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피타인들의 태초의 항해는 탐험의 여정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의도적인 식민화의 여정이었다. 이전에 무인도였던 땅에 위치한 가장 초기의 유적지들은 임시로 거쳐 가는 야영지라기보다 식민지로 건립된 명백한 영구 정착지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주자들은 그곳에 한 세대 이상을 머물렀고 그다음 다시 새로운 섬을 찾아 바다로 나갔다. 신속한 라피타 식민화가 몇 세대에 걸쳐 지속되었다.

식민지 개척자들은 조상을 공경했다. 조상들의 이름은 항해의 전설처럼 대대로 전해졌다. 조상들의 위업은 허구적인 것이든 아니든 여기저기에 고립된 사회들을 잇는 구전 전통의 사회적 접착제였다. 대양의 민족들이 한 섬에서 다른 섬으로 이동했을 때 그들은 신적 존재들, 문화의 영웅들,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풍성한 지식의 광맥을 함께 가져갔다.

의례적 교환이라는 이 질서 정연한 제도는 각종 부차적 행위, 특히 도끼와 까뀌 돌 같은 필수품을 물물 교환하는 일상적인 교역 활동의 보호막이다. 쿨라 고리에서 즉흥적인 것은 거의 없는데 교환은 꼼꼼하게 정해 둔 날짜에 따라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정기 모임에서 신중하게 모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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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잊어서는 안 될 한가지 사실이 있다. 지금은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재정정책은 카운터-시클리컬(counter-cyclical)하게, 즉 경기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펴야 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지출을 줄이고, 안 좋을 때는 지출을 늘려서 경기를 안정화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경기가 좋지 않다면서 재정지출을 줄인다면 경기와 같은 방향으로 정책을 펴는 셈이 된다. 이러면 오히려 경기의 진폭을 키울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의 말이다. - P14

김용범 전 기재부차관은 지금의 위기를 구조적이라고 본다. "지금 상황을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며 기존의 저금리·저유가 체제가 고금리·고유가체제로 바뀌었다. 거시경제 기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세수 추계 오차 역시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변화된 경제 상황을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는 모델링이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 P16

"세계 주요 국가는 에너지 가격을 올리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려 노력하면서도 재정을 통해 어려워진 경제 주체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유럽은 이를 위해 횡재세를 도입했고, 미국도 증세를 추진한다. 우리는 어떤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한전이 적자로 다 흡수하고 있다. 적자 보전을 위한 한전의 대규모 채권발행이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고, 에너지 사용이 줄지 않으면서 무역수지 적자는 계속된다. 감세를 추구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동시에 취약계층도 지원한다고 하는데, 감세와 긴축재정 기조가 고통 분담, 사회연대라는 위기극복의 토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념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능동적이고 실용적으로 대응해 시장의 신뢰를얻는 것이다." - P16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중단에 대해, 대통령실도 국민의힘도 크게 아쉽지 않은 분위기다. 아예 양대노총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차피 노조 조직률이 14%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표성이 없다는 것이다. 극우 논란을 일으킨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교체를 넘어 경사노위 자체를 개편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는 모양새다. - P21

한 인권위 관계자는 일련의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노동문제를 다룰 때노동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이 마치 정부의 비판 세력인 것처럼 편 가르기 하는 프레임이 작동했다고 본다. 화물차 업무개시명령, 노란봉투법 등이 정치적으로 뜨거운 쟁점이니 인권위가 아무 얘기도 안 해야 하나? 인권위가 그저 관료집단으로서, 들어온 진정 사건에만 조용히 의견을 내고 사회적으로 민감한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취지로 읽힌다." - P23

‘돈 버는 게임‘ <미르 4>의 시스템을축약하면 이렇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주요 자원인 ‘흑철‘을 ‘채광‘할 수 있고, 이걸 암호화폐인 ‘드레이코‘로 교환한다.
드레이코를 또 다른 가상화폐인 위믹스로 바꾼다. 위믹스는 가상화폐 거래소(빗썸 등)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미르 4>는 NFT(대체 불가능 토큰) 기술을 이용한 게임 캐릭터 거래도 지원한다. 교환에쓰이는 화폐가 위믹스다. 위메이드는 거래수수료를 챙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 따라 이 게임의 핵심 요소인 ‘돈 버는 콘텐츠‘가 금지되어 있다.  - P32

윤석열 정부의 환경기후 정책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그림자가 두드러진다. 환경과 기후, 두 핵심 정부기관의 책임자가이명박 정부 출신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에서 환경비서관을 지냈다. 국가 기후위기 대응의 틀을 잡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김상협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에서녹색성장환경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 P36

무엇보다도 전공의들은 대학병원을24시간 굴러가게 하는 동력이다. 대학병원은 밤에도 입원병동과 중환자실, 응급실을 지킬 당직의사가 있어야 한다. 보통은 전공의들이 번갈아가며 당직을 서는데 소아과 전공의의 빈자리가 커지면서 이 ‘시프트‘를 채울 수 없게 된 것이다. 대학병원 소아과의 위기가 외래 진료는 유지하지만 소아 입원 중단, 응급실 소아 야간·주말 진료 중단의 형태로 나타난 이유다. - P43

‘경보전달 체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행안부의 지령 방송을 서울시만 잘못 해석했다는 점이다. 실무자가 경보전달 체계를 평소에 숙지하지 않았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서울시 경보통제소 본연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기능적으로 특화되어 있을 경보통제소 관계자가 그런 실수를 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지령 방송을 수신한 17개 지자체 중에서 유독 서울시만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다. - P48

그는 ‘워크 바이러스‘ ‘워크 폭도‘ ‘워크 이데올로기‘ 같은 자극적 표현을 써가며 진보층을 겨누었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대선에서 승리하면 반워크 ‘문화 전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처럼 그는 보수 가치의 옹호자이자 대변자로 자신의 이미지를 한껏 고양시키고 있다. 사법 리스크 등 문제를 겪고있는 트럼프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디샌티스는 지난해말 한때 트럼프 턱밑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가 트럼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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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프로파간다 - 안전신화의 불편한 진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0
혼마 류 지음, 박제이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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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부터 국가가 국가 정책으로서 주도하고 정관학 政官學, 전력업계를 중심으로 한 경제계가 전개한 원전 추진 홍보 활동은 실시된 시기와 투하된 거액의 예산을 감안하여 생각하면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대적인 국민 선동 프로파간다였다. _ 혼마 류, <원전 프로파간다>, p3/111

혼마 류 (本間 龍, 1962 ~ )의 <원전 프로파간다 - 안전신화의 불편한 진실>은 도쿄 전력을 중심으로 한 정부와 언론 등 원전 추진 세력이 결탁하여 3.11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는 원자력 '안전성'을 강조하고, 사고 이후에는 '낮은 위험성'을 홍보해왔음을 지적한다.

'프로파간다'란 결국 세뇌다.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칩을 심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자금과 수십 년이라는 시간,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그들이 프로파간다를 자행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훗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이익 집단이라는 지위를 유지한다. _ 혼마 류, <원전 프로파간다>, p101/111

3.11 이전의 원전 광고는 오로지 '원전의 안전성'을 소구했다. 하지만 그것이 사고 발생으로 못쓰게 되자, 태도를 바꾸어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선전된 '원전이 정지하면 대정전이 일어나 일본 경제가 파탄난다'는 캠페인도, 실제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래서 현재는 사고의 심각함을 전하는 보도나 발언을 '뜬소문이다', '뜬소문 피해를 발생시킨다'고 비난하면서 동시에 '사고에 의한 건강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건강이나 작물에 대한 피해는 없다'는 '피해 완화'를 선전했다. _ 혼마 류, <원전 프로파간다>, p85/111

이러한 일본 원자력 무라의 프로파간다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서도 어김없이 계속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 프로파간다가 일본 국내를 향했다면, 이번 프로파간다는 전세계로 향하고 있다는 방향성에 있을 것이다. <원전 프로파간다>는 일본 국민의 절대 다수의 오염수 방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추진하는 이들의 행태가 이미 오랜 역사적 기원을 갖고 있음을 세세하게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7월 오염수 방류를 앞둔 지금 시점에 한 번 읽을만한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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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6-17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 국민들도 반대하는데.. 정치인들이 왜 그럴까요!! 당연 오염수가 바다에 뿌려지면 그 물 먹는 건 지구인들이니 당연 일본국민도 반대하겠죠.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것들은 정치인들 같아요

겨울호랑이 2023-06-17 22:38   좋아요 1 | URL
기억의집님 말씀처럼 자신의 자리 보전과 이익을 위해 최소한 지켜야 할 선마저도 거리낌없이 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심한 회의가 생겨납니다...
 

『인류의 대항해』는 난파선과 선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그것들이 이야기의 주요 구성 요소이기는 하다. 이것은 물 위와 뭍 위 양쪽의 사건에 대한 것이다. 선구적인 수중 고고학자 조지 베이스가 한때 내게 강력하게 상기시켰듯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든 간에 난파선은 우리에게 바다 밑바닥에 남은 잔해보다는 육지의 사회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려 준다.

고대 항해자들이 마음속 깊이 새겼던 것 중 하나는 인명 피해의 불가피성, 결코 귀환하지 못한 카누들, 현대의 유럽과 미국 어부들 사이에 여전히 남아 있는 침몰과 좌초에 대한 거친 숙명론이었다. 모든 대양을 해독하는 작업은 오랜 경험과 냉정한 현실주의, 조심스러운 항해 그리고 깊은 바다 풍경과 얼마나 친숙한가의 문제였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자신들끼리 서로 협력하듯이 바다와 협력한다. 하루하루를 바다와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다. 바다의 힘은 저마다의 몸과 영혼의 일부이다. 성스러운 존재들의 바다 여정과 그들의 가르침은 이야기와 노래, 제의를 통해 대대로 전해졌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고기잡이들이 깊은 바다로 나가거나 상상의 여행을 떠날 때면 이 고대의 가치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

뗏목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에 충분한 인구를 실어 갈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수천 년에 걸친 바다 횡단을 통해 선박의 유형에 심대한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면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세 가지 유형의 다른 선박이 등장했는데 바로 갈대 보트와 나무껍질 보트, 그리고 통나무 카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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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서독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와 빌리 브란트는 각자 두 가지 역사적 임무를 완수했다. 아데나워는 독일 우파를 대체로 자유주의 이상에 관용적인 하나의 민주주의 정당으로 통합했고, 서독을 서방에 안착시켰다. 브란트는 사회민주당을 중도 좌파 집권당으로 만들었고, 전 세계에서 독일에 대한 존중을 회복시켰다.

국내 정치에서, 시민권과 위대한 사회로 인해 민주당은 한 세대 동안 남부의 지지를 잃을 것이라고 존슨은 예견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시간이 반세기 이상 지속되었으니, 그가 너무 적게 추산한 셈이었다. "백인의 반격"으로 민주당은 남부에서, 그리고 북부의 노동 계급 다수에게서 지지를 잃었는데, 법원이 주택 공급 양상 때문에 전교생이 흑인이거나 전교생이 백인인 지역 학교들에 인종이 섞이게 하고자 강제 버스 통학을 명령한 후에 특히 그랬다.

하이에크와 달리 뷰캐넌은, 예컨대 자본주의가 사회적·윤리적 안정성을 영원히 뒤집어버리기 이전의 분명한 역사적 평온 상태에서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흄이 윤리적·사회적 응집력을 믿었던 것처럼 그냥 그렇게 윤리적·사회적 응집력이 믿을 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공적 논쟁의 초점을 높은 고용률 유지에서 낮은 인플레이션 유지로 이동시키는 데 있어 밀턴 프리드먼(1912~2006)보다 더 큰 역할을 한 경제학자는 없었다. 일류 경제 이론가이자 통화 역사가이기도 한 프리드먼은 어빙 피셔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통화 관리가 1920년대 후반의 경기 침체를 10년에 걸친 장기 불황으로 바꾸어놓았다고 보았다. 프리드먼의 주장에 따르면, 올바른 통화 정책을 취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적인 경제적 임무였다.

정치적으로 말해서, 1950년대에 민주당원과 공화당원들은 자유주의적 중도파로 수렴되었다. 존 롤스는 미국이 최우선적인 자유주의적 합의를 근간으로 하는, 관리 가능한 불일치의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유주의 역사학자 하츠와 자유주의적 정치학자 립셋은 미국을 마치 진짜로 그런 나라인 것처럼 다루었고, 이 두 사람만이 이런 식으로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1970년대에 와서는 자유주의와 미국주의의 결합이 믿음을 주기보다는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자유주의와 미국주의 각각이 도전에 직면했다. 좌파에서는 정체성 정치가 민주당의 오랜 루스벨트-트루먼 연합의 분열을 도왔다. 민주당은 국가와 도시보다 피부색, 민족 집단, 젠더에 대해 더 많이 토론하기 시작했다. 우파에서는 도덕 정치가 과거의 소수파를 지배적이고 반자유주의적인 핵심 세력으로 만들면서 공화당을 완고하고 협소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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