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현대철학
앤서니 케니 지음, 이재훈 옮김 / 서광사 / 2013년 12월
35,000원 → 31,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3년 08월 18일에 저장

근대철학
앤서니 케니 지음, 김성호 옮김 / 서광사 / 2014년 1월
38,000원 → 34,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9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3년 08월 18일에 저장

중세철학
앤서니 케니 지음, 김성호 옮김 / 서광사 / 2010년 2월
37,000원 → 35,150원(5%할인) / 마일리지 1,8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3년 08월 18일에 저장

고대철학
앤서니 케니 지음, 김성호 옮김 / 서광사 / 2008년 6월
32,000원 → 28,800원(10%할인) / 마일리지 960원(3%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3년 08월 18일에 저장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고대철학 케니의 서양철학사 1
앤서니 케니 지음, 김성호 옮김 / 서광사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철학자는 그가 제시한 대답이 얼마나 옳은가보다는 그가 던진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플라톤은 철학자 중에 더 이상 비교할 대상이 없는 최고의 탁월한 인물이다. 그는 진정으로 깊이 있고 위대한 철학의 수많은 문제들을 처음 제기하였으며, 이들 대다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철학적 논의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세계의 지적인 유산에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르네상스 이후 계속 받아들여져 온 학문의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어 낸 인물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_ 앤서니 케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1권 : 고대철학> , p164


 앤서니 케니(Anthony Kenny, 1931~ )의  <케니의 서양철학사 1권 : 고대철학 Ancient Philosophy: A New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volume 1>은 피타고라스( Pythagoras, BCE 570 ~ 495)부터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Hipponensis, 354~430) 까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당연하게도 이 시대를 대표하는 두 철학자 플라톤(Platon, BCE 427/424 ~ BCE 348/347)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E 384 ~ BCE 322)의 사상이 큰 기둥이 되어 본문의 내용을 떠받친다.


 <케니의 서양철학사>가 다른 철학사 책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주제별 구성'이라 여겨진다. 대부분의 철학사 책이 철학자 별로 그들의 삶을 비롯한 사상적 배경, 사상의 주요 내용과 후대의 영향 순으로 서술된다면, <케니의 서양사>는 논리학, 인식론, 자연학, 형이상학 등 철학의 여러 주제를 각 장(章)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맞춰 철학자의 사상을 대비시킨다. 이러한 구성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철학자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내용 이해에 도움을 준다.


 본문 내용 중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살펴보자. 플라톤의 사상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데아론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부정된다. 플라톤에게 이데아는 "I am who I am"처럼 사물 그 자체의 본질을 의미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보여지는 개체를 방해하는 상상적 요소에 불과할 뿐이다. 영원불멸의 이데아의 긍정과 부정은 이후 정치학과 논리학 등에서 보여지는 플라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차이를 잘 나타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도 플라톤에 따라 처음 네 요소를, 즉 '원'이라는 단어, 원에 대한 정의, 원이라는 도형,  내가 지닌 원의 개념을 구별함으로써 논의를 시작하려 한다. 이들 네 요소를 명확히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 까닭은 그래야만 이들을 가장 중요한 까닭은 그래야만 이들을 가장 중요한 다섯 번째 요소, 플라톤이 '원 자체'라고 부른 것과 분명히 구별하고 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플라톤의 유명한 이론이 다루려는 바도 바로 이 다섯 번째 요소, 즉 이데아이다. _ 앤서니 케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1권 : 고대철학> , p104


 <형이상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더욱 강력하게 이데아론은 스스로 제기했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데아론을 통해서는 개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왜냐하면 영원불변하는 형상은 어떻게 개체들이 현존하게 되고 변화를 겪는지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형상은 인식, 즉 다른 것들의 존재를 밝히는 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A 9. 991a8 이하). 이데아론은 기껏해야 설명되어야 할 실재와 같은 수의 실재를 새로 도입할 뿐이다. _ 앤서니 케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1권 : 고대철학> , p131


 <국가>에서 플라톤은 철인(哲人)에게 의해 통치되는 도시국가를 최상의 정체(政體)로 설명한다. 이들 철인은 국가의 덕, 정의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인물들로 <국가>는 정체의 이데아가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이데아는 훗날 <법률>에 이르면 사람 대신 '법률(Nomoi)'로 대체되지만, 개체들에게 공통된 소수의 본질에 의한 통치라는 점에서 '귀족정'이 최선의 정체로 규정된다. 파르메니데스처럼 유일한 일자(the one)의 세계관에서는 '군주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겠지만.  이런 면에서 플라톤의 정치론은 이데아의 현실적 적용이었다.


 플라톤은 현실 세계에서는 우리가 <국가>에서 묘사된 이상적인 정치 체제보다 열등한 다양한 형태의 국가에서 살게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이상적인 도시국가에 살지 않는 한 행복한 삶을, 공적이든 사적이든 간에, 살 수 없으며 또한 이런 국가는 철학자가 통치지가 되거나 통치자가 철학자가 되지 않는 한 실현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5,473 c~d) _ 앤서니 케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1권 : 고대철학> , p118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개체, 데모스(demos)로부터 출발한다. 그 결과 그가 이른 곳은 민주정이다. 플라톤과 거의 같은 정체 모형을 사용하고도 그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정체는 서로 달랐는데, 이것은 이데아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도 관련있지 않을까.


 국가의 목적은 시민들에게 선하고 행복한 삶을 제공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공동체 안에 진정으로 탁월한 개인이나 가문이 있다면 군주정이 최선의 정치체제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문 경우이며 따라서 실패할 위험성이 상당히 크다. 또한 군주정이 전제정으로 타락하면 모든 정치체제 중 최악의 것이 되고 만다. 이론상 귀족정이 군주정 다음으로 바람직한 정치체제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종의 입헌 민주정을 선호하였다. 왜냐하면 그가 '이상적 민주정'이라고 부른 국가는 부자와 가난한 자가 각각의 권리를 서로 존중하며 최고 수준의 자질을 갖춘 시민들이 모든 시민의 만족을 목표 삼아 통치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4.8.1293b30 이하).  _ 앤서니 케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1권 : 고대철학> , p155


 이러한 차이는 논리학에서도 보여진다. 논증을 통해 참, 거짓을 판별하는 논증의 문제는 개체로부터 본질에 이르는 과정이기에 실체, 분량, 성질, 관계, 장소, 시간, 자세, 의상, 능동, 수동 등의 범주와 명제 등이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그 하나하나가 매우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이에 반해, 이데아로부터 출발하는 플라톤의 논증에서는 '있음'과 '없음'만이 중요할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적 저술들에서 우리는 명제의 구조와 그것을 구성하는 부분들의 본성에 관한 서로 다른 두 개념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 중 하나는 <소피스테스>에서 플라톤이 제시하였던 명사와 동사 사이의 구별에 기원을 두고 있다. 여기서 플라톤은 모든 문장은 최소한 하나의 동사와 하나의 명사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262a~263b). 바로 이런 문장의 개념, 즉 서로 전혀 이질적인 두 요소가 결합한 것이 문장이라는 생각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론>과 <명제론>에서도 전면에 등장한다. 명제의 구조에 대한 이런 식의 개념은 프레게 이래로 현대 논리학에서도 여전히 중요하게 통용되었다. _ 앤서니 케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1권 : 고대철학> , p219


  아리스토텔레스는 연결사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한량 언어와 명제들 사이의 상호 관계에 주의를 집중한다. 술어로부터 주어를 구별해 주는 특성 등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명사 중심의 이론이 지닌 문제점 중의 하나는 기호와 그것이 의미하는 바 사이에 혼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명사와 동사를 언급하면서 플라톤은 자신이 일종의 기호에 관하여 논의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드러낸다. _ 앤서니 케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1권 : 고대철학> , p220


 윤리학에 있어서도 두 철학자의 상반된 면모가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행복의 이데아가 존재한다면, '행복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큰 의미가 없다. 행복이 쾌락과 지혜와 관련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이데아가 없는 상태에서 답을 찾는 것은 보다 복잡한 과정과 결론을 요구한다. 행복은 지혜와 덕이라는 상태가 쾌락에 의해 결합된 것이라는.


 <필레보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쾌락도 지혜도 행복한 삶의 본질이 아니며 오직 이 두 요소가 적절하게 혼합된 삶만이 진정으로 선택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대목이다. 매 순간 모든 종류의 쾌락을 맛보지만 이성이 부족한 사람은 지금 이 순간의 쾌락이 아닌 다른 어떤 쾌락도 기억하거나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복할 수 없을 듯하다. _ 앤서니 케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1권 : 고대철학> , p424


 사실, 다른 철학책에서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대해 같은 설명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각자에게 할당된 목차 내에서 설명이 한정되다보니, 철학자들 사상들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 것이 일반 독자들에게는 다소 수고로운 작업이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주제별로 철학사를 정리한 구성은 새롭게 철학사상을 연결시켜 이해하게 해주는 저자의 작은 선물이라 생각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가능한 대답을 세 가지로, 지혜와 덕, 쾌락으로 압축하여 제시한다. 그는 이들은 각각 세 형태의 삶, 즉 철학적, 정치적, 향락적 삶으로 드러나는데 이들이 행복과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말한다(1.4.1215a27). 이 세 요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적 탐구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다.(p426)... 덕과 지혜는 모두 상태인 반면 행복은 일종의 활동이므로 덕이나 지혜를 바로 행복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EE 2.1.1219a 39 : NE 1.7.5 1098a16). 하지만 행복을 구성하는 활동은 덕의 활용 또는 발휘이다. 지혜와 도덕적인 덕은 비록 서로 다른 상태이기는 하지만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발휘되므로 이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고 오히려 협동하여 행복에 기여한다(NE 10.8.1178a~18). _ 앤서니 케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1권 : 고대철학> , p427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23-08-18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모르던 서양 철학사 책이네요.
언제나 좋은 책을 추천해 주시는 겨울호랑이 님께 감사드립니다. ^^
평점도 좋아서 찜해 놓았습니다. ㅎ

겨울호랑이 2023-08-18 21:0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대부분의 철학사가 연대와 인물 중심으로 정리된 것에 비해 주제 별로 명료하게 비교해주니 더 명료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대철학사까지 완간되어 있어 틈나는 대로 올려보겠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행복한 주말 되세요! ^^:)
 

분단체제론의 핵심은 한반도 차원에서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과정과 한국사회의 개혁이 결합될 때만 진정한 변혁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에 있다. 특히 남과 북이 점진적·단계적인 방식으로 통합해가는 과정을 통해서만 한반도에서 분단체제 극복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리고 그 실천적 태도를 "변혁적 중도주의"로 설명해왔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자체가 분단체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주요한 방식이며 분단체제의 극복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핵무기를 포함한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사회의 개혁이 순조롭게 진전될 리는 만무하다. 자칫하면 촛불혁명을 거치며 만들어진 대전환의 동력도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나 공허하다는 느낌을 토로하는 데서 더 진전하여 한반도에서 인간다운 삶이 실현되는 것을 가로막는 근본문제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천착해야 한다.

그러면서 과연 민중이라는 게 누구냐, 통일운동의 주역을 민중이라고 할 때 도대체 지금의 수많은 대립구도 속에서 누가 민중이고 누가 통일운동의 주역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 정서와 객관적인 데이터상으로 속하는 위치가 달라서 과연 나는 민중인가 기득권층인가 하는 고민을 하고, 정서적인 분열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하선규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7년 8월
12,000원 → 12,000원(0%할인) / 마일리지 360원(3%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3년 08월 17일에 저장

역사 : 끝에서 두번째 세계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지음, 폴 오스카 크리스텔러 엮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22,000원 → 20,900원(5%할인) / 마일리지 660원(3%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3년 08월 17일에 저장

칼리가리에서 히틀러로 : 독일 영화의 심리학적 역사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지음, 장희권 옮김 / 새물결 / 2022년 11월
53,000원 → 47,700원(10%할인) / 마일리지 2,6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23년 08월 17일에 저장

과거의 문턱- 사진에 관한 에세이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지음, 필리프 데스푸아 외 엮음, 김남시 옮김 / 열화당 / 2022년 7월
15,000원 → 15,000원(0%할인) / 마일리지 45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3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23년 08월 17일에 저장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역사 : 끝에서 두번째 세계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4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지음, 폴 오스카 크리스텔러 엮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대나 상황은 서로 화해할 수 없는 두 가지 시간 개념을 농축된 형태로 구현하는 이율배반적인 존재단위이다. 시대란, 서로 다른 시간표를 갖는 여러 배열체의 사건들로 이루어진 성좌 configuration로서, 시간의 균질적 흐름의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의 고유한 시간을 정한다. 그러니 어느 한 시대가 시간성을 경험하는 방식은 그 시대 앞뒤의 다른 시대들이 시간성을 경험하는 방식과 다를 수 있다. 시대 사이에는 비약이 있다는 뜻이요, 이어진 시대들 사이의 이행은 문제적이라는 뜻이요, 역사적 과정에 단절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_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역사 : 끝에서 두번째 세계> , p171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Siegfried Kracauer,1889~1966)는 <역사 : 끝에서 두번째 세계 History: The Last Things Before The Last>에서 역사를 연대기적 시간과 고유한 시간을 갖는 이질적이면서 양 면적인 성격을 갖는 것으로 해석한다. 거시적 차원과 미시적 차원,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 사이에서 과연 역사가는 개별 사태로부터 역사의 일반 법칙을 도출하고, 이를 통해 역사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역사가는 거시적 차원과 미시적 차원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역사계의 구조의 문제가 나온다. 역사계는 역사가가 서로 다른 차원들 사이를 쉽게 오갈 수 있을 만큼 균질적인 세계인가? 거시사의 실체성과 타당성, 곧 거시사의 실재성 reality character은 막힘없는 양방향 교통에 달려 있다. _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역사 : 끝에서 두번째 세계> , p139


 저자 크라카우어는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비균질적인 구조 속에서 역사가는 지극히 한정된 정보로 자신의 주관과 이해의 깊이에 따라 그것을 연결시킬 수 있을 따름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역사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예술가에 의해서다. 크라카우어는 성공적인 미시적 차원과 거시적 차원이 융합을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 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같은 예술작품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현실이 아닌 상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진 허구적 아름다움. 결국 완벽한 카이로스와 크로노스의 결합은 현실이 아닌 이데아의 세계에서만이 가능할 수 있을까.


 미시적 차원과 거시적 차원이 교통하는 데는 극심한 제약이 따른다. '원근의 법칙'에 따라서, 증거의 일부는 자동 누락된다. '수위의 법칙'에 따라서, 누락되지 않은 증거의 일부는 손상된 상태로 목적지에 도달한다. 이것은 역사계가 비균질적 nonhomogeneous 구조임을 뜻한다. 역사계는 한편으로는 서로 다른 밀도를 가지는 여러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편으로는 불가해한 회오리에 싸여 있다. _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역사 : 끝에서 두번째 세계> , p144


 예술의 본질적 기능이 완수되는 때는, 예술이 역사가가 세운 목표일 때가 아니라 역사가가 이룬 결과일 때이다. 역사가가 어떤 사료를 다루느냐에 따라 미학적으로 훌륭한 언어가 요구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언어의 아름다움은 역사가의 이해의 깊이를 보여주는 데 그친다. 언어의 아름다움은 부산물이지 명시적 목표가 아니니 말이다. 역사가가 예술을 생산하는 때는 예술가일 때가 아니라 완벽한 역사가일 때이다. _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역사 : 끝에서 두번째 세계> , p194


 크라카우어에 의하면 <역사철학>에서 보여준 헤겔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의 시대정신(Zeitgeist)은 연대기적 사건 속에서 역사의 법칙에 맞는 선택적 조합이다. 마치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에서 연속형 변수들 사이에 연구자의 주관에 맞는 모형을 구축한 뒤 실선 바깥의 수많은 표준편차들이 무시되는 것처럼 거시사의 역사법칙 위에 역사의 개별 사례들은 무시되어도 좋을 것인가. 크라카우어는 이 점에서 철저하게 개별사례에 집중할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top down식의 대륙철학보다는 bottom up 방식의 경험론철학에 가까운 셈이다. 


 역사가가 미시적 차원을 벗어나 보다 일반적 차원으로 올라갈 때, 그는 내가 '역사적 이념'이라고 명명한 지점에 도달한다. 그가 그 지점을 지나 '철학적' 이념의 차원 내지 극단적 추상화의 차원으로 올라가면, 그의 통찰의 의의는 계속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다. 대규모 역사는 미시적 차원의 많은 사실들을 제외시킨다는 것에 주목하자. 아주 높은 추상화는 증거와의 연관성을 잃게 되며, 없었던 이념을 끼워넣게 된다. _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역사 : 끝에서 두번째 세계> , p147


 우리가 '상상적 구축'이라고 여기는 것들, 곧 인류의 운명에 대한 종교적 예언들, 신학적 추론들, 형이상학적 이념들이 오랜 세월동안 통사의 존재이유 raison d'etre였다. 역사의 행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바로 그런 것들에 기초한다. 모든 기본적인 여구는 '위'로부터의 접근에서 시작되었으며, 그것은 제국들과 민족들의 운명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접근이 '아래'로부터의 접근에 항복한 것은 현대에 이르러서였다. _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역사 : 끝에서 두번째 세계> , p208


 역사는 한 편으로는 구체적인 일상생활과 다른 한 편으로는 추상세계와 접한다. 이러한 접점은 알타미라 동굴(Altamira)과 라스코(Lascaux) 동굴 벽화에 보여지는 생생한 동물 그림과 여기에 담겨진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의 결합처럼 예술에서는 성공적으로 작동하지만, 이러한 의미를 극단이 아닌 대기실에 있는 처지의 역사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요컨대 헤겔의 시대정신은 그의 <미학강의>에서는 허용될 수 있겠지만, <역사철학>에서는 유용하지 않는, 미(美)의 경계를 넘어 진(眞)의 세계로 진입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볼 때 딜타이의 이런 흔들림은 근본적인 흔들림이다. 그의 흔들림의 한쪽 극단은 헤겔의 '세계정신'이고 다른 쪽 극단은 하이데거의 '존재가능 Seinkoennen'이다. 후자는 모든 객관성을 삼켜버리고 아울러 일련의 진실들 사이의 모든 관계를 삼켜버린다. 진보의 이념은 역사 전체에 적용되었을 때라야 비로소 온전하게 적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진보의 이념이 그렇게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진보의 개념은 서로 대립하는 두 측면을 갖고 있으므로 이 개념에 대한 모든 정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진보의 이념은 시대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며, 그런 시대들의 연속은 진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_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역사 : 끝에서 두번째 세계> , p220

  

 이처럼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의<역사 : 끝에서 두번째 세계>는 역사가 대상으로 삼는 시대와 역사가의 한계를 통해 미시사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헤겔의 역사철학이 비판되는데, 크라카우어의 역사철학에 대한 비판과 칼 포퍼(Sir Karl Raimund Popper,1902~1994)가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보여준 헤겔 철학에 대한 비판점의 같은 듯 살짝 다른 내용을 비교해 본다면 보다 의미있는 독서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현대 작가들과 현대 예술가들의 파괴적 의도는 종합을 노리며 '외적인 총체적 연속체'를 강조하는 내러티브에 대한 역사가들과 사상가들의 점증하는 의혹과 비슷한 데가 있다. 이런 유사성들 사이에서 하나의 원인을 찾아보고 싶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정신 Zeitgeist이란 신기루이다. 교차영향들을 상쇄하는 온갖 불일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_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역사 : 끝에서 두번째 세계> , p200

크로체의 생각과는 달리, 하나의 시대란 그 시대 특유의 정신 spirit을 소유하고 있는 통일체라기보다는 경향들, 목표들, 활동들의 덩어리이며, 이런 경향들, 목표들, 활동들은 많은 경우 서로 무관하게 발현된다. 물론 어느 한 순간을 놓고 보면 특정한 믿음들, 목적들, 태도들 등등이 널리 퍼져 있기도 하고 심지어 대세가 되어 있기도 하다. 이처럼 시대적 대세가 존재한다는 것은 형이상학적 "당위"라기보다는 경험적 사실일 뿐이다. - P81

프루스트는 연대순 시간을 실체적 시간으로 회복시키지만, 그것은 사후적 a posteriori 회복일 뿐이다. 프루스트가 자신의 파편화된 삶의 이야기를 하나의 통일적 과정으로 볼 수 있으려면, 그 이야기는 이미 끝났어야 한다. 또 그가 이렇게 맞서는 두 명제를 화해시킨 것, 곧 그의 승리는 그가 예술 차원으로 물러난 것, 곧 그의 후퇴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역사에는 적용될 수 없는 해결이다. 역사는 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학적 구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P179

역사가가 예술가로 성공하면 역사 그 자체는 많은 경우 실패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역사가 과학인 동시에 예술이라는 말이 유의미할 때는 예술이 역사의 외적 요소가 아니라 역사의 내적 속성일 때, 예술이 일차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역사가의 자기 삭제 및 자기확장 능력, 그리고 역사가의 진단과 탐구의 취지일 때, 다시 말해 예술이 익명성을 잃지 않았을 때로 한정된다. - P195

시간의 핵심은 이율배반이다. 시간은 한편으로는 관습적인 흐름 이미지에 부응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이미지에 부응하지 않는 면도 있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물줄기로 이루어진 폭포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 물줄기들 사이에는 왠지 간섭현상을 연상시키는 ‘구멍들‘이 있다. 이렇게 보자면 이와 같은 구멍에서 솟아나는 어떤 이념들의 상대성은, 잠정적으로는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 P2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