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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드로스/메논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파이드로스>는 소크라테스와 파이드로스간 대화이며, Eros(에로스)와 수사학에 대해 논의한다.
1. 사랑에 대한 정의
"비이성적인 욕구가 올바른 것을 지향하는 판단력보다 우위에 선 다음 아름다움의 쾌락 쪽으로 이끌리다가 자신과 친족관계에 있는 다른 욕구들에서 육신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새로운 힘을 얻어 모든 것을 정복한다면, 그런 욕구는 바로 이 힘에서 이름을 얻어 에로스라고 불린다는 말일세"(238c)
2. 에로스의 부정적인 면 : 연인의 피해
소크라테스는 에로스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먼저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에로스는 성인남자와 소년과의 동성애적 사랑을 의미하지만,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피해는 동성애만 아니라, 이성연인으로 확대해 보더라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상대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불러오는 폐해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다름이 아닌 것 같다.
연인의 피해
"그런데 마음이 병든 사람은 자기에게 반항하지 않는 것은 좋아하지만, 자기보다 더 강하거나 자기와 대등한 것은 미워하게 마련이네. 그러니 연인은 할 수만 있다면 연동이 자기보다 더 강해지거나 자기와 대등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언제나 연동이 더 약해지고 더 열등해지게 만들 것이네."(239a)
"연동이 연인에게는 최대의 쾌락을 제공하되 스스로는 가장 큰 피해를 입도록 말일세. 그러니 정신적인 측면에서 연인은 결코 유익한 수호자가 아닐세."(239c)
3. 에로스의 긍정적인 면
논의 중 소크라테스는 에로스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의 접근을 한다.
'에로스'는 '상기'를 통해 몸에 갇힌 혼에 날개를 달아주어 진리(실재 Idea)로 가게 해 준다는 것이다.
혼의 불멸성
"모든 혼은 불멸하네. 항상 움직이는 것은 사멸하지 않기 때문이네."(245c)
진리
"색깔도 없고 형태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혼의 키잡이인 지성에 의해서만 볼 수 있으며 모든 참된 지식이 관여하는 실재(實在)일세."(247c)
신들의 삶
"혼은 한동안 실재를 보고 진리를 관조하며 흐뭇해하는 가운데 영양분을 섭취하고 행복감을 느끼다가 결국 하늘의 회전운동에 따라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다네."(247d)
"첫 번째 생을 마감한 후 심판을 받게 되네(249a)....철학자의 혼에만 날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네. 철학자의 혼은 그것들을 가까이함으로써 신이 신적인 존재가 되는 그런 것들을 상기를 통해 최대한 가까이 하기 때문이네."(249c)
"인간들은 그분을 날개 달린 에로스라 부르지만, 신들은 그분을 날개 신이라 부른다네. 그들은 날개가 자라나게 하니까."(252b)
4. 수사학
에로스에 대한 정의를 내린 후, 소크라테스는 대화의 논의가 시작된 뤼시아스의 연설문을 살펴보면서, 수사학에 대한 논의와 수사학적 방법, 연설문에 대한 비판을 한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수사학은 '혼의 본성'을 규명하고 이를 잘 나타내는 방법으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말하는 기술이 유행하는 당대의 현실에 대한 비판이라 생각된다.
이미 2500년 전에 이러한 사실왜곡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졌음에도, 여전히 '진실을 숨기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해주는 것 같다.
수사학과 전문기술
"수사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은 먼저 대중이 헷갈리게 되어 있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체계적으로 나눈 뒤, 이 두 종류의 특징이 각각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네.
.. 둘째, 그는 개개의 주제에 모르고 다가가서는 안 되고, 자기가 논의하려는 것이 두 종류 가운데 어느 것에 속하는지 예의주시해야 하네."(263c)
"의술은 몸의 본성을, 수사학은 혼의 본성을 규명해야 한다는 말일세."(269b)
"누군가 자신의 연설을 듣게 될 청중의 다양한 성격을 헤아리는 한편 사물들을 형상별로 분류하고 개별 사물들을 하나의 형상에 포함시킬 능력이 없다면, 그는 인간으로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장 훌륭한 수사학 전문가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오."(274e)
"첫째, 자네는 말이나 글의 주제에 관해 진실을 알아야 하네. 둘째, 자네는 똑같은 방법으로 혼을 구분하여 개개의 혼에 맞는 연설을 찾아내 자네의 연설들을 그에 맞게 정리 정종한 다음 복잡한 혼에게는 복잡하고 포괄적인 연설을, 단순한 혼에게는 단순한 연설을 제공해야 하네."(277c)
<파이드로스>에서는 영혼불멸, 윤회,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수사학 등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논의가 <국가>에서는 어떻게 발전되는지, 특히 '동굴의 비유'에서 나타나는지 비교해서 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다.
<메논>은 메논과 소크라테스 간 '미덕(arete)'에 대해 논의한 대화편이다.
'미덕'이 무엇인가에 대해 메논이 질문을 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정의하지 못한다. 하나의 단일한 '미덕'이 있는가와 아니면 상황과 경우에 따른 여러가지의 '미덕'이 있는가에 대한 첫 번째 논의가 이루어진다.
"비록 미덕은 수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지만 모두 동일한 형상을 하고 있어서, 그것에 힘입어 미덕이 미덕이 되는 것이라네."(72c)
"누가 뭔가를 깨부술 때 익살꾼들이 말하듯이 하나를 여럿으로 만들기를 그만두게. 미덕은 전체로서 온전하게 내버려두고, 미덕이 무엇인지 말해주게."(77b)
소크라테스는 미덕의 '정의'에 대해서 묻는 반면, 메논은 현실에 나타난 '특성'을 통해 말하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되어 끝나는 이러한 문제는 러셀의 <기술이론>에 의해서 후대에 해결되는 것 같다. 모든 정의가 결국 '기술(서술)의 집합'이라는 러셀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정의'-'특성'간 논의는 결국 무의미하다는 것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닐까.
'미덕'에 대한 정의가 실패하자, 논의를 바꿔서 '상기(想起)'에 대해 말하게 된다.
본문에서는 소크라테스가 메논의 노예 소년에게 질문을 통해 기하학 문제에 대한 해답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설명된다. 소크라테스는 노예 소년이 답을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상기' 시켰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무리한 논리 전개인것 같다.
본문에서는 마치 우리가 예전 중학교 수학 시간에 맞꼭지각, 엇각 등의 개념의 사용해서 SAS 합동을 증명했던 때를 연상시키는 논의를 한다. 나는 당시 선생님이 증명할 때 '그런가보다' 했지, 덮어놓고 다시 하라면 '헤맸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봤을 때, 들어서 '인정'하는 것과 '안다'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그런 이후, '미덕은 배울 수 있는 것인가?'하는 논의가 이루어진다.
소크라테스는 테미스토클레스와 그의 아들 예를 들어 미덕이 배울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테미스토클레스가 다른 분야는 아들에게 가르치기를 원하면서 자신이 지혜로웠던 분야에서는 아들을 결코 이웃보다 더 나은 인물로 만들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야 하는가?"(93e)
"만약 지성이 만들어져 사람 안에 심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자들은
엄청난 보수를 받게 되리라."(95e)
이를 통해, 교사라고 자처하는 소피스트들을 비판하고, '미덕'으로 인도하는 것은 '바른 의견', '바른 신념', '지식'라는 이야기(97b)와 함께, '바른 의견'이 혼에서 달아나지 않도록 묶어두는 것이 '상기'라고 결론 짓는다. 결국 '미덕'은 신의 섭리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로 논의가 끝난다.
"미덕은 타고나는 것도 아니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닐세. 오히려 미덕은 그것을 지닌 사람들에게 지성과는 무관하게 신의 섭리에 의해 주어지는 것일세."(100a)
<메논>을 통해서, 플라톤 철학과 기하학의 관계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기하학'은 추상적인 학문의 성격상 질문을 통해 답을 유도해나가는 과정이 다른 학문보다 용이하기 때문에, 플라톤 철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리라.
또한, <메논>에서 소크라테스가 노예 소년으로부터 답을 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동굴의 비유'에서 밖으로 나가서 빛을 본 사람이 묶여 있는 동료들에게 '빛(Logos)'을 설명하는 모습이 비춰지는 것 같다.
결국, '플라톤 철학'의 초기/중기 단편들은 각 단편이 주제를 가지면서도, <국가>라는 거대한 구조물 속의 한 개의 공간/구역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 <파이드로스/메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