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가 유럽에 보급되면서 몇몇 기물은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기도 했다. 기물을 만드는 기공들이 코끼리의 두 엄니를 주교 모자의 두 꼭지로 오해해 코끼리가 비숍(주교)으로 바뀐 것이 좋은 예다.

바이킹들도 폴리네시아인 탐험가들과 마찬가지로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들이 1000년에 굳이 새로운 지역들을 탐험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들의 탐험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사회구조였다. 특히 전사 집단의 역동성이었다. 야심 찬 지도자들이 새로운 영토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우리의 세계 여행을 1492년 이전에 유럽과 아메리카 사이에 일어난 특정한 접촉의 한 순간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바이킹이 뉴펀들랜드에 도착한 1000년이 바로 특정한 접촉의 순간이다. 그곳을 기점으로 사료에 묘사된 길들을 따라가며 고고학적 발견을 토대로 다른 길들을 재구성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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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관찰 일기
김화요 지음 / 푸른책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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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 예뻐지게
김화요 지음, 임효영 그림 / 오늘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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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하는- 제28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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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색깔
김화요 지음, 다나 그림 / 오늘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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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사이에 - 제12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12
김화요 지음, 오윤화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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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지갑이 없어졌단 말이야. 너희들이 우리 집에 왔다 간 바로 어제!" 주목이가 험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거칠게 내뱉었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아이들의 눈이 더욱 커졌다. _ 김화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 p8

김화요의 <내가 모르는 사이에>는 주목이의 생일 파티에서 엄마의 지갑이 사라져 버린 사건과 이 사건에 얽힌 아이들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각자의 시선에서 그려진 작품이다. 이 작은 사건이 가져온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평소에는 문제 삼지 않았던 문제들이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결코 작은 일이라 볼 수 없는 사건이지만,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사건. 그리고, 친구들 간의 갈등과 심리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기에 아이들이 재밌게 읽는 것은 아닐까.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내별마을에 산다고 하면 바로 어색해지는 어른들의 표정, 아파트 단지 꼬마들이 거지 동네라고 생각 없이 부르는 곳. 그래도 나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길고 가파른 계단도, 좁고 지저분한 골목길도, 낡아서 바람이 세게 불면 신음 소리를 내는 우리 집도 나는 부끄럽지 않았다. 내별마을은 무지개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조용히 나이 들어 묵묵해진 골목길이 있는 곳이었다. 갈 곳이 없어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 서로에게 각별히 끈끈한 곳이었다. _ 김화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 p15

<내가 모르는 사이에>를 읽으면서 아빠는 작품에 나오는 친구들의 장점에 대해 생각했어. 다른 사람들이 꺼리는 가난한 동네에 살지만, 그곳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곳만이 갖는 장점을 발견하는 효민이. 효민이에게 경쟁심을 갖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효민이의 좋은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주먹이.

한 번도 고효민을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보다 가진 게 적은 것이 확실한데도 나보다 많이 가진 것 같아서 고효민을 볼 때마다 속이 배배 꼬였다... 그러나 고효민은 내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아이였다. 처음에는 단점이나 약점을 찾아낼까 싶어서 지켜봤으나 나중에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쳐다보게 되었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냥 고효민이라는 인간 자체가 순수하게 궁금해졌다. 나도 모르게 고효민이 신경 쓰이고, 그 애의 말에 아닌 척 귀를 기울이고, 가끔은 같이 어울리고도 싶었다. 어쩌면 나는 고효민과 친구가 되고 싶었나보다. _ 김화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 p103

그리고, 지갑을 가져간 친구의 마음까지. 아빠는 이들 모두가 각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멋진 친구들이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이 갖는 좋은 점만 보고 자신의 것을 가볍게 여기는 마음,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는 마음, 자신이 피해를 볼 까봐 뒤로 숨는 마음 등. <내가 모르는 사이에>의 친구들은 어른들도 하기 힘든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어서 아빠도 많이 배우게 되었단다. 아니, 어쩌면 어른들이어서 갖기 힘든 마음일 수도 있겠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없다고 하지. 더 많은 것을 가지려 채우려 하거나 남을 이겨서 앞서 가려고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아빠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로부터 배울 수 있어 좋았어. 연의는 책을 읽으면서 어떤 점이 좋았니? 이번 한 주는 부회장 선거로 바쁜 시간들을 보내겠구나. 아빠는 결과와 관계없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의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 이번 한 주도 건강하게 잘 보내고 행복한 토요일을 맞이하자꾸나. 사랑하는 아빠가.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결국 말해야 하는 것은 진실 뿐이었다. 어둠이 점점 짙어졌다. 월요일에 **이가 겪을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아마 내일도 나는 지금처럼 숨죽이고 있을 것이다. 내가 잘하는 것은 그런 것밖에는 없었다. 도망치는 것, 회피하는 것, 숨어 있는 것. _ 김화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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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의 세계는 몇 가지 중요한 점에서 콜럼버스가 제1차 항해를 시작한 1492년의 세계와 달랐다. 첫 번째로 다른 점은, 1492년의 유럽인들이 화기와 대포를 소지해 그들과 마주치는 사람 거의 모두를 무력화할 수 있었던 반면에, 1000년의 여행자들은 과학기술적 수준이 비슷해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이다. 1000년에는 교역의 주체도 1492년과 달랐다. 호황을 누린 곳은 중국이나 중동과 같은 세계의 일부 지역이었을 뿐 다른 지역, 특히 유럽은 뒤처져 있었다.

1000년 무렵에 각지의 사람들은 서로 간의 관계망을 수립했고 그것이 세계화의 다음 단계에 필요한 무대가 되어, 1500년대에 유럽인들은 기존의 네트워크를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개조할 수 있었다. 따라서 세계화는 유럽인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기존에 있던 것을 바꾸고 증대시킨 것뿐이었다. 세계화는 그전에 이미 시작되어 있었고, 그런 바탕이 있었기에 유럽인들은 그 많은 지역에 그토록 빨리 침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 인구가 2억 5000만 명에 달한 것은 역사의 전환점이었다. 본국을 떠나 이웃 나라 영토로 간 탐험가들이 인구가 적었던 이전 시기보다는 아무래도 사람들과 마주칠 개연성이 높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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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체제 - 일본 전후경제사의 멍에를 해부하다
노구치 유키오 지음, 노만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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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체제 사관'이라는 '새의 눈'으로 조망하면, 1980년대의 거품 경기는 일본 경제가 '1940년 체제'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음에도 그 체제가 생존을 도모한 데서 생긴 사건입니다. 더욱이 1940년 체제 사관에서 보면, 아베 신조 내각이 실시하고있는 경제정책은 '전후 레짐(체제)으로부터의 탈피'가 아닙니다. 완전히 반대로 '전시 · 전후체제로의 복귀'입니다. 그 기본적인 방향은 시장의 기능을 부정하고 경제활동에 대한 국가 관여를 강화하자는것입니다. 1940년 체제의 사고방식 그 자체입니다. _ 노구치 유키오, <1940년 체제> , p29

노구치 유키오 (野口悠紀雄, 1940 ~ )는 <1940년 체제 - 일본 전후경제사의 멍에를 해부하다>에서 1980년대 일본 경제의 거품 붕괴의 원인을 '1940년 체제'에서 찾는다. 1940년 체제. 그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총력전체제와 국가사회주의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이른바 혁신 관료라고 불린 그룹은 만주국에 파견되어 국가 경영을 담당하던 관료들로, 그 중심인물 중 하나가 기시 노부스케 岸信介(1896~1987)입니다... 그들의 이념은 '산업의 국가 통제입니다. 기업은 공익에 봉사해야지 사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불로소득으로 생활하는 특권계급의 존재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사고방식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회주의 사상에 가깝습니다. 사실 기시 노부스케가 목표로 한 것은 '일본형 사회주의경제' 건설이었습니다. 때문에 한큐전철 阪急電鐵의 창업자이자 대표적인 전전 戰前 경영자였던 고바야시 이치조는 상공대신에 취임했을 당시에 차관이었던 기시를 '아카 赤(적색분자·빨갱이)'라고 부르며 비난했습니다. _ 노구치 유키오, <1940년 체제> , p22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일본의 체제에 대해 깊이 인식하지 못한 미 군부의 장성들은 이름만 바꾼 일본의 기업들과 기관들을 그대로 방치했으며, 이들은 1950년 '하늘에서 떨어진' 한국전쟁이라는 기회를 통해 그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었다.

군수 관련 기업을 관리하면서 항공기를 비롯한 공업 생산 물자의 조달을 통제하던 군수관리들은 미 점령군 진주 직전에 관공서 간판을 상공성'으로 바꿔 달았죠. 점령되면 당연히 전범 색출이 시작되기에 군수라는 명패를 달고서는 도저히 조직으로서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군수성은 1943년에 상공성과 기획원이 통합되면서 생긴 관청이기 때문에 원래의 이름으로 되돌린 것입니다. _ 노구치 유키오, <1940년 체제> , p39

'1940년 체제'는 1950년대, 1960년대의 자원·자금 부족 국면에서 전략적인 산업 부문에 자원이 우선적으로 배분될 수 있게 해 전후 부흥과 공업화를 촉진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에 석유파동이라는 외부 위기에 일본 경제 전체가 최적으로 대응하도록 크나큰 기능을 발휘했습니다. _ 노구치 유키오, <1940년 체제> , p195

이러한 국가 중심의 경제 종력전 체제는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으로 작동했으며, 1980년대 일본은 미국을 능가하는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등장하기에 이른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1940년 체제'의 한계를 지적한다. 2000년대 IT 혁명이나 2010년대 금융위기와 같이 시스템 개혁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일본은 변혁(變革) 대신 개선(改善)을 선택한다. 한국전쟁 이후 일본의 이러한 선택의 결과는 언제나 성공적이었기에 그들은 모험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는 '잃어버린 30년'으로 돌아왔음을 지적한다.

이들 금융기관은 미국의 투자은행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변혁의 지향점으로 삼았습니다. 자본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에게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입니다. 일부 장기신용은행에서는 그러한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전환할 수 없었죠. 구태의연하게 종래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 생존을 도모하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손쉽고 재빠르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 융자에 빠졌던 것입니다. 이게 1980년대 후반 '일본 경제 모순의 원점'이었습니다. _ 노구치 유키오, <1940년 체제> , p253

<1940년 체제>는 이처럼 전후 일본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요인이 이제는 쇠퇴의 원인이 되었음을 지적한다. 번영의 시작을 알리는 '한국전쟁'이라는 기회 자체가 '외부의 손실'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일본의 경제적 번영은 다른 이들의 눈물과 피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이렇게 손쉽게 수십 년 동안 주어진 번영에 익숙한 이들이 구태여 혁신이라는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 '승자의 저주'는 아닐런지. 일본 경제의 한계를 이 같은 관점에서 분석한 <1940년 체제>는 다소 딱딱한 경제이야기와 함께 일본의 관료, 학자로서 저자 자신과 주변의 생생한 이야기도 담겨다. 이 책은 저자의 통찰과 당시 일본의 관료 문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일본 전후 경제사 책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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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3-06-27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6.25가 이틀 전인데, 시의적절한 글에 공감 많이 되었습니다. ^^
우리나라 경제성장도 베트남 전쟁 덕이고 하던데요,
이번 러우 전쟁에서는 어느 나라가 경제적으로 가장 혜택 입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우리나라도 한 몫하고 있겠죠. ㅎ)

겨울호랑이 2023-06-27 20:54   좋아요 1 | URL
구경 중에서 가장 재밌는 구경이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건 아마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옆 나라의 전쟁은 여기에 더해 자신의 이익을 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당사국이 아닌 주변국에게 환영받는 게 아닌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가장 큰 혜택은 우리나라의 경우 삼부토건이 다 가져가는 것 같습니다만... 다른 이들의 피해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가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 오랜 전통이라는 점이 참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북다이제스터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저녁 되세요! ^^:)

북다이제스터 2023-06-27 21:01   좋아요 1 | URL
앗, 삼부토건이요? ㅋㅋ
주식 사야겠습니다. 내부 정보(?)죠? ㅎㅎ
방금 보니 이미 많이 오른 듯… ㅠㅠㅠㅠ

겨울호랑이 2023-06-28 10:45   좋아요 1 | URL
ㅜㅜ 에고 이미 삼부토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거 같아요... 삼부토건 자체가 안랩처럼 정치테마주가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