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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ㅣ 창비아동문고 280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5년 6월
평점 :
이제 그만 울어야지. 넌 이제 어린애가 아니야. 무리를 떠나는 순간 어른이 된 거야. 혼자서 살아가야 하니 어른인 거고. 와니니, 넌 남보다 빨리 어른이 되었어. 그뿐이야. _ 이현, <푸른사자 와니니>, p55
<푸른사자 와니니>는 어린 암사자에서 한 무리의 우두머리로 성장한 와니니의 성장기다. 어린 사자의 성장은 어린이(존재)가 갖고 있는 가능성이 현실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점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초원에서 상위포식자가 된다는 것과 집에서 가축으로 살다가 자유로운 존재로 자신을 깨닫는 것 모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때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공통점을 갖는다. 차이점이 있다면, <푸른사자 와니니>의 성장은 치열한 생존의 직접적인 결과인 반면,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라는 사실의 각성은 생존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에 있을까. 그렇지만, 와니니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암사자의 DNA에 내재된 능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알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아주아주 먼 옛날부터, 그러니까 태어나기 전부터 안 것 같았다. 암사자에게서 암사자에게 전해지는 사냥의 기술, 와니니도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_ 이현, <푸른사자 와니니>, p127
<푸른 사자 와니니>는 같은 성장을 다룬 작품인 <밀림의 왕자 레오>나 <라이온 킹>과도 조금 결을 달리한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사자 무리에서 실질적으로 사냥을 담당하며 무리의 생존을 끌어가는 존재들은 숫사자가 아닌 암사자며, <푸른 사자 와니니>는 이러한 무리 내에서의 역할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잘 반영된 작품이라 여겨진다. 이에 반해 후자의 작품들은 '갈기의 권위'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흥미로움과는 별개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외톨이로 지내는 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다. 떠도는 생활도 힘들지만, 혼자라는 사실은 그보다 더 힘들었다. 사자는 표범이 아니다. 치타도 아니다. 사자는 혼자 살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_ 이현, <푸른사자 와니니>, p77
<푸른사자 와니니>에는 사자외에도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마치 내쇼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의 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할 법한 행동과 말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공감과 몰입감을 선사하고 이를 통해 무리로부터 버림받은 사자가 다시 서는 과정이 설득력있게 보여진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바로 '초원의 법'이다.
더 이상의 싸움은 없었다. 사자들은 충분히 먹을 만큼 사냥을 했다. 버펄로들은 살기 위한 사냥에 대해서 죄를 묻지 않았다. 그것이 초원의 법이다. _ 이현, <푸른사자 와니니>, p14
초원의 법은 작품 여러 곳에서 보여진다. 그 법은 자신에게 유리한 기준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경우 자신에게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처럼 작동한다. 와니니는 성장을 통해 초원의 법을 하나둘씩 배워간다. 하이에나의 법, 코끼리의 법, 치타의 법, 표범의 법 등등. 서로 다른 존재들에게 저마다의 법이 있다는 것과 자신도 그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배워가며 와니니는 자신도 모르게 성장한다.
연의야, 아빠는 <푸른사자 와니니>를 읽으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키플링의 <정글북>이라는 책을 떠올렸어. 그 책에서 뱀 카아가 주인공 모글리와 헤어지면서 나눴던 대화가 생각나는구나. "가거라, 사람의 아이야. 우리 뱀들은 벗은 허물에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정글북>은 밀림의 이야기니까, 밀림의 법칙이라 해야겠지? 커간다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황을 맞이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분명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질꺼야. 그렇지만, 와니니와 같이 한걸음씩 헤쳐나간다면 어느 순간 수면에 비친 누구보다 아름다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아빠는 생각해. 연의가 골라준 책 덕분에 아빠도 여러 생각을 하면서 즐겁게 책을 읽었구나. 고맙고, 바쁘겠지만 아빠에게 더 좋은 책을 알려주고 함께 내용을 나눌 수 있으면 참 좋겠구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구. 사랑하는 아빠가.
와니니는 스스로 하나하나 깨우쳐 갔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조금씩 몸으로 깨달았다. _ 이현, <푸른사자 와니니>, p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