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바로 지금 여기에서, 고유명사로 산다는 것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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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교수가 생각하는 노자(老子) 인문학에 관한 책이다.

 

전작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 이어 이번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에서 노자의 사상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노자의 사상으로부터 우리가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지 정리되어 있다.

 

노자를 빌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신에게 집중하라'와 '자기로 돌아가라'로 정리된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강조된 '오직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의 메세지가 다시 반복되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에서는  <도덕경>의 해석을 통해 보다 내용을 심화시켰고, 불교, 주역 등 다른 동양철학과 파르메니데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등 서양 철학자의 주장을 이용해서 노자의 메세지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노자 철학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내용적으로 전작보다 나아갔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최진석 교수의 전체적인 해석에는 동의하지만, 부분적으로는 의문이 생기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도덕경>37장의 해석이다. 저자는 <도덕경>이 천하를 경영하는 학문이며, 이를 '무위'를 통해서 이룰 수 있다고 주장을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내용으로 <도덕경>37장을 들고 있다.(p89)

 

道常無爲而無不爲.
도상무위이무불위. (무위해라. 그러면 되지 않는 일이 없다.)

 

저자는 위 부분을 "내가 말하는 대로 해봐라. 그러면, 가장 강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천하도 네 손 안에 있게 될 것이다."라고 해석을 한다. 그렇지만, 내 생각에 반드시 그렇게만 해석되지는 않을 것 같다.

 

'무위(無爲)'를 행해서 이룬다는 의미는 '무위'를 저자가 존재론적으로 해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행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무위'를 하라는 수단으로 해석한 것은 아닐까.
영어에서 'nothing'이 '없다'는 상태를 의미하지 '없음'이라는 존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무위' 역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또한, 천하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무위'를 행하면,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해석은 자신을 비우라는 내용과는 '목적'과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내게는 위의 말이 자신을 끊임없이 비워가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게 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로 더 다가온다.

 

이상의 두 가지는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리라 생각하고, 보다 상세한 저자의 생각은 더 깊게 들어간 저자의 또 다른 저서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을 통해 확인해봐야겠다.

 

이 책이 <인간이 그리는 무늬>와 보이는 또 다른 차이점은   저자가 생각하는  '유(有)-무(無)'관계론이다. 저자는 노자의 '有無相生'의 관계를 '대립면의 상호의존' 또는 '새끼줄처럼 꼬임'으로 해석하여, 왕필의 해석을 비판한다.

 

왕필은 '도(道) -> 무(無) -> 유(有) -> 만물(萬物)' 의 생성으로 이해하는 반면, 기본적으로 저자는 '유-무' 의 관계에서 '도(道)'가 생성된다고 보았다. 마치, '유-무'의 관계를 저자는 DNA의 이중나선구조로 파악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유기체의 근원인 DNA의 구조와 만물 생성 이치인 '유(有)-무(無)'는 관련이 있을 것도 같다.


이 책은 'EBS 인문학 특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의 특성상 저자의 생각을 보다 면밀하게 표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한계점을 감안한다면, 최진석 교수의 노자 사상에 대한 관점과 현대인들에게 주는 메세지를 같이 살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유익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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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자 사상이 가장 맘에 들더군요. 장자와 함께..

겨울호랑이 2016-08-27 09:56   좋아요 0 | URL
아직 「도덕경」을 깊이있게 읽어보지 못했네요.. 노자에 대해 공부할 계획입니다^^;

2016-08-27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7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7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7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 그리스어 원전 번역, 개정판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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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한 삶에 대한 저술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책에서 모든 인간 활동은 '좋음(to agathon)'을 추구하며,  그 중에서도 '최고선(最高善)'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치학'을 제시한다. 결국,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정치학>의 예고편이며, '국가 공동체의 윤리학'을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음을 아는 것은 가장 주도적이며 가장 권위있는 학문의 관심사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정치학이 바로 그런 학문인 것 같다."(제1권 1094a 26)

 

"국가의 좋음과 개인의 좋음이 같은 것이라 해도, 국가의 좋음을 실현하고 보전하는 일이 분명 더 중요하고 더 궁극적이기 때문이다. "(제1권 1094b 26)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의 부분을 보자.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통해, 손가락을 위로 쳐든 플라톤과 손을 아래로 받쳐든 아리스토텔레스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알려져 있다. 정말 그러한지 <아테네 학당>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옆에 끼고 있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좋음'은 플라톤의 '이데아(idea/eidos)'와는 다르다고 주장하며, 플라톤을 비판한다. 

 


"우리 벗들(플라톤과 그의 제자들)이 이데아(idea) 이론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정든 것들이라도 버리는 쪽이 더 나을 것이다."(제1권 1096a 12)


"이런 이유들 때문에라도 지나침과 모자람은 악덕의 특징이고, 중용은 미덕의 특징이다."(제2권 1106b 34)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좋음은 '행복'으로 정리된다.


"무엇보다도 행복이야말로 무조건 궁극적인 것 같다." (제1권 1097b 1)


그렇다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 B.러셀이 <서양철학사>에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결론이라고 하는 부분을 보자.


"그런데 지성에 걸맞는 활동을 하며 지성을 가꾸는 사람이 최선의 심적 상태에 있을 뿐더러 신에게 가장 사랑받는 것 같다. 만약 그렇다고 생각되는 것처럼 신들이 인간사에 관심이 있다면, 신들은 최선의 것이자 자기들을 가장 닮은 것 곧 지성을 좋아할 것이고, 그리고 지성을 가장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사람들은 신들에게 소중한 것들을 돌보며 올바르고 고귀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자질들은 누구보다도 지혜로운 사람이 갖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신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아마도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이 점에서도 지혜로운 사람은 어느 누구보다도 더 행복할 것이다.(제10권 1179a 24-35)


결국,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도 '관조적 삶'과 '지혜로운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이와 같은 결론은 플라톤이 <국가>에서 철인(哲人)정치를 주장한 것과 어떤 차이가 있을 것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미덕은 '혼의 미덕' 이며, 행복은 '혼의 활동'으로 정의한다.(제1권 1102a 17) 미덕은 '지적인 미덕'과 '도덕적 미덕'으로 나뉘는데, 지적인 미덕에는 기술, 실천적인 지혜, 직관, 철학적인 지혜, 실천적인 지혜와 정치학, 심사숙고, 판단력, 분별력과 고려 등이 있다. 한편, '도적적 미덕'은 후함, 통 큼, 명예, 작은 명예, 분노, 사교, 진실성, 재치, 수치심 등으로 분류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中庸)'은 미덕 중에서도 '도덕적 미덕'으로 제한 적용된다.


"미덕도 혼의 이런 구분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우리는 철학적인 지혜, 이해력, 실천적인 지혜 같은 것을 지적인 미덕이라 하고, 후함과 절제 같은 것은 도덕적 미덕이라고 부른다."(제1권 1103a 5-7)

 

"그리고 미덕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어떤 기술보다 더 정확하고 더 효과적이라면, 미덕이야말로 중간을 목표로 삼을 것이다. 여기서 미덕이란, 도덕적인 미덕이다."(제2권 1106b 14-17)


"그러나 모든 행위들과 모든 감정들 중에서 중용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그것이 나쁜 것이라는 것을, 이미 그 이름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악의, 파렴치, 질투가 그렇고, 행동의 경우에는 간음, 도둑질, 살인이 그러하다. 이런 것들과 이와 비슷한 것들이 나쁘다고 불리는 것은 그 자체가 나쁘기 때문이지, 그것들이 지나치거나 모자라기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불의하거나 비겁하거나 절제없는 행위에도 중용과 지나침과 모자람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제2권 1107a 8-20)


결국, 아리스토텔레스도 전체적으로 플라톤와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습관에 의해 형성되는 '도덕적 미덕'(제2권 1103a 17)은 중도적 입장을 가지고 추구해야한다고 주장을 하는 것이다. '도덕적 미덕'이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이데아를 현실에서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좋은게 좋은거다'는 식의 절충주의를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시 <아테네 학당>을 보자. 




두 사람이 큰 건물  아테네 학당에 같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그들의 학문적 입장은 큰 틀에서 같다는 것이 그림에도 표현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2권부터 10권까지 대부분의 내용이 이에 대한 내용을 분석한 것이다. 미덕에 대해 분석한 내용은 마치 성경 <집회서>, <지혜서> 등 지혜 문학의 내용을 실증한 느낌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내용은 <니코마코스 윤리학> 자체보다 주제별로 다른 저서와 연계해서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제5권의 '정의' 는 존 롤스의 <정의론>,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와 연계해서 볼 수 있을 것 같고, 제8권과 제9권의 '우애'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과 같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제9권 10장에서 정체(政體)의 종류에 대해 언급하고, 제10권 9장에서는 정치학으로의 이행(移行)을 예고한하면서, 내용이 끝난다. 

 "to be continued.."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당시 주류였던 실증적인 반론이 제기된, 아리스토텔레스만의 색채가 나타난 작품이라 생각된다.  또한,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제관(經濟觀)과 평등관(平等觀) 등 그의 전반적인 세계관(世界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표작의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화폐의 교환적 가치에 대한 설명


"따라서 교환되는 것은 무엇이거나 어떻게든 비교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돈(to nomisma)이 도입되어 일종의 중용 역할을 하는 것이다."(제5권 1133a 19)


"돈이 우리에게 하는 일은 미래의 교환을 담보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지금은 필요 없지만 언젠가 필요하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은 척도(尺度) 노릇을 하며 물건들을 계량화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균등화한다." (제5권 1133b 11-17)


남녀의 차이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식


"정치적인 정의나 불의는 법을 전제로 하며 자연스럽게 법을 받아들이는 공동체, 곧 그 구성원들이 통치와 피치에 동등하게 참여하는 공동체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의는 아버지와 자식 또는 주인과 노예 사이에서보다는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 더 잘 실현된다.(제5권 1134b 13-17)


노예제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식


"말이나 소에 대해서도, 그리고 노예가 노예인 한 노예에 대해서도 우애는 있을 수 없다. .. 노예는 생명 있는 도구이고, 도구는 생명 없는 노예이니 말이다. 따라서, 노예는 노예인 한, 노예에 대한 우애는 존재할 수 없다. (제8권 1161b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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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6-08-26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맛있는 점심 드시고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6-08-26 11:57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맛있는 점심 드시고,시원하면서도 뜨거운 불금 되세요^^: 감사합니다.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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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설계>는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과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Leonard Mlodinow)가 공저한 책으로 우주의 기원과 우주의 법칙에 대해 다룬 책이다.


이 책에서는 '과학적 결정론'과 '모형 의존적 실재론'을 사용하여 우주의 창조와 지배 원리를 "M이론"이라고 명명한다. 논리전개 방법은 양자물리학을 활용하여 "M이론"을 제시하고 기존의 철학(특히, 기독교 사상)에 대해 반론을 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다 세부적으로 내용을 들여다 보자.


먼저 '과학적 결정론'과 '모형 의존적 실재론'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과학적 결정론이란, 어느 한 시점에서 우주의 상태가 주어지면, 완전한 법칙들의 집함에 의해서 우주의 미래와 과거가 철저히 결정된다는 입장이다.'(p39)


'모형 의존적 실재론(model-dependent realism)은 우리의 뇌가 우리의 감각기관들에서 온 입력을 해석한다는 생각에 토대를 두고 있다. (p12)... 모형 의존적 실재론에 따르면 모형이 실제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하고, 오직 모형이 관찰에 부합하느냐는 질문만 유의미하다.'(p57)


이러한 두 가지 입장을 바탕으로 모형을 수립하는데, 주로  '양자물리학'의 방법을 사용한다. 이 책에서 양자물리학의 핵심 내용은 '불확정성'과 '상호 작용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양자물리학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요구한다. 그 요구에 부응하려면, 대상들의 위치, 경로, 심지어는 과거와 미래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중력(重力, gravity)이나 전자기력(電磁氣力, electromagnetic force)과 같은 힘을 다루는 양자이론들은 그런 생각의 틀 안에서 구성된다.'(p84)


'불확정성원리(不確定性原理, uncertainty principle)에 따르면,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비롯한 데이터들을 동시에 측정하는 우리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요점은 간단하다. 당신이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면 할수록, 당신이 측정할 수 있는 위치는 그만큼 더 부정확해지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p88)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우리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소유하고 우리의 계산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물리적 과정들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양자물리학은 새로운 형태의 결정론을 향해서 우리를 이끈다. 그 결정론에 따르면, 어떤 시스템의 특정 시점에서의 상태가 주어지면, 자연법칙들은 그 시스템의 미래와 과거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래들과 과거의 확률들을 결정한다.'(p90)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무엇인가를 "관찰하기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꿔 말해서 양자물리학은, 관찰을 하려면 관찰자가 관찰 대상과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p101)


'우리가 나중에 써먹을 핵심적인 양자 원리를 하나 더 살펴볼 차례이다. 그 원리는 시스템을 관찰하면 시스템의 진로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p101)


이 책에서는 양자물리학을 통해 '끈이론'을 소개하며, 끈이론에서 발전된 'M이론'을 통해 우주의 시원을 밝히고 있다. 이후 우주의 탄생 이후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으로 '빅뱅 이론'과 '인플레이션 이론'등을 제시하고, 우주를 지배하는 자연법칙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끈이론(string theory)은 10차원일 때만 일괄적인데, 끈이론에 따르면 4개 차원 외에 나머지 차원들은 아주 작은 공간에 돌돌 감겨있다.' (p146)


'다섯 가지 끈이론들과 초중력이론을 근사이론들로 거느렸다고 생각되는 더 근본적인 이론은 M이론이다....M이론의 몇 가지 속성을 알 수 있다. 첫째, M이론은 11차원의 시공을 이야기한다..또한, M이론에서는 내면 공간의 차원들이 감기는 방식을 제한한다..그 결과 M이론이 허용하는 다양한 우주들(내면공간)은 10의 500승에 달한다.'(p149)


전체적으로, 이 책은 우주의 시작과 팽창등을 설명하기 위해 서양 과학사 전반과 철학사의 내용이 개략적으로 다룬 '과학철학책'의 성격이 강하다. 또한, 양자물리학에 대한 설명을 위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부터 파인만 역사 합(Feyman sum over)에 이르기까지 양자물리학의 기본 이론 설명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다. 

방대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독자들을 배려해서인지 수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른 과학책보다는 머리가 덜 아프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양자물리학' 입문 서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또한 생명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고, 생명을 지배하는 자연법칙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 책의 발행을 환영했다고 하는데, 아마 다음의 문장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물론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느끼지만, 생물학의 분자적 토대에 관한 우리의 지식은 생물학적 과정들이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며 따라서 행성의 궤도와 마찬가지로 결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p41)


이 책에서 주장하는 '우주관'은 기독교 세계관과 여러 곳에서 충돌한다. 마치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 나오는 내용을 작심하고 비판한 듯한 내용이 눈에 띄어 이를 정리해봤다. 


1. 무로부터의 창조 VS 다중우주설


'주님, 당신께서는 무형의 질료로부터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모든 날 이전에 만드셨던 무형의 질료에다 보이는 형상을 부여해서 만드신 것입니다...'-<고백록> 12권 8,8 아우구스티누스-


'시간이 공간처럼 행동한다는 깨달음에서 새로운 대안을 얻을 수 있다. 그 깨달음은 우주의 시작이 있다는 생각에 대한 해묵은 반발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우주의 시작이 과학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며 어떤 신의 손길도 필요로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p171)


'M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유일한 우주가 아니다. 오히려 M이론은 엄청나게 많은 우주들이 무(無, nothing)에서 창조되었다고 예측한다.'(p14)


2. 시간에 대한 인식


'차라리 시간은 셋인데 과거에 대한 현재, 현재에 대한 현재, 미래에 대한 현재라고 하는 편이 적절하다. 이 셋은 영혼 속에 존재하는 무엇이고 다른 곳에서는 이것들이 안 보이며, 과거에 대한 현재는 기억(記憶)이고 현재에 대한 현재는 주시(注視)이며, 미래에 대한 현재는 기대(期待)다.'- <고백록> 11권 20,26 아우구스티누스 -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현재에 대한 우리의 관찰이 아무리 철저하더라도, (관찰되지 않은) 과거는 미래와 마찬가지로 불확정적이며 다만 가능성들의 스펙트럼으로만 존재한다.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우주는 단일한 과거 혹은 역사를 가지지 않는다.'(p103)


3. 위대한 설계 VS 물리법칙의 미세조정


"21세기가 시작되는 지금, 현대 과학이 발견한 목적과 설계를 입증하는 압도적인 증거를 회피하기 위해서 발병된 다중우주가설과 신다원주의 등의 과학적 주장들에 직면하여, 가톨릭 교회는 자연에 실제로 설계가 내재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다시 한번 인간 본성을 방어할 것이다.."(크리스토프 쇤보르 추기경, )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일 우주 상수의 값이 실제보다 훨씬 더 크다면, 우리 우주는 은하들이 형성될 사이도 없이 산산이 흩어졌을 테고, 따라서 우리가 아는 생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절묘한 미세 조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주론에서는 우리가 방금 기술한 물리법칙의 미세조정이, 목적과 설계를 입증하는 압도적인 증거이다.'(p206) 


최근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자유의지론>,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스티븐 호킹 외 1인의 <위대한 설계>를 읽었다. 공교롭게도, 기독교와 현대 과학을 대표하는 저서들을 교대로 읽게 된 셈이다. 마치 내가 재판관이 되어 피고와 원고의 변론을 중간에서 듣는 입장이 된 듯한 느낌이다. 다음에는, 기독교 진영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삼위일체론>, <신국론>을, 현대 과학 진영에서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다음 논고로 읽어야 할 것 같다.


만일 내가 재판관이라면, 나는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 과학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줘야 할까?  신앙(信仰)과 이성(理性)의 문제속에서 우리가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는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라 생각된다.

 

아직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이 책들을 구입한 경로를 통해 생각을 해본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과 스티븐 호킹의 책은 사실 의도했던 것은 아니고, 중고서점에 깨끗한 책이 나왔기에 '한 번 정도 읽어야지'하는 마음으로 구입한 책들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의 구입은 '우연적 사건'의 결과라 생각되기도 하는 반면, 내가 이 책들을 만난 것이 '하느님의 자유 의지 (free wil) 결과'라고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렵다.


신앙과 이성의 문제는 역시 쉽게 안 풀리는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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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8-23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읽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던 책이었어요. 지금은 pq=|=qp라는 불확정성 원리를 이해하고 있지만 저 때만 해도 갈피를 못 잡을때라 읽는 게 버겁더라구요. 이 때 알았어요. 과학이 철학 그러니깐 사유가 바탕이 안 되면 절대불가능한 학문이라는 것을요!

겨울호랑이 2016-08-24 03:05   좋아요 0 | URL
네, 기억의집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인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자유의지론 교부문헌총서 10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성염 옮김 / 분도출판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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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론>은 아우구스띠누스와 에보디우스간 '악의 근원은 무엇인가', '자유의지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에 대해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 작품으로 전체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전체 450 페이지에 달하지만, 사람의 능력에 따라 유효 페이지는 달라진다.

라틴어를 독해하실 수 있는 분은 유효 페이지가 450페이지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225페이지만 읽어도 된다.(그럴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배경과 기본 철학에 대한 사전 이해가 없다면 읽기가 쉽지 않은데, 저자 성 염 교수의 '해제'가 <자유의지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전체3권의 내용을 통해 아우구스띠누스는 죄악의 원천은 인간의 '자유의지'이며, 자유의지의 올바른 사용은 최고선(最高善)인 하느님으로의 지향인 반면, 잘못 사용할 경우에는 물리악을 당하게 됨을 말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모두 인간의 책임이며, 선하신 하느님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왜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주어져서 죄악으로 떨어지도록 만드셨는가?' 에 대한 질문에 자유의지는 '중간선'으로 선(善)으로 갈 수도, 악(惡)으로 갈 수도 있는 선택지라는 대답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의지론> 3권에서는 이 외에도 '영혼의 기원', '어린이의 고통과 죽음', '짐승들의 고통', '첫 인간의 범죄와 구원'에 관하여 포괄적인 논의를 하고 있는데, '자유의지'와 '악' 초점을 맞추어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리한 내용은 성 염 교수의 "해제" 부분을 주로 활용하였다.)


 
제1권 인간과 자유의지


1권에서 하느님이 악(惡)의 장본인인가?(1.1)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아우구스띠누스는 악의 조성자가 하느님이 아니며, 악이란 이성이 욕정에 굴종하는 것으로, 자유의지가 죄악의 원천이라는 주장을 한다. 

아우구스띠누스는 악(惡)을 2종류의 악, 즉 우리가 행하는 악(윤리악)과 우리가 당하는 악(물리악)으로 구분한다. 이 중에서 윤리악만이 고유한 악이고, 물리악은 윤리악의 결과로서, 물리악은 윤리악의 결과라는 사실을 주장한다. 
또한, 윤리악은 인간이 학습되거나 모방되는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장(1.10.20; 3.14.39) 하고, 하느님은 선하고 정의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하느님 역시 악의 조성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악의 본질은 무엇인가? quid sit malum

악한 행위를 규정하는 요소로서 정욕(精慾)과 법률(法律)이 제기되면서, 구체적으로 간통, 살인, 신성모독 등의 행위를 통해 욕정(libido)가 악행의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있는 뿌리임이 드러난다.(1.3.8)  욕정은 '탓할 만한 정욕', 또는 '자기 의사에 반하여 빼앗길 수 있는 것에 대한 사랑'으로 정의 된다.  또한, 아우구스띠누스는 영원법 개념을 도입하면서 '영원법은 불변하고 정당하다'(1.6.15)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인간과 영원법을 연관시키면서 '현명한 인간(sapiens)'은 '질서있는 인간(ordinatus)'이라는 도식을 확립한다. 정욕은 이성의 지배를, 이성은 그보다 상위에 있는 존재의 지배를 받는 것이 '존재론상의 위계'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욕에의 굴종'은 영혼에 대한 죄벌이 된다.

'모든 인간은 행복해지기를 원하면서 행복해지려는 욕구만 있지 그것을 옳게 달성할 의지가 모두에게 있는가?' 하는 부분은 의심스러우므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올바로 그것을 바라고 달성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요구된다.(1.14.30) 그리고, 의지가 바로 '자유의지'가 된다. 

사람에게 있어서 진정한 자유는 바로 영원법에 종속하는 것이며(1.15.31) 이것은 선한 의지의 사용을 통해서 가능하게 된다.


제2권 하느님과 인간의 자유의지


그렇다면, 하느님은 왜 인간들에게 의지의 자유 선택을 부여하였는가?(2.1.1) 


여기에 대해 아우구스띠누스는 하느님은 존재하시며, 모든 선은 하느님으로부터 나온다는 것과 의지 또한 선이라는 내용의 답을 한다.

아우구스띠누스는 "진리로부터의 신존재 증명(argumentum ex vertiatibus aeternis)"을 통해 신을 증명한다. 여기서 아우구스띠누스는 내적 감관이 외적 감관을판단하기 때문에 내적 감관이 우월하며, 이성은 내적 감관보다 더 우월한 것임을 입증한다. 그러나, 이성은 가변적인 것이기 때문에, 영원하고 불변하는 상위의 존재가 있으며, 이 존재가 '하느님' 이라고 논리를 편다.

결국 인간이 추구하는 근원적 진리가 최고선이자, 인간을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하는 최고선 즉 하느님이라는 결론을 아우구스띠누스는 내린다. 이에 따라, 모든 선은 하느님으로부터 오며, 형상을 지닌 모든 존재는 선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2.17.46)

2권에서 마지막으로 아우구스띠누스는 자유의지란 그것 없이는 아무도 선한 일을 못하는 능력이므로, 분명히 선이지만 중간선(선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악용할 수 있는 선)이라고 주장한다. (2.18.50) 그리고, 인간의 의지는 불변의 선을 등질 수도 잇고 하위에 있는 선을 선택하는 것에서 인간의 죄악이 발생하게 된다.


제3권 자유의지는 인간의 선으로서 하느님께로부터 유래했다


아우구스띠누스는 하느님이 완전하시므로 모든 것을 예지하시지만, 미리 예지하시는 바와는 달리 무엇이 일어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우리 의지를 예지하신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자유의지로 예지하시기 때문에, 그 예지가 (인간의) 원하거나 원치 않는 의지를 박탈하지는 않게 된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예지와 하느님의 정의를 어떻게 상합하는가?


여기에 대해 아우구스띠누스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우리 영혼은 비록 죄악으로 시드는 일이 있더라도, 저 가시적 빛으로 환원될 수 있는 그 무엇보다도 훨씬 숭고하고 훨씬 더 선하다... 그래서 죄짓는 영혼을 비록 질책하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런 영혼들은 차라리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으리라고 중얼거릴 정도로 심한 동요를 느끼지는 않는다. '(3.5.12)

결함(vitium)이라는 것은 결함이 있는 바로 그 사물의 자연본성에 배치된다는 뜻에서가 아니면 어느 면에서도 악이 아니기 때문에(3.14.41), 결함 자체가 질책을 받을 만한 것이 아니게 된다.(3.15.42) 결론적으로, 인간의 죄악은 창조주 하느님께 돌리는 일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참말임을 에보디우스의 말을 통해 이야기된다.(3.16.46)

그리고, 자유 의지의 선택의 결과 '사람이 무엇을 해야 올바로 행함인 줄은 알고 그렇게 하기를 원하면서도 정작 그렇게 할 능력이 없다면' 그 결과는 '인간의 단죄(1권에서 말한 물리악)'으로 나타나게 된다.


<자유의지론>에서는 플라톤의 사상적 영향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강조한 지혜, 정의, 용기, 절제가 <자유의지론>에서도 선한 의지를 갖춘 사람이 지녀야할 덕목으로 강조된다. 그리고, 이성보다 우월한 존재(하느님)을 증명하는데 있어, '수(數)의 진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수학을 중요시한 플라톤의 영향을 확인 할 수 있다. 그외에도, 욕정과 이성, 그리고 최고선과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신(新)플라톤주의(플로티누스)의 유출설' 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등 어느 정도 플라톤 사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후대의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대전>은 사상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이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플라톤 : 아우구스띠누스=아리스토텔레스 : 토마스 아퀴나스'


<자유의지론>은 기본 전제가 '하느님은 선(善)하다.'라는 내용이며, 최고선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기초위에 출발한다. 증명의 '마지막 2%'라고 생각되는 이 부분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공감받을 수 있겠지만,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은 그 내용에 대해 쉽게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이 부분이 <자유의지론>의 논리적 한계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논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 <자유의지론>은 초기 기독교에 있어서 마니교의 '선악이원론'의 논리에 대항하여 초기 기독교 교리를 확립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자유의지'를 인간의 구성적 능력으로 간주했다는 철학적 측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 교부(아우구스띠누스)의 인식론에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하느님에게 귀의하는 심정으로 믿고 그 다음에 그 믿음의 내용을 이해하는 방향이 정방향(正方向)이고, 사변적 이해에서 신앙으로 나아가는 것은 역방향(逆方向)이라는 입장이다.(p30)

(토론자) 양편 다 또는 과연 무엇이 진리에 더 상합한지 분명치 않은 모든 의문을 다룸에 있어 우리의 논증은 반드시 다음 사실에 귀결되도록 힘썼다. 즉, 그런 의견 중 어는 것이 참이든간에 반드시 하느님이 찬미받으실 분으로 믿겨지고 그런 분으로 드러나셔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의지론> 재론고 p429)

결함vitium이라는 것은 결함이 있는 바로 그 사물의 자연본성에 배치된다는 뜻에서가 아니면 어느 면에서도 악이 아니다.(3.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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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8-22 16: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라틴어 병기라니 사고싶네요.
리틴어 공부도 하고 싶거든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6-08-22 16:43   좋아요 1 | URL
^^: 시이소오님 멋지세요..라틴어도 도전 하시는 군요. 홧팅입니다!! 참고로 분도출판사에서 나온 ˝교부철학˝ 시리즈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도 라틴어 병기서적입니다^^

루쉰P 2016-08-23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옵 역시 대단하세요 요즘은 또 파스칼에 댕겨서 팡세를 읽고 있는데 ㅋ 파스칼이 바로 아우구스띠누스를 놓고 예수회와 격론을 벌였더라구요 양심예학이란 부분에 대해서요 ㅎ 그래서 아구스띠누스를 한번 읽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 글을 보니 진짜 천주교에 있어서 엄청난 분이라 생각 드네요 ㅋ

겨울호랑이 2016-08-23 09:4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루쉰P님
루쉰P님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시네요.ㅋ
아우구스띠누스는 초기 기독교에서 교회론과 개인의 은총/구원의 교리 수립에 큰 공헌을 한 교부(敎父)로 알려져 있습니다. 직접 읽으시면 더 많은 부분을 아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나와같다면 2016-08-23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um lingae sanctae 거룩한 혀
mors et vita 죽음과 생명이
victimae 희생제물에게
laudes 찬미를 드려라
redemit 구했네
innocens 죄없으신..

mementomor
veritas lux mea

나와같다면 2016-08-23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arpe diem 카르페 디엠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veritas vos libertas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라틴어는 사어지만 많은 언어들의 어원이라는 점.. 원어민이 존재하지 않아서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후천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매력

나와같다면 2016-08-23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학때 라틴어를 배웠던 적이 있어요..
라틴어로 기도하는 강동원 보려고 영화 `검은 사제들` 보러 갔었다는 --;;

겨울호랑이 2016-08-23 16:31   좋아요 0 | URL
와~! 나와 같다면 님께서는 라틴어를 공부하셨군요.

알라디너 분들 중에서 강호에 숨은 실력자 분들이 많으세요

진정 멋지십니다.^^: 언어를 잘 하시는 분들 보면 부러워요..^^:
 

우리 집에서 읽고 있었던 `3대 만화책`이 있었다.「베르세르크」, 「유리 가면」, 「파이브 스타 스토리」가 그들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여러 이유로 미완결 상태인 작품들이다.

「유리가면」은 아내가 어린 시절부터 읽은 작품으로 애장판, 소장판 등 여러 이름으로 최근까지 총 47권까지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최근까지 미완결된 작품으로 알고 있다. 작가가 사망했다는 유언비어도 돌고 있어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팬들을 기다리게 하는 작품으로 알려뎌 있다.

「베르세르크」도 워낙 대작이고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까지 시간도 많이 소요되어 지난 2000년 추석 즈음부터 손을 놓은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이 신간 출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악명 높지만, 단연 최고는 「Five star stories」라 생각한다.

1권이 나온 것이 1988년(일본판 기준)이니 거의 30년이 다되어 간다. 그럼에도 최초 구상에서 절반도 안 되는 진도를 보이고 있고, 그나마 작가가 최근 모든 구상을 뒤집었다고 하니 내 평생 완결을 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작품이다.

내가 이 작품에 대해 처음 접한 것은 1995년 여름 훈련소였다. 그 해 여름은 클론과 BB라는 그룹이 인기가 있었던 시절이었다.(당시를 기억하시는 분은 아마 아실 것이다.) 당시 친구에게 스케일이 다른 만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1권 만화 중 절반이 시대적 상황 설명으로 모든 스토리에 대한 구상이 끝난 계획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개 보병의 소총에까지 세세한 묘사를 한 `전대미문의 작품`, `공부를 해야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라는 극찬과 함께 나는 이 만화를 알게 되었다.

이 만화는 당시 나에게 충격이었다.

만화에 구현된 과학 기술의 수준은 `기동전사 건담`을 능가하는 것이었고, 등장인물에 부여된 신격은 전례없는 것이었다. 주인공이 `아마테라스 오오노카미`라는 일본 최고신에 `아트로포스`,`클로소`, `라키시스` 운명의 3여신 등 그리스 신화의 결합은 작품에 품격을 더해주었고, 이 작품은 어린 나에게 큰 기대를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제대를 했고, 직장 새내기에서 다시 직장을 옮기기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모두 12권의 책이 나왔다.

처음에 기대를 가지고 작품을 접했을 때의 기대는 내가 청년에서 중년으로 들어서는만큼의 시간속에서 많이 사그라진 것 같다.
독자의 기대를 사그라들게 한 30여년의 시간은 작가의 열정 또한 빼앗아간 듯하다.

작가의 새로운 구상에 대한 소식을 최근 접하고 소장해 두었던 12권을 꺼내 보았다. 지난 10여년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12권의 책을 다시 보니, 책의 느낌과 당시의 추억이 떠오른다. 또한, `나는 큰 사랑을 가지고 작품을 기다려왔는데 작가에게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구나.`하는 작은 배신감(?)도 느꼈다. 첫 사랑의 아련함과 같은..

「파이브 스타 스토리」를 통해 작품은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비록 작가는 과거의 스토리를 부정하고 새롭게 작품을 구상하지만, 독자들의 마음속의 내용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어린 시절 추억의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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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8-21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베르세르크 ㅋ 파이브 저거는 넘 길어욤 ㅋ

겨울호랑이 2016-08-21 20:45   좋아요 0 | URL
ㅋ 좀 길었지요?^^ ㅋ

S.roth 2016-08-22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작품다 거의 가문의 대업 수준이 되버렸죠.
후손에게 뒷일을 물려줄지도...

겨울호랑이 2016-08-22 03: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S.roth님
처음에는 후손을 생각해서 일부러 그렇게 하는 줄로 알았어요^^ ㅋ

tayako 2016-08-22 0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이브 스타 스토리 이야 세계관이라던지 그림체라던지 좋아했던 작품이죠 ㅋ
겨울 호랑이님이
말씀하신 작품들 완결은 나오는걸까요 ㅋㅋ
유리가면 작가님은 사이비종교에 빠져다는소문을들어는데말이죠 ㅜㅜ 글고 완결안나오기로 소문난
작가님중에 다나카 요시키님 작품들도 전 완결나오면좋게더라구요

겨울호랑이 2016-08-22 04:0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ㅜㅜ
도대체 끝날 기미가 보여야 하는데 그러지가 않네요. tayako님 말씀 듣고 보니 일본 작가들 중 미완결 작품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꽤 되시는 것 같네요.. 독자들 입장도 생각해야지 좀 너무들 한 거 같아요 ㅋ

에이바 2016-08-22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겨울호랑이님 진짜 너무너무 반가워요. 저도 tayako님 말씀처럼 유리가면 작가는 사이비에 빠져다가 문하생인지 제자인지가 따로 그리고 있다는 카더라를 들었어요. 그림이 좀 바뀌잖아요ㅜㅜ 베르세르크는 기다리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나오리란 희망이 있는데 FSS는 아예 잊고 살았어요. 세계관이 너무 거대해서... 새로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거죠? 월요일 아침이 즐거워집니다♪

겨울호랑이 2016-08-22 10:3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에이바님^^:

저 말고도 오랜 기다림을 가지고 계신 독자분들이 많이 계셨군요.
여러 사연이 있겠지만 중간에 휴식기가 너무 길면 그 흐름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몰아서 써주지 하는 야속함이 더해 지네요

기분 좋은 월요일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에이바님

2016-08-22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2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6-08-22 1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제는 뭐 마음 비웠습니다...나오면 나오는 구나..하며 재미나게 볼 것이고..나오지 않아도 기다리지 않게 되었어요 ..ㅎㅎㅎㅎ

겨울호랑이 2016-08-22 11:24   좋아요 2 | URL
작가가 작품에 대한 비난보다 독자의 무관심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텐데요...yureka01님 즐거운 오후 되세요^^감사합니다.

심성 2016-08-22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품은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는 구절에 큰 공감을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6-08-22 11:2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심성님

아이도 그렇고 작품도 그렇고 내 안에서 나왔지만, 독립된 격(格)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심성님, 즐거운 오후 되세요^^:

cyrus 2016-08-22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탐정 코난은 도대체 언제 끝날까요? 이쯤 되면 코난이 남도일로 돌아올 마음이 없는 것 같아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6-08-22 14:09   좋아요 0 | URL
명탐정 코난이 13기까지 나왔지요?^^: 코난이 남도일만큼 크도록 검은 조직은 세계정복을 미루는 이유도 궁금해지네요 ㅋㅋ

파티마 2016-08-27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일본가는 친구한테 일본판 사달라고 부탁했었던 기억이... ^^; 복제판 보던 게 정식출간본보다 더 장정이 좋았다는 기억도 있네요. 스타트랙과 스타워즈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지만 일본문화와 중국의 철학사상도 있었던 듯... 지나가다 반가워 글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6-08-27 20:31   좋아요 0 | URL
^^: 글을 쓰고 보니 `파이브 스타 스토리`에 사연있는 분들이 많으신거 같네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