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일인자]가 드디어, "다시", 나왔다.

 

총 1500쪽의 묵직한 분량에 가이드북까지 해서.

[마스터스 오브 로마]라는, 작가의 로마사 관련 전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2014년에 갓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신생 출판사의 겁없는 출간계획으로는 그렇다는 말이고, 이 정도의 대형 기획은 완주까지 약간은 불안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긴 하다.

 

사실 90년대 초반에 교원문고라는, 역시나 한때 반짝 하다 사라진 출판사에서

[로마의 일인자]와 [풀잎관]까지 번역, 출간한 적이 있었다.

(지금 보면 참 촌스러워 보이는 정직한 폰트의 제목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추상화 비스므레한 ...

당시엔 최첨단이었을 컴퓨터 그래픽을 마음껏 활용한 저 표지!)

 

 

 

 

영미권에서는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의 큰 기획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약간은 소규모의 출판사에서 소개해서 그런지

7부 중에 2부까지만 소개되고, 출판사는 망하고 (아마도 IMF의 영향?)

(혹시나 아동용 도서를 활발히 출간하는 교원과 같은 곳인지는 모르겠다)

그 이후로는 다른 출판사에서 이어받아 소개한다든지 하는 일도 없었다.

 

어느 정도 규모 있는 대형 출판사에서 계속 후속작들을 소개했다면

로마사를 배경으로 한 문학으로 단 하나, 꼽을 수 밖에 없는 이 시리즈가

로마사 관련 에세이로 선풍적인, 하지만 약간은 부당하리만치 지나친 인기를 끌었던 일본의 우파 성향 작가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을텐데 말이다.

 

어쨌든 새로운 번역 시리즈가 나왔고,

놀랍게도 황종호, 유명우 공역의 기존 번역을 다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신진 번역가들의 새 번역으로 갈 모양이다.

(황종호, 유명우는 주로 7~80년대에 추리소설 등을 번역하던 분들로 보인다.

황종호의 경우, 소년기에 즐거이 읽었던 콜린 윌슨의 [세계 불가사의 백과] 등을 번역했음을 이번 기회에 재확인했다.)

뭐 하여간, 그러하므로 ... 새로 번역하기로 한 결정은 환영한다.

 

이은주, 홍정인, 강선재, 신봉아 무려 4명의 신진(도 너무 신진이라 이 책이 공식적 경력의 거의 대부분인 분들이 조금 ... ) 번역가들이 나눠서 번역하는 판인지라

이왕이면 라틴어 전공까지는 무리더라도 어느 정도 소양은 있는 번역가였다면 더 좋겠다는 나의 작은 소망은 아마도 언감생심이겠다.

 

일본어로 출간된 로마사 관련 에세이 번역에 김석희 같은 중량급 번역가를 기용한

한길사 정도의 역량이 아쉬운 대목이다.

 

건승을, 그리고 완간을 기원한다.

 

 

 

 

90년대 초반, 한창 영미권 작품들을 챙겨볼 때

이 작품도 페이퍼백으로 어디서 구해서 들춰보던 기억이 난다.

 

 

 

 

 

 

 

 

 

 

 

 

 

 

 

 

 

(각각 1991년, 2003년, 2008년판 페이퍼백 표지들.

가급적이면 아래와 같은 하드커버로 봐주자.

페이퍼백은 글씨도 작은데다 페이지가 너무 많아서 중간 정도로 가면

책등은 마구 갈라지고, 책을 제대로 펴고 보기조차 힘들다. 내가 아주 잘 안다.

아래는 MOR 시리즈 첫 3부의 하드커버 표지.)

 

 

 

 

 

 

 

 

 

 

 

 

 

 

 

 

 

 

참고로, 작가의 고대사 관련 다른 저작도 있는데

원작의 재구성을 통한 쏠쏠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역시나 국내에서 그다지 큰 흥행은 못했지만 ...

([일리아드]에서 소재를 가져온 이 [트로이의 노래]가 성공했더라면,

몇몇 출판사에서 득달같이 MOR 시리즈에 달려들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트로이 전쟁을 다룬 호메로스가 장님이었던 것은 두루 아는 사실인데,

[트로이의 노래]를 지은 우리 작가님도 시력을 잃게 된 것은 ... 흠 ...

이건 너무 호사가의 입방정에 속하는건가?

 

 

 

 

 

 

 

 

 

 

 

 

 

 

 

 

 

 

참, 역사소설만 펴낸 것 같은 이 역사 덕후 작가는 바로 콜린 매컬로우,

장년층 이상이라면 젊은 시절에 한두 번은 보았을

세계적인 초 베스트셀러 [가시나무새]의 작가다.

물론 대다수는 책의 성공에 힘입어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져

국내에서도 방영되었던 드라마로 접했겠지만. 

아주 어렸을 때 ... 잘 이해는 안되었지만 기어코 보곤 했던 기억이 얼핏 난다.

 

[가시나무새]는 각종 출판사들에서 중구난방으로 펴내고들 있는데 ...

베른 조약 이전에 출간된 책이라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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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블로그의 최대 블로거이자 기라성 같은 서평가 로쟈의 책이다.

서평 모음으로는 두번째라고 하는데, 첫번째는 아직 못 읽었다.

아마도 첫번째 서평집이 블로그에 올린 것들을 추린 것이었고,

이 책은 주로 각종 매체에 투고한 것들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블로그에서처럼) 이런저런 책들이 촤르르 펼쳐지기 보다는

특정 주제에 대한 한두 권 정도의 책에 대한 좀더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진다.

 

칭찬이야 다들 많이 했을테니 ... 아쉬운 점만 이야기하자면,

2012년에 나온 이 책이 2010년에서 12년까지 3년간의 서평들을 모아둔 셈인데 

거기서 또 3년이 지난 2015년에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딱히 지금 이 시점에서까지 유효할만 한 책에 대한 서평들은 조금 떨어지지 않나 ...

이런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하지 않겠나 ... 싶다.

(아무래도 기고문들이 위주다 보니 당장의 이슈나, 신간 위주로 서평이 쓰여지지 않았을까)

 

2010년대 초반에 나온 몇몇 도서들에 대한 간략한 스케치로는 딱, 좋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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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동양학 어쩌구 하는 책을 읽는다.

그의 다른 글들이 그렇듯 부담없이 술술 넘기기엔 좋다.

조선일보에 수십년간 연재되며 사랑받았던 이규태 코너의 후속으로

이 분이 펜을 이어잡으셨나 본데 ...

이규태의 박람강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긴 한데 ...

하지만 나름의 색깔은 있다 싶다.

 

헌데 그 색깔이란 것이 풍수나 사주 등의 ...

본인 말로는 '동양학'이라 일컫는 것들이 근저에 깔려 있는데,

(다른 저서에서는 '강호 동양학'이라고 명명하기도 하였다)

'동양적인 것'의 신비주의화도 문제거니와

이런 것들을 굳이 현대 한국인에게 필요한 동양학의 지혜니 뭐니 하면서

월요일 아침부터 부여잡고 읽어드려야 하나 싶다.

 

다만 혼자 재물을 움켜잡고 안 내놓는 것이 아니라

두루 잘 사는 것을 추구했던 조선 시대 양반가와 부자들의 이야기는

현대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우리식 노블리스 오블리쥬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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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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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자나 2014-12-23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판. 20.