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듣건대 병가(家)에는 세 종류의 진(H)이 있다고 하는데, 해와 달과 바람과 구름은 천진(天陣)입니다. 산과 구릉, 물과 샘은 지진(地)입니다. 무기와 전차, 사졸(卒)은 인진(人)입니다. 지금 지진(地)을 이용하여 험한 곳을 만들고 물과 샘을 가지고 굳게 하려고 보와 연못을 건설하고 창해(滄海)와 연결하면 설사 변방에 기병(兵)이 나타날지라도 어찌 달려가서 부딪칠 것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어리석은 백성 가운데는 위협을 받아 좋은 사람이 많으며 이들은 다만 백분의 한 둘일 뿐으로 나머지는 모두 산림 속으로 숨어버렸소. 만약에 이들을 용서하지 않는다면 반측(反側)하는 사람들은 풍문을 듣고 의심하고 두려워하여 한 번 부르짖게 되면 다시 일어날 것이어서 한 명의 왕균을 없앴지만 다른 한 명의 왕균을 낳게 됩니다."

"예전에 <어람>이 있었지만 다만 부문별(別)로 사건을 분류하여 기록하였습니다. 신이 원컨대 4부(部)를 초략하여 별도로 《어람(御覽)》 360권을 만들기를 원하며 만기(萬)를 다루시는 틈에 하루에 한 권을 읽으십시오. 또 경서(經書)와 역사에서 요긴하고 절신한 말을 채택하여 《어병풍(> 10권을 만들었는데, 의좌(座, 제왕의 자리)의 옆에 두신다면 치란(亂)과 흥망(興亡)의 일이 항상눈에 띄는 곳에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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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던 시기, 팬데믹이 심해질수록 돈을 버는 기업도 많았다. 이들 중 가장 문제가 된 기업들은 한때 전 세계 백신 접종의 상당수를 담당했던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바이온테크 등의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이다. 미국 정부가 부스터샷 추가 접종을 결정하기 전에도 화이자와 모더나 등 거대 제약사들은 정치권에 부스터샷 접종을 요구하는 로비를 벌이며 백신 판매를 통한 이익 추구의 욕망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코로나19는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계 질서뿐 아니라 그 모순도 그대로 노출한다. 미중의 갈등을 단순히 대만이나 북한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군사 문제로 인식하는 정치인은 그 이면에 놓인 두 거대 국가의 미래를 건 싸움, 즉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두 국가가 120년 전처럼 세계대전의 형태로 전면전을 치룰 수 없는 이유는 두 국가가 경제적 공동 운명체로 이미 너무나 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RNA를 바라보는 거대 제약사의 관점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코로나19 mRNA 백신의 대성공으로 2022년 1분기에만 RNA로 질병 치료를 연구하는 스타트업에 약 5000억 원이 투자되었고, RNA 치료제 임상시험도 4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RNA 치료제는 2020년 기준으로 약 500개 이상의 신약 파이프라인(기업에서 연구개발 중인 신약 개발 프로젝트)이 존재하며,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임상시험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 이어 RNA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는 독일이며 캐나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이 그 뒤를 이었고, 한국은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RNA 기반 치료제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며,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것이다.

거대 제약사들이 암이 아니라 감염병을 표적으로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제약사들의 인본주의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우리가 mRNA 백신의 개발사에서 배워야 할 교훈 중 하나는 민간의 거대 제약사는 철저히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냉엄한 현실이다. 거대 제약사가 감염병 백신의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감염병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속 언급하겠지만 과학의 발달은 도구의 발달에 의해 제약된다. 도구의 제약 속에서 과학자들은 가장 흥미로운 질문을 찾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주어진 환경에서 단서를 찾아 자연의 비밀을 벗긴다.

이 질문을 현대 생명과학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자면 ‘정보(달걀)가 먼저인지 기능(닭)이 먼저인지’로 환원할 수 있다. 생명은 정보와 기능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둘 중 하나라도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생명이라고 부를 수 없다. 정보만을 가진 바이러스는 생명이 아니며, 기능만을 가진 육회도 생명이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생물종에서 정보는 DNA에, 기능은 단백질에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생명의 기원을 논하는 질문은 ‘DNA가 먼저인가, 아니면 단백질이 먼저인가’로 환원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DNA도 단백질도 아니다. 가장 그럴듯한 답은 RN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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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 음악과 언어로 보는 인류의 진화, 뿌리와이파리 오파비니아 6
스티븐 미슨 지음, 김명주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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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는 대단히 복잡한 의사소통 체계다. 언어는 현대인의 조상과 친척들이 썼던 의사소통 체계가 점점 진화하여 더욱 복잡한 것이 된 결과임이 틀림없다. 학자들은 이 의사소통 체계들을 뭉뚱그려 '원시언어(proto-language)'라고 부른다. 원시언어의 성격에 대한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한쪽은 원시언어가 '구성적(compositional) 성격'을 지녔다고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전일적(holistic) 성격'을 지녔다고 생각한다._ 스티븐 미슨,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p18


 스티븐 미슨(Steven Mithen)의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The Singing Neanderthals>는 인류의 원시 의사소통 수단의 성격에 주목한다. 원시언어는 '정보' 전달에 보다 유용한 형태였을까, 아니면 감정 전달에 보다 효과적인 수단이었을까.  이제는 언어와 음악으로 완전히 기능이 완전히 분화되버렸지만, 저자는 이러한 기능 분화 이전의 시대에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이 살았음을 주목한다.


 언어는 구어건 문어건 몸짓언어건, 한 사람 이상의 타인과 생각이나 지식을 주고받기 위한 의도적인 수단으로, 우리는 언어를 이용해 내밀한 감정에서부터 일상적 사건, 그리고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것에 대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p41)... 음악은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 의사소통 체계다. 그러나 한 곡이 이 세상에 대해 뭔가를 '말하지'는 않더라도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음악은 지시를 한다기보다는 '조작'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언어는 주로 지시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_ 스티븐 미슨,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p43


 저자의 말처럼 네안데르탈인의 의사소통 수단이 언어가 아닌 음악이었다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이유 중 하나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와 경쟁에서 패배했음을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정보를 전달하는데 유용한 언어를 사용한 호모 사피엔스와 감정을 전달하는데 유용한 음악을 선택한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사피엔스가 언어를 통해 추상적 사고를 통해 농경사회로 진입하여 국가, 종교를 만들어 조직화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보다 예술적이었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는 보다 자유롭게 살아가면서 서서히 밀려났던 것은 아니었을까.


 언어가 진화했다면 네안데르탈인의 큰 뇌, 성도, 청각능력, 혀와 숨쉬기를 위한 운동제어력을 쉽게 설명할 수 있지만,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언어가 진화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압도적이다. 네안데르탈인의 해부학적 발달과 분화적 성취에 대한 설명을 발전된 형태의 'Hmmmm'에서 찾아야 한다. _ 스티븐 미슨,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p328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에서는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원시의사소통 수단인  'Hmmmm'으로부터 음악과 언어의 분화에 대해 고고학적인 근거들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그렇지만, 저자가 채 말할지 않은 행간 사이에 어쩌면 우리는 숨겨진 인류사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는 구조화된 현대 사회에 저항하는 자유로운 예술인의 원형(原形)은 아닐까 하는 상상으로까지 이어진다...


 'Hmmmm'의 분절을 통해서 구성적 언어가 생겼고, 이것은 인간이 사고를 하는 성격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때 우리 종은 온 지구를 차지하는 길로, 호모속 최초의 종이 약 200만 년 전에 출현했을 때부터 줄곧 해왔던 수렵채집인의 생활을 끝내는 길로 첫발을 내디뎠던 것이다. 마지막 빙하기 1만 년 전에 끝나자마자 지구의 여러 곳에서 농경이 발명되었고, 이것은 최초의 도시와 최초의 문명을 낳았다. _ 스티븐 미슨,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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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명이라는 숫자가 피부에 와닿지않을 수 있다. 체감하기 쉽도록 한 국가의인구가 총 100명이라고 가정해보자. 합계출산율이 0.72명이면 이들의 자녀(2세대) 수는 총 36명으로 줄어든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2세대가 낳아 기르는 손자녀(3세대)는 다시 13명까지 쪼그라든다. 단 두 세대(약 60년) 만에 공동체가 소멸하는 수준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 P14

한국에서 인구문제, 특히 청년세대가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문제는 이제 상수다. 단순히 ‘인구 감소 공포‘를넘어, 이 문제가 수도권 과밀·집중화, 여성의 경력 단절, 육아휴직이 어려운 노동환경, 경제적 불평등, 청년의 불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1.0명 밑으로 떨어진 2018년(0.98명) 이후, 출산율 하락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결합한 결과라고 인식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 P15

집권 기간에 떨어진 합계출산율이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라고 일갈하는 것은가혹할 수 있다. 현재 출산율은 과거 삶의영향을 받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집권 3년 차 정부만의 문제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부가 합계출산율을진지하게 고민한 시점이 다소 늦었고, 대책 마련 과정에서 청년·젠더 정책을 등한시한 점은 현 정부와 정치권의 패착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 P19

"부부가 맞벌이하면서 자신만의 힘으로 아이를 돌보는 일은 현재 상황으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경제적인 비용도 문제지만,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이 더 문제다. 돈을 더 준다고 해서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 P21

 "오히려 물어야 할 질문은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이토록 한국 정치를 휘저을 수 있는지‘ 그 자체다.
한국 정당과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하지못하고, 상대를 요령 있게 비난하는 걸 기사화하기 좋아하는 언론들이 한동훈 위원장에게 기회를 주었을 뿐이다. 우리는 정치인 한동훈을 아직 잘 모른다."
돌이켜보면, 정치 경험이 없으면서한국 정치를 휘저은 정치인이 한 명 더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다.  - P24

지방에 땅이 있는데도 못 쓴 데는 이유가 있다. 남은 땅이 개발 자체가 금지된 환경평가 1·2등급지인 경우, 땅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규모가 큰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다. 하지만 ‘쓸 만한땅이 없어서가 아니라 쓰고 싶어 하지 않아서‘도 이유다. 도시 외곽인 그린벨트 지역에 산업단지를 세워도 기업이 입주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벨트 해제 계획의 가장 큰 불확실성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 P27

2월15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따르면, 최근 중국공산당은 (서방의 시각에선) 매우 급진적 대안을 내놓았다. 시장에 맡겨온 주택공급 능력의 상당 부분을 국가(공산당)가 되찾아오겠다는 것. 정책 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개발업체들이 추진하는 데 난항을 겪고있는 건설사업을 국가가 매입하는 방법.다른 하나는, 국가가 직접 저소득층 및중산층을 위한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다. - P32

이 같은 일정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회담 전후 북한에 이보다 훨씬 중요한 협상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사활이 걸린북·중 협상이 잡혀 있었던 것이다. 북일접촉을 그 전후에 배치해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 것이다. - P45

의사들은 여전히 이 땅의 최고 엘리트들이다. 민중과의 불화도 여전하다. 지금도 갈등이 폭발 중이다. 따지고 보면 복잡한 문제여서 의사들만 싸잡아 비난할일도 아니다. 그때와 지금 상황이 같지도않다. 다만 이런 상념이 드는 것이다. 엘리트인 채로 민중의 마음을 얻기가 이렇게 어렵다고. 다만 이런 소망도 드는 것이다. 스스로 민중이 되어 함께한 이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고. - P53

11월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이 전국적 의제로 주목받으면서, 2024년은 미국에서 그동안 대학자율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고등교육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첫해로 기록될전망이다. 미국 언론도 이 문제를 10대주요 과제에 포함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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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우리 계획은 민간 부문으로부터 장기증권을 매입한 후, 같은 액수의 자금으로 시중은행 계좌에 지급준비금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중앙은행이 민간 자산을 매입할 때 흔히 듣게 되는 ‘돈을 찍어낸다’는 비난과 달리, 이 방법은 전체 통화량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우리가 통화 공급 확대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함인데, 이런 종류의 의사결정이 국채 금리와 곧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국채의 수익률이 낮아지면 다른 분야, 예를 들어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기업 채권의 수익률도 하락하리라고 봤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유로 지역은 통합된 재정 및 금융 정책의(때로는 정치적 의지마저) 부재로 인해 무너진 금융 시스템의 자본 구조를 미국과 같은 정도로 재편하지 못한 탓에 이어지는 위기에 계속해서 약점과 취약성을 드러낸 것은 물론, 대출 여력도 훨씬 떨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목표를 정해둔 중앙은행도 실행 단계에서는 목표를 ‘유연하게’ 관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그들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한, 고용이나 경제 성장 등 복수의 목표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운용한다는 뜻이다. 고용을 비롯한 다른 목표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어떤 중앙은행도 인플레이션 목표를 제로에 두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를 깨기 위해서라도 인플레이션 목표를 선언하고, 무엇보다 그것을 꾸준히 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플레이션 목표가 신뢰를 얻으면 사람들은 식품이나 에너지 가격에 일시적인 등락이 있더라도 그것을 장기 기대치에 반영하거나 그것을 기준으로 임금과 물가를 형성하는 행동은 보이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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