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과 신자유주의 - 새로운 정치 질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Philos 시리즈 28
게리 거스틀 지음, 홍기빈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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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유주의 질서는 뉴딜 질서의 폐허에서 출현했다. _ 게리 거스틀, <뉴딜과 신자유주의>, p35


 1930년대 대공황의 미국경제를 살려낸 것으로 알려진 뉴딜(New Deal)정책과 대척점에 있는 1980년대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뉴딜과 신자유주의>는 이들 사이의 대립을 서술하지 않는다. 분명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들 정책은 케인스와 하이에크 사상만큼의 차이를 갖기에 공통분모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 표를 얻어 집권하려는 정치적인 목표를 가진 이들이 추구하는 정치의 측면에서도 그럴까. 


 이 책은 여기에서 '정치 질서'의 개념을 도입하여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에 따르면 신자유주의는 좁은 차원의 '음모'가 아니라 고전적 자유주의를 계승하여 그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미국에서 뉴딜 질서의 위기가 본격화된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공세를 취하게 된 한 가지 '지적/도덕적 개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_ 게리 거스틀, <뉴딜과 신자유주의> 옮긴이의 말, p548


 <뉴딜과 신자유주의>는 정치적 관점에서 경제정책을 바라본다. 이 같은 관점에서는 최소비용, 효용 극대화 등의 경제이론의 공리들이 어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선거 시기마다 한 표라도 더 얻어 집권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이를 위해 19세기 노예제도를 찬성하던 정당이 세계시민주의를 표방하며 반(反)인종주의를 내세우거나, 19세기 자유무역을 외치던 정당이 보호주의를 외치며 외국제품에 높은 세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미국 좌파와 우파의 정치적인 합작품이라는 것을 <뉴딜과 신자유주의>는 잘 보여준다.

 

  신자유주의는 일부 지배 집단의 수탈과 특권이라는 협소하고 '치사스러운' 특수이익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 성원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이익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담론은 보수적인 우파 버전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좌파 버전도 얼마든지 생성시킬 수 있는 힘과 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_ 게리 거스틀, <뉴딜과 신자유주의> 옮긴이의 말, p548


  뉴딜 정책이 무너진 자리에서 신자유주의가 피어났다는 저자의 주장은 공사주의 몰락이라는 사건과 배경을 통해 지지된다. 1930년대 대공황을 통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공산주의와 수정자본주의라는 두 갈래의 노력은 공산세계의 붕괴를 계기로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공산세계라는 외부의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 빚어지는 신빅토리아적 관점과 세계시민주의적 관점. 어쩌면 신자유주의는 실체가 없는 서로 다른 이익집단들의 서로 다른 슬로건은 아닐까를 생각하는 독서였다...


  신자유주의 질서에서의 모순 하나는, 신자유주의를 엘리트의 지배를 확장하는 전략으로 보는 이들 사이에 존재했던 모순이다. 또 다른 모순은 좋은 삶을 이루는 법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다른 두 가지 도덕적 관점이 신자유주의 질서 내부에 불편하게 공존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는 내가 신빅토리아적이라고 부르는 관점으로서,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가족을 탄탄하게 유지하며, 노동, 성, 소비 등에 기율을 갖는 것을 찬양하는 태도다(p30)... 또 다른 도덕적 관점은 내가 세계시민주의라고 부르는 것으로서, 이러한 관점은 개인들이 전통, 유산, 이미 결정된 사회적역할 등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아 혹은 정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야말로 시장 자유의 핵심이라고 본다. _ 게리 거스틀, <뉴딜과 신자유주의>,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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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이현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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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두 가지 삶이 있었다. 그 삶은 그의 지인이나 친구들의 삶과 쏙 닮은, 조건부 진실과 조건부 기만으로 가득차 있었다. 반면에 다른 하나는 비밀스럽게 흘러갔다. 몇몇 낯선 우연들이 겹치다보니, 말 그대로 우연이겠지만, 그에게 중요하고 흥미로우며 꼭 필요한 모든 것, 그가 자신을 속이지 않고 진실할 수 있는 모든 것, 그의 삶의 알맹이를 이루는 모든 것은 다른 이들 모르게 이루어졌고, 진실을 가리기 위해 덮어쓰고 있는 그의 거짓과 껍데기, 가령 은행 업무나 클럽에서의 논쟁, '저급한 인종'이라는 말, 아내와 함께 기념일 파티에 가는 일만이 명백하게 겉으로 드러났다. _ 안톤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p51

겉과 속이 다른 삶. 그리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자.
겉으로 드러난 삶은 거짓이고, 속으로 흘러가는 삶은 진실이다. 거짓은 영원이며, 항구적이고 진실은 비밀이며, 은폐된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속 구로프의 삶은 이렇게 이중적이다.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반복 속을 살아가는 구로프는 영원 대신 자신에게는 진실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저급한 사랑을 선택한다. 그 사랑의 끝이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지만.

이 얼마나 무의미한 밤들이고, 무료하고 시시한 날들인가! 얼빠진 카드놀이, 폭식, 만취, 그리고 끝도 없이 반복되는 늘 똑같은 얘기들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아가고 결국 우리에겐 날개도 없고 꼬리도 잘린 삶, 헛소리 같은 삶만 덩그러니 남게 된다. _ 안톤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p39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서 구로프와 안나는 영원한 생명 대신 순간의 욕망을 선택한다. 그들의 선택의 주위로부터 지지받지 못할 것이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선택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게 되는 것은 인간이 이성보다는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청개구리'와 같은 심성을 가지고 있어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꾸기 때문일까.

조금만 지나면 해결책을 찾아 새롭고 아름다운 인생을 시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분명히 알고 있었다. 끝은 아직 멀고도 멀었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복잡하고 힘겨운 일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_ 안톤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p57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의 마지막은 '오래오래 행복했답니다'와 같은 행복한 결말과는 거리가 멀다. 선택의 마지막이 불행의 시작임을 알리는 글에서, 구로프와 안나는 감정의 일상에서는 어떤 일탈을 꿈을 꾸게될 지 생각하게 된다. 권태로운 일상이라는 항구성에서 일탈의 씨앗이 있다면, 뜨거운 사랑이라는 일상에서는 어떤 일탈이 잉태될 수 있을까...

이런 항구성에, 우리들 각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 완전한 무관심 속에, 아마도 영원한 구원의 약속, 지상에서의 삶의 끊임없는 움직임과 완성을 향한 무한한 진보의 약속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_ 안톤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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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든 철학자든 자기본연의 연구에 충실하면서도 얼마든지 자연과학에 대해서 말할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알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p226)... 이렇게 합리적인 방법론적 상대주의가 흐리멍덩한 사유와 언어로 인해 때로는 과격한 인식론적 상대주의로 비약한다. _ 앨런 소칼, 장 브리크몽, 《지적 사기》, p227

《지적 사기》에는 경험주의 자연과학의 방법론과 틀을 이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합리주의 사회과학자들에 대한 비판이 열거된다. 연역적인 구조를 갖는 합리주의 철학에서 수학적 추상성은 일상의 구체성으로 비약이 이루어지고, 이러한 논리적 허점은 언어의 모호성으로 은폐된다. 그 과정에서 사회과학 연구자의 주관적 관점은 과학적 합리성을 갖춘 객관적 진리로 변화되며, 만일 그 연구자가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인물일 경우 대중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유사과학을 도그마로 한 또다른 종교를 보게될 수 있음을 가볍게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본문에 언급된 자크 라캉, 줄리아 크리스테바, 뤼스 이리가레이, 장 보드리야르,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등 인물들이 무게감이 결코 낮지 않기에 흥미있게 생각할 거리를 독자에게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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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적 비전을 구현하는 핵심은 국내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었다. 국제정치의 안전성은 국내의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해야 달성될 수 있거나 최소한 촉진될 수 있었다. 소비자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서는 공공사업과 공공보건에 대한 정부지출을 세금 재분배 정책과 결합하는 동시에 위대한 예술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했다. _ 재커리 D. 카터, <존 메이너드 케인스 : 돈, 민주주의, 그리고 케인스의 삶>, p771


 <평화의 경제적 결과>와 <고용, 화폐, 이자의 일반이론>. 케인스를 대표하는 두 권의 책이다. 독일에게 막대한 배상금을 부과하며 또 다른 세계대전을 가져온 베르사유 체제의 문제를 지적한 <평화의 경제적 결과>와 1930년대 대공황을 이겨내기 위한 미국 루즈벨트 정부의 뉴딜정책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던 <고용, 화폐, 이자의 일반이론>은 각각 정치와 경제라는 서로 다른 분야를 대상으로 하기에 이들을 연결시키기 쉽지 않다. 이 점에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 : 돈, 민주주의, 그리고 케인스의 삶>은 독자들에게 케인스 사상의 연결점을 알려준다는 의의를 갖는다.


 조앤 로빈슨은 <일반 이론>의 핵심은 경제적 생산 활동이 사회적 규범 및 정치적 현실과 무관한 일련의 독립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데 있다고 믿었다. 사무얼슨, 힉스, 한센이 "케인스주의"라고 제시한 수학적 관계들은 전부 경제적 의사결정에서 인간이라는 주체를 제외하고 있었다. _ 재커리 D. 카터, <존 메이너드 케인스 : 돈, 민주주의, 그리고 케인스의 삶>, p609


 저자는 본문을 통해 케인스의 경제사상은 세계대전 전후 영속적인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정치적 토대 위에서 가치를 갖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전쟁직후 또는 대공황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소비를 통한 유효수요의 확대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상황으로 회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고, 경제위기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며, 그 결과 파시즘과 공산혁명과 같은 폭력적 사태를 예방하게 된다. 이처럼 케인스의 정치, 경제 사상은 하나의 연결고리를 갖지만, 케인스의 사상에 대한 일반의 이해는 단면에 그친다. 저자에 따르면 케인스주의의 몰락은 결코 이점과 무관하지 않다.


 1960년대까지 미국의 최고 경제학자들은 모두 케인스주의자였지만 케인스 경제학을 국제적인 사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케인스와 케인스주의는 개별 국가가 불황에서 벗어나거나 실업과 인플레이션을 조정하기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일련의 전략으로 활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었다. 전쟁과 평화의 철학자인 케인스는 재정 치료사 케인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_ 재커리 D. 카터, <존 메이너드 케인스 : 돈, 민주주의, 그리고 케인스의 삶>, p648


  1960년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과의 역의 상관관계를 입증한 필립스 곡선의 발견 이후 경제학의 주된 흐름은 수리/계량경제로 옮겨가고, 오늘날 주류는 신고전학파가 되었다. 한때는 주류 경제학이었지만 지금은 공황의 시기에 이르러야 소환되는 케인스 경제학. 이것은 그의 정치철학과 경제철학을 분리시켜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을 위한 유효수요의 창출이며, 이를 통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안다면 보다 유연하게 그의 경제사상을 해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에서도 또한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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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지정학 - 원서 3판 전면개정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클라우스 도즈 지음, 최파일 옮김 / 교유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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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은 세 가지 특징을 포함한다. 첫째, 지정학은 공간과 영토에 대한 영향력과 권력의 문제를 다룬다. 둘째, 지정학은 세계정세를 이해하는 데 지리적 틀을 이용한다. 셋째, 지정학은 미래지향적이다. 지정학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불변하기 때문에 일어날 법한 국가 행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각국은 자원을 확보하고, 접경지대를 비롯하여 영토를 수호하고, 인구를 관리해야 한다. _ 클라우스 도즈, <지정학>, p11/110

클라우스 도즈의 <지정학>은 지정학(geopolitics)의 의미와 현대적 적용에 대해 알려주는 입문서다. 근대적 주권국가의 영토, 자원, 입지와 권력의 관계를 다룬 것이 고전적 의미에서의 지정학이라면, 현대에 들어서는 보다 국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人)적, 물리적 요소들간의 상호작용이 지정학의 범위에 포함된다. 이러한 지정학의 범위 확장은 과거 국가 간 패권전쟁이라는 범위를 벗어나, 인종, 성, 계층의 공간정치학으로 보다 세분화되었고, 용어 안에 복잡화된 현대사회의 문제를 포괄하게 되었음을 개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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