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합의의 분석>의 분석은 공공 선택의 수준이 헌법적 선택의 수준과 헌법 이후의 일상적 정치의 수준으로 나뉠 수 있고 나뉘어야 함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준다. 두 수준 중 첫 번째는 게임의 규칙들을 설정하는 것에, 두 번째는 규칙들 안에서 게임을 수행하는 것에 해당한다. _ 제임스 뷰캐넌, 고든 털럭, <국민 합의의 분석>, - 해설 中 -
저자 뷰캐넌과 털럭은 <국민 합의의 분석>에서 정치적 의사 결정을 크게 두 수준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헌법적 선택의 수준과 헌법 이후의 일상적 정치의 수준이라 불리는 서로 다른 두 수준은 정치적 의사결정을 구성하는 서로 다른 두 축(軸)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각각 다른 특징과 기준을 가진다. 헌법적 선택의 수준이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단계로서 모든 구성원들의 합의와 장기적 관점을 강조한다면, 헌법 이후의 일상적 정치의 수준은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단기적 관점에서의 전략적 행동이 합리화된다. 이는 헌법이라는 큰 틀 안에서 개인 효용의 극대화라는 이기적인 행동이 결국 집단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연결된다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대한 믿음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결은 헌법적 선택의 수준인가, 아니면 헌법 이후의 일상적 정치의 수준인가? 전자라면, 그것은 공동체 구성원의 합의로 도출된 이상에 대한 현실적 재확인이 될 것이고, 후자라면 헌법재판소라는 이익집단에 의한 또다른 이익추구 행위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 물론, 헌법재판관들은 여기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사건의 복잡성으로 인한 신중한 심리 진행, 재판관 간의 의견 차이, 정치적 민감성 등으로 인한 부담감 등 외부에서 알 수 없는 여러 요인들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헌법재판관들이 판결을 내리면서 고려하는 여러 현실적 요인들은 외부 이익집단들의 의지라는 점에서 헌법 이후의 일상적 정치 수준으로 판단하는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지연은 헌법에 대한 판단이 헌법 이후의 일상적 정치의 수준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된다. 12.3 내란사태와 관련한 윤석열에 대한 판결은 4/4에 나와봐야 하겠지만, 국가를 구성하는 공동체 구성원 다수가 내란 사태라 생각하는 보편적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이 나올 경우에 우리는 헌법적 선택의 수준에서 다시 문제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만약, 헌법재판소의 헌법 수호의 의지가 일부 재판관들의 의지로 변용된다면, 그것은 국민의 합의가 깨진 것이기에.
이후 헌법재판소가 '헌법적 선택'의 수준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헌법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기관이지만, 동시에 '헌법 이후의 일상적 정치'의 수준에서 현실적인 제약과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기관이라는 점이 확실해진다면, 우리는 다음 과제로 국민적 합의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을 통해 해결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