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사이 <슈퍼배드3>와 <덩케르크 Dunkirk>를 봤습니다. 평소 극장을 잘 찾지 않는 편이지만, 날이 더워서인지 최근 자주 가게 되었습니다. 평소 영화를 잘 알지 못해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영화 관람 중 들었던 짧은 생각을 몇 자 적어봅니다.


[사진] 슈퍼배드3(출처 : 제니스 뉴스)


 아내, 연의와 함께 본 <슈퍼배드3>는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인 미니언스들이 등장하지요. 덕분에 보통 극장에서 앞자리를 발로 차고,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아이들도 제법 몰입해서 이야기에 빠져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연의 역시 처음으로 극장에서 도중에 집에 가자고 조르지 않더군요. 아내말에 따르면 연의는 여태까지는 재미없다고 집에 가자고 이야기하거나, 화장실에 가자고 하는 등 관람시간 동안 수차례 밖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극장올 때도 내심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슈퍼배드3>를 볼 때는 끝까지 재밌게 봤습니다.  그런 면에서 <슈퍼배드3>는 가족사적인 의미(?)가 있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공연을 연의와 함께 볼 계획입니다. <슈퍼배드3>가 재밌었는지, 연의가 컸는지는 좀더 지켜보면 알겠지요...


 <슈퍼배드3>는 나름 자녀와 함께 오는 부모들을 위한 배려도 담겨 있습니다. 악당이 80년대 '발타자르 브랫(Balthazar Brat)' 이라는 인물(첫 번째 사진의 오른쪽)입니다. 복고풍 느낌이 물씬 나는 이 인물을 통해 부모들은 80 ~ 90년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이 인물이 등장할 때 나오는 음악이 있는데, 이 음악을 통해서도 추억을 소환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마이클 잭슨의 'Bad', 영화 'TOP GUN'의 OST 중 하나인  <Take my breath away>, A-ha의 <Take on me> 등이 나오는데, 이들 음악과 당시 패션은 부모들 세대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잠시 제공합니다.(평균 3초 정도) 그런 의미에서 <슈퍼배드3>는 모든 세대를 배려한 좋은 가족 영화라 생각됩니다. 줄거리는 뻔하지만, 제가 아이들을 살펴보니 그래도 부모님과 같이 영화를 본 아이들이 더 활짝 웃고 있었기에, 가급적이면 함께 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만약 보실 계획이라면요)





[사진] 뎅케르크 (출처 : http://eleit.tistory.com/entry) : 영화 이미지는 아닙니다.


 다음에 본 영화 <덩케르크>는 2017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Jonathan James Nolan) 감독의 작품입니다. 영화는 대화와 불필요한 상황 설정을 최대한 억제하고 담담하게 전쟁을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감독이 전작 <인셉션 Inception, 2010>,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에서 보여준 모습을 기대하고 보신 관객은 다소 밋밋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본 제 동생의 감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진행한 영화에 몰입해서 봤습니다. 그렇지만, 영화가 다루고 있는 '덩케르크 철수'와 관련해서 최근의 정치 상황이 계속 연상되어 다소 불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1940년의 '덩케르크 철수' 속에서 2016년 '브렉시트 Brexit' 가 연상되었기 때문입니다.

 

 EU에서 탈퇴하여 유럽이기를 거부하고 섬나라 '영국'으로 돌아간 선택을 한 21세기 영국의 모습을 우리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충격적인 결정에 대해 많은 영국인들은 찬성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EU에서 철수해서 영국으로 귀환한 결절을 환영하는 영국 유권자의 모습과 영화 내에서 귀환병들을 환영하는 영국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또한, 유럽대륙을 제패한 독일 제3제국의 모습 속에서 현재 EU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독일의 모습이 관람자의 입장에서 투영됨을 느꼈습니다. 영국인인 놀란 감독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철수 작전을 통해 현대 영국의 결정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된 지점입니다. 


 그런 관점- 자신들의 선택인 '브렉시트'에 스스로 합리성을 부여한 것은 아닌가 하는 - 에서 '던케르크'를 본다면 많은 부분이 다르게 보입니다. 프랑스, 벨기에 등 현재 EU 회원국들이자 과거 연합국으로서 동맹국들에게는 과거 '대(對)독일'전선에 대항했다는 이미지를 통해서, 유럽 내 영국의 고립을 약화시키려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와 동시에 '나치'로 대표되는 독일을 고립시키는 듯한 느낌을 영화 전반에서 느끼게 됩니다.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들지만, 기왕에 나간 김에 조금만 더 나가보겠습니다.


세계적으로 배급되는 이 영화를 아마도 많은 유럽인들도 볼 것입니다. 다른 EU 회원국민들의 마음에는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갔던 독일에 대해 동질감보다는 반감이 더 커지게 되는 것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또한,최근 유럽 등지에 일어나고 있는 EU 탈퇴를 부르짖는 '극우 운동'이 힘을 받지 않을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반면, 독일인들은 '유럽 공동체' 보다는 강대한 '독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부분이 2017년 9월 예정된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강경 우파가 득세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보게 됩니다. 전쟁 영화 한 편에 너무 나간 상상을 하게 되었네요.^^: 다만, '영국 만세!'의 느낌을 통해 어설픈 관객 한 명이 딴 생각을 할 여지를 주었다는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이른바 '국뽕'이라고 하는 이런 느낌은 영화 시작을 기다리며 읽었던 책에서도 느꼈습니다. 영화와는 전혀 관련없는 '한옥' 관련 책이었습니다만...


영화 시작 전 잠시 살림지식총서에서 나온 <한옥>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문고판 책은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 가옥 연구를 평생 업(業)으로 해온 저자가 풀어주는 한옥(韓屋)에 대한 이야기는 즐겁게 쉽게 익힙니다. 제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저자가 풀이한 마루에 대한 부분입니다.이외에도 한옥의 숨겨진 의미에 대해 저자는 쉽게 설명하고 있고, 이는 이 책만이 가진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또 마루는 인간과 신을 이어주는 또 다른 측면의 매개공간이 되기도 한다... 신과 인간이라는 상/하 개념의 두 존재가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 마루인 것이다. 마루를 땅에 떨어지게 한 것은 인간세속을 벗어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주거에 있어서 다른 공간들이 전부 막힌 구조인데 비해 마루는 아래 위를 비워둠으로써 단면상의 상징성을 유도하기도 한다.'(p71)


다만,  책 중간 중간에 있는 전통 한옥에 대한 저자의 예찬은 현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책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덩케르크>의 '영국만세!'의 연장선입니다.


 '옛날 조석으로 어른들을 문안할 때 아랫사람이 요 밑에 손을 넣어 방의 온도를 살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온돌이 파이프를 이용한 난방으로 바뀌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서양식 난방방법이 들어옴에 따라 우리들은 매사에 감정적이고 다혈질적으로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위대한 미래는 찬란했던 과거와 접목되었을 때에만 약속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p64)


 전통가옥에 대한 예찬이 최근 주거 문화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이어서 현대 문화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면서 책은 마무리되고 있지만 저로서는 상당히 공감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한옥에 대한 좋은 소개서라는 생각이 많이 옅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여러 형제, 남매가 한 이불 속에서 옹기종기 자랄 때에는 서로 다투고 싸우면서도 필여에 따라서는 양보도 할 줄 알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끈끈한 가족애가 있었다. 아기가 아프면 자기의 손가락을 베어 그 피를 먹였다는 어머니의 모성도 바로 이 가족 간의 굳건한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굳건한 공동체 의식은 오랜 역사를 통해 굳어지면서 우리 민족의 저력이 되었다. 강대국의 옆에 붙어 정치적, 군사적으로 위협을 당했어도 우리의 문화를 간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이 공동체 의식에 있었던 것이다.'(p88)


 저자가 책을 쓴 목적이 한옥을 소개하자는 것인지, 현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자는 의미인지 참 모호해집니다. 그런 어정쩡함 속에서 과거에 읽었던 책 내용의 일부를 옮겨 봅니다.  아래 내용은 2016년 < 한옥문화> 여름호에 실렸습니다. (이미지가 없어 2017년 봄호의 이미지를 넣었습니다)


'마당에 잔디를 깔거나 정원을 만들어서 그것을 관리하려고 독한 농약을 뿌리는 모습도 보았는데,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마당을 비워두었으면 더 건강한 집이 되었겠다. 한옥은 마당을 그냥 텅 비워 놓아서 그곳을 실내 공간처럼 썼다. 마당에서 음식도 만들어 먹고, 놀이도 하고, 일을 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한옥>과 내용이 거의 동일합니다. 제게 와닿았던 부분은 다음입니다.


 '한옥의 공간 구성에서 현대인의 삶을 건강하게 하는 요소를 찾아내서 그  내용을 집짓기에 적용하자. 이것이 한옥의 현대화다. 과거에는 비가 왔을 때, 평평한 옥상에서 물이 새지 않게 할 기술이 없었다. 지금은 평지붕에 방수를 하는 기술이 있다. 그러니 기와 없이, 옥상을 둔 한옥을 지을 수도 있겠다. 기와가 멋있다면 옛날 기와를 그대로 복제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현대적인 재료로 세련되게 새롭게 처마와 지붕의 선을 디자인해보아도 좋겠다.'(p108)


 예전에는 난방기술이 '온돌'이 최선이었기에 온돌이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반면, 지금은 다양한 난방 기술이 있지요.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무시하고, '옛날이 좋았다'는 이야기는 후대의 공감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소개된 한옥 '잔서완석루'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한옥입니다. 잔서완석루는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이라는 책에도 소개된 집이기도 합니다. '잔서완석루'가 한옥이라 불릴 수 있을까 물음을 던지게 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집은 멋진 집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진> 잔서완석루 (출처 : 한옥문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의(衣), 식(食), 주(住)라 했을 때, '우리 땅에서 난 것이 우리 몸에 좋다(身土不二)'라고 해서 갑자기 양복 대신 두루마기 한복을 입고, 바나나, 파프리카 대신 감, 배 등만 먹기는 힘이 들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조건 적인 과거로의 복귀가 '정답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대와 과거와의 조화. 그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슈퍼배드3>는 참 배려심이 넘치는 영화입니다. 날이 무더운 요즘입니다. 이웃분들 모두 좋은 건강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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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3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3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거서 2017-08-03 0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덩케르크>를 관람하면서, 2차 세계대전의 전환점이 많았을 텐데 하필 패배한 전투의 역사적인 순간이 영화의 소재가 되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영국군의 생존 귀환 프로젝트는 과거보다는 현재의 영국 상황을 맞춰보니 영화의 주제와 맥락이 닿고 영화의 디테일 역시 놀랍더군요. 영화 막바지로 갈수록 영국민의 감정을 자극할 만한 요소가 많다는 것도 느낄 수 있더군요. 스핏파이어 전투기의 구군분투와 독일에 포로가 되는 마지막 장면이 저한테는 인상적이었습니다. 겨울호랑이 님의 의견에 공감하면서 덩케르크와 한옥을 연관성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8-03 09:42   좋아요 3 | URL
^^: 네 저 역시 오거서님께서 말씀하신 조종사가 포로가 되면서 마치는 장면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방어선이 없는 그곳으로 가면 포로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쪽으로 활강을 하는 조종사. 적에게 비행기가 넘어가지 않도록 엔진을 폭파시켰던 사람이 자신은 포로가 되었다는 사실은 알 수 없는 묘한 여운이 남더군요. 개인적으로 <덩케르크>가 배트맨 시리즈처럼 시리즈물이 되지는 않을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덩케르크 철수 이후 벌어진 ‘영국 본토 항공전‘, ‘노르망디 상륙잔전‘등으로 배트맨 시리즈처럼 3부작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아니겠지요..^^: 오거서님 더운 날 건강한 하루 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03 10: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덩케에 대한 해석이 좋군요.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인데 겨호 님 해석을 들으니 맞는 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8-03 11:00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곰곰발님 말씀을 들으니 저 혼자 안드로메다로 간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줄어듭니다. 더운 날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고양이라디오 2017-08-03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밌는 해석 잘 보았습니다~ㅎ

겨울호랑이 2017-08-03 12: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날이 무척 덥네요. 고양이라디오님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AgalmA 2017-08-03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연의 귀여워ㅋㅋ

최근 <군함도>와 <덩케르크> 비교논쟁들 보고 이 글 읽으니 국뽕은 만국의 정서라는 생각도 들고^^; 좀전에 헤르메스님 <거대한 후퇴> 읽은 게 오버랩 되면서 우리는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퇴행과 퇴보도 부산물이자 동반자라는 생각이 아니 들 수 없군요.

언젠가 중국, 한국, 일본의 건축양식을 비교해보며 결국 각 풍토에 따른 인간의 적응방식 아니었겠나 싶었는데 그걸 어떤 우월성으로 비교하면 개별적 특수성을 너무 간과하는 게 아닌가 생각도 됩니다. 물론 상상과 기술력의 혁신 관점에서 보면 비교우위가 당연 생길 수밖에 없겠습니다만요. 요즘은 글로벌해져서 그 격차가 자본에 의한 차이로 더 부각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한옥에 대한 저자의 저 발언은 그런 경제 문화적 환경 요인은 간과한 거 같네요.

겨울호랑이 2017-08-03 14:19   좋아요 1 | URL
^^: 그러게요... 진보한다는 것도 마냥 앞으로 간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random walk를 하다보니 장기적으로 ‘나아졌더라‘하는 것이 역사의 발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직 건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인간의 생활양식의 결과가 ‘주택‘이라고 본다면, 전통이 무너져서 사회가 어렵게 되었다는 논리는 ‘인과오류‘가 아닌가 싶네요. AgalmA님께서 말씀하신 특수성 문제를 듣다보니 열대지방의 ‘낮잠‘ 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낮잠을 자는 것이 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 기후에서 적응하는 하나의 문화양식임을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것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세계화, 글로벌화라는 것은 문화적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강요된 폭력인듯 하네요.

2017-08-03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3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4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4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5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8-05 08:27   좋아요 1 | URL
^^: 그렇군요. 요즘 날이 너무 덥네요. 김영성님도 시원하게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언젠가 너도」는 아이가 태어나서 어린이로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 독립해서 다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까지의 일을 그린 동화책입니다.

동화책인 이 책을 아마도 많은 부모(특히 어머니)가 읽어주리라 여겨지네요. 그렇지만 아마도 아이는 책의 내용을 마음 깊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보다는 책을 읽어주던 엄마가 자신의 어머니(아이의 외할머니)를 이 책을 통해 더 많이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이를 위한 동화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엄마를 위한 동화라 생각됩니다. 책은 다음의 내용으로 마무리 됩니다.

「언젠가, 지금으로부터 아주아주 먼 훗날,
너의 머리가 은빛으로 빛나는 날
그 날이 오면, 사랑하는 딸아.
넌 나를 기억하겠지.」

딸이 엄마를 기억하는 순간
엄마의 사랑을 깨닫는 순간
아마도 어머니는 곁에 없겠지요
이렇게 세대는 바뀌어가는 것 같습니다

ps. 이 책을 보니 딸을 결혼시키는 아빠의 마음이 담긴 동화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없다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책을 써 보면 어떨런지 상상해봅니다.

˝네가 새하얀 드레스를 입던 날
네 손을 잡고 식장으로 들어가는 날이 오면 사랑하는 딸아, 넌 나를 기억하겠지.˝

네... 이렇게 만들면 딱 걸리겠지요 ㅋㅋ
이웃분들 모두 편한 밤 되세요^^: 



[가사 출처 : http://blog.daum.net/seed/1851]


Schoolbag in hand, she leaves home in the early morning 
Waving goodbye with an absent-minded smile 
I watch her go with a surge of that well-known sadness 
And I have to sit down for a while 
The feeling that I'm losing her forever 
And without really entering her world 
I'm glad whenever I can share her laughter 
That funny little girl

 
이른 아침 책가방 들고 손흔들며
미소 지으며 그앤 집을 나섰지
그앨 보낸 뒤 멍하니 한참 그냥 앉아
가는 뒷모습을 보았어
난 아직 그앨 알지도 못한 채
영원히 그앨 놓칠 것 같아
허나 그 예쁜 꼬마가 웃을 때
난 너무 기뻤어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I try to capture every minute 
The feeling in it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Do I really see what's in her mind 
Each time I think I'm close to knowing 
She keeps on growing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잡아보려해도언제나
내곁에서 멀어져갔어
노력할수록 내 손에서 빠져나갔어
나는 정말 그앨 잘 알고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자꾸 클수록 내곁에서 멀어져갔어


Sleep in our eyes, her and me at the breakfast table 
Barely awake, I let precious time go by 
Then when she's gone there's that odd melancholy feeling 
And a sense of guilt I can't deny 
What happened to the wonderful adventures 
The places I had planned for us to go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Well, some of that we did but most we didn't 
And why I just don't know


 

눈비비며 아침식탁에 마주앉아
그 소중한 시간 그냥 보냈지
그애가 간 뒤 미안한 맘에 사로잡혀
죄책감마저 느꼈었어
우리가 계획했었던 여행들
그 멋진 계획 다 어디갔나
(잡아보려 해도 언제나)
가기도 했지만 거의 못했어
정말 왜 그랬나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I try to capture every minute 
The feeling in it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Do I really see what's in her mind 
Each time I think I'm close to knowing 
She keeps on growing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잡아보려 해도 언제나
내곁에서 멀어져갔어
노력할수록 내 손에서 빠져나갔어
나는 정말 그앨 잘 알고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자꾸 클수록 내곁에서 멀어져갔어


Sometimes I wish that I could freeze the picture 
And save it from the funny tricks of time 
Slipping through my fingers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Schoolbag in hand she leaves home in the early morning 
Waving goodbye with an absent-minded smile 

 

시간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까
그 행복했던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순 없나
자꾸 클수록 내곁에서 멀어져갔어

자꾸 클수록 내곁에서 멀어져갔어

이른 아침 책가방 들고 손흔들며
미소 지으며 그앤 집을 나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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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30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30 0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30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30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 도입 : 호모 벨리쿠스(Homo Bellicus 전쟁하는 인간) 


'트로스가 그의 무릎을 잡고 애원하려 했으나 그는 칼로 그의 간을 찔렀다. 그러자 간이 쏟아져나오며 거기서 검은 피가 흘러내려 그의 품안에 가득 고였다. 혼절한 그의 두 눈을 어둠이 덮었다. 그러자 아킬레우스는 물리오스에게 다가가 창으로 귀를 찔렀고 그러자 즉시 청동 창끝이 다른 귀로 뚫고 나왔다. 그 다음 그가 아게노르의 아들 에케클로스의 머리 한복판을 자루 달린 칼로 내리치니 칼은 온통 피에 젖어 뜨거워졌고 그의 두 눈은 검은 죽음과 강력한 운명이 붙잡았다... 그래서 그가 죽음을 눈앞에 보며 팔을 늘어뜨리고 서 있었을 때 아킬레우스가 칼로 목을 쳐 그의 머리를 투구와 함께 멀리 내동댕이쳤다. 그러자 척추에서 골수가 솟아나오며 그는 땅 위에 길게 뻗었다.' - 호메로스 Homeros, <일리아스 Ilias> 제20권 468 ~ 483 -


 <일리아스>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전쟁의 비참함에 대해 오래전부터 인류는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전쟁의 실상이 어떻게 개인에게 인식되는가는 또다른 문제라는 사실에 저자는 주목한다.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극한의 경험 The Ultimate Experience>에서 근대인(近代人)들의 전쟁에 대한 인식 변화를 다루고 있다. 요약하자면, 전쟁에 대한 인식은 근대와 현대로 이행되는 동안 '데카르트(Rene Descarte, 1596 ~ 1650)의 이분법(Dualism)'과 '낭만주의(Romanticism)'를 통해 극적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극한의 경험>의 내용을 따라가보자.


 G. 전쟁, 정신이 지배한다 : 1450 ~ 1740년


 근대 초기 전투에 참여한 이들은 이전 시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대한 극복이 선결과제였다. 이에 지휘관들은 개별 전투원들의 어려움을 감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분법(二分法)'을 적용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전투원들은 '정신의 고양'을 통해 전투력을 극대화시키게 된다. 그리고, '정신(精神)'의 고양은 조직(공동체)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시함으로써 가능할 수 있었다. 이러한 근대 초기 전쟁에 대한 인식은 근대 후기에 들어 <인간 기계론>으로 대표되는 '유물론(唯物論)'의 등장으로 바뀌게 된다.


 '근대 초기 전투원들은 전쟁이 무언가 깊은 진실을 밝혀준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인 전쟁 경험을 통해 무언가 특별한 지식과 권위를 획득했다고 주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문화적 모형과 자원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많은 수도승이 겪는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한 육체적 고통을 겪었고, 많은 판사가 듣는 것보다 더 심한 고문 비명을 들었으며, 많은 해부학자가 보는 것보다 더 자주 인간의 내장을 보았기 때문이다.'(p70)


 '전쟁을 각각 집단적 수단과 개인적 수단, 명예로운 삶의 길로 그리는 경험담 사이의 갈등은 근대 초기에 전쟁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관한 주요 갈등이었다...하지만,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고 국가가 발흥하며 집단적 수단으로의 전쟁 경험담이 우위를 차재했다. 모든 군인이 집단적 이익을 개인적 이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상식이 되었다.'(p203)


 '세상의 확실한 토대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데카르트는 점차 세상 전체를 의심하게 되었고, 결국 확실한 것은 사고 자체밖에 없었다. 데카르트는 자아를 사고와 동일시했다. 그는 영혼과 마음, 육체라는 삼위일체식 구분을 포기하고, 육체와 정신이라는 명쾌한 이분법을 채택했다. 육체는 예전에 마음이 담당한 기능의 전부와 영혼이 담당한 기능 일부를 흡수했고, 자율적인 기계로 이해되었다.'(p166)


A. 전쟁, 육체를 깨우다 : 1740 ~ 1865년


 <인간 기계론>에서 정신(精神)보다 육체(肉體), 이성(理性)보다 감성(感性)이 우선시 된다. 이처럼 인간의 육체와 감성이 강조되면서, 집단보다는 개인(個人)의 존재가 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이제 육체적 경험이 진실이 되었고, 경험에 대한 인간의 감성이 이성을 대신한 진리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쥘리앵 오프루아 드 라메트리 Julien Offroy de La Mettries는 1747년에 한층 대담한 논문을 발표했다.이 논문을 출간한 것이 바로 근대 유물론의 선언이 된 <인간 기계론 L'Home-machine>이다. 그는 데카르트의 정신과 육체의 이분법을 파기하는 동시에 정신과 영혼의 존재도 부인했으며, 생각과 느낌이 물질의 작용이라고 주장했다.(p212)...육체적 경험과 계시에 관련해 라메트리는 계시의 진실을 육체적 경험의 진실과 반드시 일치해야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사실상 육체적 경험이 계시에 가깝다고 결론지었다.(p214)... <인간 기계론>의 두 번째 신조는 적절한 경험적 연구로 얻은 결론은 명확하고 단순하다는 것이다.'(p215)


  '감수성 숭배는 추상적 철학이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실제 일상 삶에서 따를 수 있는 두 가지 가르침이 특히 중요했다. 첫 번째 가르침은 사소한 감각과 감정에도 가능한 깊은 관심을 갖고, 감각과 감정의 영향에 마음을 활짝 열라는 것이었다.(p228)... 감수성 숭배가 전한 두 번째 현실적인 가르침은 인간이 살면서 겪게 되는 모든 경험에 마음을 활짝 열 뿐만 아니라 감각과 감정의 범위를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감각주의 철학자들은 더 많이 느낄수록 그만큼 더 완전하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감수성 * 경험 = 지식 '(p229)  

 

 위에 있는 감수성 공식을 우리는 후에 <호모 데우스>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여기서, 개인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극한의 경험>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는 <전쟁과 평화> 중 본문에서는 다루지 않은 다른 구절을 통해 살펴보자. 마치, 신병교육대에서 하는 '분열'을 연상시키는 이 대목에서 개인 전투원의 존재는 중요하게 취급받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그의 온 정신은 상관 옆을 가장 멋지게 지나가는 것에만 쏠려 있는 것 같았고, 그것을 잘 실행하고 있다고 느끼는 듯 몹시 행복해 보였다. "왼발... 왼발... 왼발..."하고 걸음마다 속으로 되풀이하는 것 같았다. 배낭과 총의 무게에 짓눌린 제각각 엄중한 얼굴을 한 병사들의 벽이 잇달아 이 박자에 맞춰 움직여 갔다. 이 수백 명의 병사도 각기 마음속으로 한 걸음마다 "왼발... 왼발... 왼발..."하고 복창하고 있는 것 같았다.'(p356) -레프 톨스토이  Lev Tolstoy, 1828 ~ 1910) <전쟁과 평화 Война и мир>- 


[사진] 국군의 날 분열 장면(출처 : 연합뉴스)


 '감수성 문화는 군사 영역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하고 오래 지속된 영향이 일반 사병과 관련된 것이다. 감수성이 감각과 감정의 위상을 크게 향상시키며 사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긴 것처럼, 군사 영역에서의 감수성은 일반 사병의 위상을 크게 향상시키며 일반 사병이 군대의 사고 과정에 참여하도록 만들었다.'(p256)


 고대 그리스의 팔랑크스(Phalanx) 이후 집단적 전투대형은 유럽 보병들의 주요 전술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에서 개인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비록 집단간의 전투라는 전쟁 양상은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시대는 분명 과거와는 달리 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시대의 변화를 읽는 자가 등장하고 승기를 잡게 된다.


 '18세기 말이 되자 일반 사병의 시대가 동트며, 가장 위대한 근대 군사 개혁 하나가 등장했다. 나폴레옹 시대에 강압 대신 포섭이 병사들을 훈련하고 운용하는 주된 수단이 되었고, 이로써 군대가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나고 새로운 에너지원의 빗장이 풀렸다...나폴레옹 군대는 군인들의 지식과 지략이라는 바로 그 에너지를 포섭해 군대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당연히 나폴레옹 군대는 병사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데 낭비되는 힘을 훨씬 더 줄였고, 병사들의 주도권과 에너지를 훨씬 더 많이 활용했다.'(p264)


L. 육체의 눈으로 전쟁을 보다 : 1740 ~ 1865년


 승자의 이름은 '나폴레옹 (Napoleon Bonaparte, 1769 ~ 1821)'이고, 이 시대의 흐름은 '낭만주의(Romanticism)'로 정리될 수 있다. 그렇다면, 낭만주의의 본질은 무엇일까. 

 

'낭만주의 운동의 본질은 인간의 개성을 사회적 규약과 도덕성의 족쇄에서 자유롭게 하려는 목표에 있다. 부분적으로 이러한 족쇄는 바람직한 욕구의 대상이 될 만한 활동을 훼방하는 한낱 쓸모없는 방해물이었다... 낭만주의 운동은 무법적인 새로운 자아를 자극하고 고무함으로써 사회적 협조를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며, 그 후예들은 무정부주의나 전제정치 가운데 하나를 대안으로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p869) -버트런트 러셀 (Bertrand Russell, 1872 ~ 1970), <서양 철학사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근대 초기에 용기는 육체와 정신의 단순한 역학 관계를 내포했다. 당시 용기는 순전히 정신적인 자질이었고, 정신의 힘이었다. 겁먹은 육체가 보내는 메세지를 극복하고 육체가 정신의 의지에 완전히 복종해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정신의 능력이었다... 그런데 18세기에 용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등장했다. 감각주의적 해석은 용기를 정신보다 신경계에 속하는 육체적 힘으로 이해했다. 강한 신경계는 튼튼한 타악기처럼 극심한 감각을 전달해도 부서지지 않지만, 허약한 신경계는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신은 인간의 능력을 기껏해야 제한적으로 통제할 뿐이라는 것이다.'(p314)


 <극한의 경험>에서는 근대(近代)를 배경으로 전쟁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개인 회고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근대 이후 현대(現代)에서 전쟁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해지지만, <극한의 경험>에서 현대전은 에필로그로 간략하게 언급될 뿐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채워본다.


M. 너를 깨우친 것들, 1865 ~ 2000년


 <극한의 경험>을 통해 베트남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 내에서 '반전(反戰)'여론은 높았고, 이러한 여론의 흐름에 대해 미국 정부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병사 개인의 감성을 무시할 수 없는 근대 이후의 서구 전통 때문이 아니었을까. 때문에, 미국군은 지상군 투입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었다. 그와 달리, 우리 역사에서는 서구의 낭만주의와 같은 전통(개인의 감정을 고려하는 전통)이 없었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베트남 파병에 대한 제약은 존재하지 않았고, '한국전쟁에 대한 보은(報恩)'이라는 감정만이 사회적으로 용인된 것은 아니었을까. 이로 인해 많은 군인들이 베트남으로 건너가게 되었고 베트남 전쟁은 이제 우리의 전쟁이 되버렸다. 이렇게 시작된 베트남 전쟁은 전장(戰場)이었던 베트남과 베트남인들 뿐 아니라,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도 피해자가 되버린 비극(悲劇)으로 귀결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사진] 베트남 반전 운동 (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insh635&logNo=10175407401&parentCategoryNo=&categoryNo=28&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View)


[사진] 베트남 파병 한국군(출처 : 한겨레21)


 이와 같은 내용으로 전쟁에 대한 근대인의 인식 변화를 그린<극한의 경험>은 저자인 유발 하라리가 2008년 저술한 책이다. <호모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를 최근 집필한 그가 <극한의 경험>을 수정보완한다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육체의 한계를 극복한 '슈퍼 솔져 Super Soldier'의 도래를 예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사진] 슈퍼 솔져 (출처 : 다나와)


덧붙이는 말 A. 늦었지만, 책을 선물해 주신 알라딘 이웃분 ******님께 감사드립니다.^^: 


베트남 전을 다룬 책 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이 생각나 뒤늦게 올립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베트남전에서 포로가 된 후 '실로이옹 병'에 걸려 베트남인들을 보면 계속 '실로이옹(용서하세요)'을 연발하는 등장인물이었습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끊임없이 미안함을 느끼게 했을까. 그리고, 누가 그에게 미안함을 느끼도록 만들었는가. 책을 읽는 동안 제게 들었던 물음이었습니다.


'허만호의 병명은 자신이 말한 대로 ‘비정형충동조절질환’이라는 것이었는데, 병동 안에서는 ‘실로이옹 병’으로 통했다. ‘실로이옹’이란 월남어로 ‘용서하세요’란 뜻이었다. 그가 왜 그런 병에 걸렸다가, 또 무슨 계기로 호전됐는지는 위생병도 모른다고 했다. 단지 그의 병명이 ‘실로이옹 병’으로 통하게 된 것은 잠꼬대 때문이라는 것만 안다고 했다. 밤이고 낮이고 잠만 들었다 하면, 허만호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실로이옹’이라고 잠꼬대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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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7-27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선물 받았기에 읽어보셨군요. ^^

겨울호랑이 2017-07-27 13:19   좋아요 2 | URL
^^: 좋은 이웃분들 덕분에 하라리와의 만남은 선물로 맺어지게 되었네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7-07-27 13:26   좋아요 2 | URL
미국과 달리 우리에게는 낭만주의 문화가 없었기에 베트남 파병에 국민 저항이 약했다는 해석이 신선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7-27 13:29   좋아요 1 | URL
^^: 그냥 그렇지 않았을까 짧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는 짧은 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지만 문화적 전통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17-07-27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7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7-07-27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발 하라리는 고대 전쟁에서 ‘개인의 감정‘이 대체로 무시됐다는 점을 너무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게 아닌가 싶어요. 숱한 고대의 전쟁 기록들이 ‘개인‘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지휘관들 중심으로 서술된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극한 상황‘에 다다른 경우에 개개인의 감정이 완전히 무시될 순 없었겠죠. ‘조직‘보다 ‘개인‘이 오히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전투병들은 (심지어 용병들 까지도) 옛날 옛적에도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으로 도망친 경우도 부지기수로 많았으니까요.『플루타르코스 영웅전』만 보더라도 숱한 영웅들이 무지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전쟁터‘에서 ‘조직‘을 배신하고, 지휘관을 배신하고, 전우들을 배신하고, 심지어는 ‘그들이 빤히 바라보는 앞에서‘ 도망친 병사들도 셀 수 없이 많이 나오거든요.『전쟁과 평화』의 후반부에 아주 인상적으로 그려진 ‘나폴레옹 군대 패잔병들의 대규모 탈영 내지는 탈주 러시‘의 경우에도, 그 탈주병들이 단순히 ‘고대의 전투병‘보다 ‘개인 감정‘을 훨씬 더 중시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혹한과 배고픔‘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나부터 살고 보자‘는 ‘생존 본능‘이 작동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바라보게 되면, 결국 고대 전쟁에서의 ‘탈주병의 모습‘과 뭐가 다른 게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7-27 19:04   좋아요 2 | URL
^^: <극한의 경험>에서 유발 하라리가 근대 초기와 근대 후기의 사상 변화를 구분하면서 제시한 근거들이 대체로 개인의 회고록 이었습니다. 전쟁에 참여한 개인의 감정이 글에 나타나 있는가 없는가를 통해 사상의 변화를 통해 유발 하라리가 묘사하고자 한 것은 전투에 참여한 개인의 감정보다는 ‘사회의 전쟁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oren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죽음을 공포 앞에 선 단독자‘의 처지에 놓인다면, 아마도 정면으로 그것을 맞이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벌써 20여년 전입니다만, 사격 훈련 시 교관이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너희가 지금은 조준 사격을 하지만, 막상 전쟁 나봐라. 다들 머리를 참호 안에 처박고 총만 들고 허공에 쏠거면서... ˝ 고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마도 모든 병사들은 이런 공포를 가지고 있고, 지휘관들은 이들을 억지로 끌어내서 죽음과 직면하게끔 한 것이 전장의 실상이라 생각됩니다...이런 참혹한 상황에서 전쟁 심리를 분석하는 것도 어찌보면 참 냉정한 작업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oren님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7-27 22:25   좋아요 1 | URL
<극한의 체험> 읽기 전까지 유발 하라리의 주장을 요약 전달로 이해시키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

야전공병 2017-08-01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10년 군번입니다. 참호에 머리를 박던 자들이, 옆 전우의 죽음을 보고 분개하여 달려들것이라는 훈련소 교관의 말이 기억에 남네요.

겨울호랑이 2017-08-01 22:42   좋아요 0 | URL
네.. 전장이라는 공간은 공포, 분노, 절망, 슬픔이라는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는 극한의 공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림] 어머니는 마녀가 아니에요 (출처 : http://yuro.egloos.com/v/3622580)


 다음은 어린 시절 읽었던 ABE 전집 중 <어머니는 마녀가 아니에요>라는 작품의 내용이다.


 주인공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약초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웃 마을 아주머니를 치료해 준 것이 빌미가 되어 마녀로 잡혀가게 되었고, 주인공은 이를 피해 도망가게 된다. 작품 속에서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마녀로 몰린 어머니가 어떤 고문을 당했으며, 재판을 받고 화형을 받게 되었는지 담담하게 그려졌다. 어머니가 화형을 당한 후 주인공을 돌봐주던 박사도 마법사로 몰린 이후 주인공은 멀리 떠나면서 작품은 끝나게 된다. 당시 너무도 작품이 충격적으로 다가왔기에 계속 울었던 기억이 난다. 1400 ~ 1775년 사이 유럽과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수십만명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기소된 마녀 재판과 처형. <마녀>에서는 이 사건의 의미를 <대항해 시대>의 저자 주경철 교수가 제3자의 시각에서 유럽 문명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림] 마녀의 화형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everei1&logNo=30094802055&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0. 마녀의 특성


 현재 우리에게 알려진 마녀의 특성은 대체로 15 ~16세기에 형성된 개념이며,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미지를 가진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마귀할멈의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형성된 것은 근대 초기에 해당되는 시기에 해당된다. 적(敵)그리스도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악마와 그의 하수인에 대한 초기 기독교의 시선 역시 마찬가지였을까?


[그림] 마녀 (출처 : https://pixabay.com)


 

'베링어 Wolfgang Behringer는 대체로 15 ~ 16세기부터 널리 퍼진 마녀의 특성들 가운데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요소들을 모아 "정교화된 마법 elaborate concept of witchcraft" 개념을 이야기했다. 그 중요한 6가지 특성은 다음과 같다.(Behringer 1997,14)


가. 악마와의 계약(기독교 배교) 나. 악마와의 성관계 다. 날아서 이동하는 능력 라. 악마가 주관하는 모임(사바스)에 참석 마. 사악한 위해의 행사 바. 아이 살해'(p35)


1. 초기 기독교와 악마


 그렇지만, 처음부터 마녀의 이미지가 다음과 같은 이미지였던 것은 아니었다. 기독교 초기 단계에서 악마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악(絶大惡)의 형상과는 많이 다르다. 기독교 형성 초기에는 '신(神)의 절대성'이 강조되고, 여기에 대항하는 악(惡)의 무력함이 강조된다. 기독교의 힘이 아직 미약했기에 '신의 전능함'이 오히려 강조된 것이다. 이러한 '악의 무력함'은 기독교가 유럽의 종교가 된 후 다른 양상을 맞이하게 된다.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Hipponensis, 354 ~ 430)의 주장의 요체는 이교(異敎)의 신이 변신하여 악마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교는 "가증스러운 미신"이다. 악마는 일부 사람들을 하수인으로 삼고는 사악한 힘을 행하도록 만든다... 후대의 마녀사냥과 연관지어 생각할 때 아우구스티누스의 악마론의 의미는 이중적이다. 첫째는 악마과 그 하수인의 힘이 이 세상의 일에 대해서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실제" 위험에 빠뜨릴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만일 이런 주장이 계속 대세였다면 기독교 사회는 단지 진실한 믿음을 간직하고 유혹에 조심하면 될 뿐, 마녀를 붙잡아 고문하고 화형에 처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p51)


'아우구스티누스와 마찬가지로 캐자리우스 역시 사악한 세력이 기독교보다 결코 힘이 강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악마는 당신이나 당신에게 속하는 사람들, 동물들, 혹은 그 외 당신의 아주 작은 것들이라 하더라도 해치지 못한다."(4조)...사악한 이단의 근원은 명백하게 악마로 적시되었다. 기독교가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은 선을 규정하는 동시에 악의 세력 역시 새롭게 규정해 가는 과정이었다.'(p53)


2. 성(聖)과 속(俗)의 결탁


유럽이 기독교의 세계가 된 이후 성(聖  : 교황권)과 속(俗 : 황제권)은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두 절대권력의 충돌은 결국 일방의 승리가 아닌 두 권력의 화해로 막을 내린다. 그리고, 두 권력은 상호 영향을 미치며 중세 유럽의 사회, 특히 신성로마제국을 끌고 나가는 두 동력이된다.


[그림] 카노사의 굴욕 (출처 : 위키백과)

 

 '서임권의 투쟁의 양상은 카노사의 굴욕 사건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사건은 서임권의 문제를 넘어서서 더 본질적인 문제로 발전한다... 누가 최상위 권한을 가지느냐의 문제는 이 세상의 틀을 어떻게 짜느냐 하는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되었다.(p92)... 교황과 황제 간 투쟁에서 표면적으로는 그레고리오가 졌으나 최종적으로는 그가 시작한 교황의 이상이 달성된 셈이다. 이제 성직자 독신제가 성립되고 성직 매매는 소멸되었다. 교회 조직은 세속 당국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조직으로 거듭났고, 그 바탕 위에 최고 권위를 주장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그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교회의 근본적 발전이 다시 세속 국가의 발전을 가져오는 또 다른 반전을 낳았다. 세속 권력은 교회 공동체의 발전을 모범으로 삼고 좇아갔다.'(p94)


 성(聖)과 속(俗)의 결탁은 시간적으로는 중세, 공간적으로는 신성로마제국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엘리아데(Mircea Eliade, 1907 ~ 1986)에 따르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 '성'과 속'의 관계는 세계사적인 현상이며,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 역시 이와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계의 여러 국면을 통해 표현된 성의 현현(顯現)(그것이 나무를 통해서 현현되었든 혹은 돌을 통해서 현현되었든)은 인식하는 주체가 성을 외화한 것에 불과하고, 동시에 이미 세계의 모습으로 육화되어 있는 성을 발견한 것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성(聖)과 인식 주체인 인간 및 세계는 서로 뗄 수 없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p45)  - 엘리아데, <성(聖)과 속(俗) Das Heilige und das Profane> -


3. 마녀 개념의 도약 : Agnus Dei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유럽 사회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유럽 사회는 사회 문제를 돌파할 계기가 필요해진다. 그리스도가 스스로 제물이 되었듯, 그들은 Agnus Dei (하느님의 어린양)가 필요했고, 그 결과 마녀 사냥이 일어나게 된다. 


 '유럽사에서 14~15세기는 위기의 시대다. 이 시대에는 전쟁, 기근, 질병이 동시에 터져 중세 유럽 문명이 좌초할 뻔한 상황에 빠졌다. 백년전쟁과 페스트의 발병 그리고 대기근으로 인해 인구가 격감하고 농업이 황폐화하여 농민들이 생존 위기에 몰렸고, 사회 체제가 흔들렸다.(Bios)'(p111)


 '어느 지역에서 마녀사냥의 광기가 가장 심했을까? 역사상 벌어진 마녀사냥 중 50% 정도는 신성로마제국 영토 내에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전역에서 벌어졌으나 중요한 중심지들이 따로 존재한다. 예컨대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곳들은 대개 엘방엔, 뷔르츠부르크, 밤베르크 같은 독일의 작은 교회령들이다. 이런 곳에서는 교회와 국가 권력이 특별한 관계를 맺으며 사태가 진행되었으리라 짐작된다. 대개 중앙 권력이 미약하고 사법제도가 미비한 곳에서 자의적이고 억압적인 사태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p11)

 

마녀 사냥의 대상은 지식인 계층과 여성으로 크게 구분될 수 있다. 중세 질서에 위협이 되는 지식인들(과학자)과 힘이 없는 여성들에 대한 공격을 통해, 이들은 공포(恐怖)를 만들어냈고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자 했다. 부르노(Giordano Bruno, 1548 ~ 1600)의 화형, 갈릴레오(Galileo Galilei, 1564 ~ 1642)의 종교재판 등이 지식인들에 대한 마녀 사냥의 대표적 사례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자연과학자들은 지식이라는 힘이 있었기에 18세기 이후 '제국주의'라는 틀 안에서 '종교'와 결합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유발 하라리의 <호모 사피엔스>에서 잘 묘사된다.) 반면, 힘없는 여성들에 대한 마녀 사냥은 18세기까지 지속된다.


 '교황청이 느끼는 위험한 요소들은 여러 방면에서 나왔는데, 그중 한 갈래는 지식인 계층에서 유래했다. (Bailet, 964~966). 13세기부터 점성술이나 연금술처럼 박식한 마술이 유행했다. 교회 당국도 처음에는 이런 연구 행위를 굳이 들추어내며 억압하지는 않았다.(p112) ... 칙서에서 경고하는 것은 학자들이 연마하는 고급 마술이다. 이들은 "이름만 기독교 신자"일 뿐 실제로는 악마를 숭배하고 사악한 힘을 전수받는 자들이라고 비난받는다... 비난의 대상은 분명 학자층이다. 학자들은 오랜 노력을 통해 악마의 힘에 접근할 수 있는 계약 방식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요소는 "악마와의 계약 pact"이다.'(p115)


 '마녀사냥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여성 희생자의 비중이 대단히 크다는 점이다... 니더는 여성성의 문제를 성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여성은 욕망에 휘둘리는 약한 사람들이다.(Nider, 5.04~05)(p147)... 그는 결론을 이렇게 맺는다. "여성의 모든 악덕의 기본은 그들의 본성(本性)에서 비롯되었다."(Nider, 8,21) 충격적일 정도로 솔직하게 반여성성을 드러내는 이 내용은 후일<말레우스 말레피카룸 Malleus Maleficarum>에서 다시 반복된다. 악의 대변인인 마녀가 대개 여성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이런식으로 만들어져 갔다. 여성의 본성이 사악하고 악마에 속기 쉽다는 것이 결국 여성이 악마의 하수인이 되는 근거로 작용한다.'(p149) 


4. 중세 마녀 사냥은 현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마녀 사냥은 계몽 사상이 유럽에 확대된 이후 유럽 내에서 점차 소멸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18세기 후반에는 유럽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마녀 사냥의 배경과 발단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중세 중엽 이후 서서히 사정이 바뀌어갔다. 교회와 국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정립하고 신민에 대한 지배력을 탄탄히 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올바르고 무엇이 그른가,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했다. 선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그 반대인 악을 억눌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유럽 문명은 악을 필요로 했고, 악을 구현하는 존재로 마녀를 발명한 셈이다. 점을 치거나 불임을 치료해 주거나 풍요제 의식을 치르는  정도의 행위를 하는 사람들마저 어느덧 악마의 하수인으로 몰렸다.'(p306)


 <마녀>는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하기에 우리에게 시간적, 공간적으로 먼 이야기라 생각되기 쉽다. 그렇지만, 마녀 사냥에 얽힌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 배경을 알면 알수록 우리 현대사의 모습과 겹쳐짐을 느끼게 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페이퍼의 길이가 상당히 넘어갔으므로 길게 설명하지 않고 읽는 이들의 판단에 맡긴다. <마녀>를 통해 제기하게 되는 한 가지 질문을 마지막으로 페이퍼를 마치고자 한다. 


 역사는 순환(循環)되는 것일까? <마녀>를 읽고난 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리는 과거를 알아야하는 것은 아닐까. 마치 수험생이 과거 기출 문제를 풀어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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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3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3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23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의 글을 읽으니까 제프리 버튼 러셀의 《마녀의 문화사》를 읽어보고 싶군요. 러셀의 책을 다 읽으면 주경철씨의 책도 읽어야겠어요. 악마, 마녀를 주제로 중세사를 보는 일이 흥미로워요. ^^

겨울호랑이 2017-07-23 20:03   좋아요 1 | URL
^^: 「마녀의 문화사」라는 책이 있군요. 저는 cyrus님 소개로 러셀의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ㅋ 더워서일까요. 어둠과 으스스함에 관심이 가네요 ㅋ

cyrus 2017-07-23 20:14   좋아요 1 | URL
여름만 되면 기괴한 소재를 가지고 글을 써보고 싶은데, 자꾸 미루게 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7-23 20:39   좋아요 1 | URL
^^: 공포소설도 한철이니 더이상 미루시면 안됩니다 ㅋㅋ
 

 1. 하이든(Joseph Haydn, 1732 ~ 1809)


 '하이든하면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나오죠. 하이든 이전의 밀라노 악파나 만하임악파의 교향곡들은 악장이 세 개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하이든이 여기에 미뉴에트악장을 도입함으로써 토대를 완성한거죠. 무엇보다 하이든은 처음으로 악기들을 전체를 이루는 부분들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대립하고, 힘을 합치되 제 목소리를 잃지 않는 개체들로 간주한 작곡가였습니다. 변증법 혹은 음악적인 담화나 대화의 예술은 하이든에게서 그 근원적인 요소를 얻었지요.'(p204)


2. 교향곡의 1악장 : 알레그로(Allegro)


'소나타들에서 이미 그 구성의 얼개를 볼 수 있었죠. 제1주제가 나오고 그다음에는 제2주제가 딸림조로 나오죠. 자유전개가 진행되다가 다시 제1주제와 제2주제가 으뜸조로 나오는 거죠? 맞습니다. A-B-전개-A-B. 예를 들어 D장조 교향곡이라면 첫 번째 동기가 D장조로 나온 후에 두 번째 동기가 딸림조인 A장조로 제시되겠네요. 전개는 가능한 조라면 뭐든지 괜찮아요. 전개부는 그야말로 모험이죠... 처음과 마찬가지로 동기 A가 D장조로 나오고, 동기 B는 이제 A장조가 아니라 D장조로 나오겠죠. 으뜸조의 승리, 으뜸조의 긍정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하니까. 이렇게 교향곡의 알레그로는 무슨 시합처럼 제시되죠.'(p205)



'예를 들어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 ~ 1791) 교향곡 D장조의 도입부를 들어봅시다... 여기서 도입부는 아주 멋지게 전개되다가 딸림화음에서 딱 멈추죠. 다시 말해 A장조의 완전화음에서요. 이때 당김음 리듬으로 D장조 알레그로의 제1주제가 격정적으로 휘몰아치죠. 바로 이부분이 <마술피리> 서곡의 주요 동기와 형제처럼 닮아 있어요. 모차르트는 계속 이 제1주제를 강조하죠. 이행부가 제2주제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 같아요... 다시 제1주제로 돌아왔어요. 푸가적인 진행이 A장조 카덴차로 이어지고, 드디어 제2주제가 A장조로 소박하게, 그래서 선율의 감미로움이 두드러지게 등장하네요. 다시 한번 푸가적인 진행이 이루어지다가 제1주제, 이어서 제2주제가 으뜸조인 D장조로 제시되고 코다(Coda, 도입부의 동기)로 가지요. 모차르트 교향곡의 두 주제는 하이든의 교향곡에서 그랬듯이 대립적이라기보다는 보완적이에요. 같은 혈통에서 태어나 함께 가는 분위기죠. 어디까지나 서로 합쳐지기 위해 따로 존재하는 겁니다.'(p207)


2.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 ~ 1827)


 '베토벤 덕분에 교향곡은 전개부의 확장 외에는 형식의 변화가 없지만 그 정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제 조화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지 않은 두 요소를 엄격한 형식 속에서 합쳐야만 하는 거죠. 교향곡의 알레그로 악장은 각기 어떤 적대관계를, 불꽃 튀는 갈등을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분위기는 비장하리만치 고조됐고요.'(p209)



'베토벤은 테레제 폰 브룬스비크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과 행복에 부풀어 일필휘지로 <교향곡 제4번>을 썼습니다. 이 교향곡은 그의 절제된 힘을 보여주는 멋진 작품입니다. 롤랑은 "사자가 사랑에 빠지니 사나운 발톱을 감춘다."고 썼지요... 모차르트의 교향곡 D장조의 알레그로가 그렇듯 베토벤의 교향곡 <제4번 B flat 장조>도 장중하고 느린 도입부가 먼저 나옵니다. 합주는 알레그로와 제1주제를 이끌죠. 제2주제는 딸림조인 F장조의 무구한 쾌활함은 제1 주제의 맹렬한 기쁨과 대조를 이루죠. 나머지는 관행대로 흘러가고요. 전개부입니다. 다시 B flat 장조의 승리를 위하여 제1 주제와 제2주제가 나오죠.'(p209)


[사진] 차전놀이 (출처 : http://tip.daum.net/question/72910671)


 교향곡의 제1악장 알레그로의 제 1주제와 제2주제의 대립과 보완 그리고 화합에 대해 읽다보니, 예전 88 서울 올림픽 당시 개막식 행사 중 하나였던 '차전놀이'가 떠오릅니다. 예전 다녔던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닌적이 없어서...) 운동회 때 6학년 형님(?)들이 하던 차전놀이를 부러움의 눈으로 봤던 기억이 나네요. 어렸을 적에는 승부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시간이 흐른 뒤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니 놀이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멋있게 보입니다. 차전놀이에서 변증법적 구조를 발견한다면 너무 나간 것일까요?^^: 


 날이 많이 덥습니다. 덥고 습한 요즘 이웃분들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이웃분들의 시원한 여름을 위해 마지막으로 모짜르트의 <마술피리> 중  유명한 <밤의 여왕 아리아>를 올립니다. 예전에 과일주스 CF OST로 유명했었던 노래이기도 하지요. 뜻을 모르고는 좋은 노래라 생각했었는데, 뜻을 알고 보면 다소 무서운 내용의 노래(살인을 사주하는...)입니다. 모두들 시원한 하루 되세요^^: 



Der hoe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내 가슴은 지옥의 복수심으로 끓어오르네

Tod, und Verzweiflung, Tod und Verzweiflung flammert um mich her 
죽음! 그리고 절망! 죽음과 절망이 내 주위에 불타오르네!

Fuehlt nicht durch dich, Sarastroh Todesschmerzen, Sarastro Todesschmerzen, 
너로 하여금 자라스트로가 죽음의 고통을 맛보지 않는다면~ 자라스트로가 죽음의 고통을 맛보지 않는다면

so bist du meine Tochter nimmer mehr. 그러면 넌 더이상 내 딸이 아니야.

So bist du mein~~ meine Tochter nimmer mehr~ 그러면 넌 더이상 내 딸이 아니야.

A~~~~ a~~~~ a~~~~  아~~

meine Tochter nimmer mehr~ 내 딸이 더이상~

A~~~~~ a~~~~~~~ a~~~ 아~~

du bist meine Tochter nimmer mehr 넌 더이상 내 딸이 아니야.

Verstossen sei auf ewig, verlassen sei auf ewig, zertruemmert sei auf ewig! 
영원토록 버림받고, 영원토록 빈궁하고, 영원토록 파괴될 것이다.!

alle Bande der Natur~ 자연의 모든 끈이(질서라고 보면 될 듯...-_-;)

Verstossen! Verlassen! Und zertruemmert! 버려지고! 빈궁해지고! 파괴될 것이야!

alle Bande der Natur... 자연의 모든 끈이

alle~ a~~~~~~~~~~ lle~ 모든 ~

alle Bander der Natur! 모든 자연의 끈

Wenn nicht, durch dich, Sarastroh wird erblassen! 만약 네가 자라스트로를 죽이지 않는다면!

Hoert! Hoert! Hoert~~~~~~~~! Rachegoette! 들으소서! 들어보소서! 들어봐욧! 복수의 여신이여!

Hoert!~~~~~~~~~ der Muttersschwur!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가사 출처 : http://tip.daum.net/question/288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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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7-23 1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서로 대화하고, 대립하고, 힘을 합치되 제 목소리를 잃지 않는.. 변증법..
하이든에게서 그 근원적인 요소를..

신혼 초 와인 한병에 라면 끓여놓고 밤새도록 정반합을 외치며 변증법적으로 싸우던 기억이 나네요 ㅋ

저 변증법 좋아해요..

겨울호랑이 2017-07-23 13:29   좋아요 2 | URL
^^: 변증법은 단순히 철학적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나와같다면님께서도 변증법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변증법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분명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7-07-23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3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7-26 0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유치원 중퇴-,.-) 가기 싫어서 개기다가 어머니가 그럼 가지마! 버럭~으로 끝장남요ㅋ 막상 안 가니 심심하긴 하더라고요ㅋㅋ 유치원 중퇴해도 국민학교는 갈 수 있어 다행인 시절였죠...후호후~

겨울호랑이 2017-07-26 00:46   좋아요 1 | URL
^^: 저는 유치원에는 다녀본 적도 없는 미술학원 출신인지라..ㅋㅋ 역시 유치원은 좋은데를 나와야할 것 같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