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독본 1
마츠자카 가즈오 지음, 김태성 옮김 / 한길사 / 199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학독본1> 은 마츠자카 가즈오가 저술한 대수학 기초개념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을 구입한 시기는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으니, 정말 오랫동안 내 곁에서 묵묵히 기다려준 과묵한 친구다. 사실, 전혀 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2권까지는 끝까지 다 읽었고, 예시된 문제를 다 풀었고 넘어갔다.

 

<수학 정석>에서 모든 학생들의 책에서 공통적으로 손때가 묻은 부문은 '집합'부문이다. 미적분학 또는 삼각함수 부문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파트이고, (사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집합 부문도 논리학과 연계되면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언어학적인 면이 부가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더 까다롭다는 생각이 든다.), 작심삼일(作心三日) 시 재시작을 언제나 처음으로 하기 때문이리라. 마찬가지로, <수학독본>시리즈를 다시 읽기 시작할 때마다 <수학독본1>부터 읽었으니, 최소 5~6회독을 했으리라. 다만, 그 이후 매일 문제를 풀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번 공식을 다시 암기하고 책을 읽으려는 일이 많아지게 되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흥미가 많이 떨어져 책을 읽는 속도 역시 자연 감소하게 되었고, 서서히 뒤로 밀리게 되었다.

 

다시 수학책을 집어들게 된 계기는 '철학'과의 연계성 때문이었다. 그리스 철학에 있어서 '기하학'에 대한 이해 없이는 많은 부문을 놓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피타고라스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플라톤의 저서에서는 그런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이러한 필요성의 관점에서는 유클리드의 <원론>을 시작하는 것이 순서겠으나, 일단은 수의 기초인 대수학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에 이미 가지고 있는 <수학독본>을 재독(再讀)하게 되었다. 'mathematical mind' 는 기하학과 대수학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번에 <수학독본>을 읽으면서 얻게 된 가장 큰 소득은 내용보다 '수학을 대하는 자세'를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수학독본>을 펼치고 자연스럽게 연습장과 연필과 지우개를 챙기는 내 자신을 보면서나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 문제는 공부하는 목적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에서 오는 것이었다. 나는 수험생이 아니고, 서양 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mathematical mind'을 알고자 공부를 하는 것인데, 왜 과거 수험생처럼 준비를 하는 것인지. 계산이 필요하면 더 좋은 Excel program을 활용하면 될 것이고, 계산 오류에 신경쓰기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책에 대한 접근을 다시 할 필요가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수, 식, 방정식과 부등식이다.

말 그대로 대수학의 기초 개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들이 읽으면 오랫만에 수학을 다시 접했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만약, 책의 내용에만 충실하다면 흥미를 가질 수 없다. 등산을 하겠다고 정식 등반장비를 갖추고 호기롭게 산에 올랐으나, 그 산이 Tracking course의 산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적어도 <수학독본1>을 즐겁게 읽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과 연계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 내용을 몇 가지 적어본다.

 

1. 허수의 의미

 

자연수와 0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셀 수 있는 수의 개념이다. 이를 통해 '있음(有)', '없음(無)'을 표현할 수 있게 되지만, 부족함을 표현할 수는 없다. 부족함을 표현하기 위해 음수가 도입되었고, 분수 단위로의 표현(정수가 아닌 유리수)은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삶의 전체를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유리수의 조밀성'때문이다.

 

우리의 세계는 '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선(線)'으로도 표현된다. 유리수는 직선에서 '점(點)'으로 대칭이 되고, '선'을 표현하는데 '점'은 한계가 있다. 이러한 차원의 극복을 위해 도입이 된 개념이 '무리수'다. 그리고, 이를 통해 1차원 '선'을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허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실, 난 '허수(虛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단지,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수'를 허수라고 의미한다는 것과 허수라는 개념을 통해 '방향'을 표시하고, 새로운 차원의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 정도를 조금 이해할 뿐이다. 허수는 물리학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 추가적으로 공부해야겠다.

 

2. 교환법칙 a+b=b+a

 

수학 시간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생각했던 공식이다. 굳이 외울 것도 없는 공식이지만, 교환 법칙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수많은 약속이 숨겨져 있다.

 

가. 'a'와 'b' 사이 '+'에는 시간적인 개념이 없다. 거의 동시적인 개념이다. 만약' 시간적인 개념이 있다면 '+'되는 동안 'a' 또는 'b'가 소멸해버릴 수 있을 것이고, 더해질 수 없으리라. 또는 금융학적으로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면 양 식을 같게 해주는 적절한 할인율(r)이 필요할 것이다.

 

나. 'a'와 'b'에서 둘의 위치는 동등하다. 
현대자동차가 기아차를 인수해서 현대자동차 그룹이 되었다고 하자.

 

현대자동차 + 기아차 = 현대자동차그룹

 

이러한 내용에 교환법칙이 성립한다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현대자동차+ 기아차 = 기아차 + 현대자동차

 

그렇지만, 이 식으로는 현대자동차가 기아차를 인수했는지, 기아차가 현대자동차를 인수했는지를 알 수 없다. 다만 둘이 하나가 되었다는 결과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결국, 교환 법칙은 a,b 가 완전히 동일하고 호환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성립이 되는 법칙이다.(실제 생활에 적용은 지극히 제한된 이상세계(Idea)에서나 가능한 내용이다.)

 

3. y= ax+b

 

이 식은 'y'는 'x'에 의해 어떻게 설명되는 것인가를 보여준다. 사회과학에서 사용하는 회귀분석, 상관분석에서 구하는 것은 바로 x와 y가 관계있는 정도인 'a'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를 사용해서 modeling(모형구축)을 하게 된다.

자신이 세운 가설에서 수많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 요인들을 변수 또는 상수의 위치에 놓고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모형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을 정립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가 투입되기도 하고, 탈락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프톨레마이우스의 '천동설'보다 더 적은 변수(회전원)을 가지고 천체운동을 설명했기 때문에, 보다 더 설득력있는 모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렇게 보면 y=ax+b 도 쉬운 내용이 아니다.

 

이번에 수학독본을 읽을 때 이처럼 기본 개념을 가지고 접근을 하니 2가지 장점과 1가지 단점이 드러난다. 2가지 장점 중 하나는 계산오류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밌게 수학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따르는 한가지 단점은 진도가 안나간다는 것이다...

 

비록 진도는 나가지 않지만, 수험생도 아니고 일반인들이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문제를 풀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각보다 수학은 재밌는 친구일 수 있는데, 우리에게는 부담스러운 넘사벽 '영수(英數)'로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PS. <수학독본2>는 아마도 <파이브 스타 스토리> 다음편이 나올 때쯤 다 읽을 것 같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09-25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학책 리뷰,,신선한데요 ^^..

겨울호랑이 2016-09-25 09:11   좋아요 0 | URL
^^: 좋은 아침입니다,유레카님. 네 수학책 리뷰는 거의 없지만, 덕분에 편하게 개인 생각을 쓸 수 있어 좋네요 ㅋ 감사합니다.

yureka01 2016-09-25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네..오늘 아침에 고령 대가야 사진 찍으로 갈려구요. 맞습니다.다양한 분야의 리뷰가 자주 올라 왔으면 읽을 게 많거든요.^^.늘 매인 매대에 올라 오는 책이 리뷰 자주 보이면 재미 없더군요.ㅎㅎㅎ

겨울호랑이 2016-09-25 10:08   좋아요 2 | URL
^^: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가야 고분군으로 가시나봐요. 가야문명은 우수한 철기문명임에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사진과 함께 멋진 시간 되세요 유레카님^^:

초딩 2016-09-25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완전 좋아요!!!!

겨울호랑이 2016-09-25 13:38   좋아요 0 | URL
^^: 초딩님 감사합니다! 혹시 어디가 좋은지도 알려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ㅋ 편한 오후 되세요(농담입니다^^)

초딩 2016-09-25 13:51   좋아요 1 | URL
생각의 탄생 초반부에 이야기한 `수학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어야한다`에 목말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식보다 정의와 원리에 대해 정리된 책이 없나 찾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

초딩 2016-09-25 15:48   좋아요 1 | URL
사실 실생활 할 것 없이 초딩의 일에도 직접 관련이 있는 수학인데 팔요할 때만 본거 같아 또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 너무 좋아 감탄사성 댓글만 남겼었네요 ㅎㅎ 밥 먹고 왔어요~

겨울호랑이 2016-09-25 14:00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초딩님 ! 괜찮으시다면 경문사에서 나온 「수학산책」시리즈가 좋을 것 같아 감히 추천드립니다. 수학의 다양한 부분에 대해 일반인 대상으로 정말 재밌게 풀었어요. 제가 적은 `산수` 수준이 아닌 정말 `수학` 이야기가 담겨 있네요. ㅋ 저도 보는 중입니다. 댓글에 감사드리며 즐거운 오후 되세요^^

초딩 2016-09-25 14:09   좋아요 1 | URL
이규봉 저자의 경문가 ˝수학의 산책˝ 말씀하시는거죠? 우아 경문사에 수학 관련 흥미로운 책이 굉장히 많군요!!!! 완전 감사드립니다. 듬뿍 사고 싶네요 :-)

겨울호랑이 2016-09-25 14:26   좋아요 1 | URL
^^: 초딩님께 도움이 되어 좋네요 즐거운 일요일 오후 되세요^^:
 
문명과 수학
리처드 만키에비츠 지음, 이상원 옮김, 김홍종 감수 / 경문사(경문북스)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문명과 수학>은 여러 문명권의 수학사 소개와 현대 수학과 여러 학문 분야와의 관계를 소개한 책이다. 특히, 유럽 문화권과 현대 문명에 미치는 수학의 영향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수학의 주요저서인 유클리드의 <원론> 과 뉴턴의 <프린키피아>의 내용 요약과 수학사적 의의등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주요 문명은 유럽 문명 외에 이집트 문명, 중국 문명, 인도 문명, 이슬람 문명, 마야 문명 등이 소개되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문명에 대해서는 간략한 언급 또는 유럽 문명과 관련있는 부분으로 분량이 제한되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 중 하나인 문명(文明)의 비중은 매우 약하다.


 이 책에 흐르는 전반적인 흐름은 수학(數學)이다. 그중에서도 비(非)유클리드 기하학과 미적분학의 등장으로 인한 현대 수학으로의 발전이 주요 내용이 된다.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 시대 이래 수학은 기하학과 대수학이라는 양대 부분으로 갈라져 있었다. 하나는 크기를, 다른 하나는 수를 다루었지만 완전히 분화될 수는 없었고, 문명의 관심에 따라 어느 한 부분을 강조할 수 밖에 없었다.(p104)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수학의 두 분야는 기하학에 있어서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등장과 대수학에 있어서는 미적분학의 등장을 통해 혁신의 계기가 마련된다.


1. 기하학의 발전 : 비(非)유클리드 기하학


유클리드 <원론> 은 자와 컴퍼스라는 기본적인 도구로 전체 체계를 논리를 만들어냈으며, 그 중에서도 원과 직선은 가장 완벽한 형태였다.(p43). 유클리드는 5개의 공준과 5가지의 일반개념을 통해 그의 체계를 완성하였고, 유클리드 기하학은 오랜 기간 기하학의 중심에 있었으나, 데카르트 때부터 그의 기하학은 도전을 받게 된다.


데카르트는 <방법 서설>의 부록으로서 <기하학>을 저술했으며, 이를 통해 대수학과 오늘날 해석 기하학이라고 부르는 기하학 영역이 결합되는 기회를 제공했다.... 데카르트는 자와 컴퍼스를 통한 작도라는 제약으로부터 기하학을 해방시킨 것이다.(p110)


본격적인 유클리드 기하학의 극복은 그의 기본적인 공준 중 다섯번째 공준인 평행선 공준이 모순임을 밝히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두 개의 직선 위를 가로지르는 직선에서 같은 쪽에 만들어진 내각의 합이 두 직각보다 작다면 두 직선이 무한히 연장될 경우 두 직각보다 작은 각이 생겨난 그 쪽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 평행선 공준 - 


로바체프스키가 <기하학의 원리>(1829)를 펴내면서, 비(非)유클리드 기하학이 본격적으로 태어나게 된다. 이후 가우스, 볼리아이, 리만 등에 의해 유클리드 기하학이 '절대 기하학'에서 '가능한 수많은 기학학' 중 하나의 위치로 내려오게 된다. 그리고, 비유클리드 기하학 중 하나가 '프랙탈 기하학'이다.




'유클리드 기하학에 비해 자연의 많은 유형은 훨씬 덜 규칙적이고 단편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연은 그저 더 높은 차원이 아닌 전체저으로 완전히 다른 복잡성 수준을 가진다. 다양한 자연 유형들을 실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히 크다. 이들 자연 유형의 존재는 우리로 하여금 유클리드가 '형태 없음'으로 인식해 제쳐두었던 형태를 연구하고 '무정형(amorphous)'의 정형성을 탐구하게 했다. 나는 프랙털이라는 개념을 라틴어 형용사인 fractus에서 가져왔다... 과학자들은 이제껏 입상(粒狀), 히드라 형, 울퉁불퉁형, 분지(分枝)형, 해초형, 엉킨형, 비틀린 형, 주름형 등으로 불러왔던 많은 것들이 앞으로 양적으로 다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분명 놀라고 또 기뻐하리라 생각한다.'(p251)  -브누아 만델브로, <자연의 프랙탈 기하학>,1977 - 


특히, 프랙탈 기하학은 비정형성을 연구하는 분야로 위의 글을 읽으면서 물리학의 하이델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가 연상되었다. 19세기 이후 과학의 여러분야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리학에 있어서는 고전물리학의 확정성을 양자물리학의 불확정성이 대체했다. 천문학에서는 '신(神)에 의해 창조된 단일한 우주(단일우주론)' 대신, 11개 차원의 '다중 우주론' 이 새로운 이론으로 제시되었다. 이와 같이 기하학에 있어서도 '정형'에서 '비정형'으로 나가는 변화가 최근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2. 대수학의 발전 : 미적분학의 등장


미적분학은 라이프니치와 뉴튼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시된 방법론으로 이를 통해 운동을 측정하는 개념인 속도, 무한 개념을 발전시키게 된다. (이 책에서 대수학은 기하학에 비해 할당된 내용이 적은 편이다.)


'18세기 중반부터 이루어진 미적분학의 발전은 물리 현상, 특히 운동에 대한 수학적 분석과 함께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는 열역학, 천체역학, 유체역학, 빛과 전기, 자기에 대한 연구 등이 포함된다.'(p186)


3. 기하학과 대수학의 통합


'윌리엄 로완 해밀턴( William Rowan Hamiton)이 가장 크게 흥미를 느꼈던 주제는 공간과 시간이 서로 분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밀접하게 연결되었다는 것, 그리고 공간에 대한 학문인 기하학과 시간에 대한 학문인 대수학 또한 그런 관계라는 것이다. ' (p181)


해밀턴과 같은 이들의 연구로 인해 현대수학은 기하학과 대수학이 통합하여 발전하게 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대표적인 성과는 1873년 맥스웰의 <전기와 자기에 대한 연구>를 출판하면서, 전신과 무선 통신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를 들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큰 흐름 이외에도 사회과학과 확률이론, 게임이론, 현대 미술, 알고리즘, 카오스 이론, 복잡계 수학 등을 책에서 사진과 함께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유클리드 기하학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차이와 최근 수학 이론의 동향(프랙탈 이론 등)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문명과 수학>에 소개된 내용이 교양 수준이기 때문에, 보다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수학사(數學史)의 개략적인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읽을만한 수학입문서라 생각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9-22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2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연휴기간 중 저는 어른들과는 그림맞추기놀이, 조카들과는 윷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연휴 마지막 날에는 에버랜드에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3시간 기다려 사파리 버스 타고 10분 구경한 후 30분 기다려「번개맨과 먼지 괴물」 보고 왔지요..ㅜㅜ . 사람들이 사파리안에 있는 동물을 보는 건지, 동물들이 사람구경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네요.

덕분에 연휴기간 중 놀이공원에 가면 안된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래도 애들은 신나합니다.

연휴기간 중 예상대로 저는 책을 별로 못 읽었습니다. 「장미의 이름」끝. ㅠㅠ
그래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위로해 봅니다. 다른 이웃분들은 그동안 정말 많은 책을 읽으셨네요... 저만 게으른 것 같아 반성하게 됩니다.

다음주 내내 출장이라 출장준비로 어수선한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서늘해진 날씨 건강 조심하세요^^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서니데이 2016-09-21 14: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휴 바쁘셨겠어요. 동물원 사파리 버스가 인기가 많았나봐요.
겨울호랑이님 좋은하루되세요.^^

겨울호랑이 2016-09-21 14:0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은 이제 여유있는 시간 보내시겠네요^^: 즐거운 가을 되세요!

북프리쿠키 2016-09-21 14: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족을 위해 책 읽는 시간을 포기할 땐 아쉽지만 뿌듯하기도 하니까요~박수 짝짝짝!! 진도빼기 힘든 책을 마무리하신 데도 축하의 박수 짝짝짝!!

겨울호랑이 2016-09-21 14:2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님^^: 연휴 잘 보내셨지요? 즐거운 오후 되세요

cyrus 2016-09-21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책이 좋아도 사람의 정이 먼저입니다. 책 보는 시간보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은 삶이 풍성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21 17:3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cyrus님^^: 추석 잘 쉬셨는지요? 선선한 가을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

컨디션 2016-09-21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동물원 사파리 사진 보니까 정글북 생각나네요^^ 개봉한지는 좀 된건데 며칠전 다운받아 봤거든요~

겨울호랑이 2016-09-21 21:37   좋아요 0 | URL
아쉽게도영화는 못봤어요. 다만 「정글북」책에서 비단뱀 카아가 헤어짐을 망설이는 모글리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아가, 우리 비단뱀은 한번 벗은 허물 속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는단다.˝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인상 깊은 구절로 기억되네요^^: 컨디션님 감사합니다.

tayako 2016-09-22 0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달리는건역시 시간이엄청걸리내요
ㅜㅜ저랑친구들이하는말이
항상 밖에서 밥을시키면 30분기달리고먹는건 10분두안걸리는것같다고
맨날말하고다니는데
기달림의미학인거죠 ㅋㅋ
추석에 수고하셔구요 전 추석에두
일하는라 평소처럼보냈답니다 ㅜㅜ

겨울호랑이 2016-09-22 07:1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tayako님^^: 바쁜 추석 보내셨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명절에도 일하시는 분들 덕분에 추석을 잘 보냈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자목련 2016-09-23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겨울호랑이 님 제가 좋아하는 동물이에요!!
낙타랑, 기린이랑~~ 감사해요^^

겨울호랑이 2016-09-23 18:4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자목련님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잘 찍은 사진은 아닌데 기쁘게 봐주셔서 제가 감사드립니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ㅋ 즐거운 금요일 저녁 되세요 자목련님^^
 
장미의 이름 세트 - 전2권 열린책들 세계문학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미의 이름>은 움베르토 에코가 쓴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다.


1980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이미 1986년 숀 코너리가 주연한 영화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작품을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장미의 이름>을 통해서 추리소설의 흥미진진한 전개보다 중세 수도원의 생생한 분위기 재현이 더 마음 깊이 다가왔다. '중세=암흑기'라는 공식속에서 정체된 시기를 연상하기 쉬운 우리에게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의 대립 구조는 사실은 중세가 흥미진진한 역동적인 시기임을 알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1. 교리의 대립 :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아리스토텔레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327년은 중세 가톨릭 교회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다. <신학대전>을 저술한 토마스 아퀴나스가 1286년 이단으로 몰려 부관참시 당했다가,  극적으로  1323년 가톨릭 성인(聖人)으로 인정받은 시기와 맞물린다. 


이처럼 14세기 초 인정받게 된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神學)은 아우구스티누스 이래의 기독교 사상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종합한 '스콜라 철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으며, (출처 : 위키피디아) 이후 교리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된다. 작품 속 수도원장은 바로 토마스 아퀴나스가 죽었을 때 그의 시신을 들쳐 메고 탑루 계단을 내려온 것으로 명성을 이룬 인물로 소개된다.(p754)


이러한 신학적 변화 이외에도 새로운 철학(哲學)적 변화도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중세 자연학 분야에서의 독창적인 발전은 대륙이 아니라 영국의 대학들에서 중점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옥스퍼드 대학의 초대총장인 로베르투스 그로쎄테스테(Robertus Groesseteste, 1175 ~1253)는 과학적 방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개별 사건들을 관찰함으로써 일반법칙을 발견한 후, 이것을 실험 작업을 통해 검증하거나 반증하는 방법론을 발전시켰다. 그의 제자 로저 베이컨(Roger Bacon, 1210 ~ 1292)은 당시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귄위에 대한 맹종을 비판하고 자연의 직접적인 관찰과 실험에 바탕을 둔 학문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토마스 아퀴나스>, 박승찬, 새길, 2012, p20)


작품의 주인공인 윌리엄 수도사는 바로 로저 베이컨의 제자로 등장한다. 직접적인 관찰과 실험을 추구한 스승의 뜻에 따라 윌리엄 수도사는 날카롭게 현실을 관찰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와함께 당대에 미친 아리스토텔레스의 간접적 영향은 수도자 윌리엄과 화자(話者)인 아드소 간 이루어지는 추리과정에서 드러난다. 주로 '삼단논법'을 통해 논리적으로 사건을 구성하는 과정속에서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학문적 변화에 모든 이들이 동조했던 것은 아니었다. 작품 속에서도 이러한 팽팽한 대립의 관계가 잘 나타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책은 하나같이 기독교가 수세기에 걸쳐 축적했던 지식의 일부를 먹어 들어갔소. 우리의 초대 교부들은 일찍이, 말씀의 권능을 깨치는 데 필요한 가르침을 모자람없이 베푸셨소. 한데 보에티우스라는 자가 이 철학자의 서책을 극찬함으로써 하느님 말씀의 신성은 인간의 희문(戱文)으로 변질되면서 삼단 논법의 희롱을 받아왔소.... 우리 수도원 원장이 장사까지 지내 준 한 도미니크 회 수도사(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꾐에 빠져 하느님을 자연의 이치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불렀소.(p841)'


<장미의 이름>에서는 플라톤 사상(특히, 플로티누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아우구스티누스 교리와 십자군 원정 이후 유입된 아리스토텔레스 영향으로 성립된 토마스 아퀴나스 교리의 충돌을 작품 전반을 통해 느낄 수 있다.


2. 수도회간 대립 :  베네딕토 수도회와 프란체스코회


작품의 배경이 되는 수도원은 베네딕트 수도회 소속 수도원이며, 수도원 방문객이자 사건을 풀어가는 윌리엄 수도사는 프란체스코회 소속이다. 초기 기독교 시기(6세기)로부터 형성된 베네딕토 수도회에 비해 프란체스코회는 13세기에 성립된 신생 교단이었다. 베네딕토 수도회는 당대 주류 수도원으로 중세의 지식과 부를 독점한 기득권이었다. 이에 반해, '청빈'을 추구하는 프란체스코회 수도회는 기존 교회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교단과 대립되고 있었다. 여기에 '교황권'과 '황제권'의 대립과 수도회간 대립이 엮이면서, 14세기 초는 급변하는 흐름 속에 있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윌리엄 수도사가 이 수도원을 방문하게 된다.

 (최근 교황이 된 프란체스코 교황은 프란체스코회 소속 사제이며, 바티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개혁은 이러한 프란체스코 수도회 정신과 연관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안 부분의 내용 중 프란체스코 교황이 프란체스코회소속이라는 부분은 오류이며, 예수회 출신 교황으로 정정합니다. 오류를 알려주신 clavis님께 감사드립니다.^^; 예수회에 관련해서는 다음에 기독교의 신/구교 분리와 관련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니, 일단 pass 합니다.


<장미의 이름>은 시대적으로 이러한 갈등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야기 전개는 수도사들의 연쇄살인을 통해 진행된다. 그래서, 작품 전반에 깔린 <요한 묵시록>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한 묵시록>은 기독교 신약성경에 포함된 유일한 계시록이자 마지막 문헌이다. 계시록이나 묵시록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요한 묵시록은 기독교에서 성경 가운데 해석이 어려운 책이다. 같은 본문의 해석이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으로 가능하기도 하다. (출처 : 위키피디아)


'그 물건, 다리가 두 개 달려 있어서, 기수(騎手)가 말 잔등에 올라타듯이, 새가 홰에 앉듯이 그렇게 사람의 코 위에 올라앉을 수 있게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두 갈래로 나뉜 다리가 만나는 곳, 그러니까 눈과 맞닿는 곳에는 둥근 쇠테가 있고, 쇠테 안에는 술잔 바닥 두께의 편도꼴 유리가 박혀 있었다.  윌리엄 수도사는 글을 읽을 때마다 이 물건을 눈 앞에다 대기를 좋아했는데, 까닭인 즉, 햇빛이 기가 꺾일 때는 특히 이 물건을 이용해야 자연이 그 연세에 허락한 이상으로 밝게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p146)




본문 중에서 제자인 아드소가 스승인 윌리엄 수도자가 쓴 안경을 묘사한 부분이다. '안경'이 어떻게 생긴 물건이며, 용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우리는 안경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고, 작품의 묘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안경'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위의 글을 통해 '안경'의 정확한 모습을 연상하기가 쉽지 않을것 같다.


<요한 묵시록>은 저자가 본 것을 기술한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한 묵시록>은 논란이 많은 문헌이며, 아마도 신약 성경 문헌 중 가장 신비적인 성격이 강한 문헌일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이비 예언가들이 이를 바탕으로 해서 대중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는지.


'요한은 하느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증언, 곧 자기가 본 모든 것을 증언하였습니다.(묵시1:2)'


작품 속에서 '묵시록의 예언의 실현'과 '종말 사상' 에서 오는 공포에 무기력하게 휩쓸려가는 수도사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이들을 어리석다고 말할 수도 없었던 것은 어지러운 현실과 쏟아지는 정보속에서 사실을 알지 못하고 휩쓸려가는 내 자신의 모습 역시 보였기 때문이다.


<장미의 이름>은 말 그대로 잘 쓴 추리 소설이다. 그렇지만, 내게는 이 책이 중세 수도원과 당대의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사실의 재현과 과거를 통한 현실의 재발견이라는 면에서 더 뜻깊게 다가왔다. 역사적 사실의 뼈대에 살을 입힌 움베르토 에코의 뛰어난 사실 재구성으로 추상적이었던 중세가 안개속에서 피어나는 장미처럼 느껴졌다. 중세(中世)가 궁금하다면 읽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수도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진 중세의 재현이 움베르토 에코의 대작(大作) <중세> 컬렉션으로 더 확장되어 나타났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lavis 2016-09-21 1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예수회원이십니다.프란치스코회 소속이 아니고요^^우리나라에서는 예수회에서 서강대학교를 지어서 알려져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09-21 14:0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clavis님 오류를 지적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립간 2016-09-21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문객이 10분인데, 추천 10개네요.^^

겨울호랑이 2016-09-21 17:0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립간님 연휴 잘 보내셨지요?^^: 방문하신 분의 수도 셀 수 있는 방법이 있나봐요..아마도 제가 오랫만에 들어와서 `좋아요`해 주신것 같아요^^: 마립간님 좋은 오후 보내세요

cyrus 2016-09-21 17:40   좋아요 1 | URL
To. 겨울호랑이님 / 컴퓨터로 호랑이님의 알라딘 서재에 들어가면 화면 오른쪽 상단에 있는 방문자 수가 보입니다.

cyrus 2016-09-21 17:41   좋아요 1 | URL
To. 마립간님 / 알라딘 서재와 북플 시스템 전체를 잘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 ‘좋아요 수’가 북플로 접속한 회원들의 흔적인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북플에 접속하는 일이 편하죠.

cyrus 2016-09-21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코의 <미의 역사>를 읽은 뒤에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어보니까 아퀴나스의 미학 이론이 보였어요. 처음에 소설을 읽었을 땐 어려웠던 내용이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21 17:4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도 「미의 역사」와 「중세2」를 읽어본 후 다시 읽어야겠네요^^: 좋은 독서방법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9-21 1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는 엄청 잼 있게 보았는데,
책은 작년 읽다 읽다 상권에서 포기한 책입니다. ㅠ
감축드리고 부럽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21 19:5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북다이제스터님 저도 일단은 읽긴했지만 뭔가 줄줄 흘리고 지나간 느낌이 드네요.ㅜㅜ 중세에 대한 공부 후 다시 읽어볼까합니다. 감사합니다^^:
 
수량화혁명 - 유럽의 패권을 가져온 세계관의 탄생
앨프리드 W. 크로스비 지음, 김병화 옮김 / 심산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량화 혁명>은 유럽 제국주의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유럽 제국주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을 '수량화'와 '시각화'의 관점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책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수학은 중요한 학문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현실보다는 이상세계의 추구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현실을 보다 정밀하게 그려내는 측량술의 발전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음악은 기억에 의존해서 전승되고 있었고, 회화는 신학(神學)적 현실의 반영일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16세기에 일어난 인쇄, 계산, 원근법의 변화는 서양인들에게 '시간'과 '공간'에 일대 혁명(革命)을 가져다 주게 되었다. 

시간적인 변화는 달력체계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어 최종적으로 17세기에 도메니쿠스 페타비우스(Domenicus Petavivus)에 의해 AD/BC 체계를 최종적으로 손질하고 이를 확립하게 된다. 공간적인 변화는 측량술의 발전을 통해 보다 정밀한 지도 제작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원거리 항해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또한, 학문적으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수학의 발전은 아라비아 숫자 도입과 각종 부호의 사용으로 인해 촉발된다. 이러한 배경을 통해 계산이 편리해졌고, 편리한 계산은 화폐경제를 뒷받침하여 복식부기를 탄생시켰으며 (자본주의를 발전시키게 된다.) 시각화는 음악에 있어서 악보를 만들어낸데 공헌하게 되고, 변화된 시간의 관념을 통해 비정량적인 음악(그레고리안 성가)에서 다성음악으로의 발전된다. 회화 부문에 있어서는 중세의 추상적인 기법 대신 원근법을 통한 현실의 반영한 기법이 새롭게 등장하게 되었다. 이처럼 수량화, 시각화를 통해 일어난 일련의 혁명이 유럽 제국주의는 다른 제국주의에 비해 유례없는 성공을 가져다 주게 된다.


저자는 유럽제국주의를 편향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서구 문명에 대한 저자의 편향된 시각은 '비유럽권 문명'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대항해시대 초기에도 유럽의 문명은 타문명에 비해 거의 앞서지 못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제국주의 침탈이 한창이던 19세기 중엽까지도 이어지게 된다.  이는 병인양요(1866) 당시 프랑스군이 강화도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한 이유를 분석한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도널드 라크와 에드윈 클레이가 1965년에 쓴 <유럽을 만든 아시아>에 따르면, 16~17세기에는 수백 권의 아시아 서적이 유럽인 선교사·상인·선장·선원·의사·군인·여행가 등에 의해 유럽의 주요 언어로 번역되었다. 또 시어도어 포스가 1986년에 쓴 논문에 따르면, 18세기까지만 해도 서양인들은 중국의 기술서·실용서 등을 번역하는 데 아주 적극적이었다.


1866년에 프랑스 병사들이 건물은 불태우면서도 책만큼은 소중히 챙겨간 이유는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동아시아 서적을 열심히 번역해내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프랑스 병사들의 눈에는 외규장각 도서들이 아주 값나가는 물건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 서양 중심주의에 빠진 지식인들은 서유럽이 아주 오래 전부터 세계 일류였던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서유럽은 19세기 중반에야 비로소 동아시아를 능가하고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프랑스군이 외규장각 도서 탐낸 진짜 이유' 中]


실제로, 유럽은 인도로부터 아라비아 숫자 등 수학을, 아랍으로부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비롯한 자연철학을, 중국으로 부터는 종이, 화약, 나침반 등을 받아들이는 주변 문명이었다. 유럽문명은 다른 문명에 비해 군사력 이외 부문에 있어서는 후진(後進)문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16세기 이후 다른 문명을 선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스페인인들이 16세기에 유카탄 반도와 중앙아메리카 연안에 도착했을 즈음 마야인들은 이미 지적인 침체에 빠져 들었고 더 이상 수학이나 달력을 발전시키고 있지 않았다. 스페인인과 포르투갈인이 동아시아에 도착했을 무렵 중국인들은 이미 송 왕조의 거대한 시계에 대해 부관심한 상태였고, 결함투성이던 그들의 달력 체계는 예수회 신부들의 도움으로 고쳐질 때까지 내내 그런 상태였다.'(p34)


'우리가 대개 아라비아 숫자라고 부르는 것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랍인들이 그것을 발명하지 않았다는 사실 이외에 거의 아무것도 밝혀진 바가 없다. 아랍인들은 이 숫자를 인도인들에게서 배웠으니, 인도인들이 발명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도인들은 그것을 중국인에게서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p146)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접하다보면,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 정신>이 생각난다.  막스 베버가 자본주의의 성공요인을 유럽 문명의 특징에서 찾으려 했던 것처럼, 저자 앨프리드 W. 크로스비는 유럽 제국주의의 성공요인을 그들의 문명에서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키루스 대왕, 알렉산드로스 대왕, 칭기즈 칸, 후아이나 카팍은 위대한 정복자였지만 이들이 차지한 땅은 한 대륙 이상을 넘지 못했고, 기껏해야 두 번째 대륙의 가장자기를 건드리다 만 정도이다. 이들은 빅토리아 여왕에 비하면 골몰대장 수준이었던 셈이다. 여왕의 제국에서는 문자 그대로 해가 지는 일이 없었다. 또 전성기 때의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델란드, 독일의 영토에서도 태양은 지지 않았다.'(머리말 p8)


저자가 말하는 제국(帝國)은 '땅'인 것 같다. 제국의 크기를 제국의 역사적 의의, 세계사에 미치는 영향으로만 생각하는 그의 관점은 지극히 편협하다. (마치, 부동산 투기업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에서 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음악, 미술 등 여러 분야의 변화를 제시했다. 그렇지만, 변화의 원인 중 유럽 고유의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이 외래 문명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굳이 유럽 문명의 고유성을 찾는다면 그들의 '폭력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문명들의 발전과는 달리 유럽문명은 측량술의 발전을 통해 침략할 세계를 살펴보고, 수학을 활용한 포병 화력으로 다른 문명권의 사람들을 몰살시켰다. 이러한 유럽 문명의 '폭력성'에  대해 저자는 기술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은 유럽 내부에서 일어난 16세기의 각 분야별 변화요인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 반면, 유럽 제국주의의 특징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반쪽짜리 책이라 생각된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마천 2016-09-12 1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주 충실하고 유용한 리뷰입니다.대단히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12 12:51   좋아요 1 | URL
항상 좋은 말씀과 격려 감사합니다^^;사마천님 행복한 추석 연휴 되세요

2016-09-12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2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16-09-14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 추석 잘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6-09-14 13:18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초딩님도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항상 좋은 글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2016-09-14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4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4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의소리 2016-09-17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굉장히 유용하고 흥미롭습니다. 리뷰 자주 써주세요. 글 잘 쓰시네요. 읽는 재미가 있어요 ㅎㅎ 또 다른 리뷰도 기대합니다.

겨울호랑이 2016-09-17 18: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음의소리님 추석연휴 잘 보내고 계신지요? 격려 말씀과 함께 즐겁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독공 2016-09-17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사피엔스>와 <총,균,쇠>을 읽으면서 역사적 사실이나 현상의 맥락적 이해와 탁월한 관점의 확보가 얼마나 힘들고 중요한가 새삼 느끼는 중 위 서평을 보게 되었습니다. 탁월한 식견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력이 빛나는 서평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비평적 책읽기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6-09-17 19: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시몬님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신지요? 과분한 칭찬에 많이 부끄럽습니다. 또한, 좋게 읽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좋게 읽어주셔서 같이 성장하는 기쁨을 느끼는 요즘 입니다. 다시 한 번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아직 「사피엔스」와 「총, 균, 쇠」를 읽지 못했습니다만, 저도 조만간 기회가 되는대로 읽어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

2016-09-18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8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0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0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