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건 & 호킹 : 우주의 대변인 지식인마을 8
강태길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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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두 과학자의 공통 관심사인 '우주'의 기원과 구조, 시간과 공간과의 관계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본문에서는 대폭발이론을 윗받침하는 증거로 적색 편이(red shift),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등을 제시하며, 대폭발이론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팽창이론(inflation theory) 등을 소개한다. 또, 팽창이론을 통해 '여러 개의 우주'가 존재할 수있다는 이론과 함께 우주의 시공간 문제, 우주 대폭발의 원인 등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우주 기원과 형성에 관한 공통된 배경지식 하에 두 과학자의 주요 저서에 대한 배경 설명이 이루어 진다.

 

또한, 별들이 '성운상태'에서 '별'로, 다시 '적생거성'에서 '백생외성'으로 최종적으로 초신성 폭발로 인해 블랙홀로의 변환하는 별의 일생과 우리 은하, 성단과 성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를 그리고 있다. 이 장은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기 전 배경지식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주의 생명체를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전파망원경의 사용,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확률과 조건등을 설명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시간'과 관련하여 호킹의 무경계가설을 소개한다. 독자에게 호킹의 이론을 보다 잘 설명해 주기 위해 엔트로피 법칙과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한 기본설명, 민코프스키의 4차원 시공간 등에 대한 추가 설명도 같이 이루어 진다. 이 장은 호킹의 <시간의 역사>의 입문 내용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대중들에게 과학을 보다 잘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 두 과학자 세이건과 호킹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다. 많은 생소한 이론과 개념이 소개되고 있어 한편으로는 어렵게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책과 또다른 입문서인 <아인슈타인 & 보어>등을 통해 현대 물리학 용어와 이론에 친숙해 지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이미 이 책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라 생각된다. 천체 물리학과의 깊이 있는 만남은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호킹의 <시간의 역사>, <호두껍질 속의 우주> 등을 통해 가져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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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04 14: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코스모스>가 <시간의 역사>보다 분량이 많은 편인데, 읽기 편한 건 <코스모스>였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04 14:34   좋아요 3 | URL
그렇군요^^: cyrus님 저는 지금 쉽게 쓰여진 「스티븐 호킹의 우주」를 읽고 있는데 먼저 「코스모스」부터 읽어야겠네요. 좋은 코스 조언 감사합니다 cyrus님^^

cyrus 2016-09-04 14:36   좋아요 2 | URL
그냥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읽는 사람마다 책에 대한 느낌이 달라요. ^^

겨울호랑이 2016-09-04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그래도 먼저 간 길을 가면 조금 편하게 갈까 싶네요.. 결국 다 읽겠지만요. ㅋ 좋은 오후 되세요, cyrus 님

오거서 2016-09-04 18:27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결국 다 읽게 될 테지요. 저한테도 시간의 역사는 좀 어렵더군요. ^^;

겨울호랑이 2016-09-04 18: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내공있으신 분들이 어렵다는 말씀을 하시니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섣부르게 리뷰 썼다간 안되겠네요..ㅜㅜ 역시 「코스모스」 이후 「시간의 역사」로 가야할 것 같네요... 그 전에 플라톤의 「법률」을 마무리 정리하려니 읽을 책이 많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05 08:00   좋아요 2 | URL
스티븐 호킹의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라고 있어요. 정말 짧고 쉽고 좋아요ㅎ <시간의 역사> 전에 먼저 읽어보세요^^
 
장자 & 노자 : 道에 딴지걸기 지식인마을 6
강신주 지음 / 김영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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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철학과 노자 철학 입문서

 

이제는 일반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쓴 장자와 노자 입문서다.

 

저자가 생각하는 장자 철학의 핵심은 '소통'이다.

우리는 고정된 자의식이 아닌 유연한 자의식을 가져서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우리 자신을 바꿀 수 있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타인(또는 타자)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 자신을 바꿀 수 있고, 바뀐 자신을 통해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장자 철학이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본문에서 '조삼모사'이야기와 '송나라 상인'처럼 간단한 예화를 통해 그러한 저자의 주장을 다시 살펴본다.

 

또한, 저자는 노자의 철학을 통치 철학으로 규정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노자의 사상은 '무위자연'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강력한 부(富)의 재분배를 주장한 강력한 사회민주주의 통치 철학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편을 구체적인 문헌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제 위에 주로 국가 경제 구조를 바탕으로 노자의 도덕경이 어떻게 해석되는가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 본문 내용이다.

 

'노자'의 <도덕경>은 함축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내가 알고 있는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도덕경>의 해석은 크게 두 줄기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최진석 교수, 강신주 박사 등은 <도덕경>의 '통치 철학적인 면'을 강조하는데 반해, 오쇼 라즈니쉬, 유영모 등 종교 관련 연구자들은 '자연의 일반 질서'로 <도덕경>을 해석하고 있어 해석에 있어 입장 차이를 보이는 듯 하다. 이외에도 <도덕경>을 처세술로 정의하거나, 신과학으로 정의하는 등 <도덕경>과 관련해서는 많은 이들이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다.

 

'지식인 마을' 시리즈 중에서 서양 사상들을 다룬 편들은 대체로 핵심 사상과 논점이 잘 정리되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지식을 심화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반해, 동양 사상과 관련해서는 학자들간 이견(異見)이 많아서인지 논점보다는 저자의 주관(主觀)이 많이 나타나는 느낌이다. 그래서, 동양 사상과 관련해서는 '깊이 읽기'에 나오는 책 이외에도 다양한 책을 접해서 다양한 관점을 검토하고 자신의 견해를 수립하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이 책을 통해 장자와 노자 철학의 출발을 전반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지라도, 하나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잡을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후 공부를 통해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키는 것은 독자들의 과제겠지만,  이처럼 타인의 견해를 수용하면서 자신을 세우는 자세가  바로 강신주 박사가 말하고자 하는 장자의 '소통'의 출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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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 & 아퀴나스 : 신앙과 이성사이에서 지식인마을 26
신재식 지음 / 김영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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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그리스도교 교리를 정립한 아우구스티누스와 중세 스콜라 철학을 대표하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을 살펴보는 입문서.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신앙과 이성과의 관계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앙은 '이해하기 위해 믿는다'로,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앙은 '믿기 위해 이해한다.' 로 요약된다. 이러한 관계의 연장 선상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 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은 반면,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우구스티누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아 그 사상 체계를 정립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기초 위에 두 사상가의 신앙을 정리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우구스티누스 편에는  플라톤 사상의 영향, 아우구스티누스의 조명론, 삼위일체론, 마니교와 펠라기우스주의와의 대립 등과 관련한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 편에서는  아퀴나스와 아우구스티누스 철학의 차이,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수용, 안셀무스와 아퀴나스의 하느님 존재 증명(하느님 존재 증명의 다섯 가지 길) 등이 소개되어 있다.

 

두 사상가의 주요 핵심이 잘 소개되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이해를 심화시키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내가 가진 책의 출판년도가 2008년으로 되어 있어, 이후 출판된 좋은 저서에 대한 소개가 빠진 점은 다소 아쉽게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깊이 읽기'에 소개된 서적의 참고 문헌과 서평을 참고해서 읽는 것을 통해 그리스도교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점이 하나 있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은 당대에 충격을 주었지만 바로 수용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죽은 지 1년이 지난 1275년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당하게 되는 등 이단시 되었다. 그러다가, 1375년 복권되고 현재는 가톨릭 신학의 주류로 인정받게 된다. 결국, 신학 교리도 끊임없이 변화되어 온 것이다.

 

신앙은 개인의 믿음의 문제지만 이처럼 사회의 발전에 따라 변화되고(비록, 수용속도가 느릴지라도) 있다는 것을 볼 때, 새로운 문제제기에 대해 신앙인들의 열린 자세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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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6-09-03 1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늘 올려주시는 리뷰 잘 보고있습니다.^^
리뷰 잘 쓰시는 분들 너무 부러워요.
맛있는 점심 드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09-03 11:50   좋아요 1 | URL
후애님 부족한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후애님께서 유쾌하고 밝게 쓰신 리뷰를 보면 많이 감탄합니다. 또 후애님의 다른 글처럼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리뷰를 보면서 유용한 정보와 함께 과제를 부여받는(?) 학생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항상 넓은 세상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애님^^ 즐거운 오후 되세요
 
고릴라 비룡소의 그림동화 50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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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이 같이 읽으면 좋을 책.

바쁜 일에 쫓겨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들에게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아빠와 놀고 싶지만 바쁜 아빠와 놀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보여진다. 반대로, 아이에게는 일상에 바쁜 아빠의 속마음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고릴라에 내 자신의 감정이 이입됨을 느꼈다.

평소 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어도 책을 통해 잔잔하게 내 마음을 딸에게 전달하는 느낌이 들었던 그림책이다. 내게 전해진 딸의 마음도 나와 같은 것이었을까?


ps. 반드시 아빠와 딸이 아니더라도 직장을 다녀 자녀와 함께 하지 못하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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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6-09-02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상한 아버지 겨울호랑이님이 따님과 이 책을 읽고 계시는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겨울호랑이님 곧 주말이네요. 하루 남은 평일의 시간 평온하시길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16-09-02 09:5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김영성님 사실 저도 딸아이와 많이 놀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많네요. 지금 저축해 놓아야 나중에 나이들어서 저와 놀아줄텐데요 ㅋㅋ 김영성님도 금요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가을이 되니 공기도 바뀌어 마음도 달라지네요 ㅋ

페크pek0501 2016-09-02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리학 책을 보니 아버지와 아이가 함께 있는 시간에 비례해서 부성애가 생긴다고 해요.
아이를 챙겨 주다 보면 애정이 생긴다는 실험 결과예요.
아이가 함께 있지 못할 경우 부성애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런 점에서 볼 때 아버지와 아이가 그림책을 함께 보는 것도 좋겠군요.

겨울호랑이 2016-09-02 14:2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pek0501님 말씀을 듣고 나니, 모성애와는 달리 부성애는 어느 정도의 인위성(?) 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애가 아빠는 책을 못 읽는다고 구박을 하는데, 꾸준한 노력만이 애착을 형성하는 지름길인 것 같습니다. ㅜㅜ : 감사합니다.^^

Grace 2016-09-02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화책 읽어 주시는 아버지...
전 이런 경험 없는 구세대인지라 이 귀여운 아이가 부러워요.
어떤 느낌이니 하고 물으면 이 예쁜 아이는 뭐라 답 할까요?^^

<뜰앞의 잣나무> (지은이-정찬주)를 빌렸는데, 소제목 ˝중국 10대 선사 선기행˝입니다.
일전에 말씀하셨던 책에 가까운 듯해 말씀드려 봅니다.
˝중국 선종 법계도와 구산선문 관계도˝가 나와 있으며,
초조 달마부터 육조 혜능까지, 이에 더해 마조, 운문, 조주, 임제 이렇게 10대 선사들의
이야기가 있어요. 지은이가 직접 중국 10대 선사 선종 사찰을 방문했으며, 사진도 곁들여
있습니다. 바라시던 책이면 좋겠어요.^^

겨울호랑이 2016-09-03 06:2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Grace님 아이한테는 책 못 읽는다고 구박받지요 ㅋㅋ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책이 주요 선사들에 대한 내용과 기행문의 성격을 가진 것 같네요. ^^: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을 거 같아 제게 꼭 맞을 것 같습니다. (사실 어록은 좀 어렵더군요ㅜㅜ) Grace님 바쁘신 중에도 이처럼 마음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연구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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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역학 제1법칙 : 고립계의 에너지는 일정하다는 것이다. 에너지는 다른것으로 전환될 수 있지만 생성되거나 파괴될 수는 없다는 이론 


* 열역학 제2법칙 :  만약 어떤 고립계의 엔트로피가 열적평형상태에 있지 않다면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해야 한다는 법칙. 고립계는 점차 열적평형상태에 도달하도록 변화함.(즉 엔트로피를 최대화하기 위해 계속 변화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엔트로피(Entropy)>는 물리학의 기본법칙인 열역학 1법칙과 열역학2법칙을 통해 서구의 역사 진행과 산업화 과정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을 위해 해결안을 제시한 책이다.(이 책이 쓰여진 시점이 1980년대이니 지금은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는 해결안이다.)


<엔트로피>에서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역사가 진보한다는 역사관을 비판하고, 미국의 경제, 사회, 제도 등의 문제점을 조명하고 있다.


'오늘날 남아 있는 수렵채취사회에 대한 연구는 "결핍, 위기, 실험"의 이론을 뒷받침한다... 큰 변화는 예외없이 풍요함의 축적 결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기존의 원천이 고갈되었기 때문에 일어났다.'(p94)


결국, 제레미 리프킨의 일반 사회에서도 열역학 제2법칙을 피해갈 수 없으며, 현대 사회의 문제를 경제학적으로 '규모의 비경제로 인한 한계 비용 체증 / 한계 효용 체감'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대안으로 재분배를 통한 제3세계의 발전, 새로운 종교관을 통한 검소한 생활, 소규모의 저엔트로피 경제 등을 제시한다. <엔트로피>가 출간된지 30년 이상 되었기 때문에, 저자의 제안이 지금은 그렇게 참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엔트로피>를 읽은 후 다음과 같은 내용을 생각하게 되었다.


1. 엔트로피의 방향성


저자는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을 '무용(無用)한 것이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로 기술의 발전과 산업화 등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유용한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p58)


'지구상의 물질적인 엔트로피는 끊임없이 증가하며 언젠가는 극대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p61)


'그러나 에너지는 결코 창조되거나 파괴될 수 없으며, 유용한 쪽에서 무용한 쪽으로만 변해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p96)


위의 말에 따르면 저자는 현대인에게 정치적, 경제적으로 '유용한 것'에서 '무용한 것'으로의 이행을 '엔트로피' 현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과연 저자와같이 단순하게 '엔트로피'를 해석할 수 있을까?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분자들의 무질서도의 증가'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무질서를 효용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인가? '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유용(有用)'은 누구의 관점에서 유용한 것일까? 오히려,  무질서도 자체는 유용 또는 무용의 가치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다만 불확실성의 증가로 파악되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갑자기 모든 인류가 오늘부터 산업화를 중단하고 원시농경사회로 돌아가기로 사회적 합의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럴 경우 우리의 소비행태는 바뀔 것이고, 그에 따라 소비되는 자원도 달라질 것이다. 이로 인해 석유채굴이 중단되고, 소고기 이용도 줄어드는 대신 쌀소비가 늘어났다고 생각해보자. 이러한 경우 엔트로피 법칙이 적용되는 유용한 것은 무엇이며, 무용한 것은 무엇일까. 엔트로피의 방향성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엔트로피>에서는 물리학의 법칙을 인간의 경제학적 법칙에 무리하게 적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2. 정치적 영향에 대한 미고려


또한, 저자는 현대 과학기술이 '규모의 비경제'를 불러오고 이로 인해 과다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규모의 비경제도 중요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보다 중요한  정치적인 역학 관계를 통한 '정치학 법칙'에 대한 설명은 다루고 있지 않다.


정치학이 경제학이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2008년 무렵에 미국에서 이야기된 '바이오 에탄올' 을 들 수 있다. 옥수수에서 에너지를 추출한다는 '바이오 에탄올'은 결국 미국 옥수수 소비를 위해 제시된 개념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정치 제도가 우리의 삶을 제한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전기자동차'의 도입은 '줄어들 유류세'를 대체할 만한 세수(稅收)가 확보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며, '무인 주행 자동차'의 허가는 각종 이해집단의 타협으로 도로교통법이 개정된 이후 가능할 것이다. 


위와 같은 사항을 고려했을 때 정치적인 역학 관계를 통한 '정치학 법칙'이 보다 현실을 더 잘 설명하는 것 같다. 


3. 해결 방안의 한계


제레미 리프킨이 제시한 해결 방안 중 하나인 '제3세계의 발전'은 다음과 같다.


"간디가 주도하던 반식민통치운동 기간 중 투쟁의 상징이 된 것은 손으로 돌리는 물레였다.... 이 기술은 가장 궁핍한 마을에 사는 인도 사람조차도 자신의 경제적 삶을 스스로 꾸려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경제의 우선순위가 전국에 걸쳐 이렇게 바뀌어야만 제3세계의 발전은 성공할 수 있다."(p250)


<엔트로피>가 쓰여진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제3세계의 발전, 특히 중국과 인도의 발전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닌 기존 산업 질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인정받고 있다. 결국, 그가 말한 해결안은 별로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도, <엔트로피>는 구체적 통계자료 제시가 부족하기 때문에, 저자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용제시만 되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이와 같은 책의 한계와 이제는 보편화된 산업화 사회에 대한 비판 때문에, <엔트로피>의 내용이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개발지향의 80년대에 저자의 주장은 상당히 새롭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에는 시대를 앞서간 책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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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09-01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리학을 사회학에 무리하게 접목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결국 허망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02 04:15   좋아요 0 | URL
네, 자연계의 법칙을 단순하게 도식화하여 사회에 적용하기보다 인간 사회에 맞는 특징을 찾아가는 편이 보다 나을 것 같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