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전집 5 - 테아이테토스 / 필레보스 / 티마이오스 / 크리티아스 / 파르메니데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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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메니데스>는 소크라테스와 제논, 파르메니데스 간 형상(形相)과 하나(一者)에 관하여 논의한 대화편이다. 그게 형상이론 부분과 하나에 대한 논의로 나뉘어지며, 대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른 대화편과는 달리, 소크라테스가 파르메니데스에 의해 깨우침을 받는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1. 형상(形相) 이론


가. 제논의 역설 : 만물은 하나

1) 존재하는 것들이 여럿이라면 그것들은 같기도 하고 같지 않기도 해야하지만, 

같지 않은 것이 같을 수 없고, 같은 것이 같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은 불가능함(127e)


나. 소크라테스의 반론

1) '같음'의 형상과 '같지 않음'의 형상이 그 자체로 존재함(129a)

2) 형상(여럿과 하나, 정지와 운동)들의 섞임과 분리를 통해 만물이 생겨남(129e)


다. 파르메니데스의 비판

1) 정의, 아름다움, 좋음 등은 형상이 존재하지만, 무가치한 것들의 형상은 존재하지 않음(130a-130e)

2) 형상 전체는 하나이며, 여러 개의 분리된 개체 안에 존재할 수 없음(131a)

3) 만약. 형상들을 부분들로 나눌 수 있다면, 각각의 사물 안에 존재하는 것은 '형상 전체'가 아닌 '형상 부분'임(131c)

-> 부분은 전체보다 클 수 없기 때문에 모순이 발생함(131e)


라. 소크라테스의 형상(形相)에 대한 수정된 정의 : 형상은 혼 안에서만 존재하는 사유(noema)(132b)


마. 파르메니데스의 반론

1) 사유는 존재하는 것에 대한 사유임(132c)

2) 사유가 형상이라면, 모든 사물은 생각해야 함-> 소크라테스에 대한 논박(132c)


바. 소크라테스의 재수정된 형상(形相)에 대한 정의 : 형상은 자연에서 본보기로서 존재하고, 다른 것들은 형상을 닮고 모방함(132d)


사. 파르메니데스의 재반론

1) 형상들은 절대적인 것이며 고유한 본성을 가지고 있음(133d)

2) 사물과 형상은 같은 이름을 갖지만 서로 관련되지 않은 별개의 것임(133d)


"우리는 우리 사이의 권위로는 신들을 지배하지 못하고, 우리의 지식으로는 신적인 것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오. 같은 이유에서 신들은 우리의 주인들도 아니며 인간사도 알지 못하오. 그들은 신이니까."(134e) 


'형상'에 관한 첫 번째 논의를 통해 우리의 현상계과 이데아의 세계는 별개의 이원화(二元化)된 세계임이 논의된다. 


2. 하나(一者) : '여럿이 존재한다면'이라는 가설의 검증을 통한 하나의 존재 증명


가. 첫 번째 가설 : 만약 하나(一者)가 존재한다면


1) 첫 번째 연역 

가) 하나는 전체여서도 안되고, 부분을 가져서는 안됨(137d)

나) 하나는 한정되지 않은 것이며, 형태도 없음(137e)

다) 하나는 어디에도 없음(138b)

라) 하나는 어떤 방식의 운동도 하지 않으며, 어떤 것 안에도 있을 수 없음(139a)

마) 하나는 다른 것이나 자신과 같은 것일 수 없고, 자신이나 다른 것과 다른 것일 수도 없음(139b)

바) 하나는 자신이나 다른 것과 동등하지도 않고 부동(不同)하지도 않음(140b)

사) 하나는 시간에 관여하지 않으며(140e), 하나는 존재에 관여하지 않음(141e)

아) 하나는 이름도 없고 설명될 수도 없으며, 지식이나 감각적 지각이나 의견의 대상이 될 수 없음(142a)


2) 두 번째 연역 

가) 하나는 존재에 관여할 수 없으며, 하나의 존재는 하나와 같지 않음(142b)

- 존재한다는 것은 존재에 관여한다는 의미(142c)

나) 하나는 언제나 존재를 내포하고, 존재는 하나를 내포함(142e)

다) 하나가 있다면 수(數)도 있어야 하며, 수는 무한히 많기 때문에 존재에 관여함(144a)

라) 존재는 수많은 사물에 배분되어 있으며, 많은 종류로 나뉘어 있음(144b)

마) 하나는 존재에 의해 부분들로 나누어진 만큼 다수이고 수가 무한함(144e)

바) 하나는 모두 그 자체의 부분들이고, 부분들 전체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님(145c)

사) 하나는 전체이므로 다른 것 안에 있으며, 모든 부분이므로 자신 안에도 있음(145e)

아) 하나는 언제나 자신 안에도 있고 다른 것 안에도 있으므로 언제나 움직이기도 하고 정지해 있기도 함(146a)

자) 하나는 다른 것들과도 다르고 자신과도 다를뿐더러 다른 것들과도 같고 자신과도 같은 것임(147b)

차) 하나는 다른 것들과 접촉하지 않고, 다른 것들은 하나와 접촉하지 않음(149e)

카) 하나는 다른 것들이나 자신과 동등하기도 하고 동등하지 않기도 함(149e)

타) 하나는 생성되기도 하며 존재하기도 하므로, 자신보다 더 젊지도 더 늙지도 않으며, 자신보다 더 젊어지지도 않고, 더 늙어가지도 않음(152e)

파) 하나는 시간에 관여하여 과거, 현재, 미래에 존재와 생성됨(155d)


3) 세 번째 연역  

가) 하나는 관여하기도 하고 관여하지도 않기도 함(155e)

나) 하나는 생성되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하며, 정지해있다가 움직이기도 하는 등 모든 상태를 경험함(157b)


나. 두 번째 가설 : 만약 하나(一者)가 존재한다면 다른 것들은 무엇을 경험하는가?


1) 첫 번째 연역

가) 다른 것들은 부분을 갖기 때문에 하나와 다름(157c)

나) 부분은 전체라고 부르는 어떤 형상의 부분(157e)

다) 전체와 부분 모두 하나에 관여해야 하며,하나와 다른 것들은 여럿이 존재함. 하나에 관여하는 것들은 그 수(數)가 무한함(158b)

라) 하나와 다른 것들은 서로 같기도 하고, 같지 않기도 함(158b)


2) 두 번째 연역

가) 하나는 다른 것들과 떨어지지 않고, 다른 것들은 하나와 떨어지지 않음(159b)

나) 하나와 다른 것들은 같은 것 안에 있지 않고(159c), 다른 것들은 하나에 관여할 수 없으며, 다른 것들은 자신 안에 하나를 가질 수 없음(159d)


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가설의 결론


만약 하나가 존재한다면, 하나는 모든 것이고 자신과 다른 것들과 관련해서 하나조차 아님(160b)


라. 세 번째 가설 : 만약 하나(一者)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1) 첫 번째 연역

가) 하나의 경우 하나에 관한 지식이 존재하며, 다른 것에 관한 지식도 존재함(160d)

나) 하나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하나는 많은 것들에 관여함(161a)

다) 하나는 다른 것들과 '같지 않음'을 갖게 됨(161b)

라) 하나는 다른 것들과 동등하지 않으며, 다른 것들과 부동(不同)함(161c)

마) 말하는 것들은 모두 존재하므로 '존재하지 않는 하나'는 존재함(162a)

바)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음에 관여하고, 존재하지 않은 것은 존재함에 관여하므로 하나도 반드시 존재함(162b)

사) '존재하지 않은 하나' 는 정지하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함(162e)

아) '존재하지 않은 하나' 는 생성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하며, 생성되지 않기도 하고, 소멸하지 않기도 함(163b)


2) 두 번째 연역

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할 수 없고, 다른 방법으로 존재에 관여할 수도 없음(163c)

나) 하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존재에 관여할 수 없으며, 변할 수 없음(163e)

다) 하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상태에 있지도 않음(164b)


마. 네 번째 가설 : 만약 하나(一者)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1)  첫 번째 연역

가) 사유를 통해 파악되는 존재는 반드시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져 파악되어야 함

나) 하나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하나로 파악되기도 하고, 여럿으로 파악되기도 함(165c)

다) 하나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하나가 가진 속성은 나타남(165e)


2) 두 번째 연역

가) 하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여럿'으로 판단할 기준도 없게 됨(166b)


바. 하나(一者)에 대한 결론


1) 만약 하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음(166c)

2) 하나는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함(166c)


 "하나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하나도 다른 것들도 자신들과 관련해서든 서로와 관련해서든 온갖 방법으로 모두 다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하며,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166c)


하나(一者)에 대한 논의는 이해하기가 까다롭다. 처음에 정리하다 보니 '하나...... 존재......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라는 내용만 반복되는 것 같아 많이 답답한데, 반복되는 내용을 바탕으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되는 것 같다.


'하나(一者)'는 사물의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변화 한다고도 말할 수 없고, 생성한다고도  말할 수 없는 모호함을 가진다. 마찬가지 이유로, 크다고도 작다고도 말할 수 없으며, 움직임이 있다고도 또는 없다고도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하나가 없다면 다른 존재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는 존재한다....


<파르메니데스>에서 나오는 논의가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파르메니데스의 사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대표적인 내용 몇 가지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이분법적 사고

- 제3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양자택일'의 상황 속에서 진행되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나의 적(敵)의 적(敵)은 친구다'라는 논리구조와 같다고 생각되지만, 쉽게 공감되지 않기에 따라가기가 어렵다.


"하나가 다른 것들과 다르고 다른 것들이 하나와 다른 한, 둘 모두에 '다르다'가 사용된다는 점에서 하나와 다른 것들은 다른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상태에 있네. 그리고 같은 상태에 있는 것은 같은 것일세."(148a)


"자네는 '다르다'와 '둘 중 하나다'를 동의어로 여기지 않는가?" "나는 그렇게 여깁니다."(164c)


2. 존재의 조건

- 파르메니데스는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심지어, '존재하지 않음'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논의가 진행된다. 영어를 비롯한 서구권에서는 'nothing' 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파르메니데스의 논리처럼 진행이 가능하다. 'Nothing exists' 라고 하면 말이 되지만, 문화권이 다른 우리는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다.


"우리가 참말을 하고 있다면 우리가 말하는 것은 분명 존재하는 것들일 테니까. 그러나 우리는 참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므로 우리가 말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들이라고도 주장해야 할 걸세."(161e)


"따라서 하나가 존재하지 않고 계속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려면, 자신이 존재하지 않도록 강제할 존재하지 않음의 존재를 가져야 하네. 이는 존재하는 것이 완전하게 존재하려면 존재하지 않음의 존재하지 않음을 가져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세."(162a)


3.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

- 파르메니데스는 이분법에 근거하여,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 큰 것과 작은 것이 하나(一者)에 내재되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 모순적인 성격을 언급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모순적인 것이 아니라 상태 변화가 아닐까. 물이 끓게 되면 액체에서 기체로 변화하게 된다. 이것을 파르메니데스는 '액체이기도 하면서 기체이기도 한, 액체도 아니면서 기체도 아닌'으로 묘사한 것 같다.(그렇다고 고체도 될 수 없는 것이, 파르메니데스의 세계는 2원적 세계이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파르메니데스>를 읽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많은 논의에 비해 허무한 결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논의를 요약하면, 우리의 세계 밖에는 형상(idea)의 세계가 존재하며, 이 세계는 우리가 말로 규정짓기 어려운 여러 특성이 있다는 결론이 아닐까.

 

어렵게 논의를 이어가다보니,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으로 유명한 '제논의 역설'이 생각났다. 제논의 역설에서 결코 아킬레우스는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실제 달리기 시합의 결과는 그렇지 않다. 사실과 무관한 논리싸움인 '제논의 역설'이 <파르메니데스> 작품속에서도 나타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고대 그리스 이후 많은 철학자들이 <파르메니데스>를 가지고 많은 고민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직은 잘 알지 못하지만, 더 깊은 공부를 한다면, <파르메니데스>의 깊은 맛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만약 어떤 것이 어떤 것 안으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필시 들어가고 있으니 아직은 그 안에 없고, 벌써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으니 아직 전적으로 바깥에 있는 것도 아니겠지? 어떤 것이 이런 일을 겪는다면, 그것은 부분들을 가진 것일 수밖에 없네. 그것의 일부가 벌써 다른 것 안에 있고, 나머지는 바깥에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부분들을 갖지 않는 것은 전체가 어떤 것 안에 있는 동시에 전체가 어떤 것 밖에 있을 수 없네."(138e)

"하나는 자신과 같지도 않을 걸세. 하나의 본성은 분명 같은 것의 본성과 같은 것이 아닐세. 어떤 것이 어떤 것과 같으면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지. 하나가 여럿과 같아지면 하나는 아마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될 걸세. 그러나 하나와 같은 것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면, 어떤 것이 같은 것이 될 때마다 그것은 언제나 하나가 될 것이고, 하나가 될 때마다 같은 것이 될 걸세. 그러므로, 하나가 자신과 같아진다면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닌 걸세. 하지만 그것은 분명 불가능 하네."(139d)

"만약 하나가 존재한다면, 존재할 수는 있지만 존재에 관여할 수는 없는가? (관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존재는 하나와 같지 않을 걸세. 만약 같다면 하나의 존재는 하나의 존재일 수 없고, 하나는 하나의 존재에 관여할 수 없을 테니까."(142b)

"하나가 있다면, 존재는 분명 그 안에 있네. 그러나, 존재한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과거나 미래에 존재와 함께 했고 함께하게 될 것처럼 현재 존재에 관여하는 것을 의미하네."(151e)

"하나가 많은 것들에 관여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네. 만약 존재하지 않는 것이 그 하나이고 다른 것이 아니라면, 하나는 오히려 그렇게 해야 하네."(16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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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8-09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 매번 슬쩍 글만 보고 가다가 인사차 댓글을 남깁니다.

독서충동, 충만히 받고 갑니다.^^

겨울호랑이 2016-08-09 15:1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립간님 저도 마립간님의 독서기록을 눈팅만 했네요 ^^;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비가 오네요. 시원한 오후 보내시기 바랍니다.^^

서니데이 2016-08-09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호치민 평전
윌리엄 J. 듀이커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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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료들이 그가 죽은 뒤에도 기억하는 것은 그의 개인적인 품성, 선량하고 소박한 이미지, 불굴의 낙관주의, 대의에 대한 진지하고 헌신적인 태도였다."(p225)


본문에 나오는 호치민에 대한 그의 동료들 평가다.


어린 시절 반공(反共)교육을 받고 자란 나에게 호치민은 북한의 김일성, 중공의 모택동, 캄보디아의 폴 포트와 더불어 공산주의 시대의 독재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12년 정도 전까지도 이러한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었다. 


2004년 정도의 일이었던 것 같다. 성당 후배 중에서 운동권 출신의 똑부러진 후배가 있었다. 평소 에는 다소 맹한 구석도 있지만, 사회문제에 있어서는 눈을 반짝이며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그런 똑똑한 후배였다. 어느 날인가 이 후배가 무슨 어이없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나는 가볍게 이 후배에게 "이런 호치민 같은..." 이라고 농담삼아 말했다. 별 생각없이 던진 농담에 후배는 정색을 하면서 칭찬을 해줘서 고맙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호치민에게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 후배의 뜻밖의 반응에 호치민이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호치민 평전>은 베트남의 민족 지도자 호치민에 대해 미국인 윌리엄 J. 듀이커가 저술한 평전이다.  베트남전의 적국이었던 미국인의 시점에서 서술된 책이기에 한계점이 있다. 만약, 일본인이 <안중근 평전>을 썼다면 그 내용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한계가 존재한다. 프랑스와 일본, 중국의 베트남 지배 야욕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분석을 하면서, 호치민을 민족해방을 위해 노력하는 투사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에 반해, 미국과의 전쟁 시기 호치민의 모습에는 독재자의 그림자가 나타난다. 또한, 이미  날조된 것으로 알려진 "통킹 만 사건"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이 없이 넘어가는 등 저자의 미국인으로서의 한계가 나타난다.  이러한 편향된 저자의 시선을 독자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아쉬운 부분이라 생각된다.


호치민이 유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고, 프랑스, 소련에 가서 공산주의 사상을 공부하고 이후 반(反)제국주의 투쟁을 했으며, 검소한 생활 등으로 유명한 베트남 지도자라는 사실은 이미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사실을 다시 알고자 950페이지에 달하는 평전을 읽는다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평전을 읽으면서 '호치민에게 공산주의는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수단이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아마도 이에 대한 답이 그가 '베트남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기도 하리라.


이러한 질문과 관련해서 그가 1922년 프랑스 장관과 나눈 대화가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 삶에서 중요한 것,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동포의 자유입니다. 이제 가도 됩니까?"(p146)


그의 이러한 사상은 당시 공산혁명의 맏형이었던 소비에트 연방 주도하의 코민테른(Communist International), 공산주의 인터내셔널, 제3인터내셔널)의 지침과 맞지 않는 것이었다. 


"레닌은 당대의 도덕률이 혁명적 행동 규약과 거의 관계가 없고, 실제로 둘 사이에 화해 불가능한 모순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가정했다. 반면 응우옌 아이 쿠옥(호치민)의 행동규범 목록은 전통적인 유교 도덕을 연상시키는 면이 강했다. 검소해야 한다, 다정하면서도 공정해야 한다, 잘못은 단호하게 고쳐야 한다, 신중해야 한다, 배움을 존중해야 한다, 공부하고 관찰해야 한다, 오만과 자만을 피해야 한다, 관대해야 한다."(p224)


호치민은 베트남의 전통사상에 기반하여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 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주위에서 코민테른의 지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오해를 사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베트남 해방'이라는 목표를 향해 간다. 


"개인적으로 볼 때 그토록 매력있고 성격이 미묘한 사람이 어떻게 글에서는 그렇게 단조롭고 단순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그의 인격과 그가 오랜 세월에 걸쳐 유지한 정치적 영향력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응우옌 아이 쿠옥(호치민)은 다른 많은 마르크스주의 지도자들과는 달리 자신의 청중이 지식인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노동자, 농민, 병사, 사무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지적인 총명함으로 독자에게 감명을 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대신 그는 단순하지만 생생한 말로 그들을 설득하여 자신의 세계관과 변화를 성취하는 방식을 공유하고자 했다."(p140)


마오쩌둥과 마찬가지로 그는 폭력 투쟁가보다는 교육을 통해 전사들을 양성하고,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는 그의 노력은  적에게는 '위험한 선동가'로서, 일반 대중에게는 따뜻한 '호 아저씨'의 모습으로 비춰지게 되었다. 그는 대중에게만 따뜻하게 대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1945년 베트남을 지배하던 일본의 패망 이후,  호치민은 응오 딘 디엠(훗날 남베트남의 대통령, 고딘 디엠)의 석방을 명령하는 등 공산주의 혁명과 배치되는 사상을 가진 사람들과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해방 이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p520)


평전에 서술된 이러한 기록을 통해서 호치민에게 공산주의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에게 진정한 목적은 '독립'과 '해방'이었다. 호치민에게 식민지를 통해 유지되는 제국주의에 맞서는 길은 식민지 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원조를 해주는 공산주의 세력과의 연대였으리라.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그는 공산주의자라기 보다는 독립투사였고, 민족주의자였다.


사상, 이데올로기보다 조국의 해방을 우선시 하는 그의 모습 속에서 우리 나라의 독립투사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독립투사들이 항일(抗日) 투쟁에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현실속에서 살고 있다. 한국전쟁이라는 후대의 사상적 대립의 기준으로 당연히 인정해야할 그들의 공훈이 묻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에 호치민이라는 개인에 대한 관심으로 책을 읽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베트남의 역사'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두 나라가 가지고 있는 공통된 분모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오랜 시간 중국(中國)과의 대립, 공통된 유교(儒敎)문화의 영향,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경험, 해방 후 분단되었던 조국 등 공통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반면, 지금도 분단된 우리의 현실과 통일된 베트남은 다른 역사를 가진다. 

어떤 것이 우리에게는 분단을, 그들에게는 통일을 가져왔을까? 호치민이라는 한 사람에 대해 조금 알게 된 지금 더 많은 생각할 과제를 부여받은 느낌이 든다.


<호치민 평전>은 저자의 편향된 시각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왜 호치민이 지금도 베트남 사람들에게 '호(胡)아저씨'로 불리는지를 알려주고, 갈수록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베트남'의 역사, 관계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의미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응우옌 아이 쿠옥(호치민)이 보기에 아시아인들은 서구인들이 보기에는 후진적이지만, 현대 사회의 전면적 개혁의 필요성을 서구인들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p133)

"자본주의는 식민지를 통해 자신을 부양하고, 여러분과 싸우는데, 여러 동지들은 왜 식민지를 무시합니까?"(p174)

"여러분이 이 작은 그룹 내에서도 단결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조국으로 돌아간 뒤에 어떻게 대중을 단결시켜 식민주의자들과 싸우게 하고 나라를 구하는 일에 나서게 할 수 있겠는가?"(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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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눈 2016-08-08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호치민이 그 친근한 이미지를 잃지 않은 채 어떻게 베트남 국민들에게 여전히 존경을 받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서평을 읽고 나니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호랑이 2016-08-08 18:52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붉은눈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으시면 호치민과 베트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사마천 2016-08-08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긴책 멋진 독서 잘 하셨네요. 베트남 역사는 <베트남과 그 이웃 중국>이라고 서울대 유인선 교수 책이 있습니다.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멀리 사마천 사기의 <남월열전>까지 이어지는 오랜 기간의 중국과의 관계가 다루어져 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08-08 21:11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사마천님 베트남 역사책은 찾기 어려웠는데, 이번에도 좋은 책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깊이 있는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 하시고 편한 밤 되세요^^

2016-08-09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9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9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0 04: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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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17-05-14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쓰신 리뷰 덕에 이 책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구매 버튼 누릅니다. ^^

겨울호랑이 2017-05-14 22:04   좋아요 1 | URL
달걀부인님 감사합니다^^: 분량은 제법 되지만 마치 베트남 판 「아리랑」의 주인공 김산을 보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의 혁명이 성공했다면 호치민과 같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걀부인님 즐거운 시간 되세요^^:

NamGiKim 2018-01-02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작년 추석때 이 책을 읽고 호치민을 매우 존경하게 된 사랍입니다. 호치민에 대해 보다 더 알게되니 틈만나면 월남패망이나 보트피플을 외치며 진보인사들을 종북빨갱이 취급하는 인간들이 더더욱 한심해 보이게 됩니다. 앞으로 이런서적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18-01-02 17: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과거 우리가 얼마나 편향된 교육을 받아왔는가를 더 많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절대선-절대악‘의 대결 프레임 속에 모든 것을 이분법적인 기준으로 선택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히 우리 모두가 인식해야할 부분이라 생각됩니다.NamGiKim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NamGiKim 2018-03-27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치민을 굉장히 존경하지만 그도 한계가 있었죠. 하나는 토지개혁이고 다른 하나는 트로츠키주의자 숙청입니다. 토지개혁 과정에서 수십만의 가톨릭 신자들이 월남했고 약5천에서 2만가까이 되는 사람이 죽었죠. 그리고 호치민은 민족주의자와의 연합을 추구하면서 스탈린 시기 소련을 인식해서 였는지는 몰라도 트로츠키주의자들을 굉장히 배척했죠. 이 두가지 한계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비판하는것은 삼가야한다 봅니다. 무엇보다 호치민은 토지개혁에서의 실수를 높은 지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한뒤 철저히 자아비판을 했기에 그것부터가 이미 된 인물이라 봅니다. 6개월전 읽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낌 감격이 워낙 크기에 4월에 다시 읽은뒤 서평을 다시써볼까 합니다. 근데 이 호치민 평전 리뷰 올린 놈 중에 공산당 독재를 유지했다는 이유로 독재자 파시스트라 까는 어느 이상한 분이 계시네요.ㅋㅋㅋㅋ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호주석 묘에 참배하는 뉴스기사에 호치민에 대한 댓글을 다니 초록 일베들이 고기에 굶주린 개 처럼 저를 빨갱이로 몰더군요. 진짜 그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베트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된다면 그러지 못할텐데

겨울호랑이 2018-03-27 23:23   좋아요 1 | URL
호치민에 대한 평가는 우리보다 베트남인들이 보다 정확하게 내릴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국민들에게 ‘호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면서도, 프랑스와 미국을 잇달아 물리친 리더십은 단순히 독재라 말할 수 없는 사실이라 여겨집니다. 이러한 사실을 이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정당한 평가를 내린다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되네요. 인물의 한계부분은 모든 사람이 유한의 존재이기 때문에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역사의 평가를 내린다면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타당성이 있는가가 되리라 생각해봅니다^^:)
 
플라톤전집 5 - 테아이테토스 / 필레보스 / 티마이오스 / 크리티아스 / 파르메니데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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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우주에 관한 우리 논의가 완결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92c)


<티마이오스>는 소크라테스, 티마이오스, 크리티아스, 헤르모크라테스 간 이루어진 대화편이다. 그러나, 주요 내용은 티마이오스의 대화내용으로 '티마이오스 강의'라고 제목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것 같다. 또한 내용적으로는 '플라톤의 우주론' 또는 '플라톤의 창세기'라는 생각이 든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국가>의 주요 내용 요약

가. 최선의 정체

1) 직업구분

가) 1인에게 1개 직업 배정(17d)

2) 수호자들

가) 수호자들의 역할 : 기개와 지혜사랑 겸비(18a)

나) 수호자들에 대한 교육 : 체육과 시가(18a)

다) 수호자들의 생활

- 사유재산 금지, 절제있는 생활방식, 공동생활(18b)

- 여자 수호자들의 역할(18c)

- 처자(妻子) 공유, 최선의 자질을 가지기 위한 우생학적 짝짓기, 열등한 영아 유기(19a)


2. 아틀란티스 섬의 신화 : <크리티아스>에서 아틀란티스에 대한 상세 내용이 언급됨

가. 아틀란티스 섬의 위치 : '헤라클레스의 기둥들'(지브롤터) 해협 앞(24e)

나. 아테나이와의 전투(25b)와 지진과 홍수로 인한 아틀란티스의 멸망(25d)


3. 티마이오스의 우주론


가. 창조자에 의한 우주 창조 기본 원리

1) 창조자는 시새움이 없기 때문에 만물이 창조자를 닮도록 창조함(29e)

2) 질서가 모든 면에서 무질서보다 더 나음(30a)

3) 혼이 있어야 지성을 가질 수 있고, 지성이 있는 제작물이 아름다움(30b)

4) 혼에는 몸을 심고, 몸에는 혼을 심어 살아있는 생명체로 생겨남(30c)


나. 우주의 구성 : 지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

1) 신은 우주를 모든 생명체를 자신 안에 포함하는 가시적인 생명체로 창조함(31a)

2) 우주의 구성

가) 우주는 유일무이한 존재(31b)

나) 신은 우주를 '불'과 '흙'을 사용하여 비례(比例) 관계로 만들어 냄(31c)

3) 우주의 몸

가) 우주의 몸은 입체이며, 불, 물, 공기, 흙으로 구성됨(32b)

나) 우주는 모두가 전체이며,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하나의 완전한 전체임(33a)

다) 우주는 모든 형태 중 가장 완전한 구형(球形)으로 만들어진 존재임(33b)

라) 우주의 운동 : 회전운동으로 지성과 지혜와 가장 관계 깊은 운동(33d)

4) 우주의 혼

가) 혼은 몸을 지배하는 존재(35a)

나) 혼의 구성

- 나눌 수 없는 영원불멸의 존재와 몸으로 생성되는 나눌 수 있는 존재의 혼합물로 혼을 만들어 냄 : 혼합비율로 조화평균(harmonic mean), 기하평균(arithmetical mean)사용 (35a-36e) 

- 혼으로 부터 생겨나는 것들(37c)

-> 의견과 확신 : 지각될 수 있는 것들

-> 이해와 지식 : 지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들

5) 시간

가) 영원(永遠)은 생명체의 근원이며, 시간은 영원의 모상(模像)임(37d)

나) 태양과 달과 행성의 탄생 : 시간의 수를 규정하고 보존하기 위해 생겨남(38c)

다) 천체의 회전과 의미(39a-39e)


다. 우주의 생명체들(39e) : 지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

1) 하늘에 사는 신들의 종족(40a) : 천체(天體)

가) 생성된 가시적인 신들의 운동 : 회전운동과 전진운동을 통한 회전(40b)

나) 다른 신(神)들 : 가이아, 우라노스, 오케아노스, 테튀스 등 그리스 전통신(41a)

2) 인간

가) 우주의 혼 중 신들보다 순도가 낮은 혼으로 별에 혼을 부여하여 인간을 창조함(41d)

나) 남성과 여성의 창조와 윤회(輪廻)의 고통(41d)

다) 몸과 혼의 충돌로 인한 혼란

- 몸에 혼의 궤도를 부여하였으나, 몸과 혼의 충돌로 인해 지각에 의해 지배당함(44a)

- 처음처럼 지성을 갖추기 위해 교육이 필요함(44d)

라) 인간의 몸

- 머리 : 몸의 주인이며 가장 신성한 부분(44d)

- 몸 : 머리의 운반수단(45a)

->몸에 달린 기관 : 눈(45b) 

- >>눈은 불을 통해 시각(視覺)이라는 감각이 생겨남(45d)

->> 불이 사라지면 꿈을 꾸게 됨(46a)

->> 거울에 생긴 영상(映像)에 대한 이해(46b) 


라. 필연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

1) 우주 생성의 기본 원천 : 생성되는 것, 생성되는 곳, 생성되는 것의 모형이자 원천이 되는 것(50d)

가) 생성되는 것의 모형이자 원천이 되는 것(존재) : 불변의 형상, 지성의 대상(52a)

나) 생성되는 것(생성) : 지각될 수 있는 것, 생성되며, 움직이는 것(52a)

다) 생성되는 곳(공간) : 언제나 존재하며 파괴될 수 없는 공간(52a)

2) 공간에서 불, 물, 훍, 공기가 생성되었으며, 신이 형상과 수를 이용하여 일정한 형태를 부여함(53b)

3) 불, 물, 흙, 공기의 특성(55d-56e)

가) 불 : 정4면체

나) 흙 : 정6면체

다) 공기 : 정8면체

라) 물 : 정20면체

마) 우주 : 정12면체

4) 불, 물, 흙, 공기의 변종과 혼합물

가) 불 : 화염, 화염의 방출, 화염의 잔재(58c)

나) 공기 : 아이테르, 안개/암흑(58d)

다) 물 : 녹음, 흐름, 냉각, 응고, 금, 아다마스(58d-59d)

- 물의 혼합물 : 우박, 얼음, 눈, 서리, 즙, 꿀, 산(酸)(59d-60a)

라) 흙 : 돌, 도기, 검은빛의 돌, 소다, 소금(61d)

- 흙과 물의 혼합물 : 온갖 종류의 왁스와 향(香)

5) 감각적 지각들 : 불, 물, 흙, 공기를 활용한 설명(61c-68e)

가) 촉감 : 뜨거움, 전율, 오한, 매끄러움

나) 즐거움과 괴로움

다) 맛 : 매운 맛, 신맛, 달콤함

라) 냄새  

마) 소리 : 고음, 저음, 거친 소리, 부드러운 소리

바) 색깔 : 투명, 흰색, 검은 색, 빛남, 빨간색, 노란색, ㅈ자주색, 보라색, 초록색 등


마. 하위 신들의 작업

1) 사멸하는 것들에 대한 창조(69c)

가) 불사의 혼 : 머리(69e)

나) 사멸하는 혼( 쾌락, 고통, 만용, 두려움, 분노 ) : 몸통(70a)

다) 모통 안의 기관 : 심장, 폐, 간, 비장(70a - 71d)

라) 골수의 형성 : 여러 종류의 혼이 담김(73c), 뇌, 머리 구성

마) 뼈, 힘줄, 살(73e-76e)

2) 식물 : 자체 운동을 할 수 없는 혼(77c)

3) 소화와 호흡 : 들숨과 날숨(77c-79a)

4) 노령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죽음 : 혼의 끈이 풀리면서 죽음을 맞이함(82e)

5) 몸의 질병들(81e-

- 흙, 불, 물, 공기의 불균형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81e-82b)

- 골수, 뼈, 살, 힘줄, 피 등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82b-84c)

- 호흡, 점액, 담즙으로 인해 생긱는 질병(84c-86a)

6) 혼의 질병들(86b-87b)

- 어리석음 : 광기와 무지

- 쾌락, 고통, 무절제, 성적 방종

7) 몸과 혼의 균형을 통한 건강 유지(88c)

8) 몸의 건강 : 자기 자신에 의한 운동으로 유지(89a)

9) 혼의 건강 : 알맞은 영양분과 운동 제공과 신적인 부분에 대한 돌봄(90c) 

10) 여성의 기원, 뭍짐승, 수생식물(90e-92c)


플라톤에 따르면 창조신은 '데미우르고스(Demiourgis)'이며, 하위 신들(천체와 기타신)을 만들었다. 이 때, 창조신은 기하학적 비례에 의해 우주를 창조하였으며, 지성과 필연에 의해 작업이 진행되었다. 하위 신들은 이후 작업을 이어받아 사멸하는 존재들에 대한 창조작업을 수행하였고,  흙, 불, 물, 공기를 사용하여, 생명체들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플라톤의 창조론은 흙, 불, 물, 공기 등이 우주 창조 이전에 주어졌다는 점에서, '말씀'으로 창조가 이루어졌다는 기독교의 창조론과 차이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 더 깊게 살펴봐야 할 것 같다.


<티마이오스>는 서론에서 <국가>에 대한 요약으로 시작되며, <크리티아스>의 주요 내용인 아틀란티스 섬의 신화에 대한 도입이 제시되어, 플라톤 전집 중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작품이다. 작품자체로도 성경의 <창세기(Genesis)>에 해당하는 내용을 수학, 생물학, 천체물리학, 신학 등  매우 방대한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플라톤 저서 중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다만, <티마이오스>에 나오는 여러 학문의 내용은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과학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티마이오스>를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세부적인 내용까지 깊게 공부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티마이오스>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양 철학사와 과학사에 있어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중요한 작품이라 생각되며, 이러한 중요성 때문인지 <티마이오스>는 예술작품에도 등장한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중에서 플라톤이 왼쪽 허리춤에 끼고 있는 책이 바로  자신의 철학사상을 대표하는 티마이오스(Timaios)이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끼고 있는 것은 니코마코스의 윤리학(Nicomachean Ethics)>이다. <티마이오스>를 통해 고대 그리스인들의 세계관과 과학관을 알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내용의 정확성과는 관계없이 매우 가치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영원한 존재가 `있었다`, `있다`,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있다`만이 진실로 영원한 존재에 걸맞는 표현입니다."(37e)

"따라서 우리는 두 가지 원인을 구분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는 필연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적인 것입니다.... 필연적인 원인 없이는 유일하게 우리의 진지한 관심사인 신적인 원인을 이해하는 것도, 파악하는 것도, 그 밖의 다른 방법으로 그것에 관여하는 것도 불가능하니까요."(69a)

"수학이나 그 밖의 다른 고된 지적 작업에 전념하는 사람은 체육에 참가함으로써 몸도 움직여야 하며, 한편 몸매 만드는 일에 열중하는 사람은 시가(詩歌)와 철학 일반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혼도 적당히 움직여야 해요. 그래야만 진실로 `아름답고 훌륭하다`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어요."(88c)

"유용하지만 분별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경우에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다름 아니라 의술과 약물에 의한 정화입니다."(8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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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8-05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오거서 2016-08-05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찌는 더위에도 책 내용을 요약하시느라 땀을 왕창 뺐을 것 같아요. 고생하신 덕분에 편안하게 잘 읽었습니다!
그보다도 무더위는 시원하게 피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08-05 17:20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오거서님. 책을 쓰시는 분들의 고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요. 감사합니다.사무실에서 피서를 잘 하고 있습니다^^: 오거서님께서도 시원한 저녁 보내세요

2016-08-08 1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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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1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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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9 2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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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0 04: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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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5 - 테아이테토스 / 필레보스 / 티마이오스 / 크리티아스 / 파르메니데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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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레보스>는 소크라테스와 프로타르코스 사이에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화편이다.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좋음이며, 좋음이라는 것은  즐거움과 괴로움이 혼합된 삶 속에서 아름다움, 균형, 참됨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되는 대화편으로 전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좋음에 대한 논의


가. '좋음'에 대한 의견과 정의

1) 필레보스의 좋음 : 즐거운 것, 즐거움, 기쁨(11b)

2) 소크라테스의 좋음 : 지혜, 지성, 기억(11b)

3) '좋음'의 정의 : 모든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혼의 자세 또는 상태(11d)


2. 좋음에 대한 속성


가. '즐거움'의 속성

1) 필레보스의 즐거움 : 모든 즐거움은 모두 좋은 것(13b)

2) 소크라테스의 즐거움 : 대부분의 즐거움은 나쁜 것(13b)

3) 일자(一者)와 다자(多者)의 문제 : 하나와 여럿의 관계(14c)

가) 하나와 여럿의 문제 :  존재의 문제(15b)

- 존재하는 것은 한정성과 비한정성을 내포함(16d)

- 사물의 형상( idea) : 개개의 사물마다 형상이 있으며, 형상은 사물안에 내재함(16d)

4) '한정성'과 '비한정성'

가) 사물을 파악할 때 사물의 수(한정성)에 주목한 논의 전개가 필요함(18b)

5) 논의에 대한 재정리

가) 좋음에는 즐거움과 지혜 뿐 아니라, 둘보다 더 나은 제3의 것이 있음(20c) : 제3의 것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


나. '좋음'에 대한 고찰

1) 좋음의 속성 : 좋음은 그 자체로 완전하며, 충분함(20d)

2) 즐거움의 삶과 지혜의 삶에 대한 고찰

가) 지혜를 배제한 즐거움의 삶(21b)

- 지혜가 없으면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즐거움을 느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함(21c)

- 즐거움은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에 완전하지 못하며, 즐거움이 될 수 없음(21c)

나) 즐거움을 배제한 지혜의 삶(21e)

- 감정들에 무감각한 삶은 바람직하지 않음(21e)

다) 논의 내용 변경 : 즐거움과 지성과 지혜가 혼한된 삶에 대한 고려(22b)

- '혼합된 삶'은 즐거움과 지혜 중 어느 편에 더 가까운 것인가(22d)


다. '혼합된 삶'에 대한 고찰

1) 사물의 분류 : 비한정성, 한정성, 혼합된 것, 혼합과 생성의 원인

2) 비한정성 : 일정량을 가지지 않아 한도를 설정할 수 없는 것 '더  뜨거운 것', '더 찬 것'(24b)

3) 한정성 : 일정량을 가지는 수(數), 도량(度量), 비례(25b)

4) 혼합된 것 : 적도(適道)와 균형(26b)

5) 혼합과 생성의 원인(27b)


라. 즐거움

가) 우주의 질서를 통한 즐거움 고찰

- 지성과 지혜에 의한 우주의 조정(28e)

- 우주의 본성 : 불, 물, 공기, 흙(29a)

- 우주로부터 모든 생명체에게로 본성과 자질이 공급됨(29e)

- 우주 질서의 원인은 지혜와 지성(30c)

- 지성은 혼합과 생성의 원인에 속하는 반면, 즐거움은 비한정성을 가짐(31a)


마. 즐거움과 괴로움

1) 즐거움과 괴로움은 본성상 혼합된 부류에서 생겨남(31c)

2) 고통과 즐거움

가) 조화가 깨지면 고통이 생겨나는 반면, 조화가 회복되면 즐거움이 생겨남(31e)

나) 즐거움과 괴로움은 혼합되지 않은 순수상태에서 생겨나지만, 상황에 따라 좋은 것의 본성을 가지게 됨(32d)

3) 지성과 즐거움의 삶

가) 지성과 지혜의 삶은 신(神)적인 삶이며, 즐거움이나 괴로움을 느낄 수 없음(33c)

나) 즐거움의 인식

-  욕구 : 배고픔, 목마름(34e)

-> 사람은 비어있는 것에서 채워지는 것을 원함(35b)

-> 욕구는 현재 상태와 반대되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혼에 속하는 활동임(35d)


바. 참된 즐거움과 거짓된 즐거움

1) 참된 의견과 거짓된 즐거움이 있는 반면, 즐거움은 참되기만 한 것인가?(37b)

2) 참된 의견과 거짓된 의견

가) 참된 의견과 거짓된 의견에는 즐거움과 괴로움이 뒤따름(38b)

- 참된 것을 기억하고 지각하면 참된 의견이 생겨나지만, 거짓된 것을 기억하고 지각하면 거짓된 의견이 생겨남(39a)

나) 의견은 미래에도 적용되며, 미래에 대한 의견은 희망적임(39e)

- 훌륭한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의견은 참된 것이지만, 나쁜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의견은 거짓된 것이며, 거짓된 즐거움임(40b) : 나쁨에서 비롯된 나쁜 즐거움

-> 즐거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경우에는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삶을 사는 것임(43c)

3) 반(反)향락주의자들의 '즐거움'에 대한 견해

가) 모든 즐거움은 고통으로부터의 탈출임(44c)

나) 인생의 비극과 희극 전반에 걸쳐 괴로움은 즐거움과 섞여 있음(50b)

4) 참된 즐거움의 유형

가) 결핍은 느낄 수 없고 괴롭지 않지만, 충족은 느낄 수 있고 즐거운 모든 것과 관련된 즐거움(51b)

나) 참된 즐거움의 유형 : 형태, 색깔 등 즐거움, 소리, 냄새 등 즐거움, 배움의 즐거움(51e)

다) 작지만 괴로움으로 오염되지 않은 즐거움이 크지만 괴로움으로 오염된 즐거움보다 언제나 더 즐겁고, 더 참되고, 더 아름다움(53c)


사. 사물의 분류

1)사물은 생성과 존재로 분류할 수 있으며, 생성은 존재를 위해 생겨남(54a)

2) 즐거움이 생성이라면 별도의 목적이 존재함(54c)

 

아. 지식에 대한 고찰

1) 참된 지식은 철학자들의 열성이 내포된 산술과 측정술임(57c)

2) 소피스트들의 변증술은 유용하지만, 참된 지식이 아님(58b)

3) 지식도 즐거움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것이 참된 지식임(59c)


3. 좋음과 즐거움과 관계

가.  좋음과 즐거움은 별개의 것이며, 좋음에는 즐거움보다 지혜가 더 많이 관여함 : 소크라테스 의견 (60b)

나. 혼합된 삶에서 좋음을 찾야야 함(61b)

다. 혼합은 모든 지식들의 가장 참된 부분들의 섞임이 되어야 함(61e)

라. 좋음의 추구

1) 좋음은 아름다움, 균형, 참됨의 형상으로 혼합된 삶으로 나타남(64e)


4. 좋음의 순위

- 1순위 : 적도, 절제있는 것, 시의적절함(66a)

- 2순위 : 균형, 아름다움, 완전함, 충분함(66b)

- 3순위 : 지성, 지혜(66b)

- 4순위 : 혼 자체에 속하는 지식, 기술, 바른 의견(66b)

- 5순위 : 괴로움이 수반되지 않는 즐거움(66c)


<필레보스>는 내용상 플라톤의 인생 행복론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람들은 쾌락을 극대화할 것이 아니라, 순수한 지식(산술, 측정술)을 통해 참됨(眞理)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결론으로 제시된다. 책의 구성은 인생은 즐거움과 괴로움이 혼합된 것이기 때문에, 즐거움이 행복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삶의 전제 조건이 혼합이기 때문에, 지성과 지혜에 속하는 요소 중 가장 좋은 것들을 적절한 배율로 혼합하여 적도(適度)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인생의 행복이고 좋음이라는 것이 플라톤이 생각하는 진정한 행복이다.

  

<필레보스>를 통해서 동양의 중용(中庸)과 서양의 적도(適度)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서 '중용'과 '적도'를 같은 선상으로 연구한 책이 있었다. 박종현 교수의 <적도(適度) 또는 중용의 사상>으로, 유학의 관점에서 <필레보스>, <티마이오스>, <법률>등의 다양한 플라톤의 저서에 나타난 적도 사상을 조명한 책으로 기억된다. 아직 <중용(中庸)>에 대해 깊게 공부하지는 않았기에, 선뜻 이 부분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두 사상은 큰 틀에서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동양의 <중용>은 사람 안에 내재된 인간적 욕심과 도덕적 본성을 다스리는 이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반면, <필라보스>의 적도는 즐거움과 괴로움의 혼합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된다. 

'중용'이 선천적인 조건에 대한 조화를 이야기한다면, '적도' 행위로 인한 결과가 주된 관심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적어도 <필레보스>에서 나타난 적도사상으로는 중도(中道)를 추구한다는 내용만으로 <중용>과의 연계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동양 사상과의 연계 이외에도, <필레보스> 안에 가정된 내용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본다. 바로 '진선미(眞善美)' 사상이다. <필레보스> 안에서 '참된 것이 좋은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진선미(眞善美)'가 하나라 내용이 포함된 구절이 있다.  '나쁜 사람들의 즐거움은 거짓된 즐거움'(40b)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거짓된 즐거움'의 개념을 끌어내는 대목이다. 이러한 플라톤의 내용 전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우리 모두는 세 가지 개념이 서로 다른 것이며, 많은 예외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생활에는 얼마나 많은 '진선미'가 강요되고 있으며, 우리는 거기에 순응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공선으로 인해 소수자들의 권익은 무시되고 있으며, 아름다움이 좋은 것이기 때문에,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친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것 그리고 아름다운 것은 각각 별개의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플라톤 이후 2400년이 지난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필레보스>에서도 산술, 측량술 등 기하학적인 지식을 강조하고, 변화보다는 존재를 중시하는 플라톤의 기존 입장이 재확인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레보스>만의 독창성이라고 한다면 기존 대화편과는 달리 논의의 중심이 추상적인 것에서 '인간의 삶'을 다루었다는 것이 이 저작의 의의가 아닐까 생각된다.  

`인간이 오만하고 사악한 까닭은 인간의 즐거움과 방종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그들 사이에 한정된 것들인 법과 질서를 정해준 것은 다름 아니라 여신 자신이라는 것을 자네는 알아야 하네.`(26b)

`나는 세 번째 부류가 앞서 말한 두 부류의 모든 자식들로 구성되며, 이 자식들이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한정성의 도움으로 생성된 적도덕분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일세.`(26d)

`절제 있는 사람들은 번번이 "무엇이나 지나치지 않게"라는 속담의 지도를 받으며 거기에 복종해요.`(45e)

`어떤 지식은 생성되고 소멸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지만 어떤 지식은 생성되지도 소멸하지도 않고 영원불변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을 발견했네. 참된의 관점에서 검토해본 결과 우리는 후자의 지식이 전자의 지식보다 더 참되다고 판단했네.`(6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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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4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4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는 건축 철학에 대한 내용이다.

건축생들의 설계를 할 때 유념해야할 핵심 요소를 쉽게 정리한 책이다. 마치 프로야구 타자들이 끊임없이 하루에도 스윙을 하고, 투수들이 투구 연습을 통해서 기본에 충실하듯이 전공자들은 이 책을 통해 건축에 대한 기본을 되새길 수 있을 것 같다.

얼마전까지 나는 건축을 단순히 `건물과 기능적 활용성에 대한 학문`으로 생각을 해왔다. 이 책에서는 건축이 건물만 고려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조화`와 `인간의 소통`에 대한 학문임을 깨우쳐 준다.

6. 우리는 감춰진 공간을 이동하며 드러난 공간에 머문다.

20. 엔지니어들이 물리적인 것에 관심을 가진다면 건축가들은 믈리적인 것과 인간의 상호관계에 관심을 가진다.

23. 현실에 주관적이나 객관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주관적 참여란 물체와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이며 객관적 참여란 물체와 분리되었다는 생각이다.

46. 불필요한 매스들을 조합하기보다는 `학습된 단순성`이나 `단순성의 상호작용`으로 건축적 풍부함을 창출하라.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우리 집`을 짓고 싶은 소망때문이었다. 이를 위해서는건축의 언어와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내와 같이 건축에 관한 책을 읽는 중이다. 아직 몇 권 못 읽어서여서일까 건축의 개념이 잘 들어오지는 않는다. 이 책은 나와 같은 초보자들에게도 일단은 쉽게 공감되고 편안하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을 통해 건축의 언어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겠지만, 건축의 ABC를 느낄 수 있다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이러한 건축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삶의 조언(한계가 창의성을 만든다, 일단 무엇인가를 하라 등)과 발표에 대한 내용(일반적인 내용으로 시작하여 구체적인 내용으로 진행한다 등)도 제공하여 건축을 통한 삶의 조망도 같이 제시하였다.

간단하면서도 내용있는 그림과 간결한 내용의 글에서 굵은 선을 통한 저자 매튜 프레더릭의 굵은 생각을 바라봤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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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6-08-01 1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즐겁고 행복한 8월 되시길 바랍니다.^^
맛있는 저녁 드시고 즐거운 오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6-08-01 18:47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후애님 마침 저녁식사 중이었어요 후애님도 건강에 유의하시고 시원한 8월 보내시기 바래요^^ 감사합니다.

2016-08-02 09: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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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2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2 20: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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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3 06: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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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9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