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복음서의 발견이 신학계에 일으킨 가장 커다란 파문은 뭐니뭐니 해도 Q복음서를 가설 아닌 실체로서 등장시킨 사건이다.... 마태, 누가 복음서 중에서 복음서원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마가자료를 제외한 부분 중에서, 마태와 누가에 공통된 부분을 그냥 자료(Quelle)라는 의미로 Q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 가설적 문헌을 치밀하게 연구해본 결과, 그것은 단지 어록(로기온 자료) 형식의 모음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즉 예수의 말씀(가라사대 파편)만으로 구성된 자료라는 것이다.(p349)... 도마복음서는 꿈에 그리던 어록복음서(saying gospel)이었던 것이다.(p350)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1> 中


 이 <숫타니파타>는 수많은 불교 경전 중에서도 가장 초기에 이루어진 경전이다... 불교 경전은 원래 눈으로 읽는 문자로 쓰여지지 않고 부처의 가르침을 들은 제자들이 그 내용을 함께 암송해오다가 후기에 문자로 정착된 것이다... 부처에게는 자기 자신이 어떤 종교의 창시자라는 의식이 전혀 없었다. 단지 눈 뜬 사람으로서 그 역할을 다했을 뿐이다.... <숫타니파타>를 보면 부처가 말한 그 가르침의 원형이 어떤 것인가를 자세히 알 수 있다.(p12) <숫타니파타 - 서문(법정)> 中 


[사진] 피할수 없는 죽음(출처 : http://aristeinhk.blogspot.com/2015/04/inevitable-death-sutta-nipata-574-581.html) 


 <숫타니파타>와 <도마복음>. 별로 관련없어 보이는 두 문헌의 공통점이 있다면  아마도 불교와 기독교 가르침의 원형(原形)을 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길(道)은 통해서일까. <숫타니파타>와 <도마복음>를 비교해서 읽다보면 다른 듯 같은, 같은 듯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도마복음한글역주>의 저자 도올 김용옥 교수는 그의 저서 여러 곳에서 <숫타니파타>를 통해 <도마복음>을 풀이하고 있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숫타니파타>와 <도마복음>의 말씀을 통해서, 가르침의 원형을 거칠게나마 느껴보고자 한다.


[사진] 도마복음서( 출처 : https://www.alphawiki.org/w/%ED%86%A0%EB%A7%88%EC%8A%A4%20%EB%B3%B5%EC%9D%8C%EC%84%9C)

 

 <도마복음한글역주>의 저자는 복음서 속의 방랑하는 자의 모습 속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숫타니파타>의 말씀을 떠올리고 있다. 모든 것에 미련을 갖지말고 나가라는 두 말씀 사이에서 우리는 '고독함'이라는 공통된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버리고 떠나야 하는가? <숫타니파타>는 그 이유를 '집착'이라고 말한다.


제42장 1 예수께서 가라사대, "방랑하는 자들이 되어라."(p104) <도마복음한글역주 3> 中

 

 52 추위와 더위, 굶주림, 갈증, 바람, 그리고 뜨거운 햇볕과 쇠파리와 뱀. 이러한 모든 것을 이겨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p30)... 16 우리들을 생존에 얽어매는 것은 집착이다. 그 집착을 조금도 갖지 않은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p19) <숫타니파타> 中


 <숫타니파타>에서는 집착을 버리기 위해 열심히 정진한 것을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도마복음>에서 방랑하는 자는 구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그치지말고, 나아갈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을 찾기 위해서 이처럼 나가야 하는가?


 61 '이것은 집착이구나. 이곳에는 즐거움도 상쾌함도 적고 괴로움뿐이다. 이것은 고기를 낚는 낚시이구나.' 이와 같이 깨닫고, 지혜로운 자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68 최고의 목표에 이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마음의 안일함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p33) <숫타니파타> 中 

 

 제2장 예수께서 가라사대, "구하는 자는 찾을 때까지 구함을 그치지 말지어다. 찾았을 때 그는 고통스러우리라. 고통스러울 때 그는 경이로우리라. 그리하면 그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되리라."(p133) <도마복음한글역주2> 中 


 <숫타니파타>에서는 '마음의 통일'이라는 경지를 얻기 위한 정진을, 그리고 <도마복음>에서는 '(아버지의)나라가 너희 안과 밖에 있음'을 발견할 것을 강조한다.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음'에서 '마음의 통일'의 의미를 찾는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224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그 어떤 부라 할지라도, 천상의 뛰어난 보배라 할지라도, 우리들의 완전한 스승에게 견줄만한 것은 없다. 이 뛰어난 보배는 눈 뜬 사람 안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서 행복하라.(p86)... 225 마음의 통일을 얻은 스승은 번뇌와 욕망과 죽음이 없는 경지에 도달한다. 그 이치와 견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뛰어난 보배는 그 이치 속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서 행복하라.(p87) <숫타니파타> 中


 제3장 진실로, 나라는 너희 안에 있고, 너희 밖에 있다. 너희가 너희 자신을 알 때 비로소 너희는 알려질 수 있으리라. 그리하면 너희는 너희가 곧 살아있는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 그러나, 너희가 너희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너희는 빈곤 속에 살게 되리라. 그리하면 너희 존재는 빈곤 그 자체이니라."(p157) <도마복음한글역주2> 中


 <숫타니파타>에서 '마음의 통일'을 강조하는 이유는 아마도 다음의 구절이 잘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피아(彼我)의 구별이 없는 통일된 상태에 이르렀을 때 모든 괴로움(苦)는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마음의 통일 상태에서 무상(無常), 무아(無我)임을 깨닫는다면, 일체개고(一切皆苦)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도마복음>에서의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음'도 이러한 의미는 아닐런지.

 

734 "모든 괴로움은 식별 작용으로 인해 일어난다. 식별 작용이 없어지면 괴로움은 생길 수 없다. 735 괴로움은 식별 작용에 의해 생긴다는 것을 알아 식별 작용을 고요히 가라앉힌 수행자는, 쾌락에서 벗어나 평안에 이르게 된다.(p255) <숫타니파타> 中


 그렇다면, 이러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숫타니파타>에서는 이를 윤회를 넘어선 자, '바라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하였고, <도마복음>에서는 이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순환적인 불교의 시간관과 직선적인 기독교의 시간관은 비록 다르지만, 끝까지 나아감을 통해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여겨진다.


 519 "사비야여, 모든 악을 물리치고 때묻지 않고, 마음을 잘 가라앉혀 스스로 안정시키며, 윤회를 넘어서 완전한 자가 되어 걸림이 없는 사람, 그를 '바라문'이라 합니다. 520 절대 평화의 세계에 들어가 선과 악을 버리고 때묻지 않으며,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알고 생과 사를 초월한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사문'입니다.(p184) <숫타니파타> 中


 제70장 1 예수께서 가라사대, "만약 너희가 너희 내면에 있는 것을 끊임없이 산출해낸다면, 너희가 가지고 있는 그것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2 만약 너희가 그것을 너희 내면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너희가 너희 내면에 가지고 있지 못한 그 상태가 너희를 죽이리라."(p214) <도마복음한글역주 3> 中


 <숫타니파타>와 <도마복음> 속의 말씀을 이처럼 조합하다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별이 없는 상태에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중단없이 용맹정진하며, 미련을 가지지말고 혼자서 방랑하는 고독한 삶을 살아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분명 놓친 부분이 있을 것이고 비약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가장 큰 종교의 가르침 속에서 공통 분모(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있다는 사실은, 종교간 대립이 심해지고 있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된다. <숫타니파타>와 <도마복음> 속에서 옛 성인(聖人)의 가르침을 확인하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PS. <도마복음>에서 말하고 있는 '비어있는 동이를 이고 간 여인'은 자신의 동이가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제97장 1 예수께서 가라사대, "아버지의 나라는 밀가루를 가득 채운 동이를 이고 가는 한 여인과도 같다. 2 그녀가 먼 길을 걸어가는 동안, 이고 가는 동이의 손잡이가 깨져서, 밀가루가 새어나와 그녀가 가는 길가에 흩날려 뿌려졌다. 3 그러나 그녀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는 문제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4 그 여인이 집에 당도했을 때, 그녀는 그 동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것이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다."(p302) <도마복음한글역주 3> 中


766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 욕망을 이루면, 그는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기 때문에 기뻐한다. 767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 욕망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 그는 화살에 맞은 사람처럼 괴로워하고 번민한다. 771 그래서 사람은 항상 바른 생각을 지키고 모든 욕망을 피해야 한다. 배에 스며든 물을 퍼내듯이, 욕망을 버리고 거센 강을 건너 피안에 도달한 사람이 되라.(p271) <숫타니파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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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9-16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천년 전의 기록이 지금까지 전해오는 것, 그리고 지금 읽어도 의미를 생각해야 할 내용이 있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시기보다 많이 달라졌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들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호랑이님, 편안한 일요일 저녁시간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9-16 21:28   좋아요 1 | URL
시간이 흘러 옛날과 많은 것이 바뀌어도 근원적인 것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서니데이님 남은 일요일 밤 잘 마무리 하세요!^^:)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 구호 현장에서 쓴 생생한 기록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11
케이트 에번스 지음, 황승구 옮김 / 푸른지식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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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은 난민들이 영국에 가기 전 머물던 프랑스 칼레(Calais)의 난민촌 정글(jungle)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영국인인 저자는 자원봉사자로서 구호품을 배급과 그림 등을 통해 난민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을 깊이 이해하는데, 이는 단순한 인도주의에서 나오는 감정만은 아니다. 자신의 나라가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난민들이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감과 속죄의식 또한 저자의 행동 동기가 되었음을 책 곳곳에서 확인하게 된다. 이때문일까. 이 책은 난민에 의해 씌여진 책보다 오히려 더 절박하게 다가온다.

 

 지금부터 난민을 홍수에 비유해보자. 수백만  파운드의 비용을 들여 칼레에 울타리를 치고 감시는 강화하는 일은 물이 흐르는 개수대를 마개로 틀어막는 일과 같다. 하지만 물은 계속 흘러들어온다. 영국으로. 왜 그럴까? 아마 영어를 쓰는 나라여서 소통이 쉽고, 영국이 공정하고 관대할 것이라는(아마도 잘못된)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난민들은 눈 앞에서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아픔이 있다. 그래서 영국에 사는 친인척과 재회하려는 마음이 더 간절한 것 같다.

 

 물은 왜 넘치게 되었을까? 영국이 그들 땅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총을 쏘아댔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 무기를 팔아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잿더미가 된 나라에서 극단적인 종교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와 탈레반이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이들은 미친듯이 또 다른 사냥감을 찾아다닌다. 당신에게 어린아이가 있다고 상상해보라. 전 세계 난민의 절반이 아이들이다. 당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 전쟁이 터졌다. 정부가 도시에 폭탄을 투하하고, 내일이면 테러단이 마을을 덮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부모가 떠나지 않겠는가?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中

 

 칼레에 건설된 난민촌 '정글'은 결국 2016년 10월 프랑스 당국에 의해 폐쇄된다. 그리고, 동시에 약 1만명에 달하는 난민들은 고통과 절망에 빠진 채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책 속의 처참하게 묘사된 그림과 당시 사진 속에서 자연스럽게 로댕(François-Auguste-René Rodin, 1840 ~1917)의 유명한 조각 <칼레의 시민들 The Burghers of Calais>을 떠올리게 된다. 백년전쟁 당시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여섯 명의 시민들. 비록, 대의(大意)를 위해 자발적으로 희생하지만, 이 조각상에서는 이들의 절망과 고통이 그대로 느껴진다. '칼레의 시민'의 진실은 극화(劇化)된 부분이 많다고 하나, 모든 것을 빼앗긴 난민들의 심정은 이 조각상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진] 칼레의 시민들(출처: https://sites.google.com/site/adairarthistory/iv-later-europe-and-americas/119-the-burghers-of-calais-auguste-rodin)

 

 1347, 잉글랜드 도버와 가장 가까운 거리였던 프랑스의 해안도시 칼레는 다른 해안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거리상의 이점 덕분에 집중 공격을 받게 된다. 이들은 기근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1년여간 영국군에게 대항하나, 결국 항복을 선언하게 된다...에드워드 3세는 칼레의 시민들에게 다음의 조건을 내걸게 되었다. “모든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 그러나 시민들 중 6명을 뽑아와라. 그들을 칼레 시민 전체를 대신하여 처형하겠다.” 모든 시민들은 한편으론 기뻤으나 다른 한편으론 6명을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딱히 뽑기 힘드니 제비뽑기를 하자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상위 부유층 중 한 사람인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Eustache de Saint Pierre)'가 죽음을 자처하고 나서게 된다. 그 뒤로 고위관료, 상류층 등등이 직접 나서서 영국의 요구대로 목에 밧줄을 매고 자루옷을 입고 나오게 된다.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은 바로 이 순간을 묘사한 것이다.[출처 : 위키백과]

 

 결국, 칼레의 난민촌은 폐쇄되고, 거주하는 많은 난민들이 프랑스 당국에 의해 강제 등록되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던 영국이민의 꿈은 사라지게 되었다. (EU에서는 1997년 더블린 조약에 의해 난민이 최초로 발을 들인 국가에서 난민 신청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저자는 '봄의 씨앗'을 발견한다.

 

 2016년 3월 7일. 됭케르크 시장과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됭케르크에 엄청나게 개선된 새로운 캠프를 연다. 사생활이 보장된 가족 오두막집, 식료품이 잘 갖춰진 공동 부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난민 등록을 강요받지도 않는다. 진짜 보금자리도 아니고, 그들의 종착지도 아니지만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전보다 따뜻하고, 안전하며, 깨끗하다.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사진] 덩케르크 철수 (출처 : http://www.insight.co.kr/newsRead.php?ArtNo=113735)

 

 살고자 하는 난민들의 꿈이 '칼레의 시민들'처럼 무너졌다면, 1940년 5월 덩케르크 전투 (Battle of Dunkirk)가 벌어진 그곳에서 33만명의 연합군 병사들이 도버해협을 건넜을 때 가졌던 삶에 대한 간절함이 난민들을 통해 재현되고 있음을 책 속에서 발견하고 조금이나마 안도하게 된다. 이처럼 이 책은  유럽 난민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결코 남의 일이라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바로 얼마전까지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예멘 난민 문제의 경우에서처럼 이제는 우리도 난민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난민이 영국에 들어오면 영국이 과연 어떻게 될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영국에서 일하며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데도 난민들에게 밀려 의료보험 혜택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원하는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없다면 어떻겠는가? 난민은 그렇게 돕고 싶어하면서 왜 정작 자국민인 영국의 노숙자에게는 관심이 없는가?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여러 곳에서는 위와 같이 난민에 대해 적대적인 사람들의 목소리도 표현된다. 그리고, 난민들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에 대한 답(答)을 주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주장이기도 한 난민문제에 대해 잘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는 여러 면을 봐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입장, 난민의 입장, 그리고 인류의 입장. 자칫 주관에 휩쓸려 판단을 그르칠 수 있는 난민 문제에 대해, 이 책은 난민의 입장에서 우리에게 생각할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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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3 09: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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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3 1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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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4 08: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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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4 08: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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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4 0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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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을 말하다
장 지글러 지음, 이현웅 옮김 / 갈라파고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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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을 말하다 Chemins d'esperance>는 유엔(UN)인권이사회 자문위원인 장 지글러(Jean Ziegler, 1934 ~ )이 내부에서 바라본 유엔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와 문제점, 그리고 저자의 UN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관한 이야기다. 


 이 세계가 겪은 가장 끔찍한 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어났다. 그 결과 6년 동안 5,700만명의 시민과 군인이 사망했고, 부상자, 장애인, 실종자가 수십만 명에 달했다. 유엔이 창설된 건 이러한 살육 때문이었다.(p112) <유엔을 말하다> 中


 1951년 7월 28일, 전 세계의 국가들은 난민의 지위와 관련된 협정, 이른바 '제네바 협약'을 승인했다. 이 협약에 의해, 새로운 보편적 인권인 보호권이 생겨났다. 자국에서 정치, 종교, 인종차별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은 누구나 국경을 넘어 외국 정부에 보호와 피신처 제공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것은 박탈할 수 없는 권리다. 그런데 유럽연합은 지금 이 협약을 폐지하려 한다.(p57) <유엔을 말하다> 中


  2차 대전의 참상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엔. 저자가 생각하고 있는 유엔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하나는 과거보다 거대해진 금융자본의 힘이며, 다른 하나는 인권(人權)을 더이상 유엔이 지키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화와 거대화된 금융자본으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기아(飢兒)에 허덕이고 있음을 전작(前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유엔을 말하다>에서는 소득 불평등의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나아가 정치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인다.


 오늘날 번영을 누리는 벌처펀드는 부자는 힘이 세고 국가는 힘이 약하다는 사실을 왜곡된 방식으로 뚜렷이 보여준다. 세계화된 금융자본은 각국에 지지자와 하수인을 두고 있다.(p45)... 세계는 지옥 같은 악순환에 빠져 있다. 매우 부유한 사람과 극도로 가난한 익명의 대중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은 끊임없이 커지고 있다.(p52) <유엔을 말하다> 中


 세계화의 결과이자 소수 지배집단이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었던 특권적 수단은 '역외회사'다. '조세회피처', 곧 재산이나 수입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며 은폐되고 비밀스런 은행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에 등록된 이 기업은 대부분 불법적인 돈을 세탁하는 데 이용된다.(p350)... 탈세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재앙의 많은 부분에 책임이 있다.(p351) <유엔을 말하다> 中


 유엔은 미국의 재정과 협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국제기구다. 공짜가 없는 국제 정치에서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유엔을 원조하고, 이를 활용하고 있음은 더이상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문제다.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들의 거주지에서 탄압받고 쫓겨가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익을 위해 유엔은 결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어두운 현실 모습이다.


 유엔이라는 조직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다자 외교와 헨리 키신저의 제국주의적 이론은 상반된다. 하지만 유엔은 미국의 지지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중앙 행정기관 예산의 26퍼센트에 해당하는 100억 달러를 유엔에 매년 지원한다.(p153) <유엔을 말하다> 中


 미국은 이스라엘의 육해공군과 첩보 기관에 매년 약 30억 달러를 지원한다. 미국의 용병 국가인 이스라엘은 제국주의적 권력에 필수불가결한 기능을 맡는다. 미국은 세계 산업생산량의 25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 놀라운 기계를 먹여 살리는 것은 석유다. 극히 최근까지 미국은 그중 60퍼센트 조금 넘는 양을 수입에 의존했다... 미국으로서는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 반도의 군주국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략을 따라야 했고, 이 지역에서 미국 중심의 질서를 보장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이스라엘이다.(p163) <유엔을 말하다> 中


 현재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 거대 권력이 금융자본의 힘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결국 현재 유엔이 인권(人權)문제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결과라 여겨진다. 그런 면에서 금융자본문제와 인권 보장 문제는 별개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과제라 하겠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상임이사국의 전횡 속에서 유엔은 인류의 시급한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그 대가는 남반구의 가난한 지역에 사는 이들이 지불해야 했다.


 오늘날, 실질적인 정의는 의심의 여지없이 사라지고 있다. 인류 역사상 세계의 길 위에서 헤매는 피난민과 이주민의 수가 이토록 많았던 경우는 결코 없었다. 기아는 난민촌을 휩쓸고 있다. 사막과 건조한 초원이 경작 가능한 땅을 삼키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은 지금 건조한 땅으로 덮여 있다.(p117) <유엔을 말하다> 中


 금융자본에 의한 세계 지배와 약해진 국가 권력과 유엔.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기아와 난민 문제.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저자 장 지글러는 유엔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저자의 어둠 속에서 빛을 희망하는 마음을 <유엔을 말하다>를 통해 발견하게 된다.


 현재 소수 지배집단이 전파하는 신자유주의의 거짓말 때문에 이 세계에서 공동의 의식은 소외당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의식에는 모든 인간이 동일한 권리를 지닌다는 생각이 내재되어 있다... 타인에 대한 공포, 부정, 경멸이 전 세계에 더욱더 맹위를 떨칠수록, 신비하게도 희망은 더욱더 커진다. 사람들의 의식이 반기를 들 때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다시 시작할 때다.(p18) <유엔을 말하다> 中


 현재 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든 사회적 계층인 종교단체, 국가, 민족, 정치단체의 사회운동가, 조합, 연합단체, 비정부기구, 개인은 지금과 같은 세계 질서에 근본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동력은 동일성에 대한 의식이다.(p352)... 확실히 시민사회에도 모순은 있다. 그리고 진행되는 저항이 많다면 해결책도 불확실해진다. 하지만 국제적인 시민사회, 무엇보다 어떤 변혁을 거듭한 유엔이라는 무기를 갖춘 시민사회는 마침내 인간적이 된 세계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p353) <유엔을 말하다> 中


 저자는 <유엔을 말하다>를 통해 인권에 대한 보편적 인식과 문제의식이 현재의 어두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동시에, 그는 책 속에서 현재의 유엔이 진정한 국제기구로 거듭나기 위한 코피 아난(Kofi Atta Annan, 1938 ~ 2018) 전 유엔 사무총장의 개혁안을 소개하고 있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일종의 유언으로서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안을 내놓았다. 이 개혁안은 두 가지 주요한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이제부터 반인도적 범죄와 관련되는 모든 갈등 상황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국의 지위는 모든 국가가 교대로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p339) <유엔을 말하다> 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국의 지위 독점과 거부권에 대한 코피 아난의 개혁안은 비록 현재 상임 이사국들에 의해 거부되었지만, 우리는 이로부터 현재 유엔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사진]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출처: 한계레 신문)


 장 지글러의 <유엔을 말하다>에서는 위와 같이 현재 유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우리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세계 평화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가도 부가적으로 알게 된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PS. 이와 대조적으로 코피 아난 사무총장 후임인 반기문 사무총장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매우 냉혹하다. 미국의 조력자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통렬히 비판하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우리 역시 유엔에 많은 빚을 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선출된 일은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빈기문은 진지함과 냉소가 섞인 태도로 우리에게 말했다. "저는 미군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p156)... 미국으로서는 남한이라는 가신 家臣 같은 공화국 출신의 국민이라면 자신들에게 충성심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었다.(p158)... 특히 나는 친구이기도 했던 두 명의 협력자를 잃었다. 사무총장을 맡은 사람은 코피 아난에서 생명력 없는 엑스트라 같은 인물로 대체되었다.(p329)  <유엔을 말하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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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9-10 2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기문 전 사무총창 비판에 대해 한마디 거들면요... 그 오랜 기간 공적이 없는 것도 큰 공적이다...ㅎㅎ

겨울호랑이 2018-09-10 21:37   좋아요 3 | URL
그렇지요... 정말 공적이 없긴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나름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503과 함께 아프리카에 새마을 운동을 전파시키려 노력했다는 점은 노력의 함정이겠지만요...ㅜㅜ

2018-09-10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0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09-11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예전에 사놓고 아직도 먼지만 가득합니다 겨울호랑이님 덕에 한번 읽어봤음 싶은데~잘될지 ㅋ글 잘 읽고 갑니다 오늘도 건강하십시오^^

겨울호랑이 2018-09-11 09:30   좋아요 2 | URL
카알벨루치님께서는 평소 책을 많이 읽으시는데, 아직 먼지 쌓인 책이 있다는 것을 보면 정말 많은 책을 보유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카알벨루치님이라면 잠시 시간을 내시면 금방 읽으시리라 여겨집니다. 감사합니다. 선선한 좋은 가을 날 보내세요!

카알벨루치 2018-09-11 09:34   좋아요 1 | URL
읽고픈 책은 많고 머리는 안 따라주고 조급함보다는 느긋하게 즐기면서 읽어야하는게 젤 중요한 것 같아요 인생은 짧고 죽기전에 우린 세상의 모든 텍스트를 다 못 읽고 죽을것이니 하루하루 내 맘의 여유를 발견하고 읽고 깨닫고 쓰고 그리고 그렇게 살아진다면 그게 젤 큰 하루의 소확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9-11 10:03   좋아요 2 | URL
^^:) 맞는 말씀입니다. 오늘도 여유있는 하루 보내세요!

나와같다면 2018-09-11 2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nowhere man 어디에도 없는 사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2014년 한해만 우려감(concerns)을 140번 나타냈다

제가 화가나는 부분은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서 그에 합당한 일을 하지못했다는 점

겨울호랑이님 말씀대로 우리 역시 유엔에 많은 빚을 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겨울호랑이 2018-09-11 18:34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다... 저는 그의 영향력을 임기직전 대선 출마 여부로 시끄러울 때 겨우 느낄정도였으니, 전 세계 분쟁국 사람들과 난민들이 느낀 배신감과 무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2018-09-11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1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2 0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2 0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2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2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2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2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4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9-16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끔 겨호 님 글 읽으면서 놀라곤 하는 부분은 호기심의 광역입니다. 정말 다양한 분야를 좋아하십니다... 진정한 독서계의 달인이시란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연의는 그 유명한 뽀통령의 옆자리에 있으니 출세했군요... ㅎㅎ

겨울호랑이 2018-09-16 22: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곰곰발님. 제가 많이 몰라서 그저 이것저것 찾아보게 됩니다. 모르는 것이 많다보니, 더 찾아보게 되는 것은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네요. 자세히 보시면 사진에서 연의는 풍선껌을 불고 있습니다. 나름 뽀로로와 풍선껌 대결을 하는 진검승부(?)의 긴장감 넘치는 현장입니다.^^:)
 
도올의 도마복음한글역주 2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1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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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올의 도마복음 한글역주 2>(이하 도마복음 한글역주 2)는 도올 김용옥(檮杌 金容沃, 1948 ~ )교수가 본격적으로 <도마복음 Gospel According to Thomas>에 대해 풀이한 주석서다. <도마복음(토마스의 복음)>은 기독교 신약성경의 외경(外經)이고, 이 문헌은 1945년 나그함마디(Nag Hammadi)에서 발견된 최근 문서다. 때문에 이에 대한 통일된 해석보다는 수많은 해석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도마복음 한글역주 2>는 이들과는 또다른 차별화된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도마복음 한글역주2>는 저자가 자신의 전공인 동양철학 특히 노자(老子, BC 533 ? ~ ?)적 관점에서 <도마복음>을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도마복음>에 대한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저자의 <도마복음> 관련된 책은 총 3권이다. 그 중 도입에 해당하는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를 제외하고, 주석에 해당하는 <도마복음 한글역주>는 전체 2권으로 이루어져있다. <도마복음 한글역주 2>에서는 전체 114장 중에서 25장을 주석하고 있는데 나머지 89장을 분량이 비슷한 <도마복음 한글역주 3>에서 할당하였음을 생각해본다면, 저자는 <도마복음 한글역주 2>에서는 복음서에 대한 전체적인 틀을 잡는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도마복음>의 전체 틀은 무엇일까? 이번 리뷰에서는 그 줄기를 따라가 보고자 한다.


 1. 말씀의 해석과 영원한 생명


  <도마복음>의 1장에서는 말씀의 해석을 발견한 자는 죽음을 맛보지 않는다고 언급되어 있으며, 18장에서는 시작이 곧 종말이며, 여기에 서 있는 자들은 죽음을 맛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 <도마복음>에 의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말씀의 해석'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제1장 그리고 그가 말하였다. "이 말씀들의 해석을 발견하는 자는 누구든지 죽음을 맛보지 아니하리라."(p115)... 제18장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희가 시작을 발견하였느뇨? 그러하기 때문에 너희가 지금 종말을 구하고 있느뇨? 보아라! 시작이 있는 곳에 종말이 있을지니라. 시작에 서 있는 자여, 복되도다. 그이야말로 종말을 알 것이니, 그는 죽음을 맛보지 아니 하리라."(p319) <도마복음한글역주2> 中 


2. 말씀의 해석에 이르는 길 : 고통과 경이로움


 그렇지만, 말씀의 해석을 발견하는 것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끊임없는 정진을 통해 고통을 겪고 고통 속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말씀의 해석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에 그 길은 좁은 문으로 나가는 길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길은 다같이 갈 수 있는 길이 아닌 <숫타니파타>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처럼 실존적 고독을 통해서 이룰 수 있는 길인 것이다. 이런 고통을 통해 발견한 경이(驚異)는 무엇일까?


 제2장 예수께서 가라사대, "구하는 자는 찾을 때까지 구함을 그치지 말지어다. 찾았을 때 그는 고통스러우리라. 고통스러울 때 그는 경이로우리라. 그리하면 그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되리라."(p133) <도마복음한글역주2> 中 


 제16장 그들은 내가 이 땅위에 충돌을 던지러 온 줄을 알지 못한다. : 불과 칼과 싸움을 선사하노라. 한집에 다섯이 있게 될 때, 셋은 둘에, 둘은 셋에, 아비는 아들에게, 아들은 아비에게 대항할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리고 그들은 모두 각기 홀로 서게 되리라.(p307) <도마복음한글역주2> 中 


3. 말씀의 해석에 이르기 위한 하나됨


 <도마복음한글역주 2>에서는 다양한 주제가 다루어지지만, 제25장까지 반복되는 주제 중 하나는 '둘이 하나됨'이 아닐까 여겨진다. 시작이 있는 곳에 종말이 있고(18장), 나라가 너희 안과 밖에 있으며(3장), 남자와 여자가 하나된 자로서 존재할 때(22장), 비로소 그는 말씀의 해석을 발견을 위한 출발점에 설 수 있다.


 제3장 진실로, 나라는 너희 안에 있고, 너희 밖에 있다. 너희가 너희 자신을 알 때 비로소 너희는 알려질 수 있으리라. 그리하면 너희는 너희가 곧 살아있는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 그러나, 너희가 너희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너희는 빈곤 속에 살게 되리라. 그리하면 너희 존재는 빈곤 그 자체이니라."(p157) <도마복음한글역주2> 中


 제22장 "너희들이 둘을 하나로 만들 때, 그리고 너희들이 속을 겉과 같이 만들고, 또 겉을 속과 같이 만들고, 또 위를 아래와 같이 만들 때, 그리고 너희가 남자와 여자를 하나된 자로 만들어 남자가 남자 되지 아니 하고 여자가 여자 되지 아니할 때, 그리고 너희가 눈 있는 자리에 눈을 만들고, 손 있는 자리에 손을 만들고, 발 있는 자리에 발을 만들고, 모습 있는 자리에 모습을 만들 때, 비로소 너희는 나라에 들어가게 되리라."(p355)  <도마복음한글역주2> 中 


 <도마복음한글역주 2>에서는 안타깝게도 말씀의 해석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사실,  <도마복음> 전체에서 결코 '말씀의 해석'에 대해 결코 명료하게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아버지의 나라'로 끊임없이 은유될 뿐이다. '아버지 나라는 ~과 같다.' 뚜렷이 볼 수 없는 그리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그 길을 외롭게 가되, 자신의 영(靈)과 육(肉), 자신 내면의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를 통합시켰을 때 그는 비로소 시작점에 설 수 있음을 <도마복음한글역주 2>에서 저자는 밝히고 있다.


[그림] 아니마와 아니무스(출처 : http://toma.daretodonate.co/anima-animus/)


 제11장 너희가 죽은 것을 먹던 그날에는 너희는 죽은 것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었도다. 너희가 빛 속에 거하게 되었을 때는 과연 너희는 무엇을 할 것이냐? 너희가 하나였던 바로 그 날에 너희는 둘이 되었도다. 그러나 너희가 둘이 되었을 때 과연 너희는 무엇을 할 것이냐?"(p265) <도마복음한글역주2> 中


 <도마복음한글역주 2>에서는 이러한 큰 틀에서 <도마복음>을 해석한다. <도마복음>에 대한 해석을 성경(聖經)내에서만 찾지 않고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기존 신학(神學)의 관점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독자들은 느끼게 된다. 이러한 저자의 접근방법은 신선함과 낯섬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이 이 책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는 지점이라 여겨진다.


 책과 해석에 대한 판단은 독자 개인에게 맡겨두도록 하자. 저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도마복음>에 대한 해석을 3권에서 이어가는데, 남은 이야기는 <도마복음 한글역주 3>리뷰로 넘기도록 하며 리뷰를 갈무리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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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0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0 0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녁 무렵 아내 앞으로 3권의 아동 도서가 배달되었습니다. 연의 책인가 싶어 물어보니, 도서의 달을 맞아 유치원에서 읽을 책이라 합니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나의 자전거>, <이상한 손님>, <수영장 가는 날>은 어떤 책인지 아내와 함께 나눈 이야기를 이번 페이퍼에 정리해 봅니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면 무엇을 가져가야할까? <나의 자전거>는  자신의 자전거를 가지고 세상여행을 떠나는 아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할 물건들이 이 자전거 여행에 함께 하게 됩니다. 잠깐 맛을 보자면...

 

 내 자전거에는 목장도 있어. 우유를 짜서 달콤하고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만들 거야.

 

 <나의 자전거>를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함께 그 언젠가 어른들도 한번은 상상해봤던 과거를 돌이킬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책은 7세 아이들과 함께 할 예정입니다.

 

 <이상한 손님>은 <구름빵>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의 작품입니다. <구름빵>은 2차원의 종이 인형을 3차원으로 표현해서 아이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이상한 손님> 역시 단순하게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점토인형으로 장면을 구성했기 때문에 마치 애니메이션북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시각적으로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만 아내와 저 모두 공통적으로 느꼈던 부분이지만, 이야기 구성의 치밀함은 뛰어난 시각 효과에 미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개연성이 부족한 느낌이랄까요. 다소 아쉬운 느낌이 들었던 이 책은 6세 아이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랍니다. 6세 아이들 중 남자 아이들이 다수 있는데, 도깨비, 달걀 귀신 등 신비아파트 시리즈를 좋아하는 아이들인만큼 나름 만족할 것이라 여겨지네요.

 

  <수영장 가는 날>은 수영을 싫어하는 어느 아이의 성장기입니다. 새롭게 수영을 시작하는 아이가 처음 시작하는 수영에 두려움을 느끼다가 점차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 편안하게 진행됩니다. 표지에는 얼굴을 찡그리며 수영장 밖에서 서성이는 아이가 있지만, 이야기가 끝나는 뒷날개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수영을 즐기는 모습으로 마무리 됩니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한, 이 책은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부모들이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름이 끝나가는 요즘이라 인기가 덜 할 듯 하지만, 이 책은 5세 아이들과 읽어주실 부모님과 함께 할 예정입니다.

 

 독서의 달을 맞아 <나의 자전거>를 통해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이상한 손님>을 통해서 환상과 신비로운 세상을, <수영장 가는 날>을 통해서 성장하는 기쁨을 유치원 아이들 모두가 느끼길 바라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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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7 0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7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9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9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9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