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스테네스가 제시한 행정 개혁은 데모스를 아테네의 정치조직뿐만 아니라 군사조직의 기반으로 삼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만일 이 개혁안이 시행된다면 아테네인들은 보다 효율적인 도시 방어군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개혁안이 아테네 시민들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그들의 지지를 얻었던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클레이스테네스의 개혁안은 스파르타의 입김을 제거하고 아테네의 군사력을 재조직할 기회, 그리고 시민들이 더 큰 정치적 발언권을 확보할 기회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는 획기적인 방안이었다.

솔론의 조치는 극적이었다. 그는 모든 부채를 일시에 탕감하고, 인신 담보 행위를 금지하여 차후 아테네 시민이 노예로 전락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아테네의 각 사회·경제 계급이 갖는 정치적 권리도 재조정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통칭 ‘세이삭테이아seisachteia’라 불리는 솔론의 개혁 프로그램이 권리와 책임은 재분배하지만 ‘동등한’ 분배를 추구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솔론의 체제는 공동체 내부의 각 계층을 같은 선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솔론이 적당하다고 판단한 권리를 각 계급에게 부여한 보수주의 체제였다. 솔론은 스스로 ‘에우노미아eunomia(질서)’라고 부른 이 ‘중도’를 통해 아테네가 한 마음으로 단결하기를 바랐다.

클레이스테네스의 개혁은 ‘데메스’라는 촌락 공동체를 정치의 기본 단위로 삼고 거기에서 정치적·군사적 대표를 직접 선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데메스의 구성원들은 지역 의회에 모여 자신들의 문제를 논의하고, 의원을 선출하고, 공동체 운영 방식을 결정했다. 클레이스테네스의 개혁은 전통적인 4부족 체제를 해체하고 10부족제로 재편하여 그것을 군대와 정치 참여의 기초로 삼았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솔론은 ‘디스노미아dysnomia(무질서)’와 대조되는 ‘에우노미아(질서)’에 대해 얘기했다. 기원전 510년과 508년의 아크로폴리스 포위 사태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이소노미아isonomia(법 앞의 평등)’가 논의되었다. ‘데모크라티아demokratia(시민에 의한 통치)’가 최초로 개념화되고 언급되는 것은 기원전 490년과 480년 페르시아의 침략을 겪고 난 후의 일이다.

나는 민주주의 탄생의 역사에 내재된 취약성과 불확실성 안에 오히려 더 큰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고대 기록들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바는?일단 그 안에 포함된 모순과 은폐, 재해석을 간파하고 나면?민주주의는 그 착상과 발전이 확실히 보장되었던 적도, 개인적 욕망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적도 없으며, 주요 인물들과 역사가들, 그리고 후대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되었다는 사실이다.

고대 아테네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인물들과 일반 대중은 자신들이 결과적으로 무엇을 창조하게 될지 알지 못했다. 이 새로운 정치체제의 발전 과정은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었으며,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기억되고 기려질 수 있었다. 이 점은 인간 문명의 우연성을 상기시킨다. 우리 사회의 어떤 측면도 필연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라 가정할 수 없기에, 계속해서 우리 세계의 일부로 남기를 원하는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싸워서 수호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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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 이후 세계 무역의 성장과 정치적 확장은 쉽게 억누를 수 없는 혼란을 만들어냈고, 중국에서 세력 균형의 근본적 재구성을 가져왔다. 경제적 하강이 중국 제국을 덮쳤는데, 이것은 세계 시장의 변화와 연관되어 있었고 결과적으로 농촌의 빈곤을 가져왔다.

19세기 동안 제국의 제도들은 내부의 쇠퇴와 외부의 압력으로 심하게 덜거덕거렸고, 증대하는 도전에 점점 더 대응하지 못했다. 경제적 상황이나 홍수와 가뭄 같은 환경적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지방정부와 기층 사회 사이의 적대감은 점점 더 심해졌다.

18세기 말 무렵 광저우 무역은 중국 차에 대한 영국의 수요에 크게 힘입어 두드러지게 성장했다. 면화와 같은 인도의 제품이 광저우를 거쳐 수입되었고, 영국 선박들은 이것을 차, 자기, 비단을 바꾸어 다시 유럽으로 운송했다.

두 차례 아편전쟁은 조공 체제를 조약 체제로 대체했다. 이러한 변화는 중요했고, 그 결과는 멀리까지 영향을 미쳤다. 조공 체제의 소멸은 수백 년 동안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안정과 번영을 만들어낸 위계적 모델에 기초한 중요한 제도의 상실을 의미했다.

분명하게 청조에 불리한 여러 조항이 공식적 언어 속에 숨겨져 있었다. 조약들을 본질적으로 불평등하게 만든 것은 몇 가지 핵심적 측면에서 상호주의의 결여였다. 항구의 개방과 치외법권 조항은 모두 일방적이었다. 즉, 중국은 유럽이나 유럽의 속국에서 대등한 특권을 얻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조약항은 조약국들이 중국에 강요했던 반식민지적 통제 체제의 중요한 측면이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의 민족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중국의 민족주의자들은 조약항을 중국인 주민에 대해 외국인이 특권을 누리는 장소이자 중국의 주권에 대한 외부적 제약의 상징으로 적의를 가지고 보았다.

19세기에 중국의 교역 조건도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대체로 1827년 이후 시작되어 1840년대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던 은의 대규모 순유출에 따른 것이었다. 이것은 수 세기 동안 중국으로 은이 유입되던 패턴이 역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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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이후 사이언스 클래식 14
스티븐 J. 굴드 지음, 홍욱희.홍동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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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에 나아갈 바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윈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3대 요소를 이해하고 그것을 미래에 대한 판단과 관련지어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3대 요소란 진화의 일차적인 요소로서 개체를 중시하고, 자연 선택을 적응의 매커니즘으로 여기며, 진화적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믿었던 그의 신념을 의미한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 , p381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 1941 ~ 2002)는 <다윈 이후 Ever Since Darwin: Reflections in Natural History>를 통해 잘못 이해되고 있는 다윈 사상을 짚고, 우리에게 그의 사상이 주는 의미를 재발견한다.

<다윈 이후>에서 저자는 우연(偶然)적인 자연선택(自然選擇)과 이에 대한 개체(個體)의 적응(適應)을 말한 다윈의 주장이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결정론적인 필연(必然)의 법칙으로 오용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연선택의 결과, 강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우생학(優生學)적인 논리나 적응의 결과로 필연적인 진보(進步)가 일어난다는 역사주의 모두 다윈의 의도와는 무관한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의 지류에 불과하다.

다윈주의의 본질은 자연 선택이 적자를 창조한다는 주장에 담겨 있다. 변이는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그 방향은 임의적이다. 그것은 소재를 공급해 줄 뿐이다. 자연 선택은 진화라는 변화의 방향을 지시한다. 그것은 선호되는 변이 종들을 보전하고 점진적으로 적응도를 쌓아 올린다(p57)...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란, 다름 아닌 그 속에서 살기에 보다 나은 설계로 이루어진 생물 종들을 차증적으로 보전함으로써 변화하는 환경을 따라잡는 작업을 말한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 , p58

적응이란 다윈주의의 가장 중요한 상징이다. 자연 선택은 생물들이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계속적으로 끊임없이 작동한다. 빈약한 설계에 따른 형태적 구조물들과 마찬가지로 부적당한 사회적 조직들 또한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 , p362

다윈의 진화론(evolution)은 주어진 상황에 맞춰 살아남기 위한 한 생명체의 삶이 있을 뿐이다. 그에게 주어진 환경도, 그가 갖고 있는 특징도 필연적인 법칙이나 절대적인 요소는 없다. 상황이 그렇게 되었을 뿐이고, 여기에 맞춰 살아갈 뿐이다. 이를 바라보는 제3자의 해석이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경이를 넘어선 법칙, 의지 등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는 다윈주의에 대한 곡학아세(曲學阿世)식의 왜곡임을 본문을 통해 저자는 상세하게 비판한다...

나는 일반적으로 '종 분화(speciation)' - 하나의 원줄기로부터 곁가지가 갈라져 나가는 - 를 통해서 진행되는 것이지 조상들의 느리고도 지속적인 변형을 통해 새로운 종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종 분화가 반복되면서 관목 형태가 만들어진다. 진화의 '연속'은 사다리의 가로대가 아닌, 재구성하자면 마치 밑동으로부터 우리가 현재 위치하는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우회적인 통로와 미로가 얽히고설켜 있는, 그러한 관목의 모습인 것이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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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주로 제국 경제의 기반으로 여겨진 농업 생산에 부과되었다. 중국의 재정 체계는 사유지에 대한 과세를 중심으로 했다. 18세기 중반의 공식적 재정 데이터에 따르면 토지세가 공식적으로 기록된 세입의 73.5%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염세鹽稅(11.9%), 관세(국내 및 해외무역에 부과하는 세금, 7.3%), 잡세(7.3%) 등에서 왔다

작으면서도 사실상 줄어들고 있는 재정자원을 추출하는 비교적 작은 행정부에서 통치하고 있었음에도, 또한 광범위한 기술적 진보 없이 인구압이 증가했음에도 청대 중국 경제는 늘어나는 거대한 인구에게 식량, 의류, 주거를 제공했는데, 이는 확실히 인상적인 성취였다.

조공 체제는 ‘책봉’冊封으로 알려진 종주국의 승인과 종주국에 대한 사절의 정기적 파견이라는 두 가지 핵심 제도로 형식을 갖추었다. 책봉은 ‘종속적인 조공국 지위의 분명한 수용을 수반했고, 다른 정치 단위의 합법적 주권과 조공국 내에서 합법적 통치자로서 왕의 지위를 승인하는 외교적 의례였다.

조공과 무역을 결합한 활동은 균형과는 거리가 멀어 외국인들에게 크게 이익이 되었는데, 그 차이가 너무 커서 중국은 외국 사절단의 규모와 화물에 대한 제한을 정하고 초기에 사절단 파견의 시간 간격을 규정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한국과 베트남은 조공 체제에 가장 강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공식적인 조공 사절들과 독립적으로 혹은 그 여백에서 중국, 베트남, 한국, 류큐, 내륙아시아, 동남아시아 도서부 등 사이에서 발전한 광범위한 무역 네트워크가 초지역적 경제 관계를 강화했다. 이러한 무역 연계는 대부분 중앙의 국가 통제로부터 자율적이었는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중국 관료들이 이러한 행위를 해적 행위와 연관 짓곤 했기 때문이다

세계적 관점에서 보면 청대의 영광과 화려함은 초기 근대 세계의 형성에 기여했고, 그 세계에서 청은 가장 발전한 지역으로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두루마리가 암시하듯이, 청대 중국에서 독특한 것은 중앙 국가의 능력이 번영하는 지방 사회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가가 지방 사회에 정책을 부과할 수 있을 때도 중앙의 관료들은 지방 엘리트들의 지원을 얻고 지방 공동체 내 기존의 사회적 네트워크에 맞추어 계획을 조정함으로써만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안정적인 생활수준과 함께 대규모 인구 증가가 후기 제국 경제를 규정했다. 중국 경제는 시장의 팽창에 이끌려 호황을 맞았다. 뚜렷한 시장의 확대와 상업화가 전례 없는 정도로 농촌 사회에 파고들었다. 국내 무역도 빠르게 발전했다. 중국 농가 중 상당한 비율이 생산물의 상당 부분을 판매할 수 있었고, 일부 상품은 직접 생산하는 대신 시장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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