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통치 체제 1 - 공산당 영도 체제 중국의 통치 체제 1
조영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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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치 체제의 특징을 한마디로 설명하라면 무어라 해야 할까? 공산당 일당 체제(one-party system)나 공산당 독재 체제(dictatorial regime)가 적절할 것이다. 중국에서 공산당은 '유일한 집권당(執政黨)'이다. 공산당은 '무장 역량(군사력)'에 대해서만은 <당장>에서 '절대영도'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공산당의 절대적인 지배와 군대의 절대적인 복종을 강조한다. 절대영도의 의미는, "공산당만이 군사력을 배타적으로 독점하고, 다른 국가기관이나 사회 세력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군대를 지휘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_ 조영남, <중국의 통치 체제 1>, p14/236

조영남 교수의 <중국의 통치 체제 1 : 공산당 영도 체제>는 '중국특색사회주의(中國特色社會主義)'를 구현하는 현재 통치 체제를 분석한 책으로 저자는 중국의 정치 체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구의 민주주의와는 기본적으로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국가(國家)'를 이끌어가는 '당(黨)'.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낯설게 다가오는 '국가 위에 존재하는 유일 정당'인 '공산당'의 위계를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중국 정치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 된다.

공산당 일당 체제는 학술적으로 '당-국가(parity-state) 체제'라고 부른다. 이는 공산당과 국가가 인적 및 조직적으로 결합해 있고, 실제 정치 과정에서 공산당이 국가를 영도할 뿐만 아니라 종종 대체하는 정체 체제를 가리킨다. 한마디로 말해, 공산당 일당 체제는 곧 '공산당 영도 체제'다(p7)... 내가 이 책에서 사용하는 공산당 영도 체제(領導體制, leadership system)라는 말은, <공산당 장정(章程)>과 당내법규(法規)에 근거하여 구성되고 운영되는 정치 체제'를 가리킨다. 간단하게는 '<당장(黨章)>에 근거한 정치 체제'라고 부를 수 있다. _ 조영남, <중국의 통치 체제 1>, p19/236

중국에서 '집권(執政)'은 "공산당이 국가 권력기관에 진입하고, 공산당 대표들이 국가 권력기관을 장악하여 공공사무를 관리하는 제반 활동"을 가리킨다. 즉 '집권'은 공산당이 정치권력을 장악하여 국가를 통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영도'는 "공산당이 사회 전체 영역에서 인민의 공동이익을 실현할 가치, 노선, 정책을 제시하고, 사회와 인민을 조직하고 인도하여, 공산당이 제시한 올바른 가치, 노선,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제반 활동을 가리킨다. _ 조영남, <중국의 통치 체제 1>, p22/236

저자는 이러한 기본 이해로부터 출발해서 중국 공산당의 영도 원칙과 원칙이 반영되고 있는 시스템을 소개한다. 모든 조직에서(심지어 군사조직마저도) 책임자는 당과 전문가를 대표하는 2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문가들을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공산당으로 영입하려는 노력을 통해 실질적으로 전국의 모든 조직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음이 보여진다.

사실 국가 공무원 중에는 80%가 공산당원이고, 영도간부(領導幹部), 즉 중앙 부서의 처급(處級) 이상과 지방의 현급(縣級) 이상의 고위급 간부 중에는 95%가 공산당이다. 따라서 국가기관은 공산당원이 국가 업무를 처리하면서 동시에 공산당의 조직 생활도 함께 전개하는 공간이다. _ 조영남, <중국의 통치 체제 1>, p16/236

중국은 지난 2001년 WTO에 가입한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유례없는 고성장을 달성하며 이제는 여러 분야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G2의 위치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성공과 번영은 중국인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주었고, 공산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로, 그리고 공산당 영도 체제를 강화하는 힘이 되었음을 현실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산당 영도 체제는 네 가지 영도 원칙과 현실에서 그것을 실행하는 공산당 조직 체계와 공산당원의 활동 덕분에 제대로 유지되고 작동할 수 있다. 그 결과 개혁/개방 시대에도 공산당 일당 체제는 붕괴하지 않고 '권위주의의 끈질김'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_ 조영남, <중국의 통치 체제 1>, p200/236

공산당 영도 체제는 국민의 지지와 성원 속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공산당은 국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국민이 원하는 다양한 공공재(경제발전과 생활 수준 향상 등)를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새로운 통치 이데올로기를 개발하여 공산당 영도 체제가 왜 정당한지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으려고 시도한다. 그 밖에도 엘리트 정치의 안정은 공산당 영도 체제가 공고하게 유지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다._ 조영남, <중국의 통치 체제 1>, p7/236

그렇다면, 이러한 '공산당의 영도'는 계속될 수 있을까. 저자는 본문에서 현재까지 '공산당의 영도'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며,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이와 동시에 영도 체제가 갖고 있는 위험성도 함께 지적한다. 시장경제에서 완정경재시장에서 과정시장으로, 과점시장에서 독점시장으로 점차 시장참여자들이 제거되고 마침내 하나의 시장참여자만 남았을 때 그 시장은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의 정체 체제에서는 심지어 그 출발마저 독점시장에서 시작된다. 다른 대안들이 가상으로만 상상되고, 현실적인 유일한 대안이 공산당인 상황에서 통제를 통해 상상이 억압되었다면, 그 억압을 넘어선 현실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어느 방향으로 그 물길이 흐를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산당의 통제 장치를 다룬 2권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왜 '공산당 전면 영도'가 실현되면 문제가 될까? 이렇게 되면 공산당 영도 체제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내부에서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는 사회 세력이 사라지고, 그러면 이 체제의 탄력성과 복원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과 조직에서 공산당의 목소리만 들릴 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도 공산당 목소리만 들리는 '한목소리(一言堂)'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_ 조영남, <중국의 통치 체제 1>, p207/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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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화를 하면 생각하는 수고를 덜 수 있겠지만, 그 대가로 다른 사람을 공정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 또 전형화로 타인을 판단하는 사람은 그런 사고 방식 때문에 다양한 개성을 만날 수 없게 되고, 세상이 각양각색의 인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편견이라는 장치는 교묘하게 만들어진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근거한 편견이라고 해도 자신만만하게 경멸조로 떠들게 되면, 그것이 차별하는 사람의 이익에 복무하는 속임수라는 사실을 꿰뚫어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심지어 차별을 당하는 사람도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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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 - 리튬부터 2차 전지까지, 누가 새로운 경제 영토를 차지할 것인가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지음, 안혜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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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과 배터리 산업의 성장세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꺾인 적이 없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수요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30배 이상 증가했고,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배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있는 지금도 이 분야의 기업들은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 예상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를 투자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있다. _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전쟁>, p20/424

루카스 베드나르스키의 <배터리 전쟁>은 2차 전지 산업과 리튬(Lithium)을 주제로 한다.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도 2차 전지 관련 주식들이 급등하면서 대기업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외에도 에코프로,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 일반인들에게 낯설었던 기업들의 주식이 급상승한 것도 <배터리 전쟁>에서 언급된 신성장 사업의 가능성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배터리에서 리튬은 양극재에 들어간다. 코발트, 니켈, 망가니즈, 철과 같은 다른 금속들은 양극재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양이 들어간다. 이때 리튬의 독특한 위상은 오늘날 활용되는 모든 양극재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금속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p113)... 양극재의 핵심은 생산 과정에서 리튬 화합물이 주입되는 결정구조다. 충전하는 동안 리튬 이온은 결정구조를 벗어나고, 완전히 방전되면 결정구조로 돌아온다. 셀이 충전되고 방전될 때마다 이 과정이 되풀이된다. 양극재의 결정구조는 나노 수준에서 리튬 이온의 탈출과 복귀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강해야 한다. _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전쟁>, p117/424

<배터리 전쟁>은 크게 배터리 산업의 전반적인 내용 설명과 국가별, 기업별 전략을 설명한다. 배터리 산업 관련하여 배터리의 핵심은 양극재이며, 양극재 중에서도 리튬이 핵심이라는 내용 설명과 함께, 결국 배터리 전쟁은 리튬 확보 여부가 핵심임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이런 부문은 장점이지만, 책이 2021년 쓰여진 이후 변화된 업계현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부분은 한계로 다가온다.

<배터리 전쟁>의 주요 독자층은 아무래도 2차 전지 관련 주식을 보다 깊이있게 알고자 하는 투자자들이라 생각된다. 독자들은 본문을 통해 전구체, 양극재, 음극재 등의 화합물과 원료가 되는 리튬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다면, 대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정보는 거의 얻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간략하게, <배터리 전쟁>은 포스코 홀딩스의 valuation에는 어느 정도 유용하겠지만, 에코프로비엠의 현재 주가 수준을 납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정리하자...

남아 있는 퍼즐 조각 중 리튬의 가공을 논의했으니, 이제 다음으로 넘어갈 차례다. 바로 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양극재 생산이다. 유럽은 두 기업 덕분에 이 퍼즐 조각을 어느 정도 쥐고 있다. 바로 독일의 바스프와 벨기에의 유미코아다. 유미코아는 한국과 중국의 공장을 통해, 바스프는 일본 도다공업과의 합작 및 미국과 일본의 여러 공장을 통해 양극재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주 고객은 한국, 중국, 일본의 배터리 생산 업체다. _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전쟁>, p127/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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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3-05-25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이 정도 책은 읽고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일단 POSCO홀딩스와 LG화학 우선주의 밸류에이션을 보고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호적인 전기차 시장환경이 조성되고 투자심리도 개선되면서 2차전지의 전망도 궁금해집니다

겨울호랑이 2023-05-25 20:30   좋아요 1 | URL
어느 정도의 현금을 확보한 후 전체적으로 시장이 좋지 않을 때 낙폭이 과다한 우량주를 구매하는 것이라고 많은 가치투자서적들은 강조합니다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가 적정주가인가, 적정 가치 산정에 대해서는 참 모호한 것 같아요. 투자 배경이 되는 산업 지식의 중요성도 강조하지만, 막상 자료를 들여다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도 많은 듯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에 주가에 미치는 정치, 거시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요인도 적지 않다보니 투자자들이 산업과 기업에 대한 이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매매를 한다면, 떨어졌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을, 올랐을 때는 들고 있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저도 2차전지의 전망이 궁금합니다 ㅋ ^^:)
 

과학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고약한 미신에서 해방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더불어 고약한 불공정에서도 벗어나야만 하는 것이다. 보통 미신과 불공정은 종교와 세속 권력이 손을 잡고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둘은 실제로도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정치적 혁명, 종교에 대한 불신, 그리고 과학의 부흥이 같은 시기에 연달아서 일어나고는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신으로부터의 해방은 과학을 성장시키기 위한 필요 조건일 뿐 그것만으로는 충분 조건이 아니다.

우리가 진화했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는 바로 우리의 유전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진화의 증거이기도 한 그 DNA를 소유한 사람들이 여전히 진화론을 놓고 싸우고 있다. 학교에서, 법정에서, 교과서 출판사에서, 그리고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게 고통을 가할 수 있는 윤리적 허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관한 물음을 둘러싸고 진화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어린이들에게는 책에 있는 과학적 사실을 읽어 주는 것보다 실험을 실제로 체험하게 할 필요가 있다. 양초의 불꽃이 생기는 것은 양초를 이루는 파라핀이 산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유리병 같은 투명한 용기 안에 양초를 넣고 불을 붙이면 아이들은 훨씬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연소를 통해 생긴 이산화탄소가 심지를 둘러싸 산소의 접근을 차단하면 불꽃이 깜빡이다가 금방 꺼진다. 이것을 직접 관찰하기만 해도 산화와 연소의 과정을 훨씬 실감 나게 배울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비결은 오로지 한 가지이다. 일반 청중에게 이야기할 때 동료 과학자들에게 하는 것처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뜻하는 바를 즉각적으로 정확하게 전달하게끔 해 주는 어휘들이 있다. 전문 용어, 학술 용어라고 불리는 게 그것이다. 과학자들이야 직업상 그런 어휘들을 쓰는 게 일상이겠지만, 일반 청중에게는 과학을 신비화할 뿐이다. 가능한 한 가장 쉬운 어휘를 써야 한다.

가난, 무지, 희망 없음, 그리고 자기 비하라는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악순환하는 영구 기관을 만들었고 몇 세대에 걸쳐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으스러뜨리고 있다. 게다가 거기서 나오는 피해는 모든 사람이 나눠 가져야 한다. 읽기 능력의 결여야말로 그 영구 기관의 핵심 부품인 셈이다. 이 영구 기관의 제물이 되는 사람들은 모두 모욕을 당하고 비참한 상황을 맛보고 있다.

물론 과학의 응용은 위험을 동반한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서 여러 번 강조했던 것처럼 인류 역사에 나타난(석기의 발명과 불의 사용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중요한 기술적 진보는 예외 없이 모두 윤리적 이중성을 띤다. 진보된 기술을 무식하거나 사악한 자들이 위험한 목적에 악용할 수도 있고 현명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인류의 안녕을 위해 선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보는 방송 프로들은 언제나 그 이중성의 오로지 한 측면만 드러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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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의 역사 - 유라시아의 교차로 서울대학교 중앙유라시아연구소 교양 총서 2
제임스 A. 밀워드 지음, 김찬영.이광태 옮김 / 사계절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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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장의 발전을 촉진한 최초의 중앙 지도자는 사실상 장쩌민이나 덩샤오핑, 마오쩌둥도 아닌 건륭제였다. 18세기 중반 그는 황제로서의 권위를 이용하여 서쪽에 있는 '새로운 영토'의 대부분을 토착 지배자들의 자치적인 지배 아래에 있는 완충 지대로 남겨 두기보다는 이 지역을 개발하여 안정시키자고 주장했다.... 이같은 (강희제와 관료들, 지식인 계층간의) 논쟁은 19세기와 20세기에 다양한 형태로 다시 등장했다. 중국 내지에 기반을 둔 정권들은 신장의 불안, 신장의 국경에 대한 외국의 침입,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난 압박감을 고려해 볼 때 과연 이 지역을 통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딜레마를 늘 고민했기 때문이다. _ 제임스 A. 밀워드, <신장의 역사> , p414


 제임스 A. 밀워드 (James A. Millward)의 <신장의 역사 Eurasian Crossroads: A History of Xinjiang>은 고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신장(新疆) 지역사를 다룬 책으로 신장의 현대사에 특히 무게를 두었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현재 중국의 일부면서 동시에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문제로 국제적인 관심을 받는 신장 지역의 역사에서 오늘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밀워드는 본문에서 오늘날 신장 지역에 대한 중국정부 정책의 기원을 청(淸)으로부터 찾는다.


 청(淸) 강희제(康熙帝, 1654 ~ 1722)는 준가르 복속 이후 이 지역을 결코 방치하지 않았다. 대신, 이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경제적 투자와 유교문화권 편입 노력이 행해지면서 '이슬람 유목 제국'이었던 신장 지역은 제국의 질서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이렇듯 강희제 이후 청조의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일정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지역이 청 제국 내 편입되면서 눈에 띄게 경제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장 내 청의 통치 체제는 다양한 행정 체계를 갖추고 현지인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영국의 인도 통치 및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통치 체제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예외를 제외하면 신장의 군정과 벡 체제 및 다른 행정 체제는 결코 절대적으로 공정하다거나 문명화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발전이 지역의 반란을 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효율적인 방식으로 수십 년 동안 작동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이 되면 이 지역은 불붙기 직전의 마른 장작과 같은 위태로운 상태가 된다. _ 제임스 A. 밀워드, <신장의 역사> , p166


 <신장의 역사>에서 저자는 청 제국의 주요 정책이 오늘날의 중화인민공화국의 정책으로 계승되었음을 말한다. 제국주의(Imperialism)의 주변부가 아닌 제국(Empire)의 일부로서 신장을 바라보는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고조된다면, 그것은 이들 지역을 제국의 일부로 묶어주었던 사슬이 붕괴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정책은 한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건륭제와 그 이후 청 황제들의 정책과 동일하다. 즉, 동부 지방의 인구 압력을 완화하고 변경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신장에 중국인들을 정착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이 재정착 혹은 식민화 프로그램의 핵심은 중국의 변경 정책에서 오래된 기원을 갖는 군둔(軍屯)이었다. _ 제임스 A. 밀워드, <신장의 역사> , p356


 1990년대 중화인민공화국의 지도자들은 신장의 상황을 다시 평가하고 신장과 중국의 다른 지역 및 세계와의 통합을 재촉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이와 같은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991년 소련의 해체였는데, 이로 인해 19세기 이래 신장에 대한 중국의 통치를 위협하던 국경 바로 너머에 있는 거대한 경쟁자가 제거되었다. 동시에 계속된 중국과 미국의 긴장은 신장과 중앙아시아의 석유/천연가스 매장지의 전략적 중요성을 높였다. 신흥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등장과 1980년대 이래 시작된 시장 사회주의에 대한 중국의 실험으로 인해 촉발된 폭발적인 경제 성장은 위구르 기업가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주었다. 반면 1980년대 중국 전역에 걸쳐 상대적으로 국가의 통제가 이완되고 민주화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신장에서는 무슬림 민족 집단, 특히 위구르 족이 주도하는 시위와 소요가 늘어나고 심지어 무장 저항도 발생했다. _ 제임스 A. 밀워드, <신장의 역사> , p403


 이러한 판단은 고대 유목제국인 흉노(Huns)와 농경제국인 한(漢)이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을 통해 뒷받침 될 수 있다. 유목 세력의 남하가 경제적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면, 농경 세력의 북침은 안보 요인때문이었다. 만약, 자연환경이 척박한 신장 지역사람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보장될 수 있고, 황하 지역의 한인들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다면 이들은 공생할 수 있었고, 전통적인 조공(朝貢)관계가 성립된 배경이 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한-흉노 투쟁의 기초가 되었던 두 가지 원동력이다. 우선 몽골과 중가리아에 있는 유목 세력은 식량과 세입을 위해 타림 분지와 투루판 분지를 이용했다. 다음으로 중국에 기반을 둔 세력들은 북방 민족과의 전쟁에서 유목 적대 세력의 자원 기반을 손상시켜 북중국을 침략할 역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서쪽의 신장으로 군사 원정을 했다. 다시 말해 한의 '서역'으로의 팽창은 흉노와의 오랜 대립에서 기인한 것으로, 무역로나 새로운 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열망이 아니라 안보에 대한 우려로부터 유발된 것이다. 이는 다시 확인하게 될 패턴이다. _ 제임스 A. 밀워드, <신장의 역사> , p68


 청나라 말기 이후 국민당 정부를 거쳐 공산당의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할 때까지 이 지역에서는 티베트 지역에서와 같이 종교에 기반한 독립운동이나 구 소련지역에서의 독립국가들처럼 민족에 바탕을 둔 독립운동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신장 지역의 중앙정부에 대한 경제적 기대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또한, 이러한 높은 기대가 그들을 제국 내에 머무르게 했다면, 이러한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의 배신감은 그만큼 커지지 않을까.


 20세기 신장에서의 권리 운동 또는 독립 운동은 '이슬람의 성전'이라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개념과 잘 들어맞지 않는다. 실패로 끝난 1933~1934년의 동투르키스탄 공화국 선포는 온건한 이슬람식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적 목소리를 냈으나, 1940년대에 투르크족 자치 또는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조직한 주된 세력은 친소적이고 세속적이었다. 1950년대에 신장의 이슬람 기구들은 공개적인 저항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중국 공산당에 의한 재산의 국유화와 감독을 받아들였다. 반지방 민족주의 운동과 문화 대혁명에서 나타난 중국의 수사학으로 판단해 보건대, 신장에서 '단결'을 위협하는 주된 요인으로 인식된 것은 이슬람이 아니라 소련과의 연계였다. _ 제임스 A. 밀워드, <신장의 역사> , p394


 이같은 상황에서 민족주의나 종교에 기반한 중앙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반발감이 생긴다면 그 이유는 하나 뿐일 것이다. 한족과 위구르족간의 심해진 소득불균형 문제. 경제적 문제로부터 시작된 중앙정부(공산당)에 대한 불만이 민족적 갈등으로 이어졌고, 때마침 시진핑習近平)의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의 핵심 관문으로 이 지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강경하게 진압한 것이 국제 이슈로 대두되면서 오늘날 신장 위구르 지역의 문제가 국제문제로 커지게 되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사실, 신장 지역의 역사를 다룬 좋은 책들은 이전 리뷰, 페이퍼에서 다룬 바 있고 <신장의 역사>가 미처 다루지 못한 상세한 내용이 이들 책에는 담겨있다. 신장 지역의 고대 유목제국의 역사를 보기 위해서는 <돌궐유목제국사>, <위구르 유목제국사 744 ~ 840>를 참조하면 좋을 것이며, 이후 강희제의 준가르 정복사는 <중국의 서진>이 매우 상세하게 설명되지만, 오늘날 신장지역 문제를 이해하기에는 <신장의 역사>가  적합한 책이라 생각된다. 신장의 과거를 통해 현대를 바라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홍콩 출신의 한 학자는 신장의 한족-위구르족 관계의 상태를 정량화하려는 시도를 해 왔다. 위구르인 응답자들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을 내켜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 우루무치에서 거의 400명의 한족과 위구르족을 대상으로 한 그의 조사는 두 공동체 사이에 대단히 깊은 골이 있음을 밝혀냈다. 많은 비율의 위구르인 응답자들이 중국 시민이라는 것(88퍼센트)보다는 위구르인이라는 것(91퍼센트)과 신장의 주민이라는 사실(95퍼센트)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대답했으며, 거의 40퍼센트에 달하는 위구르인들이 자신들의 삶의 질은 한족보다 더 느리게 향상되고 있다고 믿었으며, 과반수의 위구르인들은 한족과 위구르족 사이에 심각한 소득 불균형이 있다고 생각했다.  _ 제임스 A. 밀워드, <신장의 역사> , p477

한화(漢化)라는 개념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적어도 2가지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첫째로 이 개념은 주변의 민족들과 중국을 정복한 민족 모두 일단 중국의 문화와 조우하게 되면 우월한 중국 문화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고 가정한다. 중국 고전에서 기원한 이 사고방식은 경험적/이론적 기반 모두에서 무시되거나 고도로 제한되었다. ‘한화‘의 두 번째 의미는 비중국적인 문화 요소들을 제거하고 특정 민족이나 지역을 중국적인 방식으로 변환시키려는 국가의 직접적인 노력을 지칭한다... 그러나 사실상 청은 19세기 중반 이전에는 이 지역의 투르크계 무슬림, 몽골족과 한족 주민들에게 서로 다른 행정/법률 체계를 시행했으며, 한족 농부들이 신장의 북부와 동부로 이주하는 것을 제한하며 느슨한 민족 분리 정책을 고수했다. - P172

청 제국의 붕괴로 인해 토착 엘리트들이 신흥 국가, 즉 중화민국으로부터의 민족 독립을 선언한 티베트나 몽골에서와는 달리 신장에는 이러한 선언을 할 만큼 충분히 두드러지는 위치에 있었던 엘리트들이 없었으며 청의 붕괴에 대한 통일된 대응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장의 좀 더 세속적인 투르크계 무슬림들 사이에서는 민족주의적 사고의 동요가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신장 성에 신식 투르크 학교가 설립된 것에 가장 잘 나타나 있었는데, 이는 몇몇 도시에 거주하는 부유하고 자주 여행을 다니는 상인들이 선도한 운동이었다. - P254

개발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역사 편찬과 교육 개혁의 목적은 신장을 중국의 다른 지역들과 더욱 밀접하게 통합하는 것이었다... 중앙아시아의 공화국들은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탈퇴하도록 이끈 것이 민족주의 그 자체는 아니었지만, 소련은 스탈린이 정의 내린 바로 그 민족 경계를 따라 분열되었다. 중국의 헌법은 소련과 달리 중국의 ‘소수 민족 자치구‘에 분리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여년간 중화인민공화국의 소수 민족 정책은 이어 붙인 중국 민족 구조의 갈라진 틈을 지우기보다는 오히려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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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5-24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농담이 아니고 잠시 소름이 끼쳤네요! 제가 얼마 전에 이 책을 샀거든요(물론 시작은 못했지만ㅋㅋ) <오리엔탈리즘>에서 참고도서로 이 책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담아놨다가 중앙유라시아지도 주는 행사도서에 포함되길래 샀답니다. 신장의 역사를 알기가 쉽지 않잖아요. 이런 연구총서는 왠만해서는 중쇄 찍는 경우도 드물고 품절이나 절판되면 다시 나오기도 힘든 경우가 많아서 이럴 때 사야해! 하면서 샀답니다. 겨울호랑이님께서 별점 5점을 주셨다니! 역시 잘 샀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중에 만주족의 역사와도 병행해가면서 읽어야겠습니다. 올려주신 리스트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구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덧) 그러고보니 돌궐유목제국사부터 읽어야겠네요ㅋㅋ

겨울호랑이 2023-05-24 15:07   좋아요 1 | URL
아, 그러셨군요. 거리의화가님처럼 저도 정말 보고싶은 연구총서는 제법 있지만, 언제 절판, 품절될 지 모르는 시한부 삶이라 항상 조마조마합니다. 덕분에 밀린 재고량도 꽤 되고 참 부작용이 크네요 ㅋ 그래도, <신장의 역사> <중국의 서진>과 같은 책들을 보면 든든한 현인을 모신 듯한 느낌이 들어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거리의화가님께서는 워낙 책을 다양하게 읽으시니 저보다 낫겠습니다만. 지도를 보면서 지정학적으로 보는 역사도 즐거울 것 같아요. 거리의화가님, 화창한 날 즐거운 독서 시간 가지세요! ^^:)

거리의화가 2023-05-24 15:11   좋아요 1 | URL
<중국의 서진>은 그래도 지역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을 듯한데 <위구르 유목제국사>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신청해서나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재고로 쌓이는 병폐는 있지만 나중을 위해서라도 이런 책들은 결국 사두어야 좋은 듯합니다.

겨울호랑이 2023-05-24 15:30   좋아요 1 | URL
^^:) 재고 처리를위해서도 정말 부지런히 읽어야할 것 같아요. 시간을 짧은데 읽어야 할 책은 참 많고, 좋은 책은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빠른 런닝 머신 위를 걷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