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단번도약, 북한 마스터 플랜
이병한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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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조선의 발전 모델이 될 만한 나라들도 두루 살폈다. 눈에 든 나라가 크게 셋이다. 유럽의 스위스, 중동의 이스라엘, 동남아의 싱가포르다. 인구 600만의 싱가포르, 850만의 이스라엘, 900만의 스위스 인구를 합하면 얼추 2,400만 북조선에 근접한다. ‘그린/글로벌 스위스’, ‘밀리테크 이스라엘’, ‘스마트 거버넌스 싱가포르’ 등 핵심 키워드도 후루룩 떠올랐다. 장차 북조선의 개혁 개방에 청사진으로 삼아도 무방한, 아니 충분한 밑그림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_ 이병한, <단번도약, 북한 마스터 플랜>, p12/228

이병한의 <단번도약 북한 마스터 플랜>은 장래 북측이 나가야 할 청사진이 담긴 책이다. 저자는 북측이 향후에는 국제적으로 고립된 현 상황에서 벗어나 개혁과 개방의길을 선택해야 함을 말하지만 같은 주제를 다루는 여느 책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펼친다. 개혁과 개방을 위해서 경제적으로 자본시장을 활짝 열어 외자를 유치하고, 정치적으로 다당제 민주주의를 해야한다는 주장과 당위성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여느 책과는 달리 저자는 북측의 현 상황을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로 놓고 청사진을 그린다.

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을 때 분단 상황은 북측을 대륙의 종점으로, 험난한 지형은 아직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관광지로, 핵(核)과 미사일 분야에 특화된 과학기술은 밀리테크의 시발점으로, 공산당 일당 통치체제는 청렴한 공직 사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발상이다.

책이 나온 시점으로부터 몇 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남북 관계에서 긴장과 갈등이 높아진 지금, 북-일이 접촉하고 있다는 단편적인 언론 보도 속에서 우리나라만 국제외교의 미아가 된 것은 아닌가에 대한 걱정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현 상황에서 단번도약이 필요한 것은 북측이 아닌 우리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강원도를 '한반도의 알프스'라고 빗댈 수 있을까? 유럽에서 스위스가 했던 중계와 중재와 중립의 역할을 한반도에서는 강원도가 감당해볼 수 있을까? 강원도 역시도 문자 그대로 '강의 원천'江原, 산골이 깊어서 물길이 출발한 땅이다. 스위스에서도 산길과 물길을 이은 것은 사람들의 의지로 만들어낸 철길이었던 바, 동해북부선, 남북열차사업의 핵심도 남북강원도와 남북고성을 통과한다. 스위스가 자랑하는 그 특급 산악 열차로 강원도의 북과 남을 촘촘히 튼튼히 묶고 엮어서, 찬찬히
음미해볼 수 있는 관광 열차를 만들어봐도 좋을 것이다. _ 이병한, <단번도약, 북한 마스터 플랜>, p106/228

3세대 지도자 집권 10년 차이자, 주체 110년을 맞이하는 북조선 또한 민군의 융복합만큼은 중국에 못지않다. 밀리테크 4.0에 최적화된 나라다. 국가적으로도 가장 비대한 조직인 군대를 미래 산업의 인큐베이터이자 테스트베드로 삼아야 한다. 독자적으로 개발했던 인공위성 기술은 우주 산업의 기초가 되어줄 것이며, 핵무기 기술 또한 미래 에너지 산업의 초석이 될 수 있다. 고로 원료를 추출하거나 수입해 공장에서 가공한 후 세계 시장에 내다 파는 제조업 국가, 무역 국가의 발전 모델을 답습할 필요가 전혀 없다. 곧장 지식을 산업화해야 한다. 당장 상상을 혁신의 원동력으로imagination to innovation 삼아야 한다. 곧바로 4차 산업으로 퀀텀 점프해야 한다. _ 이병한, <단번도약, 북한 마스터 플랜>, p106/228

일국의 성공과 실패는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만으로 좌우되지도 않는다. 아무리 빼어난 군주라 한들 독불장군 혼자서는 태평성세를 일구어내지 못한다. 집합적이고 조직적이어야 한다. 팀워크team work로 다져진 유능한 집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대적으로 표현하자면 유기적이고 유능한 정당이 있어야 하고, 조금 더 세련되게 포장하자면 스마트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최적의 참조 대상이 바로 싱가포르다. 서남아시아의 이스라엘만큼이나 명민한 동남아시아의 브레인 국가다. 유사 세습제 국가이자 유사 일당제 국가이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거버넌스를 만들어낸 나라다. _ 이병한, <단번도약, 북한 마스터 플랜>, p149/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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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는 동유럽 및 아프리카에 이어 세 번째로 중요한, 이슬람권으로 유입되는 노예 공급지였다. 1000년의 세계에서 중요한, 강제 이주를 유발한 요인이 바로 이 중앙아시아의 노예 판매였다.

사만 왕조는 기량 좋은 군인 노예가 미숙한 노예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깨닫기 무섭게 군인 노예 양성소를 설치했다.313 그리하여 노예 거래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되자 순도 높은 은화를 계속 만들어 냈다. 이 현상은 1000년 이후의 어느 무렵 유럽 대륙에 은 부족 사태가 야기되어 은 공급이 끊길 때까지 계속되었다.

상인 길드는 일찍부터 인도에 존재했으며, 촐라 왕조의 치세 때 번영을 구가했다. 게다가 상인 길드는 인도인과 비非인도인 모두를 회원으로 받아들여 구성원이 다양했다. 파는 물건의 종류는 달랐지만, 상인들은 군주의 특혜를 받기 위해 단합함으로써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도 하고 왕을 대리해 세금을 징수하는 일도 했다.

이 상인 길드가 촐라 왕조 팽창의 열쇠였다. 타밀어를 쓰는 상인 집단들이 동남아시아 및 중국과 무역하기 위해 조합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금, 후추, 동남아시아에서 나는 각종 향료, 날염된 고급 면직물 등 고수익 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사람들은 더위에는 비단보다 면이 쾌적하다는 이유로 면직물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상인들도 목화 재배부터 염색, 직조,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블록 날염에 이르기까지 목면 생산의 전 과정에 길드를 조직했다.

우리가 선조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생소함에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최선인지 배우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 중에는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위험성 여부를 따지지도 않고 카누 아래에서 자던 토착민들을 죽인 바이킹도 있었고, 이방인과 마주치자 시간을 갖고 참을성 있게 서서히 그들과 안면을 터 낯을 익힌 뒤에야 그들이 제시하는 물건과 자신들이 가진 물건을 주고받는 거래를 한 다른 대륙의 토착민들도 있었다. 가장 성공적인 경우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원거리 무역 관계를 수립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세계화를 경험한 사람 모두가 그 혜택을 입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소함에 개방적인 사람들이 새것에는 무조건 손사래를 친 사람들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얻어 낸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1000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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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지기를 기르지 않으면 심기(心氣)가 굳지 않으며, 심기가 굳지 않으면 생각이 잘 통하지 않으며, 생각이 잘 통하지 않으면 의지가 견실하지 않으며, 의지가 견실하지 않으면 응대함이 과단성이 없으며, 응대함이 과단성이 없으면 의지를 잃고 심기가 허약한 것이며, 의지를 잃고 심기가 허약하면 정신을 상실했다는 증거다. 정신이 상실되면 아득히 몽롱해지고, 아득히 몽롱해지면 사물에 대한 탐구나 이해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

위세를 발휘하려면 엎드린 곰을 본받아야 한다. 위세를 발휘한다는 것은 정신이 상대를 뒤덮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과 의지를 안정(安靜)시키고 굳게 해서, 정신이 자기 자리로 돌아와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되면 위세가 왕성하게 뒤덮게 된다. 위세가 왕성하게 뒤덮으면 내부가 충실하고 견고해지며, 내부가 충실하고 견고하면 누구도 당할 자가 없다.

기회를 잘 발견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안으로는 오장(五臟)의 정기[五氣]를 축적해서 정신을 왕성하게 해야 하고 밖으로는 형세의 허실을 잘 보아야 하며, 움직여서 위세를 발산하는 견실함을 잃지 않아야 하니, 움직였다 하면 상대의 의지를 추종해야 하고 상대의 계모를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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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문제가 자본주의체제로부터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저희 역시 그런 맥락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사업에 제동을 걸고자 했어요. 특히 두산중공업이 발전소를 수출하기로 결정한 2020년은 한국이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탄소중립 비전을 선포한 해이기도 하잖아요. 이게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인가요. 기업은 저마다 자기들도 에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친환경기업이다 하는데 그게 이미지 포장을 위한 ‘그린워싱’에 불과하다는 점을 비판하려고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뿌린 거예요.

언론의 권력 편향성 문제를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건 ‘기사형 광고’예요. 특정 기업이나 단체에서 댓가를 받는 글이지만 얼핏 보기엔 객관적인 기사 같기 때문에 독자를 속이는 행태죠. 2021년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 따르면, 이런 기사형 광고를 가장 많이 낸 언론사는 조선일보였고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경제 매체들이 그 뒤를 이었는데요. 진보언론도 이 부분에선 완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대다수 언론사가 기사형 광고를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과연 없어질 수 있을지 부정적인 예상도 들어요.

광고주를 겨냥하는 기사는 발제를 할 때부터 차단당하거나 데스크에서 걸러지는 일들이 생기고, 그런 경험이 쌓이다보면 기자 스스로 위축되고 지레 포기하게 되니까요. 레거시 언론 내부의 ‘윗분’들이 맺어온 인맥과 이해관계가 누적되고 복잡해지면서 일선 기자들한테 영향을 주게 되는 거예요. 실제로 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측의 청탁을 받고 그들에게 불리한 기사를 빼거나 축소하라고 편집부에 지시한 사실을 뉴스타파가 보도하기도 했었죠.

저는 선을 넘는 윤석열정부의 퇴행성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야권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정부에 맞서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 연대해야죠. 그런 점에서 최근 민주당의 행보는 좀 우려스럽습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여야 지지율 역전에 안주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그런 낡은 관성에 기대는 순간 다음 총선은 필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기득권 거대 양당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보장하는 지금의 선거제도가 야권의 연대·연합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걸 분명히 직시해야 합니다.

대화 중 용혜인 의원은 최근 진보정당을 포함한 한국정치가 굉장히 미시적인 것만을 이야기한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거대담론은 끝났다’는 이야기에 자신은 동의할 수 없으며, 오히려 거대담론의 부재가 한국정치의 상상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과 혼인과 출산이 맞물린 사회에서 불평등과 불안정에 대응하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가 가족을 구조조정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사회 전반의 불평등과 불안정을 축소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저출생 문제의 해법입니다. 또한 출생률이 높은 국가들의 공통점은 GDP 대비 가족 지원 투자가 높다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은 GDP 대비 1% 미만으로 매우 낮습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보장하고 공공이 돌봄과 재생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출생률을 반등시키기 어려울 겁니다.

‘일본해’와 ‘동해’라는 지명을 둘러싼 다툼은 일본, 한국, 그리고 북한 세 나라 국민 사이에서 대립의 씨앗이었습니다. 동해(일본해)를 진정한 평화의 바다로 만들 수 있다면 그때는 ‘블루 씨(?海)’라고 부르도록 합의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일의 연대를 마음 깊이 바라고 있습니다.

낮은 임금과 건별 보수 책정이 배달노동자를 고강도·장시간 노동으로 몰아넣어 산업재해와 질병 위험을 증대시킨다는 점을 생각하면, 최저임금과 산업재해는 서로 분리된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이 가장 강하게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은 ‘데이터의 공공적 소유와 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민간이 정부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기 시작했는데, 이를 보험이나 교통 등 공적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죠. 데이터를 시민적으로 통제하고 사회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관련 기업에 정보를 내놓도록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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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음, 이수영 옮김 / 삼천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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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명의 수명은 농업 생산이 쓸모 있는 경작지에 자리 잡고 겉흙을 침식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특정 기후와 지질학적 환경에서 흙이 다시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바로 한 농업 문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이 관점은 문명의 평균수명이 처음 흙의 깊이 대비 흙이 사라지는 순속도의 비율에 달려 있음을 암시한다. 최근의 침식 속도와 장기적인 지질학적 속도를 비교한 연구 결과 적어도 곱절에서 많게는 백 곱절 넘게까지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_ 데이비드 몽고메리,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p331

데이비드 몽고메리 (David R. Montgomery, 1961 ~ )의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Dirt: The Erosion of Civilizations>는 제목 그대로 '흙'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저자는 본문을 통해 흙의 재생과 흙의 침식속도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흙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이 오히려 흙의 침식을 가중시키고 지력(地力)을 떨어뜨려 왔음을 인류의 역사를 통해 잘 보여준다.

문명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문명은 몰락을 선택하는 법이 없다. 다만 세대가 바뀜에 따라 흙이 점점 사라지면 문명은 주춤하다가 쇠퇴하게 된다. 역사가들은 문명 종말의 원인을 기후 변화와 전쟁, 또는 자연재해 같은 개별 사건 탓으로 돌리곤 하지만, 흙의 침식이 고대사회에 끼친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_ 데이비드 몽고메리,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p16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잘 뒷받침해주는 사례가 바로 나일 삼각주(Nile Delta)다. 나일강 상류 지역에 내린 강우로 인해 발생한 강의 범람(汎濫)이 풍요로운 경작지를 선사해주었다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아스완 하이 댐(Aswan High Dam)은 강의 범람과 함께 강의 생명력도 함께 끊어버렸다. 책에는 언급되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4대강 보가 있어 간접적으로나마 그 폐해를 짐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는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해수면이 안정화된 뒤로 수천 년에 걸쳐서 발달해 온 나일 삼각주는 오늘날 침적토의 공급이 끊긴 채 쓸려 나가고 있다. 댐 덕택에 농부들은 인공 관개를 이용하여 한 해에만 이모작, 삼모작을 하고 있지만, 강물은 이제 침적토가 아니라 소금을 실어 나르고 있다. 소금의 축적으로 열 해 전에 이미 나일 삼각주 농경지 가운데 10분의 1에서 수확량이 줄어들었다. 나일 강 길들이기는 지구에서 가장 안정적인 농업 환경을 교란시킨 사건이다. _ 데이비드 몽고메리,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p64

저자가 본문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흙을 매개로 한 자연 생태계의 복원이다. 농경과 목축, 산림이 긴밀하게 연결된 생태계는 흙의 침식을 막고, 양분을 공급하여 지력을 유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로의 복원은 어떤 인간의 인위적인 노력으로도 달성할 수 없는 지속가능한 문명을 유지시킬 힘이 될 것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작물 경작과 축산업이 함께 성장하면서 서로를 더욱 발전시켰고 더 많은 먹을거리가 생산되었다. 양과 소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식물 부위를 젖과 고기로 바꾼다. 사육되는 가축들은 노동력을 보태 수확량을 증가시켰을 뿐 아니라 작물이 양분을 소비한 흙에 똥거름으로 양분을 보탰다. 남는 작물을 많은 가축이 먹자 더 많은 똥거름이 생겼다. 그 덕분에 다시금 수확이 늘어나 더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었다. _ 데이비드 몽고메리,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p54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에서 저자는 문명을 뒷받침하는 근원을 흙에서 찾는다. 저자는 바람과 비, 농경 등에 의해 침식되고 유실되는 흙과 자연의 복원력에 의해 재생되는 흙의 역학 관계가 문명(文明)의 흥망성쇠와 크게 무관하지 않음을 역사에서 보여준다. 어쩌면 당연하기까지 한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흙의 복원을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하는 과제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과거 번영했던 농경 문명들이 하나같이 같은 이유로 쇠퇴한 역사는 이러한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그렇지만, 마치 망망대해에서 물 한 모금 없을 때 타는 듯한 갈증을 못 이겨 바닷물을 마셨을 때 더 큰 갈증을 느끼는 것처럼, 인류는 오랜 기간 바닷물의 갈증을 이기기 위해 더 많은 바닷물을 끊임없이 마셔오면서 결국 오늘에 이르렀다. 여러 곳에서 울리고 있는 경고음 속에서 우리는 지금 당장 산출량 극대화, 이윤 극대화를 위해 끊임없이 헤집어 온 지구의 살갗을 이제는 치유할 때, 달라질 때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구세계와 신세계 고대 제국들이 주는 공통된 깨우침은, 생산성을 꾸준히 높이는 기름진 흙이 모자라다면 혁신적인 방법조차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땅을 보호하는 한, 땅은 사람들을 지켜 준다. 반대로 땅의 기본적인 건강을 무시하면 문명들은 줄지어 점점 더 빠르게 사라진다. 침식과 토질 고갈의 가혹한 결과 때문에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로마, 그 뒤에 여러 문명이 서구에서 나타났다 사라진 것처럼. _ 데이비드 몽고메리,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p117

중세 농업의 수확량이 낮았던 이유는, 흙의 비옥도를 유지하려면 밭에 똥거름을 주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초지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역사학자들은 흙의 비옥도를 유지하는 데 발휘하는 똥거름의 값어치를 알지 못한 탓이라고 최근까지도 생각했다. 그러나 중세 농부들은 땅을 초지로 만들면 흙의 비옥도를 되살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참을성도 모자라고 필요한 만큼의 투자를 한다는 것이 경제 사정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늘 중요한 관심은 그해 수확량을 최대화하는 것이었다. _ 데이비드 몽고메리,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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