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 & 버클리>는 서양 근대 인식론(Epistemology)을 대표하는 데카르트와 버클리 사상 입문서다. 특히, 이 책은 여태까지 읽은 지식인 마을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편안하게 기술된 책이라 생각된다. 인식론이라는 주제가 어렵고 따분하게 흐를 수 있음에도 현실과 밀접한 설명이 되어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개략적으로 두 실재론자의 이론을 살펴보자.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데카르트를 '회의주의자(懷疑主義者)로 알고 있다. 그와는 달리 데카르트는 '방법론적 회의'를 사용하여 '의심할 수 없는 것'을 찾으려 노력한 반(反)회의주의자임을 책에서 설명한다. 데카르트의 <성찰 Moditationes>(1641)을 통해 그의 성찰을 따라가면서, 그가 '꿈 논증'과 '악마에게 속는 논증'을 극복하면서 의심할 수 없는 하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Cogito, ergo sum'이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 설명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데카르트의 정신과 물질에 대한 이원론(dualism)도출을 통해 데카르트적 사유가 근대 과학 철학의 근간이 되는 사실 또한 설명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영국 경험주의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로크(John Locke, 1632~1704)의 1차 성질, 2차 성질 설명을 통해 '표상적 실재주의'에 대한 추가 설명도 되어있어, 대륙의 합리론자과 영국의 경험론자들의 주장을 접할 수 있다.
버클리(George Berkeley, 1685~1753) Esse est percipi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다.
데카르트, 로크 등의 표상적 실재론자들은 외부세계가 우리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외부세계에 따라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틀리는지가 결정된다.(p106) 데카르트의 이원론적 사고는 정신과 물질을 구분하여 과학적 세계관을 여는 것에는 성공하였으나, 외부세계를 증명하는 것에는 순환논증에 빠져 실패하게 된다. 외부세계 증명을 위해 버클리는 그의 저서 <인간 지식의 원리론 Treatise Concerning the principles of Human Knowledge>에서 '우리에게 지각되는 것은 관념밖에 없다'는 주장을 한다. 그의 주장은 'Esse est percipi'라는 명제를 통해 잘 나타나는데 존재는 지각되는 것이며, 세상은 나에게 지각될 때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이를 통해, 버클리 '신(神) 존재'를 통해 세계의 계속성을 설명하면서 실재론을 옹호한다.
<데카르트 & 버클리>는 근대 과학 정신과 인식론에 대해 쉽게 풀어 놓은 좋은 입문서라고 생각된다. 책에서는 영화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논의를 전개하기 때문에 흥미롭게 다가 온다. 또한, 근대 철학에 초점에 맞춰져 있지만, 배경으로 소크라테스(플라톤)에 대한 설명을 사전에 하기 때문에, 근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이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사전 공부가 필요함을 알게 해준다.
'데카르트적 방법론'을 통해 나온 결론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화이트헤드(Whitehead)와 러셀(Russell)이 그들의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에서 "1+1=2"라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그들의 수리철학적 사고를 확장시킨 것처럼 데카르트에게 끊임없는 회의는 그의 사상을 위한 초석(礎石)이었다는 사실이며, 다른 하나는 'Cogito, ergo sum'을 통해 도출된 그의 결론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 존재 증명 -다섯 가지 길'을 연상시킨다는 사실이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다섯가지 길'을 통해 당시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는 사실'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데카르트도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의심했지만, 두 철학자 모두 현대 우리에게 '객관성'을 보여 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플라톤으로부터 시작되어 버클리로 이어진 '관념론'은 이후 B. Russell의 기술이론(description Theory)에 의해 깨지기까지는 아직 200여년의 시간이 더 남아있다.
PS. <데카르트 & 버클리>를 읽기 전 영화 <매트릭스(1999)>, <토털리콜(1989)>을 이미 알고 있다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