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虛)라는 개념은 '비움', '상상'의 뜻으로 사용된다. 동서양 문화에서는 '허'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번 페이퍼에서 살펴보자.


1. 도덕경(道德經)의 허(虛)


<노자와 21세기>에서 강조되는 개념 중 하나는 '허(虛)'다. 이와 관련된 '허'의 개념은<도덕경> 4장에 나타난다. 여기서 '허'는 비움이며, 가능성의 형태로 구현된다. 저자인 김용옥 교수는 이러한 면에서 노자(老子, BC 604 ~ BC 537)가 '채우기'보다는 '비움'을 강조했다고 해석한다.


'道沖, 而用之或不盈' <道德經> 第 四 章


도는 텅 비어있다. 그러나 아무리 퍼내어 써도 고갈되지 않는다.'(p181)


'노자는 컵을 채우려는 인간의 행위를 유위(有爲)라고 부른다. 유위란 곧 존재에 있어서 허(虛)의 상실이다. 그러니까 그 반대방향의 행위, 즉 빔을 極大化하는 방향의 인간의 행위를 바로 무위(無爲)라고 부르는 것이다.(p189)... (虛 Emptiness)라는 것은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존재가 존재로서 존재할 수 있는 기본적 기능이다. 그것은 모든 존재의 가능성이며, 실현되기 이전의 잠능(潛能)이며, 잠재태이다. 그것은 존재의 모든 가능태(Potentiality)인 것이다.'(p192)


[그림] 유위(有爲)와 무위(無爲)


2. 수학(數學)에서의 허(虛) : 허수(虛數)


<노자와 21세기>에서 저자는 '허(虛'의 개념을 시간, 공간의 개념으로 한정짓지 않고, 시공간(時空間)을 넘어선 '가능성'의 개념으로 이를 해석하고 있다. 반면, 서양철학의 영향에 놓여있는 수학에서도 '허(虛)'의 개념은 '허수(Imaginary Numbers)' 라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허수(Imaginary Numbers)도 수(數)인가? 이는 쓸데없는 질문들이다. 과학에서 기술적 용어(technical terms)는 마치 영아에게 붙여지는 세례명처럼 임의롭게 부과된 명칭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명칭 자체를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정확한 단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의미를 만들어 임의의 단어에 따로 그것을 부과하면 된다."... 허수 개념의 기원은 여러 측면에서 양수, 음수 개념의 경우와 흡사하다. 특히 세 가지의 심대한 수학 개념인 변수, 대수적 형식/일반화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양자는 정확하게 일치한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 ~ 1947)의 <화이트헤드의 수학이란 무엇인가>(p85)


 실재 존재하지 않는 수인 허수(虛數)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허수의 '역할'에 대해서는 실수의 기하학적 증명을 통해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수학명제에서 어떤 사항을 증명하고자 할 때, 임의의 점, 선 등을 확장시켜 이미 약속한 정의, 공리 등을 사용하여 증명하는 과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유클리드(Euclid, BC 365 ? ~ BC 275?)의 <기하학 원론> 속의 명제를 통해 해당 내용을 살펴보자.


[그림] 직선, 각, 삼각형 [법칙9]


'법칙9] 어떤 직선각을 주었을 때, 그것을 이등분 하시오. 

보임] 주어진 직선각을 BAC로 나타내자. 이것을 같은 크기로 둘로 쪼개야 한다. AB에서 아무 점이라도 좋으니까 점 D를 잡아라. AD와 같은 길이가 되도록 AE를 AC에서 잡아라. 그 다음, 직선 DE를 긋고, DE를 가지고 정삼각형 DEF를 만들어라. 이제 직선 AF를 그어라. 그러면 직선 AF가 각 BAC를 같은 크기로 둘로 쪼갬을 보이겠다. AD는 AE와 길이가 같고, 변 AF는 공통이니, 두 변 DA, AF는 두 변 EA, AF와 각각 길이가 같다. 그리고 밑변 DF는 밑변 EF와 길이가 같다. 그러므로 각 DAF는 각 EAF와 크기가 같다. 그러므로 직선 AF는 각 BAC를 이등분한다.' <기하학 원론 (가)>(p16)


3. 물리학(物理學)에서의 허(虛) : 허시간(虛時間)


 '허수'의 이러한 속성의 활용은 물리학(Physics)에서도 활용된다. 물리학에서는 시간(time)을 실시간과 허시간으로 구분하여 M-이론(M- theory)를 설명하고 있다.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1942 ~ )의 <호두껍질 속의 우주 The Universe in a Nutshell>에서 허수의 구체적 활용을 살펴보자.


'양자이론이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기술하기 위해서는 허시간(虛時間, imaginary time)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허시간은 훌륭하게 정의된 수학적 개념이다. 이것은 허수(虛數)라고 불리는 것으로 측정되는 시간이다... 허수가 실세계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수학적 게임에 불과한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증주의 철학의 관점에 의하면, 어느 쪽이 실재(實在)인지 결정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수학적 모형이 우리가 그 속에 살고 있는 우주를 기술(記述)하는지 발견하는 것이다. 허수를 포함하는 수학적 모형이 우리가 이미 관찰한 효과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측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밖의 여러 가지 이유로 믿고 있던 효과들까지도 예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가상일까? 그러한 구분은 단지 우리들의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p59)



[그림] 실시간(實時間)과 허시간(虛時間)


4. 동양의 허(虛)와 서양의 Imagination


 이상에서 살펴보면, 동양의 허(虛)는 가능성이며 도(道)의 근원인 반면, 서양의 허(虛, imagination)은 실재를 증명하기 위한 한 방편(方便)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면에서 '허'의 개념은 동양과 서양에서 다소 다르게 사용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서양의 '허(虛)'를 '실재의 증명을 위한 여유(餘裕)'라고 본다면 다른 한 편으로는 통(通)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도덕경>의 해석은 학자에 따라 다르기에, 이러한 해석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비움' 또는 '상상' 이 가진 가능성의 이미지는 인류 공통된 원형(原形)이 아닐까. 비록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世界觀)은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동양 사상에서는 유난히도 "무(無)', '허(虛)', '공(空)'이라는 단어가 중요하게 취급된다. 동양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보다 눈에 보이지는 않는 세계를 더 인정해왔다. 동양 회화의 가장 중요한 조형 요소로 여백(餘白)'을 들 수 있다. 여백의 정의는 "그림에서 묘사된 대상 이외의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여백의 정의는 비단 회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어서 문학, 음악, 서예에서도 폭넓게 찾아볼 수 있다.'(p25)


'예로부터 서양인들은 이 우주 공간이 텅 빈 허공이라고 믿어왔다. 텅 빈 공간에 별들이 떠 있는 모습이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우주의 모습이다. 이렇게 텅 빈 공간에 놓여져 있는 사물은 주변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사물이 독립된 하나의 개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양인들은 우주가 텅 빈 허공이 아니라 "기(氣)"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다.'(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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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7-07-10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존재의 모든 가능태‘..이건 하이데거식 표현이라 봅니다. 개인적으로 서양철학의 개념을 갖고 노자 도덕경을 읽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1인이에요. 노자는 존재를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인간, 그러니까 현존재요. 노자는 인간을 유무상생으로 파악했다고 봅니다. ‘가능태‘라는 표현으로 노자를 읽을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어떤 의도로 썼는지도 알겠지만, 좀 위험한 표현인 거 같습니다. 최직선 교수의 노자 도덕경 해석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도올의 해석보다 개인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서양은 존재를 말했지, 허에 중점을 둔 경우는 거의 없는 거 같습니다.아예 취급을 안 한 거 같아요. 물론 서양철학자 중 중국철학을 공부한 일부는 허에 대해 논한 학자들이 있겠지만 제가 본 책들에는 ‘허‘에 대해 비중을 두고 고찰한 학자가 없는 거 같아, 호랑이 님이 쓰신 허와 미미지네이션의 관계가 무척 신선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7-10 21:17   좋아요 1 | URL
^^: 그렇군요. 노자 「도덕경」관련한 저술이 여러 편인데 제가 아직 다른 분의 저서는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yamoo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에 유념해서 최진석 교수의 책을 조만간 찾아 읽어야겠습니다. 하이데거는 그 후에 읽어야겠군요^^: yamoo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7-10 2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허를 가능성의 잠재태로 보는 군요. 맘에 들지 않습니다. ㅠ. 자연스런 비어있음을 그냥 그대로 비어있음으로 놔두고 바라보면 안될까요? ㅠㅠ

겨울호랑이 2017-07-10 21:26   좋아요 1 | URL
^^: 북다이제스터님의 해석 역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되면 다른 저자의 「도덕경」해석도 비교해 보겠습니다.^^:

cyrus 2017-07-10 2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양인들은 ‘텅 빈 공간‘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지구 내부도 텅 비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거든요. ^^

겨울호랑이 2017-07-10 22:29   좋아요 1 | URL
^^: 지구 공동설인가요? 저도 들은 적 있는 것 같습니다. 서양인들은 ‘텅 빈 공간‘과 ‘임자없는 땅‘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조만간 점령하려구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0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존중한 것은 동양이었고
눈에 보이는 세계를 존중한 것은 서양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말씀하신 것과 같이.. )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날부터 이미 1살 나이를 먹는 반면에
서양은 세상 밖으로 나오는 날 그 후 1년이 지나면 1살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겨호 님 글 읽을 때마다 참 정성들여 쓴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성하면 겨울호랑이 님과 사이러스 님이죠..

겨울호랑이 2017-07-10 22:33   좋아요 0 | URL
^^: 네 곰곰발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이러한 사고의 차이를 아는 것이 비판적 수용의 전제 조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곰곰발님처럼 일필휘지, 전광석화같은 순발력이 부족하다보니 글을 좀 미련하게 쓰게 됩니다 ㅋㅋ

2017-07-10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0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7-07-10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로 비슷한 개념 같아도 동양과 서양은 ‘언어 자체‘가 달라서 서로 비교하기가 매우 어려운 개념들이 많다는 생각도 듭니다. 베르그송이 말한 ‘incommensurable(통약불가능한)‘ 측면이 있는 셈이지요. 쇼펜하우어도 이런 점을 재미있게 지적한 적이 있었고요. ‘우주의 비밀‘에 대해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쇼펜하우어는 ‘물질‘을 아무리 쪼개더라도 그 속에 ‘또다른 우주‘가 나타날 거라고 ‘이미 오래 전에‘ 훤히 내다볼 정도였지요. 『호두껍질 속의 우주』에서 인용해 주신 한 대목(‘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가상일까‘)을 보니 쇼펜하우어가 유난히 강조했던 ‘마야의 베일‘도 떠오릅니다. 겨울호랑이 님의 글 덕분에 제가 방금까지 찾아 읽었던 몇 대목들을 (댓글창을 도배하는 듯해서 죄송하지만, 염치불구하고) 덧붙여 봅니다.

* * *

˝중국에서는 마호메트 교도도 기독교도도 신성의 이론적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중국어 낱말도 찾지 못했다. ······ 물질로부터 독립적이고 물질을 마음대로 지배하는 것으로서 신, 영혼, 정신이라는 단어들은 중국어에는 전혀 없다. ······ 이런 사유 과정은 언어 자체와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어서 창세기의 첫 구절을 광범위하게 고쳐 쓰지 않는다면 실제로 중국어가 되도록 중국어로 번역할 수 없다.˝ 바로 그래서 스톤턴 경은 1848년에 『성경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데서 신이라는 단어를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에 관한 연구』라는 책을 출판했다.

- 쇼펜하우어,『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

* * *

뱀이라고 생각하고 던져 버리는 새끼줄과도 같은 것

시간에 있어 각 순간은 오직 선행하는 순간, 즉 그 순간의 앞 순간을 없앤 후에만 존재하며, 그 순간 자체도 마찬가지로 곧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과거도 미래도 그 내용의 연속은 별도로 해도 마치 꿈과 같이 헛된 것이고, 현재는 이 둘 사이에 있는 넓이도 존속성도 없는 경계에 불과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충족 이유율의 다른 모든 형태에서도 이와 같은 공허함을 다시 인식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과 마찬가지로 공간도, 또 공간과 마찬가지로 시간과 공간 속에 동시에 존재하는 모든 것, 즉 원인과 동기에서 생기는 모든 것은 상대적인 현존을 가지고 있을 뿐이며, 이와 같은 성질은 그것과 동일한 형태로만 존재하는 다른 것에 의해, 또 그러한 다른 것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한 견해의 근본은 옛날부터 있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이러한 견해를 이야기하며 사물의 영원한 유동을 탄식했고, 플라톤은 그 대상을 언제나 생성될 뿐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경시했다. 스피노자는 그러한 것을 존재하고 영속하는 유일한 실체의 단순한 우연성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칸트는 이렇게 인식된 것을 물자체에 대한 단순한 환상으로 간주했고, 마지막으로 오랜 옛날 인도인의 지혜는 다음과 같이 말해 주고 있다.

그것은 ‘마야(베단타 학파의 술어로 환(幻) 또는 화상(化像)의 뜻, 현상 세계는 진제의 입장에서 보면 마야다)‘다. 인간의 눈을 덮고 이것을 통해 세계를 보게 하는 거짓된 베일이다. 이 세계는 있다고 할 수도 없고 또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꿈과 같은 것으로, 방랑자가 멀리서 보물로 생각하는 모래 위에 반짝이는 햇빛과 같으며, 또 그가 뱀이라고 생각하고 던져 버리는 새끼줄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 * *

그 이상 ‘왜‘ 하고 물을 수 없는 관계

과학 일반의 ‘내용‘을 말한다면, 그것은 본래 언제나 충족 이유율에 따라, 또 이 원리에 의해 비로소 타당하고 의미를 갖는 이유 탐구를 길잡이로 한, 세계의 현상들 사이의 상호 관계다. 이를 표시하는 것이 ‘설명‘이다. 따라서 설명은 두 개의 표상을 이 표상들이 속해 있는 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충족 이유율 형태의 상호 관계에서 나타내는 것 이상으로 보여 줄 수는 없다. 설명이 여기까지 진행되면 그 이상은 ‘왜‘라고 질문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거기에 표시된 관계는 오직 그것뿐이며, 그 밖에는 표상할 수 없는 것, 즉 그 관계는 모든 인식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왜 2 2=4인가 하고 질문하지 않으며, 왜 삼각형의 각이 같으면 변도 같은가 하고 묻지 않고, 또 왜 전제가 옳으면 결론도 옳은가 하고 묻지도 않는다. 그 이상 ‘왜‘ 하고 물을 수 없는 관계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 설명은 모두 어떤 숨겨진 성질을 상정하여 거기에 머무른다. 그런데 근원적인 자연의 힘은 모두 이런 종류의 숨겨진 성질이다. 어떠한 자연과학적인 설명도 결국은 이러한 자연의 힘, 즉 어떤 컴컴한 곳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자연과학적 설명은 한 인간의 내적 본질과 마찬가지로 돌의 내적 본질에까지도 설명을 가하지 말고 방치해 두어야 한다. 돌이 나타내는 중력, 응집력, 화학적 성질 등을 해명할 수도 없고 또 인간의 인식이나 행동을 해명할 수도 없다. 예를 들면, 중력은 하나의 숨겨진 성질이다. 왜냐하면 중력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며, 인식의 형식에서 하나의 필연적인 것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겨울호랑이 2017-07-10 22:59   좋아요 1 | URL
^^: 언어적 차이 또는 문화 차이는 서로 다른 문명이 교류할 때 변화될 수 밖에 없는듯합니다. 기독교의 ‘하느님‘이 그 예라 생각되네요. oren님께서 일전에 쇼펜하우어와 충족이유율에 대해 알려주셨는데, 이렇게 연결되기도 하는군요! 후에 쇼펜하우어를 깊이있게 읽을 때 좋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7-10 23:01   좋아요 2 | URL
쇼펜하우어의 충족이유율에 반대합니다.
세상은 목적론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

oren 2017-07-10 23: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다이제스터 님께서 무슨 뜻으로 말씀하시는지 저로선 언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군요. 쇼펜하우어가 쓴『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해서』에서는 도리어 ‘철학이 신학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다른 철학자들이 ‘신의 존재증명‘에 잘못 사용했던 ‘충족이유율‘을 바로잡고 있기도 하고요. ‘알라딘 책소개 글 일부‘만 덧붙이겠습니다.
* * *
‘충족이유율’은 인식이나 사고, 사물 등에는 언제나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법칙을 뜻하는 것으로, 모든 판단이나 현상에 대해 “왜”라고 물을 권리를 우리에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된다. 그런데 쇼펜하우어는 철학사에서 ‘인식이유’와 ‘원인’이 혼동되어 왔으며, 특히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에게 이 혼동은 의도적인 면이 있다고 비판한다. 즉 데카르트는 ‘원인’을 제시해야 할 곳에 ‘인식이유’를 밀어 넣음으로써 신의 현존에 대한 존재론적 증명의 길을 닦았고, 스피노자는 이 혼동을 범신론의 기초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 둘의 명확한 구분이 이루어진 것은 칸트가 “모든 명제는 그것의 이유를 가져야 한다”는 인식의 논리적 원칙과 “모든 사물은 그것의 이유를 가져야 한다”는 선험적 원칙을 구별하면서였다. 쇼펜하우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충족이유율을 생성, 인식, 존재, 행위 네 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북다이제스터 2017-07-18 20:15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답글을 넘 늦게 보고 답변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쇼펜하우어의 충족이유율이 인류사에 큰 공헌을 한 점을 인정합니다. 충족이유율이 최선 아니지만, 그것 없었다면 과학 발전이 극히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렇지만 그것에 경도되면 모든 것이 지향점과 취지, 목적을 가질 때만 원인을 알 수 있다는 의미로 제게 해석되어 그의 충족이유율에 반대합니다. 한마디로 끼워맞추기식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야상곡(夜想曲) 2017-07-10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자병법이라는 책을 강추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7-11 06:30   좋아요 0 | URL
야상곡님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1. 오페라 : 종합 예술


'페라(opera, 이탈리아어로 "작품"이라는 뜻)는 음악을 계속하거나 혹은 거의 계속 사용하여 연주하는 연극으로 무대 장치, 의상, 연기를 사용한다. 오페라의 대본을 리브레토(libretto, 이탈리아어로 "작은 책"이라는 뜻)라고 부르는데, 보통 운율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연극 대본이다. 오페라의 정수는 시, 연극, 음악이 하나가 되며 공연을 통하여 모두가 생명력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p336) 


' 음악과 연극은 고대부터 서로 관련을 맺어왔다. 에우리피데스와 소포클레스의 연극에 나오는 코러스와 음조가 있는 말들은 노래로 불렸다. 중세의 의전극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불렸으며, 중세 후기의 종교적인 신비극이나 기적을 다룬 연극에서도 음악이 사용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연극에는 종종 노래가 들어가 있거나 아니면 무대 옆에서 음악이 연주되었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이 그 예이다.'(p336)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상)> 中


2. 그리스 비극과 오페라


'그리스 비극의 기원이란 문제를 우리는 미로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전승은 극히 단호하게 비극은 비극 합창단으로부터 발생했으며, 비극은 근원적으로 합창이고 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p108)... 언어, 색채, 움직임, 말의 역동성은 합창단이라는 디오니소스적 서정시와 무대 위의 아폴론적 꿈의 세계 각각에서 완전히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제 디오니소스는 힘을 통해서가 아니라 서사적 주인공으로서 호메로스의 언어를 사용하여 말을 하는 것이다.'(p129)






3. 발레 음악과 교향악

 

'제가 별로 아는 바는 없지만 클래식 발레 음악은 결코 다른 장르에 뒤지지 않는 음악 같아요. 그래서 최고의 음악가들이 그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작품을 발레에 할애했죠.... 서곡과 고정 형식의 춤(알마드, 미뉴에트 등)은 그 구조를 교향악과 실내악에도 부여하게 되죠. 이 음악들은 춤에서 태어났고 더러 그렇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 ~ 1827)향곡 <제7번>이 그 예로군요... 그래서 바그너가 "무도의 극치"라고 말하기도 했죠.'(p184)



4. 발레 음악과 차이코프스키


'프랑스 발레 전통은 사실 러시아로 옮겨가면서 아무것도 잃지 않았습니다. 마리우스 페피타가 러시아에서 경쟁자들을 자극했기 때문에 들리브는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 ~1893)라는 엄청난 라이벌이자 추종자를 얻게 된 거고요... 차이콥스키는 발레음악을 만들기 위해 태어난 작곡가의 완성형을 우리에게 보여줬으니까요. 그는 일반적인 리듬과는 전혀 다른, 안무적인 리듬 감각이 아주 각별한 음악가죠... 무엇보다 차이콥스키에겐 조형적인 상상력이 있어요. 차이콥스키가 쓴 교향악들도 늘 춤을 부르는 것처럼, 혹은 춤에 화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니까요. 여기에 뿌리깊은 환상 취향, 악기의 음색에 대한 탁월한 이해까지 갖추었죠.'(p188)



6. 오페라 스타와 디바


 '변덕스러운 상업 환경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빠르게 성장한 것은 오페라 디바(스타)라는 현상이다. 흥행사들은 효과적인 연주자를 구하느라 많은 시간과 돈을 허비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던 작품이 공연되든 가수에 따라 오페라 시즌 전체가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p354)


'가수의 권력, 그리고 가수에 대한 예찬은 17세기 오페라가 발전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베네치아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후 오페라라는 매력적인 세계와 그 세계의 스타는 유럽 전체를 사로잡았고 궁극적으로는 아메리카 대륙마저 매혹시켰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디바의 강력한 개성을 가진 이들, 그리고 오페라 밖에 있는 그들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인 록스타나 영화 아이콘과 같은 이들은 연예 사업의 배후를 움직이는 막강한 힘이 되고 있다.'(p355)

 


본격적인 장마가 계속되는 요즘이네요. 불쾌지수도 매우 높은 요즘이지만, 기분만큼은 상쾌한 일요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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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9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9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07-10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악에 문외한 인지라...오페라와 교향악에 대한 개론서라도 봐야 겠습니다~ㅎ

겨울호랑이 2017-07-10 21:23   좋아요 0 | URL
저도 잘 몰라서 과제 하듯이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모든 지식에 계산의 과학을 더욱 일반적이고 철학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이 지식의 전체 체계의 범위와 정확성과 통합성을 반드시 증가시키게 된다는 것을 지적할 것이다.'(p87)  - 마르퀴 드 콩도르세 Marquis de Condorcet(1743 ~ 1794) -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 中


<통섭 統攝 Consilience>은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Edward Osborne Wilson, 1929 ~ )의 철학인 '지식의 대통합 the unity of knowlede'의 내용이 담긴 책이다. '통섭'이라는 개념은 얼마전 우리 사회에 불었던 인문학 열풍과 더불어 널리 사용된 개념이기에 별도의 설명은 필요치 않으리라 생각된다. 제목이 유명한 책 중 다수가 실제 읽히지 않는다는 말처럼 출간된지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통섭>이라는 용어를 저자는 어떤 의미에서 사용하게 되었는지 이번 페이퍼를 통해 살펴보자. 먼저,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이 '통섭'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나는 이오니아의 마법(Ionian Enchantment)에 걸린 것이다. 이 표현은 물리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제럴드 홀턴(Gerald Holton)이 처음으로 쓴 말로서 통합 과학에 대한 과학자들의 믿음을 뜻한다. 즉 세계는 질서 정연하며 몇몇 자연법칙들로 설명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p34)


  '과학은 기존 종교와 달리 수많은 시험들을 견뎌낸 탄탄한 근거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은 해방되고 확장된 종교이다. 나는 이러한 것들이 이오니아 마법의 원천이라고 믿는다. 계시보다 객관적 실재에 대한 탐구를 선호하는 것은 종교적 갈망을 만족시켜 주는 또다른 방식이다.'(p37)


 그럼 윌슨과 함께 '통섭'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자.


[사진] 윌슨 (출처 : 영화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2001))



1. 통섭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학문의 세분화는 학자들의 인위적인 구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을 주장며, 통섭은 바로 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을 의미한다. 통섭을 통해 물리 법칙을 근간으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통합될 것이며, 사회 과학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인간 지성의 가장 위대한 과업은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해 보려는 노력이다. 지식의 계속적인 파편화와 그것으로 인한 철학의 혼란은 실제 세계의 반영이라기보다는 학자들이 만든 인공물일 뿐이다...통섭(統攝, consilience)은 통일(統一, unification)의 열쇠이다... 통섭을 입증하거나 반박하는 일은 자연과학에서 개발된 방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과학자들의 노력이나 수학적 추상화에 고정되어 있기보다는 물질 우주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잘 작동해 온 사고의 습관을 충실히 따르려는 것이다.'(p40)


 '통섭에 대한 믿음은 자연과학의 근간이다. 적어도 물질세계에 대해서만큼은 개념적 통일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자연과학 분과 사이의 경계들은 혼성 영역들이 계속 생겨나면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으며 그 영역들에서 조용하게 통섭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영역들은 물리화학에서부터 분자유전학, 화학생태학 그리고 생태유전학에 이르기가지 다양한 수준의 복잡성을 가로지르며 형성된다... 인간이 물리적 인과 관계에 따른 사건들에 따라 생동하는 존재라면 사회과학과 인문학은 왜 자연과학의 통섭에서 면제되어야 하는가?'(p43)


 '그렇다면 통섭 세계관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현상들 - 예컨대, 별의 탄생에서 사회 조직의 작동에 이르기까지 -이 비록 길게 비비 꼬인 연쇄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물리 법칙들로 환원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간이 공통 유래를 통해 모든 다른 생명들과 친척 관계에 있다는 생물학적 결론은 이런 생각을 뒷받침한다.'(p460)


2. 통섭은 어떻게 가능한가?


  <통섭>의 본문에서는 자연 과학 내에서의 통섭부터 시작하여, 과학과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윤리와 종교 등이 어떻게 통섭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 중에서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연결고리를 살펴보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밈(meme)의 개념을 만든 것처럼, 윌슨은 '모방자'의 개념을 사용한다. 모방자의 '반응 양태(알려진 모든 생존 환경 내에서 유전자들의 표현형)'를 통해 유전자와 환경 사이의 상호 작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인간의 사회적 행동도 '모방자', '반응양태'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인문학 / 사회과학 역시 과학의 탐구 대상이 될 수 있다.


 '내가 제시한 모방자의 정의는 좀 더 제한되어 있으며 도킨스의 정의와 다소 다르다. 그것은 이론 생물학자 찰스 럼스든(Charles J. Lumsden)과 내가 1981년에 유전자, 문화 공진화에 관한 최초의 완전한 이론을 주창하면서 제시한 정의이다. 우리는 문화의 단위(지금은 모방자라고 불리는)가 의미 기억의 연결점과 그것의 뇌 활동 상응물이라고 주장했다. 연결점은 개념, 명제, 도식의 여러 수준들에서 존재할 수 있으며 아이디어나 행동, 인공물의 복잡성을 경정한다. 그리고 문화 속에서 이런 복잡성들이 유지되는 것을 돕는다.'(p247)


 '나는 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놓인 다리의 개념적 종석(宗石)을 "유전자에서 문화까지"라는 문구로 표현했다... 우리는 유전자, 문화 공진화를 포괄하기 위해서 상호 작용에 관해 더 많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상호 작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반응 양태(norm of reaction) 개념을 알아야 한다. 이 개념은 다음과 같이 쉽게 이해된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아니면 미생물이든 한 종을 선택하라. 그리고 그것의 특정 형질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혹은 유전자 집단을 고르라. 그런 후에 그 종이 생존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열거해라. 이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선택된 유전자나 유전자 집단에 따라 규정된 그 형질이 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다. 생존 가능한 모든 환경에서 그 형질의 전체 변이가 그 종의 그 유전자 혹은 그 유전자 집단의 반응 양태이다.(p249).. 유전자와 환경 사이의 이러한 상호작용은 인간 생물학의 모든 범주 내에서 일어난다. 즉 인간의 사회적 행동도 이런 상호 작용의 산물이다.'(p250)


3. 왜 통섭이어야 하는가?


 환경 문제 등 우리가 직면한 여러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하며, 이를 위해 지금 우리는 학문의 통섭을 이루어 내야 한다.


 '우리는 인류가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인지를 이전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다. 다른 생명과 마찬가지로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 길을 개척해 왔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이곳에 있다. 아무도 이러한 상황으로 우리를 이끌지 않았으며 아무도 우리를 지켜봐 주지 않았다. 우리의 미래는 순전히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밝혀야 한다.'(p506) 


4. 통섭의 결과는 무엇인가?


 이와 같은 학문간의 통섭의 결과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통합될 것이며, 사회과학은 소멸의 길을 걷게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통섭은 과학을 중심으로 한 통합의 과정이다.


 '지식의 통섭을 장려하게끔 작동한다면 나는 문화의 영역도 결국에는 과학, 즉 자연과학과 인문학 특히 창조적 예술로 전환될 것이라고 믿는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21세기 학문의 거대한 두 가지가 될 것이다. 반면 사회과학은 계속해서 세분화되면서 그중 어떤 부분은 생물학으로 편입되거나 생물학의 연장선 위에 있게 될 것이며 그 밖의 부분들은 인문학과 융합될 것이다. 사회과학의 분과들은 계속해서 존재하겠지만 결국 그 형태는 극단적으로 변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철학, 역사학, 윤리학, 비교종교학, 미학을 아우르는 인문학은 과학에 접근할 것이고 부분적으로 과학과 융합할 것이다. 나는 다음 장들에서 이런 주제들에 대해서 자세히 논의할 것이다.'(p45)


 '학자들은 행동과 문화를 다룰 때 개별 분과들에 적절한 여러 유형의 설명들, 예컨대 인류학적 설명, 심리학적 설명, 생물학적 설명 등을 언급하는 습관이 있다. 나는 본래 단 한 가지 부류의 설명만이 있다고 논증했다. 그 설명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수준의 시공간과 복잡성을 넘나들어 결국에 통섭이라는 방법으로 여러 분과들의 흩어진 사실들을 통일한다. 통섭은 봉합선이 없는 인과 관계의 망이다.'(p459)


 결국, 저자인 윌슨은 <통섭>을 통해 학문간의 구분은 학자들의 임의적인 구분에 불과하며, 과학을 중심으로 학문간 통합을 통해 현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연과학을 중심으로 한 윌슨의 통합 이론은 한편으로는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적 성격을 가진 과학의 '제국주의(帝國主義)'적인 면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 Sapiens>에서 주장한 '과학 - 제국주의 - 종교 - 자본'간의  관계를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귀결인 것 같기도 하다.


 '한마디로,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연구비를 정당화한다. 그 대신 이데올로기는 과학적 의제에 영향을 미치고, 과학의 발견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특히 두 가지 힘이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하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다.'(p389)




[그림] 로마 제국의 팽창 ( 출처 : 위키백과) 

 

  윌슨의 이런 통합이론에 대해 반론(反論) 역시 우리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소 이른 시기에 과학의 분화(分化)'를 언급한 리케르트의 저술 중 일부를 살펴보면, 학문의 성격을 고려한 학문의 구분은 불필요한 경계만은 아니라는 생각 또한 충분한 논리가 있다.  

 

'문화라는 개념은 일반화하는 문화관학에서도 객체의 선택을 규정할 뿐만 아니라 어떤 점에서는 이 객체의 개념 구성이나 서술을 가치 연관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말하자면 문화과학에서 개념의 보편성은 한계를 가지고 있고, 이 한계는 문화 가치에 의존적이다. 그러므로 문화과학에서 보편 개념적 관계의 확정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만약 이 연구가 문화과학적 의의를 상실하지 않으려면 역시 언제나 비교적 보편성이 적은 개념을 사용해야만 할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도 자연과학과 문화과학 간에 경계선이 그어져 있는 것이다.'(p193) -하인리히 리케르트 Heinrich Richert(1863 ~ 1936) - <문화과학과 자연과학> 中


 2010년대 스마트폰 (Smart Phone)으로 대표되는 21세기 IT 혁명 속에서 많은 기능이 통합되어 왔다. 전화기 안으로 컴퓨터, CD player, 리모콘, TV, 비디오가 들어왔고, 조만간 5G가 활성화된다면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주변의 많은 것들이 통합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식의 통합이 언급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된다.(형이하학적 形而下學 변화가 형이상학 形而上學적인 요소를 변화시킨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통합에 대한 부작용 역시 우리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통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지만, 학문의 미래와 우리의 미래를 생각할 계기를 준다는 면에서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사진] 스마트폰 (출처 : 지디넷)


[그림] 사물인터넷 (IoT) (출처 : 삼성전자 블로그)


PS. <통섭>에서는 윌슨이 제시한 신인류(新人柳)의 모습이 제시되고 있다. '호모 프로테우스(Homo proteus)'라 불리우는 이 신인류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1976 ~)의 <호모 데우스 Homo Deus>에서 언급된 신인류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작은 결론 : 윌슨은 같이 차를 마실만한 분이라 생각한다... (<호모 데우스> 페이퍼 참고)


 '면제주의자(exemptionalist)적 관점이다. 이 자아상에서 우리 종은 자연 세계와 떨어져서 존재하며 그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다. 우리는 다른 종을 규제하는 엄격한 생태학 법칙에서 면제되낟. 인류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특별한 지위와 독창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는 거의 없다.... 면제주의자로 자처한 이상 호모 사피엔스는 사실상 새로운 종이 되었다. 나는 이런 '변신자 인간(shapechanger man)'을 '호모 프로테우스(Homo proteus, 프로테우스(Prote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신으로 자유자래로 변신하는 능력과 예언의 힘을 가졌다.)'라고 명명하려고 한다.'(p478)


  '생명의 연약함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면제주의는 반드시 실패한다. 과학적이고 기발한 천재가 나타나 계속되는 위기를 해결할 것을 기대하고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지구 생물계의 쇠퇴 위기 또한 유사하게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것이 있다고 믿는다면 지구는 쓰레기장이 되어 버리고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 되어 버릴 것이다.'(p481)



'신인류 新人類, New Type'가 말 나온 김에 아주 오래 전 노래(1994)를 하나 올린다. 또한,신인류가 나오는 대표적 애니메이션으로는 <기동전사 건담 機動戦士ガンダム>(1979)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페이퍼가 너무 늘어져서, 이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별도의 페이퍼로 쓸 계획이다...


[그림] 기동전사 건담 ( 출처 : http://monsterdesign.tistory.com/180)

 

'지금까지 우리는 점점 더 나은 도구를 만들어 고대의 신들과 경쟁했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도구만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능력에서도 고대의 신들을 능가하는 초인간을 창조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신성(神性)은 사이버 공간만큼이나 일상적인 것이 되어 그 경이롭고 경이로운 발명품을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p76)... 건강, 행복, 힘을 추구하는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될 때까지 자신들의 모습을 한 번에 하나씩 점진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다.'(p77) -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Homo Deus>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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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1211 2017-07-08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겨울호랑이 님의 가늠이 불가능한 깊이있는 글을 통해 저의 가벼움을 반성하고 있습니다..재미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7-08 20:49   좋아요 1 | URL
^^: 과찬이세요. 제가 사상가도 아니고 다른 깊이있는 글을 옮겼을 뿐인걸요. 그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ys1211님 행복한 저녁 되세요^^:

2017-07-09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9 0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07-10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항상 겨울호랑이 님의 글은 안구정화가 돼서 좋습니다^^ 알라딘 서재 콘텐츠의 질을 격상해 주는 서재 중 하나라서 무척 고맙게 생각하는 1인입니다. 이런 페이퍼 많이 발행해 주세요!

겨울호랑이 2017-07-10 22:35   좋아요 0 | URL
^^: yamoo님의 격려 말씀에 큰 힘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역시 yamoo님의 철학 페이퍼와 리뷰 가이드로 큰 힘 얻고 있습니다.
 

 

'전 인류가 한 무리로 머물러 있을 수 없듯이 매한가지로 전 인류가 단 하나의 언어를 유지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다양한 민족 언어의 형성이 이루어진다...동물이 단지 자기 땅과 자신들의 비교적 협소한 영역만을 가질 수 있음으로 인해, 인간은 지구 어디에서나 거주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지구의 거주자는 지구 어디에서나 관찰되며 이렇게 되면, 그의 언어는 또한 지구의 언어가 되고, 모든 새로운 세계에는 새로운 언어가, 모든 민족에게는 민족의 언어가 있게 된다.'(p154)  요한 고트프리트 폰 헤르더 (Johann Gottfried von Herder, 1744 ~ 1803)<언어의 기원에 대하여> - 제 3 자연법칙 中 - 


 우리가 이처럼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기에 외국어(특히 영어) 공부를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사회인이 되어서까지 해왔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을 영어 공부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편하게 구사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예전보다 영어 실력은 좋아졌다고 하지만, 사교육 私敎育에 들어간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한다면 예전보다 썩 좋아진 것 같지 않다. 영어 공부는 우리에게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이번 페이퍼에서는 최근에 읽은 외국어 학습 관련 서적을 통해 한국인이 영어를 배울 때 겪는 어려움과 학습법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플루언트>에서 저자는 한국인이 영어를 배울 때 겪는 어려움을 다음과 같은 5가지 요인으로 정리하고 있다. 영어는 한국어와 언어 言語의 차이를 가지며, 영문화와 한국 문화의  문화 文化의 차이에 의해서 우리는 영어를 배울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언어를 잘 한다는 것은 언어안에 포함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인이 영어를 배울 때 가장 큰 걸림돌 5가지를 분석해 보았다. 다시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첫째, 한국인과 미국인은 생각의 순서가 반대다. 미국인은 작은 것에서 크 것 순으로, 한국인은 큰 것에서 작은 것 순으로 생각한다. 둘째, 한국어에 비해서 영어는 빌트인된 뉘앙스 숫자가 너무나 적어서 단어를 꼬아 모자라는 표현을 보중한다. 셋째, 한국어 단어는 직관적이고 영어 단어는 추상적이다. 넷째, 영어는 주어의 선택이 제한적이고 동사가 방향을 결정한다. 다섯째, 영어 단어는 같은 단어라 해도 그 모양이 여러 가지다.'(p111)


 '언어를 진정으로 마스터 했다는 것은 그 언어가 내포한 인생관과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다. 철학은 개념을 정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차원 높은 대화를 하면 굳이 염두에 두지 않아도 철학적인 단어가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다.'(p285)


한편, 다른 책에서는 영어 문장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플루언트>는 Top- Down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대한민국 영어교육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에서는 Bottom-up 방식의 학습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영어를 한국어에 맞춰 해석하지 말고, 언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말한다. 


 '자, 영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정리해 보자.

 1. 영어는 주어에서부터 확장되는 단어 순서대로 이해한다.

 2. 영어는 주어에서부터 확장되는 단어 순서대로 펼쳐지는 그림이다.

 이 두 가지가 "문법 없이, 암기 없이 바로바로 말 만들 줄 아는 영어"의 절대 핵심이다.'(p128)

 '우리는 너무나 완벽을 꾀하는 공부를 해온 것이 문제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영어를 대했으면 한다. 이것이 바로 원어민이 영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방법이다... 우리도 이렇게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영어를 배워야 한다.'(p229)


 두 권의 책에서 말하는 바를 종합해보면, 언어는 문화의 소산 所産이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조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영어 학습 경향인지는 모르겠지만, 공통적으로 두 책 모두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발음 pronunciation은 별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외국 악센트가 있는 사람은 그 나라의 매너를 조금 어겨도 용서가 되지만 그 나라 언어의 발음을 마스터 한 사람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문화적, 관용적 태도까지 마스터 했을 것으로 보고 만약 사소한 문화적 행동이나 매너라도 어기면 무례하거나 의도적으로 그랬을 것으로 여겨 적대감을 갖게 된다.'(p48)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발음 문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 발음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지금까지 해왔던 학습법을 생각하면 다소 생소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외국인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쉽게 이해된다. 어떤 외국인을 만났을 때, 그가 서툰 한국어를 말하다가 갑자기 다음과 같이 <상춘곡 賞春曲>을  읊는다고 상상해보자. 그런 경우에 우리는 그의 한국어 발음을 비웃을 것인가. 나는 그의 한국어를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그를 다시 볼 것 같다. 같은 기준으로 외국인들 역시 우리의 영어 실력을 평가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는 보다 근원적인 것으로 우리의 학습법을 바꿔야할 이유를 한 가지 더 가지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두 책에서는 외우기보다 이미지 image 를 통해 학습하는 방법, 유사 어휘를 활용한 학습법 등을 효과적인 학습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책에서 제시한 이러한 방법들은 분명 언어를 공부할 때 장점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내용이 마음에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외국어 학습법의 책이 대동소이 大同小異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내가 찾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내게 있어 문제는 외국어 학습 동기 incentive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영어를 공부하는 상황이 나의 선택이라기보다는 해야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의 마음이 멀어졌고, 그래서 영어 공부를 부담스럽게 느꼈던 것은 아니었는지. 최근에는 영어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번역본과 영문본을 같이 보고 있는데, 병행해서 읽다보니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두 가지 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첫 번째 장점은 저자의 의도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다. 일례로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 ~ 1790)의 <국부론 Wealth of Nations>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보이지 않는 손'이 언급된 단락을 살펴보자.

 

'사실 그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고, 노동 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gain)을 위해서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p552)


'He generally, indeed, neither intends to promote the publick interest, nor knows how much he is promoting it. By preferring the support of domestick to that of foreign industry, he intends only his own security ; and by directing that industry in such a manner as its produce may be of the greatest value, he intends only his own gain, and he is in this, as in many other cases, led by an invisible hand to promote an end which was no part of his intention'(p292)


 한국어 번역본은 우리에게 모국어임에도 불구하고, 용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 경우 원서를 옆에 두고 함께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영어로 쓰여진 단락은 상대적으로 쉬운 표현이 사용되게, 외국어임에도 때로는 영어 원서가 이해를 돕는다고 생각된다. 두 번째로 원문 표현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어로 쓰여진 작품의 멋진 표현이 궁금해서 영어책을 읽는다면 우리의 영어 실력은 저절로 늘지 않을까.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 ~ 1616)의 비극 < 리어왕 King Lear> 중 일부를 번역본과 현대 영어로 풀이된 단락을 살펴보자.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나쁜 운명에 처할 때, 그것은 대개 우리 자신의 행동이 지나친 탓이건만, 그 재난을 해나 달, 별의 탓으로 돌리다니. 마치 우리가 필연에 의해 악당이 되고, 하늘의 뜻에 의해 바보가 되며...'(p35)


'This is a classic example if the idiocy of the world : when we're down and out - often because of our own excesses -we put all the blame on the sun, the moon, ans the stars, as if they forced us, to be bad, or the heavens compelled us to be villainous or stupid.'(p37) 


신이 멋지게 생각되는 표현을 찾아보고 수 차례 읽다보면 머리와 가슴 깊이 남게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내 것이 되어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장점을 스스로 느끼게 되니, 보다 편하게 영어를 대하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영어뿐 아니라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정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영어 학습법에 관한 책을 이외에도 여러권을 읽었지만, 가슴에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은 '내가 왜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서가 아닐까. 최근 읽은 영어 학습법에 관한 책을 덮으면서 내게 필요한 것은 '영어 공부의 왕도 王道'가 아니라 '영어를 배워야 하는 목적 目的'임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학습법은 그 다음 과제로 넘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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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7 21: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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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7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7-08 0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알쓸신잡 6회에서 정대승 박사가 ‘언어에 담긴 문화‘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언급했죠^^ 반말 문화인 영어를 쓰더라도 한국인은 그걸 한국어로 번역해 받아 들이므로 모욕으로 듣는 거라고... 알쓸신잡 후기 이거 또 정리해야 하나ㅎㅎ;; 내용이 많아 책읽기 시간을 넘 잡아 먹어서 리뷰쓰기 은근 귀찮더라고요ㅎ;;;

겨울호랑이 2017-07-08 06:20   좋아요 1 | URL
^^: AgalmA님께서 작성하신 후기 보면 최소 3회 이상 프로그램을 보신 후 작성하시는 듯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알쓸신잡도 좋지만, 1일1그림과 다른 페이퍼를 더 보고 싶네요..ㅋㅋ

단발머리 2017-07-08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외국어 학습에 왕도는 없다고 하지만, 혹시 내가 모르는 왕도가 있는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자주 듭니다.
킹 리어와 함께라니~~
너무 우아하네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7-08 06:4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전에는 잘 몰랐는데 셰익스피어 작품의 대사를 읽어보니 그 표현의 날카로움과 아름다움은... 마음을 울리는 문학 작품은 우리를 절로 원서의 세계로 끄는 것 같습니다. 비록 효과적으로 학습하는 법은 모르겠지만, 재밌게 배우는 방법은 이제서야 알게된 것 같습니다^^

나와같다면 2017-07-08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ecause for South Koreans,
people in North Korea are not just any bodies
왜냐하면, 한국인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그저 아무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몇해전 이렇게 시작되는 오준 유엔 대사의 유엔 안보리 발언이 생각납니다

특별히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발음이 네이티브가 아니더라도..

말하는 사람의 진심이 돌덩이처럼 가슴에 와 닿는 그런 언어

겨울호랑이 2017-07-08 13:02   좋아요 0 | URL
네^^: 나와같다면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용하는 언어에 무엇을 담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 생각되네요^^:

서니데이 2017-07-08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의의 새로운 사진이네요. 볼 때마다 크는 것 같아요.^^
외국어는 배우고 싶어도 잘 되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원서를 읽는 분들이 부러워요.
요즘 영문 원서를 읽고 계신가봅니다.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07-08 16:23   좋아요 1 | URL
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부쩍 크는 것 같아요. 저도 익숙하지 않지만, 영어를 가까이 하려고 합니다.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제겐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숨쉬는 것 빼고요.) 그럴 때는 2003년 판 동아대백과 사전 28권 중 아무 권이나 골라 그냥 펼쳐서 봅니다. 대백과 사전이다 보니 어떤 분야, 어떤 내용이 나올지는 잘 모릅니다. 무턱대고 떠난 여행 같은 느낌이라할까요...

인터넷 백과사전으로 찾으면 원하는 것을 정말 빠르게 찾을 수 있지만, 종이 백과 사전은 인터넷이 줄 수 없는 것을 제게 알려 줍니다. 연관성 없이 단지 ‘가나다‘순서로 제시된 다양한 분야의 용어들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을 던져 주는 것 같습니다.

대항해 시대의 모험가들이 석양이 지는 바다 저편을 보면서 꿈을 꾸는 것도 같은 느낌이었을까요...

빠르게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연관성을 발견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빅데이터에 매몰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그보다는 때론 천천히 마음을 비우고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 것을 받아들이는 아날로그적 삶이 오히려 더 혁명적인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내일부터는 많은 비가 온다하네요. 이웃분들 모두 기분만큼은 상쾌한 하루 되세요^^:

ps. 조금전 ‘도사견‘ 내용을 읽었습니다. 이럴 기회가 아니었으면 평생 도사견을 사전으로 찾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ㅋ 사전 옆에 있는 파리채는 ‘책에 파리 날리지 않도록 하라‘는 다소 믿기 힘든(?)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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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가방 2017-07-06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렸을 때 백과사전 읽는 거 좋아했었는데..ㅋ
전 그냥 사전을 1페이지부터 쭉....;;

겨울호랑이 2017-07-06 23:44   좋아요 1 | URL
^^: 노란가방님께서도 사전 읽는 것을 좋아하셨군요! 저는 노란가방님처럼 꾸준한 편이 못 되고, 변덕스러워서 계획없이 보는 편입니다 ㅋ

2017-07-06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6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Dora 2017-07-07 0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리채....

2017-07-07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7 0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7 0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7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7-07-07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버릇을 가지셨구만요. 저도 저희집에 있던 백과사전을 틈나는대로 펼쳐보며 살았었는데요.
저는 의학분야를 좋아했습니다.
왜, 어떻게 아프게 되는걸까, 이 아픔의 원인이 뭘까를 혹시 알게 될수 있을까 늘 궁금해하며 각종 질병을 찾아봤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겨울호랑이 2017-07-07 09:37   좋아요 0 | URL
^^: 포스트잇님도 백과사전을 옆에 두고 사셨군요. 저는 포스트잇님처럼 보다 깊이 있게 백과사전을 활용하지는 못하고, 그냥 심심풀이로 보고 있습니다.ㅋ 저도 포스트잇님처럼 백과사전을 좀 더 잘 이용하도록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포스트잇 2017-07-07 09:53   좋아요 1 | URL
,,,;;어릴땐 여기저기 아픈데가 많아서 밖에 나가놀기보단 집안에서 할일이란게 별로 없었던데다,,,관심이 그렇게 가다보니 그리된거 뿐입니다. 깊이는 아니고요,,;;;

겨울호랑이 2017-07-07 09:58   좋아요 1 | URL
그러셨군요... 지금은 건강이 괜찮으신지요? 저는 우리의 배움이라는 것이 우리 자신과 주변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작은 관심이 모여서 지금의 우리를 만드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되네요..

포스트잇 2017-07-07 10:16   좋아요 1 | URL
그렇죠. 자기 관심사로부터 시작는거겠죠.
자기를 들여다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같다는 게 요즘 드는 생각이네요..
오늘은 제가 요새 읽고있는 책들을 둘러보고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좀 들여다볼까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7-07 10:20   좋아요 1 | URL
^^: 날이 많이 흐리네요. 자신을 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포스트잇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cyrus 2017-07-07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의 용도는 다양해요. 라면 냄비 받침, 베개, 그리고 벌레 잡는 파리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7-07 15:23   좋아요 0 | URL
^^: 아마도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만이 cyrus님께서 말씀하신 책의 용도를 잘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연의는 백과사전을 징검다리 돌로 만들어 활용하는데, 그런 면을 보면 연의도 책을 사랑한다고 봐야할지는 잘 모르겠네요.ㅋㅋ

yamoo 2017-07-10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리채....ㅋㅋㅋㅋㅋㅋ

저도 백과전서 읽는 맛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개념 설명이 끝나고 이후에 나오는 개념이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 처음 보면 정말 신천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계속 읽으면 무지 지루해지는 단점이 있더군요..ㅎㅎ 페이지가 안 줄어서뤼..^^;;

겨울호랑이 2017-07-10 21:10   좋아요 0 | URL
^^: 네 그래서 저도 백과사전을 오래 읽진 못하겠습니다. 그저 one point relif 정도로 활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