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관 한길그레이트북스 143
프랜시스 베이컨 지음, 진석용 옮김 / 한길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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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관(Novum Organum)>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 ~ 1626)이 저술한 책으로 전체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은 '(우상)파괴편'이며, 제2권은 '(진리)건설편'으로 불리운다. 제1권에서는 유명한 '베이컨의 4가지 우상'이 언급되면서 귀납법을 통한 학문의 추구를 강조하고, 제2권에서는 '열'을 통해 학문추구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1권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1. 베이컨의 귀납법(歸納法)


가. 베이컨과 데카르트


'진리를 탐구하고 발견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으며, 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감각과 개별자에서 출발하여 일반적인 명제에 도달한 다음, 그것을 [제1]원리로 혹은 논쟁의 여지 없는 진리로 삼아 중간 수준의 공리를 이끌어내거나 발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감각과 개별자에서 출발하여 지속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상승한 다음, 궁극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명제에까지 도달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시도된 바 없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과학적]방법이다.'(제1권 19)


[그림1]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 ~ 1650) ( 출처 : 위키피디아)


베이컨과 같은 시기에 대륙에서는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 ~ 1650)가 활동하고 있었다. 데카르트는 '방법론적 회의'를 통해 철학의 제1명제(Cogito ergo sum)를 도출하고 그로부터 그의 사유를 넓혀갔다고 한다면(연역법 演繹法), 베이컨은 귀납법만이 진정한 과학적인 방법임을 강조한다. 베이컨 자신은 '귀납법'만이 진정한 과학적 방법이라고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깊이 와닿지 않는다. 제2권에서 제시된 그의 과학적 분석을 따라가다보면 이러한 점을 특히 더 느끼게 되는데, 그 이유는 과학(科學)적 방법에 '수학(數學)'이 빠졌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나. 베이컨 식(式) 귀납법의 한계 : 정량적 분석의 한계


역설적으로 베이컨이 비(非)과학적 방법이라고 비판한 '연역법'의 데카르트가 수학을 강조한 반면, 정작 '과학적인' 베이컨의 방법론에서는 수학이 빠져있다는 것은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다음의 베이컨의 진술에서 더욱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과거의 무한(無限)과 미래의 무한(無限)'사이의 구별도 결코 성립할 수 없다. 만일 양자의 구별이 성립한다면, 하나의 무한이 또 하나의 무한보다 더 큰 것이 되고, 더 작은 무한은 점차 줄어들어 마침내 유한에 근접하고 말 것이다.'(제1권 48)


여기서 말하고 있는 '과거의 무한', '미래의 무한'은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 ~ 1274)의 <신학대전>에서 나온 개념이다. '과거의 무한'과 '미래의 무한'을 '음의 무한대(마이너스 무한대)', '양의 무한대' 라는 개념으로 대칭시켜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베이컨의 논술(두 개의 무한이 공존할 수 없다는 이론)이 맞지 않음을 우리는 수학의 좌표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베이컨 이후에 '극한', '미적분' 개념이 등장하기 때문에 베이컨을 비판할 이유는 되지 못하겠지만.


[그림2] 정발산 수열(출처 : http://hanmaths.tistory.com/95)


'설명의 편의를 위해 오늘날 우리들이 자연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추론을 (경솔하고 미숙한 것인만큼) "자연에 대한 예단(豫斷, anticipation)"이라 부르기로 하고, 사물로부터 적절하게 추론된 것을 "자연에 대한 해석(解析, interpretation)"이라고 부르기로 하자.'(제1권 26)


베이컨은 자신이 주장한 '귀납법'을 '자연에 대한 해석'으로 부르며, '연역법'을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펼친다. 여기에 등장하는 개념이 '우상(偶像, idola)'이다.


2. 베이컨의 우상(偶像)


가.  idola와 idea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우상(偶像, idola)과 신(神)의 이데아(idea) 사이에는, 다시 말해 황당무계한 억측과 자연에서 발견되는 피조물의 사실상의 모습 사이에는 실로 큰 차이가 있다.'(제1권 23)


베이컨은 자연의 실체를 왜곡하는 인간의 편견을 4가지 우상으로 정리하고,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귀납법'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의 정신을 사로잡고 있는 우상에는 네 종류가 있다. (편의상) 이름을 짓자면 첫째는 '종족(種族)의 우상'(iolda Tribus 인간성 자체에 뿌리막고 있는 우상)이요, 둘째는 '동굴(洞窟)의 우상'(idola Specus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우상)이요, 셋째는 '시장(市場)의 우상'(idola Fori 인간 상호간의 교류와 접촉에서 생기는 우상)이요, 넷째는 '극장(劇場)의 우상'(idola Theatri 철학의 다양한 학설과 그릇된 증명방법에서 생기는 우상)이다.(제1권 39)... 이러한 우상들을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참된 귀납법으로 개념과 공리를 형성하는 것이다.'(제1권 40)


나. 우상의 극복 방법 : 귀납법


베이컨은 '종족의 우상'을 제거하기 위해 '자연을 분해하는 방법(제1권 51)'을, '동굴의 우상'을 제거하기 위해 '자신의 지성을 강하게 의심하는 방법(제1권 58)'을, '시장의 우상'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황당한 학설을 거부하거나,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여 극복하는 방법(제1권 60)'을, 마지막으로 '극장의 우상'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학문의 방법(귀납법)(제1권 61)'을 활용하여 극복할 수 있다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베이컨은 특히 '시장의 우상'을 강조한다.


'시장의 우상은 모든 우상 중에서 가장 성가신 우상으로서, 이른바 언어와 명칭이 [사물과] 결합해 지성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성이 언어를 지배한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 언어가 지성에 반작용하여 지성을 움직이는 일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수학자들처럼) 차라리 처음부터 정의에서 출발해서 논쟁을 차근차근 전개해나가는 쪽이 훨씬 낫다.' (제1권 59)


다. 시장의 우상과 비트겐슈타인


베이컨의 '시장의 우상'의 내용은 후대의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1889 ~ 1951)의 그의 전기 철학 저서인  <논리-철학 논고>에서 언급한 다음의 내용을 연상케 한다. 베이컨의 조언을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비트겐슈타인은 '수학'을 통해 '언어 논리에 대한 오해'를 극복해 나간다. 비트겐슈타인에 대해서는 아직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중에 자세히 볼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위키백과]의 해당 내용을 옮겨본다.


'이 책은 철학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으며, 내가 믿기에는, 이러한 문제들의 문제 제기가 우리의 언어 논리에 대한 오해에 기인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의 전체적인 뜻은 대략 다음의 말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말해질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 나에겐 여기서 전달된 사고들의 진리성은 불가침적이며 결정적이라고 보인다. 따라서 나는 본질적인 점에서 문제들을 최종적으로 해결했다고 생각한다.'(출처 : <논리-철학 논고>, 이영철 옮김, 책세상) 


[그림3]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1889 ~ 1951)(출처 : 위키피디아)


3. 베이컨의 학문 연구 방법


베이컨은 <신기관> 제1권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그의 귀납적 연구 방법을 독자들에게 제안한다. 귀납법이라는 방법이 bottom-up 방식이기 때문에 충분한 사례의 수집과 이상치(outlier) 제거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베이컨은 강조한다.


'내 생각으로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자연지와 경험지를 앞에 놓고 다만 두 가지만 주의하면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정신 본래의 힘만으로도 우리가 설명한 자연에 대한 해석 방법에 도달할 수 있다. 첫째로 고정관념을 버리는 일이며, 둘째로 적당한 시가가 될 때까지 성급한 일반화의 유혹을 물리치는 일이다.'(제1권 130)


'어떤 사물의 본성을 오직 그 사물 속에서만 찾으려 하는 것은 하책(下策) 가운데 하책이다. 어떤 사물에는 숨어 있는 본성이 다른 사물에는 아주 명백하게, 거의 손에 잡힐 듯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사물에서는 경이롭게 생각되는 일이 다른 사물에서는 거의 주의를 끌지 못하는 일이 왕왕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물에 숨어 있는 본성은 그 사물에 대한 연구만으로는, 그 사물에 대한 실험과 고찰만으로는 알아내기 어렵다. 그런 본성이 아주 분명하게, 흔하게 나타나는 다른 사물을 보아야 한다.'(제1권 88)


'학문과 기술의 발견 및 증명에 유용한 [참된] 귀납법은, 적절한 배제와 제외에 의해 자연을 분해한 다음, 부정적 사례를 필요한 만큼 수집하고 나서 긍정적 사례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제1권 105)


<신기관>은 '과학적 학문 연구'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음에도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신기관((Novum Organum))> 전체에서 베이컨이 그렇게 비판했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384∼322 B.C.)의 저서 <형이상학>, <범주들 명제에 관하여> 등 구(舊)Organum에 해당하는 저술과 큰 차이가 없어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가치가 있는 것은 베이컨의 '학문을 대하는 정신'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림4]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384∼322 B.C.) (출처 : 나무위키)


'그런데 오늘날에도 이런 헛된 숭배에 빠져들어 <창세기> 나 <욥기>와 같은 성경 구절에 기대어 자연철학을 세우려고 애쓰고 있는 자들이 있으니, 이것은 실로 "산 자들 가운데서 죽은 자를 찾는"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신학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이처럼 어리석게 결합되면, 공상적인 철학이 등장하기도 하고 이단적인 종교가 출현하기도 하는 것이니, 그와 같은 헛된 숭배는 어떻게든 막아야 하고 규제해야 한다.'(제1권 65)


마치, 위의 글은 베이컨이 21세기 미국으로 돌아와 '진화론'과 '창조론' 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쓴 것과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을 보면 <신기관>은 역시 우리 시대에도 고전이라 생각된다.


ps. '우상(偶像)'이라고 할 때는 잘 몰랐는데 idola와 idea라고 놓고 보니, 베이컨이 용어 선택을 할 때 언어적인 측면을 많이 고려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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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17-02-15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이컨은 대단합니다. 베이컨 까지 다 소개해주시는 호랑이님도 대단하시고요 ^^

겨울호랑이 2017-02-15 16:10   좋아요 0 | URL
에고.. 사마천님 과찬이십니다. 저도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4가지 우상‘만 접하다가 <신기관>을 통해 전체 맥락을 뒤늦게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사마천님, 행복한 오후 되세요.

yureka01 2017-02-15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학이 없었더라면 과학도 없었을 것입니다..^^..통계학 경제학 자연과학.. 기계공학 ..건축공학..전부 큰 줄거리는 수학에서 수학으로 끝나죠..

겨울호랑이 2017-02-15 17:26   좋아요 2 | URL
네^^: 유레카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그런데, 수학은 언급하지 않는 베이컨의 과학은 ‘팥없는 붕어빵‘느낌입니다. ㅋ 감사합니다.

컨디션 2017-02-15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분야의 책은 저에겐 접근자체가 어려운데, 리뷰까지 이렇게 마치 한편의 논문형식으로 쓰시다니, 입이 떡..벌어집니다.
베이컨은 데카르트에 비하면 장수했군요. 아버지와 아들뻘..(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ㅎㅎ)
참, 베이컨 인물사진(그림?)은 왜 안올리셨는지요.(이왕 이리 된 거, 이런 걸 궁금해합니다ㅠ)

겨울호랑이 2017-02-15 18:51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컨디션님^^: 베이컨의 저작 3부작이 「학문의 진보」, 「신기관」, 「새로운 아틀란티스」3부작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제 리뷰도 순서를 따라가다보니 2부까지 왔네요^^: 말씀하신 베이컨 사진은 1부 「학문의 진보」에 넣어 중복을 피하고자 여기에서는 넣지 않았습니다. 작은 것에도 궁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컨디션님 편한 저녁 되세요.
 

정월대보름입니다.^^: 그래서, 땅콩과 호두 사진을 올려 봅니다. 선조들은 부럼을 깨면서 일년간 치아가 튼튼하고, 부스럼이 생기지 않기를 기원했다지요.

이웃분들은 어떤 소원을 비셨나요?^^: 이웃분들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소원이 여러가지(?)있지만, 1순위는 ‘박근혜 탄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한 가지가 중심잡혀야 그후에 다른 것들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정월대보름날밤 촛불집회의 작은 불빛과 검은 하늘의 밝은 달빛이 하나되어, ‘온 우주의 기운‘이 우리 모두를 도와줄 것을 소망해봅니다.^^:

알라딘 이웃분들과 가족분들 모두 몸도, 마음도 건강한 2017년 정유년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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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11 1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사람들의 소원이 다 똑같을 겁니다. 대보름의 기운이 소원을 이루도록 해줬으면 좋겠어요. ^^

겨울호랑이 2017-02-11 11:07   좋아요 1 | URL
cyrus님의 소원도 이루어지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그장소] 2017-02-11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그럼 저는 물가와 정치 민생 안정을....빌어볼까요?^^ 대보름 잘 보내세욧!!!^^

겨울호랑이 2017-02-11 11:08   좋아요 2 | URL
^^: 그장소님께서 소원하시는 우리의 소원도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yureka01 2017-02-11 11: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치아도 깨끗이 닦자...목욕도 자주 해서 부스럼도 막자..이래야되는게 맞는데 어찌나 못먹어서 걸리는 병 때문에 이런 풍습까지 생겼어요.ㄷㄷㄷ

겨울호랑이 2017-02-11 14:57   좋아요 1 | URL
^^: 그래도 지금은 매일 목욕할 수 있으니 행복한 시절을 살고 있어 다행입니다^^:

단발머리 2017-02-11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쩜~~~~
1순위 소원이 저랑 똑같으세요~~
박근혜 탄핵!!!

겨울호랑이 2017-02-11 15:01   좋아요 0 | URL
^^: 통일과 더불어 우리 모두의 소원인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님 감사합니다

쿼크 2017-02-11 1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인데... 뭔가 풍성하네요..~~

겨울호랑이 2017-02-11 15:02   좋아요 1 | URL
^^: 쿼크님 풍성한 견과류 한 상이 되어 저도 기쁩니다

우민(愚民)ngs01 2017-02-11 1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1박2일로 촛불집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조속히 감옥 갈 사람들 감옥 보내고 새로이 시작해 나갔으면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2-11 15:04   좋아요 1 | URL
^^: 네 저도 2017년이 새로운 우리 역사의 시작이 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ngs01님^^:

서니데이 2017-02-11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보름 부럼이네요. 겨울호랑이님 원하시는 것들 이루시고 건강하고 좋은 한 해 되시길 바래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02-11 21:19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원하시는 바 이상으로 좋은 성과 얻는 2017년이 되시길 바라봅니다.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bookholic 2017-02-11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의 1순위 소원이 꼭 이루어질거라 믿습니다. 부디 한 달 안에 이루어지시길...

겨울호랑이 2017-02-11 21:20   좋아요 0 | URL
^^: 감사합니다. bookholic님, 저도 그렇게 믿습니다. 우리 모두가 하루 빨리 정상화되길 간절히 바라니 좋은 결과 있겠지요.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Asagi 2017-02-11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의 소원성취를 기원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2-11 21:2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Asagi님께서도 좋은 한 해 보내시고, 원하시는 바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커피소년 2017-02-12 0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보니 건강에 좋은 호두가 먹고 싶네요..^^

저는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 하니까요..

겨울호랑이님과 알라딘 이웃 분들 모두 항상 건강했으면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2-12 09:19   좋아요 1 | URL
^^: 2017년가 김영성님께서 건강을 회복하시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 건강이 안 좋으신듯하여 걱정됩니다... 몸관리 잘하셔서 봄에는 활기차게 야외활동 하셔야지요 ㅋ 감사합니다.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 - 물리학과 천문학의 위대한 업적들
스티븐 호킹 지음, 김동광 옮김 / 까치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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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는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이 저술한 천문학의 5대 위인인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케플러, 뉴튼, 아인슈타인 등에 대한 요약서다. 책은 각각 위인의 삶을 각 장의 초반에 제시하고 후반부는 그들의 이론을 요약 제시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같은 내용 구성은 입문자들에게 개념을 소개하는데 적합한 구성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러 면에서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전체 288페이지의 분량의 책이다. 책의 서문이라든지 뒷부분 등을 제외하면 본문은 대략 250페이지 남짓 본문에 할당되었다. 이 페이지를 각각 5명의 학자들에게 배분하면 1인당 50페이지 분량이 나온다. 그중 25페이지를 그들의 삶에, 나머지 25페이지를 그들의 연구 성과 요약에 g할당한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결과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는 평전과 요약본 사이의 애매한 위치 선정이 되버리고 말았고, 독자들은 무엇인가 좋은 이야기를 하는데 그 좋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버렸다.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의 전반부에서는 평전이 주는 인간적인 삶에 대한 공감을 주지 못하며, 후반부에서는 그들의 연구성과에 대한 전달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반부에 대한 인상은 독자마다 다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특히 실망한 부분은 후반부라 생각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론의 내용을 설명하지만,  정작 그 설명에 해당하는 그림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그림인지 상상하면서 책의 설명을 읽어야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내용 이해가 가능한 사람에게나 가능하지 입문자에게는 어려운 요구라 생각된다.

 

예를 들면, 본문 설명 중, "선분 AB는 AC와 길이가 같으며,.... 이러한 이유로 지구에서 공전했을 때 화성의 위치가..." 등의 내용이 있는데, 해당 그림이 없다면 위와 같은 내용에 대해 이해가 갈 수 있을까? 책에는 수많은 우주에 대한 사진이 장식되어 있지만, 정작 독자가 필요로 하는 그림은 제시되어 있지 않는다. 설령 그림이 있다고 해도 뉴튼의 <프린키파아>를 입문자들에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텐데, 이와 같이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내용 설명은 책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린다고 생각된다.

 

그나마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가 어떤 책을 요약했는지 목록을 제시한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는 절판, 요하네스 케플러의 책은 소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두 저자들의 작품 <On the Revolutions of Heavenly Spheres>와 <Harmonies of the World>을 알게 된 것이 그나마 이 책을 통해 얻은 작은 성과라 생각된다.

 

ps. 아마 이와 같이 그림없이 이론만으로 책을 저술한 것은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저자의 상황 때문이라 생각된다. 평소 스티븐 호킹과 대화하려면 적어도 물리학 박사 정도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 그에게 해당 내용에 대해 설명을 하고, 호킹은 자판을 통해 'yes/no'를 알려준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천체학 입문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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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10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수능시험 다 치고 난 이후에 읽었습니다. 문과라서 이 책으로 과학의 기초를 익히기에 좋았다고 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평이한 과학사 책과 크게 차이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의 유명세를 믿고 이 책을 읽었다가 내용에 실망한 독자들이 꽤 있었을 겁니다. ^^;;

겨울호랑이 2017-02-10 17:46   좋아요 1 | URL
네 cyrus님 말씀처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말이 잘 맞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

yureka01 2017-02-10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요점정리가 되겠네요...요점정리는 과학자가 하는 거보다는 수능강사가 더 잘할듯 한데요^^..

겨울호랑이 2017-02-10 17:48   좋아요 1 | URL
네 유레카님..핵심 요약 정리, 100일 완성 교재 같은 느낌이 들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AgalmA 2017-02-10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호킹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를 냈다 봅니다ㅎ; 그림이 필요해! ˝시간˝ 개념 공부 때문에 호킹도 넘어야 될 산^^;

겨울호랑이 2017-02-10 17:52   좋아요 0 | URL
^^: 네 Agalma님「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호두껍질속의 우주」의 몸풀기용으로 가볍게 생각해야할 것 같네요^^:

서니데이 2017-02-10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일이 대보름이어서 집에 부럼 사가실 수도 있겠네요. 갑자기 위의 댓글에 호두껍질이 나와서 생각이 났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02-10 18:1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솔리타리 2022-07-22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문 원서를 봤는데 번역본보다 훨씬 두껍고 그림도 다 들어가 있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번역본을 이렇게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네요.

겨울호랑이 2022-07-22 09:3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결국 문제는 저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출판번역사에 있네요... 참 아쉬운 번역과 출판입니다...
 

子曰:「道不遠人。人之爲道而遠人,不可以爲道。」

詩云:『伐柯伐柯,其則不遠。』

執柯以伐柯,睨而視之。猶以爲遠。

故君子以人治人,改而止。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도(道)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안니하다. 사람이 도를 실천한다 하면서 도가 사람에게서 멀리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그는 결코 도를 실천하지 못할 것이다. 

시(詩)는 말한다. '도끼자루를 베네. 도끼자루를 베네. 그 벰의 법칙이 멀리 있지 않아.' 도끼가 꽂힌 도끼자루를 잡고 새 도끼자루를 말들려고 할 때에는 자기가 잡고 있는 도끼자루를 흘깃 보기만 해도 그 자루를 만드는 법칙을 알 수 있는 것이거늘. 오히려 그 법칙이 멀리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가! 그러므로 군자(君子)는 사람의 도리를 가지고서, 사람을 다스릴 뿐이니, 사람이 스스로 깨달아 잘못을 고치기만 하면 더 이상 다스리려고 하지 않는다.(p191)


'도끼자루를 자를 때, 그 자루에 관한 법칙(이상적 굵기, 싸이즈) 등은 바로 자기가 들고 있는 도끼자루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존재에 관한 법칙이 그 존재 자체에 내재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철저한 내재주의 사상이다.'(<중용, 인간의 맛> p195)


'도끼는 나무를 베려고 했다. 하지만 도끼가 나무를 벤다면 도끼는 나무뿌리 밑에 눌려 있을 수 없다. 벤 나무는 자랄 수 없고, 자랄 수 없는 나무는 도끼를 휘 감을 수 없다. 인공언어를 가지고 자연언어를 베려는 것은 자기모순에 빠진다.'

 








 


[그림] <알랙산더의 노동> 마그리트 1950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mage_speech&logNo=70167288801)


'세계 속에 살고 있으므로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그 세계 속의 지식이나 가치에 물들게 마련이다. 우리가 이 선입감을 벗고 세계를 맨 눈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선이해야 말로 이해의 전제조건이다. 이 선이해를 이해의 지평이라 부른다.

여기에서 지평이 없으면 사물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가 없는 한 지평을 구성 할 수 없다. 이것은 이상한 고리의 악순환이다. 하지만 해석학은 이 이상한 고리를 적극 받아들인다. '해석학적 순환'은 전체적 지평과 개별적 이해 사이를 오가는 가운데, 우리의 이해는 점점 더 완전해 진다는 것이다. '<미학 오디세이2, 진중권>


같은 나무와 도끼를 보면서도 동양(東洋)의 <중용中庸>에서 자사(子思, BC 483? ~ BC 402?)는 인간의 도(道)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반면, 마그리트(René François Ghislain Magritte 1898 ~ 1967)는 그의 작품 <알렉산더의 노동>에서 자기모순과 해석의 순환을 발견한다. 분석적으로 사물을 해석하는 서양적 사유체계와 포괄적으로 사물을 이해하려는 동양적 사유체계는 이처럼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다른 한 편으로 같은 사물을 보며 이처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고 살만한 곳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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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8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싫어서 블랙리스트를 쓰다가 걸린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틀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도끼로 쳐내고 싶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2-08 11:4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공존을 거부하는 사람들마저 우리는 포용해야하는지 참 고민이 됩니다... 우리도 그들을 거부한다면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같고.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oren 2017-02-08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끼는 인류 진화 역사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도구였던 듯해요. ‘도끼에서 싹튼 ‘생각‘의 과거,현재,미래‘라는 제법 거창한 제목을 달아놓고 제가 끄적거렸던 옛날 글을 찾아보니, 제가 한때나마 저런 글을 남겼다는 기억조차도 벌써 희미해져 있더군요. 그 사이에 벌써 도끼자루가 썩었나 봐요.. ㅠㅠ
* * *
초기 인류가 ‘도끼란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품게 된 것은 대략 지금으로부터 약 70만 년 전이라고 한다. 인간이 불을 처음 사용한 시기였던 142만년 전으로부터 따지면 무려 70만 년 이상이나 더 지난 셈인데, 그 뒤로 인간은 ‘사냥을 통한 육식‘이 가능해지면서 두뇌를 키울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직립 보행 덕분에 인간은 턱의 구조가 바뀌고 혀의 정교한 놀림이 가능해져 언어에 필요한 여러가지 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돌도끼의 사용은 결국 사냥한 동물의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한 이빨의 크기까지도 점차 줄이게 되어 언어의 발달에 더욱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집단 생활에 따른 의사소통의 발달은 결국 생각을 ‘공유‘하는 데까지 이르렀을 것이다.(http://blog.aladin.co.kr/oren/5987175)

겨울호랑이 2017-02-08 11:54   좋아요 0 | URL
Oren님께서 알려주신 서재글을 읽었습니다.^^: 생각의 시작이 ‘석기‘에서 시작되어 이후 불의 발견, 직립보행, 언어의 사용 등으로 이어지면서, 인류는 ‘사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좋은 리뷰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Oren님의 글을 통해서 도끼 등 석기는 우리 생활을 지탱해주는 기본도구이면서, 우리 생각의 뿌리가 되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좋은 채과 멋진 리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Oren님^^;

yureka01 2017-02-08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도끼하나 가지고 싶어요...산에 갈려면 도끼는 필수 인데요(아 제가 댓글로 내용과 상관 없는 글만 쓴듯 ㅎㅎㅎㅎ) 도끼의 도리는 내손에 든 도끼와 가깝다..이런 이치에 공감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2-08 12:21   좋아요 2 | URL
^^: ㅋ 아니에요. 유레카님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좋은 도끼가 좋은 이웃처럼 반드시 필요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 위의 글에 대해서 저보다 더 많이 공감하시리라 생각되네요. 유레카님 즐거운 오후 되세요.

AgalmA 2017-02-08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에 이런 표현이 있더군요.
˝현대 수렵채집인에 대한 인류학적 관찰을 통해서 우리는 고대 수렵채집인들에게 어떤 가능성들이 있었을지 이해할 수 있지만, 고대엔 그 가능성의 지평*이 훨씬 넓었고 그 대부분은 우리 시야에서 가려져 있다˝
*가능성의 지평: 특정 사회에서 열려 있는 신념과 관행, 경험의 스펙트럼 전체를 말한다. 이는 나름의 생태적, 기술적, 문화적 한계를 전제로 한다. 하나의 사회나 개인이 각자의 가능성의 지평 안에서 실제로 탐색하는 범위는 매우 좁게 마련이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는 포괄적으로 인간 이성의 오류와 한계(...그것에 대해 우리는 모른다가 주를 이룸ㅎ;)를 짚어내는 게 많아 재밌더군요. 인간의 잔인성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2-08 18:57   좋아요 1 | URL
^^: 그렇군요. Agalma님의 글을 읽으니 <사피엔스>는 <생각의 역사>처럼 인류의 기원에 대한 작품인 것 같네요.아직 <사피엔스>를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조만간 읽어야겠네요.ㅋ 읽어야할 책이 많아서 2017년 연말까지 예약이 끝났네요..ㅋ

갱지 2017-02-09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다른과 틀린을 헷갈려 해,
바깥양반이랑 허구헌날 설전이네요:-p

겨울호랑이 2017-02-09 19:27   좋아요 0 | URL
^^: ‘다른‘과 ‘틀린‘은 많이 다른 말이겠지요? 제가 틀린 것은 아니면 좋겠습니다 ㅋ 갱지님 좋은 저녁 되세요.^^:
 
정치를 말하다 - 가라타니 고진의 민주주의론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6
가라타니 고진 지음, 고아라시 구하치로 들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가라타니 고진의 최신작 <정치를 말하다>(2009)는 전작 대담집으로, 잡지 등에 실린 것을 묶은 것이 아니다... 독자들은 대중서로 씌여진 <세계공화국으로>의 자매편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나는 독서 순서로 <정치를 말하다>-><세계공화국으로>를 추천한다. 그리고 관심영역에 따라 <일본근대문학의 기원>, <트랜스크리틱>, <역사와 반복>, <네이션과 미학> 으로 확장해가면 좋다. 아마도 이것이 '선이해 부족'으로 인한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막는 길일 것이다.' - 옮긴이 -


가라타니 고진(Karatani Kojin)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알라딘 이웃분들의 리뷰를 통해 간간이 접해면서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북다이제스터님께서 쓰신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리뷰를 읽고 그의 작품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막상 고진을 읽으려하니 사상가, 문학비평가로서 그의 방대한 저작에 기가 눌려서, 결국 고진 입문서라 일컬어지는 <정치를 말하다>부터 읽기 시작했다. 


<정치를 말하다>는 가라타니 고진의 1960년대 이후 사상가, 비평가로서의 생애를 통해 그의 사상과 활동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대담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그래서, 옮긴이의 말처럼 고진의 사상에 대한 전반 흐름을 개략적으로 파악하게 해주는 입문서(入門書) 성격이 잘 나타난 글이다. 여기에 언급된 주요 사상가와 현대 사회의 문제점, 그리고 고진이 제시하는 해결방안등을 정리해 본다.


1.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 ~ 1883)


가라타니 고진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를 '신용사회'로 인식한다. 그리고, 신용으로 이루어진 자본주의 사회는 구조적으로 120년 주기의 순환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려는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파악한다.


'<자본론>은 제1권 유통과정, 제2권 생산과정, 제3권 신용과정으로 구성된 체계적인 저작입니다. 제1권, 제2권만 읽으면 <자본론>이 자본주의 경제가 '신용체계'라는 것을 논하고 있다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p45) ...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 전체계를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초기부터 화폐 또는 자본제경제를 종교비판을 응용하여 비판하려고 했습니다.. 이 과제를 <자본론>에서 완수하려고 했지요.(p46)'


'자본주의가 신용체계라는 것은 신용공황이 일어나면 알게 됩니다. 그런데 왜 그것은 신용에 의해서만 성립하는가? 그것은 교환의 실현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신용에 의해 교환이 증대되고 확대됩니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제는 근본적으로 신용에 기초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경제는 무수한 신용강목으로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일단 터진 곳이 생기면 덜컹거리게 됩니다. 그것이 "위기(공황)"입니다. 신용에 기초하는 버추얼한 세계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불량기업이 도태되면서 호황으로 향하게 됩니다. 자본주의에는 그런 "경기순환"이 불가피하게 존재합니다.'(p47)


2.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


고진은 칸트의 사상을 '이념'으로 제시한다. 칸트를 통해 우리사회가 지향해야할 이념을 제시하고 있으며, 칸트의 철학은 '자본-네이션-국가'라는 교환양식 속의 이데올로기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제기된다.


'칸트는 "구성적 이념"과 "규제적 이념"을 구별했습니다. 또는 이성의 "구성적 사용"과 "규제적 사용"을 구별했습니다. 구성적 이념은 현실화되어야 하는 이념입니다. 규제적 이념은 결코 실현될 수 없지만 지표로서 존재하고, 그것을 향해 서서히 나갈 수 밖에 없는 이념입니다.'(p71)


'그러나 칸트는 윤리를 주관적인 문제로만 생각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경제적 문제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칸트에게 있어서 도덕성은 선악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유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자유란 자발성이라는 의미입니다.(p75) ... 칸트는 상인자본을 개재시키지 않는, 생산자들의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 협동조합)을 제창했습니다. 프루동보다 50년 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루동도 마르크스도 칸트 윤리학의 연장으로서 존재합니다.'(p76)


자본=네이션=국가


기초적인 교환양식(가) (p82)

A :  증여의 호수제           /  B : 수탈과 재분배

C :  화폐에 의한 상품 교환 / D  : X


'나는 "생산양식"이 아닌 "교환양식"의 관점에서 그것을 재고했습니다. 즉 증여와 호수(A), 수탈과 재분배(B), 화폐에 의한 상품 교환(C)라는 교환 양식의 접합으로서 말입니다. 사회구성체의 차이는 어떤 교환양식이 지배적인가에 의해, 또 그 결합의 정도와 농도에 의해 결정됩니다...자본주의 사회는 (C)가 지배적인 모드인 사회구성체인데, 당연히 A도 B도 남아있습니다. 그것이 자본=네이션=국가라는 사회 구성체가 되는 것입니다.'(p83)


'그런데 여타의 교환양식과는 다르게 교환양식 (D)는 실재하지 않는 것입니다...실제 (D)는 역사상 보편종교로서 나타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칸트식으로 말하자면, 규제적 이념으로 남는 것입니다.'(p84)


역사적 파생형태(나)

A : 농업공동체           /  B : 전제, 봉건적 국가

C :  도시                 /   D  : 보편적 종교


역사적 파생형태(다)

A : 네이션             /  B : 국가

C :  자본(시장경제)  /   D  : 어소시에이션(협동조합)


3.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 1831)


헤겔의 철학은 고진이 네이션, 국가, 자본의 관계를 설정할 때 제시하는 철학이다. <정치를 말하다>에선 마르크스와 칸트 철학의 연결고리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상대적으로 다른 두 철학자에 비해 언급되는 비중은 약한 편이다.


'헤겔은 관념론적이고, 또 네이션을 최상위에 두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네이션, 국가, 자본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자본=네이션=국가를 교환양식의 결합체로 생각하게 되었을 때,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헤겔과 가까워지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p101)


4. 현재 지배 이데올로기 :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


고진은 1990년대 이후 지배이데올리기인 '신자유주의'가 제국주의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여건이 바뀌지 않는 한 '전쟁'을 통한 현재 문제의 해결이 유일한 방편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고진이 전쟁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는 "neoliberalism(신자유주의)"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유주의"와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것은 제국주의와 같습니다.(p124)...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이라고 불리는 사태는 1970년대 선진국에서 발생한 이윤율 저하, 만성불황이라는 위기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내구소비재가 보급되어 지금까지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에 있습니다... 아메리카의 자본은 글로벌한 자유경쟁에서 활로를 발견하려고 했는데, 이는 아메리카의 군사적 헤게모니에 대한 의존없이는 불가능합니다.'(p126) 


'현재의 만성 불황은 오히려 1890년대 이후의 만성불항과 비교해야 합니다. 이는 1860년대 이후 중공업으로의 이행과 더불어 시작되었습니다.(p130)... 자본은 "M-C-M'(화폐-상품-화폐+a)"라는 운동에 의해 자기증식을 하는 한 자본입니다. 자기증식을 하기 위해서는 차이(잉여가치)를 발견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종언은 커녕, 앞으로 격렬한 투쟁이 시작되는 것입니다.'(p131)


5. 새로운 이념의 제시 : 혁명(革命)과 평화(平和)


이러한 제국주의 전쟁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를 대신한 '강한 사회'에 대한 이념이 필요하다는 것을 칸트 철학을 빌려 고진은 역설한다.


'일반적으로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칸트가 말하는 "평화"는 "모든 적의(敵意)가 끝나는 것"입니다. 그것은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것, 또는 홉스적인 자연상태가 전면적으로 끝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칸트가 말하는 "평화"는 제국가의 지양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칸트가 말하는 "목적의 왕국" 또는 "세계공화국"은 국가와 자본이 지양된 사회를 의미합니다.'(p144).


'한편 국가의 전쟁을 저지하는 것은 국가를 지양하는 것과 거의 같습니다... 국가를 꼼짝 못하게 하는 데에는 국가에 대항할 수 있는 "사회"가 강해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p147)


6. 가라타니 고진의 해결 방안 : 사회주의(社會主義)


고진은 마지막으로 현재 일본이 처한 문제점에 대해 본인이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붕괴된 '공동체의 재건'이다. 고진은 비록 일본의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만, 공동체 붕괴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므로 그의 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어소시에이션을 만드는 것. 일본에서는 이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단독자)은 그 안에서 단련되는 것입니다. 일본에는 이제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이상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발적으로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부족이 강하고, 종파도 강합니다. 민족적(ethic) 조직도 강합니다. 그것들이 국가보다도 강해져 있습니다. 역으로 일본에서는 좀더 "사회"를 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p163)


<정치를 말하다>는 비록 옮긴이는 고진의 다른 저작에 비해 이해가 쉬운 책이라고 하지만, 독일 철학자 3인(칸트, 헤겔, 마르크스)의 사상을 기본적으로 알고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여기에, 고진이 본문 곳곳에 지나가는 말로 프루동, 한나 아렌트, 로자 룩셈부르크, 아도르노 등의 철학자등을 거론하여 읽는 이(나)의 무지를 여지없이 알려준다. 아무래도, 가라타니 고진을 계속 읽기보다는 다른 철학자들의 책을 먼저 읽는 편이 순서인 듯하다. 성철 스님을 뵙기전에는 기본적으로 삼천배(三千拜)를 한 후에 뵐 수 있었다고 하는데, <정치를 말하다>에서 마치 고진이 자신의 책을 읽으려면 이정도는 읽어야한다고 호통을 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어려운 시간이었다. 또한 동시에, 철학자들의 사상을 자신의 틀 안에 소화하는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거인을 알게 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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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6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황금모자 2017-02-06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라타니 고진 인터뷰집 중에 인디고 연구소에서 직접 취재하고 엮은 [가능성의 중심]이 입문하기에 좋습니다. 주석이 꽤 상세해서 자주 쓰는 용어, 특히 칸트 철학에서 빌려온 개념을 이해하기에 유용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2-06 17:12   좋아요 0 | URL
황금모자님 좋은 책 추천과 조언 감사합니다!^^: 행복한 저녁 되세요

cyrus 2017-02-06 2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사회가 좀 더 성숙한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자유주의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민주주의 못지 않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담론은 활발히 형성되었지만, 진짜 자유주의의 의미에 대해선 논할 기회가 없었어요. 아무래도 ‘자유경제원‘들이 자유주의자인 척 행동하니까 자유주의 자체를 언급하는 점을 금기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북다이제스터 2017-02-06 23:21   좋아요 1 | URL
저도 자유주의에 대해 더 많은 공부하고픈 1인으로서 공감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2-07 06:07   좋아요 0 | URL
cyrus님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니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자유주의‘에 대한 생각을 해오지 않은 것 같아요. cyrus님 좋은 화두를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좋은 사상가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17-02-07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치에 관한 책인데,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하는 부분도 적지 않은 책인가봅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02-07 18:29   좋아요 1 | URL
네 정치경제학 책입니다^^: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저녁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