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 질서를 부여하고 사유의 틀을 형성해가는 수단으로서 언어는 숨쉴 때 필요한 공기나 유영할 수 있는 바다 같은 역할을 한다. - P59

텍스트는 이미지에 흡수되고, 이미지는 텍스트에 단단히 고정된다. 의미는 경계를 넘나들며 전달된다. 그러나 항상 이런 방식으로 의미가 표현되었던 것은 아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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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짱깨주의를 ‘반중감정‘ 이나 ‘혐중정서‘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뿐만 아니라 대항담론조차 형성하지 못하게 만드는 식민의 언어 사용이다. 반중감정은 새롭게 부상하는 국가에 대한 일반적인 배타적 민족주의 성향으로 여느 국가에서 볼 수 있다. 혐중정서는 극대화된 반중감정의 일종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짱깨주의는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뿐만 아니라 신식민주의적 유사인종주의가 들어 있는 일종의 이데올로기이다. _ 김희교, <짱깨주의의 탄생>, p102

김희교는 <짱깨주의의 탄생>은 2020년대 한국의 주도적 대중국 담론을 ‘짱깨주의‘로 규정하고 일반적인 민족주의 감정의 부정적 측면을 넘어선 정치 이데올로기적 성향에 주목한다. 적대국으로서의 중국과 협력국으로서의 중국. 정치와 경제에서 충돌하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체제와 맞물린다.

전후체제는 샌프란시스코체제와 키신저 시스템의 복합물이다(p51)... 전후체제는 지진지대의 단층처럼 언젠가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모순적 관계의 두 축으로 구성된 이중체제였다. 식식민주의적인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자유주의적인 키신저 시스템은 결국 상호충돌이 불가피한 모순적 성격을 지녔다. _ 김희교, <짱깨주의의 탄생>, p53

저자는 본문을 통해 짱깨주의의 확산에는 샌프란시스코체제 아래에서 기득권을 유지해온 일부 보수세력의 정치적 움직임이 있었고, 이러한 보수반동으로 인해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편향되어 왔음을 지적한다. 샌프란시스코체제 대신 변화된 키신저 시스템에서의 동반자 관계로의 설정을 저자는 강조한다.

짱깨주의에서 탈피하여 중국을 보면 중국은 신식민주의적 샌프란시스코체제 이후 지역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어느 국가보다도 유용하다. 중국은 신식민주의적 샌프란시스코체제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절대적 봉쇄의 대상국이다. 우리와 탈식민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적대 진영을 넘어서 구축된 키신저 시스템의 가장 큰 수혜자이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전도사이기도 하다. _ 김희교, <짱깨주의의 탄생>, p651

저자는 ‘위험한 중국‘ 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의 존재가 쉽게 위협받을 정도로 약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저자의 주장대로 과거 2000년대 중반 인터넷 상에 퍼졌던 ‘이것도 노무현 탓이다‘ 식의 정치이데올로기로서 짱깨주의는 분명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다만 2010년대 이후 국제공급망에서 협력국에서 강력한 경쟁국으로의 변화된 관계에서 높아진 경계심은 일정부분 자연스러운 부분도 있지 않을까. 여기에 더해 국내 정치 안정을 위한 중국공산당의 내부 통제와 이로인한 중국민족주의의 과열된 모습을 본다면 오늘날 한국의 대중국정서를 단순히 정치 이데올로기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의 최선은 과도한 기대나 경계 대신 변화된 우리의 위상과 지정학적 중요성을 바탕으로 G2를 활용한 레버리지 효과를 국익관점에서 누리는 것이라 전제한다면 굳이 하나를 너무 빨리 버리는 선택은 좋지 않을 것이다. 그 하나가 미국이든 중국이든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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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열차분야지도>는 하늘 지도이고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땅 지도입니다. 두 지도는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제작 시기가 <천상열차분야지도>는 1395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1402년입니다. 1392년에 조선이 건국되었으니 나라를 세우자마자 하늘 지도와 세계지도를 만든 셈이죠. 이 세계지도도 새 왕조 건국과 관련되어 있겠죠? 그래서 이름도 거창하고 심오하게 지었나 봅니다.

이처럼 <대동여지도>는 중국이나 일본의 옛 지도에 없는 부호를 사용해 중요한 시설을 표시했습니다. 세계가 <대동여지도>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부호를 사용한 것은 현대 지도의 개념과 같거든요.

이렇듯 <대동여지도>는 전국적으로 진보나 봉수와 같은 군사 시설, 관아나 읍 같은 행정 관청뿐만 아니라 창고, 역참, 목장 등 경제 시설까지 지도 하나에 모두 담았습니다. 부호를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김정호 이전에 이미 조선에는 정교한 지도를 만들어온 전통이 있었습니다. 최한기, 최성환, 신헌 같은 실력자들은 김정호의 지도 제작을 적극 후원했습니다. 김정호의 업적은 이런 토대 위에서 찬란히 빛난 겁니다. 마치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탄 난쟁이처럼 말입니다.

위도와 경도를 쓰면서 전국 모든 지역을 같은 척도로 한데 합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에서 한 일이 바로 이겁니다. 큰 지도, 작은 지도를 ‘똑같은 척도’로 그리는 거죠. 거기에다가 지도를 합칠 때 서양 기하학의 비례 방법을 썼습니다. 그래서 모든 읍과 도시 지도들이 더욱 정확하게 배치되었죠. 김정호는 <대동여지도>에서 정상기의 백리척을 적용하고, 신경준의 방안 도법을 정리한 데 이어서 서양 기하학 방법을 세련되게 응용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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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국가의 등장 이후 한국의 과학문명은 문자 전통이 이미 확립된 중국의 문자와 그 문자로 기록된 제반 지식을 습득하여 자신의 문화를 표현해내고, 더 나아가 학술, 문학, 예술,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기존 한국문명의 틀을 넘어 중국을 위주로 한 동아시아문명의 일원으로 자리하면서 비약하게 됩니다.

고대 한국은 규모도 크고 형태도 다양한 중국의 과학기술을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 실정에 맞게 ‘표준화’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고대 한국 과학기술의 압축된 결과물이 일본의 고대 과학문명 건설을 뒷받침해주었지요.

한국과학문명사에서 만나는 과학유산은 언제 가장 많이 만들어졌을까요? 바로 세종이 다스리던 32년간입니다. 이때 과학유산이 가장 많이 나왔을 뿐 아니라 이전 시기에 비해 연구 수준과 성취가 크게 발전했습니다. 단시간에 질적으로 이루어진 획기적 변화를 혁명이라 말한다면, 이때의 비약을 세종 시대의 ‘과학혁명’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입니다.

19세기에 전통적인 한국과학문명이 이전 시기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에 오르고 가장 널리 시행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국제적 비교의 시각으로 보면, 한·중·일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뒤처진 모습을 띠었습니다.

‘신성’의 폭발 장면은 《고려사》 기록이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신성은 광도가 평소의 수천 배에서 10만 배 이상까지 일시적으로 증가하면서 폭발하는 별입니다. 옛날에는 일시적으로 나타나거나 움직인다고 해서 객성
客星, 즉 ‘손님 별’이라고 했죠. 《고려사》에는 "객성이 나타났는데 크기가 모과만 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한국의 천문학자들이 1073~1074년의 이 기록을 계산한 결과 ‘아르 아쿠아리’라고 알려진 신성임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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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교사는 학교에서 사망해 특히 파장이 컸는데, 유사한 비극 다수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왜 이런 문제가 불거졌을까. 현장에서 들은 교사들의 생각은 좀 복잡했다. S초에 모여든 추모객 대부분의 목적은 분명 A 교사에 대한 애도만이 아니었다. 현재 침해되고 있는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투쟁 성격도 짙었다.  - P16

교사들이 지지하는 ‘학생 인권과 교권의 공존‘이란, 두 권리가 ‘파이 나누기‘가 아니라는 의미에 가깝다. 학생은 학대당하지 않고 더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하며, 교사는 부당한 간섭과 방해없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지도해야 한다. 둘 중 어느 한쪽을 약화한다고 다른 쪽이 자동으로강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P17

그런데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를 수있는 ‘보호자‘에는 부모나 친인척처럼 ‘아동을 교육할 의무가 있는 자‘뿐 아니라 ‘업무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도 포함된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아동을 가르치는 교사가 여기에해당한다(이 법에서 아동이란 18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이론적으로 교사도 아동학대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가정 내 아동학대 조기발견을 위한 신고-출동-조사격리 등 일련의 절차가 비교적 공개된 장소인 ‘학교내‘에서도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는 것이다. - P19

고용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윤석열정부의 접근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사회서비스 확대를 위한 재정지출에 얼마나 의지를 보이느냐다. 사회서비스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정책적으로 천명했으면, 여기에 따르는 자원 투자 계획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분야에 예산을 늘리겠다는 구체적 발표는 아직 없다.  - P26

김여정의 대한민국 호칭 사용은 남북한이 두 개 국가에 기초해서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느긋한 주장이 아니다. ‘군사적공세‘의 시작이고, 위험한 도발의 전주곡이다. 8월18일 미국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에대응하는 차원에서 그 이름이 어떻든 간에 한·미·일 3국의 핵억제협의체가 논의될 것이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한·미·일군사협력체가 만들어질 것이다. - P31

"정치인들은 ‘특별재난지역 선포‘라는 걸쉽게 말한다. 사람들도 이런 발표를 들으면 뭐라도 다르겠지‘ ‘이제 복구가 빨리되겠지‘ 기대한다. 그런데 정작 주민에게는 통신비 인하, 융자 지원 같은 게 전부다. 특별재난지역의 피해 주민이어도 별다른 보상지원책이 없다는 걸 알려야 이재민들이 제대로 대응이라도 할 수 있지않겠나." - P33

총수요 증가만으로 인플레이션의 급등을 설명하기는어렵다는 이야기다. 역시 중요한 것은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마비와 충격이었다. 반도체나 천연가스, 곡물등의 공급이 억제된 상황에서 정부의 소득 지원으로 인한) 총수요가 확대되면서물가를 크게 자극했다. 마침 퇴직자 증가로 노동 공급 역시 억제되고 있었는데, 기업들은 이직을 우려하여 노동자를 확보해놓으려 했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에선 구인율이 높고 실업률이 낮은 뜨거운 상태‘가 지속되었다. - P38

"넷플릭스가 글로컬 전략을 짜는상황에서는 버티기가 수월하다. 한국뿐아니라 유럽, 남미에서도 콘텐츠를수급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한 국면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의창작자들도 할리우드의 싸움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전 세계 콘텐츠 업계의룰을 바꾼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한다는 버거움은 뜻밖에 ‘글로벌한 연대‘의가능성도 열어놓았다. - P59

삶은 외롭고 무섭다. ‘다 그런거야‘라는 말로 속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철학을 하지만, 철학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고 손 내밀지않는다. 철학은 하나의 완결된 답을주지 않는다. 대신 "그저 말할 뿐이다.
다른 목소리를 들으라고".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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