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군주와 신하는 피붙이와 같은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므로 정직한 방법으로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면 신하는 힘을 다해 군주를 섬긴다. 그러나 정직한 방법으로 안락함을 얻을 수 없다면 신하는 사사로움을 추구해 군주에게 발탁되기를 구할 것이다. 현명한 군주는 이를 알고 있어 이롭거나 해로운 이치를 설정하여 천하에 제시할 뿐이다. 무릇 이 때문에 군주가 비록 [자신의] 입으로 많은 관리들을 가르치지 않고 [자신의] 눈으로 간사한 자를 찾아내지 않아도 나라는 잘 다스려진다.

어리석은 자는 본래 다스려지기를 바라면서도 그 다스리는 방법을 싫어하고, 모두 위태로워지는 것은 싫어하면서도 그 위태롭게 되는 방법을 좋아한다. 무엇으로써 이를 아는가? 무릇 형벌을 엄하고 무겁게 하는 것은 백성들이 싫어하는 바이지만 나라가 다스려지는 까닭이며, 백성을 가엾게 여겨 형벌을 가볍게 하는 것은 백성들이 좋아하는 바이지만 나라가 위험해지는 까닭이다.

나라가 흥할 것인가 망할 것인가 하는 관건은 반드시 그 나라가 잘 다스리는 것과 혼란스러운 것, 부강함과 쇠약함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는가에 달려 있다.

법도가 세워지는 것은 군주의 보배이며 패거리를 갖추는 것은 신하의 보배가 된다. 신하가 그 군주를 시해하지 못하는 것은 패거리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주는 한 치라도 잘못하게 되면 신하는 그 갑절의 이득을 얻게 될 것이다. 나라를 갖고 있는 군주는 그 신하의 도읍을 크게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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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 컨티뉴엄 리더스 가이드
A. 베일리 외 지음, 이준호 외 옮김 / 서광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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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축약이다. 흄은 독단적이지 않다. 즉 원인이 되는 능력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이 있다고 믿은 이유는 없다. 즉 있을 수 있는 이유라고는 선험적이거나 경험적인 것이 전부인데, 흄은 이런 이유가 모두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앞으로 알 수 있는 유일한 인과관계는 항상적 결부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상상력 때문에 우리는 세계의 인과적 구조에 관해 정당화되지 않는 신념을 갖게 된다. _ A. 베일리, D. 오브리언, <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 p132

A. 베일리 (Alan Bailey)와 D. 오브리언(Dan O'Brien)의 <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Hume's Enquir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에서 저자들은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1776)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대한 소개와 함께 <탐구>에 대한 큰 흐름을 짚는다. 본문에는 도덕과 종교 등 <탐구>에 대한 주요 내용에 대한 해석도 함께 다루어지지만, 입문서의 특성 상 흄 사상에 있어 큰 줄기만 잡고 상세 내용은 원문을 통해 정리해도 좋을 듯 싶다.

관념이 거의 변함없이 대응 인상에서 유래된다면, (예외적인) 특정 관념은 대응 인상이 없더라도 존재할 수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대응 인상이 없다면 그 인상의 관념도 있을 가망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이것은 흄 자신이 줄곧 인정한 태도라는 것이 중요하다. _ A. 베일리, D. 오브리언, <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 p72

<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에서 보여지는 흄 사상의 가장 큰 특성은 '양립가능론'이다. 경험주의자인 흄에게 모든 관념은 감각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동물을 포함한 개체가 경험하는 결과는 축적되어 예측을 가능하게 하며, 경험의 빈도와 강도 등은 생겨나는 관념에도 영향을 미쳐, 어떤 관념은 신념으로 변화될 수 있다. 경험이 만들어 내는 관념. 이는 도덕과 종교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흄이 신념과 인상을 모두 생생하고 힘찬 관념이라고 하는 것은 직접 관찰되지 않는 사실에 관해 우리가 형성하는 신념과 인상이 강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밝히려고 진력하는 것이다. 인과추론의 결과로 발생하는 신념의 경우에 분명히 이것은 흄이 열정적으로 채택한 접근법이다... 인상의 힘과 생동성은 연합된 관념으로 곧장 전달된다. 이것은 그 관념을 생생하게 만들며, 그 관념을 한낱 관념에서 신념으로 변형시킨다. _ A. 베일리, D. 오브리언, <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 p101

개인적으로 '경험에 의해 관념이 형성된다'는 흄의 명제가 인상깊게 다가온다. 마음에 떠오르는 명석하고 판명한 관념이라는 본유관념(innate idea)과는 달리 경험의 소산이라는 프로세스는 top-down과 bottom-up의 방식처럼 차이가 있지만, 단순한 차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본유관념으로부터 도출되는 여러 관념들은 마치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 list) 방식과 같이 본유관념의 속성과 연관되어 확장되기에, 본유관념과 관계가 없거나 본유관념을 거스르는 관념에 대해서는 변신론(辯神論)과 같은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경험으로부터 도출된 관념에서는 네거티브 리스트(negative list) 방식처럼 보다 폭넓은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다 간결한 논의를 가능케 한다. 이러한 차이가 대륙의 합리론에서 신(Theos)을 제1원인으로 위치시킨 반면, 흄의 사상에서는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로 이를 잘라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처럼 절대관념을 가정하지 않고 논의가 진행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흄의 사상이 종교보다는 과학에 가깝고, 종교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큰 틀을 잡고 그의 저작으로 들어가면 좋을 듯 싶다...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그 관념 - 정신에 떠오른 심상(image) - 을 인지하며, 그와 같은 모든 관념은 감각 인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추정은 '관련된 관념'(relative ideas)을 포함한다. 관련된 관념을 거쳐 우리는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즉 우리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감각 인상에서 직접 비롯된 필수적 해당관념(the requisite non-relative ideas)이 없더라도 무엇을 생각할 수 있다. _ A. 베일리, D. 오브리언, <흄의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 입문>,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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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3-11-05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 칸트보다 흄이 더 유명해지길 기원해 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23-11-05 20:50   좋아요 1 | URL
저 역시 확실히 흄은 그가 남긴 업적에 비해 과소평가된 사상가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준비를 하고 여태껏 미뤄두었던 흄의 3부작 <논고>도 준비가 되는대로 읽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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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가 말하는 바는 이렇다. 검찰의 영향력이 커진 배경에는 ‘정치‘가 있다. 검찰이 정치에 직간접으로 영향력을행사하는 일들이 잦아지면서 검찰의 힘자체가 커졌다. 영향력이 커진 이유에 대해 3순위까지 응답한 결과를 보면 이는더욱 뚜렷해진다.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검찰 수사에 맡기기 때문이라는 응답과 정치권이 비리에 연루되는일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큰 폭으로 오른다. 거꾸로 말하자면, 검찰의 힘을 다스릴 수 있는 존재가 결국 정치라는이야기다. - P18

조사 결과 시민들의 검찰 이슈 이해도는 짐작보다 훨씬 높았고, 검찰 공화국비판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이 동의했다. 진영 논리에 따라 응답이 갈리되 제 식구감싸기나 돈 문제 등에 대해서는 모두가 비판적이었다. 검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많은 대목에서 ‘빨간불‘이었다. - P19

국민의힘 관계자 다수는 인요한 혁신위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 공천 개혁이라고 내다봤다. 최재형 혁신위에 참여했던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인요한 혁신위 합류를 거절한 이유이기도 하다.  - P21

2020년 2월 방영환씨가 부당해고를 당하게 된 발단 역시 사납금제였다. 당시 회사가 방씨에게 제시한 근로계약서는 겉보기에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는 듯 했다. 그러나 계약 세부를 들여다보면 사실상의 사납금제가 유지됐다.  - P25

기업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YTN 매각이 한국 언론 역사에서 이례적 사건인 이유는 YTN이 ‘보도전문채널‘이라는 특수한 지위를 가져서다. 보도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전체 방송 시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방송채널로, 국내 보도전문채널은 YTN과 연합뉴스TV 두 곳뿐이다. 여론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방통위가 허가한 사업자만이 보도전문채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 P26

언론사의 상품인 뉴스 자체가 돈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기업, 특히 건설업계에서 언론사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는 건 홍보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호반건설은 <서울신문>의 지분을, 중흥그룹은<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 지분을보유하고 있으며, 태영그룹은 SBS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 P27

주요 R&D 예산은 3조4000억원 삭감되었지만 그 와중에 글로벌 R&D 예산은대폭 증액되었다. 글로벌 R&D는 해외 연구팀과 협력하는 공동연구나 인력교류사업을 의미한다. 올해 글로벌 R&D 예산은 5075억원이었다. 6월 예산안에서 내년도 글로벌 예산은 20% (1031억원)가늘어난 6106억원으로 잡혔으나, 8월 최종 예산안에서는 무려 2조8000억원으로늘어났다.  - P29

골딘이 주목하는 건 이른바 ‘탐욕스러운 일자리 (greedy work)‘다. 금융이나 법률 분야 등에서 예측 불가능한 장시간노동을 요구하며, 이를 대가로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다. 이런 일을 하려면 저녁이나 주말의 긴급한 호출에도 언제든 지체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온콜(on call)‘ 상태여야 한다. - P31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튕겨나가지 않게 하려면, 육아휴직 확대보다는 골딘이 말하는 ‘유연한 일자리‘가 더 시급하다는 제안이 그래서 나온다. 이때의 유연화는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고용의 유연화‘가 아니다. 고용은 불안하지 않으면서도, 일할 시간과 장소를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근무 형태와 시간 등이 유연한‘ 일자리를 의미한다. - P33

현재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중동 갈등에서도 AI 무기는 인권침해와 관련해 심각한 논점을 지니고 있다. 이스라엘의 AI전쟁 기술은 국제사회에 그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전쟁 현장에서는 이미 활발히 사용 중이다.  - P37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9.19 군사합의 파기로 연결하는 것은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쪽에 있는 극단주의자들이 평화를파괴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사실 하마스도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오슬로 협정을 반대했다.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과 하마스는 오슬로 협정 체결 후에 이를 반대하기 위해서 적대적 의존관계를 형성했다. - P44

‘비인간화‘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효율적인 심리적 수단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어떤 사람들은 작은 생쥐에 연민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외부인에 대한 ‘악마화‘다. - P47

풀뿌리 운동의 에너지는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라는 의원 그룹으로 제도화됐다. 이 에너지의 다음 희생자들은 공화당 하원의장 존 베이너와 나머지 영건 두 명, 폴 라이언과 케빈 매카시였다. 1970년대 이후로 꾸준히 보수화되던 공화당은 2010년 선거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정치 초보와 티파티 프리덤 코커스 성향 의원들이 공화당의 보수화를 주도해왔다.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공화당 의원 이념의 중간값보다오른쪽에 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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