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부모가 뭔가 대단하고 강렬한 일을 할 필요는 없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아이를 보낼 학교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아이가 살아갈 인생의 항로를 바꿀 수 있다.(p477) 「양육가설」중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양육가설」에서 부모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자녀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또래 집단을 선택하는 정도가 부모의 통제권에 속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부모들, 특히 한국의 부모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자녀의 성장을 위해 부모가 해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양육가설」에서는 이에 대한 답도 제시한다.

안타깝게도 부모가 자녀의 교우관계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자녀가 성장할수록 줄어든다.(p480)... 부모도 자녀를 괴롭힐 수 있다. 그리고 자녀는 부모의 이런 성향을 금세 파악하고 학습한다. 그렇다고 아이가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모와의 관계는 나빠질 것이다. 부모의 억압적 행동이 오랫동안 계속된다면 부모-자녀의 관계는 영원히 회복불가능할만큼 훼손될 수 있다... 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에 다정하게 대하라. 그러면 아이도 당신이 늙었을 때애 당신에게 잘 할 것이다.(p486) 「양육가설」중

「양육가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리뷰에서 풀어가기로 하고, 이와 관련된 개인 이야기를 페이퍼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어제 딸아이 연의와 모처럼 긴 시간을 뛰어놀았습니다. 그 시간이 인상적이었는지 어제 밤늦게까지 무엇인가 만들더니 아침에 선물이라고 편지를 두 장 보여주었습니다. 그림 하나와 글씨 편지 하나. 어제 함께 보낸 시간이 좋았구나 하는 마음에 고마움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큰 게 아닌데, 그것을 채우는 것은 왜이리 쉽지 않은지요...

어제 받은 편지를 보니, 아직 너무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입니다. 이 편지를 보면서 「대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날마다 새로워지고 또 새로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침 부모님 댁 인테리어 공사가 있어, 당분간 3대가 한 집에 살며 5월 가정의 달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직 아이가 다 크기 전, 부모님이 함께 계시는 동안 ‘다정하게‘ 대할 것을 굳게 다짐해 봅니다. 딸의 선물이 아빠의 부족함을 깨우는 것을 보면 양육을 통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함을 깊이 느끼며 이번 페이퍼를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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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4-28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주만 지나면 어린이날이네요. 겨울호랑이님은 그날에 연의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겠군요. ^^

겨울호랑이 2019-04-28 15:46   좋아요 0 | URL
어린이날은 사람이 많아서 집에서 보내려 합니다. 연휴니만큼 그 전에 미리 다녀오는 것이 경험상 좋더군요^^:)

단발머리 2019-04-28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86쪽의 “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에 다정하게 대하라!!” 가 사무치게 다가오네요.
덕분에 연의의 예쁜 선물도 구경하고 갑니다. 여유로운 주말 되세요, 겨울호랑이님^^

겨울호랑이 2019-04-28 19:07   좋아요 0 | URL
저 역시 단발머리님께서 말씀하신 구절이 인상깊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머리와 가슴으로는 공감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너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부모의 강요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돌아보면 저 역시 알게모르게 아이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부분이 있기에, 공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반성을 하게 됩니다... 단발머리님께서도 일요일 저녁 잘 마무리 지으세요. 감사합니다!^^:)
 

 투기와 투자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요즘이다. 얼마전에는 국회의원의 부동산 관련 투기와 투자 문제가 한창 시끄러웠는데, 요즘은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투기와 투자가 새로운 이슈가 되는 모양새다. 그래서, 이번 페이퍼에서는 잠시 투기와 투자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투자운용이란 철저한 분석에 기초하여 원금의 안정성과 만족할 만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운용으로 이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운용은 투기이다.(p82)... 투자에서 추구하는 "안정성"은 절대적이거나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 말을 제반 정상적 또는 합리적 가능성이 있는 조건이나 변화에 대응하여 얼마나 손실을 막아주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안전한 주식은 개연성이 낮은 불의의 사태를 제외한 어떤 겨우에도 지불한 가격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되는 주식이다.(p83) <증권분석> 中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가치투자자 중 한 명인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1894 ~ 1976)은 그의 주저 <증권분석 Security Analysis>을 통해 위와 같이 '안정성'을 중심으로 투기와 투자를 구분했다. 그렇다면, 안전성이란 개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위험 관리(risk management)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에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돈을 버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받아들이고 나면, 위험을 측정하고 수치화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주어진 위험 수준에서 우리는 기대 수익을 최대화하기를 원한다.어떤 거래가 다른 위험을 상쇄시킨다면, 그 거래는 수익을 증가시키면서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가지는 다른 위험에 의해 상쇄될 수 있는 위험을 다양화할 수 있는(diversifiable) 위험이라고 부른다.(p405) <The Princeton Companion to Mathematics 2> 中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투자에 있어서 위험은 손실에 대한 위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상치못한 이익에 대한 위험 역시 관리해야할 대상이 된다. 높은 이익이 위험이라는 말은 다소 비상식적이지만, 위험을 적정하게 통제하는 것이 '안정'이라 본다면 비상식적인 이익 또한 위험관리 대상이다. 시장에서는 위험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수많은 파생상품(派生商品, derivative)이 개발되고 실무적으로는 이를 조합해서 수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주식 시장(market)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가격은 우리의 노력과 기대 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의 수많은 참여자들 외에 시장 외 요인은 위험요인이 되는데,  그레이엄은 이 지점에서 기본적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안정성이란 개념은 증권을 매수하는 사람의 심리보다는 보다 더 유형적인 어떤 것에 기초할 경우에만 실질적인 유용성을 보장받는다.(p81)... 시장은 현재가격이 제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그 가격을 유일한 가치척도로 받아들임으로써 제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그 가격을 유일한 가치척도로 받아들임으로써 점진적으로 새 기준을 설정에 나간다. 무비판적 접근에 기초한 어떤 안전성 개념도 환상에 불과하고 분명 위험으로 가득찰 것이다.(p82) <증권분석> 中 


 그레이엄이 말한 안정성의 개념은 후에 워렌 버핏에 의해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 )'의 개념으로 보다 구체화된다. 여기에서 경제적 해자는 기업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진입장벽 또는 경쟁우위를 말하는데, 장기보유로 유명한 워렌 버핏도 경제적 해자가 손상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지체없이 매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워렌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2015년 POSCO 지분을 전량 매도했는데, 이는 MB 정부 집권을 거치면서 POSCO의 경제적해자가 손상되었다는 일종의 판단이라 여겨진다. (후에 버핏은 비야디 BYD로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식의 위험요인은  기업 내부 요인 외에도 시장의 위험 요인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기술적 분석가들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대표적인 사례로 시장이 비이성적이어서 버블(bubble)이 발생했거나, 일반적인 추세선(trend)를 벗어난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시장상황을 분석하는 기술적 분석가들은 주로 그래프를 통해 매도와 매수를 결정하는데, 추세선의 붕괴는 결정적인 매도 사유 중 하나이며,  이 경우 위험의 정의를 생각해본다면, 추세선의 붕괴는 반드시 하한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정리하면, 가치투자자 또는 기술적 분석가 등 투자자 유형과 관계없이 주식이 적정가치(투자자의 기대) 이상으로 올랐거나, 내렸을 때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이익을 실현하거나, 손절매를 해야함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막대한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우리는 투기라고 부르지 않고, '시장에 대한 승리'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버블을 인지했을 때 뒤로 한발 물러나 관련 회사와 부문에 투자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운 좋게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주가가 폭등할 때 주식을 갖고 있다면, 즉시 현금화하고 뒤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팔아버린 주식의 주가가 버블 붕괴 전께자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결정을 매우 잘한 것이다.(p112) <투자의 미래> 中


 추세선의 붕괴 : 이것은 가장 유용한 조기 시장참가 또는 철수신호 중의 하나이다. 추세가 변하였거나 기존 포지션을 정리해야 한다는 기술적 신호에 따라 새로운 포지션을 취한다면 일정한 추세이탈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항상 다른 기술적 요인들도 고려되어야 한다. 추세선들이 지지선 또는 저항선 역할을 할 때 시장참가시점을 찾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주상승추세선에 대한 매수 또는 주하락추세선에 대한 매도는 효과적인 시점선택전략이 될 수 있다.(p426) <금융시장의 기술적 분석> 中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많은 이익을 벌어들었다는 사실로 부당거래로 판단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운용하는 대한민국의 주식시장에서는 무리한 일이 아닐까 여겨진다. 아침에 뉴스를 듣고 투자와 투기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PS. 이와는 별개로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는 법에 의해 강력하게 처벌받아야 하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했던 불법적인 내부거래의 대표적인 사례는 1999년 에버랜드 CB(전환사채)의 3자 발행 사건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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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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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3: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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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8: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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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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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8: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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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9-04-12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로 고위직에 임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그 어떤 사회에서도 법제화된 적도 없고, 결코 통용될 수 없는 논리이겠지요. 최근에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를 읽다 보니, 고대 로마에서는 원로원 의원들에 대해서도 한때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아니면 아예 선출 자격조차 없었을 때도 있었더군요.

그런데, 국가의 중요한 요직에 앉힐 사람 가운데 많은 재산을 보유한 경우, 혹여나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한 건 아닌지 ‘합리적으로 의심될 만한 경우‘에는 특별히 매우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게 마땅하다고 봅니다. 저는 이번 사례가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부동산 투자든 주식 투자든 ‘투자와 투기의 경계‘ 자체도 매우 모호할 뿐만 아니라, ‘합법과 불법의 경계‘ 또한 모호한 게 사실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 투자 건의 경우에도,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 보더라도 ‘내부자 거래‘로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내부자 거래‘의 범위가 과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엄격한데, 이번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경우에도 금융감독기관에서 해당 주식 거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거친 이후에 ‘기용 여부‘를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돈이 많으니 적으니, 주식을 처분하느니 마느니, 논점을 흐리며 왈가왈부하는 것보다 과연 재산증식 방법이 ‘적법하고 정당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더군다나 헌법재판관 후보자라면요.

겨울호랑이 2019-04-12 18:02   좋아요 1 | URL
oren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내부 거래 정황이 있다면 당연히 부정한 행위이고, 이것을 용납해서는 안되겠지요. 공직자에게 청렴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청렴의 기준은 정권에 따라 달라져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가족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부당거래 정황이 있다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하고, 수사를 받아야겠지요. 그렇지만, 단순히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 생각합니다. 이번 헌법 재판관 후보자는 대통령 지명권으로 후보자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청문회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이상으로 문제를 키우는 것은 ‘무조건 반대‘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잘못 판단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문제 삼지 않는 일부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반발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세상은 서로 다른 색이 어울어져 아름답다고 하지만, 이럴 때는 때론 답답하기도 합니다.^^:)

oren 2019-04-12 21:35   좋아요 1 | URL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돈이 좀 많으면 어떻고, 재산 가운데 유독 주식이 좀 많으면 또 어떻습니까. 저도 그런 건 하등의 문제가 될 리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후보자 검증 과정‘에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무리한 ‘후보 추천 강행‘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후보자가 특정한 주식을 굉장히 자주 매매했고, 그 회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회사의 재판까지도 관여했다면, 이건 십중팔구 ‘직무 관련성‘이 있고, 자본시장법상 ‘부당 내부자 거래‘일 가능성이 다분합니다.(주식 매매에 있어서 ‘직무 관련성‘에 대한 판단은 자본시장법에서도 아주 엄격하게 적용하는 법규 가운데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검증 과정‘에서 미리 금융감독원이나 증권거래소에 얼마든지 ‘정밀 검증‘을 해 볼 수 있었을 테고, 응당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 ‘후보자 추천‘을 해야 옳았다고 봅니다.

당연한 ‘검증 절차‘를 일부러 소홀히 했는지, 그런 정도는 별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했는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임명권자의 의중‘이 확고하니 ‘후보 추천‘을 강행했는지, 그 속사정이야 잘 모르겠으나, 그런 빌미를 제공한 것부터 저는 잘못이라고 봅니다. 물론 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정쟁으로 몰아가는 것도 꼴사납고, 문제 해결에 별로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만, 임기 6년짜리 한 나라의 ‘헌법 재판관 후보‘가 이 정도의 후보밖에 없는 것일까 싶은 생각도 떨치기 어렵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금융감독기관의 정밀한 조사와 검증 절차를 거쳐서 ‘합리적인 결론‘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주식을 매각했느니 안 했느니 하는 엉뚱한 얘기로 논란을 회피할 게 아니라요. 후보자의 주식 투자 과정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왜 떳떳하게 ‘금융감독기관의 조사‘를 자청하지 않는지 그것도 의문입니다. 내 주식은 이미 다 팔았고, 헌법재판관에 임명된다면 남편 주식까지도 몽땅 다 팔겠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모습도 ‘헌법재판관의 자질‘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이고요.

겨울호랑이 2019-04-12 21:58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 이제는 높아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자가 임명될 때라 생각됩니다. 일전 과기부 장관 후보건을 비롯해 최근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의문을 갖게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만큼 국민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이 더 절실한 때라 여겨집니다...
 

  도올 김용옥의 <논술과 철학강의 1>은 역사를 중심으로 논술과 철학 문제를 다루는 책이다. 책의 앞부분은 한국 현대사의 대강이 다루어지는데, 이 중에서 4.3 제주민중항쟁과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내용을 옮겨본다. 


 1. 제주  4.3


[사진] 제주 4.3 (출처 : https://www.ytn.co.kr/_ln/0103_201804031304184899)


 저자는 본문에서 제주 4.3이 일어난 배경으로 육지와 고립되었지만,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지식인들의 비중이 높았던 제주만의 특징을 언급한다. 해방 이후 여운형(呂運亨, 1886 ~ 1947)의 주도하에 조직된 건국준비위원회와 인민위원회의 활동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활발한 곳이 제주도였다.


 제주도는 지정학적으로 고립되어 있었던 덕분에 미군정의 지배가 직접적이질 못했고 인민위원회가 상대적으로 뿌리를 깊게 박아 1948년까지 섬을 장악하고 있었고... 제주도는 일제강점기를 통해 일본 본토문명과 매우 긴밀한 연락관계를 유지했으며 상당한 노동자들이 일본으로 이주하여 재일교포사회를 형성했다. 일제 시대를 통하여 농민들의 자립도가 비교적 높았으며, 분화된 직업구조가 본토의 문화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었으며 적색농민조합의 조기 형성은 해방 후 인민위원회의 성장에 이상적 환경을 제공했다.(p79) <논술과 철학강의 1> 中


 이러한 환경에서 서북청년단이 제주도 내에 들어오면서 제주도민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었고, 이후 초토화((焦土化; Scorched eart) 작전을 통해 제주도는 철저하게 파괴되기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제주에서의 유혈참극은 한국전쟁 종료 후인 1954년 9월까지도 계속되는데, 그 사이 기간 일어난 사건이 바로 여수,순천 사건이다.


 2. 여수, 순천 사건과 박정희


 이러한 제주도의 인민위원회를 뿌리뽑기 위해 전후 아시아에서 가장 잔인하고, 지속적이며, 철저한 소탕작전이 감행되었던 것이다. 그것의 직접 도화선이 된 것은 서북청년단의 학살만행이었다... 서북청년단의 이유없는 양민학살에 대항하여 제주도 인민들은 6년 6개월에 걸친 끈질긴 항쟁을 계속했다.(p80) <논술과 철학강의 1> 中


 제주 4.3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명령을 받은 14연대는 항명(抗命)하게 되고, 이를 통해 군대 내 남로당(南勞黨) 조직이 있었음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군대 내 남로당 조직의 숙청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박정희(朴正熙, 1917 ~ 1979)'다. 


 여순항명사건이란 바로 제주도 민중항쟁을 진압하기 위하여 출동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여수 주둔 14연대의 반란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도 약 1만 명의 양민 희생자가 났고, 여수읍의 절반이 소실되었고 인근 지역의 수백 개의 마을이 재만 남기고 사라졌다.(p80)... 14연대의 반란은 남한의 군대 내에 엄청난 공산당 조직이 침투되었다는 사실이 청천백일 하에 드러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국군 내에 거대한 숙군의 회오리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p81) <논술과 철학강의 1> 中


 3. 이어지는 폭력과 5.18 민주화 운동


 박정희 소령은 전남 광주의 여순항명토벌사령부로 갔다가, 1948년 11월 11일 남로당 가입등의 죄목으로 군 수사당국에 체포되었다... 그의 구명 운동에 앞장 선 사람은 백선엽 육본 정보국장이었다... 박정희는 군조직 내 좌익세포들의 상세한 명단을 제공했다. 같은 조직의 동료들의 죽음의 대가로 그는 목숨을 건졌던 것이다.(p82) <논술과 철학강의 1> 中


 박정희는 이 사건으로 사형에 처해질 뻔 했으나, 남로당 간부들의 명단을 제출하는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의 만주군(滿州軍) 출신 인맥이 도움이 되었던 것은 해방 이후 친일파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여겨진다.


 박정희의 생애의 최후 일단이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 삶의 폭력성이다. 우적인 전향이 오직 이 땅의 경제도약을 위한 몸부림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면 다행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경제발전이 그의 유신치세기간의 모든 폭력성을 정당화할 길은 없다.(p93) <논술과 철학강의 1> 中


 저자는 박정희의 비극을 그의 '폭력성'에서 찾는다. 인간 박정희의 비극은 대통령이라는 그의 위치 때문에 개인의 불행에 그치지 않았다. 10.26에 의해 그가 사망한 후에 그 폭력성은 후계자 '전두환'으로 이어졌고, '광주'에서 그 폭력은 잔악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5.18 광주민주항쟁은 그 기나긴 폭력의 역사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가장 악랄하며 가장 의도적이고 가장 조작적인 사건이었다. 그 폭력의 주체는 소위 박정희의 정군운동의 맥을 잇는다고 자부하는 신군부였으며, 신군부의 대표주자는 전두환이었다. 다시 말해서 박정희라는 역사적 개인의 모든 가치관의 역사적 화신이었던 것이다.(p94)<논술과 철학강의 1> 中


[사진] 5.18 민주화운동 (출처 : https://news.joins.com/article/22633539)


 한미연합사령관은 20사단의 작전통제권 이양을 요청하자, 이를 기꺼이 수락했다.(Your request is approved). 미국의 허락없이는 움직일수 없는 20사단을 광주코뮨분쇄작전에 사용한 것은 미국의 한국이해의 전형적 한계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그것은 해방 후 인민위원회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미군정의 행동패턴과 동일한 연속선상에 있다.(p97) <논술과 철학강의 1> 中


 <논술과 철학강의 1>에서는 위와 같이 제주 4.3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관계를 박정희와 전두환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 연결시킨다.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저자의 최근작인 <우린 너무 몰랐다 - 해방, 제주 4.3과 여순민주항쟁>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논술과 철학강의 1>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초 논술책이라는 한계로 더이상의 현대사를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의 짧은 요약본만으로도 한국 현대사의 큰 흐름을 잡기에는 무리없는 내용이라 여겨져 이를 정리해서 옮겨본다. 덧붙여, 저자의 입장이 너무 편향되었다고 비판할 수도 있는 이들에게, 같은 책에 있는 북한 비판 내용도 함께 소개하며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나 도올이 생각하기에, 6.25 한국전쟁이 저지른 최악의 죄악은 독립을 향한 20세기의 찬란한 거족적 항일투쟁의 모든 가치를 무화(無化)시켰다는 사실, 바로 그 사실에 있다.(p58) <논술과 철학강의 1> 中


 그토록 피눈물나게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일본민족과 싸웠던 조선의용군과 광복군들이 관동군이 아닌, 바로 해방의 주체인 자신의 동포혈육을 찔러 죽여야만 했던 역사를 과연 어떤 명분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인가? 김일성은 1953년 7월 28일 평양광장에서 "조선인민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그것은 실질적으로 "조선인민 전체의 전면적 패배"였다.(p59)...1950년 6월 25일부터 전개된 역사에 대하여 김일성은 책임을 모면할 길이 없다. 그는 분명 성급했다. 그리고 군사적으로도 정확한 판단능력을 결했다.(p61) <논술과 철학강의 1>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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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5: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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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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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8: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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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2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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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글 바로 쓰기 2 우리 글 바로 쓰기 2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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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문일치‘는 어디까지나 ‘글‘이 ‘말‘을 따라가는 것이며, 우리 말은 어린이가 쓰는 말이 가장 우리 말다운 말이다.-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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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9 15: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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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9 15: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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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1 16: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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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00: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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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0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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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02: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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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통령, 군인, 과학자로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 요즘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1위가 연예인, bj, 크리에이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산업화 시대‘에서 ‘대중 문화 시대‘로 바뀌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얼마 전 이웃분으로부터 딸아이 선물로「프리파라」책을 선물받았습니다. 저는 잘 몰랐지만, 이미 아이와 엄마에게는 유명한 캐릭터였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아이돌이 세계 각지에서 라이브 공연을 통해 ‘좋아요‘를 모으고,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가 제게는 낯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1인 방송과 sns를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접하면서 성장하는 아이에게는 그렇게 낯설지 않으리라 여겨집니다.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하는 책은 그 외에도 「페어리루」가 있는데, 이 책 역시 딸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보면 이제는 연예인이 대세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렸을 때 나온 만화영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도 여주인공 린 민메이가 있었습니다만, 극중 가수로 나온 이 인물의 극중 비중이 크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많은 변화가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민메이는 최후의 결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만 여기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 외에도 요즘 아이들의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됨을 느끼게 됩니다. 선물을 보내주신 이웃님께 감사드리며 이번 글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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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4-08 0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에는 아이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화가 많죠. 그렇다보니 아이돌 만화에 참여한 여성 성우가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는 일이 있어요. 아이돌 가수와 똑같이 팬들을 위한 공연도 하고요. 작년에 일본 만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일본 만화 시장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었는데요, 지금도 그렇고 일본 만화 시장은 신세계입니다... ㅎㅎㅎㅎ 그 곳의 문화가 낯설어 그런지 이해가 되지 않는 점도 있어요. ^^;;

겨울호랑이 2019-04-08 07:2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cyrus님 말씀을 들으니 일본 애니매이션 시장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애니메이션과 여기서 파생되는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태인 2019-04-08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린 민메이 추억의 그 이름.작화가 굉장히 예뻤던 기억이 나네요...좀 옛날스러운 작화기는 했지만

겨울호랑이 2019-04-08 09:38   좋아요 1 | URL
^^:) 네 그렇습니다.SF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은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그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80년대 만화다보니 지금 보면 느낌이 예전만 못해도, 좋은 추억을 가져다 준 만화로 기억됩니다.^^:)

2019-04-11 16: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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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0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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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5: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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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8: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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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8: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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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0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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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8: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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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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