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치는 밤에 - 가부와 메이 이야기 하나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22
키무라 유이치 지음, 아베 히로시 그림,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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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여기서 올려다보면, 나쁜 일 같은 건 죄다 잊어버릴 만큼 달이 깨끗하고 밝거든."
"다음 보름에 보러 오자. 가부 너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도 나쁜 일 따위는 모두 잊어버리는걸."- 염소사냥 中

 

 

'주군의 태양' 덕분에 전 시리즈가 다 나올 수 있었다.

근데 본인은 주군의 태양에는 흥미 없고, 오로지 가부와 메이를 다시 보기 위해서 이 책을 집어든 것이다.

머리부터 와작와작 잡아먹고 싶어지는 메이(?!)

 

 이 책을 공짜로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들 수 있다는 점에선 내가 서점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기쁘지 않을 수 없다. 그래 가끔 이 정도의 사는 맛은 있어야 인생이 재밌지 않겠어!? 싶을 정도. (아이세움에서 9900원으로 가격을 붙여버리는 바람에 구입하려면 아무리 우리 서점이 서적을 10% 할인해서 파는 곳이라고 해도 전권을 사는데 5~6만원 정도의 돈은 든다.) 영화관에서 한 번 봐야지 벼르고 별렀다가 기억에서 잠깐 사라졌었던(...) 가부와 메이 이야기를 이렇게 원작버전으로 보게 되서 참 반가웠다. 마치 싸인펜을 스케치북에 죽죽 그은 듯한 몽환적인 그림은 역으로 캐릭터들이 살아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장난 아니게 귀여운 가부와 메이의 모습이란 스케치를 초월한다 >_< 그리고 그들이 만나기 위해 겪어야 했던 스펙타클한 이야기는 어떻고 ㅋ 단연컨데 연작 그림책 중에서 가장 탄탄하고 완벽한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더불어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에만 치중하는 일본 문학 중에선 가장 여유충만하고 생각할 게 많은 줄거리가 아닌가 생각도 되고.

 아무튼 2005년에 이 그림책을 출판했다는데 드라마 덕분에 졸지에 경사났군 경사났어 ㅋㅋㅋ

 

 

본인은 옛날부터 이 줄거리를 보고 늑대와 염소가 남자와 여자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내용을 들여다보고 나니 더욱 심증이 굳어진 듯하다.

남자와 여자가 반목하는 요즘 세상을 봐서는 더더욱.

만화로 치자면 반드레드 동화판같다고 할까 ㅋㅋㅋ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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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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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살아갈 거야. 우리는 살아갈 거야. 다 잘 될 거야."

 

 

알리바이를 위해 자신이 죽인 사람으로 둔갑하는 희귀한 케이스는 물론이고,

워낙 주인공의 삶을 감정이입 하나 없이 남 보듯 바라보는 소설인 데다가,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어렸을 적 되고 싶은 것에 대한 강력한 꿈 같은 게 없었던지라 공감이 안 감;;;

아니 그보다 하고 싶은게 있었다면 에둘러 할 것 없이 당장에 하면 좋았잖아? 왜 남 탓을 함?

 

 아무튼 여러가지로 공감이 안 가는 설정이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완벽범죄에 반전이 없는 범죄소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살인의 동기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는 직감하에 쿨하게 자살로 끝맺는 푸른불꽃과는 달리, 이 주인공은 어떻게든 자기만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는 케이스라 그닥 정이 안 간다. 결말을 보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은 인생인데... 여자를 만나서 애까지 낳아놓고도 자신의 '전 아들'이 보고 싶어서 가출을 했다는 건 뻔한 거 아닌가?

 아무튼 이 책이 데뷔를 한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엔 책이 매우 간단해서. 그거 하나인 것 같다. 에드가 앨런 포가 이런 문체를 써서 범죄소설을 만든 끝에 유명해진 케이스이다. 주로 탐정이 나와서 범인의 살인 방법과 심증까지 유추하는 전개방식을 채용하던 보통 문학과는 달리, 그는 인물의 감정표현을 최소로 하고 신문을 읽는 듯한 딱딱하고 간단한 문체를 써서 살인현장을 그대로 재현해냈었다.

 확실히 그런 문체로 선정적인 느낌과 진한 피의 향기를 되살리는 데엔 성공한 듯하다. 그러나 육체적 제스처도 없이 대화가 너무 많이 진행된 탓에 인물의 대화에 감정을 실으려면 육성지원이 필요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이건 의도한 게 아닌 작가의 문체 특징인 듯한데... 이것 때문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은 더 찾아 읽지 못할 듯하다. 개인적으로 딱 싫어하는 문체라..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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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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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사랑했다. 내 비록 다리가 다섯 달린 괴물이었지만 너를 사랑했다. 내 비록 비열하고 잔인했지만, 간악했지만, 무슨 말을 들어도 싸지만, 그래도 너를 사랑했다. 너를 사랑했다! 그리고 때로는 네 심정을 헤어릴 수 있었고, 그때마다 지옥의 괴로움을 맛보았다. 나의 아이야, 롤리타, 씩씩한 돌리 스킬러.- p. 458

 

 

 

역대 원작 롤리타와 궁합이 가장 잘 맞았다는 영화 롤리타의 주인공 롤리타.

배우 이름은 도미니크 스웨인인데 우리나라 나이로 16살에 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 한다.

원작에서는 사실 12살 때부터 계부에게 잡혀살았다 하지만.

 

 사실 어릴 때부터 도전했었던 작품이었지만 험버트가 롤리타를 학교에 보내고 롤리타에 대한 의심병이 도지기 시작할 때부터 질려서 그만두었었다. 그 때는 아마 험버트도 그녀에 대한 육체적 사랑에 슬슬 물리고 집착 같은 것이 형성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롤리타가 다른 남자와 도망갈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자 다시 소유욕이 충만해졌겠지. 그러고 나서 또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임신한 롤리타를 볼 때, 그 때 아마 그는 자신이 정말로 롤리타를 사랑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지나가고 나서야 깨달으니까. 사랑하면 자연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특히 정신병원에 조용히 수감되서 누워있다보면 더욱더 생각을 해보지 않을까.) 자신이 롤리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비로소 깨달은 그는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질투에 눈이 멀어 롤리타의 첫사랑을 죽이고 나서도 (롤리타가 처음에 험버트를 따랐던 건 동경심이라고 치고.) 롤리타에 대해 책을 쓸 계획은 깜빡하고 고속도로를 역주행 한 것도 그 일종이라고 생각되고. 아니면 모든 것을 거꾸로 돌려 과거로 회귀하고 싶었을까.

 

 

그러나 아무리 험버트가 자신의 짝사랑을 아름답게 미화시켰다 한들 현실은 가혹하다.

 

 의붓아버지는 그 모양이고, 첫사랑마저 집단성교를 할 것을 강요했었던 롤리타는 더이상 정상적으로 한 남자를 사랑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게 되었다. 원래부터 강단도 세고 똑똑했는지 귀머거리같은 남편을 잡아서 어떻게든 살고 있긴 했지만, 아무리 포즈가 열정적이라 해도 승부욕이 없어 테니스 선수가 될 수 없는 신세와 똑같다. 으레 짝사랑이 도가 지나치면 사람을 망칠 수 있다는데, 짝사랑 상대가 만약에 아이라면 효과는 더 심하다. 소설에서는 정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있을 수 없다. 아이의 멀쩡한 가정을 파탄내고, 좋아하는 감정이고 뭐고 다 사라져버린 변덕스러운 아이와 함께 납치여행을 다니고, 멋대로 아이를 순수하다고 생각하면서 선입견을 뒤집어 씌우고 비뚤어진 권력으로 억누르고. 육체적 관계보다 훨씬 더 나쁜 건 이 난리통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간 그녀의 주관, 그리고 자존심이었다. 역시 롤리타와 험버트같은 경우라면 이뤄지지 않는 게 더 나을지도.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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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색에 흐려진 일상 1 - AK Novel
다테 야스시 지음, 김지연 옮김, 에렛토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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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배우도록, 그의 발상, 번뜩임은 신의 영역에 이르고 있지. 시청자를 쌈싸먹는 애드리브, 막말과 호통, 공채다운 정통 개그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그 두뇌는 저 복룡이나 봉추하고도 비견할 수 있다고. 고유명수로서 언제나 맨 먼저 상큼하게 나서는 그 자태는 쩜오 그 자체. 그야말로 진정한 희극인, 하얀 거성, 악마의 아들... 그게 바로 명수 옹이다."

 

 

요새 하도 일본 작가들이 혐한을 작품에 마구 던진다고 해서 기분이 우울했는데

이 책은 무한도전을 극찬하고 있다. 특히 명수옹을.

원작에서 짰는지 아니면 번역가가 짰는진 알 수 없긴 한데 명수형 이거 보고 기분좋아할까 ㅋㅋㅋㅋ

 

 일단 스토리 이전에 세계관(?)을 설명한다면 대충 이렇다. 사람이 죽었다. 그 주변의 산 사람은 계속 죽은 사람을 생각한다. (좋은 만남이던 안 좋은 만남이던 주변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에 없고 무덤 속에 있다는 사실은 강렬한 충격을 준다.) 그리고 그 산 사람의 생각에 부응하여 죽은 사람이 나타난다. 그 사람은 자신과 죽은 사람의 생전 관계에 따라 그 귀신이 나타난 이유를 멋대로 판단한다. 그리고 그 귀신은 수호령이 되던 원령이 되던 산 사람에게 붙어다니게 되고, 아무리 끼가 있는 영능사라고 하더라도 귀신은 하나 이상 두기 힘들다. 만일 정말 드물게라도 그 원령이 여러 마리 붙어다니고 그게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면 원귀가 된다.

 이 책이 예능을 가장한 만담으로 덮고 있지만 언뜻 보면 참 끔찍한 일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으면 저 세상에서 편히 쉬었을 영이 다른 사람이 멋대로 생각한 것으로 인해 지상에 소환되었고, 그 영에게 멋대로 '자신을 저주하라'라고 말을 걸어 원령으로 만들다니. 

 

 

 

실로 하늘이 무섭지 않은 것 같은 그 사람이 바로 이 깜찍한 주인공 우도 루리이다.

 

 어찌 보면 그녀에게 그가 꼭 필요한 게 이해가 된다. 자신과 제일 가까운 사람이 누구보다도 센 원령이 되어 자신을 해치려 하고 있으니, 기분 전환으로 사람과 농담따먹기하려 끊임없이 장난을 거는 게 귀엽기도 하고. 눈이 부리부리하지만 단호하지 못하고 성격좋고 만개 로리로리 천국을 좋아하는(어째 토라도라의 누군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콘노 타카미가 말려드는 것도 어쩔 수 없지.

 호평보다는 악평이 많이 들렸던 소설이었고, 나도 그 독자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긴 한다. 예컨대 왜 루리의 과거가 그렇게 빨리 돌직구로 등장하는 거냐. 주인공 과거는 단순하고 루리의 단짝친구 스이의 등장도 적절하니 그건 넘어간다 치고, 애초에 두번째 에피소드가 너무 우울했던 차란 말이다. 분위기를 좀 풀려고 하는 찰나에 루리의 이야기까지 섞이니 밀려드는 감정의 파도때문에 감당이 안 된다고. 작가가 유명해지려고 일부러 의도했으면 안타깝게도 판단 미스. 의식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질렀다면 참으로 불친절한 센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가가 엄청나게 커버해줘서 무사히 소설의 진미를 이끌어낼 수 있어서 요행이었다. 이 소설의 번역가는 김지연인데, 라이트노벨 번역은 처음이라 한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책과 콩나무 출판사의 일본동화를 주로 번역했던가보다. 책과 콩나무 출판사 카페와는 나도 조금 인연이 있고 번역가 이름도 왠지 낯설지 않은게, 참 멀리 돌아서 만났구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꽤 본인에겐 꽤 인상깊었던 소설이라 리뷰를 좀 길게 써버렸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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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4 대산세계문학총서 24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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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사부님, 몸이 한가롭기를 바라신다면 어려울 게 뭐 있습니까? 공덕을 이루신 뒤에 '모든 인연이 끝나고 모든 법이 공으로 돌아가고 나면', 그 때에는 가만히 계셔도 자연스럽게 한가로운 몸이 되실 게 아닙니까?- p. 58

 

 

서유기는 개그요소가 충만한 전개에 풍부한 도교지식,

그리고 걸핏하면 벌어지는 요괴와의 싸움이 쏠쏠한 재미가 있어 동양의 여러 군데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왔다.

그러나 일본은 너무 미화시켰고, 중국에선 섹드립만 충만했던 것으로 기억함...

본인은 우리나라의 날아라 슈퍼보드가 그나마 가장 리메이크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2기에 여자를 집어넣은 게 흠.

 

 아무튼 이번 4권에서는 산중에 요괴가 없었는지 계속 신들의 부하들이 요괴로 변신해서 등장한다. 급기야 세번째 등장(청북사자던가?)에서는 손행자가 막 짜증부리는데 그 기분 뭔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세번째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떤 왕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었는데 가뭄이 들어 고심하던 찰나, 신통한 도사(=요괴=청북사자)가 등장하여 비를 내리게 한다. 삽시간에 그와 엄청나게 친해졌던 왕은 어느날 그와 같이 호수를 거닐고 있었는데, 그 도사가 왕을 호수에 빠뜨리고 왕으로 변장하여 나라를 다스린 것이다. 본색이 보살 밑에서 도를 왠만큼 닦은 닦은 청북사자라 왕보다도 더 정치를 잘 펴는데, 그래도 3년동안 우물 밑에서 갖혀살았던 왕이 귀신이 되어 삼장 일행에게 사정하니 그들은 또 못본척 할 수가 없어 도와준다. 그런데 알고보면 왕이 그런 벌을 받았던 '끔찍한' 이유가 있었다. 이전에 보살이 변장하여 왕에게 나라를 잘 다스리라 충고하였더니 물에 빠뜨려 죽을 때까지 3일간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왕은 내심 찔리는 데가 있었는지 복귀하자마자 삼장 일행에게 당장 왕자리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그럴 마음이 딱히 없었던 삼장 일행은 왕 자리를 거절한다.

 게다가 왕이 정치를 잘하면 백성들이 심기가 편해질 것인데, 왕궁과 가까운 절은 삼장 일행을 매우 차갑게 대한다. 게다가 왕의 아들은 자신들을 도와주기로 한 삼장 일행에게 대뜸 신경질부터 부리질 않나. 그 왕의 덕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왕이 되었으니 삼장일행이 다녀간 다음부터는 정치를 잘 하겠지 싶으면서도 씁쓸함을 떨칠 수 없었다.

 책에선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었기에 본인이 굳이 사족을 붙여서 이야기를 설명한다. 요괴하고 싸우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사회비판적이고 심히 오묘한 이야기도 있다.

 다음엔 홍해아와 우마왕이 등장한다. 우마왕이 손행자와 마왕시절 알고지냈던 사이였기에 그들의 싸움이야기는 좀 지지부진하게 길어지는 점이 있다. 그러나 이번엔 반드시 10권까지 완주하고 말겠다고 다짐한 게 있으니 다 읽어보겠다. 왠지 다 읽은 후에도 다시 재탕하게 될 것만 같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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