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어제. 알라딘 이웃분이신 붉은 돼지님께서 뜻하지 않게 길냥이를 키우게 된 사연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귀여운 고양이지만, 갑작스럽게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글을 남기고 24시간이 지났 후... 붉은 돼지님과 같은 처지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줄은 저도 미처 몰랐습니다...

사연인 즉 아내의 동료 유치원 선생님께서 출근하시던 중 길가에 엎드려 있는 고양이를 보셨답니다. 처음에는 죽은 줄 알았는데, 백미러로 보니 이 녀석이 차를 따라오더랍니다. 마침 근처에 계신 분께 여쭤보니 떠돌이 고양인데 근처 강아지 사료(개밥)을 같이 먹으며 지낸다는 걸 알아내시고 처량해 보여 유치원으로 가져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 고양이가 연의 눈에 딱 걸린 것이지요...

사실, 며칠 전부터 연의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단 말을 해왔었기에, 이 고양이는 바로 ‘귀요미‘라는 이름을 받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하루 전 올라온 붉은 돼지님의 글을 참고해서 바로 집장만을 했네요.

고양이는 개와 함께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의 하나다. 민간에서는 고양이를 악물과 영물의 양면으로 인식하였다. 사람이 학대를 하면 앙갚음이나 해코지를 한다고 해서 경원시 해왔다.(p57)「한국문화상징사전」중

해코지를 안 당하려면 잘해줘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연의는 고양이에 목줄을 채우고 산책을 할 계획이라며 설레어 합니다만... ‘고양이 산책‘이라. 인류의 가축 사육사에 획을 그을 업적을 연의가 남길지는 매우 의심스럽지만, 딸의 꿈을 응원하며 이번 페이퍼를 마칩니다.

ps. 이번 주말의 시작은 고양이 예방접종으로 시작할 것 같습니다. 이웃분들 모두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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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1-03 0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겨울호랑이님댁도 고양이 생기셨군요.
저는 강아지처럼 줄을 매고 산책하는 고양이 사진도 본 것 같은데요.
목줄보다는 하네스 같이 생겼는데, 강아지처럼 산책할 때는 줄을 매고 가나봐요.
겨울호랑이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11-03 00:21   좋아요 3 | URL
아 그렇군요. 이미 산책하는 고양이가 있었네요. 그럼 공을 던져 물고 오는 훈련을 시켜야겠습니다. ㅋ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가을 주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붉은돼지 2018-11-03 0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여기 또 따님때문에 졸집사되신 분이 계시는군요 ㅎㅎㅎ
저희집 냥이 보다 쪼끔 큰듯도 하네요
어쨋든 날도 점점 추워지는데 길냥이가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아서 다행입니다 ㅎ

겨울호랑이 2018-11-03 00:39   좋아요 1 | URL
^^:) 네 딸 이기는 아빠는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딸들과 함께 잘 성장하는 야옹이들이 되었으면 하네요^^:)

AgalmA 2018-11-03 0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양이가 같은 고양이과 겨울호랑이님 댁에 입양 갔으니 잘 살겠네요ㅎㅎ 연의도 고양이도 좋겠다옹ฅ^._.^ฅ  오늘 어쩐지 겨울호랑이님께 이 이모티콘 쓰고 싶더라니ㅎㅎ 고양이를 두고, 즐기는 산책과 해코지를 생각하는 부녀 모습에 풉)))

겨울호랑이 2018-11-03 00:41   좋아요 2 | URL
아하! 그렇군요. 참 귀여운 이모티콘이네요. ^^:) 즐거운 추억은 연의 몫이고, 고양이 똥오줌과 털은 아마 제 몫이... ㅜㅜ

만화애니비평 2018-11-03 08: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야옹, 호랑이를 고양이의 집사로 임명하겠다옹

겨울호랑이 2018-11-03 08:25   좋아요 3 | URL
ㅋㅋ 만화애니비평님 말씀이 정답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몸을 타고 올라와 머리 위에서 노네요 ㅋㅋ

북프리쿠키 2018-11-03 09: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고..고양이가 넘흐 귀엽슴다..ㅎ
예전에 와이프가 혼수로 장만한 강아지를 키웠더랬는데..
보낼때(?)가 겁이나서 이제 못 키우겠어요..ㅠ
고양이는 강아지와 또 다르다는데..연의 친구가 되어 주겠네요..ㅎㅎ

카알벨루치 2018-11-03 09:21   좋아요 2 | URL
저도 총각때 마르티즈 키웠는데 두번 다시 키우진 못할 듯 합니다...도서관에서 빌린 하루키 책을 난도질해버렸다는 ㅎㅎ

겨울호랑이 2018-11-03 09:57   좋아요 3 | URL
그렇군요... 저도 어린 시절 강아지를 키웠는데, 가슴 아프게 이별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별 하는 순간도 분명 있고 가슴아프겠지만, 이별과 죽음 역시 삶의 한 과정임을 연의가 배웠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북프리쿠키님 감사합니다.! ^^:) 사실, 저도 카알벨루치님, 붉은 돼지님 말씀처럼 바닥에 깔린 책들이 걱정이 되긴 합니다... 이것도 운명이라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네요.ㅋ

카알벨루치 2018-11-03 10:26   좋아요 2 | URL
고양인 다를수도 있으니 ㅋㅋㅋㅋㅋㅋ

겨울호랑이 2018-11-03 21:10   좋아요 2 | URL
아직까진 책을 먹이보다는 도움닫기용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높은 곳을 좋아해서인지 책상위를 걸어다니며 자판도 누르기에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ㅜㅜ 그 점에선 강아지와 차이가 있는 것 같네요^^:)

2018-11-03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3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8-11-03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깽이네요^^ 다행이에요, 겨울호랑이님을 만나고 연의를 만나서요.


겨울호랑이 2018-11-03 10: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포스트잇님^^:) 좋긴 한데, 제가 키워본 경험이 없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뭐, 그러면서 서로 맞춰가겠지만요.ㅋ

목나무 2018-11-03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이런 일이....ㅎㅎ 연의 마음에 쏙 든 저 고양이로 겨울호랑이님 댁도 한동안은 고양이로 대동단결 할 것 같습니다. ^^
따님과 산책하는 귀요미의 모습 상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겨울호랑이 2018-11-03 16:46   좋아요 0 | URL
네 그런데, 막상 고양이가 오니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네요. 당분간은 저와 아내가 집사가 되어 친해질 때까지 돌봐줘야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설해목님

잠자냥 2018-11-03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정말 재미나네요. 며칠 새 집사가 되신 분들이 ㅎㅎ 귀요미가 어쩐지 행복한 집에 잘 들어간 것 같네요. 사랑 많이 받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_^

겨울호랑이 2018-11-03 16: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날이 추워지면서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지고, 떠돌이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인연이니 친하게 지내야겠지요. 잠자냥님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8-11-03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양이의 도도한 면이 좋습니다. ˝내 마음을 너희 인간들은 모를 거야, 알려고도 하지마!˝라며 쏘아보는 것 같거든요.

따님을 응원합니다. 고양이와 행복한 시간이 많기를...

겨울호랑이 2018-11-03 16:49   좋아요 0 | URL
^^: 페크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귀요미)는 생후 60일 정도된 녀석이어서인지 사람 품을 떠나질 않네요. 상당히 강아지스러운 면이 많은 고양입니다.ㅋㅋ 혹시 ‘고양지‘가 아닐런지 싶네요. ㅋ

cyrus 2018-11-04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닉네임이 사람의 운명과 관련되어 있나봐요. 호랑이가 고양이과 동물이잖아요. 겨울‘호랑이‘, 붉은‘돼지‘. 동물이 좋아할만한 이름이네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8-11-04 19:52   좋아요 1 | URL
cyrus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작명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018-11-07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7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8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8 1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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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9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9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럽의 정원은 하나부터 아홉까지 인공으로 조성되었다. 중국과 일본의 정원 역시 그 점에서 크게 예외가 아니다. 규모뿐 아니라 그 숫자도 결코 적지 않다. 이들에 비추어 우리 전통정원은 인위의 흔적이 뚜렷하지 않으며 그 수도 그리 많지 않다.(p10)... 유럽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정원과 함께 잘 알려지지 않은 정원들이 무수히 많다. 특히 영국 같은 경우에 세계적인 명원으로 꼽힐 대규모의 풍경식 정원이 전국에 널려 있다. 독일은 크고 작은 도시들마다 최소한 하나씩 정원이 있다.(p12)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한국 정원 답사 수첩>에서 말하고 있는 외국의 정원과 뚜렷이 구별되는 우리나라 정원(庭園)의 특징은 '자연과의 조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회화에서 말하는 '여백의 미'처럼 전통의 아름다움과 특징을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페이퍼에서는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헤르만.F. 폰 퓌클러무스카우(Hermann Furst von Puckler-Muskau, 1785 ~ 1871)의 <풍경식 정원 Andeutungen uber Landschaftsgartnere>속에 그려진 서양 정원(Park, Garten)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함께 살펴보면서 이를 찾아보고자 한다.


1. 계절에 따른 정원의 아름다움 : 조화 VS 설계


 <한국 정원 답사수첩> 속에서는 계절에 따라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정원의 예로 창덕궁 부용정(昌德宮 芙蓉亭)을 말하고 있다. 전통 정원 아름다움의 근원으로 인간이 만든 건축물(정자)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말한다. 반면, <풍경식 정원>의 저자는 자연과의 조화보다는 철저한 조경 설계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게 된다.


 [사진] 부용정 (출처 : http://www.koya-culture.com/news/article.html?no=100961)


 원도방지 圓島方地의 정형성과 부용정 芙蓉亭의 아름다운 자태를 중심으로 형성된 부용지원은 한국정원의 백미라 할 수 있다.(p54)... 부용정은 어느 철에 가도 좋다. 봄철에 가면 주변 언덕 이곳저곳에 연분홍빛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터트린다. 여름철의 부용정 지원은 싱싱한 아름다움이 있어서 좋다. 부용정 지원의 단풍은 그 맛이 특별하다... 이 곳의 단풍은 사람의 숨결과 잘 조화되는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겨울, 눈 오는 날, 하얗게 물든 온 천지에는 적막만이 가득하다.(p57)... 부용지는 네모난 형태의 못으로 못 속에는 원형의 섬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났다는 천원지방의 음양오행사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원도방지인 것이다.(p58)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자연을 끌어들이고, 자연으로 나가고, 자연과 어울려 합일되는 인간과 자연의 상생성은 소쇄원 瀟灑園이나 독락당 獨樂堂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원리는 단지 소쇄원이나 독락당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별서정원에서 공통적으로 나는 것이다.(p320)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잘 계획된 풍경식 정원에는 별다른 색상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적절히 구성된 형상만으로 사계절 항시 경관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자연의 조화도기대할 수 없는 겨울이라 하더라도 나무와 잔디 그리고 수면이 어우러진 한아름의 경관을 이룰 뿐 아니라 이들이 함께 일구어낸 물가의 산책로며 호안선이 만들어 놓은 수변경관 역시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해 준다.(p38) <풍경식 정원> 中


2. 정원에 담긴 주제 의식 : 철학적 의미 VS 시각적 의미


 <한국 정원 답사 수첩> 속에서는 정원에 담긴 의미가 강조된다. 사찰 정원에 담긴 불교 사상, 민간 정원에 담긴 선비 정신등이 표현된 전통 정원은 거의 같은 구도를 가지고 있다. 배산임수(背山臨水), 좌청룡 우백호(左靑龍 右白虎)등의 풍수(風水)사상이 그것이다. 반면, <풍경식 정원>에서는 정원이 가지는 독창성과 차별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면에서 철학적 의미를 강조한 우리 전통 정원과 차이를 보인다.


 송광사의 계담 溪潭은 우리나라 전통사찰에 조성된 몇 안 되는 계담 가운데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수면에 비치는 건물의 그림자가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우화각 넘어가는 다리의 홍예가 물에 비쳐 원상을 이루게 되면 그야말로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의 진리를 단박에 깨우치도록 만들어 준다. 이 계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계원 溪園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한 심미적 장소가 아니라 불교적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특별한 신앙공간이다.(p190)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사진] 임대정 원림( 출처 : http://hcs.cha.go.kr/korea/heritage/search)


 임대정 臨對亭 정원은 사평천의 동쪽 언덕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언덕 위에 지어놓은 임대정이 정원의 중심이 된다. 임대정을 특별히 서북향으로 앉혀 놓은 것은 사평천의 물길이 좌청룡쪽에서부터 우백호 쪽으로 흘러드는 서출동류 西出東流의 형식을 취할 수 있었던 뜻인가 싶다.(p210)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이라 하더라도 어디서나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다보면 결국 천편일률적인 인상을 줄 뿐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광경을 제공하고 다른 어떤 것도 능가할만한 다양한 매력요소를 제공하며 웅장한 면과의 조화를 별 무리 없이 확보하려면 풍경식 정원의 규모는 충분히 큰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자연이 주는 세세한 아름다움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무래도 넓게 확장시켜 놓은 광활한 것이 작은 것 보다 나을 수 있다.(p32) <풍경식 정원> 中


3. 정원 안의 건축물 : 정자(개방성) VS 저택(폐쇄성)


 우리 나라 정원에서 빠지지 않는 건축물은 '정자(亭子)'다. 정원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해서 전체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정자는 개방적인 건물이다. 반면, 풍경식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은 '저택(邸宅)'이다. 정원의 주인이 거주하는 이 공간은 생활공간이기 때문에 외부에 대해 폐쇄적이라는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건축은 자연과 잘 어울리고 자연에 녹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배경에 비해 특별히 건물이 노출되어 음과 양의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자는 다르다. 정자는 사방으로 시계가 열려 있어야 하기 때문에 돌출된 장소에 자리를 잡게 된다. 초간정 草澗亭 역시 바위 위에 올라앉아 있어 쉽게 눈에 띈다. 조금 도드라지게 보이기는 하지만 자연에 순응해 자기 자신을 낮추고 있을 뿐이다.(p415)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사진] 초간정(출처 : http://www.k-heritage.tv/brd/board/275/L/menu/254?brdType=R&bbIdx=5432)


 건축물은 언제나 경관과 함께 하면서 서로 밀접하게 엮여간다는 사실은 정말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정원의 건축이라 해서 자연과 잘 어우러지거나, 보다 쾌적한 환경이나 전원적인 아름다움이 요구되는 등 별도로 정해진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p42)... 아름다운 조화를 논의하는 것은 그 모습으로부터 건축의 용도를 짐작할 수 있는 목적성과 합치되도록 형태를 갖추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p43)...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은 물론 저택이다.(p45) <풍경식 정원> 中 


4. 정원의 나무들 : 개체와 전체


 우리 나라에는 이미 많은 나무들이 자생(自生)하고 있기에 몇 그루의 나무만으로도 훌륭하게 경관을 꾸밀 수 있는 반면, 기본적으로 잔디를 배경으로 한 풍경식 정원에서는 나무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때문에, 전체와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옮겨심거나 심한 경우 베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 책의 내용으로 볼 때 전통 정원에서 나무는 같이 가는 동반자라면, 풍경식 정원에서는 하나의 도구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집 주위로 소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등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집안에 나무를 많이 심지 않아도 식생경관을 얻는 데 부족함이 없다. 특히 대문 밖 문간마당에 자라고 있는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는 입구성을 부여해주는 훌륭한 상징물이 되고 있다. 은행나무와 회화나무는 오래전부터 학자수로 완상할만한 가치가 있다.(p522)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지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나무 개체로는 아름다운 경우라 하더라도 전체 녹지의 조화와 목적에 대립되는 경우라면 희생시켜야 할 수도 있다... 다른 나무들을 대담하게 제거함으로써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음과 동시에 큰 아름다움을 취할 수도 있으며, 손실을 감수함으로써 얻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사실로 스스로 위로할 수밖에 없다.(p66) <풍경식 정원> 中


5. 정원의 물 : 계류 VS 호수


 전통 정원에서 물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존재다. 인공폭포를 조성하는 경우에도 그들이 꿈꾸던 이상향(理想鄕)의 모습을 그 안에 담으려 했던 반면, 서양의 풍경식 정원에서 물은 그렇지 않다. 자연스러운 늪보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낫다는 <풍경식 정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나라 전통의 연지(蓮池)는 아름다운 못이 아닐 것이다.


 [사진] 강진 백련당(출처 : http://hankukmail.com/newshome/print_paper.php?number=21604)


 계류 溪流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못과는 달리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관미를 연출하고 있다.(p393)... 영벽지 影碧池 주변은 자연 암벽들로 이루어져 있어 원생적인 자연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데, 시에서 읊은 것처럼 물이 흘러들어오는 북쪽 암반의 층단에 수로를 파고 물길을 모아 인공폭포를 조성했다... 아마도 이 공간에서 신선의 세계를 연출하고자 했던 모양이다.(p512) <한국 정원 답사수첩> 中


 풍부한 식생만큼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강이나 호수의 신선하고 맑은 물과 함께 하게 되면 경관의 아름다움은 무한히 상승되고 눈과 귀는 더욱 즐거워질 수 있다.... 나는 어설픈 모방이라면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물 없이도 아름다운 자연은 있어 주지만 악취 나는 늪은 온 지역을 오염시킨다.(p105)... 하지만 어떤 무엇을 취하려는 간에 인공의 수경관(水景觀)에 자연스로운 모습을 갖추어 주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p106) <풍경식 정원> 中


 <한국 정원 답사 수첩>과 <풍경식 정원>에서 말하고 있는 정원의 구성 요소는 이처럼 거의 유사하다. 건축물과 주변의 나무들, 그리고 주변을 흐르는 물 등. 그렇지만, 이러한 같은 요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같은 쪽을 향해 있지만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는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자연이 만들어낸 형상을 모델 삼아 중간적인 방안을 모색해 볼 수는 있겠다. 예를 들어 거센 물살이나 계곡의 물에 의해 충적된 돌무더기 형태로라면 적어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저절로 바위와 비슷한 형태를 갖추거나 최소한 그림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쉽게 자연을 모방할 수 있다.(p115) <풍경식 정원> 中


 정원에 자연을 담고자 했던 전통 정원과 마찬가지로 <풍경식 정원>에서도 자연의 모방을 말하고 있지만, 자연을 모방(模倣)하는 태도는 양자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장파(張法, 1954~ )교수는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에서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중국 미학의 '마음으로 조화 본받기'에서 '본받는' 방식은 서구인의 모방과는 다르다. 그것은 '조화'의 성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 문화의 조화는 주로 산수 자연에서 구현되어 있다.(p374)... 서구에서 산수의 본질은 우주와 마찬가지로 형식(형상과 색채)과 거기에 내포된 의미에 의해 규정된다. 풍경을 마주하고 그림을 그려야만, 비율/색채/의미 내포를 가장 정확히 반영해 낼 수 있고 우주의 본질을 가장 전형적으로 반영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우주는 실체적이지도 형식적이지도 않다. 중국 화가는 언제나 "실컷 돌아다니면서 한껏 보고 나서, 그것이 가슴속에 역력하게 새겨지는" 경지를 추구했다.(p375)... 큰 것으로 작은 것을 살피는 방식이란 화가가 많은 경험을 하고 충분히 유람하며 충실히 수양을 쌓아 아름다운 산과 강이 "가슴속에 역력해지면", 그것을 우주적 차원에서 그려내는 것이다.(p376)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中


 물론,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에서 동양미학은 대부분 중국을 말하고 있기에, 한국의 정원에 중국 미학 사상을 찾는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주저하게 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한국의 정원에도 이러한 중국 미학의 태도를 대입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한국 정원 답사 수첩>에 소개된 고산 윤선도(尹善道, 1587 ~ 1671)가 병자호란 이듬해 보길도에 조성한 원림,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1491 ~ 1553)이 파직 후 고향에 돌아와 지은 독락당(獨樂堂) 등 많은 정원이 인생의 풍파를 겪은 후 만들어진 것임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세월의 풍파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이들이 추구한 아름다움이 주변과 어우러지는 조화(調和 harmony)로 흘러갔던 것은 낙수(落水)만큼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었을까. 


 <한국 정원 답사 수첩> 과 <풍경식 정원>에 소개된 동서양 정원의 다른 모습 안에 담겨진 아름다움(美)의 다른 의미를 되새기며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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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8-10-30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는 것만으로 좋습니당

겨울호랑이 2018-10-30 21:58   좋아요 0 | URL
^^:) 만화애니비평님 감사합니다. 가을이 깊어지는 요즘 별서정원을 찾아보는 것도 멋진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18-10-30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남도로 정자 기행을 다니던 시절
생각이 나네요...

선비들이 참으로 좋은 곳에 정자를 지었
구나 싶더군요.

명옥헌에서 바라보는 배롱나무는 정말
황홀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10-30 22:35   좋아요 0 | URL
^^:) 그렇군요. 저도 레삭매냐님처럼 멋진 경험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네요. 다음에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야겠습니다.

2018-10-31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31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ngo(만권의 추억) 2018-11-02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11-02 15:57   좋아요 0 | URL
^^:) 감사합니다. Mango님 좋은 하루 되세요!
 

 제가 맡은 업무 중 하나로 프로젝트 제안이 있습니다.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고 했던가요. 때로는 제안이 낙찰되어 기쁨을 누리기도 하지만, 다른 업체들과 경쟁에서 밀려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사실은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지요.) 이제는 경험도 어느 정도 쌓이다보니, 떨어졌을 경우 아쉬움도 잠시이고, 이내 평정심을 찾고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조금은 색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페이퍼는 그 생각을 분석해 보려합니다. 


 얼마 전에도 프로젝트 제안서가 여느 때처럼(?) 떨어졌습니다. 내심 기대했던 프로젝트라 아쉬움이 컸지만, 동시에 평안함이 찾아오더군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몇 가지를 떠올려 봤습니다.


 1. 제안 : 화폐를 통한 사용가치 교환

 

 상품소유자는 누구나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사용가치를 가진 다른 상품에 대해서만 자신의 상품을 양도하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교환은 그에게 그저 개인적인 과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는 자신의 상품을 가치로서 실현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제 교환은 그에게 일반적인 사회적 과정이다.(p151)... 사회적 행위만이 어떤 상품을 일반적 등가물로 만들 수 있다.  즉 다른 모든 상품의 사회적 행동이 어떤 특정한 상품을 따로 떼어내어, 이 상품을 통해 다른 모든 상품이 자신의 가치를 표시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이 상품의 현물형태는 사회적으로 유효한 일반적 등가형태가 된다. 일반적 등가물이 되는 것,  그것이 사회적 과정에서 따로 분리된 이 상품의 특수한 사회적 기능이 된다. 그리하여 그 상품은 화폐가 된다.(p152) <자본 1-1> 中


 제안 요청자와 이에 응해서 제안을 준비하는 자는 '용역'을 통해서 교환관계를 맺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교환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교환 참여자 자신들은 기대하는 이익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었을 때 거래에 참여하겠지요. 거래 참여자의 주관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화폐'라고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 ~ 1883)는 <자본 Das Kapital: Kritik der politischen Okonomie>에서 설명합니다. 제 경우 '프로젝트가 떨어졌다'는 의미는 제가 제시한 가치(주관적 가치)가 상대편에서 생각하는 적정기준(객관적 기준)에 미달했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거래는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2. 노예의 도덕 : 실망감


 그리고, 이를 통해서 저는 먼저 '실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만약,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면 '성취감'을 느꼈겠지요. 제가 느꼈던, 그리고 느꼈을 지도 모르는 이러한 감정들은 '프로젝트 제안'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주어지는 외부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느끼는 감정은 여기에서 부가적으로 파생된 것이라고 보면, 우리는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 ~ 1900) 의 <도덕의 계보 Zur Genealogie der Moral)>의 일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도덕에서의 노예 반란은 원한 자체가 창조적이 되고 가치를 낳게 될 때 시작된다 : 이 원한은 실제적인 반응, 행위에 의한 반응을 포기하고, 오로지 상상의 복수를 통해서만 스스로 해가 없는 존재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원한이다. 고귀한 모든 도덕이 자기 자신을 의기양양하게 긍정하는 것에서 생겨나는 것이라면, 노예 도덕은 처음부터 '밖에 있는 것', '다른 것', '자기가 아닌 것'을 부정한다 : 그리고 이러한 부정이야말로 노예 도덕의 창조적인 행위인 것이다... 노예 도덕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먼저 대립하는 어떤 세계와 외부 세계가 필요하다. 생리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이 일반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자극이 필요하다. - 노예 도덕의 활동은 근본적으로 반작용이다. 고귀한 가치 평가 방식에서 사정은 정반대다 : 그것은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성장한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더 감사하고 더 환호하는 긍정을 말하기 위해 자신의 대립물을 찾을 뿐이다.(p368) <도덕의 계보 : 제1논문> 中


 '실망'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성취감'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본다면, 조금 거칠게 '실망'은 '나쁨'으로, '성취감'을 '좋음'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느낀 부정적인 감정은 외부에 의해 수동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니체에 의한다면 제가 느낀 실망감은 '노예 도덕의 활동'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면, 그 이후 느낀 평정심은 '고귀한 도덕'에 해당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것 역시 '노예 도덕'의 일부일까요. 그 분류는 '평정심'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고귀한 인간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고귀한 인간은 '좋음'이라는 근본 개념을 먼저 자발적으로, 즉 자기 자신에게서 생각해내고, 거기에서 비로소 '나쁨이라는 관념을 만들게 된다.(p371) <도덕의 계보 : 제1논문> 中


3. 고귀한 도덕 또는 진정한 행복


 니체가 말한 '고귀한 도덕'과는 조금은 다른 의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에피쿠로스(Epikouros, BC 341 ~ BC 271)의 <쾌락>에서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쾌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내적인 평정상태인 '아타락시아 ataraxia'를 추구하기 위해서 외부의 자극을 차단해야한다면, 제가 (비록 수동적이기는 하지만) 계약 수주에 실패해서 느낀 평정심은 에피쿠로스의 '평안'에 가까운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잃어서 오히려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 같습니다. 다소 모순되는 것같지만, '큰 슬픔 뒤에는 작은 기쁨이 따른다'라는 오랜 격언을 생각해 본다면 크게 잘못된 표현은 아닐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다음 사실을 알아야 한다 : 욕망들 epithmia 중 어떤 것은 자연적이고 다른 것은 공허하며, 자연적인 욕망들 중 어떤 것은 필연적이고 다른 것은 단순히 자연적이며, 필연적인 욕망들 중 어떤 것은 행복을 위해 필요하며 어떤 것은 몸의 휴식을 위해 필요하며 다른 것은 삶 자체를 위해 필요하다... 우리가 어떤 것을 선택하거나 피할 때 몸의 건강과 마음의 평안을 참고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행복한 삶의 목적이므로. 우리는 항상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즉 고통과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서 행동한다. 그리고 일단 이것이 얻어지면 모든 마음의 폭풍우가 사라진다.(p45) <z쾌락> 中 


 제가 느꼈던 평안함이 허탈함일지, 일하기 싫은 게으름일지, 아니면 마음을 비우는 것으로부터 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 모든 것을 얻는다는 문제는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하고, 우리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것은 '자본주의(資本主義)'라는 말처럼 '자본=주인'인 체제에서 노동자로 살아가야 하는 개인들이 고민하고 있는 큰 문제의 한 부분이라 생각해 봅니다. 


 그럼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각자 내리시길 바라며, 저는 다음 제안서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이웃분들 모두 좋은 오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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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0-19 1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플에서 정말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표지네요 ㅎㅎㅎ 겨울호랑이님도 좋은 오후 되시길^-^

겨울호랑이 2018-10-19 13:12   좋아요 1 | URL
syo님께선 <자본>을 아주 많이 좋아하시지요^^:). 화창한 가을날이네요. syo님께도 화창한 금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2018-10-19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9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1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1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10-29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망감이나 성취는 외부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노예의 도덕 감정이 맞겠죠. 그러나 평정심은 내부로부터 오는 것이니 ‘고귀한 도덕‘ 맞겠는데요^^ 그런데 개념이라는 게 사람마다 달리 쓰는 난점이 있어서 어떤 이들은 정말 동의하기 곤란한 걸 ‘고귀한 도덕‘으로 쓰는 게 문제죠.

겨울호랑이 2018-10-29 23:43   좋아요 1 | URL
^^:) AglamA님 말씀처럼 주관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개념인지라... 그때그때 달라져서 정확하게 정의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네요. 그것이 ‘수학 세계‘와 ‘현실 세계‘의 차이이겠지만요. 덕분에, 많이 어려우면서도 재밌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인을 위한 예술을 창조하려 했던 똘스또이는 단번에 보편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전세계에서 불후의 성공을 이룩했다. 그 이유는 그 작품이, 예술이 지닌 온갖 파멸되어야 할 요소에서 정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며, 또한 그 작품에는 영원한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로맹 롤랑 <똘스또이의 생애>에서 (p15) <인생이란 무엇인가 3 행복> 中


 톨스토이(Tolstoi, Lev Nikolaevich, 1828 ~ 1910)의 작품에 대해 프랑스 문학가인 로맹 롤랑(Romain Rolland, 1866 ~ 1944)는 그 안에 보편성과 영원이 담겨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그의 사상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장편 소설에서 뿐만 아니라, 러시아 민화(民話)나 다른 작가의 작품을 각색한 짧은 단편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데, <인생이란 무엇인가 3 행복> 안의 두 작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역시 그런 작품들이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두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톨스토이의 신, 하늘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본다. 먼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살펴보자. 이 작품은 하늘의 천사가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신(神)이 낸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다시 내려가 산모의 영혼을 거두어라. 그러면 세 가지 말을 알게 되리라. 즉 사람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그것을 알게 되면 하늘 나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p64)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中


 작품 속에서 천사는 사람의 내부에는 사랑이 있으며,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이라는 것과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사랑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 저는 '사람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알게 되리라'고 하신 하느님의 첫 번째 말씀을 생각해 냈습니다. 나는 사람 안에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번에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하는 지식입니다.(p67)... 저는 그 부인이 타인의 아이로 인해 눈물을 흘렸을 때 거기서 살아 계신 하느님의 그림자를 발견했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깨달았습니다.(p68)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中


 톨스토이에게 신은 매우 중요한 존재였지만, 막연한 절대자의 이미지만은 아니라는 것을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는 보여준다. 작품 안에서 서로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하는 마르틴과 스쩨빠느이치의 모습을 본다면, 톨스토이에게 신(하느님)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본다.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도로 몸을 굽혀 드러눕자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또렷이 들려 왔다. "마르틴, 마르틴아! 내일 한길을 보아라, 내가 갈 터이니." 마르틴은 의자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p75)...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나는 가물가물 잠이 들었지. 그렇게 졸고 있는데 누군가가 조그만 목소리로 '기다려라, 내일 갈 테니' 하지 않겠나?" 스쩨빠느이치는 머리를 저을 뿐 아무 말 않고 컵에 남은 차를 마저 마시고 컵을 놓았다.(p77)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中


 이들 작품에서 기독교 신자들은 대부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태 22 : 37 ~ 39)'라는 성경구절을 떠올리겠지만, 기독교 신자들이 아닌 이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중국철학사>에서 표현되듯 하늘(天)에 대한 인류 보편적인 사상이 있어서가 아닐까.

 

 중국 문자 가운데 이른바 하늘(天)에는 다섯 의미가 있다. 첫째, 물질지천(物質之天) 즉 땅과 상대적인 하늘이다. 둘째, 주재지천(主宰之天) 즉 소위 황천상제(皇天上帝)로서 인격적인 하늘이다. 셋째, 운명지천(運命之天) 즉 우리 삶 가운데 어찌 할 도리가 없는 대상을 지칭한 것이다. 넷째, 자연지천(自然之天) 즉 자연의 운행을 지칭한 것이다. 다섯째, 의리지천(義理之天) 즉 우주의 최고원리를 지칭한 것인데, <논어 論語>에서 공자가 말한 하늘 역시 주재지천이다.(p61) <중국철학사 中國哲學史 상> 中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의 작품 속에서 신은 '주재지천'의 존재만은 아니다. 우리 안에 사랑이 있다는 '의리지천'으로서의 하늘과 사랑을 통하여 우리가 살아간다는 '자연지천'으로서의 하늘 역시 같이 표현되고 있기에, 세계인들이 그의 작품에 공감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런 점이 그를 '러시아의 톨스토이'가 아닌 '인류의 톨스토이'로 만든 것은 아닐까. 


 다만, 톨스토이의 작품을 접할 때 누군가는 그의 기독교 사상이 불편하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종교를 강요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그의 작품 속에 깊이 나타난 종교관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그의 예술관 속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톨스토이는 예술이란 감정을 감염시키는 것이라는 단순한 이론을 표명하였다. 진정한 예술가는 표현도 하고 정서도 환기시킨다. 예술을 통하여 예술가는 자신이 경험한 감정을 청중에게 감염시킨다... 톨스토이는 예술의 역할로 예술가와 청중간의 의사소통을 강조했으며, 지식과 지적 활동으로부터 예술 감상을 분리시키는 데 큰 관심을 가졌다. 이 두 번째 특징이 톨스토이의 감화의 은유를 설명하며, 훌륭한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이나 훈련이 필요치 않다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p32) <미학개론> 中


 톨스토이의 예술관은 작가의 감정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넘어 감염시키는데 있었다. 이러한 그의 예술관을 알고 나면 작품 곳곳에 표현된 작가의 종교관(宗敎觀)을 예전보다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러시아의 민중작가로서 보편성과 영원을 추구한 예술가. 


 톨스토이와 그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알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작품을 읽어야겠지만, 일단 위와 같이 '틀'을 잡아 놓고, 다른 작품을 접하면서 그에 대한 평가를 다듬어 보고자 한다.


 잠시 말을 돌려보자.  중국철학에서 공자(孔子, BC 551 ~ BC 479)이전 하늘에 대한 생각이 위와 같았다면, 춘추시대(春秋時代, BC 770 ~ BC 403) 이후에는 인간(人間)을 중시하는 새로운 기운이 싹트게 된다. 이에 대해 펑유란(馮友蘭, 1894 ~ 1990)은 <중국철학사>안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그러나 춘추시대에는 비교적 진보적인 일부 선비들이 점차 귀신 혹은 천도라는 것을 믿지 않게 되었다. 예를 들면 소공(昭公) 18년[ BC 524], 자산(子産)이 말했다. "천도(天道)는 멀고 인도(人道)는 가까우므로, 양자는 서로 상관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어떻게 천도로 말미암아 인도를 알 수 있겠는가? 天道遠, 人道邇, 非所及也. 何以知之?<좌전 左傳>" (p62) <중국철학사 상> 中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톨스토이가 작품 속에서 '천도(天道)' 이야기 했다면, 러시아의 자산처럼 '인도(人道)'를 말한 작가는 누가 있을까. 도스토예프스키(Fyodor Dostoevsky, 1821 ~ 1881)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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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1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1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2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2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2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10-15 0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같은 톨스토이 소설을 읽고 저는 좋았는데 너무 교훈적이어서 싫다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교훈적이면 아무래도 문학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느껴지긴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10-15 07:27   좋아요 2 | URL
페크님 말씀처럼 너무 교훈적이면 우리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줄 것 같아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페크님께서도 좋은 가을의 한 주 시작하세요!
 

한글날입니다. 이웃분들 모두 휴일 잘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오전 아이와 함께 집 앞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와 마찬가지로 연의도 모래놀이를 매우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선뜻 소매를 걷어붙이고 함께 모래놀이하지 못하게 되네요. 제가 어른이 되어서일까요. 모래는 예전 그대로인데, 아이가 밖에서 모래를 달고 집에 들어오면 털고 들어오라고 말하는 제 자신을 보면 제가 변한 듯 합니다.

오래전 읽은 「피터 팬」과 「정글북」이 떠오릅니다. 「피터 팬」의 피터는 네버랜드(Neverland)에 살며 언제까지나 어린이로 살아가지만, 현실로 돌아온 웬디는 어른이 되버리지요. 어른이 된 웬디를 찾아온 피터는 웬디 대신 웬디의 아이와 함께 모험을 간다는 결말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모래 놀이를 하면서 웬디가 되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로부터 어른이 되는 것은 아픔과 변화가 따른다는 것은 이를 경험한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데미안」에서는 이를 껍질을 깨는 아픔이라고 표현합니다만. 저는 성장과 관련해서는 「정글북」의 마지막을 떠올립니다. 커다란 뱀 ‘카아‘는 사람의 마을로 가려는 모글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가거라, 아이야. 우리 뱀들은 벗은 허물안에 다시 들어가지 않는단다.˝...

그렇게 저는 카아의 말처럼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살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된 어느날 이제는 피터팬을 봐도 같이 갈 수가 없게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웃어야할 지 울어야할 지 잘 모르겠네요. 분명한 사실은 저 사진의 다음 장면에서 저는 딸 아이와 함께 땅따먹기와 제기차기를 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며칠 전만큼 화창한 가을 날은 아니지만,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로 여겨지는 꽃) 사진을 올립니다. 이웃분들 모두 행복한 한글날 되세요.

ps. 오랫만에 제기차기를 해보니, 최고의 고관절 운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힘드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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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10-09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거라, 아이야.
우리 뱀들은 벗은 허물안에 다시 들어가지 않는단다.˝

정글북 안에 이렇게 멋진 구절이 있었나요?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다시는 들어가지 못할 허물앞에 주저앉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두를 위로해주는 글이네요

겨울호랑이 2018-10-09 20:5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기억력이 좋지 않은 제가 알고 있는 몇 안되는 구절이니 거의 있을 것입니다. 기온이 떨어져 가을이 깊어가네요. 나와같다면님 편안한 밤 되세요!^^:)

2018-10-12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2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2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