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 시한부 농성 중인 신부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또 그 신부들 뒤에는 수녀들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연행하려는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습니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1987년 6월 13일 밤 경찰력 투입을 통보하러 온 경찰 고위 관계자에게) [출처 : 연합뉴스]

얼마 전 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년을 보내며, 진정으로 가슴 아픈 일은 한 어른과의 이별이 아니라, 그 어른이 가신 빈 자리를 아직까지도 채우지 못한 한국천주교회의 현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5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2-24 0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4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2-24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정 시대의 어른이라 부를 만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에 비하면 종로에 등장하시는 분
들은 정말... 부끄럽습니다.

겨울호랑이 2019-02-24 19:21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2009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원로이신 김수환 추기경님, 법정 스님, 김대중 대통령 님 등 여러 분이 계셨고, 친근한 아버지 같은 노무현 대통령도 계셨는데, 한 해 동안 모두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분들의 빈 자리가 아직까지 크게 느껴지네요...

2019-02-25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5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5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6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2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2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4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버트런드 러셀(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 1872 ~ 1970)의 <수리철학의 기초 Introduction to Mathematical Philosophy>는 제목 그대로 화이트 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 ~ 1947)와 함께 만든 <수학 원리 Principia Mathematica> 입문서다. 수학을 기호논리학을 통해 재구성한 <수학 원리>처럼 이 책은 주로 집합론(集合論, set theory)과 논리학을 연계하여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이 페이퍼에서는 이를 알아보려 한다. 러셀의 주장을 들어보기 전 우리는 먼저 다른 수학자를 만나야 하는데, 그는 바로 칸토어(Georg Ferdinand Ludwig Philipp Cantor, 1845 ~ 1918)다.  

 

 칸토어는 두 집합 A와 B사이에 전단사함수(bijection)가 존재하면 그들의 크기, 즉 "기수(cardinality)가 같다"라고 정의했다. 이는 A의 원소와 B의 원소 사이에 일대일대응(one-to-one correspondence)이 있다는 뜻이다. 만일 A와 B 사이에 전단사함수가 존재하지 않고 A와 B의 부분집합 사이에 전단사함수가 있으면 'A는 B보다 기수가 작다'라고 한다. 결국 칸토어가 보인 것은 모든 대수적 수의 집합의 기수가 모든 실수의집합의 기수보다 작다는 것이었다.(p1013)... 칸토어는 각각의 닫힌 집합(closed set)에 대해 Xα = Xα+1을  만족하는 가산 순서수 α가 있음을 증명했다.(p1013) <The Princeton companion to Mathematics 1> 中


 집합론에 선구적인 업적을 쌓은 칸토어의 업적은 '적어도 둘 이상의 다른 종류의 무한 집합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사실과 '초한기수'의 도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자연수 [0,1] 사이에 있는 소수의 개수와 { 1,2,3,4....n,,,}과 같은 집합은 둘 다 무한 집합이다. 이처럼 무한 집합은 무수히 많이 정의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쉽게 알 수 있지만, '초한기수 transfinite cardinal number'라는 개념을 알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저자의 설명을 보자.


 

귀납적 수와 이 새로운 수 사이에서 가장 뚜렷하고 놀라운 차이점은 이 새로운 수에 1을 더하거나 1을 뻬거나, 또는 2배를 하거나 반분하거나, 혹은 그것에 그 수를 반드시 크거나 작게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연산을 해도 그 수가 변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중에서 1을 더하여도 변치 않는 점을 칸토어가 '초한기수 transfinite cardinal number'라 부르는 수를 정의하는 데 이용하였다.(p90)... 어떤 집합이 1을 더하여도 변하지 않는 수를 갖는다는 것은, 그 집합에 포함되지 않는 하나의 항 x를 들었을 때 정의역이 그 집합이고, 역정의역이 그 집합에 x를 더한 것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1대1 관계가 있다는 뜻이다.(p91) <수리 철학의 기초> 中


 정의역이 그 집합이고, 역정의역이 그것보다 꼭 한 항이 작은 집합으로 이루어진 1대1인 관계가 있다. 바로 이 같은 것이 성립하는 경우와 겉보기는 더 일반적인 것같이 보이는 "'한 부분(전체가 아닌)'과 '전체' 사이에 1대1 관계가 주어진다"는 경우가 내용상 같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같은 대응이 성립할 경우, 우리는 그 대응을 만드는 매개자는 전체를 그것의 한 부분에 '반사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같은 집합을 '반사적 집합'이라 부른다. 즉 반사적 집합 reflexive class이란 자신과 자신의 진부분 집합이 대등한 집합을 뜻하며, 반사적 기수 reflexive number라 함은 반사적 집합의 기수를 말한다.(p91) <수리 철학의 기초> 中


  그렇다면, 칸토어의 주장처럼 Xα = Xα+1을  만족하는 가산 순서수 α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진부분집합이 대등한 반사적 집합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러셀의 반론이 유명한 러셀의 역설(Russell's paradox)이다.


 "최대기수에 관한 모순 contradiction of the greatest cardinal"에서도 논리형에 관한 이론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개체, 개체의 집합, 집합의 집합 등을 모두 하나로 묶으면 그것의 부분집합은 자신의 원소가 된다. 어떤 것이든 셀 수 있는 것은 모두 한데 묶어 하나의 집합으로 생각할 수 있으므로, 그 집합이 최대의 기수를 갖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로 그 집합의 부분집합은 모두 원래 집합의 원소이므로 그것의 부분집합의 수는 그들 집합의 원소의 수보다 크지 않다. 이는 하나의 모순이다... 모든 것을 한 묶음으로 한 매우 큰 집합은 자기 자신도 원소로 포함한다. 즉 '모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면 그 자신 역시 그 '모든 것' 중의 하나이므로, 그 '모든 것'의 집합의 원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에서는 집합이 그 자신의 원소가 아니다. 예를 들면 인간의 집합, 즉 인류라는 것은 절대로 그것의 원소 어떤 한 사람의 인간이 아니다. 자신을 원소로 포함하지 않는 집합 전체를 생각하자. 틀림없이 이는 한 집합이다. 그러나 이 집합이 자신을 원소로 포함하는가? (p156) <수리 철학의 기초> 中

 

 당시 칸토어를 좌절시킨 이러한 러셀의 공격이었지만, 현대 수학에서는 칸토어의 초한기수나 러셀의 역설 모두를 집합론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만 간단히 참고하도록 하고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 보자. (칸토어와 러셀의 이야기는 만화 <로지코믹스>에서도 쉽고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순서수이다'라는 성질을 생각해보자. 만약 이 성질로 결정된 집합은 모든 순서수의집합이 될것이다. 하지만 잠시 숙고해보면 이 집합은 정렬집합으로서 모든 순서수보다 더 큰 순서수에 대응되어 모순이므로 존재될 수 없다. 비슷한 논리로 '자기자신을 원소로 가지지 않는 성질'도 집합을 결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A가 그러한 집합일 때 A가 A의 원소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A가 A의 원소가 아니라는 러셀의 역설(Russell's paradox)에 빠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대상의 모임이 어떤 한 성질에 의해 결정되더라도 이 모임을 항상 집합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p1018) <The Princeton companion to Mathematics 1> 中


  <수리철학의 기초>는 초중반에 칸토어의 집합론에 대해 논박을 가하지만, 후반부에는 공격방향을 살짝 돌리는데, 그 대상은 바로 플라톤(Platon, BC 424 ~ BC 348)이다. 


 플라톤의 대화편 <파르메니데스 Parmenides>의 일절에 다음과 같은 논법이 있다.  만일 1과 같은 하나의 수가 있다면 그 수 1이 존재를 가지게 된다. 또한 그 수와 존재가 같은 것이 아니므로 1과 존재는 둘이 된다. 따라서 수 2가 된다. 이 2와 1의 존재를 합하면 3개의 원소를 갖는 집합이 된다. 이 같은 방법으로 이 논법을 끝없이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존재'라는 말은 어떤 정해진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고, 존재에 일정한 의미를 주었다 해도 수는 존재를 갖지 않기 때문에 이 논법은 잘못이다.(p158) <수리 철학의 기초> 中


 <수리 철학의 기초>의 마지막 부분에서 플라톤의 '존재' 증명 방식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저자는 기술(description)에 대한 논의를 잠시 언급하고 책을 마무리한다.  


 대체로 다음 두 가지를 비교해야 한다. 즉 (1) 이름, 이는 단순한 기호이고 그 기호가 의미하는 개체를 직접 가리킨다. 그리고 다른 낱말의 의미와는 완전히 독립해서 오직 그 자신의 권리에서 그것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2) 기술, 이는 미리 뜻이 정해진 몇 개의 낱말로 구성되며, 그 기술의 의미에 의해 생각되는 것은 모두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낱말의 의미에서 도출되는 것이다.(p202) <수리 철학의 기초> 中


 여기까지 읽고 나면,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이게 무슨 플라톤 비판이야?' 책을 보다 즐기기 위해 우리는 두 권의 책을 곁들어 읽을 필요가 있다. 러셀의 <서양 철학사>와 <철학의 문제들>이 두 권의 책인데, 해당 책들에서 '기술'과 관련한 부분을 옮겨본다. 


 우리가 표현하려는 것은, 가령 외국어로 번역될 잘 모르지만 어쨌든 실제의 언어가 매개물이 되고, 언어 자신이 그 부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름이 단지 이름으로만 쓰였다면 "스콧은 바로 그 월터이다"라는 명제도 "스콧은 스콧이다"라는 명제와 마찬가지로 자명한 사실을 공연히 반복해 표현하는 것이 된다.(p203) <수리 철학의 기초> 中


 기술 이론에 따르면 '존재'는 기술 어구를 통해서만 주장될 수 있다. 우리는 "<웨이벌리>의 그 저자는 존재한다"고 말해도 좋지만, "스콧이 존재한다"는 진술은 틀린 어법, 아닌 틀린 구문이다. 이로써 플라톤의 <테아이테토스>에서 시작된, '실존 existence'을 둘러싸고 2000년 동안 지속된 지리멸렬한 수수께끼가 풀린다.(p1033) <서양철학사> 中


 저자에 따르면 '스콧'이라는 존재는 소설가, <웨이벌리>의 작가, 영국인 등등 그를 설명하는 많은 기술 어구에 의해 설명된다. 때문에, "스콧이 존재한다"는 명제는 정의역과 역정의역이 '기술함수'에 의해 맺어진 관계로 분석되고, 이는 "황금산이 존재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명제의 참거짓을 판단할 수 없는 명제가 된다. 반면, "<웨이벌리>의 그 저자는 존재한다"의 명제는 정의역과 역정의역이 명제함수에 의해 맺어진 참,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명제가 된다.


 

복합체가 요소들이 아니라면 복합체는 요소들을 제 자신의 부분들로 가지고 있지 않거나, 아니면 복합체가 요소들과 동일한 것이라면 그것들과 마찬가지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거나 할 게 필연적이지 않나?... 사태가 이렇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복합체를 요소들과 다른 것으로 놓았던 것 아니겠나?... 다음은 어떤까? 요소들이 복합체의 부분들이 아니라면 자넨, 복합체의 부분들이지만 그러면서도 복합체의 요소들이 아닌 그런 어떤 것들을 말할 수 있는가?...  그럼 테아이테토스, 전적으로 이렇게 될 걸세. 즉 지금의 논의에 따르면 복합체는 부분으로 나뉠 수 없는 어떤 단일한 형상일 걸세.(205b) <테아이테토스> 中


  <테아이테토스>에서 소크라테스는 복합체는 부분으로 나눌 수 없는 단일한 형상이라고 말한다. 이는 정의역과 역정의역이 1:1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이지만, 러셀에 따르면 이들은 '스콧은 존재한다'라는 틀린 진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복합체의 존재성은 기술에 의해 설명되기에, 결코 단일하지 않다.)


 그렇다면, 러셀이 <수리철학의 기초> 나아가 <수학의 원리>를 통해 말하고 싶은 바는 무엇이었을까. 러셀과 화이트 헤드는 <수학의 원리>를 통해 모호한 언어 대신 수학의 질서를 통해 우리의 인식을 보다 명료하게 가져가려 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다음의 구절을 마지막으로 수리 철학과 관련한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기술구들을 가진 명제들의 분석에서 기본적인 원리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오성에 의해] 이해할 수 있는 모든 명제는 우리가 직접 대면에 의해 인식한 요소들로 전부 구성되어야만 한다."(p97)... 기술구에 의한 간접적인 인식의 일차적인 중요성은 이러한 인식 방법이 우리의 사밀한 경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해준다는 데 있다. 우리가 직접 대면하여 경험할 수 있는 용어들로만 전부 구성된 진리들은 우리가 직접 인식할 수 있다 해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물들에 관해서는 기술구에 의해서 간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98) <철학의 문제들> 中


 PS. 이로써 홍성대의 <수학의 정석> 1장 집합 부분만 열심히 공부한 것으로부터 시작된 '집합은 쉬운 분야'라는 30년 동안 지속된 근거없는 내 자신감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나는 집합을 제대로 몰랐던 것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와같다면 2019-02-23 0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학의 정석> 1장 집합. 집합이 이렇게 아름답고 심오한 학문이라니..
요즘 수학의 정석을 다시 풀고싶은 생각이 들어요. 수학의 논리적 아름다움을 느끼며..
근데 사실 고등학생때는 수학과 안 친했습니다 ㅋ

겨울호랑이 2019-02-23 00:45   좋아요 1 | URL
^^:)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같다면님과 같지 않을까요? 성적의 부담이 없다면 생각보다 수학이 재밌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나와같다면님 평안한 주말 밤 되세요!

2019-02-23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3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2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2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4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4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1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신장의 역사- 유라시아의 교차로
제임스 A. 밀워드 지음, 김찬영.이광태 옮김 / 사계절 / 2013년 1월
38,000원 → 34,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0원(5% 적립)
2023년 05월 24일에 저장
절판
오스만 제국사- 적응과 변화의 긴 여정, 1700~1922
도널드 쿼터트 지음, 이은정 옮김 / 사계절 / 2008년 5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3년 05월 24일에 저장

중국의 서진- 청(淸)의 중앙유라시아 정복사
피터 C. 퍼듀 지음, 공원국 옮김 / 길(도서출판) / 2012년 4월
70,000원 → 63,0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9년 02월 17일에 저장

이슬람 1400년
버나드 루이스 엮음, 김호동 옮김 / 까치 / 2001년 11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9년 02월 17일에 저장



1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휘다르네스여, 그대는 상황을 잘 몰라서 우리에게 그런 조언을 하시는 것이오. 그대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고 그런 조언을 하시니 말이오. 그대는 노예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아도, 자유가 무엇인지는 전혀 경험해보지 않아 그것이 달콤한지 아닌지 모르신단 말이오. 그대가 자유를 경험했더라면 우리에게 창 뿐 아니라 도끼를 들고 자유를 위해 싸우라고 조언했을 것이오. <역사 제7권 135> 中


  서양 역사학의 아버지인 헤로도토스(Herodotos, BC 485 ~ BC 425)가 그의 저서<역사 Histories apodexis>에서 페르시아 전쟁을 페르시아 전제정으로부터 그리스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전쟁으로 규정한 이후, 후세 서양사가들은 이러한 구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이 역사를 바라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유럽'이 형성되었다고 해석하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이오니아인들은 페르시아인들을 '이민족'이라 불렀다... 마라톤 전투는 아태네 뿐만 아니라 전 그리스에 중요한 교훈을 일깨워주었다. 강대국에 대한 굴종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테네인들은 이후에도 누차 강조하게 되겠지만 대왕의 군대도 격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보여주었다. 거인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자유는 끝내 지켜질 것이었다.(p339) <페르시아 전쟁> 中


 페르시아가 그리스 본토를 침공하여 정복하려 한 과정은, 크세르크세스가 잡동사니 테러국이라 칭한 나라들의 독립을 넘어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아테네인들은 어쩌면 외국인 왕의 백성이 되어 아테네 고유의 민주주의 문화를 발전시킬 기회를 영영 갖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리스 문명의 특징이 된 여러 가지 요소들도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하마터면 서구는 독립과 생존을 위해서 싸운 최초의 전쟁에서 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구 the West'라는 실체 자체를 탄생시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p34) <페르시아 전쟁> 中


 그렇지만, 이러한 역사가의 설명과는 달리 페르시아는 페르시아 전쟁 이후에도 심지어 펠로폰네소스 전쟁(Peloponnesian War, BC 431 ~ BC 404)에 이르기까지 그리스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크세토폰(Xenophon, BC 431 ~ BC354)의 <헬레니카 Hellenika>에서는 페르시아를 동맹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하는 테바이와 아테나이의 모습이, <페르시아 원정기 Anabasis>에서는 페르시아 용병으로 고생하며 퇴각하는 그리스 군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페르시아 전쟁을 통해 서구(Europe)이 형성되었다는 주장은 별로 설득력 없게 들린다.

 

"전우들이여, 내가 지금 상황에 괴로워하더라도 여러분은 놀라지 마시오. 퀴로스는 내 친구가 되어, 조국에서 추방당한 나의 명예를 여러 가지 다른 점에서도 높여주었을 뿐더러 내게 1만 다레이코스를 주었소. 그리고 나는 그 돈을 받아 내 개인 용도를 위해 빼돌리거나 탕진하지 않고 여러분에게 썼소.<페르시아 원정기 제1권 제3장 (3)> 中


 테바이인들은 어떻게 하면 헬라스의 패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만일 페르시아 왕에게 사신을 보내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사실을 알고 아테나이도 티마고라스와 레온을 파견했다... 조약 내용이 알려지자, 레온은 왕이 듣는 데서 "맙소사, 이제 아테나이 인은 왕 대신 다른 우방을 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소"하고 말했다. <헬레니카 제7권 1:33 - 37> 中


 그렇다면, 당대인들은 <페르시아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이스퀼로스(Aeschylos, BC 525 ~ BC 456)의 <페르시아인들 Persai>에서는 다리오스의 입을 빌려 살라미스 전쟁의 패배를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아이스퀼로스에 따르면 페르시아의 패배는 휘브리스(hybris 오만)의 결과로 해석된다.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분수를 지켜야 한다고.

 일단 교만의 꽃이 만발하면 미망(迷妄)의 이삭이 패고, 

 그것이 익으면 눈물겨운 수확이 시작되기 때문이오.

 그대들은 이런 과오들과 이에 대한 벌을 보고

 아테나이와 헬라스를 기억하고, 차후에는 누구도

 자신의 현재 분복(分福)을 업신여기고 남의 것을 탐하다가

 자신의 큰 복마저 엎지르지 않게 하시오. (820 ~ 827) <페르시아 인들> 中


 <페르시아인들> 속에서 페르시아 왕은'세계정복'을 꿈꾸는 야망가의 모습이 아닌 단순히 '막대한 부'를 원하는 탐욕꾼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로부터 <페르시아인들> 속에서 당대인들은 페르시아의 침략이 탐욕에 의해 일어난 결과로 해석했음을 알 수 있다.  당대인들의 인식 속에서 '페르시아 전쟁'은 (대부분의 역사적 사건이 그러하듯)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부(富)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자유민주정 VS 전제정'의 구도로 이 전쟁을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여겨진다. 이러한 이유로 이제는 <페르시아 전쟁>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굳이 이 전쟁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더라도, 이 전쟁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의미의 실마리를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 ~ BC322)의 <정치학 Politika>을 통해 그리스 폴리스(Polis)를 살았던 여성과 노예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헬라(Hella) 공동체는 결코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하게 된다.

 

 여성임과 노예임은 자연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런데 비(非)헬라스 사람들에게서는 여성과 노예가 동일한 지위를 가진다. 그 이유는 그들이 자연적으로 지배하는 어떤 것을 가지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의 공동체는 남성 노예와 여성 노예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시인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헬라스인들이 비헬라스인들을 지배하는 것이 아주 그럴듯하다 <정치학 제1권 5 - 9>中


 페르시아는 전제 군주정으로서 1인 군주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모두 평등(平等  Equality)한 사회였다. 그렇다면, 오히려 페르시아 전쟁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자유와 평등'의 대결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자유'를 이데올로기로 내세운 집단의 승리로 끝난 이 전쟁에서, '자유'는 전체의 자유가 아닌 소수의 자유를 의미한다는 면에서도 다른 해석이 가능할 듯 하다. 즉, 오늘날 소수 글로벌 대자본에 의한 체제 지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오늘날의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  neoliberalism)의 뿌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보는 해석은 어떨까. 


 톰 홀랜드(Tom Holland)의 <페르시아 전쟁 Persian Fire>를 훒어보다 떠오른 몇 가지 생각을 두서없이 옮겨본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2-18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18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2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2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4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4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플라톤전집 4- 국가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2월
38,000원 → 34,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9년 02월 17일에 저장

플라톤의 국가·정체(政體)- 개정 증보판
플라톤 지음, 박종현 옮김 / 서광사 / 2005년 4월
35,000원 → 31,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50원(3%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9년 02월 17일에 저장

파이드로스
플라톤 지음, 김주일 옮김 / 이제이북스 / 2012년 9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9년 02월 17일에 저장
구판절판
플라톤전집 5- 테아이테토스 / 필레보스 / 티마이오스 / 크리티아스 / 파르메니데스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6년 5월
38,000원 → 34,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9년 02월 17일에 저장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