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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완성본 하권)
선우 준 / e퍼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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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완성본 상권)
선우 준 / e퍼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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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의 미래- ‘자원의 한계’를 넘어 지속가능한 소재를 찾아서
M. 스탠리 위팅엄 외 지음 / 이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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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 리튬부터 2차 전지까지, 누가 새로운 경제 영토를 차지할 것인가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지음, 안혜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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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 배터리는 중국이나 일본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그 초격차 기술력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무기가 바로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이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56/236

 

 최근 증권 시장에서 반도체와 함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2차 전지 산업. 많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2차 전지 산업에 대해 소개하고 붐을 일으킨 저자와 책은 단연 박순혁의 <K 배터리 레볼루션>라 할 수 있다. 본문은 우리나라 2차 전지 산업이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경제적 해자 또는 초격차를 양극재와 배터리 분야에서 갖고 있으며, 향후 우리나라의 2차 전지 산업이 매우 유망하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담고 있다. 여기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선을 살펴보자. 


 K-배터리의 전성기는 너무 짧았고, 제대로 돈을 벌지도 못했다. 2010년대 10년 동안 K-배터리는 너무 자만심에 빠져 있었다. 핵심 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껴야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덤덤했다. ESS에서 300건이 넘는 화재 사고가 났는데도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하며 가볍게 넘겼다. Northvolt와 같은 젊고, 강하고, 빠른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K-배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20년대에 K-배터리가 지는 태양이 될지, 아니면 다시 떠오르는 태양이 될지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하권>, p234/420


 선우 준의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에서 K 배터리의 전망을 다소 불투명하게 바라본다는 점에서 박순혁의 <K 배터리 레볼루션>과 상반된 전망을 내린다. 낙관적인 전망과 비관적 전망. 그렇지만 그 출발점은 같다. 2차 전지 산업 중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부분은 NCMA배터리의 양극재 부분이며, 음극재와 분리막 등의 소재 산업 경쟁력이 부족하며, 리튬 등 자원 확보 문제는 산업의 지속적인 과제가 된다는 점이다.


 이차전지 소재와 관련된 주식은 양극재 주식만 보시라.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전기차의 심장은 배터리, 배터리의 심장은 양극재다. ② 양극재 기술의 진입장벽이 엄청나게 높다. ③ 양극재가 배터리 원가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④ K 양극재 4대 업체의 90%급 하이니켈은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40/236


 리튬 이온 전지는 일본, 한국, 중국의 동양 3국의 사업이다. 세 나라 중에서 흑연 음극 기술이 가장 뒤처져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흑연 산업 자체가 낙후되어 있어서 전지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케미칼에서 천연흑연을 만드는 것이 한국에서 흑연 음극 사업의 전부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상권>, p367/430


 결국, <K 배터리 레볼루션>과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의 차이는 2차 전지의 주력 제품에 대한 전망 차이에서 비롯된다. 전자는 NCM(니켈-크롬-망간) 배터리가 향후 주력이 될 것으로, 후자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주력이 될 것으로 보기에 하이니켈 배터리와 양극재에 경쟁력을 보이는 우리나라 2차 전지의 미래 전망이 여기에서 갈리게 된다. NCMA(하이니켈) 배터리와 LFP 배터리 이들의 장, 단점은 무엇일까. 


  NCMA 배터리와 LFP 배터리를 상호 비교하기 위해서는 분자 혹은 분모를 동일하게 놓고 차이점을 파악하면 된다. 먼저 분모인 무게를 동일하게 놓았을 때 NCMA는 LFP 대비 85%의 에너지를 더 저장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가 85%가 더 많으면, 이 에너지로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더 늘릴 수도 있고, 가속력를 더 빠르게 할 수도 있으며, 짐을 더 많이 실을 수도, 실내 공간을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는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NCMA 배터리와 LFP 배터리의 비교에서 보듯, 결국 에너지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세계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주도하게 된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38/236


 다소 거칠게 요약하면, NCMA 배터리는 에너지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화재 위험이 높다. 이에 반해, LFP는 에너지 효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상대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한 철(Fe)을 사용하기에 보다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LFP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이다. 플라스틱 캔을 사용한 대용량의 LFP를 보면 LFP 전지가 얼마나 안전성이 우수한지 알 수 있다. 중국의 Winston, CALB, Sinopoly는 100Ah가 훨씬 넘는 용량의 LFP 전지를 만든다. 이렇게 용량을 높여도 발화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LFP 전지의 장점이다. CATL과 BYD의 팩 설계 등으로 경쟁력이 향상되었지만, LFP 전지의 부활은 NCM 전지와 관련이 깊다. 2016년까지 NCM 전지는 성능과 안전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발화, 폭발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상권>, p50/430


 다시 두 책의 주장을 LFP에 한정시켜 보자면, <K 배터리 레볼루션>에서는 LFP 배터리는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진 비효율적인 배터리로 단정짓지만,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에서는 화재 위험이 없는 안전한 배터리로 소개한다. 비효율적인 싸구려 전지 vs 안전하고 저렴한 대중적인 배터리. LFP 배터리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결국 한국 2차 전지 산업의 현실에 대한 동일한 가정에서 끌어낸 서로 다른 결론을 끌어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향후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대중화가 시작되고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되었을 때 LFP가 결국은 주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끊임없이 K 배터리에 대한 우려를 불러오는 요인이기도 하다.


 2020년대에는 2010년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자동차 시장이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체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줄이다가 없앤다는 계획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지만 전지 기술은 거의 한계에 와 있는 느낌이다. 2017년부터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전기차 화재 사고는 전지 기술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상과 현실의 격차는 더욱더 커져만 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목표가 계속 내려가면서 새로운 길이 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SK온과 같은 후발업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몸이 무거워진 선발업체는 관성에 의하여 계속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상권>, p386/430


 K 배터리의 화재 안전성 기술이 최고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할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든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이 화재 문제 때문에 대규모 리콜 사태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조 원을 물어준 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게 불과 얼마 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업계를 들여다보면 내부의 시각은 다르다. '배터리는 경험 산업'이라는 말이 화재안정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쉽게 말해 '화재도 겪고, 대규모 리콜 경험도 있어야, 그 취약점을 보완해 더욱 안전한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금 글로벌 넘버원의 화재안정성 기술을 갖게 된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여러 번에 걸쳐 각종 화재 관련 리콜 비용을 부담하면서 조금씩 개선하고 발전해온 덕분이다. _ 박순혁, <K 배터리 레볼루션>, p85/236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에서는 BEV(Battery Electric Vehicle) 산업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는다. 즉,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차량인 HEV(Hybrid Electric Vehicle)에서 수소전기차로 바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은 다소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은 전기차 산업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내용과는 다소 다른 전망과 관점을 알려준다. 이러한 내용이 다소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알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분명하게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자동차 시장은 엔진이 없는 전기차인 BEV와 엔진이 있는 전기차인 HEV의 경쟁이다. 2010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BEV가 이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2020년대로 오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HEV가 시장을 확대하면서 엔진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_ 선우 준,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 하권>, p314/420


 PS. <K 배터리 레볼루션>과 <2020년대 전지 산업 전망>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으로 나오는 리튬, 코발트 등 자원과 관련해서는 <배터리 전쟁>을 통해 자원민족주의 등의 현실을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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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브는 그런 주장에 설득되지 않았다. "오늘날의 ‘범용 제품’ 제조업을 포기하는 것은 내일의 새로운 산업으로부터 문을 걸어 잠그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로브의 주장이었다. 그는 전기 배터리 산업을 지적하고 있었다. 그로브는 기고문에서 미국은 "30년 전 소비자 가전제품 생산을 중단했을 때 배터리 산업의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PC용 배터리도 잃었고, 이제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마저 잃을 상황이었다. 2010년의 그로브가 예언했다. "나는 미국 전기 배터리 산업이 과연 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는지 의심스럽다."

실리콘밸리가 정부에 바라는 건 다른 나라와 무역 협정을 맺어 수출 제한을 풀어주는 등, 사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뿐이었다. 워싱턴의 많은 관료가 반도체 산업의 요청을 받아들여 규제를 더 느슨하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중국은 SMIC 같은 야심 찬 기업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영향력 있던 외교관 로버트 졸릭Robert Zoellick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역과 투자가 중국을 국제 사회 속에서 "책임감 있는 일원"이 되게끔 할 것이라는 생각이 워싱턴의 전반적 분위기였다.

소련과 달리 2000년대의 중국은 이미 세계 경제와 단단히 얽혀 있었다. 워싱턴은 수출 규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고 결론 내렸다. 중국이 다른 나라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관련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막을 수 없으니 미국 기업만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었다. 워싱턴의 그 누구도 동맹국에 수출 규제 동참을 요구하며 불화를 일으킬 만한 배짱이 없었다. 미국의 지도자들이 중국 고위층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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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와 그 적들 2 - 이데아총서 14
칼 R.포퍼 지음 / 민음사 / 198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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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스의 분석이 성공을 거둔 곳은 역사주의적 예언을 한 곳이 아니라, 역사주의적 분석을 한 곳이다. 마르크스주의에는 분명히 종교적 요소가 있다. 마르크스의 예언은 깊은 모멸감과 비참에 빠져 있던 당시의 노동자들에게 인류를 위한 새로운 미래의 건설에 대한 사명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의 예언적 종교는, 우리의 비판적 이성의 지원을 받아 세계를 변화하려는 평등주의에 대한 하나의 신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추종자들은 이성에 의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온통 내동댕이쳐 버리기가 일쑤였다. _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 , p265


 칼 포퍼(Karl Riamund Popper, 1902~1994)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 The Open Society And Iti's Enemies 2>에서 열린 사회에 대항하는 역사주의자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 사상을 비판한다. 그렇지만, 1권에서 플라톤(Platon, BCE 428/427 ~ BCE 348/347)에 대한 포퍼의 비판이 매우 날이 서있다면, 2권 마르크스에 대한 포퍼의 비판은 사뭇 결이 다르다. 비록 역사주의에 빠져 비과학적인 교조주의적인 논증을 폈다는 점에서는 플라톤과 같지만, 최소한 마르크스에게는 시대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있으며, 이 점에 대해 포퍼는 분명히 인정한다.  


 마르크스의 역사주의는 보수주의자였던 헤겔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다. 세계의 변화를 지향하는 그의 태도 속에 나타난 그의 행동주의는 오히려 역사주의(역사결정론)에 의해서 밀려나는 형편에 있음을 본다... 마르크스는 지식사회학적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에, 자기의 도덕론의 의의를 과소평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엄청난 영향력의 비결은 그의 도덕적 호소력에 있다. 그의 자유에 대한 사라오가 사회적 책임감은 계속 살아 남아야 한다. 그러나 그의 '과학적 마르크스주의'는 죽었다. _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 , p277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에서 포퍼의 비판 초점은 주로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에 있다. 플라톤이 고대의 부족주의를 부활시켜 소규모의 전체주의를 구현했다면, 헤겔은 이를 계승하여 정신의 흐름을 통해 민족과 국가 수준으로 고양시켰다. 이후 등장한 파시즘은 이러한 헤겔의 바탕 위에 더 넓게 자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포퍼는 헤겔의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헤겔은 현대 역사주의의 원천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는 헤라클레이토스와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직계 후손이다. 그의 철학의 위력과 매력은 그것이 무엇이나 다 척척 해답을 주는 만능의 철학이라는 것과, 그가 당시 프러시아 제국의 비호 아래 프러시아의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어용철학으로써 당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실과 부분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 그의 전체주의적 사상은 플라톤의 전체주의 사상과 현대의 전체주의 사상 사이에 교량 역할을 한다. _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 , p56


 비록 지적 원천에서는 헤겔의 좌파인 마르크스주의와 파시즘이 거의 동일하다 하더라도 마르크스주의에는 말할 것도 없이 인도주의적 충동이 밑에 깔려 있다. 더구나 헤겔우파와는 대조적으로 마르크스는 인간의 사회적 문제 가운데 가장 절박한 문제에 합리적 방법을 적용하려는 정직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의 가치는 그 노력이 대부분 실패에 그쳤다는 사실에 의해 감소되지 않는다. 과학은 시행착오에 의해서 진보한다. _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 , p123


 물론,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에서 사상의 주된 비판은 마르크스로 향한다. 그가 주장한 잉여가치론, 계급갈등, 자본주의 사회의 붕괴와 공산주의 사회의 도래 등 그가 사회과학적 방법을 통해 제시한 예언은 본문을 통해 철저하게 비판된다. 대신, 그가 인정받는 것은 <자본론 1>을 통해 통계적으로 제시된, 실증적으로 제시된 처참한 노동현실과 그에 대한 정당한 분노다. 이런 점에서 마르크스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플라톤에 비해 덜 하다 할 수 있다.  


 마르크스의 분석이 성공을 거둔 곳은 역사주의적 예언을 한 곳이 아니라, 역사주의적 분석을 한 곳이다. 마르크스주의에는 분명히 종교적 요소가 있다. 마르크스의 예언은 깊은 모멸감과 비참에 빠져 있던 당시의 노동자들에게 인류를 위한 새로운 미래의 건설에 대한 사명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의 예언적 종교는, 우리의 비판적 이성의 지원을 받아 세계를 변화하려는 평등주의에 대한 하나의 신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추종자들은 이성에 의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온통 내동댕이쳐 버리기가 일쑤였다. _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 , p265


  무엇보다도 포퍼의 마르크스 경제론에 대한 최대의 비판은 '국가권력에 대한 경시'다. 앞서 헤겔의 사상이 국가의 의미를 한껏 고양시켜 자유를 억압시켰다면, 마르크스는 이와는 반대로 '부르주아-프롤레타리아'라는 계급 간 대립에만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사회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력의 부재. 물론, 여기에 대한 마르크스의 인식이 당대의 현실에 기반한 것임은 분명하지만,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움직인 국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다. 이렇게 당대의 현실에 갇힌 마르크스 이론은 '민주주의 체제'라는 훌륭한 대안의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혁명의 당위성만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교조주의라 하겠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그들이 권력을 쥐었을 때는 정치력으로 경제력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국가 권력의 증대가 지닌 잠재적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국가 권력은 심각한 문제를 제기해 주지 않으며 오직 부르주아의 손에 든 힘만이 고약한 것이라고 그들은 보았다. 우리가 너무 많이 계획하면, 즉 우리가 너무 많이 국가에 힘을 부여하면 자유가 상실된다. 이것은 모든 계획의 종말을 뜻한다. _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 , p171


 중요한 것은 '권력이 어떻게 행사되느냐'이다. 이것은 정치적 문제에 중요한 것은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의 문제임을 뜻한다. 평등에로의 역사의 진보는 권력을 제도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성취할 수 있다. _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 , p211


 이처럼 칼 포퍼의 <열린 사회의 그 적들>은 직접적으로는 역사주의에 함몰된 전체주의 이론을 비판하고 있으나, 반증과 검증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사회공학, 사회과학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가정과 이에 기반한 논증은 결국 합리성을 가장한 비합리성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회과학은 진정한 과학이 될 수 없다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 본문에 실린 칼 포퍼의 비판은 분명 예리하며, 무비판적으로 <국가>, <법률> ,<정신현상학>, <자본>을 읽었던 이들에게 생각할 지점을 보여준다. 


 마르크스의 이론은 쉘러와 만하임에 의해서 과학적 지식의 사회결정론으로서 개발되었다. 지식사회학에 의하면, 과학사상, 특히 사회/정치문제에 관한 사상은 사회적으로 결정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은 대부분 무의식적 수준에서 영향을 받는다. 이와 같은 무의식적 요소가 그가 몸을 담고 있는 바로 그 장소, 즉 그의 사회적 서식처를 구성한다. 한 인간의 사회적 서식처가 거의 사상체계를 결정한다. 그런데 이렇게 형성된 그의 사상은 적어도 그에게는 아주 자명한 틀림없는 진리로 보인다. 이렇게 일련의 사상체계를 지식사회학자는 이데올로기 총체라 부른다. _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 , p296


 그렇지만, 추상과학이라 할 수 있는 수학 역시 공리(axiom))와 공준(postulate)을 자명(self-evidence)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증명을 펼쳐나가고, 실험에 의해 경험적으로 증명되는 현상 역시 특수한 조건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본다면 과연 객관적인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관찰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결과값이 달라진다는 양자역학의 이야기까지 나오지 않더라도 포퍼가 주장한 진정한 객관성은 영원히 도달하기 어려운 이데아(Idea)가 아닐까. 이런 점에서 본다면 과학적으로 이데아를 추구하는 칼 포퍼야말로 본문에서 그렇게 플라톤주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아닐런지 생각하게 된다... 


 과학적 객관성은 학문에 종사하는 한 개인의 심성에 그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과학적 방법이 지닌 상호주관적인 공적 성격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 첫째로 자유로운 비판이 그것이며 둘째로 과학적 서술이 논리와 경험에 의해 시험될 수 있도록 분명하게 짜여져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과학적 방법의 공적 절차가 객관성을 점진적으로 높여 준다. _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 , p297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뼈대를 이루는 목적론은 플라톤의 변화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을 낙관적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플라톤은 모든 변화는 원형인 완전한 형상 즉 이데아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는 퇴화의 과정 즉 파멸에로의 과정이라고 보았다. 이와는 반대로 아리스토텔레스는 변화는 궁극 목적을 향해 움직여 가는 과정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 궁극 목적은 다름아닌 사물이 지닌 본질인데 그것을 형상이라고 그는 불렀다. 그러므로 모든 사물의 변화는 결국 사물이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는 본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파악된다. - P24

플라톤과 더불어 ‘파멸하는 사물은 본질에 그 토대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으로부터 연유한다‘고 헤겔이 말하긴 햇지만 헤겔은 플라톤과는 반대로 본질도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헤겔의 세계 속에서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세계에서처럼 모든 것이 변화 속에 있다. 그리하여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을 획득하기 위해 플라톤에 의해 애초에 도입된 본질도 여기서 면죄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변화는 파멸이 아니다. 헤겔의 역사주의는 낙관적이다. - P69

인간의 삶의 물질적 측면인 생산과 소비는 인간의 신진대사의 하나의 연장이라고 마르크스는 보고, 인간의 자유는 바로 이러한 신진대사의 필수품들에 의해 재한을 받는다고 보았다. 그는 헤겔과 같이, 자유가 역사발전의 목적이라고 보았다. 또 헤겔과 마찬가지로 자유의 영역과 인간의 정신적 삶의 영역은 동일하다고 보았다. 인간은 순수한 정신적 존재가 아니므로, 우리는 신진대사의 필수품들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은 완전히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품위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노동 조건을 개선하며, 노동조건을 평등화하며, 또한 단조롭고 기계적인 힘든 일들을 가능한 한 줄임으로써, 인간 모두가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의 삶에 대한 중심 사상이다 - P147

한 때의 소수파 정당이 다른 정당을 폭력이나 다수표에 의해서 억압하기를 계획한다면, 그것은 현재 다수파 정당이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그것은 현재 다수파 정당이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그것은 압박에 대해 불평할 도덕적 권리마저 상실한다. 그리고 그것은 반대자를 힘에 의해서 억압하려고 하는 현재 지배정당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는 일이다. - P224

나는 도덕적 실증주의(특히 헤겔의 도덕적 실증주의)에 관해 언급했는데, 그것은 이런 이론이다. 지금 있는 도덕적 표준 이외에는 아무런 도덕적 표준이 없다. 지금 있는 것이 합리적이며 선한 것이다. 그러므로 힘이 정의다. 이 이른의 실제적 의미는 현존하는 사태에 대한 도덕적 비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고찰하고 있는 역사주의적 도덕론(마르크스의 도덕론)은 도덕적 실증주의의 또 다른 한 형태에 불과하다. ‘도래하는 힘이 정의다‘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미래가 현재 대신에 들어섰을 뿐이다. - P286

역사 자체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 역사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부여한 의미이다. 역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이 수동적으로 끌려가야 할 역사의 의미나 법칙은 없다. 역사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것은 인간이다. 우리는 역사 자체가 지닌 법칙과 의미가 무엇인가를 발견하여 예언하려고 하는 대신에, 우리가 역사의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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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8-18 0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저도 2권 찾아놨습니다.

겨울호랑이 2023-08-18 08:18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좋은 시간 되세요! ^^:)
 

최씨와 안씨에 대한 법원 판단을 종합하면, 안씨는 사업 과정에서 최씨와 공모해 허위로 잔고증명서를 만들었다. 최씨를 대리해 부동산 매매계약과 이와 관련한 민사소송, 개인사업자들로부터 돈을 빌리는 등에 사용했다. 쉽게 말해 ‘잔금을 치르거나 대출금을 갚을 동업자(최씨)가 재력이 있어, 돈 떼일 일 없으니 안심하라‘는 취지로 활용한 것이다. - P15

2020년 3월27일, 최은순씨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을 수사한 의정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효상)는 최씨를 재판에넘기며 다음과 같은 혐의를 적용했다. ①동업자 안 아무개씨와 공모해 2013년 4차례에 걸쳐 통장에 거액 (4개 증명서 총합 347억원, 사문서 위조)이 있는 것처럼 잔고증명서 위조 ②위조 잔고증명서 중하나를 민사소송 중 법원에 제출해 사용(위조 사문서 행사) ③다른 사람 명의로부동산 소유(부동산실명법 위반). - P17

그러나 비용편익(B/C) 값이 절대적기준은 아닐지라도 사업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기본적이고 중요한 근거라는사실은 분명하다. 국토부가 타당성 조사를 맡은 용역업체에 해야 할 일을 정해주는 ‘과업지시서‘에도 비용편익 값 산정과경제성 분석을 하도록 돼 있다. - P21

집회·결사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이다. 누구든 신고만 하면 집 밖에서 집회를열 수 있다.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인정되지 않는다(헌법 제21조 1항 및 2항)." 온라인 댓글을 바탕으로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이중의 정당성문제를 낳는다. 조직적 투표 독려가 가능한 이 창구가 여론을 대표한다고 볼 수있을지 불분명하고, 설령 99%가 찬성해도 그 내용이 기본권의 본질적 부분을 제한할 수는 없다. - P26

그는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학교 내에서평교사와 교장·교감은 완전히 다른 집단이며, 엄격한 상하관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바꿔말하면 교장·교감이 어렵더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대응하면 교권 침해 등 학교 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장혜진 교사 역시 교권 침해 과정에서 교장·교감의 ‘무성의한 대응‘ 탓에 깊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 - P29

 리튬이온전지의기본이 되는 리튬 가공은 전 세계 생산량의 60%를 담당하며, 세계 코발트 가공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원료 가공과정에서는 각종 환경오염이 유발되는데, 여타 선진국과 달리 환경규제가 약하다는 점도 가공산업에서 우위를 점하는요인이 되었다. 전 세계 이차전지 기업이 모두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P36

그러나 이차전지 시장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차전지 산업에서도 역시 중국은 최대의 수요처지만, 최대 공급 국가이기도 하다. 중국 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파고들기가 어렵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는 IRA로 인해 중국 기업을 견제할 기회가생긴 셈이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이미 미국 현지에 많은 공장을 건설했기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다. 중국이 아닌, 미국과 FTA를맺은 나라들로 공급선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 P37

우려되는 건 이렇게 쏠린 자금 중 적잖은 비율이 ‘빚‘이라는 점이다. 아래 그림>에서 한국 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는 7월 19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개인(가계)의 저축액도 상당 부문 이차전지를 비롯한 자산시장으로 넘어갔으리라는분석도 가능하다.  - P43

 마코위츠는 수익률뿐 아니라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최적의 투자 전략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포트폴리오 이론의 핵심이다. 투자자들은 수익률과 위험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해 투자 전략을 결정하는데, 이들이 위험회피(risk-averse) 성향을 갖고 있다면 두 변수의 최적 (optimal) 조합을 찾을 수있다는 것이다. 위험을 회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두 개 주식의 수익률이 같다면, 그 중 위험이 낮은 주식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 P51

위의 예에서 보았듯 A와 B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경우 각각의 위험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다양한 주식에 투자할 경우 ‘개별 기업 수준의 위험‘
은 분산되어 사라진다. 반면 코로나19의 창궐 같은 좀 더 거시적인 위험은 종목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없앨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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