니다. 한계가 큰 AI를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사람이 문제다. 기권을 할 수도, 상대를 설득할 수도 없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우리는 이제 어떤 전략을 짜야 할 것인가.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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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사상의 유토피아와 개혁 - 철학이 아닌 역사로 밝힌 18세기 계몽사상 현대의 고전 11
프랑코 벤투리 지음, 김민철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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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철학자 집단의 사상과 나머지 유럽의 사상 사이에 존재하던 틈을 메운 것은 <백과전서>였다. 그것이 과학과 예술에 관한 사전이었다는 사실이 새로운 관념의 유포를 가능케 했다. 기술적 문화는 노동과 기계, 철학과 일상의 관계, 그리고 사상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디드로가 구상하던 개념들에 연결되어 있었다... 정치와 법은 디드로와 그의 동료들이 반복적으로 독자들 앞에 제시한 관범위한 철학적/도덕적 문제의 일부로서 계속해서 논의되었다. _ 프랑코 벤투리, <계몽사상의 유토피아와 개혁> , p172


 프랑코 벤투리(Franco Venturi, 1914 ~ 1994)는 <계몽사상의 유토피아와 개혁 Utopia and Reform in the Enlightenment>에서 정치사상의 관점에서 계몽사상을 바라본다. 역사적으로 르네상스를 주도했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정체였던 공화정이 16세기 절대왕정 국가들의 도전으로 쇠퇴하면서 공화정은 유럽의 중심 정체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가기 시작한다. 절대왕정에 의한 중앙집권적 국가권력이 근세 유럽 정치질서를 장악하던 시기. 저자 벤투리는 이 지점에서 주변부의 공화정 정신을 계몽사상의 근원으로 지목한다.


 공화국은 절대주의 국가와 구조적으로 동일하지만 그 외부에 위치한 독립적인 정치체다. 공화국의 존재는 절대주의 국가 내부에 있는 정치 형태처럼 때때로 미심쩍으며 형식에 치중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외부 구조물을 살아남아 유럽 대륙에서 공화주의 전통을 유지했다. 군주정의 대안 모형을 보존한 것도, 군주정의 최종적 승리를 정치적/군사적 차원뿐만 아니라 이념적인 차원에서 부정한 것도 바로 이 외부 구조물이었다. _ 프랑코 벤투리, <계몽사상의 유토피아와 개혁> , p43


 고대 그리스가 군사적으로는 로마에게 굴복하여 제국의 변방으로 편입되었지만, 사상적/예술적으로는 로마의 근원이 되었듯, 사도 바오로(Paul, CE 5 ? ~ 64 ?)의 기독교가 그들을 박해하던 로마제국의 종교가 되면서 중세시대가 열렸듯, 벤투리는 절대주의 국가들에 의해 헤게모니를 상실한 도시국가들의 공화정신이 정신사적으로 절대왕정국가들에게 퍼져나가면서 계몽시대가 열렸다고 분석한다.  


 국가조직 형태로서의 공화정이 낡아 보이고 썩어가는 폐허 속에 누워 있을지라도 공화주의적 도덕은 분명 존속했다. 세상은 변했지만 공화주의적 우정, 공화주의적 의무감, 공화주의적 긍지는 살아남았다. 이들은 심지어 군주국의 심장부에서, 절대주의 세계에 완전히 통합되어 있는 듯이 보이는 사람들의 내면 깊은 곳에서도 존재했을 것이다. _ 프랑코 벤투리, <계몽사상의 유토피아와 개혁> , p105


 다만, 저자가 본문에서 소개되듯 계몽사상가들의 사상이 모두 일치했던 것은 아니었다. 디드로(Denis Diderot, 1713 ~ 1784), 볼테르(Voltaire, 1694 ~ 1778),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 ~ 1778) 등 서로 다른 계몽주의자들은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있었고 그 목표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상적 결집은 백과전서를 통해서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계몽사상은 특수성을 아우를 수 있는 보편성을 갖게 된다. 


 고대 도시들의 참사회, 원로원, 인민 사이의 균형은 몇 세기 동안 깨져 있는 상태였다. 고전적 민주정체는 사라졌다. 네덜란드와 베네치아 같은 근대 공화정/귀족적은 역사적 중요성을 잃어버렸다. 덕성은 여전히 최고의 정치적 이상이었다. 그러나 근대 공화국에 의해 제기된 역사적 문제는 오직 군주국 내에서만 해결할 수 있었다. 이는 오직 귀족, 시민, 사법부, 주권자의 구조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까다롭지만 유익한 타협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구성된 권력기구들은 중계자가 되었다. 잉글랜드에서는 그들이 삼권분립과 균형의 기초였다. _ 프랑코 벤투리, <계몽사상의 유토피아와 개혁> , p71


 프랑코 벤투리의 <계몽사사의 유토피아와 개혁>은 역사 속에서 프랑스 혁명으로 대표되는 시민혁명이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에 대한 내부적 반발 뿐 아니라 절대주의의 팽창과 쇠퇴한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공화정에 있음을 밝힌다. 저자가 보여주는 18세기를 전후한 역사적 사건의 연속성과 필연성 속에서 독자들은 계몽사상의 기원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백과전서파는 식자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소규모 엘리트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경제적 진보를 이끈 요소로서의 경제생활과 연결됐고, 그들이 개선하고 더욱 합리적으로 만들고자 했던 행정/정부 기구와도 긴밀히 연결됐다(p30)... 그들은 전통적인 사회 지도층을 대신하고자 열망할만큼 가장 높은 사회적 지위에 충분히 가까우면서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자신들의 무력함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국민이 직면한 실질적 문제들에 대해 정확한 시각을 갖지 못할 정도로 노동 인민과 괴뢰되어 있지도 않았다. 결국 그들은 이 문제들에 대한 기술적 해법을 구상하고, 일반적 혁명을 예측하지 못한 채 그것을 때때로 적용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었다. _ 프랑코 벤투리, <계몽사상의 유토피아와 개혁> , p31


 자유라 함은 곧 교역의 자유였다. 평등은 재산과 세금에 관한 문제였다. 정의는 더 나은 자본/노동 투입을 의미앴다. 당연하게도 비교의 결과는 잉글랜드의 완전한 승리였다. _ 프랑코 벤투리, <계몽사상의 유토피아와 개혁> , p175



프랑스인들에게도 몽테스키외부터 루소에 이르는 공화주의 사상의 뿌리들은 가까운 유럽적 경험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결코 신화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사례들은 철학자, 지롱드파, 자코뱅파에 직접적으로 속하지지는 않았다. 그 사례들은 덜 지역적이고 덜 "개인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오직 신고전주의 모형만이 신화의 웅장함과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다. - P39

공화주의 전통의 관점에서 우리는 베네치아 과두정의 경직성보다는 잉글랜드 공화주의자, 이신론자, 자유사상가들이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넓게 퍼져서 벌였던 혹독한 투쟁을 보아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분명해졌듯이, 공화주의의 유산에서 가장 역동적인 부분은 귀족적 요소가 아니라 자유지상주의적인 요소였다. - P101

루소가 비록 <사회계약론>에서 권력의 분립 및 균형을 일체 거부했지만, <산에서 쓴 편지>에서 그가 내린 최종 결론은 "최상의 정부는 그 안에서 모든 분파가 서로를 견제하면서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정부"라는 것이었다. 루소의 권위는 고대 공화국들의 바로 그 부동성의 기제를 떠받치는 기능을 했다. 부동성의 기제는 그들로 하여금 가분, 집단, 특권, 계급 등의 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방해하고, 더 근대적인 정치투쟁에 돌입하는 것도 방해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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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4-22 1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조금 짓궂은 장난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계몽주의 시대의 백과전서파이면서 법학의 아버지이자 작가, 수필가 기타 등등이었던 볼테르 선생의 풀 네임을 원어면 더 좋고 우리 말이라도 알고 계신 분께 만원 드립니다!!!
ㅎㅎㅎ 저도 모릅니다.
같은 시절의 동료 몽테스키외의 철자를 정확하게 알고 계신 분께도 만 원 드립니다!!!
검색하지 않고 말입니다. ^^ 진짜로 저도 모릅니다. 알고 계신 분이 있는지 그게 궁금해서 애먼 겨울범 님 서재까지 와서 드리는 퀴즈입니다.
겨울 범님, 죄송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3-04-22 17:46   좋아요 1 | URL
ㅋㅋ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볼테르가 필명이라는 것만 알지만 굳이 본명까지 알려고 하진 않았네요. 골드문트님 퀴즈 덕분에 이번에 잘 기억할 것 같아요.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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