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든북스 Wooden Books는 자연의 질서와 패턴에 관해 서술한 작은 책 10권으로 구성된 전집이다. 작지만 알찬 내용이 담긴 이 전집에서 필립 볼 박사의 형태학 3부작과 관련된 내용이 이번 페이퍼의 주제다. 우든 북스 전체 10권 중 직간접적으로 3부작과 연관된 내용은 <대칭성, 질서의 원리 Symmetry : The Ordering Principle>, <황금분할 The Golden Section>,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Li : Dynacmic Form in nature>, <하모노그래프 Harmonograph>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대칭성'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대칭성은 항상 분류, 범주화 그리고 관찰되는 규칙성과 관련이 있다. 대칭성은 제약이다. 그러나 대칭성 자체는 제약되어 있지 않다. 즉 대칭성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곳은 없다. 게다가 대칭성 원리는 평온, 즉 시끌벅적한 세상을 초월한 고요함의 특성이 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항상 변화, 소란, 운동과 관련되어 있다.(p7)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대칭성, 질서의 원리>에서는 대칭성을 설명할 때, 회전과 반사를 통한 합동성과 주기성의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360도의 각도 내에서 몇 번의 회전을 통해 동일한 모양이 나타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패턴이 나타나는데 일정한 규칙성이 존재하는가가 대칭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대칭성을 보이는 수많은 다양한 대상들이 가진 공통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먼저 합동성과 주기성의 개념부터 이해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칭적 대상은 어떤 형태로든 이런 성질이 있으며 이런 성질이 빠지면 대칭성이 축소되거나 사라진다.(p8)... 대칭성을 표현하는 또 다른 두 가지 기본적인 방식이 있다. 회전과 반사가 그것이다. 이런 대칭성의 방식들은 합동이라는 개념을 이용한다.(p10)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사진] 대칭성(출처 :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규칙성을 것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강한 핵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중력) 중에서 가장 약한 힘인 중력(gravity)이다. 비록 약한 힘이지만, 중력에 의해 만들어진 규칙에 적용되는 법칙은 엔트로피(entropie) 최소화 법칙이고, 이로 인해 생명체는 생명을 영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생명체들을 모두 가이아(Gaia)에게 빚을 지고 있는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대칭적인 규칙성은 한 가지 주된 힘에 의해 만들어졌다. 즉 표면장력에 의해 만들어진 물방울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모두 중력(중력 역시 구형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에 의해 모양이 만들어졌다.... 실질적으로 구(球)는 주어진 부피당 표면적이 가장 작으며, 이 때문에 많은 과일들이 구형을 하고 있다. 또 구는 어느 쪽에서 봐도 동일한 모양이기 때문에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가장 자연스런 형태이다.(p18)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구형 물체를 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들을 삼각형 또는 사각형으로 배열하는 것이다. 이런 배치는 분명 공간을 규칙적으로 분할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과일을 이 가운데 어떤 패턴으로 배열하든지 두 번째 층을 첫 번째 층에 생긴 틈 이외의 곳에 쌓기는 쉽지 않다. 글자 그대로 최소 에너지를 가진 패턴만이 남게 된다.(p22)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그렇다면, 삼각형 또는 사각형으로 배열된 물체들은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칭성은 제약이 없다'는 말처럼 이들이 서로간 관계를 맺는 구조 자체는 차라리 무질서에 가깝지만, 이러한 '무질서'가 반복되면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 진다. 프랙털(fractal)이라 부르는 기하학 구조에서 우리는 부분과 전체 사이의 '자기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많은 자연적인 형성물들은 이들이 고도로 복잡하고 불규칙하게 보일지라도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통계적인 자기유사성을 지고 있다. 이것은 광범위한 스케일에 걸쳐,또는 프랙털의 정도를 정확히 측정했을 때 이들이 같게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학에서 많은 종류의 프랙털들은 크기에 제약을 받지 않으며 이론적으로 무한대의 크기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 특히 환경 적응이 목적인 생물들에 있어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p40)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사진] 매력적인 프랙털(출처: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모든 종류의 형태는 구성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이루어지며, 이것들이 해체되면 궁극적으로 형태는 스러진다.(p10)... 관련 없는 형태들 사이의 유사성은 거시에서 미시에 이르는 모든 크기 규모에서 나타난다. 이것은 유사성이라는 특성이 자연이 가진 근본적 속성이라는 사실에 대한 또 하나의 증거가 된다.(p12)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中


 이러한 프랙털 구조를 우리는 일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구조를 동양(東洋)에서는 '이 理'라 부른다. 반(反) 엔트로피의 결과로 나타난 '이'는 '자연 自然 스스로 그러하다'으로 해석되는데, '이'를 통해서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 理'는 지형을 창조하는 힘처럼, 창조와 파괴의 과정에 깊이 연루되어 있지만 본질적으로 창조적이거나 파괴적이지는 않다. 다만 그러한 뿐이다.(p24)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中


[사진] 잔금(출처 :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中)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도자기 표면에 생긴 잔금에 미적 가치를 두었으나 서구에서는 그것을 잘못된 결함, 즉 문제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두 세계의 가치관이 얼마나 다른지 말해준다... 모든 잔금은 축적되어 있던 스트레스가 분출되어 나가는 통로, 곧 힘이 가는 선이라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인식하는 동양문화에서 잔금을 매력적으로 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p26)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中 


 또한, <도덕경 道德經>40장 에서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만물은 유에서 살고 유는 무에서 산다)는 구절을 연상시키는 다음의 설명을 통해 우리는 질서와 무질서가 만들어내는 균형을 '경계'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무질서라는 질서' 또는 '질서 라는 무질서'가 만들어 내는 세계는 일정 비율로 반복되기에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이른바 황금 비율이라 불리는 미(美)의 공식을 통해 예술가들은 아름다움을 표현해 왔다.

 

 자연은 증가하고 감퇴하는 주기와 리듬에 따라 고동친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상승하는 길과 하강하는 길은 같다"고 말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별은 내파할 때가 많고, 생명의 질서정연한 조직이 만들어 내는 음의 엔트로피는 무질서와 죽음이 만들어내는 양의 엔트로피로 상쇄된다. 카오스(Chaos 혼돈) 이론에서는 황금분할이 카오스 경계를 설정한다고 한다. 질서가 무질서로 옮아가고, 무질서에서 질서가 나오는 경계이다.(p28) <황금분할> 中


 전체와 부분의 결합은 비례적 대칭을 통해 우아하게 결합된다. 특히 황금분할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이 단순한 분할은 자연을 움직이는 추동력인 듯하다. 자연으로 하여금 프랙털화를 통해 자기 닮음성을 지닌 부분들을 만들어내고 황금각과 피보나치 수로 이뤄진 나선을 그리며 성장하게 한다.(p32) <황금분할> 中


[사진] 황금대칭(출처 : <황금분할> 中)


 형태학 3부작에서는 대칭과 패턴 그리고 이들이 빚어낸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공간 space'으로 한정되지만, 우든 북스에서는 한걸음 더 들어간다. 우든 북스 중의 <하모노그래프>에서는 음악(music)의 화음(和音)-불협화음(不協和音)의 관계 안에서 시간(time) 속에서의 엔트로피 법칙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는 더 깊은 이야기를 넓은 범위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음계는 어떻게 구성될까? 현을 튕길 때 나는 소리를 잘 들어보면 으뜸음뿐만 아니라 여러 음이 복합된 배음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음악가들은 한 옥타브 안에서 조화음을 만들기 위해 배음보다 조금 가까이 있는 음정들이 필요하다. 알렉산더 포프는 "이해할 수 없는 온갖 불협화음"이라고 했다.... 불협화음이 증가함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악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줄어든다.(p14) <하모노그래프> 中


 영국의 과학자인 아서 에딩턴(1882 ~ 1944)은 변할 수 없는 변화의 방향을 시간의 비대칭성(과거-현재-미래)과 연계하여 '시간의 화살'이라는 그림으로 생생하게 나타냈다... 변하지 않는 물리법칙과 시간의 화살이 연계되면 세상은 놀랍도록 복잡하고, 다양하고, 아름답게 변한다.... '고립계'인 우주는 최대의 비평형상태로부터 빅뱅을 통해 어둡고 차가운 평형상태를 향해 나가고 있다. 시작과 끝 사이에서는 구조를 만들어낵 사건을 유발할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가 '쓸모없는' 에너지로 변환되는 변화가 계속해서 일어난다.(p27) <하모노그래프> 中


[사진] 시간의 화살(출처 : <하모노그래프>中)


 시간(Time) 예술인 음악 속에서 대칭성을 찾으면서 우리는 최종적으로 시공간(時空間 space-time) 속에서 대칭성을 논의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우든북스에서 다루는 내용이 짧지만, 대칭성의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더 깊게 들어간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로부터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 역시 크게는 대칭성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대칭성은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의 중심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마도 이런 점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4가지 힘을 하나로 설명하기 위한 통일장이론((grand unified theory)을 도출하기 위해 그처럼 애쓰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물리법칙들은 정상적인 공간의 모든 부분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평행이동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 또 평행이동 대칭성은 근원적으로 운동량보존법칙의 결과로 나타난다. 또한 물리법칙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다. 이것은 시간의 평행이동에 대해 대칭적임을 의미한다. 이 경우 또 다른 보존법칙인 에너지 보존법칙을 얻을 수 있다.(p50)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우든북스 각 권의 책들은 매우 얇고 절반이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쉽게 보이지만, 이처럼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각각 별개의 주제로 이루어진 듯한 각 권들을 형태학 3부작의 내용과 연계시켰을 때 보다 선명하게 주제가 들어옴을 느꼈는데, 아마도 이런 경우를 두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을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전체와 공명할 방법을 제공하고, 자기 청제성을 차근차근 더 넓게 펼쳐나가서 마침내 '하나'로 귀환하는 길을 밟게 해준다. 이 심오한 자연의 암호와 우리 자신을 연결하여 공명하는 것, 그리하여 세상을, 그리고 균형 잡힌 형상과 최고의 황금 표준들과 우리의 관계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인류의 의무다.(p56) <황금분할> 中


 조금 뜬금없지만, 개인적으로 위의 구절을 읽으며 스피노자(Benedictus de Spinoza, 1632 ~ 1677)의 범신론(凡神論)과 영원의 상하 sub specie aeternitatis가 연상되었는데, 아마도, 어제 <스피노자 선집>을 읽어서 그런 것만 같지는 않다. 구체적으로 그 이유에 대해서는 <스피노자 선집>리뷰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고 읽기 지루한 이 페이퍼는 이만 줄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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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7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7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9-01-27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재미있는데요. 이 책에는 이런 사진들이 나오는 거군요.
잘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9-01-27 22:53   좋아요 1 | URL
우든북스 책이 시각적인 내용이 많아 굳이 글을 읽지 않더라도 시각적으로도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편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19-01-28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공 냄새가 풀풀 납니당~~

겨울호랑이 2019-01-28 13:23   좋아요 1 | URL
전공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읽는 희은수네 2019-03-27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구입 전 리뷰를 보는 편인데 독서력이나 필력이 부럽습니다.전 자꾸 잊어버리고 글쓰기도 점점 더 어려워지는듯.잘 읽었어요^^

겨울호랑이 2019-03-27 10:31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읽는 희은수네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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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 서간집」저자 강의가 오후에 있어 미리 훑어본 자료를 올려 봅니다. 강의 후 내용 정리와 함께 본문에 대한 리뷰를 올릴 계획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이해가 되어야할텐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추운 주말이지만, 이웃분들 모두 건강한 하루 되세요!






스피노자의 사상은 요컨대 철학적 논의에 막대한 양분을 제공 하는 유신론과 무신론의 논쟁이라는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이 논쟁은 형이상학과 더불어 윤리학, 즉 삶의 구체적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피상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p428)

 스피노자가 인정하는 신의 개념은 어떠한 것인가? 그의 신은 인격신이 아니다. 목적성을 가진 창조, 혹은 무로부터의창조(creatio ex nihilo)는 인격신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지성을 통해 창조할 세계를 구상하고 의지와 힘을 통해 세계를 현존케 하는 신 개념을 필요로 하는 것이 창조이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인격신 개념에서 신 안에서의 간극과 결여 및 불완전성을 보고 있기 때문에 세계가 지성에 의해 미리 구상되고 의지나 힘에 의해 나중에 실현되는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p439)

이 세계는 여러 세계들 가운데 선택된 세계가 아니라 유일한 전체일 뿐이다. 이 세계는 어떤 지성에 의해 미리 생각되고 창조된 것이 아니라, 계획과 실현 간의 그 어떠한 간극도 없이 그 자체로 영원으로부터 존재하는 것이다. 신이 바로 이 세계이다.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 을 표현하는 "신 즉 자연(Deus sive Natura)"이 바로 이런 의미이다. 자연이라는 자연주의적 존재론을 확립하고 인간이 행복에 이르는 길을 이 존재론의 토대 위에 그리는 것이 스피노자 윤리학의 골자이다.

인간의 본질은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려는 욕망이다. 스피노자의 윤리학은 욕망의 윤리학이다. 존재를 보존하고 완전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현존자의 유일한 규범이고 목표이다. 원초적 힘과 욕망이 인간의 근본을 이룬다. 이런 근원적 존재 보존 노력이, 스피노자가 코나투스(conatus)라 명명하는 인간의 본질이다. 욕망은 본질적으로 힘의 증진, 더 큰 완전성의 획득, 즉 기쁨으로 향한다.(p441)

스피노자의 욕망의 윤리학은 실존적이고 행복주의이다. 욕망의 윤리학은 인식이고 여정이며, 구조이고 지혜이며, 엄격함이고 기쁨이다. 욕망의 완성은 완전한 기쁨이며 극도의 존재 의식이다. 이런 욕망의 여정은 지극히 험준하지만 도달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모든 고귀한 것은 드문 만큼 어려운 것이다. (Sed omniapraeclara tam difficilia, quam rara sunt.)(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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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6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6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7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7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9-01-26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간집이라해서 한번 읽어볼까 하다가.. 당시는 편지에 논문 수준의 글을 써서 보냈다니,
포기했습니다. 입문서부터 봐야 할 처지라..
나중에 좋은 글 올려주세요.

겨울호랑이 2019-01-26 13:48   좋아요 1 | URL
제가 보기에는 그래도 「에티카」보다는 읽기 편한 것 같습니다. 다른 입문서는 못 읽어봤지만, 스피노자 철학 분위기를 익히기에는 좋은 책이라 여겨집니다. 제 생각으로는 포스트잇님께서 지금 바로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지 - 형태들을 연결하는 관계 필립 볼 형태학 3부작
필립 볼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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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랙탈 차원(fractal dimension)은 가지들이 얼마나 빽빽하게 들어찼는지 측정하는 척도다.(p59)... 확대 수준이 달라도, 즉 척도가 변해도 같은 형태가 계속 등장하는 성질을 가리켜 척도 불변성(scale invariance)이라고 한다. 더 느슨한 표현으로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라고 한다. 척도 불변성 때문에 프랙탈 형태에는 경계가 없다.(p68) <가지> 中


[사진] 시에르핀스키 삼각형( 출처 : 위키백과)


 필립 볼(Philip Ball)의 형태학 3부작의 마지막은 <가지 Branches>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는 프랙탈 차원을 만나게 된다. 일부 작은 조각이 전체와 비슷한 기하학 구조를 갖는다는 의미의 프랙탈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유사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기 유사성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지>에서는 이에 대한 해답을 엔트로피(Entropie)에서 찾는다. 


 확산을 통한 응집(DLA, diffusion-limited aggregation)모형에서 성장 불안정성 때문에 가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응집체 표면에서 돋아난 작은 돌기는 주변의 평평한 지점들보다 새로운 입자를 더빨리 끌어들이므로, 점점 더 높게 자라난다. 또한 돌기 자체에도 무작위적으로 울퉁불퉁한 부분이 있을 테니, 그곳에서 또 손가락이 돋는다. 결국 덩어리는 가지들이 뻑뻑하게 뻗은 모양이 된다.(p57) <가지> 中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법칙은 형태학 3부작에서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인데, <가지>에서도 엔트로피를 통해 프랙탈 구조를 갖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본문에서는 강(江) 지류의 프랙탈 구조를 통해 강(물의 흐름)이 에너지 확산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했으며,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프랙탈 구조를 가지게 되었음을 말한다.


 1960년대에 레오폴드(Runa Bergere Leopold, 1915 ~ 2006)와 동료들도 유역 패턴을 분석해, 하천망의 구조는 물의 흐름으로 인한 함의 지출을 가급적 줄이려는 경향성과 흐름을 계 전반에 비교적 균일하게 분포시키려는 경향성이라는 두 상반된 성질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이 이루어진 결과라고 주장했던 것이다.(p154)... 로드리게스이투르베(Ignacio Rodriguez-Iturbe, 1942 ~ )의 최소화 원칙에 따르면, 망은 에너지의 확산 속도가 가급적 작아지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로드리게스이투르베와 동료들은 이렇듯 실현 가능한 여러 해법들의 집합에 '최적 수로망(optimal channel network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결과는 흐름과 침식으로 인한 에너지 확산을 가급적 줄이려 한다는 규칙이 실제 망의 형태를 좌우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p155) <가지> 中


[사진] 나일강 삼각주(출처 : 위키백과)


 일부 학자들은 강의 흐름에서 발견되는 프랙탈 구조를 수학 법칙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학 법칙은 강과 같은 자연 현상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강의 지류 수를 추정할 때 활용되는 멱함수는 동시에, 생명체의 심장 박동 수와 체질량의 크기를 설명하는 함수이기도 하다. 이후 <가지>에서는 프랙탈에 대한 논의를 자연에서 인간으로 확장시키게 된다.


 로버트 엘머 호턴(Robert Elmer Horton, 1875 ~ 1945)은 하천 차수에 수학적 규칭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호턴은 수학적으로 차수가 n인 하천의 수는 상수 C의 n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2차 하천의 수는 C의 2승(昇)분의 1에 비례하고, 3차 하천의 수는 C의 3승분의 1에 비례한다. 이것은 멱함수 법칙, 다른 말로 축척 법칙(scaling law)에 해당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어느 차수의 하천 수는 다음 차수의 하천 수에 일정 상수를 곱한 값이다.(p144)... 이런 축척 법칙들은 유역망에 프랙탈적 자기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을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p145) <가지> 中


 작은 생물은 큰 생물보다 심장 박동이 빠르다. 아기의 심장은 어른보다 빨리 뛰고, 새처럼 작은 생물은 그보다 더 빨리 뛴다. 심장 박동과 체질량의 이런 관계는 정확한 수학 공식으로 표현되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멱함수 법칙, 즉 축척 법칙이었다. 아주 다양한 종류의 생물에서 심장 박동은 체질량의 4분의 1제곱에 반비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p189)... 생물의 대사 속도, 즉 에너지 소비 속도는 체질량의 4분의 3제곱에 비례한다. 작은 생물일수록 무게당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p190) <가지> 中


 <가지>에서는 강에서 시작된 프랙탈에 대한 논의를 생명체로 옮기고, 한 단계 나아가 인간과 문명에 대한 설명으로까지 확장시킨다. 최종적으로 인터넷(Internet) 망 구조에까지 이어지는 프랙탈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다보면, 프랙탈은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가 되버린다. 


 호수 바닥에서 진흙이 말라붙을 때, 캔버스나 나무에 칠해진 페인트와 광택제가 마를 때, 도자기에 칠해진 유약이 딱딱하게 낡아갈 때를 생각해보자. 이때 갈라지는 층은 한쪽 면은 고정되어 있지만 반대쪽 면은 공기에 자유롭게 노출되어 있다.(p130)... 이 과정은 도시에서 기존 도로들 사이에 새 도로가 나는 과정과도 얼추 비슷하다. 이 균열 패턴이 도로망과 비슷하게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특히 계획가의 고차원적 전망 없이 자발적으로 도로가 놓인 오래된 도시에서 이런 패턴이 확연하다.(p132)<가지> 中


 자연발생적인 도시(都市 city)의 형태가 프랙탈 구조를 띄고 있음을 설명하는 본문의 내용을 통해 도시계획(都市計劃 urban planning)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깨닫게 된다. 부분과 전체가 자기유사성을 갖는다는 프랙탈 구조를 통해,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로서의 인간(人間)에 대한 고려가 없는 도시는 결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문명은 이처럼 중앙의 계획 없이 시간에 따라 진화하는 복잡한 망을 다양하게 만들어 냈다. 도로망과 도시의 거리들이 그렇고, 전 세계의 공항과 항구를 연결하는 통상과 여행의 그물망이 그러다. 기술적 인공물 중에서 복잡한 망으로 인식된 첫 사례는 전화망이었지만, 통신의 상호 연결성을 진정으로 부각시킨 망은 인터넷이었다.(p205)<가지> 中


 이와 같이, <가지>는 엔트로피 법칙과 프랙탈 구조를 자연과 문명 전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가지>의 내용을 요약하면, 에너지 확산을 막기 위한 반작용으로 생명체(또는 생태계)는 이를 최소화하는 구조로 진화해왔으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프랙탈 구조가 그 결과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학(數學)을 사용하지 않고 형태학을 설명한 <가지>는 형태학 입문서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느낌을 마지막으로 이번 리뷰를 마친다.


[사진] 서울의 변천사(출처 : ww.epoch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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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5 11: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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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5 1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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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9-02-04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립 볼 형태학3부작을 사두고는 읽지 않았습니다만, 겨울호랑이님 글을 통해서 책의 훌륭함을 맛보고 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9-02-04 20:10   좋아요 1 | URL
우향님 감사합니다. 시간 되실 때 직접 읽으신다면 더 즐거운 독서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우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雨香 2019-02-05 20:4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모든 부모들이 알지만, 쉽게 실천하기는 어려운 아이들의 놀이. 키즈카페에서 아이들끼리 놀게 내버려두고 자신은 스마트폰을 하며 같은 공간에서 다른 세계를 사는 부모들에게, 특히 아빠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 책의 내용대로 아이들의 뜻대로 부모들이 맞춰가며 노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우려되는 지점은 ‘~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놀이가 전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저 아이의 웃음이 좋아서 함께하는 부모의 마음가짐과 자세가 놀이보다 먼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놀이의 반란」은 책을 읽으며 놀이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아이들과 베개싸움을 하라는 것이 책의 주제인만큼, 스마트폰으로 쓰는 이 리뷰도 여기서 마무리짓는다.

ps. 이 책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줄인다면, ‘laissez- faire‘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놀이가 아이에게는 ‘나‘라는 개념이 잡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놀이 시간에 자꾸 무언가를 교육하고 촉지하려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발달을 위해 부모가 놀이에 적극 개입하는 것. 그것이 오히려 아이의 발달을 부모가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p60)

아이들의 공격성이나 넘치는 에너지를 엄마는 감당하기 어렵다. 때문에 자꾸 눌러놓거나 하지 말라고 혼을 내는 것으로 막게 된다. 아이들은 이러한 생활의 반복으로 자신의 감정을 발산하지 못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더 공격적이 되거나 난폭해지는 행동유형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아빠와의 놀이는 중요하다. 아이의 감정조절이나 분노조절 등을 아빠와의 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빠와 살을 맞대고, 에너지를 쏟고, 땀을 흘리며 하는 놀이는 아빠와의 친밀감을 높여주기도 한다.(p113)

놀이는 어디까지나 놀이여야 한다. 놀이를 통해 영어나
배우고, 연산법칙의 원리를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 스스로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자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는 놀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때문에 그 자연스러운 욕구를 반드시 풀어줘야 한다.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행복한 아이들의 삶이다.(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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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2 18: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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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2 2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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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5 1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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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5 16: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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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5 19: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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