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2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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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나의 당이나 하나의 정부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그것을 전복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반드시 전복시켜야 합니다!- p. 220

 

 

 

위에 있는 글귀를 읽고나니 김규항이 생각났다.

여기 이 책에서는 공산당 체제의 시절을 빗대어 사람의 탐욕을 비난하고 있는데,

반면에 이 사람은 민주주의를 비난하며 비슷한 말을 하고 있으니 특이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전세계 어디에서나 이야기꾼이 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사명이라도 되는 마냥, 예술로 얇은 천을 드리워 체제의 눈을 교묘히 피한 뒤 사회를 비판한다. 가난한 자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천성적으로 떠돌아다니는 그들의 목적은 권력이 아니라 그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자유일 것이다. 만일 그것을 사회적으로 짓밟고 누르려 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폭력꾼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서 나는 우리나라의 사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이 소설엔 이야기꾼을 비롯하여 티엔탕 마을의 피해와 살인사건을 널리 알리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노래를 만드는 맹인 장코우와 그 후계자, 연인의 충격적인 자살을 계기로 이 사회의 부당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열혈청년, 남편의 죽음과 가문의 몰락에 의해 자신의 악행을 반성하게 되는 넷째 숙모, 자신의 권력을 온전히 바칠 것을 각오하고 사회의 부당함을 정면으로 고발하는 권력자까지. 그들은 비록 끔찍하게 희생되었지만 티엔탕 마을은 그들로 인해 조금이나마 누명을 벗을 수 있었고, 아주 조금이나마 잘 살 수 있었다.

 쌍용의 김정우 지부장 님이 결국 경찰에게 끌려갔다고 들었다. 쌍용의 부당한 폭력을 비롯하여 대통령 부정선거까지... 그동안 사회의 부당함을 고발하던 대한문 농성 철거를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일이 밝은 대낮에, 민주주의 국가하에서 버젓하게 일어나고 있다. 마을도 아닌 하나의 국가를 권력 하에서 지켜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당연히 4.19와 5.18때처럼 국민들이 크게 들고 일어나야 한다. 각자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 부당함에 맞서 싸워야 한다. 공자도 부모가 안 좋은 일을 한다면 자식이 지적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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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1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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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내 아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엄마, 나는 그래도 나가서 보고 싶어. 한 개의 둥근 공 모양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아들아, 그건 태양이란다."
"나는 태양을 보고 싶어!"
"아들아, 그건 볼 수 없어. 그건 하나의 불덩어리라서 이 어미의 피부와 살까지도 태운단다."
"나는 들판 도처에 신선한 꽃이 널려 있는 것도 봤어. 그 꽃들의 향기도 맡아보았는걸."
"아들아, 그런 꽃들은 독이 있어서 그 향기에도 독이 있기 마련이야. 엄마도 그 꽃들의 독 때문에 죽게 생겼단다!"
"엄마, 나는 나가서 붉은 말의 머리를 어루만져주고 싶어."
"아들아, 붉은 말은 없단다. 그것은 하나의 환영이란다!"
태아는 죽은 듯 조용해지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p. 274

 

 

 

책의 제목만으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모옌은 티엔탕 마을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중국 농민들의 이야기를 적었다.

대량생산으로 인해 농민들이 영원히 고통받는 건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은가 보다.

 

 이 이야기에서는 주로 등장하는 주인공이 둘이다. 하나는 몰락한 지주의 아들 까오양. 그리고 또 하나는 진쥐라는 여자아이에게 반한 귀환병 까오마이다. 까오양의 이야기는 대부분 사회에 잔혹하게 탄압받는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까오마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사실 본인은 작가가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해 까오마와 진쥐의 사랑이야기를 어거지로 집어넣었다고 생각했으나, 매우 달랐다. 아마도 진쥐가 단순한 시골여자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하고 진중한 여자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중년아저씨와 결혼해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부모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질 않는 것이다. 앞뒤없이 열정적으로 행동하는 까오마를 어린애 대하듯 하는 걸 보면 한편으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다. 

 중국이 확실히 더러운 나라이긴 한가보다. 모옌의 이야기에서 중점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더러운 오물들은 소설 텍스트의 모습으로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정말 말할 수 없는 찝찝함과 혐오감을 안겨다준다. 확실히 중국이 더러운 나라이긴 한가보다 -_-...

 

 

넓적데데한 얼굴에 근엄하게 생긴 것 외엔 별 다른 특징이 없는 이 얼굴에 속으면 안 된다.

그는 그로테스크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니.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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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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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뚱이는 더 나은 내 존재의 찌꺼기일 뿐인지도 몰라. 원하는 사람은 내 몸뚱이를 가져가도 좋다. 이건 내가 아니니까.

 

 영문학에서 <폭풍의 언덕>, <리어 왕>과 함께 비극문학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는데... 내가 보기엔 그래도 그 둘보다는 덜 우울하다고 생각한다. 폭풍의 언덕이 아침드라마 전개, 리어 왕이 주인공을 포함하여 거의 모두가 죽는 피바람 엔딩이라면, 모비딕은 기묘한 이야기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라던가 <해저 2만리> 등등에선 섬찟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이 작품들의 분위기를 만회시켜주는 건 두 가지가 있다.

허풍과 사회풍자. 이 작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모비딕과의 전투는 매우 짧은 순간이었다. 그 동안에 끊임없이 주인공은 허풍을 섞어 포경선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흡사 하나의 심령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왜 그런 방송에서는 으레 귀신이 나오는 장면의 이전에 사람들이 끊임없이 '귀신이 나왔어요!'라던가 귀신이 나왔던 상황을 떠들어대지 않는가. 확실히 발디딜 땅도 없는 그 드넓은 바다에서 매머드같은 고래가 출현하면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리라.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혹은 신으로 숭배해버리는 거겠지.

 참고래와 향유고래를 욕심껏 챙겼음에도 모비딕이라는 거대한 향유고래를 찾아나서는 피쿼드 호의 여정을 보다보면 인간세계의 여러 면모를 보게 될 것이다. 에이해브 선장의 광기는 자연을 대하면서 가라앉는 면모를 보이지만,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피하는 인간들과 대화하면서 증폭된다. 어쩌면 그는 다리를 잃었을 때부터 선장으로서의 강철같은 마음을 빼앗겨, 그를 보충하기 위해 겉으로 그렇게 힘을 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환상과 실제가 얽힌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실제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몰라서 재미가 있는 것이다. 하물며 바다의 이야기야 더이상 말할 게 없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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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코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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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인에게 댄스는 일요일 오후 한때를 즐겁게 지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노예나 이민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그런 것이다. 그들은 심한 노동으로 걸레처럼 늘어진 몸을 이끌고 초라한 오두막으로 돌아온다. 쿠바의 댄스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정당한 피로와 긍지와 희망을 자신의 몸에 되살려내기 위해서 춤을 춘다. 그 때문에 그 스텝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 p. 210

 

 

무라카미 류는 맨날 이런 쪽의(...) 영화만 만드는 줄 알았던 나. 그런 나에게 교코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용이 상당히 파격적이기는 했다. 교코라는 여자아이는 8살 때부터 호세라는 어떤 미군에게서 춤을 배우고, 댄스슈즈를 선물받기까지 했다. 스무살 정도가 되자 그녀는 트럭운전사를 하면서 돈을 모아 자신에게 삶에 있어 가장 자신있는 것을 준 그 사람을 찾아가려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본 그는 에이즈 말기에 다다라 있었으며,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한 적이 있는 과거를 몽땅 잊어버린 채 살고 있었다. 교코는 그를 트럭에 태워 부모님에게 데려가려는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놀랍게도 이 소설에도 쿠바가 등장한다. 아마 쿠바는 무라카미 류에게 있어 지상 최대의 유토피아 혹은 낙원이라는 느낌을 주었나보다. 또한 쿠바의 댄스란 그에게 있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그 무언가인가 보다. <달빛의 강> 단편에서처럼 교코는 쿠바에 가는 데 성공하며 거기에서 마음껏 춤을 즐긴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이 극적인 전환을 맞았던 것처럼,

본인도 저 틈에 섞여 차차차를 추면 구원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까? 춤치라서 잘 모르겠지만...

무라카미 류는 교코처럼 일본 여자가 되어 저 틈에서 마음껏 몸을 흔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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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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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세상의 어른들은, 혁명과 사랑 이 두 가지를, 가장 어리석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우리들에게 가르쳤고, 전쟁 전에도 전쟁 중에도, 우리들은 그 말을 믿고 있었으나, 전쟁에서 패한 후, 세상의 어른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자, 무엇이건 그 어른들이 말하는 것과 반대되는 쪽에 진정한 삶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혁명도 사랑도, 사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고 매력적인 것, 너무도 좋은 것이기에 어른들은 심술궂게도 우리들에게 덜 익은 포도라고 거짓말을 하였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확신한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하여 살아왔다고.- p. 218

 

 확실히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하면 인간실격이 확 끌리는 것 같다. 묘하게 작가의 것인 듯한 주인공의 비참한 과거, 상당히 자학적이고 공손하지만 언제 거칠어질지 모르는 듯한 은근한 비난... 주인공은 유복한 집에서 자랐고 곁에 여자가 많이 붙어다녔지만 가엾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이용만 당한다. 자신을 이용하는 것을 본인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어릴 적부터 쓰고 있던 익살의 가면을 떨치지 못하는 데다 선천적인 자학심 때문에 가만히 당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어째 이 소설은 어릴 적 하인들의 성적학대로 시작하여 20살 후반대 유모의 성적학대로 끝나니 더욱더 비참하게 보인다. 아무리 주인공의 성격이 좀 음침하고 기분나쁘다지만 인생이 저러면 그냥 불쌍해보이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 숨겨져 있는 코드는 마지막에 마담의 말 한마디에 간단히 풀린다. 그의 아버지가 그를 방치했던 것이다. 엄격주의를 표방하며 어머니가 아들 교육에 간섭하지 못하게 막아서지만, 결국 하인들이 아들에게 성적학대를 가한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파탄시키는 데에만 공헌했다. 아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만들고 수치심을 안겨다주었으며, 걷잡을 수 없는 길로 빠져든 아들이 잘못을 빌며 도움을 요청했을 때 품어주지도 않았고, 주인공의 두번째 자살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그는 아들을 뇌병원에 감금시켜버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잘못된 부모와 잘못된 교육의 표본이므로 교육자나 부모들도 꼭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이 소설은 드라마와 만화로 각각 각색되었는데,

드라마는 잘 모르겠으나 만화에서는 주인공과 아버지간의 갈등이 소설에서보다 뚜렷이 부각되었다 한다. 

 

 사실 본인은 인간실격보다는 사양이 더 좋았다. 아이를 한 번 사산한 적 있는 이혼한 여성이 첫사랑에 빠진 남자에게 그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간청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여성의 심리를 정말 세세히 분석하는 듯한 글에 깜짝 놀랐다. 소설에서는 편지투의 글이 적절히 섞여있는데, 그래서 더 반가웠고 더 재미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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