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기아스 / 프로타고라스 - 소피스트들과 나눈 대화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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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르기아스>는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인 고르기아스 그리고 고르기아스의 숭배자들인 폴로스, 칼리클레스 간 이루어진 대화이며, 주제는 '수사학이란 무엇인가' 이다.

 

소크라테스와 고르기아스 간 이루어진 대화

 

소크라테스는 고르기아스에게 수사학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고르기아스는 수사학이란 설득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는 기술이라 말을 하고,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연설가들이 올바르게 알지 못하면서 설득을 한다며 고르기아스를 비판한다.

 

'수사학은 무엇과 관련있는 지식인가요? 연설과 관련있는 지식이오.'(449e)
'고르기아스님, 수사학이야말로 모든 것을 말하기로 성취하고 달성하는 기술들 가운데 하나이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수사학에서 쓰는 이들 말하기들은 실제로 무엇과 관련있나요?' '인생의 가장 중대하고 가장 좋은 일들과 관련 있소.'(451d)
'고르기아스님,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것으로 그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답변해 주시오.' '인류에게는 자유의 원천이자 개인에게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오. 나는 그것이 설득이라고 주장하오.'(452e)
'그렇다면 수사학은 정의나 불의와 관련하여 확신을 낳는 설득의 생산자이지, 사람들을 가르치는 설득의 생산자는 아닌 것 같군요.'(455a)
'연설가는 사실 자체가 어떠한지는 전혀 알 필요가 없고, 대신 비전문가들에게 전문가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득의 묘안을 생각해내기만 하면 되니까요.'(459c)
'그대가 누군가를 연설가로 만들 경우, 그는 미리 알고 있건 나중에 그대한테 배워서 알고 있건 올바른 것들과 불의한 것들을 반드시 알고 있겠군요.(460b) 이 논리대로라면 올바른 것들을 배운 사람은 올바른 사람이기도 하겠네요? 그렇다면, 연설가는 반드시 올바른 사람이고, 올바른 사람은 반드시 올바른 것들을 행하려 하겠지요?'(460c)
'그러나 잠시 뒤 그대가 연설가는 수사학을 불의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대가 하는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소.'(461a)

 

소크라테스와 폴로스 간 이루어진 대화

 

소크라테스는 수사학이란 혼이나 몸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인 척 하는 아첨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내가 보기에 수사학은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림직작에 능하고 조금은 용감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재주를 타고난 혼의 활동인 것 같소. 나는 그것을 한마디로 아첨이라고 부른다오.'(463b)
'혼을 돌보는 [기술]을 나는 정치학이라고 부르지만, 몸을 돌보는 [기술]은 체력단련과 의술이라는 두 분야가 있다는 게 내 주장이니까요...그리하여 이들 네 가지 기술이 두 가지는 몸을 돌보고 두 가지는 혼을 돌보며 언제나 가장 좋은 것을 추구하자, [아첨]이 이를 눈치채고는, 자신이 바로 그 분야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오.'(464b)
'나는 수사학이 아첨의 한 분야라고 말했네, 폴로스.'(465a)

 

폴로스는 그럼에도 연설가들이 힘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항변을 한다. 그런 폴로스에게 소크라테스는 진정한 힘은 좋은 것이며, 불의를 행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불의를 당하는 것이 불의를 행하는 것보다 좋기 때문에, 자기의 즐거움으로 행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연설가들도 참주들도 그들의 나라에서 가장 힘없는 자들이라는 게 내 주장일세. 그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행하기는 하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행하지 못하기 떄문일세.'(466e)
'자네 말처럼 힘은 좋은 것이지만, 지성없이 아무거나 좋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행하는 것은 나쁘다는 데 자네도 동의하고 있네.'(467a)
'누가 다른 것을 위해 무엇을 행하면,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행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행위의 목적이 되는 것이겠지?(467d) 사람들이 이런 모든 행위를 하는 것은 좋은 것을 위해서네.'(468b)
'참주든 연설가든 누군가 그렇게 하는 것이 사실은 더 나쁜데도 자기에게는 더 좋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처형하거나 국외로 추방하거나 재산을 몰수한다고 가정해보게. 그런 사람이 자기 나라에서 큰 힘을 가진다는 것이 가능할까?'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468d)
'그대는 불의를 행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의를 당하고 싶으시겠네요?' '나는 어느 쪽도 원하지 않네. 하지만 불의를 행하거나 불의를 당해야 한다면, 나는 전자보다 후자를 택하겠네.'(469c)
'불의를 행하는 불의한 자는 아주 비참한데, 불의를 행하고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처벌받지 않는다면 더 비참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신들과 인간들에게 처벌받는 다면 덜 비참하다는 것이 내 의견일세.'(472e)
'두 개의 훌륭한 것 중에 어느 하나가 더 훌륭하다면, 즐거움과 이익이라는 두 측면 중 한 측면에서 또는 두 측면 모두에서 다른 것을 능가하기 때문에 더 훌륭한 것일세.(475a)
'불의를 행하는 것이 더 수치스러운 것은 그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고 고통의 측면에서 또는 나쁨의 측면에서 또는 두 측면 모두에서 불의를 당하는 것을 능가하기 떄문이 아니겠는가?'(475b)
'올바른 것은 훌륭한 것이라는데 우리는 동의했지? 훌륭한 일을 당하는 것은 좋은 일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사람은 좋은 일을 당하는 것이겠지?'(477a)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수사학은 불의를 행하지 않을 때만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폴로스, 불의를 행하는 것은 온갖 나쁨을 가져다주기에 사람은 무엇보다 불의를 행하지 않도록 자신을 지켜야 하네. 그리고 자신이든 자신이 돌보는 다른 사람이든 불의를 행하면 최대한 빨리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는 곳으로 자진해서 가야 하네.(480b)...나는 수사학이 불의를 행할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네.'(480b)

 

소크라테스와 칼리클레스 간 이루어진 대화

 

카리클레스는 소크라테스와 폴로스간의 대화에서 자연과 관행이 혼동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자연속에서는 불의를 당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자연 속에서 대다수가 개인보다 강하며, 대다수에 의해 제정된 법은 자연에 맞는다고 반박한다.

 

'자연과 관행은 대게 서로 상반되지요. 자연에서는 불의를 당하는 것처럼 더 나쁜 것은 무엇이든 더 수치스럽지만, 관행에 따르면 불의를 행하는 것이 더 수치스럽기 때문이지요.(483a).... 내 생각에 법을  제정하는 것은 힘없는 사람들, 즉 대중인 것 같아요.(483b)... 그러나 내 생각에 더 나은 사람이 더 못한 사람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더 무능한 사람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정의라는 것을 자연 자체가 분명히 보여주는 것 같아요.'(483d)
'그런데 자연에서는 대다수가 개인보다 더 강하지 않은가?(488d) 그렇다면 대다수의 법은 더 강한 사람들의 법일세... 대다수의 법은 동등한 몫을 갖는 것은 옳고, 불의를 행하는 것이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더 수치스럽다는 것 아닌가?'(488e)

카리클레스는 사치와 무절제 등이 미덕이라고 주장하고, 소크라테스는 좋은 것과 즐거움은 다른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리고, 단순히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아첨이라는 폴로스와 대화 결론(수사학은 아첨이다)으로 돌아간다.

'나는 더 훌륭하고 더 지혜로운 사람이 더 열등한 사람들을 다스리고 이들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자연의 정의라고 믿어요.(490a)... 그럴 재력만 있다면 사치와 무절제와 자유야말로 미덕이자 행복이죠.'(492c)
'결핍과 욕구는 모두 괴로운 것이라는데 자네는 동의하는가?(496d)... 마시는 것은 결핍의 채움이자 즐거움이겠지?(496e)... 목마를 때 마신다고 자네가 말할 때, 그것은 누군가 괴로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하는 것이 된다네.(496e)... 그러면 좋은 것들은 즐거운 것들과 같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것들은 괴로운 것들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기 때문이지.'(497d)
'이런 즐거움들 가운데 몸에 건강이나 힘이나 몸의 다른 미덕을 가져다주는 것들은 좋은 것이고, 그와 정반대되는 것들을 가져다 주는 것들은 나쁜 것인가?(499d)... 그 대상이 몸이든 혼이든 그 밖의 다른 것이든 이처럼 더 좋은 것인지 더 나쁜 것인지는 따지지도 않고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아첨이라고 주장하네.'(501c)

 

카리클레스는 이후 논쟁을 중단하고, 소크라테스 혼자 대화를 이어간다. 좋은 것을 위해 즐거운 것을 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건하고 불의를 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것을 위해 즐거운 것을 행해야 하네.(506c)... 인간들에 대애서 적절한 것을 행하는 것은 올바른 것을 행하는 것을 의미하고, 신들에 대해서 적절한 것을 행하는 것은 경건한 것을 행하는 것을 의미하네.(507b).. 부당하게 따귀를 맞거나 몸이나 지갑이 잘리는 것이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세. 나는 정당한 이유 없이 나를 치고 나를 자르고 내 자신을 잘라가는 것이 더 수치스럽고 더 나쁘다고 주장하네.(508e)... 신들께서 오늘날까지도 승인하시는 그 법이란 다름 아니라 올바르고 경건한 삶을 산 사람들은 죽은 뒤 축복받은 사람들의 섬들에 가서는 고통에서 벗어나 완전한 행복 속에 살게 되지만, 불의하고 신을 부인하는 삶을 산 사람은 타르타로스라 불리는 응보와 심판의 감옥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네.'(523b)

 

제목은 고르기아스지만, 주된 대화는 오히려 카리클레스와 이루어진 대화편이었다. 수사학이 당시 아테나이 청년들이 성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요즘사법고시, 로스쿨 정도의 위상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공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심지어 인문학도 성공하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하는 시대다. 그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원론적이지만, 의미있는 대답을 한다.

 

'우리는 불의를 당하지 않기보다는 불의를 행하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 하며, 특히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훌륭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누군가 어떤 점에서 나빠진다면 처벌받아야 하며, 처벌받고 응분의 대가를 치름으로써 올바르게 되는 것이 본래 올바른 것 다음으로 가장 좋은 것이며, 모든 아첨은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이든 남들이든 소수이든 다수이든 피해야 하며, 수사학은 다른 활동과 마찬가지로 정의를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 말일세.'(527c)

 

진부한 이야기같지만, 같은 이야기가 2500년에 걸쳐 계속 나오는 것은 그것이  우리가 이루지 못한 목표이기 때문 아닐까. <고르기아스> 전편에는 개인적, 사회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며, 지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것을 위해 즐거운 일을 할 수 있는 세상. 우리는 그런 세상을 언제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에게 '좋은 것'은 무엇이고, '즐거운 일'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ps. 소크라테스는 제화공, 축융공, 요리사, 의사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대화편의 거의 모든 논증에서 이들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에, '소크라테스의 4대 천왕'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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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흥망
폴 케네디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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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을 불가피하게 한 것은 아테나이의 세력팽창과 그로 인해 스파르테인이 가지게 된 두려움이었다. - 투퀴티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中 -


위의 말에서 아테나이와 스파르테 두 나라의 이름만 바꾸고, 다른 전쟁 당사자 또는 국명을 넣어도 대부분의 전쟁원인이 설명될 것 같다. <강대국의 흥망>은 16세기부터 1980년대 비교적 현대까지의 강대국들의 흥망을 전쟁과 무력충돌을 중심으로 군사학과 경제학적 관점에서 조명한 책이다.


16세기 당시 통일되었던 중국의 명(明)제국, 인도의 무굴(Mogul)제국, 터키의 오토만(Ottoman)제국은 거대권력으로 통일되어 큰 자극을 받지 못하고 쇠퇴하게 된다. 이에 반해 유럽은 여러 도시국가들과 왕국으로 분열되어 있어서 끊임없는 분쟁을 겪는다. 이러한 분쟁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유럽에서의 지속적인 군사력 증강을 자극했다. 그리고, 경쟁적, 기업적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적, 상업적 진보가 맞물려 유럽은 중앙집권적 국가들보다 군사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다만, 16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기간동안 유럽 내에서의 패권은 상대적인 우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다른 나라의 '실수'와 '착오'가 다른 나라의 이익으로 연결되었다. 

 

 국민국가의 힘은 결코 군사력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기술적 자원과 기민한 외교정책 수행과 선견지명, 결단력 그리고 능률적인 사회적, 정치적 조직으로 구성된다. (p244) 


 주로 '실수'와 '착오'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군사력만을 고려하고, 국력을 뒷받침하는 다른 요소를 미처 고려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이처럼 실수한 강대국이 어떻게 쇠망하는가를 책에서는 스페인-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를 통해 보여준다. 반면, 이 시기에 영국은 비록 인구면에서는 다른 유럽국가보다 열위에 있었지만, 유럽으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지정학적 위치와 효율적인 금융자본을 활용하여 상대적으로 해군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17세기에서 19세기는 유럽의 강대국으로 부상한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한 비(非)프랑스 동맹간의 대결로 압축될 수 있다. 다만, 이 시기는 국가간 절대적인 능력 차이보다 상대적인 운영능력이 중요했던 전 시기와는 달리 '산업혁명'이 발생한 시기로 '절대적 우위'가 나타나는 시기다. 비록, 산업혁명의 성과가 극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이 시기 동안 영국은 전(前)시기에 다져진 금융자본과 해군력을 바탕으로 한 무역, 산업혁명을 통해 생산능력이 향상된 제조업 등을 무기로 식민지 전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19세기 후반부터는 산업혁명의 성과가 미국, 러시아, 신생통일국가인 독일로 전파되어, 영국의 절대적 우위는 무너지게 된다. 특히, 산업혁명의 성과는 무기의 발달로 이어지게 되었다. 무기발달은 전술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으며, 이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일찍 깨달은 1850년대와 1860년대 사이에 프로이센은 독일통일을 이루게 된다.. 한편, 1870년대 이후 미국은 남북전쟁, 일본은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을 통해, 국론을 통일하고, 새로운 변화를 수용함으로써 세계무대에 본격 등장하게 되었다.  이에 반해, 기존의 유럽의 제국들은 3세기 이상 지속적인 전쟁으로 힘이 점차 쇠퇴되어 영국과 독일을 제외하고는 강대국의 대열에서 탈락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미 19세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그 영토의 크기와 인구로 인해 차세대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데 세계 정치가들의 견해가 일치된다. 반면,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의 주된 관심은  이들 양 강대국과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의 위치를 유지할 것인가가 였다. 이미 쇠퇴하는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은 단독으로는 다른 나라를 견제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동맹체제가 등장하게 되었다.  유럽대륙에서는 새로운 강대국인 독일에 대항하여, 프랑스-러시아-영국 등이 동맹을 형성하였고, 이에 대항한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 동맹이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부딪히게 되었다. 이후, 세계는 1930년대 대공황을 겪게 되고, 이러한 대공황을 타개하고자 독일, 이탈리아, 일본을 중심으로 한 추축국과 연합국 사이에 제2차 세계대전이 발생하게 되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 강대국은 미국과 소련의 양강체제로 지속된다. 다만, 미-소간 대립구도는 이데올로기간 대립으로 과도한 군비경쟁과 지역적인 충돌을 야기하였으며, 그 결과 양강체제에서 미국, 중국, 일본, 유럽경제공동체, 소련이 5대 강국으로 경쟁하는 여러 강대국의 시대가 되고 있다.(내가 가진 서적은 1989년 본이기 때문에, 이후 역사는 서술하지 않고 있다. 표지에서도 일본의 부상이 나타나 있다.)


<강대국의 흥망>은 우리 모두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서양중심의 세계사'의 이면에 숨겨진 이면을 보여준다. 여러 강대국들의 군사적-경제적 통계 비교를 통해 '지속적인 전쟁상태' 또는 '능력밖의 과다한 팽창'이 어떠한 재앙을 불러오는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내용이 반드시 국가에 한정되지는 않는 것 같다.


성공을 위해 자신의 다른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포기하고 직장생활에만 매진하는 모습과 국가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종교적/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빠져 지나친 군비지출로 붕괴한 합스부르크제국과 제국주의 일본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 -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대기업 하청 중소기업 문제 등 -이 '21세기의 지속적인 전쟁상황'의 피해라 생각되었다.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모습과 그로 인한 결과가 역사라는 이름으로 서술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거시적인 국가관련 문제를 다룬 책이지만, 실증 역사를 통해 우리 삶을 여러면에서 조명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다만, 저자의 서구중심적 세계관은 동감하기 어렵고, 서양을 제외한 세계사는 오류 - 지도에서 조선을 명나라 지배하 영토로 표시(p21),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수군의 활약으로 일본군을 격퇴했다는 내용(p23) 등 - 등은 아쉽게 생각된다.







그렇지만 인생의 다른 여러가지 일과 마찬가지로 전략적 약점이란 상대적인 것이다.(p197)

군사적 잠재력(military potential)은 군사력(military power)와 동일한 것이 아니다. 경제대국이 정치문화적 이유나 지리적 안전보장의 이유로 군사소국이기를 원하는가하면 경제적 자원을 갖지 않은 나라가 그 사회를 동원하여 강력한 군사대국이 되는 수도 있다.(p240)

전선의 파괴행위와 동떨어진 경제가 그같은 진보의 혜택을 받아 약진한다는 것은 지극히 자명하다.(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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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지인분으로부터 블루베리 나무5그루를 분양받았습니다. 그리고 며칠전 어느정도 열매가 익었다는 연락이와서 오늘 다녀왔습니다. 때맞추지 않으면 땅에 떨어져 수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일할 때 프로젝트 종료일까지 맞추기 위해 야근도, 경우에 따라서는 밤을 새워야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일정은 사람 마음에따라 조정이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자연은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급하다고 해도 기다려야 하고
제가 원치않는다고 해도 해야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때가 차면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비가 모여 내를 이루고 흘러 가듯, 일이 이루어 지는 것 같습니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도 이러한 것은 아닌가 얼핏 생각이 드네요.

한편, 요즘 읽고 있는 플라톤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아마 플라톤이 블루베리를 본다면 블루베리의 `이데아`를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진정한 실체를 고민하면서요.

오늘 블루베리를 따면서 `이데아가 뭐가 중요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보다는눈앞에 영글은 블루베리에 집중해서 잘 따서 맛있게 먹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지나친 관념보다는 행동과 실천, 현실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블루베리를 따면서 해봤습니다.

다음주부터는 플라톤의 후기 대화편인 「티마이오스」,「테아이테투스」등을 읽을 계획입니다. 그의 우주관과 기하학적인 세계는 어떤 의미를 보여줄지 은근히 기대되는 주말 저녁 입니다.

2016년 하반기 처음 맞는 주말의 편한 밤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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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2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07-02 21:54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yureka01님 네^^ 몸에 좋다고 하네요 양가부모님과 딸아이 간식으로 하려고 합니다^^ 야구르트와 같이먹으려합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7-02 2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블루베리는 정말 사람손이 많이가는 열매라고 하더군요. 하나하나 손으로 다 따야하는..
플라톤.. 읽고 있지만 어렵더군요~

겨울호랑이 2016-07-02 22:0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지금행복하자님 손이 많이 가지만, 익은 열매를 찾으며 하나하나따다보면 편해짐을 느끼게되네요^^ 저도 플라톤이 어렵네요.. 안맞는 연인처럼 안맞는거 같아요 아마 저와 인연이 아닌것같습니다 ㅋ

북프리쿠키 2016-07-02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전읽기를 실천하는 건 아침에10분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힘든 일이더군요ㅠ.ㅠ

겨울호랑이 2016-07-03 07:06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북프리쿠키님 저도 잘 못하지만 `고전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큰 부담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플라톤`이 기독교사상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기에 `무슨 이야기를 했나?` 궁금해서 시작했어요. 마음에 안들면 그만 읽으려구요. ㅋ 편하게 마음가실 때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나와같다면 2016-07-03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믿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지..
기다린다는 것과 믿음에 대해서 생각중이였어요..
때가 차면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깊은 위안이 됩니다

겨울호랑이 2016-07-03 07:1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나와같다면님 저도 하는 일이 제 마음대로 안되고 있지만, 지금 이 일이 제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니 편해지네요^^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다시 모든 것을 돌아보는 요즘입니다^^

서광복 2016-07-04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마라서인지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입니다
생각은 어디에서 나오는것일까 생각하게됩니다
무엇을생각하느냐는 무엇을알고잇느냐에서부터 시작되겟죠? ㅎㅎ
블루베리의 이데아를 생각하고 우주와 기하를 생각하는 호랑이님은 어린아이의 호기심을 닮앗네요
끝없는물음은 답은아니더라도 좌표는 알려주지않을까요?

겨울호랑이 2016-07-04 08:3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서광복님 네 말씀하시는대로 생각이 생각을 낳는 것 같습니다^^ 요즘 시간이 마침 되어서 평소보다 책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제가 잘 모르는 것도 많아서 벽에 부딪히는 느낌도 들지만, 한걸음 나가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행복합니다^^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월요일 되세요^^
 
꼴 세트 - 전10권 (꼴 1~9권 + 신기원의 꼴 관상학) - 허영만의 관상만화 시리즈
허영만 지음, 신기원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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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은 제목 그대로 `관상`에 관한 책이다.

몇 년전에 읽어 내용이 상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관상 중에서 저자가 `코`의 생김새와 `눈빛`을 강조한 것은 기억이 남는다. 또, 얼굴의 특정부분이 잘 생긴 것보다 얼굴전체와의 조화를 더 중요하게 강조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관상에 대해서는 시각적인 설명이 서술설명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꼈다. 전체 10권에 이르는 방대한 양에 허영만화백의 상세한 묘사가 내용을 풍부하게 한다. 다만, 관상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터득될 수는 없기에, 책의 풍부한 내용이 하루 아침에 내 것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한계가 아닌 내 자신이 담을 수 없는 한계. 그렇기에, 전문가가 아닌 이 책만 접한 초보독자가 자신이 잠시 접한 짧은 지식만으로 타인을 평가하거나 편견을 경계해야할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타인을 평가하기보다 자신을 살필 때 이용하면 좋를 것 같다.

`매일 매일 새로워져라`는 「대학」의 경구처럼 매일 자신의 기색을 살펴 자신을 돌아보고, 내 작은 표정과 행동이 나를 만들고, 주변 사람과 나를 조화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는 것. 그것이 저자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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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1 -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 2017년 개정판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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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연>은 소크라테스, 파이드로스, 파우사니아스, 에뤽시마코스, 아리스토파네스, 아가톤 간 이루어진 '에로스(Eros)'를 두고 이루어진 대화편이다. 논의가 끝난 후 술취한 알키비아데스가 잠시 등장한다.

 

 모임에서 파이드로스가 '에로스'에 대한 각자의 찬가를 대화주제로 할 것을 제안한다.

'다른 신들에게는 시인들이 지어 바친 찬신가와 송가들이 있는데, 유서 깊고 그토록 강력하신 시인 에로스에게는 그토록 많았던 시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찬가 하나 지어 바치치 않았다는 것은 좀 심하지 않은가?'(177a)

 

 파이드로스의 찬가
파이드로스는 에로스가 가장 오래되고 인간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신이라고 찬미한다.

 

'에로스는 가장 오래된 신들 가운데 한 분이기에 존경받는데, 에로스에게는 부모가 없으며, 산문에서도 운문에서도 그의 부모가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증거라네.(178b)... 그리고 에로스는 가장 오래되었기에 우리 인간들에게 가장 큰 은혜를 베푼다네.(178c)'
'게다가 오직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남들을 위해 기꺼이 죽으려 하네.(179b)... 그래서 내 주장인즉 에로스는 신들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존경스러우며, 인간들이 생전에나 사후에 미덕과 행복을 얻는데 가장 도움이 되시는 분이라는 것이네.(180b)'

 

 파우나시아스의 찬가
파우나시아스는 연인과 연동에게 서로 도움이 되는 에로스만이 찬미받을 자격이 있는 에로스라고 에로스를 구분한다.

 

 '하지만 에로스는 사실은 한 분뿐이 아니며, 한분뿐이 아니라면 먼저 어떤 종류의 에로스를 찬양해야 할지 규정하는 것이 더 타당할 걸세. 아프로디테는 실은 두 분이니 에로스도 필연적으로 두 분일세... 두 번째 아프로디테와 협력하는 에로스는 당연히 만백성의 에로스라고 불려할 것이고, 다른 에로스는 우라노스의 에로스라고 불려야 할 것이네.(180d)'
 '어떤 행위든지 행위 자체는 아름답지도 않고, 추하지도 않네. 오히려 행위가 행해지는 방법에 따라 그 성격이 결정되네.(181a).. 그런데 만백성의 아프로디테에게 속하는 에로스는 말 그대로 만백성의 것인지라 아무렇게나 닥치는 대로 일을 해치운다네... 그와는 달리 우라니아 아프로디테에게 속하는 에로스에게 영감을 받은 자들은 본성상 더 강하고 더 지성적인 것을 좋아하여 남성적인 것을 지향한다네.'(181c)
'연인은 연동이 더 지혜롭고 더 훌륭한 사람이 되게 도와줄 수 있고 연동은 배워서 지식을 증진하기를 열망할 때, 이처럼 두가지 원칙이 완전히 일치할 때에만 연동이 연인의 청을 들어주는 것이 아름다울 수 있고, 다른 경우에는 절대로 그럴 수 없네.'(184e)

 

에뤽시마코스의 찬가

의사인 에뤽시마코스는 에로스가 보편적인 현상이며, 좋은 에로스와 나쁜 에로스를 구분하고, 나쁜 에로스를 경계할 것을 이야기한다.

 

'에로스는 인간의 혼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훨씬 광범위한 현상이네.'(186a)
'절제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사랑이나 그런 사랑으로 더 절제 있게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사랑은 우라니아 무사(Mousa)에게 속하는 아름다운 천상의 에로스라네. 반면, 범속한 사랑은 폴륌니아 무사에게 속하는 사랑으로..(187e).. 모든 몸에는 이런 이중적인 에로스가 내재한다네.(186b).. 간단히 말해서, 의술이란, 몸을 채우거나 비우는 것과 관련하여 에로스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아는 학문이라네.(186d)..음악은 간단히 말해 조화와 리듬에 미치는 사랑의 영향에 관한 지식이라네.(187c)...예언술이 하는 일은 이들 두 에로스를 감시하고 치유하는 것이네.'(188d)

 

아리스토파네스의 찬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에로스가 원래 '남녀추니'였던 인간이 완전해지기 위해 반대편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인간들은 에로스가 얼마나 강력한지 아는데 완전히 실패한 것 같아.(189c).. 처음에 인간의 성(性)은 셋이었고, 지금처럼 남성과 여성 이렇게 두 성만 있었던 것은 아닐세. 이 두 성의 결합체인 세 번째 성도 있었는데, 지금은 이름만 남아있고 그 자체는 사라져버렸네.'(189e)
'이렇듯 우리 각자는 넙치처럼 잘려 하나가 둘이 된 만큼 온전했던 한 인간의 부절(符節)이며, 그래서 저마다 늘 자신의 부절을 찾는 것이라네.(191d)..우리는 본래 완전한 전체였기 때문에네. 그리고 사랑이란 완전한 전체가 되고 싶어 하는 우리의 욕구에 붙여진 이름이라네.'(192e)

 

아가톤의 찬가

아가톤은 에로스가 가장 외적으로 완벽하고, 내적으로도 정의, 절제, 용기, 지혜를 갖춘 최고의 신이라고 찬미한다.

 

'나는 신들께서 모두 행복하지만 에로스야말로 가장 행복하다고 주장하는 바일세. 그분은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하니까.'(195a)
'그분은 젊으며, 젊은 데다 부드럽기까지 하다네.(195d).. 누구나 인정하듯 우아함은 에로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일세.(196a)...에로스는 신이든 인간이든 어느 누구에게도 불의를 행하지 않고, 어느 누구로부터도 불의를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네.(196b)...에로스는 정의뿐 아니라 절제에도 누구보다 많이 관여한다네.(196c)...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자를 제압하는 에로스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분이네....에로스가 남까지 시인으로 만들 수 있을만큼 지혜로운 시인이라는 점을 지적해두겠네.'(196e)

 

소크라테스의 반론

소크라테스는 에로스에 대해 찬미하는 대신, 에로스가 아름답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을 원한다는 것은 무엇이 결여된 상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원하는 에로스는 아름답지 않다고 다른 이들을 논박한다.

 

'에로스가 어떤 것을 원하고 사랑한다면 자신이 원하고 사랑하는 것을 소유하고 있어서인가, 아니면 소유하고 있지 않아서인가?(200a) 반드시 원하는 주체는 자기에게 결여된 것을 원하고, 결여되지 않으면 원하지 않을 걸세.(200b)'
'그러니 갖고 있지 않는 것, 그 자신이 아닌 것, 결여되어 있는 것, 이런 것들이 욕망과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네.(200e)... 에로스는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이지, 추함에 대한 사랑이 아니겠지? 아름다움이 결여되어 있고 어떤 식으로든 아름다움을 갖고 있지 않는 것을 자네는 아름답다고 말할 텐가?'(201b)

 

만티네이아 여인 디오티마의 에로스

디오티마는 에로스가 아름답지 않을 뿐 아니라, 신(神)도 아니고, 정령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에로스는 중간적인 존재로서 '지혜에 대한 사랑(philosophia)'을 통해 불멸을 꿈꾸는 혼의 노력으로 정의된다.

 

'그대는 지혜와 무지 사이에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나요? 옳은 의견이야말로 그처럼 지혜와 무지 사이에 있는 것이라오... 마찬가지로 에로스도 아름답거나 좋지 못하다고 그대가 동의한다고 해서 그분이 추하고 나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것들 사이에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202b)'
'에로스는 위대한 정령(daimon)이에요.(202b). 방편이 없던 페니아[가난의 여신]가 포로스[방편의 신]의 아이를 갖기로 작정하고는 포로스 옆에 누워 에로스를 잉태했지요.'(203b)
'지혜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가운데 하나이고 에로스가 아름다운 것에 관련된 사랑이라면, 에로스는 필연적으로 지혜를 사랑하는 분이고 지혜를 사랑하는 분으로서 필연적으로 지혜로운 자와 무지한 자의 중간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204b)
'사랑하는 자들이 대체 어떤 방법으로 어떤 행위를 통해 사랑을 추구하기에 그들의 열성과 노력이 사랑이라고 불릴 수 있는 거죠? 그러한 활동의 목적은 몸과 관련해서도, 혼과 관련해서도 아름다운 것 안에서 생식(生植)하는 것이라오.(206b).. 필멸의 존재는 본성상 가능한 한 죽지 않고 영원히 살기를 원한다는 원칙은 인간에게도 동물에게도 적용되니까요. 그러나, 그것은 생식에 의해서만 가능한데, .. 이런 현상은 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혼에도 일어나요.'(207e)
'신들의 사랑을 받고 불사의 존재가 되는 일에는 인간의 본성에 에로스보다 더 훌륭한 조력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려 한다네.'(212b)

 

 소크라테스의 말 중에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은 '무엇인가를 결여했을 때, 그것을 욕망한다'는 주장이다. 우리 주변에는 결여되지 않았음에도 욕망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가령, 우리집 딸아이의 경우 자신이 사탕을 10개 가지고 있더라도, 절대 아빠에게 사탕 1개 나누어 주지 않는다. 혼자 먹는다....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도 그런 경우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끊임없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며, 수탈을 통해 확대재생산하려는 본능을 가진 거대자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반드시 '결핍'이 욕망의 전제조건은 아닌 듯하다.

 

 욕망의 전제조건은 '결핍'보다는 '탐욕'과 '이기심'이라고 보는 편이 보다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이러한 잘못된 전제하에 논의된 소크라테스의 '에로스론'은 잔치집에 찬물붓는 느낌을 준다. 그 외에 마치  '깔대기'처럼 무슨 이야기로 시작을 해도, 나중에는 '지혜사랑'으로 끝나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는 이제는 어느정도 뻔한 스토리가 되버린 것 같다. <향연>을 읽고나서, 소크라테스처럼 분위기를 깨는 사람은 되지 말자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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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01 14: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향연................심포지움...^^..술이 있는 대화.어울려 마시는 거 ..좋쵸.ㅋ

겨울호랑이 2016-07-01 14:27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yureka01님 마침 불금이네요..ㅋ 비도 오고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오거서 2016-07-01 2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 있는 놈이 돈 걱정을 더 한다잖아요. 탐욕의 예가 되겠지요. 결여된 상태에서 욕망은 본능이겠지만 만족을 모르는 탐욕은 병이 아닐까요.

겨울호랑이 2016-07-01 20:34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오거서님 말씀하신대로 일반적으로는 결여의 상태에서 욕망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본능이겠지만 탐욕으로 인한 욕망은 비정상인 상태, 병인것 같습니다^^ 저는 단순히 욕망의 원인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원인의 상태까지는 고민을 못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