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라도라 스핀오프 3 - Extreme Novel
타케미야 유유코 지음, 야스 그림, 김지현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키하라.
"...저기."
나는 널 좋아해.
"...오늘 정말 추웠지, 3월인데."
그런 마음이 여기에 있어.
"...라면도 못 먹고 말이지."
항상 널 보고 있어.
"...내일 시험, 나 정말 망칠 것 같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 이외의 사람에게 이 마음은 투명하다. 실제로는 되지 못하지만 하다못해 마음만은 투명인간이 되어서, 그리고.
"...그래서 말이지."
상처받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고,
하지 못한 말은 없던 말이 되고.
사실은 여기 있는 마음도 없는 것이 되고.
(...)
투명인간은 싫다.

- p. 272~273

 

 타케미야 유우코는 아무래도 장편보다는 단편을 더 잘 쓰는 것 같다(...) 특히 이번 토라도라 스핀오프는 만점이다. 일본 사람 특유의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면을 잘 살려서 심리적인 긴장을 극대화시켰다고 할까. 특히 이번에는 류지의 스페셜한 모습이 많아서 마음에 들었다. 토라도라 본편이 타이가를 잘 살리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노력한 티가 난다고 한다면, 이번엔 류지의 성품을 잘 나타내기 위해서 애를 썼다고 해야 하나. 이때까지 류지를 훈남으로 만들지 않게 참아왔다가 간간히 올린 단편에서 참지 못하고 폭발한 것 같다. 당연히 본인은 좋았다.  매우 짧은 소설이었지만, <토라도라같은 일요일>에서 그 진가를 드러낸다. 집에 난폭한 타이가가 찾아오고 집주인 아주머니가 찾아와서 밥상을 약탈하는 순간에서도 밝은 모습을 유지하는 류지의 모습. 작가의 말대로, 여태까지 비뚤어지지 않고 잘 살아온 것이 기특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이런 그림을 보면 정말 무시무시하기 그지없다.

 분명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홍조를 그리고 있는데도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토와 키하라의 러브스토리가 나오는데, 난 무슨 신춘문예에 나온 문학작품인 줄만 알았다. 소설이 매우 짧아서 뭘 말해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생략하지만.... 사실 마지막 한 장이 정말 예술이었다. 아니, 그 단편소설의 전부가 좋았다! 생각같아선 다 올리고 싶지만 겨우겨우 참는다. 토라도라 단편 중에서 가장 좋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사실 이것 때문에 토라도라를 처분한 걸 후회할 정도였다. 

 

 

본인은 고등학교 때 연애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젊은 청춘이란 좋군요!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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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낮은 하늘, 높은 하늘.
넓은 하늘, 좁은 하늘.
파란 하늘, 시커먼 하늘.
맑은 하늘, 뿌연 하늘.

그러나 어느 하늘도 하늘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것이 머리 위에 있으므로 나는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p. 230

 

 츠지 히토나리는 연애소설을 매우 잘 쓰는 것으로 본인이 인정하는, 손 안에 꼽히는 남자 작가이다. 일단 연애소설의 주요 고객층인 여성의 마음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특히 자신의 필체를 누름으로서 자신과 함께 소설을 쓰는 여성작가의 능력을 돋보이게 해준다. 자신의 이야기를 줄여나감으로서, 부족한 부분을 만듬으로서 그의 소설은 인기를 끌었다. 그는 에쿠니 가오리를 시작하여 많은 여성작가들과 같이 궁합을 맞춰 소설을 써왔다. 그 책들을 읽다보면 츠지 히토나리 혹은 그의 소설 캐릭터가 얼마나 매너있고 여린 남성일지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따지고보면 에쿠니 가오리는 츠지 히토나리의 훌륭한 파트너이다. 서정적이고 감정적인 그의 필체를 간략하고 건조한 말투로 보강해주는 타입이다. <좌안>과 <우안>이라는 소설을 보면 그 사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이 최고의 파트너라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은 이 <냉정과 열정 사이>이다.

 쥰세이가 라파엘로의 성모상을 보면서 아오이를 떠올리고, 그 속에서 어머니를 찾는 장면이 특히 나에게 많은 것을 시사했다. 여기서 나는 츠지 히토나리를 더욱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정신연령이 어릴 수밖에 없다'라는 본인의 고정관념을 더욱 확고하게 했고, 무엇보다도 여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는 상징을 부여하고 색깔을 입히는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 그는 아오이를 더욱 신비스럽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뮤즈를 찬양하는 모든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그러나 그렇게 경건한 그림을 그렸던 라파엘로도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한다.

모델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화가의 애인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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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담배를 낀 손가락에, 오늘도 남편에게 선물받은 묘안석 반지를 끼고 있다.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p. 210

 

 

오랜만에 슬픈 멜로물 봤더니 감당이 안 된다 흑흑흑...

그래도 옛날에 엉엉엉 울면서 다시는 안 읽겠다며 책을 내동댕이치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행복한 내용을 읽고 싶었다고 ㅠㅠ

 

 전반적인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밀라노에서 태어난 아오이라는 일본 여자는 일본 대학에 다니게 된다. 그러나 일본이란 곳이 험난해서, 이탈리아 스타일로 살아온 그녀에게는 이겨내기 험난한 곳이었다. 그녀가 마음둘 사람은 쥰세이라는 남자 한 명 뿐이었다. 그도 미국에서 태어난 남자로, 아오이가 묘사한 대로라면 꽤 자유분방하고 거친 남자였다. 서로의 자취방에 묵으면서 살던 아오이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쥰세이도 그녀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언제나 먼저 현실에 맞닥뜨리는 건 여자일 뿐. 결국 그녀는 겁에 질려 아이를 지우게 된다. 그렇게 하면 모든 걸 원래대로 돌릴 수 있을 줄만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쥰세이의 분노 뿐. 그녀는 맥없이 자신의 고향 아닌 고향, 밀라노로 돌아가게 된다.

 밀라노의 한 보석가게에 취직하게 되고, 마빈이라는 재벌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지만, 그녀의 인생은 살얼음을 밟은 것처럼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딱히 쥰세이를 좋아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완벽하게 '조용한 생활'에서 안주하고 싶은 그녀의 마음 때문이다. 그 이후로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자신이 안주할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메일 뿐이다. 이 책은 딱히 세계화로 인해 진정한 고향이 없어진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외로움을 느끼는 도시의 모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있다.

 한 장의 편지와 한 번의 만남으로, 남녀는 과거에 대한 서로의 마음을 풀게 된다. 시원스럽지는 않지만 깔끔한 한풀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10년이 지났다. 30대로 접어든 그들은 젊었던 시절처럼 서로에 대한 사랑을 마음 놓고 표현하지 못한다. 서로의 갈 길도 있으며, 아오이는 밀라노의 보석가게를 꾸려나갈 책임이 생겼다. 결국 그들은 마음 속에 서로를 간직하고 평생 살아가리라. 그렇지만 영 마음이 개운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들에게서 나오는 상처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일까. 요즘 30대는 인생이 꽃필 나이라던데, 그들은 벌써 속늙은이가 되어버린 듯했다.

 쥰세이는 어떤 마음으로 아오이를 그리워하며 10년을 살았을까. 이 책을 읽으니 그의 시점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심장이 떨리는 순간.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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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팝 리턴즈 VS 이미지네이터 Part 1 - 부기팝 시리즈 2, NT Novel
카도노 코우헤이 지음, 김지현 옮김, 오가타 코우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아니 그게, 살아있으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간단히 말할 수 없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어. 하지만 말야 뭐라고 할까, 아마 네가 죽어도 네가 미워하거나 어떻게 해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이 세상에서 없어지진 않을 테고, 즉 말하자면ㅡ."
스에마는 되는 대로 마구 주워섬기며 어느 샌가 아주 가까이 와 있었다.
그리고 아야의 팔을 탁 잡았다. 아야느 그 힘센 손을 보고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ㅡ쓸 데 없어. 죽어도 그것만은 말할 수 있어."
그녀는 아야의 눈을 쳐다보며 딱 잘라 말했다. 손을 떼려하지도 않는다.

- <부기팝 리턴즈 VS 이미지네이터 PART 2>

 

 이번 부기팝은 사악한 캐릭터에게서 느끼는 감동(?)은 좀 덜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임펙트하기는 했다. 1권에서 만티코어였던 악당이 이번엔 이미지네이터로 변신하여 사람을 꼬시고, 아스카이 진이라는 미술선생이 거기에 낚여든다. 또한 오리하타 아야라는 본명이 뭔지 모를 외계인은 마사키라는 남자아이를 사랑하게 되면서 점점 인간처럼 변해간다. 그녀는 계속 그녀에게 속아주는 마사키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한편,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시도하려 한다. 즉 자살하려고 한다. (근데 사실 오리하타 아야보다도 여기서 제일 불쌍한 캐릭터는 아노 신지로 군...) 인간이 괴물로 변할 수도 있고, 괴물이 인간으로 변할 수도 있다. 가짜 부기팝과 진짜 부기팝이 훨훨 날아다니는 그런 세상이다. 좀 골치아프긴 하다.

 

 

이 분이다. 굉장히 호리호리한 캐릭터로 그려놓은 듯. 

 

 포인트가 집중되는 캐릭터가 하나가 아닌 둘씩이나 되서 3탄에서는 만만치 않은 혼전이 예상된다. 일단 이 책은 제 3탄인 parade까지 있으며, 끝이 아님을 여기서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다만 미처 3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해서 좀 난감했다(...) 일단 인터넷 중고책방에서 구입하기로 했으며, 이 책을 구해서 다 읽을 때까지 부기팝 리뷰는 중단이다. 소드걸스에 의학잡지에 읽어야 할 책은 많은데 읽는 속도는 느리니 큰일이다 ㅠㅠ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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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1 - 부기팝 시리즈 1, NT Novel
카도노 코우헤이 지음, 오가타 코우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너희들은 울고 있는 사람을 보아도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하는가.

 

 

착한 캐릭터도 이쁜 캐릭터도 맘에 드는 여자 캐릭터도다 나왔는데

돋보이는 건 의외로 이 녀석, 별로 잘생긴 점도 없던 사오토메 마사미였다,

평범하지 않은 여자를 좋아하게 되어 잘못된 방식으로 특별해지려 했던 그의 노력이 섬뜩하면서도 아름다웠다고나 할까.

여기 나오는 선남선녀들은 너무 정의로워서 인간미가 없어...

 

 사실 우리나라에 라노벨이 알려진 계기는 이 소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투니버스에 이 부기팝 애니가 방송된다 하여 한바탕 난리가 일어난 적도 있었다. 학생들이 불량해진다는 이유로-_- 만티코어한테 조종되는 시나리오인데 이건 반대하시는 분들이 외계인을 믿는다는 증거인지 영 알쏭달쏭하다. 옛날알이라지만 아직도 검열하시는 분들의 심정은 알 길이 없는 듯하다. 아무튼 본인은 드디어 (혹은 간신히) 1권을 펼쳐보게 되었다. 문제는 부기팝 책은 거의 절판되었고 7권에서부터는 책을 구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구입하는가의 문제가... 아무튼 부담없는 옴니버스 이야기이니 일단 구할 수 있는 대로 구해보고 읽을 수 있는 데까지 읽어보겠다.

 온갖 희안한 소설들이 창작되는 현재에도 이 부기팝 시리즈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희안한 분위기를 가져다준다. 부기팝의 첫 단계를 끊는 이 소설은 시간 개념이 뒤죽박죽으로 섞여있다. 게다가 정말 난데없이 외계인과 식인귀가 등장하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게 선의를 베푸는 인간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희안한 존재는 이 책의 주인공(?) 부기팝이다.

 간결하게 설명하자면 부기팝은 여자 아이들의 잠재의식에 존재하는 남자 아이, 즉 융의 이론을 빌리자면 '아니무스'라는 존재이다. 일러스트도 기이하다. 여자도 남자도 아닌 것 같지만 굳이 정하자면 남자에 속하는 동글동글한 얼굴과 망토 아래 치마를 보면 괜히 마음이 착잡해진다. 자신조차도 대체 왜 여러 여자아이들의 의식 속에서 자신이 생겨나는지 모르며, 다만 그가 알고 있는 건 자신이 생긴 곳의 주위엔 무언가 나쁜 것이 머물고 있으며, 그 나쁜 것과 어느새 싸우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영웅치고는 싱겁지만, 의외로 정의감은 넘치는 편.

 이렇게 공기처럼 투명한 주인공 부기팝이 바라보고 있는 한 고등학교의 모습은 생지옥이 되어버린다. 대체로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이기도 하고, 현대인간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딱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훈계를 하진 않는다. 그저 느끼라 한다. 그게 지금 내가 이 소설에 만점을 주는 이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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